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나들이카 시승기 -上
2018-05-08  |   83,045 읽음

제 멋 대 로

나들이카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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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다. 무난한 SUV, 함께 행복한 MPV, 내가 신나는 오픈카, 욕심쟁이 왜건, 짐이 행복한 트럭, 무엇이든 상관없다. 나를 위해, 또는 우리를 위한 여행이니 각자 좋을 대로 떠나면 그만이다.

글 |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 최진호, 이병주 


HYUNDAI SANTAFE

두루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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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갈 때마다 옆집 SUV가 부러웠다. 공간 때문이냐고? 아니다. 기자의 준대형 세단도 공간은 넉넉해 별 상관없었다. 오히려 시샘 났던 건 SUV 특유의 캐주얼한 분위기다. 세단은 캠핑을 가든 나들이를 가든 여행 가는 기분이 아무래도 덜하니 말이다. 그 부러움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나들이용 자동차’ 주제를 듣자마자 SUV, 그것도 옆집 차였던 (그 차는 구형이었지만) 싼타페가 떠올랐다.


기분을 내다

신형 싼타페는 그런 의미에서 참 반갑다. 1세대 이후 점차 희미해진 ‘여행’ 분위기가 4세대에서 다시 뚜렷해졌다. 우락부락했던 첫 모델처럼 과감한 볼륨의 근육질로 거듭났고, 1세대의 두툼한 사다리꼴 펜더를 이어받아 오프로더처럼 꾸몄다. 강인한 이미지 덕분에 천장에 루프박스, 꽁무니에 캠핑카를 붙여놓으면 참 잘 어울릴 것 같은 인상이다. 

분위기는 안으로 이어진다. 운전석에 앉으면 층층이 쌓인 독특한 대시보드에 눈길이 가기 전, 창밖으로 먼저 시선을 뺏긴다. 옆 유리창 높이가 낮고 A필러에 쪽창이 붙는 등 주변이 시원스레 트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리 위에서 뒷좌석 끝까지 이어진 큼직한 선루프가 햇빛을 끌어오니 볕든 거실처럼 화사하다. 안팎으로 캐주얼한 분위기가 충분해, 이동 중 여행으로 들뜬 기분이 사그라질 일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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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뒷좌석. 큼직한 파노라마가 달려 쾌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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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모양 사이드미러로 사각지대를 줄였다

다양한 선택지

생김새만큼 SUV 본질에도 충실하다. 예전이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그 본질이었겠지만, 요즘은 수요에 따라 수준 높은 온로드 성능과 넓은 공간, 안락한 승차감을 아우르면서 약간의 험지 주파 능력을 곁들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터프함을 조금 내려놓고 패밀리카에 걸맞게 진화한 셈이다.

덕분에 싼타페는 마치 ‘맥가이버 칼’처럼 다양한 종류의 여행을 만족시킨다. 일단 편하고 쾌적해 장거리 여행이 문제없다. 유연한 모노코크 차체와 온로드 위주 서스펜션이 만든 승차감은 일반 중형 세단처럼 편하다. 꿀렁이는 승차감에 울상이 된 가족 눈치를 봐야 했던 옛 SUV와는 다른 모습. 특히 싼타페 뒷좌석 시트가 그랜저 못지않게 아늑해, SUV만의 높은 시야와 천장의 쾌적함을 오롯이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편안한 차도 장거리 운전은 부담스럽기 마련. 운전 부담은 첨단 주행 보조장치가 덜어준다. 내비게이션과 차로이탈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연계된 고속도로 주행 보조 장치(HDA)가 들어가 고속도로 위에서만큼은 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차의 강점인  운전석 자세 메모리 기능과 냉난방 시트 등 화려한 편의사양도 편한 운전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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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첨단 기능이 빠짐없이 들어갔다

