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3 G1.6 , 차가운 선택
2018-04-12  |   43,139 읽음

KIA K3 G1.6 NOBLESSE

차가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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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가 위기의 돌파구를 준중형 세단 본질에서 찾았다.  

소형 SUV 인기에 직격탄을 맞은 건 다름 아닌 준중형 세단 시장이다. 아반떼는 여전히 굳건했지만 세대교체 시기가 도래한 K3와 그 시기가 한참 지난 SM3, 그리고 못난 가격 크루즈는 떠나는 고객을 잡지 못했다. 아니 오는 고객도 밀어냈다고 봐야 할 만큼 매력이 부족했다. 결국 준중형 세단 시장 점유율은 2015년 15%에서 2016년 이후 1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신형 K3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세단 진영의 첫 반격. K3는 진지하다. 소형 SUV가 작은 SUV라는 흥미로운 감성으로 어필했다면, 계산기를 두드린 차가운 이성으로 이에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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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중형 세단이란

K3는 주특기에 집중했다. 중형차를 넘보는 거주성과 소형차급 경제성이 준중형 세단의 매력이 아니었던가. 길이를 무려 4,640mm로 이전보다 80mm 늘려 중형차의 여유를 품었고, 효율에 집중한 파워트레인으로 경제성까지 챙겼다. 

덕분에 K3는 ‘아반떼 아류’라는 오명을 벗은 모양이다. 이전 세대는 아반떼(MD)가 겹쳐 보일 만큼 비슷했는데 신형은 실루엣부터 딴판이다. 보닛과 트렁크가 길쭉하게 늘어나 세단 특유의 시원스런 맛이 살아났다. 더욱이 좌우를 이은 테일램프와 납작하게 내리 깔린 헤드램프를 통해 보다 넓어 보이도록 유도한 건 물론, 검은 장식으로 범벅 진 앞뒤 범퍼로 시각적 무게중심까지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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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LED 헤드램프. X자로 퍼진 디테일은 K3만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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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 모양을 본뜬 테일램프

 

다만 늘어난 크기의 혜택이 실내에 미치진 않았다. 기자도 당연히 ‘커진 차체만큼 실내도 넓어졌겠군’ 하고 기대하며 문짝을 열었건만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앞좌석과 뒷좌석 공간 모두 아반떼(AD)와 큰 차이 없이 비슷하다. 그 이유는 숫자로 짐작할 수 있다. K3의 휠베이스와 너비는 아반떼와 같은 2,700mm와 1,800mm. 늘어난 길이는 모두 앞뒤 오버행에 집중돼 실내공간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대신 트렁크용량이 동급 최대인 502L로 늘어나 기껏해야 400L 수준인 소형 SUV를 큰 차이로 앞선다.

아반떼보다 나은 건 차라리 공간보단 스타일이다. 최신 기아차의 흐름을 따라 가로로 길쭉한 모양 대시보드가 달렸고, 층층이 나뉜 스타일로 공간을 더욱 넓어 보이게 했다. 좌우 끝에 달린 항공기 터빈 모양 송풍구도 눈길을 끄는 특징. 쓰기 편하지만 지루한 아반떼와는 달리 나름대로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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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인 스타일의 송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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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길쭉한 스타일 대시보드는 실내를 널찍해 보이도록 한다

 

  

출력을 낮추다

눈으로 보는 감상은 여기까지 하고 키를 받아 시승차에 올랐다. 신형 K3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새로이 얹은 스마트스트림 파워트레인. 연료분사 방식을 기존 직분사(GDI) 대신 실린더당 두 개의 인젝터를 흡기 포트에 붙인 듀얼포트 분사(DPFI)로 바꾼 엔진과 무단변속기 IVT를 맞물린 현대-기아차 차세대 파워트레인이다. GDI를 버리면서 123마력(기존 132마력)으로 낮아진 출력, 오랜만에 현대-기아차가 다시 내놓은 무단변속기 완성도 등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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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스트림 G1.6 엔진.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kg·m의 성능을 낸다

