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키드 카 시승기
2018-08-17  |   50,109 읽음

NAKED CAR

OPENERS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484_8955.jpg

바람을 맞이하는 세 가지 방법.



PORSCHE 718 BOXSTER GTS

후련한 오픈카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529_2579.jpg

글 윤지수 기자 


상상해보자. 오픈카 뚜껑 열고 고갯길을 휘젓는 기분을. 그런데 그 차가 포르쉐다. 운전대엔 황금빛 슈투트가르트 방패 문장이 반짝이고 코너링은 마치 도로에 레일 깔린 듯 정교하다. 이 정도면 방금 부부싸움 하고 뛰쳐나온 상황이라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을 거다. 오픈카, 포르쉐, 고성능 꿈의 세 단어가 녹아는 718 박스터 GTS에 스트레스가 함께할 자리 따윈 없다.


뚜껑을 열다

날씨가 이토록 원망스러웠던 적이 있었나? 어젯밤 포르쉐 탈 생각에 설레는 맘으로 잠들었건만 도로는 젖었고 비는 추적추적 내린다. 당장 기청제(비가 멎기를 비는 제사)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 덕분에 오전 내내 ‘툭툭’ 소프트톱을 때리는 묵직한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감성에 젖어야만 했다.

특히 고급스러운 실내가 그 감성을 돋운다. 곳곳에 들어간 알칸타라는 서늘한 날씨에 포근함을 더하고, 진짜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실내 장식엔 플라스틱이 흉내 낼 수 없는 무게감이 뱄다. 물론 가장 만족스러운 건 운전대 가운데 자리 잡은 포르쉐 엠블럼이지만.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553_1925.jpg

GTS 자수가 박힌 알칸타라 시트는 자꾸만 실내를 열어 자랑하고 싶게 만든다. 뒤쪽 알루미늄-스틸 합금 소재 롤오버 보호 장치는 그 마음에 든든함을 더한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553_2577.jpg
알칸타라와 붉은 재봉선이 어우러진 실내


이런저런 감상에 빠져있을 즈음 기자의 염원이 하늘에 닿아 날씨가 갰다. 축제 시작이다. 일단 뚜껑부터 열자, 단 9초 만에 검은 장막을 걷어내고 머리 위 하늘이 펼쳐진다. 겨우 지붕 하나 걷었을 뿐인데 왜 하늘을 처음 올려다보는 것처럼 황홀한 걸까? 아마 차에서 만나는 하늘은 여전히 생소하기 때문일 터. 도로 위에서 납작한 시트에 파묻혀 머리 위만 드러낸 기분은 안정적이면서도 짜릿해 오묘하다.

가까워진 하늘만큼 배기음도 생생하다. 4기통 엔진의 배기음이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겠지만 718 GTS는 저속에선 할리데이비슨처럼 ‘두둥~ 두둥~’거리고, 고속에선 포르쉐 특유의 시원스러운 소리를 쏟아낸다. 포르쉐에 따르면 엔진 헤드 두 개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누운 수평대향 엔진 특유의 음색이라고. 묵직한 소리를 들으며 유유히 오픈 에어링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585_3885.jpg

검게 처리된 헤드램프와 20인치 휠이 역동적인 분위기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585_4496.jpg
검은색으로 마무리한 배기구. 4기통이라고 믿기 어려운 멋진 소리를 낸다


마음을 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오픈카의 매력. 박스터의 진가는 지금부터다. 차를 조금만 좋아한다면 알 거다. 수평대향 엔진을 차체 가운데 얹은 박스터는 태생부터 달리기 위해 태어난 차라는 걸. 게다가 이 차는 일상을 아우르는 선에서 최고의 성능을 지향한다는 GTS 엠블럼이 붙은 차가 아닌가.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바꾼 후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한층 소리를 키우며 우렁차게 튀어나간다. 초반 가속은 0⟶100km/h 가속 4.1초 제원에서 볼 수 있듯 순식간이고, 시속 220km까지도 거침없다. 단지 열려있는 앞 유리창 끝에서 찢어지는 바람 소리가 무서울 뿐이다. GTS만을 위해 인테이크 덕트(공기 흡입 터널)를 키우고 과급압을 1.1bar(718 S)에서 1.3bar로 높여 최고출력을 365마력으로 높인 효과. 최고속도는 2.5L 배기량이 무색하게 시속 290km에 달한다. 

