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 시승기 6회] 콩깍지 벗어 번지고, 푸조 208
2018-08-07  |   106,306 읽음

콩깍지를 벗어 던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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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208과 함께한 지 반년이 지났다. 매일 운행하면서 주행거리는 1만 5,000km에 육박했고, ‘새 차’보단 ‘내 차’에 가까워졌다. 만남의 초기에는 뭘 해도 예뻐 보이기 마련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콩깍지가 벗겨지면 미운 구석이 도드라져 보인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208을 영입하고 6개월이 지나니 흠잡을 구석이 적지 않다.


참된 사랑은 상대방의 흠결까지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아닌 제품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아가페적 사랑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소비자는 자신이 기대하는 부분을 제품이 충족시켜줄 것이라 믿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한 대가로 제품을 받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품의 품질이나 성능이 소비자의 기대치를 상회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대개 소비자가 제품을 판단하는 여러 지표 중 부분적으로는 만족을 주어도, 실망스러운 부분이 공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에 따라 수십 가지 평가 기준이 존재하는 자동차는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하다. 성능, 디자인, 내구성, 편의사양, 승차감, 연비 등등 다양한 지표에서 만족감을 얻거나 실망할 수 있다. 차를 산 지 얼마 안 됐을 땐 뭐든 좋아 보여도 시간이 지날수록 장점의 효용은 줄어들고 단점은 커 보이는 게 사람 심리다.

필자의 208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타는 차면 단점을 느낄 새도 없겠지만, 거의 매일 출퇴근이며 여행이며 열심히 타고 다니다 보니 슬슬 안 좋은 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콩깍지는 벗겨진 지 오래다. 이번 롱텀에서는 지난 6개월간 직접 타며 느낀 단점들을 읊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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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208. 개체 수가 적어 우연히 만나면 괜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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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9 540i를 가끔 탈 때면 정숙성에 감탄하지만, 엄청난 연비 차이는 감당하기 힘들다


잡소리, 그놈의 잡소리

지난 연재에서 밝혔듯 이 차는 내게 다양한 의미가 있는 차였다. 첫 신차 출고이자 첫 프랑스 차고 첫 디젤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름의 환상도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건 “적어도 2~3년간 잡소리 스트레스는 없겠지”라는 것이었다.

이전에 타던 차들은 대체로 소리에 관한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아무래도 연식이 오래된 차이다 보니 내장재 떠는 소리, 낡은 하체 부싱이 찌걱대는 소리, 시트 프레임의 미세한 삐걱임 등 각종 잡소리를 안고 살았다. 맘먹고 내장 복원 업체든 방음 업체든 찾아간다면 고칠 수야 있겠지만, 구동계나 서스펜션 등 주행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하다 보니 잡소리 제거는 우선순위가 많이 밀렸다. 이렇게 소리라면 이골이 난 상태라 신차에서는 적어도 그런 스트레스는 없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게 나의 헛된 희망 사항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중 가장 피곤하게 했던 건 시트 프레임에서 올라오는 소리였다. 앞서 롱텀 3회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좌회전을 할 때마다 요란하게 삐걱거리는 시트는 이미 서비스 센터에서 무상 보증으로 교환까지 받았다. 하지만 교환한 뒤에도 한 달 정도 지나자 다시 소리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다시 찾은 서비스 센터에서도 재교환이나 윤활유 도포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더구나 매일 통근하는 회사원이 소리가 날 때마다 서비스 센터에 가서 점검을 받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기가 막힌 건, 해외 208 포럼에서도 이 시트 잡소리에 대한 문의가 많지만, 마찬가지로 교환이나 윤활 외에 개선품을 적용하거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는 거다. 자동차 하루 이틀 만든 회사도 아닌데, 시트 잡소리 하나 해결을 못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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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오일 교환을 위해 찾은 서비스 센터에서도 잡소리를 해결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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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윙 재장착을 위해 방문한 샵에 서 있는 클래식 500 앞에선 208도 대형차!


결국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력갱생’하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효과 좋다는 액상 그리스와 실리콘계 윤활유를 구입해 소음이 의심되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뿌렸다. 수시로 시트 밑에 기어들어가 도포 작업을 하다 보니, 이제는 대충 어디쯤에서 소리가 나는지도 파악이 됐다. 임시방편으로 해결책은 찾은 셈이지만, 신경 쓸 부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차주 입장에서는 매우 화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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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소리를 잡기 위해 차량용 그리스와 윤활제까지 도포했다


그 밖에도 저렴한 플라스틱 내장재가 수시로 소음을 만들어내며 신경을 긁는다. 콘솔박스를 겸한 센터 암레스트는 조금만 무게가 실리면 뚝, 뚝 소리를 내고, 도어 트림에서도 무언가 떠는 듯한 소리가 올라온다. 최근에는 운전석과 동승석 창문을 1/4 정도 열었을 때 유리창 떠는소리가 나기 시작해 환기 한 번 하기도 신경 쓰인다. 노면이 불규칙한 곳을 지날 때 운전석 앞쪽, 대시보드 안에서 들려오는 ‘딸랑딸랑’거리는 원인 미상의 소음도 꽤 오래됐다. 잡소리만 사라져도 차에 대한 불만의 90%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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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장착했다. 다행히 여기선 잡소리가 안 난다


원래는 조용했던 엔진, 이제는······

소음과 진동이 확연히 요란해진 엔진도 영 불만이다. 성능상의 문제는 전혀 없는데 처음 차를 출고했을 때와 비교하면 NVH가 확실히 나빠졌다. 백번 양보해 소리야 그렇다 쳐도 진동은 분명 요즘 차답지 않다. 어쩌다 친구의 구형 카니발이나 여타 디젤차를 타 봐도 이 정도는 아니니 말이다. 차를 신줏단지 모시듯 운전하기보단 높은 회전수도 종종 쓰는 편이지만, 6개월 된 차가 고회전 영역을 몇 번 사용했다고 덜덜거리는 건 쉬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엔진 진동이 계속되면 필시 내장재의 잡소리도 더 심해질 것이다. 가급적 5년을 꽉 채워 탈 생각인 내게 이런 품질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건 확실히 문제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거리다.

시트 소음 해결에도 난항을 겪은 서비스 센터에서 엔진 진동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을까? 더구나 소음이나 진동은 개인마다 느끼는 편차가 심하고 절대적인 수치로 환산해 보여주기 어려운, 소위 감성 품질의 영역이니 정확한 진단과 문제해결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괜히 스트레스 받을 바에야 차라리 사설 업체에 가서 방음 방진 작업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언젠가 그런 작업을 할 날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게 불과 6개월만일 줄은 몰랐다.

어쨌건 종합적인 만족도는 결코 낮지 않다. 유가가 치솟는 요즘, 에어컨을 풀가동해도 20km/L을 유지해 주는 연비와 시각적 만족도 높은 디자인은 분명 훌륭하다. 하지만 손끝에 전달되는 진동과 귀에 거슬리는 소음은 분명 장기적인 만족도 부분에서는 감점 요인이다. 과연 이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갈수록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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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이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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