트렁크는 5인 캠핑을 넉넉히 소화한다. 개인적으로 SUV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부분이다. 나름 짐칸 넓은 기자의 준대형 세단도 5인용 캠핑 장비와 먹거리를 가득 실으면 뚜껑이 닫히질 않아 뒷좌석에 짐을 떠맡길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싼타페 트렁크에 6인용 텐트와 타프, 그리고 아이스박스 등 캠핑 장비를 간단히 실어 봤더니 뒷좌석 등받이 높이까지도 차오르지 않는다. 5인승 시승차의 3열 시트 대신 마련된 깊숙한 수납공간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혹여 장비를 한가득 실어야 하는 글램핑 족이라 공간이 더 필요하다면 2열 시트를 슬라이딩 시켜 앞으로 당기면 된다. 최대한 끝까지 당길 경우 시트를 접지 않아도 트렁크 공간이 최대 625L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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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승 시승차는 3열 시트 빈자리에 넉넉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4륜구동은 여행의 든든함을 심어준다. 가끔 캠핑이나 낚시를 위해 자연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원치 않은 오프로드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때 단지 네 바퀴 굴림이라는 이유만으로 조금 더 과감해질 수 있다. 비록 그 길이 세단도 조심조심 지나갈 수 있는 수준이라도 부담을 덜었다면 그걸로 됐다. 어차피 오지 탐험할 오프로더가 아니니까. 바닥이 높고 평평해 돌부리에 걸릴 걱정이 적은 것도 SUV 다운 강점이다.

2.2L 디젤 파워트레인은 장점이자 감점 요인이다. 약 1.9톤 차체를 시속 200km까지 여유로이 내모는 202마력 출력, 8단 변속기의 부드러운 변속은 장거리 투어러로서 손색없다. 그러나 최신 신차 치고 진동이 적지 않고, 특히 약 1,500rpm 수준에서 하부 진동이 거칠게 올라오는 건 편안해야 할 가족용 차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이는 비교적 거친 주행 환경을 견뎌온 시승차만의 문제일수 있다. 


인기의 이유

총 454km를 주행하는 동안 누적 연비는 리터당 11.2km다. 다소 격한 주행 환경에서 연비 변화 적은 디젤답게 12.0km/L 공인 연비와 큰 차이 없는 수치를 기록했다. 높은 효율은 아니지만 네 바퀴를 굴리는 중형 SUV인 걸 감안하면 수긍할만하다.

여행용 차로 바라본 싼타페는 많은 가치를 두루두루 만족시켰다. 넉넉한 공간과 편안한 승차감, 풍부한 편의사양, 그리고 놀러 가는 기분을 고조시킬 모험심 가득한 스타일까지. 다재다능함이 미덕인 SUV답다. 여행이 끝나면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드니, 오늘날 SUV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 그중에서도 싼타페는 합리적인 크기와 상품성을 내세운 베스트셀러. 여행용 차로서는 가장 무난한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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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을 뛰어넘는 풍부한 편의사양은 현대차 만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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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용 차로 무난한 SUV, 하지만 차가 높아 운전 재미는 부족하다. 납작한 왜건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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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지수 기자 


VOLVO V60 POLSTAR 

푸르도록 시린 왜건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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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건이 패밀리카의 대명사였던 시절이 있다. 물론 SUV들이 산간오지에 틀어박혀 있던 세월 이야기다. 세단의 뒷부분을 연장해 화물공간을 확보한 이 자동차 형태는 그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다. 왜건이라는 말은 자동차가 탄생하기 이전, 가축의 힘으로 끌던 마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쉽게 말해 물건을 실어 나르는 용도로서의 자동차로서 가장 원시적인 형태다. 상용차 혹은 승용차의 뒷부분을 연장한 왜건은 유독 국내에서는 짐차 취급을 받으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게다가 패밀리카 수요 상당 부분을 SUV가 잠식함에 따라 왜건의 국내시장 정착은 더욱 요원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왜건 전문가가 만든 제대로 된 왜건

왜건으로 사랑받는 메이커는 여럿 있지만 볼보를 첫손에 꼽는 데는 누구라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왜건 시장에서도 볼보는 독보적인 존재다. 튼튼하고 안전한 이미지에 실용성 넘치는 화물칸은 격식을 차려할 자리부터 출퇴근, 레저 활동에 이르기까지 두루 사용하기에 좋다. 게다가 볼보는 90년대 TWR과 손잡고 영국 투어링카 챔피언십(BTCC)에 왜건 경주차를 투입했는가 하면 850R 에스테이트 같은 고성능 왜건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런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델이 바로 V60 폴스타다. 올해 초 제네바 모터쇼에서 3세대 V60이 신형이 공개되는 바람에 더욱 구식이 되어버렸지만, 신형 V60 폴스타가 2020년은 되어야 시장에 나올 예정이라 아직은 가장 강력한 볼보 왜건이다. 

