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기사] 매그너스, 개성과 가치를 말하다
2018-04-20  |   20,825 읽음

매그너스, 개성과 가치를 말하다 

2.0 DOHC 디럭스가 주력모델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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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almly Gliding Eagle in a Crystalline Sky`. `수정 같은 하늘 위를 조용히 활강하는 독수리`란 뜻의 매그너스 개발 슬로건이다. 여기에 정숙성(Calmly), 승차감(Gliding), 스타일(Eagle), 환경(Crystalline), 세계지향(Sky)이라는 제품 컨셉트를 모두 담았다. 매그너스는 힘든 상황에 놓인 대우자동차의 살 길를 찾기 위해 태어났다. 새차가 나오자마자 다음해 연식이 되어버리는 불리한 상황인 연말에 내놓은 것은 그만큼 새로운 바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형차시장은 특히 수익성이 높은 분야여서 대우가 매그너스에 거는 기대는 크고 절박하다. 12월 2일 일반공개를 앞두고 부평공장에서 열린 보도발표회를 통해 대우의 야심작 매그너스를 만났다.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외모 개성적 
형 최대의 실내는 고급감 넘쳐
 

매그너스는 애초 레간자 후속모델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아직 1.8 엔진이 없기 때문에 레간자는 1.8 모델만으로 계속 생산하고, 지금 르노와 개발중인 1.8, 엔진이 양산되면 매그너스에 얹을 계획이다. 그리고 대우가 독자개발중인 직렬 6기통 2.5 엔진(모델명 XS6)은 2001년부터 매그너스에 얹혀 북미시장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따라서 매그너스는 XS6가 나올 때까지 내수시장에 주력하며 레간자와 함께 중형차시장 점유율 55%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매그너스는 국내시장을 위해 차체 크기와 성능, 편의장비 등 모든 면에서 중형차급 최고로 개발했고, 해외시장을 고려해 도요다 캠리, 혼다 어코드,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을 벤치마킹했다. 한편 내년 하반기에는 EF 쏘나타 플랫폼을 쓴 크레도스 후속모델에 대비해 7월쯤 스포츠팩 모델을 추가한다는 전략이다.

매그너스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개발해 레간자와 뿌리가 다르다. 레간자가 중형이라면 매그너스는 준대형에 가깝다. 과거 준대형을 기치로 나왔던 마르샤가 실패했던 원인은 쏘나타를 베이스로 해 중형차와의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그너스는 결국 중형차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중형차급 차체가 다소 커지고 있어 흐름에 맞추는 한편 한 급 위의 품질력으로 고객층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커진 차체는 고장력 강판을 많이 썼으면서도 무게가 가볍다.

디자인은 쥬지아로 최초의 에지 디자인으로 보인다. 최근의 부가티까지 쥬지아로의 디자인은 둥글둥글했다. 대우의 트레이드 마크인 프론트 그릴은 비로소 완숙된 느낌이다. 독수리 눈을 형상화한 헤드램프는 단면과 단면의 연결이 절묘하다. 앞모습은 그야말로 개성이 뭉쳐 있다. C필러에서 뒤로 이어지는 라인은 시원스럽게 뻗었다. 미쓰비시 디아망떼를 닮은 모습이다. 디아망떼는 일본차 중 가장 개성이 강한 차로 꼽힌다. 16인치 타이어를 감싼 두툼한 휠 아치는 단단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사이드 캐릭터나 몰딩 등은 EF 쏘나타와 너무 흡사하다. 또 개성이 강한 스타일에 비해 휠 디자인이 밋밋하다.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로 이어지는 대우차들은 키가 크다. 매그너스 또한 예외가 아닌데 키 큰 차는 공간이 크다는 것이 쥬지아로의 디자인 철학이다. 키 큰 차는 타고 내리기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성능 세단 이미지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튼 실내크기는 중형급에서 최고다.

널찍한 실내에서 더욱 돋보이는 것은 인테리어다. 인테리어는 대우의 디자인 포럼에서 맡았는데 디자인이 겉모습과 잘 어울린다. 대시 패널은 검정과 베이지색의 투톤 컬러로 아카디아에서 시작된 고급차의 맥을 잇는다. 도어까지 연결된 패널은 주름이 깊어 고급스럽다. 옵션인 가죽시트는 바느질이나 마무리가 만족스러워 흠잡을 데가 없다. 3개의 구멍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페라리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개성이 강하고 스포티하다. 단순화시킨 스위치류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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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핸들링과 절제된 움직임 
2.0ℓ 엔진에 스텝게이트식 기어 
1차 시승장소는 대우 부평공장 내 간이 주행시험장이었다. 출고를 위한 마무리 테스트장으로 직선길이 1km 정도에 양쪽 끝에 선회로가 마련되어 있다. 폭이 좁고 규모도 작아 제한된 시승이 될 수밖에 없었으므로 직진가속과 제동, 선회성능 정도를 체크했다. 출발은 가볍고, 꾸준하게 가속이 이루어진다.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감각은 토크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속 100km에 도달하면 바로 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연속적인 감각을 알기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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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핀에 가까운 선회로에서는 탄탄한 접지력을 보여준다. 세차게 감아 나가도 몸의 쏠림이 거의 없다. 레간자와 마찬가지로 로터스가 손본 서스펜션은 하체를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다. 국내 기준으로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승차감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특히 돋보이는 부분은 브레이킹 감각이다. 묵직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안정적이어서 매그너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일반도로를 달려보기 위해 송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승차는 2.0 DOHC 디럭스로 매그너스의 주력모델이다. 레간자용을 손본 엔진은 최고출력 148마력/5천400rpm, 최대토크 19.6kgm/4천rpm으로 경쟁차인 EF 쏘나타(147마력/6천rpm, 19.4kgm/4천500rpm)보다 수치에서 약간 앞선다. 예전에 닛산이 자사의 특징처럼 사용하던 진주색 펄 컬러는 매그너스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대표색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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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로 올라서자 공장에서보다 훨씬 조용한 느낌이 전해진다. 용량을 키운 머플러는 3중 구조(보통 2중 구조) 시스템을 써 배기소음을 한 단계 더 걸러낸다. 배기음 또한 깊은 울림이 있다. 가볍게 움직이는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차를 다루기 쉽게 하고 신뢰감도 준다. 스티어링 휠을 위 아래로 이동시키는 틸트 폭이 상당히 커 운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도어쪽 윈도 라인이 높아 듬직하고 보호받는 느낌을 준다.