 

시동을 걸자 나긋하게 엔진이 깨어난다. 실내에서 조용한 건 물론 보닛을 열어도 ‘틱틱’ 소리 없이 조용한 게 MPI(*DPFI는 기본적으로 MPI 구조) 엔진답다. 무단변속기지만 일반 변속기처럼 토크컨버터로 동력을 연결하는 덕분에 출발도 매끄럽다. 그런데 변속이 특이하다. 보통 무단변속기는 부드러운 가속 상황에서는 단수를 나누지 않고 끊임없이 변속을 이어가는데, K3는 이런 상황에서도 rpm이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한다. rpm 게이지를 안 보면 모를 만큼 변속 충격은 거의 없지만, 저속에서까지 단계적으로 변속하는 건 의외다.

하체는 젊은 취향을 따랐다. 노면의 충격을 둥글리되 솔직하게 전달한다. 무른 초기 반응을 지나면 팽팽하게 굳는 담백한 스타일로, 잔진동을 효과적으로 거르면서도 안정적으로 차체를 떠받든다. 대중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행 성능을 쫓은 모양새다.

본격적으로 도로에 올라 가속 페달을 밟았다. 무단변속기가 재빨리 기어비를 조정해 회전수를 끌어올려 힘을 짜낸다. 가속력은 제원표에서 엿볼 수 있듯 그저 평범한 수준. 오감으로 느끼는 가속감은 이보단 낫다. rpm을 높이면 좋지 않은 소리를 냈던 이전과 달리 새 엔진은 높은 rpm에서도 안정된 소리를 들려준다. 게다가 무단변속기가 일반 변속기처럼 절도 있게 기어비를 바꾸는 덕분에 약간의 변속 충격이 더해져 체감 가속이 더 빠르다. 동승한 다른 기자는 “이전 세대보다 출력이 낮아진지 모를 정도로 가속감이 나쁘지 않다”고 감상을 표했다.

시속 100km로 항속할 때 회전수는 1,750rpm 정도를 유지했다. 1.6L급 준중형차로서는 꽤 낮은 수준으로, 무단변속기 강점이 오롯이 드러난다. 수동 모드로 조작할 때 가상 기어는 8단. 잘게 쪼갠 기어비도 강점이지만, 조작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해 제법 운전 재미를 돋운다. 아마 사전에 무단변속기란 걸 몰랐다면 일반 변속기로 착각했을 만큼 자연스럽다.

아반떼가 그랬듯 빠른 속도에서의 안정감은 흠잡을 데 없다. 무난한 서스펜션과 차체가 작은 충격은 잘 걸러내고 너울에서 허둥대지 않게 중심을 잡는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게중심을 낮출 때도 된 게 아닌가 싶다.

총 82km를 시승한 후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15.8km였다. 고속도로 위주로 코스가 짜였지만 서서히 달리지도 않았고 때때로 최고속도로 내달렸던 주행 환경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다. 참고로 17인치 휠이 달린 시승차의 공인연비는 14.2km/L. 덩치가 커졌음에도 이전과 같은 무게와 효율 좋은 무단변속기가 맞물린 파워트레인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신형 K3는 위기의 돌파구를 준중형 세단 본질에서 찾았다. 준중형 클래스가 내걸었던 ‘중형차만큼 넓은 차체와 소형차 수준의 경제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차체를 키우고 효율을 높였다. 혹자는 2.0L급 성능을 냈던 GDI 엔진이 그리울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준중형 구매층에겐 정비성 좋고 효율 높으며 값싼 신형 엔진이 더 매력적일 터다. 게다가 세련된 외모와 차선유지 보조장치까지 갖추는 등 최신 유행도 착실히 따랐다. 차값은 소형 SUV보다 저렴한 1,590만~2,220만원. 과연 냉철한 이성으로 무장한 K3는 감성적인 SUV를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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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지수 기자 사진  윤지수, 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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