특히 7단 PDK 변속기가 인상 깊다. 여태까지 타본 스포츠카 중 가장 빠를 정도로 고단에서 저단을 바꿔 무는 속도가 빠르고, 시프트업 속도도 엄청나다. 직결감까지 뛰어나 4단 기어로 시속 204km로 끌어올린 후 5단으로 변속할 때마저 뒤통수를 때린다. 런치 컨트롤을 2,000번 보증할 만큼의 내구성도 갖췄으니 오늘날 듀얼클러치 변속기 기술의 정점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주행풍에 이마가 얼얼할 만큼 달리고 달려 경기도 안성 한 고갯길에 도착했다.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를 7분 40초 만에 돌파한 718 GTS를 타고 직진만 할 순 없었으니. 높낮이 차가 심하고 헤어핀 코너가 연속되는 코스라 난도는 높더라도 그만큼 718 GTS의 성능을 맘껏 시험할 수 있는 곳이다.

주행모드 다이얼 가운데 ‘스포츠 리스폰스(약 20초간 반응속도를 끌어올리는 기능)’ 버튼을 누르고 출발하니 43.8kg·m 최대토크를 즉각 뽑아내 오르막을 공략한다. 이어 코너를 향해 앞머리를 틀자마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마치 레이싱 게임에서 일반 차만 타다 F1 경주차로 갈아탔을 때 느껴지는 가뿐함이랄까? 무게중심을 엉덩이 뒤편에 두고 코너에 차를 내던지는 느낌은 날렵하면서도 안정적이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622_6617.jpg

너무나 가뿐한 움직임에 다음 코너에서 속도를 더욱 높여봤지만 718 GTS는 웬만해서 한계를 드러내지 않았다. 코너 중심에서도 ‘수평으로 달린다’는 생각이 들 만큼 롤링이 없다시피 하고, 과욕을 부려 빠르게 진입해도 언더스티어가 나는가 싶다가도 마법같이 앞머리가 코너 안쪽을 향한다. ‘신의 핸들링’이라며 극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718 GTS의 놀라운 성능은 탄탄한 기본기에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결과다. 선회 시 수평으로 달릴 수 있었던 건 스테빌라이저를 비틀어 쏠림을 줄이는 '포르쉐 스테빌리티 매니지먼트(PSM)'와 전자제어 댐퍼가 작동했기 때문. 그리고 빠른 속도에서 선회가 가능했던 건 코너 시 안쪽(후방) 바퀴엔 제동을, 바깥쪽 바퀴엔 동력을 보내 관성을 이겨내는 포르쉐 토크 벡터링(PTV)이 있어서다. 물론 수평대향 엔진을 가운데 얹은 미드십 구조와 일반 718보다 10mm 높이를 낮춘 서스펜션으로 기본기를 높인 건 당연하고.

총 316km를 주행한 후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7.4km. 마음껏 내달린 대가치고는 썩 나쁘지 않은 편이다. 쉽지 않겠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달렸다면 훨씬 높은 연비가 나왔을 테다. 참고로 공인 연비는 리터당 8.9km다.

포르쉐 718 박스터 GTS는 후련한 오픈카다. 뚜껑 열고 수평대향 엔진 배기음과 함께 단 4.1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거나, 시속 290km로 질주하면 머리뿐 아니라 가슴 속까지 뻥 트일 거다. 특히 고갯길을 공략할 때의 짜릿함이 압권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포르쉐 상사병이 도질 만큼.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630_5443.jpg



JEEP WRANGLER(JK)

원초적 본능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669_8662.jpg


글 이인주 기자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참이던 1940년대. 군대는 아직 차량화가 덜 된 상태였다. 이때 실전에 처음 투입된 윌리스 MB는 어떤 지형이든 돌파하는 험지 주파성과 빠른 기동력으로 무척이나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지프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 차를 만들던 윌리스-오버랜드는 1944년 민수용으로 개수하고선 CJ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장에서 발휘한 뛰어난 성능을 발판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물론이며, 여러 나라에서 라이센스 생산까지 이루어졌다. 1986년 단종할 때까지 45년간 판매된 대수는 총 150만대. 또한 미쓰비시 파제로, 쌍용 코란도 등 유수의 오프로더가 CJ의 직계후손이었을 정도로 그 영향력도 대단했다.


