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기사] 벤츠 뉴 E240
2018-04-24  |   25,686 읽음

예리해진 스타일과 나는 듯한 쾌속감​

벤츠 뉴 E240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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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명성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10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지닌 자동차 생산업자로서의 기술축척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자동차라는 것을 발명한 주인공이란 뜻에서 이 회사의 존재가치를 나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나는 특히 벤츠의 마크(Emblem)를 좋아한다. 이 마크가 붙으면 자동차뿐만 아니라 딴 물건일지라도 초일류 같이 보이고 권위가 있는 느낌을 준다. 195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 독특한 디자인과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습에 나는 그 얼마나 매료당했는지 모른다. 자동차의 페인트 도색도 일곱 번이나 한, 고장이 안 나고 엄청나게 부품값이 비싼 이 차의 뒤꽁무니를 나름대로 열심히 쫓아 다녔다. 새차는 돈이 없어서 엄두도 못 내고 중고차 1972년형, 1979년형, 그리고 1985년형으로 바꾸어 왔다. 그러나 90년대에 이르자 모양이 이상하게 변신하는 바람에 나는 벤츠로부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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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평론가로부터 비난받아 
90년대 후반부터 획기적으로 탈바꿈

지난 10년간의 벤츠는 엄청난 크기의 덩치에다 마치 시멘트를 싣고 나르는 화물열차 같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많은 평론가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자 99년의 새 모델은 이러한 비평을 밀어내기 위해 디자인 면에서 크게 탈바꿈된 모습으로 등장했다.

 

몇 달 전에 벤츠 S클래스를 시승했는데 이 차는 안팎으로 날씬하게 변해 있었다. 나는 최고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단 한 가지 테일램프의 디자인이 약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옆에서 보면 그 램프가 뒷바퀴 펜더 쪽으로 `푹` 하니 보기 싫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90년대 후반기에 내놓은 E클래스는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전조등이 크고 작은 4개의 원형으로 디자인된 것이다. 그리고 이 디자인이 21세기의 벤츠의 주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같은 벤츠의 새로운 감각은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으나 일부에서는 대형차일 경우 박력이 없어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래서인지 99년의 S클래스에는 4개의 전조등을 달지 않았다. 그러나 E클래스에는, 다시 말해 자신이 손수 운전하는 클래스에 속하는 뉴 E240에는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99년형 뉴 E클래스는 이 4개의 원형 헤드램프를 가진 차가 또 새로운 단장을 하고 나타났다. 앞에서 이 차를 보면 마치 기생서방의 차같이 매끈하게 잘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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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E클래스는 이전의 모델과 비교해 보면 차체의 외형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두드러지게 달라진 것은 앞 그릴의 모양이다. 이전의 것은 밑부분이 약간 짧은 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새 모델은 밑부분이 더 좁아져 전체적인 인상이 아주 예리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릴 아래 달린 공기흡입구의 디자인이 약간 달라졌다. 차 앞면의 그릴과 4개의 전조등을 공기저항을 덜 받기 위해 이전의 모델보다 좀더 경사각을 늘렸다.


차의 내부도 큰 차이가 없으나 컨트롤 패널에는 뒷좌석의 목받침을 자동으로 눕게 하는 버튼이 붙어 있고 온냉방장치 배열이 달라진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에는 예전에 없던 여러 가지 편의장치가 새롭게 마련되어 있다. 이 차는 BMW의 주요한 경쟁상대가 되고 있는데, 뉴 E클래스와 맞대결할 수 있는 것이 BMW 5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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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BMW 523i와 비슷한 성능 
겉모습에서 품격과 세련미 돋보여

벤츠는 BMW의 5시리즈를 뿌리치기 위해 우선 가격을 낮추었다. 예를 들어 오늘 시승해본 E240은 BMW 523i(최고출력이 모두 170마력)과 똑같은 7천260만 원이다. 이렇게 되면 두 차는 성능과 안전도, 승차감으로 맞대결을 해야만 한다. 