2000년대 포드 산하에서 대규모의 라인업 개편을 단행한 볼보는 모델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이때 나온 S60은 850의 후속이라기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차였고 작아진 크기에 세단 한 가지만 팔았다. 당시에는 850 왜건에서 이름을 바꾼 V70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0년 2세대 S60과 함께 등장한 왜건형은 V60이라는 이름으로는 첫 번째 모델이었다.   

850에 비해 작아졌다 해도 V60의 적재능력은 동급 세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살짝 아래로 처진 루프라인으로 날렵함을 추구하면서도 넉넉한 화물공간을 마련했다. 접어 올릴 수 있는 바닥 칸막이나 바닥 아래 수납공간, 등받이와 헤드레스트를 한 번에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은 왜건 전문 메이커로서 노하우가 느껴지는 부분. 폼생폼사 외치는 동급 세단들과 달리 뒷좌석 헤드룸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차체 강성과 충격흡수구조, 각종 안전 관련 장비는 볼보의 특기 분야. 소중한 가족을 태울 차로 볼보 왜건을 고민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시승차는 폴스타 버전이지만 일반형 인테리어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로고가 들어간 시프트 레버와 모니터 그래픽, 승객을 조금 더 잘 잡아주는 시트 정도가 눈에 띄는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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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의 고성능을 증명하는, 홀드성이 뛰어난 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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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건은 뒷좌석 헤드룸에 손해를 전혀 볼 필요가 없다

4~5명의 가족이 짐을 잔뜩 가지고 여행을 떠나보면 V60의 장점을 쉽게 깨닫게 된다. 물론 SUV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왜건만의 장점은 있다. 바로 차체 사이즈와 승용 감각의 운전특성이다. 좁은 공간, 입체 주차장에 차를 넣을 때나 조금 과하게 코너를 공략할 때 두드러지는 장점이다. 게다가 시승차는 폴스타 버전. 기획 포인트가 고성능은 아니었지만, 굴러 들어온 폴스타를 마다할 이유 또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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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세워 보관할 때 좋은 가림막

서킷에서 다듬어진 폴스타

폴스타 브랜드는 서킷에 뿌리를 두고 태어났다. 스웨덴 투어링카 챔피언십(STCC)에서 볼보 파트너팀이었던 얀 닐슨의 플래시 엔지니링을 사들여 폴스타 레이싱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그 기원이다. 레이싱팀을 인수해 모터스포츠 활동이나 고성능차 담당 부서로 삼은 예는 자동차 역사에서 흔하다. 볼보가 특기로 삼는 왜건에 고성능을 결합한 V60이야말로 폴스타의 개성과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시리도록 푸른 보닛을 열어젖히면 너무나 볼품없는 플라스틱 커버에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정교하고도 강력한 심장이 자리잡고 있다. 직렬 6기통 3.0L 터보를 대체한 4기통 2.0L 트윈차저 엔진은 수퍼차저와 터보차저의 트윈차저 과급으로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47.9kg·m를 뽑아낸다. 토크는 줄었지만 출력은 더 높고, 가벼우면서 효율과 배출가스 면에서 더 뛰어나다. 변속기는 8단 자동. 아이들링부터 터보렉 없이 꾸준히 뿜어내는 토크는 4WD 시스템을 통해 네바퀴에 분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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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품 없는 커버 속에는 367마력을 내는 트윈차저 엔진이 자리잡고 있다

