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시승기 4회]“산길의 귀재와 여행을 떠나요” 푸조 208 GT Line
2018-06-15  |   129,700 읽음

- 롱텀시승기 4회  

“산길의 귀재와 여행을 떠나요”

푸조 208 GT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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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출퇴근용으로 샀다지만, 모처럼 연비 좋은 차를 사 놓고선 통 여행을 안 다녔다. 한때는 ‘월간 여행자’를 자처할 정도로 매달 전국 팔도를 들쑤시고 다녔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당장 짐 싸 들고 여행을 떠났다. 근데 어디로? 와인딩의 귀재, 푸조와 함께라면 당연히 강원도지!



여행! 두 글자만으로 이렇게 가슴 뛰는 단어가 또 있을까? 좋은 사람과 함께 낯선 장소로 떠나 멋진 풍광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일은 언제나 가슴이 설렌다. 여행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만 그중에서도 필자는 유독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나 국내 여행을 자주 다녔다. 한때는 주말마다 산이며 들이며 쏘다닌 탓에, 역마살이 단단히 끼어 굿이라도 해야겠다는 핀잔을 들을 정도였다.

연비 좋은 차를 산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여행이었다. 물론 넉넉한 배기량의 V8 엔진이 얹힌 540i는 정말이지 아늑한 투어링 카다. 딱 하나, 고속도로에서조차 11km/L에 가까스로 턱걸이하는 연비만 빼고. 심심찮게 함께 여행을 다녔지만 장거리 주행을 자주 하기엔 연식도 연비도 부담스러웠다. 여긴 미국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208을 타니 장거리 여행도 부담이 없다. 1박2일 동안 강원 내륙의 산길을 구불구불 달리는 500km 정도의 투어 코스를 짰다. 과연 와인딩 로드에서 208이 어떤 색깔을 보여줄까?


강원도, 동해바다만 보고 오면 ‘반쪽짜리’ 여행

요즘 강원도가 참 핫하다. 특히나 동해안 해안 도시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강릉은 전통적인 동해안의 관광명소였지만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속초와 양양도 주말이면 인파가 북적인다. 최근에는 올림픽 특수에 힘입어 평창도 인기 관광지로 떠올랐다. 수도권 사람들이 하루 이틀 주말을 보내기에 강원도는 최적의 장소다.

하지만 강원도를 제법 들쑤시고 다녀본 입장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동해바다만 찍고 오는 강원도 여행은 ‘반쪽짜리’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산길을 따라 펼쳐지는 고즈넉한 풍경과 적막함 속의 여유를 느끼기 위해서는 깊은 산 속, 강원 내륙을 둘러봐야 한다.

리드미컬한 와인딩 로드 주행을 즐긴다면 강원 내륙은 최고의 여행지다. 비록 동승자는 썩 유쾌해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번에 선택한 코스는 강원도 북부를 섭렵하는 길이다. 속초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은 뒤 양구군으로 올라갔다가 춘천으로 빠져나오는 루트다.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코스였기에 꼼꼼히 길을 확인했고, 함께 나선 친구들도 흔쾌히 가혹(?)한 와인딩 투어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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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특유의 심심하면서도 깊은 맛의 황태구이와 산채비빔밥


어느 나른한 금요일, 느즈막한 점심께 서울을 떴다. 고속도로를 따라갈 수도 있지만 기왕이면 좀 더 운치 있는 옛길로 가 보기로 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동홍천IC에서 국도로 갈아탔다. 시원한 경치의 국도를 따라가면 미시령을 넘어 속초 가는 길이 나온다. ‘와인딩 투어’답게 미시령 역시 아찔한 옛길로 넘어봤다. 구름 사이 절벽 너머로 푸른 동해바다와 속초 시내가 내려다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웅장한 울산바위가 병풍처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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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 옛길을 넘으면 아찔하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속초에선 배가 터지도록 맛집 순례를 다니고, 이튿날에는 본격적인 로드 트립에 나섰다. 다시 미시령을 넘어 학창시절 지리 교과서에서나 봤던 국내 여행 버킷리스트, 해안면 펀치볼 마을로 향했다. 움푹하게 파인 분지 안 작은 마을을 빙 두른 산의 모습이 퍽 이색적이다. 시래기 외에 이렇다 할 특산물도 없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 마을의 백미는 ‘안보 투어’다. 1인당 3000원만 내면 민통선을 넘어 철책선 코앞 전망대까지 자가용을 타고 올라갈 수 있다. 펀치볼 분지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경치는 꼭 한 번쯤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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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철책선을 등지고 내려다보는 경치가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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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채그릇처럼 가운데가 파였다고 해서 펀치볼 마을이다


황태구이와 산채비빔밥으로 배를 채우고 와인딩 공략에 나섰다. 양구를 벗어나는 길, 도솔산 옛길을 내달린다. 터널이 뚫리면서 발길이 끊겼지만 노면 상태나 경치, 운전 재미까지 삼박자가 일품이다. 양구군청 소재지를 지나 만나는 소양호 호반 도로는 20분여를 끊임없이 둘러가는 와인딩 코스로, 천천히 달려도 흥이 넘친다. 춘천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인 배후령 역시 터널 대신 옛길로 산을 넘으며 이틀간의 산길 여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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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운치 있는 퇴역 무기 앞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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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산 속을 달리다보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된다


99마력에 담긴 랠리 혈통의 경쾌함

유서 깊은 자동차 회사들은 으레 모터스포츠 연륜을 과시한다. 푸조는 랠리에서 오랫동안 두각을 드러냈다. 208과 선대 모델인 205, 206, 207 등 역대 푸조 소형차들이 랠리에서 활약한 기간만 도합 30년이 넘는다. 현재도 208은 R5 클래스 랠리,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월드 랠리크로스 챔피언십(WRX) 등에서 활약 중이다.

물론 레이스카와 승용차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지만 필자가 타는 208에도 오랜 기간 랠리에서 다듬어진 세팅 노하우가 반영됐다. 가령 여느 브랜드와 미묘하게 다른 푸조의 찐득한 하체 질감이 그렇다. 여유 있는 스트로크로 롤링을 어느 정도 허용해 주면서도 탄탄하게 옆구리는 받쳐주는 느낌이 실로 오묘하다. 단단하고 묵직한 폭스바겐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GT라인에는 미쉐린 PS3가 순정 타이어로 달려 접지력이 차고 넘친다. 짧은 전장 덕에 협소한 코너를 매끄럽게 돌아 나가는 느낌도 아주 즐겁다. 특히나 이번 여행처럼 쉴 틈 없이 코너를 돌아야 하는 와인딩 코스에서는 민첩한 거동이 빛을 발한다. 오랫동안 세단만 타면서 몰랐던 소형차의 운전 재미가 이런 것인가 보다. 출력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짧은 기어비와 묵직한 디젤 엔진의 토크 덕에 엄청난 급경사만 아니면 부담 없이 몰아붙이기에 딱 좋다. 언제나 즐거움이란 상대적인 것이니 말이다.

540km가량 달린 이번 여정의 평균 연비는 19.2km/L. 가감속이 이어지는 산길을 빠른 페이스로 달린 데다 한낮에는 에어컨을 켜고 다닌 탓에 평소보다 연비가 떨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연료가 1/3 정도 남아 다음 주 출근도 오케이!

여행을 다녀오니 몸이 또 근질거린다. 조만간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게 될 것만 같다. 208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차는 아니지만, 덜컥 떠나는 여행의 효율적이고 즐거운 동반자라는 것을 이번 여행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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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비오 패스를 꿈꾸는 드라이버여, 강원도로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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