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 로버 디스커버리 SD4 SE, 본질을 향하다
2018-04-17  |   37,490 읽음

DISCOVERY SD4 SE

본질을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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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통 디스커버리를 탔다. 6기통 모델과 비교해 엔진 크기뿐 아니라 편의사양과 안전기능 등에서 많은 부분을 덜어냈다. 좋게 말하면 좀 더 본질에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랜드로버는 지난해 5세대 디스커버리를 선보였다. 랜드로버의 아이덴티티로 작용했던 각진 보디를 벗어 던지고 지난 4세대에서 그러했듯, 레인지로버와 유사한 생김새로 패밀리룩을 이어갔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굴곡이 생긴 건 마냥 오프로더의 성격만 추구할 수 없었기 때문. 레인지로버 라인업이 점점 치열해지는 럭셔리 SUV 경쟁에 집중하게 되면서 브랜드의 살림살이를 도맡을 모델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번 시승에서는 전반적인 5세대 디스커버리의 인상을 다루는 대신, 4기통 모델 SD4와 6기통 모델 TD6의 차이점에 주목했다. 역시 파워트레인만 달라진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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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6 범퍼 하단에서 밝게 빛나던 안개등을 SD4에서는 볼 수 없다. 까만 플라스틱 조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4기통 디스커버리에 없는 몇 가지

SD4의 운전석에 앉았다. 랜드로버가 요즘 선보이고 있는 깔끔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구성은 여전했다. 그런데 왠지 센터패널 버튼 조작부와 센터콘솔이 휑하다 싶을 정도로 단출해 보인다. 이유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6기통 디스커버리 TD6는 센터패널 위에 있는 공조버튼부가 통째로 회전하도록 한 것. 동시에 숨어 있던 수납공간이 ‘짠’ 하고 나타난다. 4기통 모델에서까지 그런 기능을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다. 심지어 품격 있는 랜드로버가의 일원이라면 필수로 갖춰야 하는 센터콘솔, 컵홀더 덮개마저 과감히 생략했다. 있어야 할 게 있어야 할 자리에 없어서인지 습관처럼 센터콘솔 쪽으로 뻗은 손은 허공을 헤매게 된다. 누군가 이 모습을 본다면 BMW처럼 제스처 컨트롤이라도 있는 줄 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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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레이아웃은 랜드로버의 디자인 언어를 따른 무난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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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과 고급감을 쏙 뺀 센터콘솔

 

랜드로버의 과감한 원가절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TD6에서는 질 좋은 가죽으로 혼 버튼(스티어링 휠 중앙부)을 부드럽게 감싸며 중후한 멋을 풍기지만, SD4는 플라스틱 덮개만이 앙상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신형 디스커버리의 장점으로 내세운 대화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빠졌다. SD4에 달린 아날로그 다이얼은 TD6의 풀 TFT 디스플레이에 비해 예스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는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운전석과 보조석 헤드레스트에 달려 2열 탑승객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엔터테인먼트 모니터가 없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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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플레이트가 들어가 고급감은 다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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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 TFT 디스플레이 대신 아날로그 다이얼이 양쪽에 배치된 계기판의 모습

 

친절하게도 랜드로버는 외관에서 6기통 디스커버리와 구분지을 수 있는 힌트를 마련했다. TD6는 테일램프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들어오는 데 반해, SD4는 방향지시등이 들어오는 부위를 기점으로 윗부분만 빨간색으로 물들였다. 테일램프로서 최소한의 기능만 남긴 것이다. 6기통 모델에 기본 탑재되던 루프레일도 빠졌다. 또한 스티어링 방향에 따라 갈 곳을 미리 비춰주던 어댑티브 헤드램프 대신 일반 LED 헤드램프로 교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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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램프가 반쪽짜리로 변했다

 

본질을 이야기하다

그렇다면 4기통 디스커버리, SD4는 사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건 아니다. 이것저것 빠진 게 많긴 하지만 랜드로버답게 힘찬 질주본능은 여전하다. SD4는 다운사이징을 통해 TD6 대비 1L 가량 배기량이 줄었음에도 출력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레인지로버 벨라에도 들어가는 인제니움 2.0L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는 61.2kg·m로 TD6보다 불과 18마력, 10kg·m 남짓 낮은 수치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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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4에 들어간 인제니움 2.0 터보 디젤 엔진

 

초반 가속시에는 엔진회전수를 넉넉하게 가져가며 풍채 좋은 2.4톤 SUV를 힘 있게 끌어준다. 그러다 어느 정도 중속 구간에 접어들면 꾸준히 1,000~1,200 rpm 사이의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며 차체를 부드럽게 이끈다. 안정감 있고 야무지게 속도를 올리는 디스커버리를 보니 더 이상 아쉬움이란 단어를 입에 담긴 힘들었다. 물론 6기통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4기통으로 이 정도 넉넉한 힘과 주행질감을 뽑아낸 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하다. 지난달 소형 SUV 특집 촬영 당시 구난용으로 탔던 6기통 디스커버리의 부드러운 주행감이 벌써부터 잊혀져가고 있었다. 지나간 옛 여자친구를 그리워하기보단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과의 만남에 열중하는 게 백번 옳은 것처럼.

 

촬영을 위해 해안가의 다소 거친 모래자갈길에 올랐다. 서서히 오프로더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디스커버리인 만큼 댐핑 스트로크가 그다지 넉넉해 보이진 않는다.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노면 상황을 몸으로 읽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포장도로를 주로 달릴 신형 디스커버리에 적합한 설계다.

 

실내 정숙성은 어떨까? 아이들링, 가속, 정속 주행 상황에서 체크한 결과 가솔린 엔진과 비슷한 수준의 소음과 진동을 보였다. 혹시나 내가 디젤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스마트폰으로 제원을 다시 찾아볼 정도였다. 아주 민감한 편이 아니라면 디스커버리의 실내는 충분히 아늑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주행성능 면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SD4의 장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배기량 엔진답게 연비절감 효과까지 누린다. 6기통과 비교해 연료소비량이 약 27% 가까이 줄어들었다(복합연비 기준 SD4 12.8km/L, TD6 9.4km/L).

1,000만원 남짓 싸다지만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게 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안전 관련 주요 편의기능이 많이 빠진 데 대해선 어찌 변론할 도리가 없다. 실제 판매량을 봐도 SD4가 차지하는 볼륨은 전체 디스커버리 판매량 중 1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2018년 1월 판매량 기준). 그렇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본질에 가까워진 ‘진짜’ 디스커버리를 저렴하게 탈 기회가 왔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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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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