[롱텀 시승기 4회] 트랙에 모인 70대의 벨로스터 N, 그리고 첫 사고....
2018-12-17  |   46,386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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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 VELOSTER N

트랙에 모인 70대의 벨로스터 N, 그리고 첫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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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오만원으로 즐기는 트랙데이

매달 차 타는 시간이 줄고 있다. 처음 출고 받은 9월엔 3,000km 가까운 거리를 달렸지만, 지금은 1,000km도 채 타지 않는다. 30%가량 운행 거리가 줄어든 셈이다. 이유는 주말에 개인적인 스케줄이 몰려 놀러 다닐 틈이 없어서다. 옆구리 시린 크리스마스이브 전까지도 살인적인 일정은 계속 이어진다.

이런 와중에 11월 10일, N 클럽 코리아 트랙데이가 열렸다. 트랙데이를 주관하는 N 클럽 코리아(N Club Korea, 이하 NCK)는 쉽게 말해 여느 차종 오너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동차 동호회 일종이다. 현재 벨로스터 N은 동호회 3곳이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중인데, NCK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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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동호회에서 개최하는 트랙데이는 주행권을 구매해 다른 참가자와 함께 주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NCK 트랙데이는 인제스피디움을 통째로 빌렸다. 이날 70여 대의 벨로스터 N이 경주장을 가득 메우고 달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마 인제스피디움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 동호회 역사를 통틀어 이렇게 많은 단일 차종이 한자리에, 그것도 서킷에 모인 건 아마 최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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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K는 아반떼 스포츠컵 대회 운영을 담당하는 KMSA(Korea Motor Sport Association)가 운영을 도맡는다. 이날 참가자들은 모터스포츠 전문 기업의 역량을 유감없이 맛볼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 일반적인 모임의 범주를 넘어섰다. 아반떼 스포츠컵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프로 드라이버들을 초청해, 선수 한 명이 약 7명으로 구성된 팀을 전담했다. 덕분에 짜릿하면서도 안전하게 트랙을 달릴 수 있었다. 이날 한 차례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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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엔 기술팀이 상주해 타이어 공기압 체크 및 교환 같은 경정비와 차량 점검을 지원했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먹거리와 나눔 물품을 가져와 공유하기도 했다. 해가 떨어진 저녁엔 기념 촬영 후 경품 이벤트가 열렸다. 이 모든 행사를 즐기는데 필요한 참가비는 단돈 5만원. NCK 트랙데이는 이른 오전에 시작해 저녁 만찬을 함께 한 뒤에야 종료했다. 참가비 소식을 접한 참가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트랙데이에 참가하지 못했다. 앞서 말한 대로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이다. 다양한 벨로스터 N 소식을 전하기 위해 NCK 트랙데이 소식을 빼놓을 수 없었다. 진짜 하고 싶은 내용은 이제부터다. 


교통사고를 내다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니, 과실이 내가 더 많으니 사고를 냈다. 그런데 좀 억울하다. 받힌 건 난데 가해자가 됐다. 구차한 변명을 할 생각은 없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먼저 교차로 통행법에 대한 설명부터. 교차로에서는 차선이 그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진입한 차선 그대로 달려야 한다. 즉, 사거리를 건넌 후 실선을 만나야 비로소 차선 변경이 가능하다. 지난 9월부터 법규가 강화됐다. 

필자가 사고를 낸 도로는 편도 2차선. 사거리를 지나 바로 우측 건물 주차장에 진입해야 했다. 그런데 미처 차선을 바꾸지 못했다.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선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녹색불이 켜지고 차를 움직였다. 2차로는 우회전을 기다리는 차들로 잠시 진행이 멈췄다. 사이드미러로 상황을 확인하고 차선을 바꾸는 순간, ‘쾅’ 소리와 함께 블랙박스가 요란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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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나는 바람에 얼룩덜룩해졌다. 지인들은 은근히 잘 어울린다고


그렇게 사고가 났다. 충격으로 사이드 스커트가 떨어졌고, 래핑이 벗겨진 자리엔 원래 피부색인 검은색이 드러났다. 상대방은 택시다. 택시는 손상이 별로 없었다. 연마제로 열심히 문지르면 지워질 정도의 흠집이 났다. 이내 보험사가 출동해 사태를 확인했고, 나는 차를 공업사에 입고 후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생애 두 번째 사고지만 어안이 벙벙했다. 내 생각엔 택시가 직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받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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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다. 교차로에서 차선을 바꿨으니 내가 불리하다며 상대방 수리비 전액을 물어주고 마무리 짓자고 권했다. 통상 수리비가 200만원이 넘지 않으면 다음 해 보험료 인상은 없다. 내 차와 상대방 차 수리비를 모두 합해서다. 만약 과실 0:100으로 처리할 경우 나는 자기부담금 20만원만 내고 차를 수리하면 된다. 자기부담금 20만원을 내면 100만원까지 수리비 청구가 가능하다. 그만큼 피해는 가벼웠다. 몇 초간 머리를 굴린 뒤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같은 번호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피해자가 몸이 아프니 병원에 가야겠다고 한 것이다. 나는 일단 알았으니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고 직후 먼저 나에게 다가와 보험 접수를 요청하고, 보험사가 현장에 도착할 동안 밖에서 사진도 찍고 ‘멘탈’이 나간 나를 구경하던 사람이 갑자기 아프다니, 선뜻 마음이 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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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대인 접수를 하지 않았다. 병원에 갈 만큼 큰 사고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상대방은 경찰서에 사고를 접수하게 된다. 각자 담당 경찰서에 출두 후 진술을 하면 담당관이 결과를 종합해 진단을 내린다. 가해자는 벌금과 범칙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피해자 병원 진단서를 받고 대인 접수를 명령할 수도 있다.

경찰서에 출두 후, 마디모 프로그램을 신청할 생각이었다. 마디모 프로그램이란 사고 상황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3D 가상현실로 재현하는 프로그램이다. 구현된 상황을 재분석해 어느 정도 피해가 있을지 계산한다. 캐나다에서 처음 만든 시뮬레이션으로 ‘보험사기’를 막는 데 적극 이용하고 있다. 신청자가 워낙 많은 탓에 결과가 나오기까지 3달 정도 걸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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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 결과 경찰은 병원 입원을 인정하지 않았다. 각자 과실을 따진 후 대물 처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과실 비율은 9:1. 상대방은 직진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교차로에서 차선을 바꾼 내 잘못이 더 컸다. 아직 래핑은 벗겨진 상태다. 수리비 견적서의 10% 비용만 상대 보험사에 청구하면 이번 사고는 종결된다.

자칫 보험사가 시키는 대로 휘둘릴 뻔했다. 100% 과실에 병원비까지 물어주면 내년 보험료는 20만~30만원 가까이 인상된다. 피해자는 많으면 150만~180만원 합의금을 받는다. 다시 먼 거리를 달려 래핑을 하고, 수리비가 나가는 걸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어찌 됐든 다시는 교차로에서 차선 변경을 안 하겠노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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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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