조절식 올린즈 댐퍼는 노면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 가족들의 단잠을 방해하지만 대신 파일럿 수퍼스포츠 타이어, 브렘보 브레이크와 힘을 합쳐 평범한 왜건을 스포츠카로 바꾸어 준다. 온 가족과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0→시속 100km 가속에 5초가 걸리지 않고, 강렬한 코너링과 안정적인 크루징까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차는 그리 흔치 않다. SUV보다 낮은, 승용차 수준의 운전 포지션도 스포츠 주행에서 큰 장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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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램보 브레이크에 파일럿 수퍼스포츠 타이어를 끼웠다

이 차의 가장 큰 단점은 세월에서 기인한다. 꾸준히 업데이트했음에도 세월의 흔적을 씻어낼 수는 없었다. 특히나 답답했던 것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구식 조작계. 터치 모니터가 일반화된 요즘, 회전식 노브와 버튼 몇 개로 글자를 입력하려면 짜증부터 밀려온다. 차를 세우고 몇 분을 끙끙대고 나서야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할 수 있었다. 또한 외모에서 점수가 깍인 것은 신형 V60이 워낙 멋지게 잘 나왔기 때문이다.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볼보 브랜드로 보아서는 잘된 일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왜건, 게다가 300마력이 넘는 퍼포먼스 왜건은 소수파 중에서도 소수파에 속한다. 왜건이 국내에서 비인기 장르이기는 하지만 그 매력을 눈치 챈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리라 믿는다. 혹시 시리도록 푸른 하늘빛 왜건을 도로에서 만난다면 조용히 비켜나길 추천한다. 소중한 가족이 타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어지간하면 따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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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와 뒷좌석에는 오랜 왜건 만들기의 노하우가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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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수진 편집장



BMW 430i CONVERTIBLE
행복은 크기순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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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偏見). 한쪽으로 치우쳐서 본다는 뜻으로 고정관념, 선입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부정적 사고의 지휘관을 자처한다. 이 편견은 가족 나들이 차를 고를 때도 어김없이 우리의 머릿속을 지배하기에 이른다.
가족끼리 탈 차라고 하면 우리는 크기를 제일 먼저 떠올린다. 강박증에 사로잡힌 결과다. 컨버터블은 아예 후보에도 들지 못한다. 크기 말고도 가족용 차에서 논해야 할 가치는 얼마든지 있는데도 말이다. 적어도 나들이에서만큼은 지겹도록 되풀이되는 레퍼토리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나들이를 가는 건 행복하기 위함과 동시에 일탈이 될 만한 자극을 받기 위함이다. BMW 430i 컨버터블은 이들 목적을 충분히, 아니 너무나도 훌륭히 제공한다.