원초적 모습 간직한 차, 랭글러

1987년에는 후속인 지프 랭글러(YJ)가 등장했다. 현대적인 설계의 첫 번째 랭글러 시리즈였다. 이후로 1997년 랭글러(TJ), 2007년 랭글러(JK)로 10년마다 꾸준히 개량을 거듭하며 가장 지프다운 지프가 어떤 모습인지를 입증해왔다. 다른 SUV가 편의성과 실용성을 더해가며 승용차에 가까워지는 가운데, 랭글러는 원조 지프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오로지 오프로드 성능에만 집중한 차로 남아왔던 것이다. 한결같은 외관을 고수하는 이유도 바로 이와 같다. 접근각과 이탈각을 고려한 높은 최저지상고와 짧은 오버행, 차체 밖으로 뻗은 휠하우스 등 전장에서의 요구조건을 반영해 만들어진 초대 지프의 특징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1940년대 차의 클래식한 멋을 오늘날에도 간직한 유일무이한 차가 된 셈이다. 

한편,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가 수십년 째 그대로일지 몰라도, 랭글러의 상품적인 위치는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 농업용 트럭과 승용차에서 출발했으나, 오늘날에는 오프로더 마니아가 찾는 아이템이자 이러한 멋을 즐기려는 이들의 패션카로서 역할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달라진 분위기는 차체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체격이 훨씬 커졌다. 2007년 랭글러(JK)는 처음으로 롱보디 5도어 모델을 출시하여 뒷좌석 탑승객의 편의성과 운전자의 추가적인 공간을 마련했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704_2339.jpg
이보다 더한 개방감을 주는 차는 드물다 


510mm나 길어진 휠베이스로 인해 오프로드 성능이 떨어졌지만, 고객이 생활 속에서 랭글러를 즐기기 위해서는 넉넉한 공간이 꼭 필요했다. 또한 문짝과 지붕을 손쉽게 탈거 할 수 있도록 고려한 설계는 오리지널 CJ에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오프로더 마니아의 취향을 공략한 패션카 다운 발상이다. 네이키드라는 오늘 주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유다. 분해와 조립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드라이버로 고정된 나사를 풀고 조이면 로봇처럼 뚝딱 변신한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726_8996.jpg
파워 윈도우 스위치는 센터 페시아에 위치했다. 문짝 무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를 구현한 지프의 아이디어도 무척이나 재밌다. 도어는 힌지가 외부에 자리 잡고 있어 사용자가 차 외부에서 나사를 조이고 풀 수 있고, 나사선도 아래쪽으로 파놓아 풀고 조인 흔적이 밖에서 쉽게 보이지 않도록 했다. 문짝은 성인 남자 혼자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이는 창문 스위치를 차체 중앙에 배치해 스위치 뭉치와 배선의 무게를 문짝에서 덜어낸 덕분이다. 하드톱 지붕은 실내에 위치한 세 개의 잠금장치와 지붕에 있는 2개의 나사, 그리고 3열에 위치한 6개의 나사만 풀면 분리된다. 다만 무게가 만만치 않은 까닭에 성인 남자 셋은 있어야 들 수 있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747_2035.jpg

마찬가지로 스피커 역시 대시보드 전면과 천장에 위치했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747_2842.jpg
문짝은 성인 남자 혼자서도 분리할 수 있다


원초적 즐거움 간직한 본격 오프로더

운전자를 감싸는 모든 외피를 벗어 던지자 원초적인 즐거움이 전해져 온다. 고개를 돌리면 땅을 내려다볼 수 있고, 뻥 뚫린 지붕과 차체 옆을 통해 햇볕과 바람이 신체를 두드린다. 태어나 처음인 이 생경한 경험은 머리 위만 뚫려있는 컨버터블과 또 다르다. 사람에 따라 약간 무서울 수도 있지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전복에 대비한 롤케이지 프레임이 차체를 든든히 보호하며, 신체를 잡아 줄 안전벨트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은 비포장도로에서 더욱 생생히 살아난다. 차체 옆으로 날리는 흙의 모습과 바퀴 한쪽이 뜨는 휠 트레블도 고개만 내밀면 바로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차의 발진감은 예상보다 부드럽고 묵직하다. 최고출력 284마력을 내는 V6 3.6L 가솔린 엔진이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덕분이다.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동력은 5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굵직한 형태의 DANA 44 리어 액슬과 DANA 30 프론트 액슬로 전달되어 네 바퀴를 굴린다. 여기에 오프로드 성능을 더욱 강조한 루비콘 사양의 경우, 프론트 액슬이 리어와 같은 DANA 44이며, 버튼 하나로 프론트 스태빌라이저를 분리해 휠 트레블 성능을 더욱 높일 수도 있다. 또한 앞뒤 모두 록킹 디퍼렌셜을 기본 탑재해 막강한 트랙션을 발휘한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782_9718.jpg

