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5, 가장 현명한 진화
2018-09-11  |   13,478 읽음

BMW M5

가장 현명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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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M5가 등장했다. 농익은 파워트레인과 뛰어난 네바퀴굴림으로 무장한 가장 강력한 M5다.



BMW 퍼포먼스 세단의 역사는 1985년 M5(E28)로부터 시작한다. 레이싱 혈통 수퍼카 엔진(M88)을 얹은, 당대 최고의 고성능 세단이었다. 이어진 후속 모델들도 특별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주목을 받았다. 빠른 엔진 반응과 균일한 출력 상승을 돕는 독립스로틀 보디를 고수했고, 전용 V10 자연흡기 엔진도 선보인 바 있다. 어디 그뿐이랴. 수동에 기반한 자동화 변속기를 빠르게 도입하기도 했다. 이에 비하면 V8 4.4L 직분사 트윈 터보와 토크컨버터 8단 자동변속기를 함께 맞물린 신형(F90)은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인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경쟁자에게 앞길을 내주려는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기계적 신뢰도가 높은 파워트레인이 만든 역대 최강의 성능을 네 바퀴를 통해 도로 위로 뿜어낸다. 


성능을 고려한 외관 변화

외관은 흉포한 성격을 과시하고 성능 지향적인 퍼포먼스 세단의 기능을 따르는데 충실하다. 더욱 넓어진 에어 인테이크 홀은 트윈 터보 엔진과 브레이크 시스템의 원활한 냉각을 돕기 위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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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에어 인테이크 홀 면적을 넓혔다


여기에 굵직한 주름을 더해 인상도 더욱 과격하다. 넓어진 앞 펜더는 측면 에어 아웃렛과 만나 풍만한 볼륨감을 만든다. 카본 리어 디퓨저와 좌우 양쪽의 트윈팁 머플러로 뒤차에게 고성능 차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M 전용 사이드 스커트, 리어 스포일러, 사이드미러로 일반 5시리즈와 차별화한 멋을 만든다. 

BMW를 상징하는 모델답게 실내 분위기는 고급스럽고 레이시한 감성에 젖었다. 최고급 가죽으로 감싼 도어 트림과 대시보드, 카본 트림과 세미 버킷 타입 M5 전용 시트가 차의 성격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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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에어 인테이크 홀 면적을 넓혔다


두툼한 사이드 볼스터와 함께 어깨를 감싼 등받이 상단부는 신체를 견고하게 지지한다. 새로운 기어노브도 눈에 띈다. 기어 상단부에 변속 시점을 조절하는 버튼을, 아래쪽에 파킹 버튼을 배치한 이 디자인은 M5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그 주변에는 차체 자세제어, 변속 패턴, 댐퍼 감쇠력, 스티어링 무게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각기 다른 드라이빙 설정(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을 조합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 놓인 두 개의 빨간 버튼(P1, P2)은 운전자가 조합한 드라이빙 설정으로 바로 전환하는 단축키다. 


기계적 신뢰도가 높은 파워트레인

갈수록 엄해지는 환경규제로 인해 내연기관의 세대교체가 빨라졌지만, 신형 M5는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났다. 기존 5세대(F10)에서 선보인 V8 4.4L 트윈 터보를 다시금 사용했다. 대신 새롭게 개발한 터보차저와 350바 직분사 인젝터가 더 날카로운 엔진 반응과 효율적인 연소를 이끌고, 주행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작동하는 오일 펌프가 서킷에서도 충분한 윤활 성능을 보장한다. 최고출력은 608마력에 이르며, 76.5kg·m의 최대토크가 1,800rpm부터 5,600rpm까지 폭넓게 발휘되는 덕분에 어느 속도, 어느 회전수에서나 고르게 속도가 붙는다. 강력한 출력에 걸맞은 제동 시스템은 금색 캘리퍼로 칠해진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다. 프론트 6피스톤, 대용량 리어 1피스톤의 구성은 무게 2t에 육박하는 육중한 무게를 감안하면 결코 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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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포한 성능을 자랑하는 V8 4.4L 직분사 트윈 터보 