도로에는 차들이 많았다. 문득 가다서다를 반복할 때는 외기(공기흡입구)를 자동으로 차단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매연이 많은 대도시에서는 운전자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될 것이다. 선바이저의 수납식 익스텐션은 햇볕 차단공간을 늘려 주는 것으로 국산차에는 처음 쓰였다. 2단 암레스트, 컵과 카드 홀더, 핸드폰 수납공간 등 편의장비가 많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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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대기를 위해 차를 멈췄는데 옆 차선에 선 미니밴 오너가 창문을 내려달라고 손짓한다. 길을 물으려나 했는데 대뜸 `그 차 얼마요?`하며 말을 툭 던진다. 한국사람다운 용건이다. 값을 말하자 별로 비싸지 않다며 `차가 멋있다`고 한다. 그 사람 외에도 힐끔거리는 시선을 많이 받았는데, 최근 시승차를 몰고 나가 이렇게 관심을 끌기는 처음이다.

달리는 차들 사이를 헤쳐가는 추월가속은 가볍게 이루어진다. 동작이 큰 추월 다음에 자세를 바로잡는 움직임이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로터스 손길이 닿은 핸들링은 유럽차 감각의 정확성으로 운전재미를 더한다. 벤츠의 특허였던 스텝게이트식 자동기어는 이제 여러 차종에서 만날 수 있는데 매그너스 역시 체어맨에 썼던 ZF제 트랜스미션을 얹었다. 차이는 체어맨이 자동 5단이고, 매그너스는 4단이라는 점이다. 파워와 홀드 모드, TCS 버튼을 갖춘 기어박스는 조작감이나 품질감이 나무랄 데 없다. 스텝게이트 기어는 급발진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를 보강하기 위해 시프트 록 장치를 달고, 오조작을 막기 위해 페달 간격을 넓혔다. 실제 페달 간격의 넓이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적당해 보인다.


단단한 하체, 풀가속에는 아쉬움 
중형차시장 다시 불붙을 전망 
매그너스의 최대토크는 4천rpm에서 나와 중속에서부터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차들의 흐름이 뜸한 틈을 타 속도를 높여 본다. rpm 바늘이 4천을 넘어 5천에서 비틀거린다. 계기판 바늘이 시속 150, 160km를 가리키는 순간, 비명을 지르는 배기음에 날카로움은 없다. 차체의 흔들림은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지 않고, 타이어는 노면에 저항을 일으키지 않는다. 바람소리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철봉대에 목을 올려 놓고 넘어서기 아슬아슬한 순간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화살표를 그리면 수직상승 중간에 잠깐 머무르는, 그런 폭발력이 부족한 아쉬움이다. 아무래도 엔진의 한계로 보이는데. 2.5 엔진이라면 기막힐 것 같다는 생각이다.

매그너스는 여유있게 즐기는 차다. 개성으로 뭉친 디자인과 고급스런 실내, 정확한 핸들링까지 운전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다. 매그너스 오너층을 40대로 잡은 대우는 타겟 집단의 라이프 스타일과 제품 속성을 연계하는 `제너레이션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40대가 갖고 있는 불안감을 매그너스라는 상품으로 해소하는 감성적 마케팅`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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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너스의 차값은 중형 경쟁차보다 30~50만 원 정도 비싸다. 그러나 준대형에 속한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싼 편이라 할 수 있다. 레간자가 걱정될 정도로(레간자는 지난 서울 모터쇼에 선보였던 스포츠 모델로 경쟁한다는 계획이다) 매그너스의 가치는 커 보인다. 국내 중형차시장은 96~97년 30여만 대 규모에서 98년 이후 10여만 대로 줄었다. 2000년 예상규모가 17만 대라 해도 예전의 수요에는 미치지 못해 자동차 메이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어쨌거나 고객의 입장에서 품질력 높은 새 모델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과연 매그너스는 불안한 40대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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