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기사] 마세라티3200GT AT
2018-04-16  |   18,722 읽음

마세라티 3200GT AT
포르쉐 911에 도전한 마세라티의 기함​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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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이름난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이 이태리 포르테 델 마르미에 모였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은 완전 신형으로 새출발한 마세라티 3200GT의 새 버전 3200GT 오토매틱이었다. 우리는 급커브가 많은 바라노 서키트, 베르실리아-라스페지아를 잇는 고속도로, 그리고 포르토피노 남쪽 지중해안의 꼬부랑길에서 오토매틱을 마음껏 몰아보았다.

새로운 변신과 도전에 대한 기대 넘쳐 
포르쉐 911 팁트로닉과 맞서는 4단
  
마세라티는 지난해 9월 페라리 산하에 들어간 뒤 처음으로 공개행사를 열었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 3200GT 매뉴얼(MT)을 세계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그때 필자는 마세라티가 페라리 산하에서 어떻게 탈바꿈할지 불안과 기대가 엇갈렸다.


다행히 마세라티는 페라리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개성을 담아낸 3200GT를 자랑스럽게 우리 앞에 내놓았다. 세계 디자인의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이탈디자인)가 빚어낸 새 마세라티는 세계 저널리스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거기 담긴 품질과 성능은 스타일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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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전무이며 마세라티 3200GT의 대부인 파올로 마린세크는 그 사정을 이번에 털어놓았다.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페라리의 21세기형 모델 360 모데나를 내놓기 전에 서둘러 3200GT를 내놓았던 것이다.


`페라리 360 모데나가 나오기 전에 3200GT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래야만 시판 시기에 몇 달의 간격이 생기고, 파리 모터쇼를 거쳐 겨울에 홍보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파리 모터쇼를 통해 세계시장에 뛰어든 매뉴얼 버전은 성능이 설익었었다는 고백이다. 어쨌든 3200GT 매뉴얼은 시장을 착실히 파고들어 이미 250대가 나갔고, 1천여 명이 대기중이다.


마세라티가 3200GT의 오토매틱 버전을 내면서 다시 국제적인 시승회를 연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오토매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장에 도전하려는 야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은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났다. 마린세크는 오토매틱과 매뉴얼의 판매비율을 적어도 2 대 1, 또는 그 이상으로 보고 있다. 시승회장에는 새로운 변신과 도전에 대한 기대가 넘쳤다.


주지아로 디자인으로 몸을 감싼 3200GT의 겉모습은 작년 9월의 첫 시승회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고속도로와 꼬부랑길을 달리는 오토매틱은 매뉴얼과는 차원이 달랐다. 장소를 바꿀 때마다 날씨가 변덕을 부려 시승회로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다. 비로소 마세라티가 오토매틱과 매뉴얼의 판매비율을 2 대 1 이상으로 잡은 이유를 실감했다.


3200GT의 라이벌 포르쉐 911, 벤츠 CLK55 AMG, 재규어 XKR은 유럽시장에서 AT의 비중이 아주 높다. 재규어는 AT 일색이고, 포르쉐 팁트로닉은 40%를 넘는다. 벤츠도 예외가 아니다. 오토매틱이 수동 6단보다 훨씬 편하고 운전의 재미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세라티는 3200GT 개발 초기부터 전자식 AT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다만 V8 트윈터보 엔진의 엄청난 토크(49.7kg·m)를 소화할 수 있는 AT를 찾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마세라티는 멀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해답을 찾았다. 보그-워너 오스트레일리아를 바탕으로 태어난 BTR은 포드의 신형 팰컨 오스트레일리아에 정교한 개량형 트랜스미션을 공급하고 있다. 한해 10만 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의 AT를 그대로 넘겨받은 것이다. 기후와 도로조건이 나쁜 이 나라에서 입증된 기어박스의 신뢰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데 토마소 시대와 4WD 콰트로 포르테 초기에 겪은 신뢰성의 위기를 되풀이할 이유는 전혀 없다.


