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 시승기 7회] 푸조 208, 아기 사자가 응급실을 찾다
2018-08-31  |   57,859 읽음

「롱텀 시승기 제7회」


아기 사자가 응급실을 찾다


d011476c952366792ea3ad1fbbfb1439_1535678892_9866.jpg

운전을 하면서 나나 타인을 위험에 빠뜨릴 일은 하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그래도 사고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번에도 그랬다. 당황스러움 속에서, 한 편으로는 푸조 서비스센터의 사고대응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고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9년간 운전하면서 지금까지 겪은 사고는 총 세 번. 운전 미숙이 빚은 단독 사고가 두 번이었고, 가만히 서 있다가 뒤에서 받힌 사고가 한 번이다. 어느 한 번도 ‘아, 오늘은 사고가 나겠구나’라는 예상은 해 본 적이 없다. 이번에 겪은 네 번째 사고도 그랬다.

여느 때와 같은 하루였지만, 아침부터 이유 없이 한쪽 눈이 따끔거려 좀처럼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결국 점심밥을 포기하고 안과를 다녀오기로 하고, 차를 몰고 나선 게 화근이었다. 욱신거리는 눈을 끔뻑거리며 병원으로 가던 중, 대로 한복판을 굴러다니는 새까만 무언가를 발견했다. 강한 햇빛과 불편한 눈 탓에 처음에는 비닐봉지가 떨어져 있는 줄 알았다.

그것이 사람 팔뚝만 한 새까만 돌덩어리라는 걸 알아챈 건 불과 10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였다. 아뿔싸 싶어 급히 운전대를 꺾었지만,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차가 들썩거렸다. 속으로는 ‘뭣 됐다….” 싶은 탄식만 내뱉을 뿐이었다.


d011476c952366792ea3ad1fbbfb1439_1535678901_205.jpg
낙하물로 인한 타이어 파손은 보상받을 길도 없다. 마음도 아프고 통장도 아프다


뜻밖의 펑크, 뜻밖의 견인

당장 차가 멈추어 서진 않았지만, 차에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하고 차를 세웠다. 역시나 타이어가 터졌다. 그것도 돌을 피하면서 타이어 옆구리를 찍어, 숄더에서 요란한 바람 소릴 내며 공기가 빠지고 있었다. 그나마 사이드 월이 두툼한 섬머 타이어라 한 방에 주저앉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우선 스페어타이어를 찾아봤다.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도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트렁크 밑에는 타이어 리페어 킷 뿐이었다. 연비 향상을 위해 스페어타이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리페어 킷은 유감스럽게도 아주 작은 구멍이 트레드 면에 난 경우에만 유용할 뿐, 지금의 필자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젠장, 대체 이런 건 누가 만든 거야?! 208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템퍼러리 타이어 정도는 의무화돼야 하는 것 아닌가. 괜스레 심술이 났다.

푸조에서 제공하는 견인 서비스는 사고나 고장으로 인한 운행이 불가능 할 때만 무상 견인을 제공한다. 타이어 펑크는 예외다. 하는 수 없이 보험사 견인차를 불렀다. 신차 구입 7개월만에 견인차 신세라니. 타이어가 터진 곳은 인천 서구. 남동구에 있는 인천 서비스센터와 부천에 있는 부천 서비스센터 중 더 가까운 후자를 택했다. 섭씨 38℃의 폭염 속에서 208은 처음으로 견인차에 끌려 서비스센터에 입고됐다.


친절함과 애정이 돋보이는 부천 서비스센터

견인차가 서비스센터에 도착하자 직원들이 나와 마중했다. 담당 직원이 차의 상태를 살펴보고 입고한 뒤 타이어를 주문해 곧바로 작업을 실시하겠다고 설명한 뒤 리셉션 데스크로 안내했다. 그런데 터진 것은 앞 동승석 쪽 타이어인데, 차를 앞뒤로 한참이나 둘러본다. 208이 그렇게 희귀한 차는 아닐 텐데, 무슨 까닭일까? 그리고는 직원이 내게 다가와 깜짝 놀랄 이야기를 했다. “글과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필자의 <자동차생활> 롱텀 시승기와 SNS 사진을 많이 봤단다. 뒷유리에 붙인 작은 동호회 스티커와 해외직구로 구입한 리어 스포일러만으로 필자의 차를 알아봤다는 데에 깜짝 놀랐다. 이곳 서비스센터를 하루에도 십수 대의 차가 방문할 텐데,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일과 취미는 다른 영역이므로 매일 푸조를 다룬다고 해서 반드시 푸조에 애정이 있으란 법은 없다. 하지만 이곳 서비스센터의 직원들은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보였다. 자신도 208을 몬다며, 리어 스포일러를 어디서 구입했는지 묻기도 하고 앞서 롱텀 5회에서 다뤘던 오렌지색 206 매물을 봤다며 다음에 꼭 그 차를 구경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차와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서비스센터라면 당연히 차를 믿고 맡길 수 있겠다.

