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기사] 캐딜락 세빌 STS
2018-04-16  |   9,592 읽음

캐딜락 세빌 STS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달리는 즐거움​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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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진의 시(詩)가 생각나는 유월의 제주도, 옥빛으로 출렁이는 바다는 끝간 데 없는 지평선과 함께 기자를 아득함에 취하게 했다. 해안 일주도로를 함께 달린 캐딜락 세빌 STS는 멋진 풍광만큼 기막힌 달리기 성능을 보여주었다. 출렁이는 것은 바다뿐 세빌 STS는 미국차답지 않은 단단한 하체로 와인딩 로드를 탄탄하게 휘몰아쳤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보다 직접 운전대를 잡았을 때 그 진가가 더 빛났다. 

GM 코리아의 선봉으로 국내 상륙 
제주에서 시승 겸한 보도발표회 열려 

누구에게나 드림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캐딜락처럼 죽기 전에 꼭 한번 타고 싶다 는 미국인들의 열망을 담아온 차도 드물다. 최근에 국내에도 소개된 영화 록킹 온 헤븐스 도어 를 보면 시한부 생을 남겨 놓은 주인공이 마피아의 돈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되자 마지막 소원의 하나로 어머니에게 캐딜락을 사주는 장면이 나온다. 캐딜락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정서를 잘 나타낸 것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GM 코리아는 캐딜락 세빌을 선봉으로 내세웠다. 세빌은 전통 세단인 드빌과 달리 스포츠 세단의 성격이 강하다. 날렵하고 컴팩트한 스타일이 덩치만 큰 대형차가 아님을 보여준다. 차체길이는 4천995mm로 에쿠스(5065mm)보다 작다.

 

시승을 겸한 보도발표회가 열리는 제주도에서 처음 만난 세빌은 예전의 캐딜락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옆면을 깊게 파고든 헤드램프와 각진 뒷모습은 사브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의 화려한 치장은 사라졌지만 웅장한 그릴과 전통의 엠블럼이 여전한 캐딜락의 권위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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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에이터 그릴 위에서 빛나는 왕관과 방패 모양의 엠블럼은 캐딜락 가문의 문장이다. 7개의 진주가 박힌 왕관은 고대 프랑스 궁정에서 쓰이던 것으로 귀족을 상징한다. 4등분된 방패는 십자군 원정에서 수훈을 세운 가문의 전통을 말한다. 한편 컴비내이션 헤드램프는 각기 5개의 램프가 작동하지만 국내용은 코너링 램프를 뺀 4개다. 트렁크 리드에 스톱 램프를 달았고, 크롬 도금 알루미늄 휠이 스포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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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고급스러우면서 담백하고 제블라 우드 그레인이 은은한 분위기를 낸다. 일체형 대시보드에서는 미국차의 특징이 드러나지만 센터 페시아에서는 렉서스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보인다. 그만큼 마무리가 깔끔하다. 2도어 쿠페인 엘도라도와 같은 섀시를 쓰기 때문에 실내공간은 그리 넓지 않지만 전용 에어컨과 컵홀더를 갖춘 뒷좌석 공간은 쇼퍼 브리븐에 부족하지 않게 널찍하다. 넉넉한 트렁크 룸은 크게 열리고, 스키 구멍이 버튼으로 작동되는 점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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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올라 시동키를 꽂자 미리 입력된 메모리로 시트와 핸들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내릴 때는 시트가 완전히 물러나고, 풋 브레이크에는 별도의 해제버튼이 없다. P에서 다른 레인지로 이동하는 순간 풋 브레이크가 해제되고 주행 후 다시 P에 넣으면 사이드 브레이크가 채워지는 방식이다. 계기판 디스플레이도 이채롭다. 디지털 모드에서 버튼을 누르면 그 위로 아날로그 계기가 나타나는 모양이 하이테크 감각이다. 

미국차 특징에 유럽차 감각 응용해 
편한 자세로 다이내믹한 운전 즐겨 

세빌 STS는 1.8톤이 넘는 차체를 아주 가뿐하게 내몬다. 여유로운 힘은 미국차의 특징이다. 그런데 하체가 단단하고 전체적으로 꽉 짜여진 느낌은 유럽차 감각이다. 그러고 보니 일본차와 유럽차의 장점을 두루 응용한 인상이다. 세계시장에 나서는 신세대 캐딜락의 변모를 느낀다. 

핸들은 적당한 무게로 움직인다. 캐딜락이 개발한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인 매그나스티어(Magnasteer™)는 유압, 전자, 자기 제어방식을 독특하게 결합시키고 있다. 차의 속도와 핸들에 가해지는 힘에 관계없이 늘 최적의 핸들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1차로가 많은 도로에서는 천천히 달리는 승합차나 트럭 등을 추월할 일이 많아진다.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재빠른 추월을 시도해 보니 추월가속성능이 놀랍게 민첩하다. 치고 들어가는 각도에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다. V8 DOHC 4.6ℓ 304마력 엔진으로 최고시속 240km를 내는 세빌 STS는 0-시속 100km 가속시간이 7초대로 가속성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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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바퀴굴림은 고속에서 안정감을 더해 준다. 시속 160km를 넘는 고속주행에서 흔들림을 느낄 수 없다. 가볍게 뻗어나가는 차체가 탄력적인 무게중심을 유지해 운전자는 안정된 핸들링을 즐긴다. 브레이크 감각은 무거운 편이다. 급제동을 걸자 ABS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스태빌리트랙이 있어 코너가 이어지는 길도 자신있게 내몰 수 있다. 과격한 코너링에서 오버스티어를 억제하는 느낌을 분명하게 받는다. 스태빌리트랙은 스티어링의 각과 요잉, 횡가속도를 감지하는 센서에서 차의 움직임을 파악해 균형을 잃지 않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저속회전에서 나타나는 불필요한 TCS(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작동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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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빌 STS의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타입으로 서브 프레임에 고정되어 있으며 CVRSS라 불리는 액티브 제어방식을 썼다. 또한 알루미늄 블록 엔진이 비스커스 컨버터 클러치(VCC)를 통해 4단 AT에 연결되어 있다. VCC는 토크 컨버터의 엔진토크 변화를 감지, 엔진작동을 부드럽게 해주고 구동계의 소음을 줄여준다. 따라서 AT의 변속감각이 상당히 매끄럽다. 세빌 STS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로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고급차시장에는 7천만 원대라는 새로운 기준이 세워지고 있다. 현대 에쿠스가 7천만 원대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94년 대우 아카디아가 국내 최고인 4천만 원대로 수입차와의 가격격차를 줄이더니, 이번에는 재규어 S타입, 캐딜락 세빌 등이 에쿠스와의 가격격차를 줄이고 있다. 가격 대비 가치를 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잴 수 없는 것도 더러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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