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콤팩트 SUV 열전
2018-09-05  |   26,999 읽음

수입 콤팩트 SUV 열전

COMPACT SUV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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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팩트 SUV가 대세다. 작은 덩치의 감각적인 스타일과 실용성, SUV 광풍이 더해져 세계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너도나도 콤팩트 SUV를 쏟아내는 이유. 그러나 크기는 같을지언정 방법은 제각각이다. 여기 대표적인 다섯 가지 방법을 한자리에 모았다.


VOLVO XC40 T4 AWD

그득한 감성


글 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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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40 타봤어? 탈 거면 나 좀 불러줘. 구경하게.” 대학 동기 모임에서 현역 디자이너로 일하는 친구들이 이구동성 꺼낸 말이다. 과거 ‘실용적이지만 투박한 차’라며 외면받던 볼보가 젊은 디자이너의 관심을 끌다니, 요즘 볼보 디자인에 물이 오르긴 올랐나 보다. 기자가 다섯 대 콤팩트 SUV 중 XC40을 주저 없이 고른 이유도 다르지 않았다. 


남다르게 

이날 모인 5대 SUV 가격은 대략 4천~5천만원 대. 길이 겨우 4,400mm 수준 올망졸망한 차들이 브랜드 하나 앞세워 아주 기고만장이다. 그렇다고 성능이 짜릿하지도, 대단한 기술이 들어간 것도 아닌 고작해야 각 브랜드 입문형 SUV인데 말이다. 이 차들이 내세우는 건 빤한 국산 SUV에 없는 개성과 수입 브랜드의 감성. XC40은 그런 점에서만큼은 윗급 모델 부럽지 않다.


스타일부터 색다르다. 당돌한 막내가 S90부터 시작된 패밀리룩을 살짝 비틀어 변화를 꾀했다. 둥글둥글한 다른 볼보와 달리 잘 다린 셔츠처럼 각을 잡았고, 망치라기보다는 두 개의 하키 스틱으로 바뀐 주간주행등과 역슬렌트 노즈(포드 머스탱처럼 그릴 위쪽이 더 튀어나온 디자인)로 인상도 확 바꾸었다. 90인지 60인지 분간이 어려운 형님들과는 다르다. 


특히 세련된 그래픽이 컨셉트카 느낌을 물씬 풍긴다. C필러에서 치솟는 벨트라인(옆 유리창 아래 철판과 맞닿는 선)과 깔끔하게 그은 파팅라인, 바닥 쪽 기교를 부린 검은색 플라스틱까지. 작은 SUV를 감싼 독특한 그래픽이 신선하다. 비록 시승차는 검은색 도장이 이런 강점을 모두 묻어버렸지만. 볼보다운 정갈한 분위기를 지킨 채 새로움을 탐한 디자인 감각이 놀라울 따름이다.


북유럽 가구처럼

실내는 볼보답다. 운전석에 앉아 바라보면 차분한 스타일에 마음이 편하다. 세로형 모니터를 중심으로 버튼을 없앤 간결한 구성은 둘째 치고, 검은색 대시보드 위 회색빛 수공 드리프트 우드(유목, 流木) 장식이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여기에 광을 줄인 금속 소재 손잡이와 네모난 송풍구, 하만카돈 스피커 덮개가 단조로운 실내에 은은히 멋을 더한다. 딱 필요한 만큼 꾸민 모양새. 빛을 발하는 크리스탈 기어 노브마저 매끈하게 다듬어 과하지 않다. 곳곳에 붙은 스웨덴 국기가 증명하듯 깔끔한 북유럽 감성이 진득이 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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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하게 고급스러운 북유럽풍 감성이 담긴 실내


물론 공간은 좁다. 길이 4,425mm의 콤팩트 SUV에 무얼 바랐나. 1열 동승자간 거리는 너비가 넓어 넉넉하지만, 2열은 쿠션이 짧고 등받이 각도가 꼿꼿이 섰다. 성인 네 명이 어깨 비비지 않고 탈 수는 있어도 편하다고 할 수는 없을 수준. 딱 콤팩트 SUV 답다. 그래도 노트북이 쏙 들어가는 큼직한 도어 포켓이나 갑 티슈를 꿀꺽 삼키는 콘솔박스 등 작은 공간을 크게 쓰려는 노력은 돋보인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460L, 2열 시트를 접었을 때 1,336L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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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받이 각도가 방금 전입 온 이등병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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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L(최대 1,336L) 트렁크는 칸을 나눌 수도 있다


폭신한 SUV

의외로 시동 버튼은 다른 볼보와 달리 일반적인 스티어링 칼럼 오른편에 붙었다(다른 볼보는 센터콘솔 위 로터리 방식). 역시 좁은 실내를 조금이나마 넓게 쓰기 위한 설정.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어도 차분한 실내 분위기는 그대로다. 가솔린 엔진답게 진동을 가볍게 전할 뿐이다.


