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 하이브리드 VS 어코드 하이브리드
2018-09-17  |   122,804 읽음

CAMRY HYBRID VS ACCORD HYBRID

땅끝에서 확인한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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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 달릴수록 아낀다는 두 대의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 장거리를 얼마나 편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달리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한반도 최남단 해남 땅끝으로 향했다.


“하이브리드 어때?”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어오는 질문이다. 그러면 기자는 보통 말리고 본다. 주행거리가 많지 않다면 아낀 기름값으로 비싼 찻값 회수하기도 힘들 테니까. 캠리 하이브리드를 기준 삼아 계산해보면 일반 모델과의 차액 650만원을 기름값만으로 5년 안에 상쇄하려면 연간 3만7,547km(복합 연비, 8월 13일 전국 평균 유가 기준)를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하이브리드 구매 혜택 최대 310만원 적용 시 연 1만9,639km). 결국 하이브리드는 차를 많이 타고 다니는 사람을 위한 차라는 얘기. 우리가 캠리 하이브리드와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끌고 한반도 최남단 땅끝까지 달려 장거리 투어러로서의 실력을 확인한 이유다.

시승 코스는 경기도 하남에서 해남 땅끝까지 약 430km 거리. 정숙성과 승차감을 확인하는 건 물론, 기름을 가득 넣고 출발해 도착 후 소모된 기름을 측정하는 풀-투-풀 방식으로 연비도 계산할 계획이다. 일상적인 주행 상황을 가정해 고속도로에서는 상황에 따라 시속 100~120km로 달리기로 하고 주행 모드는 ‘일반’으로 고정한 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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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는 각각 한 개의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를 맞물린 파워트레인을 얹었다. 시스템 출력은 캠리 211마력, 어코드 215마력으로 비슷하다(왼쪽부터 캠리, 어코드)  


적극적인 어코드

자연스럽게 어코드에 먼저 손이 갔다. 둘 다 국내에선 호불호가 갈릴 스타일이지만, 대왕고래처럼 그릴을 쩍 벌린 캠리보단 어코드가 보기에 더 준수했으니. 특히 A필러를 뒤로 당겨 만든 길쭉한 보닛과 쿠페에 가까운 지붕선이 어우러진 실루엣이 마음을 이끈다. 실내 역시 간결한 배치에 무거운 색감의 나무 무늬 장식 등 차분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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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어코드의 실내. 통풍 시트는 없다


드디어 남쪽을 향해 출발. 어코드에 앉아 운전대를 돌리는 감각은 스포츠카 탄 듯이 낮다. 새로운 ACE 바디로 운전석 높이를 2.5cm나 낮춘 까닭. 그런데 운전대 텔레스코픽(앞뒤로 당김) 거리가 다소 짧다. 페달에 맞춘 거리만큼 운전대가 당겨지지 않아 시트를 앞으로 움직여야 했다. 운전석 높이가 낮을수록 다리가 펴진다는 걸 모르는 걸까? 일본이 아닌 미국을 겨냥한 중형차가 이러면 안 되는데….

오후 네 시경 하남을 떠나는 길은 제법 막혔다. 덕분에 EV모드가 부지런히 켜져 가솔린 엔진을 잠재웠다. 저속으로 정체된 흐름을 뒤따르는 정도는 두 개 전기모터의 184마력으로 충분했다. 진동하나 없이 매끄럽게 달리니 저속 정숙성은 웬만한 대형 세단 부럽지 않다.

남쪽으로 향하면서 점차 교통 흐름이 빨라진다. 자연스레 가속이 이어져 2.0L 145마력 가솔린 엔진이 개입하기 시작. 최신 하이브리드답게 계기판을 보지 않았다면 모를 만큼 동력 연결이 자연스럽다. 엔진이 켜진 후에도 전자식 무단 변속기가 충격 없이 변속을 이어가기 때문에 주행 중 몸이 울컥거리는 일은 전혀 없다. 