수동에 기반한 자동화 변속기를 사용하던 이전 모델 E60 M5(SMG), F10 M5(DCT)와 달리, 전통적인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를 사용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는 강력한 출력을 도로에 온전히 전달하기 위한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채택하면서 거기에 맞는 변속기가 따라붙은 결과다. 기존 ZF 8단 자동을 M5에 맞게 개량한 것으로 듀얼클러치가 아쉽지 않을 만큼 변속 속도가 빠르다. 즉 파워트레인을 새롭게 개발하기보다는 노하우가 많은 기존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성능을 끌어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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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 패턴, 가변 댐퍼, 스티어링 휠을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3단계로 변속 시점을 조절하는 기능은 다른 M모델과 마찬가지. 1단계는 부드럽고 효율적으로, 2단계는 스포츠 주행을 위한 조금 높은 엔진 회전에서, 3단계는 높은 엔진 회전수로 서킷 주행에 알맞은 변속을 한다. 여기에 3단계로 조절 가능한 가변 댐퍼와 결합하면 차의 성격이 극단을 오간다. 드라이브 로직 1단계에 컴포트 서스펜션을 조합하면 안락하기 그지없는 고급 비즈니스 세단이지만, 드라이브 로직 1단계에 스포트 플러스 서스펜션을 조합하면 절도 있는 스포츠카와 다름없다. 시종일관 뻣뻣한 경쟁 모델보다 변신의 폭이 훨씬 큰 덕분에, 혈기 왕성한 20대부터 편안함을 추구하는 70대 운전자까지 모두가 만족스럽게 운전할 수 있겠다. 다만 서스펜션 특성이 스포트 플러스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는 까닭에, 부드러운 컴포트에서는 피칭이 다소 과하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M 최초의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

섀시 튜닝은 프랑스 남부의 미라마스(Miramas)와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에서 대부분 이뤄졌다. 시속 300km로 주행할 수 있는 초고속 원형 서킷과 극한의 고저차를 포함한 코너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것이다. 더블 위시본 구조 프론트 서스펜션은 M5를 위해 새롭게 제작했다. 차폭이 35mm 넓어진 덕분에 코너링 성능이 증대되었고 더 단단한 고무 마운트를 사용해 조종 안정성을 높였다. 이를 차체에 고정하는 스트럿 타워와 벌크헤드도 강화했다. 또한 차체 하부는 X자 브레이스와 리어 액슬에 추가적인 구조물을 덧대어 강성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게 증가는 최대한 억제했다. CFRP 지붕, 배기 시스템과 브레이크(브레이크에서만 23kg을 감량했다) 등 다양한 경량화 설계가 더해진 덕분이다. 보통 130kg 이상 나가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진 것을 감안하면 실제 차체 무게는 큰 감량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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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은 CFRP로 무게를 덜어냈다


정교한 조향 성능을 무너뜨리지 않고 강력한 출력을 능동적으로 배분하는 기술이야말로 M5의 핵심. 시리즈 최초의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도 M5를 위한 맞춤형이다. BMW는 이를 M Drive라 부른다. 차체자세제어 장치를 해제하면 구동 배분에 따라 뒷바퀴굴림(2WD), 네바퀴굴림(4WD), 네바퀴굴림 스포츠(4WD Sport)를 선택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후륜구동에 가까운 핸들링과 차의 움직임이다. 뒷바퀴 굴림에서는 앞바퀴에 가는 동력을 끊고 오로지 뒷바퀴로만 출력을 쏟아낸다. 또한 전자식 LSD의 도움으로 드리프트도 가능하다. 이때는 ABS만 개입하며, 스티어링 휠의 무게도 조금 가벼워진다. 4WD에서는 자세제어 장치가 활성화된 상태에서도 일정량의 뒷바퀴 미끄러짐을 허용하며, 4WD Sport는 뒷바퀴에 보다 많은 구동력을 배분한다. 이 상황에서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트랜스퍼 케이스의 다판 클러치가 작동하면서 구동력을 네 바퀴에 유연하게 배분한다. 이처럼 영리한 네바퀴굴림 시스템의 도움으로 구동 손실 없이 가속 할 수 있는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3.4초,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km 도달하는데 11.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참고로 최고속도는 시속 250km에서 제한되며 드라이버스 패키지를 선택하면 시속 320km까지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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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레버 상단의 드라이브 로직 버튼으로 변속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가속하더라도 스티어링 휠에 가해지는 인위적인 저항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구동력 배분이 감쪽같고, 조향 감각도 정교하다. 여기에는 중립구간 기어비가 더욱 촘촘한 스티어링 기구가 칼날 같은 조종감에 한몫한다. 한편 뒷바퀴를 조향하는 인테그랄 스티어링은 탑재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최소회전 반경은 조금 늘었지만, 인테그랄 스티어링의 이질적인 조향감에 불만 있던 기자는 없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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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인치 더블스포크림 휠 속에 자리 잡은 카본 세라믹 디스크


시대를 따른 변화, 그럼에도 변치 않는 매력

예전 같았으면 네바퀴굴림 M5는 상상도 못 했을 일. 출력 경쟁이 심화되면서 높아진 출력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변화지만, 그럼에도 뒷바퀴굴림에 가까운 몸놀림을 최대한 유지해 변함없는 매력을 지켰다. 아울러 부드럽고 빠른 자동변속기와 가변댐퍼의 도움으로 비즈니스 세단과 스포츠카 사이의 극단적인 성격도 거머쥔다. 농익은 파워트레인을 정교하게 다듬어 강력한 성능을 구현한 M5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진화 방법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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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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