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디젤이 아니어도 괜찮아
2018-08-06  |   60,362 읽음

HONDA ACCORD HYBRID

디젤이 아니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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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시승 연비가 손쉽게 L당 20km를 넘나들고, 배터리팩 위치를 바꾼 덕분에 트렁크 활용성은 대폭 개선되었다. 


혼다를 대표하는 중형 세단 어코드는 주력 시장인 미국 기준으로 2012년 9세대, 2017년 10세대가 등장했으니 5년만의 풀 모델 체인지인 셈이다. 게다가 2016년에 대폭적인 마이너체인지를 통해 디자인과 편의 장비는 물론 구동계까지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상당히 촘촘한 진화 주기는 그만큼 많이 팔릴 뿐 아니라 경쟁이 치열하다는 증거. 북미 최고 인기 패밀리 세단 자리를 두고 토요타 캠리와 백중지세의 경쟁을 이어오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국내 판매를 시작한 10세대 캠리는 이번에 하이브리드 버전을 더했다. 혼다는 하이브리드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토요타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 일본 기준으로 11가지 하이브리드 차를 판매하고 있다. 그중에서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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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패키징과 뛰어난 연비

신형 어코드에는 최근 세단 인기 하락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전통적인 세단 수요가 SUV로 몰리면서 시장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 개발진은 보다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붕을 낮추고, 뒷부분을 패스트백 스타일로 다듬어 1~9세대의 전형적인 3박스 세단 스타일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레이저 용접을 활용해 루프 라인을 매끄럽게 만들었고, 날렵한 C자형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강렬한 풀 LED 헤드램프 등 화려한 치장도 더했다. 이번에 시승한 하이브리드는 기본형 어코드와 구별이 쉽지 않은데, 굳이 찾자면 살짝 푸른빛이 감도는 앞뒤 램프와 하이브리드 전용 휠, 그리고 머플러 팁 정도에 불과하다. 

어코드에서 하이브리드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았다. 2004년, 7세대(CN3)가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시작이었다. 실린더 휴지 기능을 갖춘 V6 3.0L 엔진과 5단 AT 사이에 어시스트 모터를 끼워 넣은 방식이었다. 항상 엔진이 작동하기에 연비 개선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8세대에서 사라졌던 하이브리드는 2013년 9세대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함께 부활했다. 엔진은 4기통 2.0L로 작아졌지만 발전용과 어시스트용 2모터 구성에 e-CVT를 결합하고 가벼우면서 강력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얹었다. 그리고 이번 어코드 하이브리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성능보다도 패키징일지 모르겠다. 트렁크에 놓았던 배터리를 뒷좌석 바닥 아래, 연료탱크 앞쪽으로 옮겨 공간 활용을 최적화시켰다. 덕분에 트렁크 용량이 473L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2열 등받이 폴딩도 가능해졌다. 패밀리 세단으로서 무척이나 중요한 포인트다.  

하이브리드 시스템(3세대 i-MMD)은 앳킨슨 사이클로 작동하는 4기통 2.0L 145마력 엔진과 이보다 더 강력한 힘(184마력, 32.1kg·m)을 내는 모터로 구성된다. 모터는 발전용과 주행용 2개가 있으며, 클러치를 사용해 동력을 배분하기 때문에 완전 EV 주행이 가능하다. 급가속이 필요할 때는 엔진이 발전기를 돌려 주행용 모터에 더욱 많은 전기를 공급하는 직렬형 하이브리드처럼 작동한다. 모터가 힘을 잃는 고속에서는 엔진으로 직접 타이어를 돌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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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동력용과 발전용 두 개의 모터를 갖추고 있다


시스템 출력 215마력은 엔진(145마력)과 모터(184마력)의 출력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단순 합산이라면 300마력 이상도 가능하겠지만 엔진과 모터가 상호보완적으로, 상황에 따라 릴레이 하듯 동력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대신 18.9km/L의 복합 연비와 km당 CO2 82g의 뛰어난 환경성능을 손에 넣었다. 도심 약간에 대부분 국도를 달린 이번 시승 구간은 사실 하이브리드에 최적화된 코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꽤 과격하게 몰아붙인 전반에 L당 17~18km를 달리더니, 후반에 액셀 조작을 부드럽게 바꾼 것만으로 금방 20km/L를 넘긴다. 파워트레인 외에 액티브 셔터 그릴과 에어 커튼, 언더 플로어 커버 등 공력 디자인까지 꼼꼼히 챙긴 덕분이다. 

가속 시 토크감이 넘치지는 않아도 경사로 가속이 거침없고 경쾌하다. 저속에서는 조용히 모터로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엔진이 작동하는 것은 여느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 회전수가 액셀 페달 조작과 따로 놀지만 소음을 잘 갈무리한 덕분에 이질감이 그리 크지는 않다. 풀 디지털 방식의 신형 계기판은 속도계를 중앙에 두었던 구형과 달리 전통적인 트윈 미터 디자인이라 눈에 익숙한 편. 또 하나 달라진 것인 감속 패들인데, 시프트 플리퍼 왼쪽을 당기면 ‘∨’표시가 하나씩 늘어나면서 회생 제동의 엔진 브레이크 효과가 4단계로 조절된다. 다만 변화의 폭은 미세해 굳이 1~4단계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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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트윈 미터 방식으로 바뀐 계기판


디젤 부럽지 않은 하이브리드 성능

시승차인 하이브리드 투어링은 기본형인 EX-L에 비해 300만원 비싼 대신 첨단 안전장비인 혼다 센싱과 액티브 컨트롤 댐퍼, HUD, 동승석 메모리 시트 전방 주차 보조 등이 추가된다. 이전보다 고강성, 저중심화된 신형 섀시는 혼다 특유의 가벼우면서도 날렵한 감각에 정숙성도 뛰어난 편. 조절식 댐퍼는 스포츠 모드에서 단단해져 과격한 코너링에서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그런데 컴포트 모드에서는 기본적으로 잔 진동을 잘 걸러내지만 속도 방지턱은 유독 덜컥이며 지나간다. 국산차의 물렁거리는 승차감에 익숙한 고객이라면 아쉬워할 부분.

한 때 일본차들은 디젤 엔진의 부제가 큰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 이후 디젤 엔진에 대한 맹목적 환상이 무너지면서 하이브리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경쾌한 달리기와 뛰어난 정숙성, 여기에 디젤을 위협하는 연비성능까지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인기작이 될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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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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