부천 서비스센터는 최근 확장 이전한 곳이어서 그런지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경정비는 물론 사고수리와 도색까지 가능하다. 정비역량 확보를 위해 저렴한 중국산 공구가 아닌 프랑스와 독일에서 수입한 공구와 장비를 비치했다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메이저 수입차 브랜드처럼 서비스 베이가 수십 개씩 마련된 대형 정비공장은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입고에도 곧장 서비스를 받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d011476c952366792ea3ad1fbbfb1439_1535678942_3951.jpg

부천 서비스센터는 최근 확장 이전해 시설이 깨끗한 편이다
d011476c952366792ea3ad1fbbfb1439_1535678942_4444.jpg
도색용 도료는 계속 섞어 굳지 않는 환경을 유지 중이다


출고용 타이어 수급은 아쉬워

다만 타이어 교체에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다. 출고용 타이어와 같은 제품을 구할 수 없는 것. 208 GT라인의 순정 타이어는 205/45R17 규격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PS)3. GT라인답게 출력 이상으로 강한 접지력의 섬머 타이어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소매 판매가 중단된 모델이라는 사실이다. 프랑스에서는 아직 PS3가 판매되지만, 국내에서는 그 후속 모델인 PS4만 판매 중이다. 이 때문에 PS3를 직접 수입해 재고로 확보하지 않고, 타이어 판매상을 통해 수시로 교체용 타이어를 공급받는 푸조 시스템에서는 순정과 동일 규격의 타이어를 구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섬머 타이어도 재고를 확보하기 어려운 까닭에, 결국 접지력이 떨어지는 사계절 타이어를 구입했다. 좌우 접지력이 다른 건 차에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아 반대쪽 타이어도 탈거해 여분으로 보관하고, 두 짝을 사계절 타이어로 교체하기로 했다. 타이어를 결정한 뒤에는 제품을 받아 바로 교체, 휠밸런스를 확인한 뒤 차량을 출고했다.


d011476c952366792ea3ad1fbbfb1439_1535678970_6122.jpg
새 타이어는 승용 사계절 타이어인 금호 마제스티 솔루스를 택해야 했다


수입차 서비스센터는 비싼 공임과 부품값으로 사설 정비소보다 훨씬 비싸다는 게 통념이지만, 예상외로 이번 타이어 교체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마무리했다. 타이어 값과 장착 공임을 합친 총 비용은 일반 타이어 판매상에서 구입해 장착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 어쨌거나 뜻밖의 지출은 속이 쓰렸다.

또한 서비스센터에서 순정과 동일한 타이어를 장착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 출고용 타이어는 제조사에서 그 차의 성능을 100% 발휘하기 위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타이어다.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타이어를 바꿀 수는 있겠지만, PS3의 성능에 만족했던 입장에서는 성능이 떨어지는 타이어를 끼운 게 영 아쉽다. 실제로 와인딩 로드에서 이전보다 ESP(전자제어장치)의 개입이 잦아졌다. 윈터타이어로 겨울을 난 뒤 내년 봄에는 다시 섬머 타이어를 구입해서 장착할 예정이다.

어쨌거나 뜻하지 않게 방문한 서비스센터의 서비스 품질은 이번에도 퍽 만족스러웠다. 작업 중인 차가 많았음에도 입고부터 출고까지 걸린 시간은 두 시간 남짓. 친절하고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직원들의 응대도 좋았다. 3008 같은 SUV 모델 판매가 크게 늘면서 푸조 서비스센터도 앞으로 계속 확장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BMW 화재 이슈와 더불어 수입차의 서비스 역량에 대해서도 많은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푸조만큼은 계속해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d011476c952366792ea3ad1fbbfb1439_1535679003_9657.jpg
 


글, 사진 이재욱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