승차감은 예상외로 폭신하다. 도로의 너울을 지난 후 흡수한 충격을 다시 내뱉으며 연이어 흔들릴 만큼 서스펜션이 부드럽다. 휠베이스까지 2,830mm로 동급 세단 중 가장 길어 움직임에 여유가 뱄다. 생김새만 보면 스포츠 세단 같은데, 하체는 영락없는 미국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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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0mm 길쭉한 휠베이스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널찍한 어코드의 뒷좌석  


재밌는 건 시속 100km를 넘는 고속에서도 EV모드가 켜진다는 점이다. 보통 이 정도 속도를 넘어서면 PHEV나 전기차가 아닌 이상 가솔린 엔진이 꺼지지 않기 마련인데, 심심찮게 EV모드 아이콘이 계기판에 켜지며 연비가 쭉쭉 올라간다. 물론 시속 100~120km 사이에서 항속하거나 감속할 때 얘기다. 페달을 조금만 밟아 가속하려 하면 곧바로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누적 주행거리 100km를 돌파해 운전이 슬슬 질릴 때 즈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을 켰다. 이 두 개만 있으면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오늘날 장거리 운행에 없어선 안 될 필수 기능. 어코드 역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을 만큼 차간거리나 차선을 안정되게 유지한다. 다만 정체 시 앞차가 가까워지면 차선 인식장치가 먹통이 되는 건 흠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중간 지점인 군산휴게소에 도착했다. 정속주행으로 느긋하게 203.1km를 달린 어코드의 트립 컴퓨터 연비는 L당 19.8km. 뒤이어 따라온 캠리는? 헐레벌떡 달려가 확인해보니 L당 17.3km가 찍혔다. 어코드와 캠리 공인연비 차이만큼 정직한 결과다. 참고로 두 차의 공인 복합 연비는 어코드 18.9km/L, 캠리 16.7km/L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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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지점에서 연비는 어코드가 훨씬 높게 나왔다(위쪽부터 어코드, 캠리)


내공 높은 캠리

공정한 연비 측정을 위해 이번엔 캠리로 옮겨 탔다. 캠리에 앉은 첫인상은 역시 어코드처럼 좌석 높이가 낮다는 것. 무게중심을 낮춘 차세대 TNGA 플랫폼을 바탕으로 빚어, 이전보다 2cm 가량 좌석을 낮췄다. 이 정도면 차세대 중형 세단 트렌드는 저중심이라고 보아도 되겠다. 다만 캠리는 시야 확보를 위해 벨트라인(옆 창문 아래쪽 철판과 만나는 선)도 함께 낮추어 차 안에 폭 파묻힌 듯한 어코드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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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리 실내는 토요타가 늘 그렇듯 도전적이다. 요란하지만 쓸모는 좋다. 통풍 시트는 없지만  


운전 자세는 한결 낫다. 어코드와 달리 운전대 텔레스코픽 범위가 넓어 맘껏 시트를 조정할 수 있다. 게다가 무게가 엉덩이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고르게 분산돼 착좌감도 좋다. 정통적인 기어 노브와 큼직한 버튼은 어코드보다 투박하지만 인체공학적인 설계에선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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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리 뒷좌석은 소파에 앉은 듯 폭신하다  


캠리 역시 출발은 EV모드다. 그러나 페달을 밟는 순간 2.5L 178마력 가솔린 엔진이 금세 깨어난다. 어코드의 EV모드가 파리 목숨이라면, 캠리는 모기 목숨처럼 가냘프달까. 어코드보다 약한 120마력 모터 출력이 실감 난다. 때문에 시속 100km를 넘는 고속에서 항속하거나 감속할 때마저 EV모드는 감감무소식이다. 모터는 그저 엔진을 보조할 뿐. 그런데도 트립컴퓨터 속 연비는 어코드 못지않게 쭉쭉 오르니 신기할 따름이다.

시속 100km 정도로 항속할 때 정숙성은 두 차가 비슷한 수준이다. 졸음이 없는 2.5L 가솔린 엔진이 항시 깨어있음에도 조용하고 진동이 적어 주행 중 존재감은 거의 없다. 서스펜션은 더 말랑해 노면 충격을 운전자 모르게 삼켜버린다. 그만큼 큰 충격을 만난 후 꿀렁이는 시간도 더 길다. 빠른 속도에서라면 불안했겠지만, 정속주행 상황에선 기분 좋게 흔들리는 수준이다.