가속은 가뿐하다. 민첩한 회전 질감과 함께 1,400rpm부터 일찍이 30.6kg·m 최대토크를 뽑아내는 싱글터보가 1,740kg 무거운 차체를 가벼이 이끈다.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의 가속도 제원상 0⟶100km/h 가속 8.5초에서 엿보이듯 부족함 없다. 다만 아이신제 8단 변속기가 굼뜬 게 흠이다. 변속 충격이나 변속 시점은 나무랄 데 없으나, 항속 중 고단 기어에서 저단 기어로 바꿔 무는 속도가 한참 걸린다. 앞 차를 추월하려 페달을 밟아도 반응이 늦어 당황스러울 정도. 급가속 시엔 수동 조작으로 미리 저단 기어를 물려놓는 게 속 편하다.


100km/h 이후 가속은 시속 180km 부근까지 거침없이 이어지며, 다소 더디지만, 시속 190km를 넘기는 것도 어렵지 않다. 빠른 속도에서 안정감은 유럽차답게 준수한 편. 운전대가 적당히 무겁고 잔진동도 효과적으로 거른다. 다만 서스펜션이 스트로크가 길고 부드러워, 너울을 만나면 앞뒤로 연이어 흔들린다. 충격 후 자세를 추스르는 시간이 짧진 않다.


그만큼 승차감은 폭신하다. 고급을 지향하는 ‘인스크립션’ 시승차는 ‘R-디자인’ 보다 서스펜션이 무르게 조율됐다. 덕분에 정속 주행하거나 방지턱을 넘을 때 한결 부드럽고, 특히 노면 진동을 거르는 솜씨가 좋다. 여기에 동급 최장 2,702mm 길쭉한 휠베이스가 어우러져 전체적인 거동이 여유롭다. 하긴 적당한 출력의 콤팩트 SUV는 이런 성격이 더 어울린다. 


안전은 선택이 아닌 기본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볼보를 탔는데 첨단 기능을 안 써볼 수 없었다. 운전대 왼쪽 버튼을 만져 파일럿 어시스트를 켜자 금세 차선을 읽고 속도 맞춰 달린다. 그런데 운전대를 놓을 새가 없다. 손을 떼자마자 10초 이내에 경고가 들어오고, 그래도 안 잡으면 망설임 없이 기능을 꺼버린다. 운전대 놓고 딴짓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 자율주행을 즐기더라도 운전대엔 손을 꼭 올려놔야 한다. 그게 원래 맞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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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직스러운 파일럿 어시스트. 모든 XC40에 기본이다


차선 인식률이나 앞차와 간격을 조정하는 실력은 자율주행 개발에 열 올리는 볼보답게 안정적이다. 이 외에도 안전상 실험은 못 했으나 직접 운전대를 돌려 충돌을 피하는 충돌 회피 기능, 교차로 사고를 줄이는 교차로 제동 기능 등이 들어갔다. 이 모든 기능이 동급 유일 기본이다.


약 330km를 달리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L당 9.7km. 고속주행이 많았지만 다소 격하게 달린 주행환경을 생각하면 10.3km/L 공인 연비만큼 나왔다. 실시간 연비 추이를 살펴보면 부드럽게 달릴 땐 효율이 높게 솟지만, 페달을 밟을 때 그 이상을 까먹는다. 정속주행 효율이 높고 급가속 시 대 배기량처럼 기름을 부어 넣는 가솔린 터보 엔진답다.  


XC40은 감성을 자극한다. 영락없는 작은 SUV지만, 감각적인 스타일 아래 북유럽풍 실내를 오롯이 담았다. 남들처럼 독일차를 쫓지도, 눈에 띄려고 안달 나지도, 어설프게 꾸미지도 않는다. 작지만 개성 강한 고급차 같달까. 마음 놓이는 안전 사양 역시 모두 기본.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XC40 중 가장 비싼 인스크립션 시승차 가격은 5,08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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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EDES-BENZ GLA 220

너도 SUV니?


김민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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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인 수입 컴팩트 SUV 중에서 이름값으로 치면 가장 고급스러워야 할 차가 뭘까? 열에 아홉은 GLA를 꼽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GLA는 여러모로 가장 보급형 SUV에 가까웠다. 다섯 대 중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SUV가 되고 싶었던 크로스오버

이젠 좀 그만 할 때도 된 것 같지만 이 말은 해야겠다. 여전히 분간이 안 가는 포지셔닝 얘기다. 기자가 몰고 있는 해치백과 다를 게 뭔가 싶을 정도로 차체가 낮다. A클래스 플랫폼이 기반이라지만 최저지상고만 띄워놓은 데 그쳐 보인다. 함께 자리한 다른 컴팩트 SUV들은 높이 1,600mm를 가볍게 뛰어넘는 데 반해 GLA는 1,500mm 대를 턱걸이로 겨우 진입한 수준이다. 그나마 띄워놓은 최저지상고 덕분에 이게 혹시 SUV인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는 한다. 그럼에도 벤츠는 GLA를 크로스오버가 아닌 SUV라 고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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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꽤 여유로운 뒷좌석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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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421L의 트렁크 용량은 2열 등받이를 접으면 1,235L로 늘어난다