주행 감각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무게중심이 높은 까닭에 속도를 붙이기가 부답스럽다. 역시 도심보단 천천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오프로드 주행이 더욱 알맞은 차다. 다른 불만도 있다. 스티어링 컬럼이 틸트만 지원하는데다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이 멀게 배치된 까닭에 스티어링휠 위치에 맞추어 시트를 조정하면 발이 페달에 제대로 닿지 않아 운전 자세가 곤혹스럽다. 신장이 170cm 내외의 운전자라면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이제 랭글러(JK)는 이번 달을 끝으로 한국 시장에서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신형 랭글러(JL)가 채울 예정이다. 최신 기술을 동원한 신형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섀시가 더욱 단단하고 가벼워졌으며, 48V 전장 시스템으로 효율성도 챙겼다. 그럼에도 최대 44˚에 이르는 접근각과 수심  76cm의 도강능력 등 험로 주파 능력은 더욱 증가했다. 기본 소프트 탑과 하드탑 외에도 새롭게 추가한 캔버스 탑으로 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자연과 동화될 수 있다. 더욱 똑똑하고 현명한 랭글러의 등장이 기대된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791_7907.jpg


RENAULT TWIZY

탈거의 미학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827_2199.jpg

글 김민겸 기자


트위지는 많은 것을 덜어냈다. 탈거(脫去)의 미학이다. 차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탈 것의 미학이다. 출시 후 1년이 한참 지났음에도 도로 위 시선은 어김없이 트위지로 향한다. 하루에도 족히 서너 명은 멀리서 훑다가 이내 다가와 질문을 던진다. 여기엔 이름도 한몫한다. 트위지 스펠링을 봤을 때 충분히 ‘튀지(TWIZY)’로도 발음 가능하기 때문이다. 트위지는 테일램프 위에 박아넣은 레터링을 통해 뒤차 운전자에게 “(나) 튀지?”라며 끊임없이 자신의 유니크함을 확인한다. 르노 본사 작명팀에 한국인 직원이 있는 게 분명하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845_4647.jpg
사진이 잘 나왔다. 실제로 보면 정가 1,500만원의 차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시원하게 헐벗다

트위지는 간단명료하다. 자동차에 꼭 필요한 것만 담아서 만들었다. 지난번 부산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전시한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떠오르게 하는 단출한 구성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자동차 구조에 대한 직관적 이해를 돕는 탓에 자동차 강의 시 교보재로 써도 무방할 정도다. 트위지에는 차창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없으면 안 될 기본 옵션(?)이 빠진 셈. 그렇기에 비닐 또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 창을 순정 부품으로 제공한다. 다만 바깥에 손잡이가 없기 때문에 차 문을 열려면 창을 열고 안에 있는 손잡이를 당겨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서스펜션도 애써 감추려 하지 않는다. 동그랗게 말려 있는 스프링과 댐퍼에서 그래도 이게 자동차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프링 굵기가 너무 가느다란 탓에 제 역할을 할지는 의문. 자동차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나머지 에어컨과 오디오 시스템도 없다. 마침 시승이 장마와 겹쳤기에 망정이지 뙤약볕 아래 달렸다면 분명히 탈진 증세가 왔을 거다. 손바닥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 그리고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트위지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오디오다. 시승 중에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피해 가야 했기에 시간과 거리가 한참 더 걸린 점이 심심함을 가중시켰다. 나도 모르게 이따금 들려오는 옆 차 라디오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말았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864_4144.jpg

2인승이다. 좁지만 키 180에 표준체중 남성이라면 탑승 가능하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864_4611.jpg
문짝 하단부에는 불투명한 차창이 들어가 도로 상황을 살필 수 있다  


