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더 뉴 스파크, 안전을 두른 구식
2018-07-27  |   65,047 읽음

CHEVROLET THE NEW SPARK

안전을 두른 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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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스파크는 디자인 완성도 높던 전작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대신, 보이지 않는 안전 기능에 몰두했다. 다만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덕목을 해석하는 방식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깜짝이야!”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 뻔한 건 갑자기 툭 끼어든 버스 때문이었다. ‘맞다, 나 지금 경차 타고 있지.’ 버스 운전기사는 예고 없이 앞머리를 들이미는 급차선변경을 통해 기자가 간만에 경차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그리고 신형 스파크가 도심 안전 주행을 지향한다는 사실까지도.


시간이 멈춘 스파크

3년 전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에서 신형 스파크로 바뀌어 나왔을 때가 기억난다. 쉐보레는 스파크의 얼굴에 듀얼 포트 그릴을 적용하고 린 머스큘러리티(Lean Muscularity), 즉 잔 근육을 적재적소에 넣었다. 비록 체급은 경형에 머물지라도 꽤 멋스러웠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기조는 여전하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변한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전히 그릴이 둘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굵직한 크롬 장식이 위아래 구분선을 완전히 메워버렸다. 이 번쩍거리는 크롬 장식은 헤드램프와 그릴 사이 공간으로까지 침투하는데 이를 두고 메기수염 같다는 말들이 오간다. 진짜로 그렇게 보이긴 한다. 과감하게 크기를 키운 하단부 그릴은 메기의 거대한 입을 담당한다. 디자인이라는 게 자주 보면 눈에 익기 마련이라지만 이번 부분변경은 왠지 변화를 위한 변화란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강바닥에 달라붙어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메기의 몸놀림을 스파크에서도 기대하라는 의도라면 또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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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수염이 그릴과 헤드램프 사이로 뻗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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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데 하나 없는 뒷모습


내부는 좀 달라졌겠지 하는 생각으로 실내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모두에게 동등하게 흘렀을 3년이란 시간이 스파크에만큼은 주어지지 않았나 보다. 완전히 동일한 레이아웃에 새로운 요소라곤 하나도 없었다. 3년 전에는 리뉴얼 차원에서 봐줄 만 했던 아날로그 계기판과 흑백 LCD 모니터마저 그대로다. 남들은 계기판의 전면 디지털화에 나서는 중인데 혼자서만 느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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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아웃이 그대로다


여전히 스파크엔 순정 내비게이션이 없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필수다. 쓴 지 2년 넘은 아이폰은 잠시라도 충전을 게을리했다간 배터리 경고 메시지가 뜨기 일쑤. 하는 수 없이 케이블을 연결해 카플레이로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 이게 약간의 엇박자를 낸다. 한창 FM 라디오를 들으며 가다가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로 전환되는 건 오케이. 다시 FM 라디오로 전환되길 기다렸지만 묵묵부답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일단 카플레이로 전환되면 수동 조작을 해야만 FM으로 되돌아간다. 평소 말수 적던 내비게이션 앱이 시승 중엔 왜 그리도 말이 많아지던지. 한번 입을 열 때마다 검지는 쉴 틈 없이 스티어링휠과 터치스크린을 오갔다. 결국엔 충전이 어느 정도 된 걸 확인하고 스마트폰에서 케이블을 뽑아버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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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형과 똑같은 방식의 다이얼이 적용된 계기반


하마터면 모르고 넘어갈 뻔했다. 구석구석 염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변화는 뒷좌석에 숨어 있었다. 2세대 스파크 전기형 모델은 5인승이지만 가운데 자리 탑승객을 위한 헤드레스트가 없어 사실상 4인승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서야 야트막한 헤드레스트가 뒷좌석 한가운데 봉긋 솟아올랐다. 늦게나마 다섯 번째 탑승객의 목 건강을 챙긴 건 참 다행이다.


알아서 멈추는 스파크

큰 차가 대접받고 작은 차는 홀대받는 국내 도로 환경에서 경차는 늘 약자다. 경차라고 다 운전 미숙에 초보운전자가 타고 있을 리 만무한데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아는 경차 오너 중에는 레이서 출신을 비롯해 뛰어난 운전 실력을 갖춘 분도 있다. 이런 사실까지 알 필욘 없더라도 길 위에서는 방어 운전, 양보 운전이 기본이다. 그 기본이 유독 경차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건 아마도 경차의 귀여운 외모를 운전자 성향에까지 투영하는 국내 운전자들의 과잉 해석 경향이 있어서일 거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그래서 경차에 필요한 게 안전 기능이다. 앞서 만난 다소 공격적 성향의 버스가 속도를 내 저만치 앞서 나가자 나도 모르게 속도를 내 따라붙기 시작했다. 물론 따라가서 운전 기사에게 삿대질하려던 건 아니고 잠시 이성보단 감성이 운전에 깊이 관여했던 것. 신경질적인 운전은 앞차가 멈추는 걸 보고도 감속 타이밍을 뒤늦게 가져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순간 비매너 운전이 결국엔 사고를 부르는 건가 싶던 찰나, 스파크는 알아서 멈추는 재롱을 부렸다. 시속 60km 이하 주행 시 전방 차량과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작동하는 저속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이다. 이전 모델에 달려있던 전방충돌 경고 시스템에서 한발 더 나아간 기특한 기능이다. 사실 경고만 해도 안전운전에 큰 도움이 된다. 경고음 듣기 싫어서라도 앞차와 바짝 붙기 전에 알아서 속도를 늦추는 습관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늦게 속도 줄일 때를 포함,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일은 종종 벌어지기 마련. 따라서 체급을 막론하고 꼭 필요한 기능이다. 차선 이탈 경고시스템은 물론, 호시탐탐 추월을 엿보는 측후방 차량 감지 기능도 있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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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스탑앤스타트 기능이 기본 적용된 건 긍정적 변화다7a4530ebed8dba32b034942585201e77_1532675551_4595.jpg

이오나이저 기능을 적용해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시동을 켜고 있자니 생각보다 큰 진동이 실내로 전달된다. 심지어 여느 4기통 디젤보다 체감 진동이 심하다. 3기통 엔진의 한계일 것이다. 주행감은 어떨까? 연비를 위한 무단변속기 세팅, 게다가 조금 늦은 시점에서 발현되는 최대 토크에도 불구하고 초반 가속감이 나쁘지 않다. 도심 주행에서 무난한 수준이다. 변속감 역시 자동변속기와 흡사하다. 스파크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장점은 73%의 초고장력 강판 및 고장력 강판 사용 비율. 단단한 차체를 바탕으로 고속주행이나 코너링 시 노면에 단단히 붙어 달리며 체급을 넘어선 안정감을 제공한다.

상품성 전반은 나쁘지 않다. 경차라면 필수여야 할 안전기능을 보강한 것도 무엇보다 좋다. 다만 2018년과는 어울리지 않는 디테일이 거슬린다. 안전 기능만 내세우기보다는 실제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게 뭔지 고민을 좀 더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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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통 가솔린 엔진이 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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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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