3200 GT의 4단 기어는 5단인 포르쉐 911 팁트로닉이나 재규어 XKR보다 뒤질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V8 터보 엔진의 토크대가 아주 넓어 문제가 없었다. 출력과 토크는 피크에 이를 때까지 매끈하게 올라갔다. 최고출력의 엔진회전대는 매뉴얼보다 250이 내려가 6천rpm이었다. 토크 컨버터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레드라인은 매뉴얼의 6천800rpm에서 300rpm 떨어진 6천500rpm으로 내렸다.


3200GT의 매끄러운 성능과 힘찬 가속력은 엄청난 토크에서 우러나왔다. 2천700~5천500rpm에서 최대토크에 육박하는 44.8kg·m가 나왔다. 기어비가 넓은 4단 트랜스미션을 다루고 남을 힘이었다.

콘솔에 있는 버튼으로 스포츠 모드 조작 
수동과 비슷한 값에 훨씬 편리하고 세련
  
AT의 셀렉터에는 스포츠 모드가 없다. 대신 콘솔에 있는 스포츠 버튼을 이용해 서스펜션의 가변식 댐퍼와 센서를 조절한다. 정상모드에서는 기어를 내릴 때 시간이 걸리고, 액셀을 콱 밟아야만 킥다운이 가능하다. 전력질주할 때에는 5천rpm에서 시프트다운 한다. 스포츠 모드에 들어가면 3200GT의 성능이 달라진다. 시프트다운이 훨씬 빨라지고, 중간 기어에서 오래 머물 수 있으며, 액셀을 한껏 밟았을 때에는 6천100rpm에서 기어 단수를 올릴 수 있다. 중간단계의 액셀 조작에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V8은 터보의 잡음을 누르고 힘차고 상쾌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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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0GT의 T형 손잡이가 너무 투박해 실망했다. 아울러 마세라티는 매니아 지향적인 모델인데 수동으로도 조작할 수 있는 팁트로닉을 달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기어박스를 공급하는 BTR은 포드를 위해 핸들 버튼식 기어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마세라티는 페라리 360 모데나형 페달이나 핸들 버튼형 AT를 3200 스파이더에 달려고 한다. 스파이더는 2000년 말 시장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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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가 정상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오갈 때 착각하지 않고 콘솔의 버튼을 조작한다면 3200GT 오토매틱은 다루기 쉬운 준마로 손색이 없다. 3200GT는 잠들어 있다가도 건드리기만 하면 얼른 깨어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수동식보다 0.6초가 느린 5.7초, 0→시속 1마일(약 1.609km) 도달시간은 13.8초여서 수동식보다 0.5초가 뒤진다. 마세라티에 따르면 전 F1 드라이버 이반 카펠리가 핸들을 잡고 급커브가 많은 바라노 서키트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은 수동식보다 0.8초 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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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셀은 매뉴얼과 같은 모델이다. 오토매틱은 클러치가 없는 2 페달식이어서 매끈한 운전재미를 맛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드라이빙 매니아가 아닌 마세라티 팬들에게는 값이 비슷하면서 훨씬 편리하고 세련된 오토매틱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평하는 시승자들이 많았다.


유럽에서 3200GT의 라이벌인 포르쉐 911은 6기통 3.4ℓ 296마력의 엔진을 얹고 값은 약 1억2천400만 원이다. 드라이버에게 인기 있는 차종이고 GT에서 스포츠카로의 변신이 자유자재다. 중형 고성능 쿠페인 벤츠 CLK55 AMG는 V8 5.4ℓ 349마력에 값은 1억1천330만 원으로 실내공간이 넓다. C클래스 섀시에 강력 버전인 E55 V8을 얹었다. 재규어 XKR은 V8 4.0ℓ 370마력에 차값은 1억1천400만 원으로 힘들이지 않고 느긋하게 고속 크루징을 즐길 수 있다. 실내공간이 약간 좁지만 스포츠 드라이빙보다는 세련된 운전에 알맞다. 
마세라티 3200GT 오토매틱은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에서 이들을 상대로 운명을 건 판매전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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