제원과 성능을 비교해 보면 배기량은 뉴 E240과 BMW 523i는 큰 차이가 없는 2천400cc와 2천500cc다. 하지만 토크면에서는 23.0kg·m과 24.5kg·m 이어서 BMW 쪽이 조금 앞선다. 차체길이는 벤츠가 4.3cm 더 길고, 연료탱크 용량은 BMW가 70ℓ로 5ℓ를 더 넣을 수 있다. 0→시속 100km로 가속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뉴 E240이 9.6초, BMW 523i가 8.5초이고, 최고시속은 각각 223km와 228km이다. 연비는 각각 8.7km/ℓ와 9.4km/ℓ로 되어 있다.


성능면에서 BMW 523i가 벤츠 뉴 E240를 조금 앞서는 대신 뉴 E240는 실내공간이 다소 여유가 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보는 차이가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면 무엇으로 대결해야 할까? 그것은 순전히 고객의 취향에 달려 있다.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은 BMW 523i, 벤츠라는 이름을 더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뉴 E240을 선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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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에게는 벤츠의 뉴 E240이 주어졌다. 이상의 사전지식을 갖고 나는 이 차를 맞이했다. 불행히도 신형 BMW 523i를 타보지 못했기 때문에 비교시승기는 쓸 수 없지만 현재 비록 낡은 모델이긴 하나 BMW 740iL과 벤츠 500SL을 갖고 있는 탓으로 편견 없는 시승기를 엮어 보련다.


빗방울이 한두 방울 뿌리는 아침에 은색 뉴E240이 나를 찾아왔다. 4개의 원형 전조등이 달린 모델로써는 내가 보기에는 은색이 가장 걸맞다. 한두 번 차를 끼고 돌면서 스타일을 감상했다.


`역시 벤츠구만…!` 하는 찬사가 저절로 내 입에서 튀어나오게끔 뉴 E240은 멋있었다. 특히 짜임새 있게 새로워진 그릴과 전조등의 조합이 차의 품격을 높여준다. 범퍼 디자인도 크롬선이 얇게 박혀 이전의 모델보다 세련미가 돋보인다. 좌우 사이드 미러에 새로 달린 방향지시등은 벤츠가 최초로 단 것으로 아는데 안전운전에 상당한 방어능력을 발휘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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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을 열었다. 벤츠는 필요 이상의 편의장치를 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일본차 같이 쓸데없는 것까지 그럴싸하게 여기저기에 달면 고급감을 더해 줄지는 모르나 잔고장이 나고 정이 떨어지는 수가 더러 있는데 벤츠는 그 요령을 잘 알고 있다. 
차의 시동을 걸기 위한 키의 디자인도 이색적이다. 키 구멍에 꽂을 쇠꽂이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키 전체를 하나의 나뭇잎같이 디자인했기 때문에 키 같이 생기지 않아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약간 튀어나온 부분을 이그니션 키홀더에 가져다 대면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린다. 이 키의 기능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리모컨 조정으로 차의 문뿐 아니라 선루프까지도 열고 닫을 수 있다.

V6 엔진으로 경쾌하고 안정된 달리기 
진동과 소음 거의 없고 손수운전에 어울려

`자, 출발이다.` 
스티어링 휠의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장치가 왼쪽 문짝에 붙어 있어 편리했고, 벤츠 고유의 변속레버 이동장치가 `두다닥` 하니 구불거리는 홈구멍을 통해 D자로 이동했을 때 차는 소리 없이 구르기 시작했다. S클래스의 무겁고도 틀림없는 출발기분과 어쩌면 그리 다를까? D위치에 있는 변속레버를 좌우로 `탁탁` 치면 D1, D2, D3식으로 매끄럽게 변속하는 것 또한 재미가 있고 가속이 너무나도 경쾌하고 빠르다. 나는 옛 BMW 523i를 미국에서 몇 년 전에 타 보았는데,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벤츠의 E클래스보다 약간 웃도는 성능이 거짓말 아닌가 하고 의심이 갈 정도로 이 뉴 E240은 치고 나간다.


