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클리오 1.5 INTENS, 무거운 미션 안고 왔어요
2018-05-30  |   101,973 읽음

RENAULT CLIO 1.5 INTENS

무거운 미션 안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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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가 제 발로 무덤을 찾았다.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출시하며 우리나라 해치백 시장의 부활을 이끄는 선봉을 자처한 것이다. 그 역할을 완수할 지는 두고 볼 일. 일단 공식 출시 전까지 1,000대 이상 사전 예약을 완료했다. 


전 세계 누적 판매량 1,400만대. 20년 간 프랑스 판매량 1위. 유럽 올해의 차 2회 수상. 이는 모두 르노 클리오를 수식하는 말이다. 그간 출시설만 나돌던 클리오가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달 15일, 미디어에 강릉행 KTX 티켓을 나눠줬다. 클리오가 어떤 차인지 궁금하면 직접 강원도로 와서 타 보라는 것. 불철주야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려야 하는 6월호 마감 주간이었지만 온전히 하루를 반납하고 강릉행을 강행했다.


르노삼성 아닌 르노 클리오

"국내 수입 B세그먼트 중 해치백 모델의 비중은 점차 감소세에 있습니다. 그러나 르노 클리오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합니다“. 이날 시승 행사에 앞서 르노 클리오의 제품 설명을 맡은 방실 르노삼성 마케팅 담당 이사의 말이다. 클리오가 오랫동안 컴팩트 카를 만들어 온 르노의 핵심 모델이라는 게 이 같은 확신의 이유. 유럽에서 통한다고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긴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짧은 환영사에 이어 바로 시승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클리오는 르노삼성의 태풍 모양 엠블럼이 아닌, 르노의 다이아몬드 엠블럼을 달고 있다. 삼성 이름을 쓰는 브랜드 사용 계약이 2020년 중반 끝이 나기에 서서히 르노 엠블럼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 앞으로 해외에서 들여오는 차종과 부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종에 엠블럼을 달리 부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신형 클리오는 터키에서 생산된다. 이전 QM3는 스페인산이었음에도 르노삼성 엠블럼을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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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급을 잊게 만드는 보스 사운드 시스템. 울림통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풍부한 사운드를 낸다


처음 클리오를 마주하니 푸조 208이 떠올랐다. 마땅히 비교 대상으로 삼을 소형 해치백이 우리나라에 없는 탓도 있겠지만 프랑스 태생이라는 공통점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 대신 클리오가 100mm 가까이 더 길다. 작은 차체인 건 매한가지이지만 클리오가 좀 더 여유를 품고 있다. 마냥 귀엽지만은 않은 외모다. 굴곡 있는 앞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헤드램프와 간결한 라디에이터 그릴, 여기에 마찬가지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테일램프는 체급 치고는 꽤 얌전하면서 무난한 디자인이다. 다소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인 208, 토요타 프리우스C와 비교했을 때 부담이 덜하다. 시승차인 인텐스(INTENS) 트림에 달린 LED 헤드램프와 C자형 주간주행등은 체급을 봤을 때 만족감이 크다. 대신 기본 모델인 젠(ZEN) 트림으로 가면 일반 프로젝션 헤드램프에 주간주행등은 범퍼 하단으로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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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로 벨벳과 인조가죽이 적용된 시트. 일반 직물 시트보다 만족스럽다


실내를 살펴보니 당연히 직물일 거라 생각했던 시트에 다양한 시도가 녹아든 흔적이 보인다. 주행 시 몸을 단단히 지지해줄 엉덩이와 등 부위에 벨벳이 들어간다(그리 고급진 느낌은 아니다). 측면은 인조 가죽을 더해 심심하지 않다. 실내에서 만족감을 주는 건 딱 여기까지. 나머지 센터패시아, 대시보드, 도어패널 그리고 센터 콘솔에선 실망감이 든다. 기능 버튼이 많지 않은 건 최대한 덜고 필요한 것만 갖춘 탓이니 그렇다 치자. 저렴한 티가 많이 나는 대시보드 마감과 억지로 구색만 맞춘 듯한 컵홀더, 그리고 물병 하나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는 도어 패널 수납 공간을 보니 뜨악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센터 콘솔부의 컵홀더는 애매한 사이즈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할뿐더러 보조 컵홀더 역시 컵은 고사하고, 편의점에서 파는 소주잔이나 들어갈 수준. 더 보고 있어봐야 머리만 아플 거란 생각에 기어를 넣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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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3와 거의 똑같은 실내 구성. 저렴해 보이는 내장재가 아쉽다


커브길은 가뿐히 클리어

클리오의 최대출력은 90마력. 최대 토크는 22.4kg.m. 액셀링 초기에는 가뿐한 느낌이 들 정도로 경쾌하다. 엔진 회전수 1,750~2500rpm 사이에서 최대 토크를 내기에 그렇다. 중속 이후에는 두 자릿수의 출력이 한계를 드러낸다. 숫자에서 느껴지는 대로 시속 100km에 이르는 걸 쉬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클리오를 타면서 볼멘소리를 하는 건 안 될 말이다. 소형 해치백 평가에 있어 관건이 되는 건 핸들링. 엔진 힘이 부족한 소형 해치백에서 운전대를 잡아돌리는 맛마저 느낄 수 없다면 구매 의욕은 무더위에 아이스크림 녹듯 사라질 테니까. 그래서 어땠느냐고? 꽤 만족스러웠다. 해안가의 굽이진 S자 커브길을 달릴 때나 산길의 헤어핀 구간을 공략할 때도 운전대를 꺾으면 딱 그만큼 움직이며 예상 범위 안에서 날렵하게 돌아나간다. 작은 스티어링 휠과 짧은 휠베이스로 좋은 조향감을 보였던 208과 비슷한 인상이다. 타이어 그립이 그리 좋지 못한 탓에 시종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차체 뒤틀림 강성도 나쁘지 않고 급제동 시 앞뒤 밸런스가 좋다. 100cc 가량 큰 엔진에 9마력이 높은 208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 둘만 놓고 본다면 훨씬 저렴하면서 운동 성능은 208 못잖은 클리오에 손을 들어줄 수 있겠다. 더군다나 클리오에는 MCP보다 훨씬 조작이 편한 DCT가 달린다.

르노삼성이 제시한 클리오의 가격은 1,990만원과 2,320만원. 각각 젠과 인텐스 트림으로 330만원만 더 내면 LED 헤드램프, 후방카메라, 전방경보장치, 보스 사운드 시스템 등 편의사양을 챙겨준다. 특히 7개 스피커에서 빵빵 터지는 사운드는 차급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고퀄’을 자랑한다. 

클리오는 좋은 상품성으로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가진다. 문제는 소형 해치백이 우리나라에서 그리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은 있다. 르노 엠블럼을 달고 오지만 국산차로 팔리는 건 물론, 르노삼성의 기존 A/S 네트워크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기분을 내고 싶지만 만만치 않은 유지비용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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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겸 기자  사진 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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