GLA가 A클래스와 다른 이유를 찾아본다. 차체 앞뒤로 쓴 매트한 질감의 은색 가니쉬가 우선 눈에 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보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가드에 공기구멍을 송송 뚫어놓아 박력이 느껴지는 역동적인 디테일을 추가했다. 앞뒤좌우 전체적으로 플라스틱 가드를 둘러놓아 확실히 해치백보다는 거친 도로도 가볍게 주파할 것 같다. 빨리 어른이 되어 하지 말란 것만 챙겨 하고 싶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 누구보다 SUV가 되고 싶었지만, 그만큼 발육이 따라주지 못한 크로스오버의 지난날이 오버랩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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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궁금하게 만드는 일체형 헤드레스트


퀀텀 점프를 기다리는 인테리어

분간 안 가는 포지셔닝은 운전석에 앉으면 보다 확실해진다. 키가 큰 편이 아닌데도(177cm), 앉은 키 역시 평균 수준임에도 머리가 천장에 닿을까 말까 한다. SUV가 아닌 크로스오버로 불러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정수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살펴본다. 이번 GLA는 작년 초 공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그 사실이 쉽사리 와 닿지 않는다. 다들 첨단을 향해 가는 마당에 홀로 역행하는 듯한 다이얼 패드는 물론, 베젤 두께가 상당한 팝업 디스플레이 때문이다. 실내에서 이 차가 벤츠란 사실을 알게 해주는 장치는 운전대에 붙은 삼각별과 송풍구 디자인 정도다. 실내 소재 역시 전체적으로 무난한 듯 보이지만 센터 콘솔과 센터패시아에서는 벤츠 냄새를 맡기 어렵다. 차라리 차체와 엔진 등 상당 부분을 공유하면서 보다 세련된 실내를 갖춘 데다 가격까지 저렴한 인피니티 Q30이 낫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협업으로 되려 벤츠가 못나보이게 됐다. 역시 벤츠 감성을 제대로 느끼려면 미드사이즈 이상으로 가야 하나보다. 그래도 GLA 체급을 갈구한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신형 A클래스가 하극상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퀀텀 점프를 해내며 잘 빠진 내적 아름다움을 갖추게 됐으니 말이다. 내후년 즈음 얼굴을 비칠 GLA에도 이런 아름다움이 담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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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내는 절대 흡족할 수 없다


할 만큼만 하는 이성주의자

시승차를 받으면 보통 데미지 여부를 체크한다. 외관에 흠집 같은 게 없는지 미리 확인해 나중에 반납할 때 불필요한 얘기가 나오는 걸 미연에 막기 위함이다. GLA야 새로울 거 없는 디자인인 데다 바로 촬영 장소로 이동해야 했으므로 감상보다는 확인에 가까운 검수 후 차에 올라탔다. 한두 해 전만 해도 도로 위를 달리는 GLA는 AMG를 빼면 거진 200d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승차 역시 엔트리 디젤임에도 벤츠라서 정숙성은 끝내준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디젤보다는 가솔린에 가까운 변속 타이밍을 보고는 가솔린 모델임을 뒤늦게 알아챘다. 


초반 가속에서는 아무래도 가솔린 엔진인지라 꽤 날렵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렇다고 디젤보다 월등한 수준의 민첩함은 아니다. 컴팩트 SUV의 본분을 지키면서 벤츠라는 출신 성분에서 오는 무게감을 적당히 지킨 정도랄까. 급박한 전개의 일상보다는 도심 속 여유로운 일상이 어울리는 GLA답게 한 박자 빨리 변속하며 힘쓰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에 두면 엔진회전수를 조금 더 높게 활용하면서 짐작 가능한 움직임을 보인다. 적당히 운전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수준이다.


촬영 중 다소 험한 비포장도로를 달려 봤다. 불안하지만 제법 달리는가 싶던 차는 야트막한 언덕길을 만나자 이내 자신의 영역이 아님을 몸소 어필한다. 경사가 완만함에도 접지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길을 만나자 금세 버거움을 드러낸 것. 생활 반경에 조금이라도 비포장도로가 걸쳐 있다면 네바퀴굴림 모델인 250 4MATIC을 고르는 게 현명해 보인다. 그래도 최저지상고가 높은 만큼 요철이 심한 포장도로 정도는 부드럽게 넘실거리며 넘어간다. 그 느낌이 꽤 괜찮아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정도만 같아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확실히 해치백에서는 느낄 수 없는 주행감이다. 아쉬운 구석이 없진 않지만 벤츠는 입문형 SUV, 또는 크로스오버로서 부족하지 않을 딱 그만큼의 실력을 GLA 안팎에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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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 콤팩트 SUV 시장은 티구안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가운데 3008과 GLA, XC40, E페이스가 뒤를 쫓는 양상이다. 

지난 7월 티구안은 무려 1,208대를 판매했지만, 다른차는 200대도 넘지 못했다. 

콤팩트 SUV 주력 시장인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티구안이 지난 상반기 약 16만대를 판매하면서 굳건히 1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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