지붕을 열어야만 한다
나들이 차로 가장 먼저 430i 컨버터블을 떠올린 이유는 간단하다. 적당한 온기를 머금은 5월의 공기가 언제 갑자기 후끈하고 끈적한 여름 공기로 바뀔지 모를 일. 평균 기온 영상 17~20℃를 기록하며 얇은 자켓 하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날 수 있는 요즘 날씨가 지붕 열고 달리는, ‘오픈 에어링’을 즐기기에 딱이다. 1년 열두 달 중 다른 대안을 꼽기도 힘들 정도로 최적의 시기인 셈. 지붕 열리는 차를 고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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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내려다본 실내 공간
BMW 430i 컨버터블은 작년 부분변경을 거쳐 출시된 모델이다. 이름도 기존 428i에서 430i로 바꾸었다. 배기량은 같지만 출력을 조금 더 높였기 때문이다. 모델명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오르는 감성 튜닝을 거치며 가격 역시 살짝 올랐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금 무리한다면 현실 드림카로도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가격이다.
외관은 교과서적이다. 좋게 보면 컨버터블의 정석이요, 안 좋게 보면 다소 심심한 생김새다. 이미 신형 BMW의 생김새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터라 큰 감흥이 일지 않는다. 분명 예쁘게 잘 다듬었고 달라진 주간주행등 역시 포인트가 되어주지만 이마저도 눈에 익은 변화다. 실내도 기존 4시리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재빨리 엔진 스타트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 본다. 시동 걸리는 소리는 2.0L 터보 엔진 치고 꽤 우렁차다. 외관으로도 끌기 힘들었던 사람들 눈길을 비로소 끌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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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에 와류를 막아주는 디플렉터를 설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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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 큰 봄철, 야간 주행 시 쓰면 좋을 넥 워머
컨버터블로서의 430i
접이식 하드톱을 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5초 내외. 지붕 개폐가 가능한 주행 속도는 소프트톱 모델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다. 시속 20km 정도가 아닐까 했지만, 테스트 결과 시속 17, 18km에서도 경고음을 내며 쉽게 열리지 않았다. 430i는 속도계 바늘이 15km/h 이하를 가리키자 그제야 하늘을 올려다보길 허락한다. 이 정도면 거의 주차장을 배회할 때나 꽉 막힌 정체 상황 수준. 진작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이 사실을 깨달은 건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지방 국도에서였다. 신호 대기 중에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430i는 어정쩡한 자세로 1km 가량을 더 달려야 했다. 시속 15km 넘었다고 대뜸 변신까지 멈출 줄이야. 지붕을 덜 열고 달리는 건 자칫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시속 30km 정도를 유지하며 천천히 기어갔다. 왕복 2차로의 비좁은 도로였던 탓에 뒤에 차라도 있었다면 민폐도 보통 민폐가 아니었을 것이다.
당황스러웠던 순간도 잠시, 이내 찾아온 평온 속에서 룸미러를 슬쩍 봤다. 상상 속 아이들이 보인다. 내 애가 저렇게 생겼었나? 아이들의 안전 생각에 스포츠 대신 컴포트에 주행 모드 설정을 맞추고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엔진 반응에 이질감이 없다.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을 필요도 없이 발이 닿으면 그대로 민첩한 가속이 이뤄진다. 1,450rpm의 저회전 영역에서 최대 토크를 내뿜는 탓도 있겠지만 엔진의 역할도 크다. 엔진룸 속 2.0L 엔진에는 터보차저가 하나 달렸지만 배기 통로를 둘로 나눈 트윈스크롤 기술로 터보랙을 최소화했다. 
흡족한 달리기 실력을 확인하니 마음이 놓인다. 실내를 다시 한번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선뜻 투어러라고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운전자뿐만 아니라 뒷자리 아이들이 오랜 시간 타기에 비좁지 않다. 오히려 지붕이 없어 자연이 선사하는 풍광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다. 그랜드 투어러로서의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요즘 한창 말썽인 미세먼지 농도가 짙지 않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쿠페로서의 430i
컨버터블이라고 해서 마냥 지붕을 걷어내고 다닐 수는 없는 법. 부끄럼을 타는 성격 탓에 사람 반, 자동차 반인 도심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지붕을 닫아본다. 아까 실내로 바람이 들이치는 바람에 제대로 달려보지 못한 아쉬움이 고개를 든다. 룸미러를 쓱 한번 들여다본다. 아까는 보이던 룸미러 속 아이들이 이젠 눈에 뵈지 않는다. 바로 손가락을 스포츠 모드 버튼으로 가져다 댔다. 지붕은 닫았지만 화끈한 배기 사운드가 느껴진다. 이대로 달려도 되는 걸까? 물론 된다. 430i 컨버터블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3시리즈 대비 무게중심을 20mm 낮춘 데다 바퀴 사이 거리마저 넓어져 코너링 시 롤링도 줄였다. 과감한 드라이빙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어졌다. 속도를 덜 늦춘 채 코너를 돌아나가 본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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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적재 공간이 여유롭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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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닫고 뒷좌석도 당기면 꽤 넉넉한 공간이 생긴다
지붕을 닫았을 때 트렁크 공간은 370L, 열었을 때는 220L다. 겹겹이 접어 넣은 지붕 조각이 트렁크 높이의 반 가까이 잡아먹는다. 그렇다고 텐트와 각종 캠핑 장비마저 소화할 미니밴이나 SUV를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냥 다른 종류의 나들이를 즐기면 된다. 굳이 밖에 나가서 자고 요리해 먹는 건 퍽 귀찮은 일 아닌가. 우리같이 컨버터블 타는 사람들은 나들이 짐으로 캐치볼 정도만 챙기면 된다. 음식은 사서, 잠은 집 가서 해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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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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