이것은 아마도 여기에 얹은 새로운 V6 엔진 덕이 아닌가 싶다. 이 엔진은 이전의 6기통 엔진보다 50kg 정도 가벼워졌고 한 개 실린더에 3개의 밸브와 2개의 스파크 플러그가 달려있다. 지금까지의 4개 밸브에 비해 배기밸브 한 개가 줄어 배기열의 손실이 적다. 그리고 2개의 스파크 플러그는 교대로 작동하면서 연료소비와 유해 배기개스를 줄인다. 유럽의 유해 배기개스 배출 기준량의 50%밖에 되지 않고 이전의 엔진에 비해 연료소비율도 13%나 줄어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엔진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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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기에 이 엔진은 효능은 두말할 것도 없고 진동과 소음도 거의 없다. 이 기분은 뒷좌석에 앉는 것보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아 봐야만 더욱 실감이 날 것 같다. 뉴 E240은 사장족이 타는 차가 아니라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실무용차로 더욱 적합하리라 본다.


길에 나서서 달릴 때의 경쾌함과 어떤 속도로 달리고 있어도 똑바로 길을 유지하고 틀림없는 접지감각을 느끼게 하는 특징은 다른 차와 비교가 안된다. 그 이유는 이 차에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이라는 전자식 주행 안전장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노면에서 미끄러지려고 할 때 순간적으로 네 바퀴를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하면서 엔진의 출력까지 조정한다. 그리고 건조한 노면, 빗길, 자갈길 등에서도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르는 적절한 대응을 해준다. 그래서인지 정말로 내 자신이 땅에 `찰싹` 붙어 다니는 기분이다.


이 차를 끌고 나갈 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뉴 E클래스에는 또 하나 재미있는 장비가 있다. 바로 `레인센서` 다. 이것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차가 스스로 비의 양을 감지해 적절하게 와이퍼의 속도를 자동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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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하는 순간에 시속 180km로 달려 
완벽에 가까운 안전 보호장치 갖추고

자유로에 들어섰다. 오늘은 다행히도 차가 많지 않다.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는 날이다. 가속기분도 BMW 523i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밟는 그대로 그야말로 나르는 것 같이 반응한다. 벤츠 S클래스보다 경쾌감에서 앞선다는 인상이다. 150, 160, 170, 그리고 시속 180km까지 `아차` 하는 순간에 도달했다. 엔진소리도 잠잠했고 시속 200km에 이르러도 요동 없이 더욱 안정감 있게 달린다.


이 차에 달린 개스식 쇼크 업소버는 앞바퀴의 신형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과 어울려 작은 노면의 요철과 장애물 정도는 느낄 수 없이 지나간다. `안락성과 안전성은 과연 벤츠구나` 하는 탄성이 저절로 입에서 나오게끔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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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특색은 다른 차와 비교할 수 없는 안전장치다. 벤츠의 충격흡수장치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앞뒤로 충돌할 때 순간적으로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고 엔진이 밑으로 떨어져 바퀴를 돌리는 회전축이 운전자의 가슴에 충격을 가하지 않게 설계되었다. 뉴 E클래스 역시 이렇게 만들어져 있다. 에어백은 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 옆으로부터 받는 충격을 보호하기 위한 사이드 에어백이 문짝 옆에 달려 있고, 문짝 위의 유리창문에까지 별도로 윈도 백이라는 것이 설치되어 있다. 이것으로 차가 옆으로 충돌할 때 머리를 보호할 수 있으니 거의 완벽한 보호장치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안전벨트에 프리텐셔너를 달아 아주 심한 충돌사고가 났을 때 순간적으로 더욱 팽팽하게 당겨주도록 했다. 여기에 ESP와 ABS를 더한 벤츠의 독특한 시스템이 노면 미끄럼방지를 도와준다.


이렇게 잘 달리고, 사고가 났을 때의 승객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는 차기 때문에 벤츠는 높은 평가를 받고 차값도 비싸다. 돌아오는 길에 뒷좌석에 앉아 보았다. 이 정도의 차라면 승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여러 가지 있을 만도 한데 음료수 컵 두 개를 세우는 정도의 장치밖에 없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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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단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옥의 티`가 있다. 차의 문짝 밑 모퉁이를 보니 문짝을 찍어낸 상태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자칫 이 차에 타고내리는 사람의 다리를 해칠 우려가 있다. 너무나도 예리한 채로 방치되어 있어 `천하의 벤츠`의 위상을 해칠 수도 있으니 약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본다.


벤츠는 영원하며 위대하다. 여러분은 평생에 한 번쯤은 중고차라도 좋으니 벤츠를 소유해 그 진가를 직접 체험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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