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AMG E 63 4매틱+ 시승기
2018-04-30  |   35,935 읽음

MERCEDES-AMG E63 4MATIC+

쌍둥이 형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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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63은 쌍둥이 형 E63 S를 위해 여러 가지를 양보했다. 지금도 충분히 빠르지만 그보다 더 빠른 형의 존재는 가슴이 쓰리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는 고성능 라인업마저 세분화하고 있다. 브랜드 희소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조사가 다임러다. E클래스를 예로 들자면 플래그십 퍼포먼스 모델인 E63을 기준으로 쌍둥이 형인 E63 S(이전 세대 W212부터 등장했다)와 동생 E43이 추가됐다. 숫자에 따른 AMG의 위계질서도 확실하다. 원맨-원엔진 고집을 버린 43시리즈는 형들과 확실한 출력 차이를 보이는 400마력 대 성능으로 더 넓은 고객층을 향했다. 문제는 같은 숫자를 사용하는 63시리즈다. E63과 E63 S는 엔진 출력만 조금 다를 뿐, 성격과 고객이 서로 겹친다. 물론 벤츠가 주먹구구식 라인업을 짜지는 않았을 터. 63시리즈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외관부터 찬찬히 살펴보았다.

 

세분화한 고성능 라인업 

E63의 얼굴은 성능에 걸맞게 흉포하다. 고성능을 암시하는 대형 에어 인테이크 홀과 스플리터 같이 뻗은 범퍼 하단, 여기에 AMG 그릴과 울룩불룩한 보닛이 빚은 과격함이 분위기를 이끈다. 반면 엉덩이는 상대적으로 수수하다. 트렁크리드 위에 달린 립 스포일러와 네 개의 테일 파이프만이 평범한 E클래스가 아니라고 말할 뿐이다. 

실내는 고성능 모델의 교과서적인 변화를 따랐다. 우드트림을 대체한 카본트림, 공기주머니로 신체를 잡아주는 다이내믹 시트가 대표적이다. 또한 E클래스의 최고급 트림에 걸맞게 인조 스웨이드 마감과 대시보드 가죽 덮기 등으로 시각적 만족감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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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트림과 대시보드 가죽덮기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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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퍼와 AMG 전용 그릴, 오버펜더와 보닛이 만든 흉포한 인상

 

엔진은 V8 4.0L 트윈 터보 M177이다. 뱅크 사이에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두 개를 넣은 구조가 특징(같은 M177 계열 C63, GLC 63은 싱글 스크롤)으로, 이를 통해 응답성이 빨라졌고 냉간시 촉매온도를 빠르게 올려 오염물질 배출도 적다. 4.0L의 배기량은 AMG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작지만, 성능에 대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AMG 63시리즈 외에도 다양한 고성능 모델에 탑재되어 그 실력을 검증받았기 때문. AMG와 협력관계에 있는 애스턴 마틴 DB11과 밴티지에도 사용되며, 드라이섬프 윤활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낮춘 M178은 AMG GT의 심장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최신 설계의 퍼포먼스 엔진은 연료효율도 신경 써야 한다. 컴포트 모드에서 3,250rpm 이하로 주행할 때 활성화되는 실린더 휴지기능(상황에 따라 2, 3, 5, 8 실린더 밸브를 닫는다)이 탑재된 이유다. 단단한 쿠션감과 긴장감이 스민 시트 위로 몸을 맡겨 운전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부드러운 배기음이 한껏 고조된 기분을 반감시킨다. 물론 성능은 강력하다. 571마력의 출력은 2t의 차체를 정지 상태에서 3.5초 만에 시속 100km로 가속시킨다. 출력 40마력이 높은 E63 S는 이보다 0.1초가 빠르다. 지금도 충분히 빠르지만 그보다 더 빠른 형의 존재는 가슴이 쓰리다. 

 

쌍둥이 형을 위한 동생의 양보

변속기는 9단 자동 9G트로닉 스피드시프트. 기존 AT에서 토크 컨버터를 습식 다판 클러치로 대체한 구조로 고성능과 편의성을 두루 아우른다. E63과 E63 S에 맞춰 변속 패턴과 설계 일부를 다듬어 기존 7단보다 무게도 가볍고 변속 시간도 더 빠르다. 급가속에서 가벼운 변속 충격으로 차체를 튕기는 느낌과 한 번에 여러 단수를 건너뛰는 다운시프트도 퍽 매력적이다. 한편 주행모드에 따라 달라지는 서스펜션의 변화는 매우 극적이다. 세 개의 에어 챔버가 서스펜션 용량을 늘려 포용력과 단단함의 폭을 극대화한 덕분이다. 갑작스러운 하중 변화와 고속 코너링, 급가속과 급제동 등 차의 주행상황에 맞춰 시시각각 댐핑을 조절하여 롤링과 피칭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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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쿼드머플러는 고성능을 의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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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구조가 복잡해진 만큼 차명도 길어졌다

 

주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똑똑하게 진화한 4매틱+다. 그간 벤츠의 4매틱은 경쟁사보다 트랙션 배분 능력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 조향축에 구동력을 전달하는 특성상 스티어링이 잠기거나 조향 무게가 변하는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최신 설계의 4매틱+는 벤츠에서는 처음으로 뒷바퀴에 구동력을 100% 까지 몰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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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가운데 자리 잡은 두 개의 터빈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코너를 탈출하면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네 바퀴에 시시각각 달라지는 구동력이 엉덩이로 느껴질 정도다. 덕분에 차체의 움직임이 매우 유연하며, 조향 감각도 깔끔하다. 트랙션 변화가 자연스러운 까닭에 운전 실력이 어설픈 사람이라면 쉬워진 스포츠 주행을 본인의 운전 실력이라 착각할 게 분명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후륜구동으로만 주행할 수 있는 ‘드리프트 모드’는 E63 S에서만 누릴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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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미카 인조가죽과 12시 방향 표시가 추가된 스티어링 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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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쿠션감과 긴장감이 스민 시트는 다이나미카와 나파 가죽을 혼용했다

 

이 밖에도 E63과 E63 S는 몇 가지 차이가 난다. E63은 기계식 디퍼렌셜 록, E63 S는 전자식 디퍼렌셜 록을 사용한다. 아울러 주행상황에 따라 엔진 마운트의 감쇠력이 달라지는 전자식 엔진 마운트도 E63 S만 달린다. 쌍둥이 형의 존재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차이를 둔 셈이다. 물론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E63은 뛰어난 퍼포먼스 세단 중 하나다. 아직 마땅한 경쟁자가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사 라이벌이 등장하는 내년까지는 가장 강력한 중형 퍼포먼스 세단으로 군림할 예정이다. E63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E63 S의 출시를 미루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리라.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제품 전략은 얄미울 만큼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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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인주 기자 사진 |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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