운전은 오롯이 나의 몫

원가 절감과 체중 감량을 위해 트위지는 논파워 스티어링(Non-Power Steering)을 선택했다. 요즘 시대에 논파워 스티어링이라니! 자동차가 아니라 카트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트위지의 가벼운 몸무게(400kg대)에도 불구하고 정차 시 조향 때는 약간 버겁다. 나름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 관리 중인데도 그렇다. 다만 출발 이후엔 부하가 크게 줄고 타이어의 폭 역시 좁기에 조향이 부담스럽지 않다. 파워 어시스트 없는 차를 운전한 여파는 원래 타던 차로 갈아타면 여실히 깨달을 수 있다. 트위지 촬영을 마친 날 저녁, 마트에 가기 위해 차의 시동을 걸면서 무심코 트위지 타던 버릇이 나왔다. 낮의 뻑뻑한 스티어링 감각을 떠올리며 광배근부터 상완근까지 순간적으로 파이팅 넘치게 힘을 주고 만 거다. 너무나도 무력하게, 아무런 저항 없이 운전대가 휙 돌아가 깜짝 놀랐다. 가입 후 처음으로 자차보험처리 받을뻔한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922_2559.jpg

트위지는 브레이크 시스템 역시 단출하다. 직경 작은 솔리드 타입 디스크는 앙증맞은 차체에 충분하다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달려보면 꽤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한 트위지에게 한 장짜리 디스크는 다소 버겁다. 개발진은 트위지를 타고서 디스크가 뜨겁게 달아오를 정도로 격한 주행을 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 게 분명하다. 페달 밟는 힘을 증폭시키는 진공 부스터도 빠졌다. 오직 운전자의 힘만으로 차를 멈춰 세운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속도를 냈다가 감속이 생각만큼 되지 않아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한번 브레이크의 한계를 깨닫고 나니 그때부터는 웬만해선 60km 위로 속도를 올리기 힘들었다. 트위지 출시 직후, 일각에선 시속 80km 이상으로 주행 가능한데 왜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지 못하느냐는 불만이 제기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트위지는 강변북로를 탔다간 목숨을 걸고 운전해야 하는 차다. 운전자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트위지의 자동차전용도로 운행 규제는 몇 번을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다.


까탈스러움의 끝

고속 주행에서는 여러 가지로 그 한계가 분명한 트위지이지만, 일반도로에서의 기동성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이에 반해서 구매를 결정했다 해도 트위지는 품에 안기까지 많은 제약이 따른다. 가장 큰 문제는 충전 인프라다. BMW i3를 비롯한 현대 아이오닉 일레트릭, 르노삼성 SM3 Z.E. 등 전기차는 메이커 특유의 방식대로 충전이 이뤄진다. 따라서 전원 공급 장치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 한국전력은 전기차 활성화의 일환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마트나 공공기관 등의 주차장에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이는 신축 아파트 단지는 물론 기존 아파트에도 확충되는 중이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서 가장 보편적이랄 수 있는 220V 방식을 채택한 트위지를 위한 충전소는 찾기 힘들다. 220V 콘센트만 필요한 만큼 말 그대로 아무 데나 플러그를 꽂아 충전할 수 있지만, 적법한 범위에서 이용하는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다. 설사 지하주차장 벽면에 콘센트가 있다 해도 단지 내 공용 전기라 사용 허가가 어려울뿐더러 추후 전기 이용료 지불 과정도 복잡하다. 한마디로 인프라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901_8324.jpg

220V 플러그가 전면에 설치되어 있다. 좌측 통엔 워셔액이 담겨 있다


기자 역시 긴 설득 끝에 아파트 관리사무실의 협조를 얻어 시승 동안 하루 2시간씩 충전하는 걸 겨우 허락받았다. 전기료는 추후 고지서상으로 청구받기로 약속했다. 이는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일부 트위지 구매자 중에는 충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청와대에 인프라 확충 및 관련 행정 개선을 촉구하는 청원을 넣었을 정도다.

트위지가 매력적인 이동수단이란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인프라는 한참 부족하다. 지금은 트위지 구매에 있어 적당한 때가 아니다. 2박 3일 시승을 통해 단점은 단점대로, 장점은 장점대로 트위지의 매력을 깨달았다. 그래서 차마 트위지를 품지 못하는 국내 충전 인프라가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아쉽다.


08102a198098cc63bdf42649ad90a134_1534485930_724.jpg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