그리고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차이가 바로 운전석 사이드미러다. 이건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문제. 캠리는 넓게 비추는 볼록 거울이 달렸고, 어코드는 크게 비추는 평평한 거울이다. 개인적으로 사각지대 없는 볼록 거울을 선호하는 기자에겐 어코드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어코드 오른쪽 사이드미러에 사각지대를 카메라로 보여주는 레인와치 기능이 있어 더욱 대비됐다. 정작 필요한 건 왼쪽인데 말이다.   

고창 고인돌 휴게소를 지날 무렵 슬슬 하품이 나오기 시작해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과 차선이탈경고(LDA) 기능을 켰다. 다른 차처럼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조합. 그러나 캠리는 어코드처럼 차선 가운데로 달리지 못했다. 차선을 이탈하기 직전까지 간 후 운전대를 살짝 반대로 틀어주는 진짜 이탈 방지 수준에 그친다. 차선 사이를 마치 ‘핑퐁’ 공처럼 왕복하니 그냥 운전대 꼭 잡고 가는 게 낫다.  

오후 11시경 장장 7시간을 달려 해남 땅끝 선착장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 밤바다엔 고요함만이 감돌 뿐, 아무도 없었다. 내려서 서로 트립컴퓨터를 확인하는데 430km가량을 달렸음에도 연료 게이지가 두 차 모두 절반이 넘게 남았다. 이 정도면 주유 없이 다시 하남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 바로 풀-투-풀 계측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주유소가 모두 문을 닫아 다음날로 미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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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는 효율을 위해 17인치 휠에 친환경 타이어를 끼운 반면, 캠리는 18인치 휠에 일반 타이어를 달아 멋과 성능을 챙겼다  


뒤집힌 결과

이른 아침. 후다닥 땅끝 바위 앞에서 촬영 후 바로 주유소를 찾았다. 주유 전 확인한 트립컴퓨터 상 연비는 캠리 18.5km/L, 어코드 18.7km/L다. 중간지점에서 앞섰던 어코드를 캠리가 많이 따라잡았다. 누적 주행거리는 433.1km다.

이어 한 대씩 주유를 시작했다. 정확한 결과를 위해 출발 전 주유구 목구멍까지 가득 채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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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다. 캠리 주유량이 더 적었다(위쪽부터 어코드, 캠리)


이번에도 목구멍이 넘실대도록 한가득 채워 넣었다. 먼저 넣은 어코드는 24.495L가 들어갔다. 433.1km를 달렸으니 L당 17.681km 연비가 나온 셈. 이어 캠리는 23.408L가 들어갔다. 계산하면 L당 18.502km다. 트립컴퓨터 결과가 완전히 뒤집혔다. 0.2km/L 낮았던 캠리의 연비가 실제로는 0.8km/L가량 높았으며, 433.1km를 달리며 캠리가 1.087L 약 4.4% 기름을 아꼈다. 그리고 놀랍게도 캠리는 트립컴퓨터 연비와 실제 풀-투-풀 계측 결과가 정확히 일치했다. 연비 비교 결과는 토요타 캠리의 승리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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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 모두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좌석 아래에 넣어 트렁크가 넓고 뒷좌석을 접을 수 있다. 용량은 어코드 473L, 캠리 427L다(위쪽부터 어코드, 캠리)  


다만 이는 참고용으로 봐주길 바란다. 최대한 정확한 결과를 위해 해남 땅끝까지 장거리를 달리고 중간에 운전자 교대도 했으며, 에어컨 온도는 24도로 똑같이 맞췄다. 그러나 고속 주행 비율이 너무 높았다는 점, 두 운전자가 교대 후 닥친 주행 상황이 각기 달랐다는 점 등 적잖은 변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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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에서 해남까지 달려 확인한 두 차의 실력은 장거리 투어러로서 손색없었다. 승차감이 부드러워 피로가 적은 건 물론, 효율은 두말할 것 없이 좋다. 다만 거의 비슷한 가운데 성격은 살짝 다르다. 어코드는 비교적 단단한 하체로 안정적인 주행을, 캠리는 폭신한 서스펜션으로 더 나긋한 주행을 지향한다. <자동차생활>이 확인한 효율은 L당 2.2km 복합연비 차이를 극복하고 캠리가 높게 나왔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두 차의 가격은 캠리 하이브리드가 4,190만원,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4,470만원(하이브리드 기본 모델 4,180만원). 쉴 틈 없이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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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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