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기사] 99년형 카니발
2018-04-09  |   16,356 읽음

​99년형 카니발  

새로운 자동차 생활의 첨병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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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회사는 김선홍(金善弘)이라는 한 사람의 손에 의해 일으켜졌고, 그의 손에 의해 망해 버렸다. 그는 재벌이나 세습의 배경 없이 당시로서는 유일한 기술자 출신 전문 기업인으로서, 기아를 미국의 크라이슬러사가 한때 자랑했던 품질의 우월성과 비견할 만한 평가를 받게 하는 데 성공했었다. `믿을 수 있는 차`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던 그는 특히 프라이드와 봉고를 만들어 큰 히트를 쳤으나 결국은 그도 역시 `믿을 수 없는 경영인`이 되어 문어발식 경영에 손을 대면서 기아제국이 몰락해 버린 것이었다. 그 실태의 책임으로 국가경제마저 어지럽게 했다 해서 지금 형류의 몸이 된 그의 심경은 어떠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능력을 높이 사고 있었던 터인지라 `아차`하는 순간적인 판단착오가 이러한 결과를 몰고 온 것에 대해 무한히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제2의 봉고신화 노린 기아의 회심작 
현대로 흡수된 뒤 99년형 내놓아
 
현재 기아는 현대그룹에 편입되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명운이 언제 어떻게 바뀔런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와중에서도 기아의 생산라인이 꾸준히 움직이며 여러 가지 우수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 중의 하나가 지난해 등장한 미니밴 카니발이다.

이 차는 내가 알기로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크라이슬러사의 캐러밴이란 차에 착안해 만들었기 때문에 이름도 비슷한 것을 택한 것 같다. 캐러밴은 몇 년 전 나도 시승기를 써서 <자동차 생활>에 실었었다. 미국에서 두 자식놈들의 이삿짐을 나르는 데 여러 번 도움을 주었던 캐러밴은 차체가 작으면서도 짐과 사람을 태울 공간이 컸고, 도어가 크고 출입문턱이 낮아 참으로 편리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기아는 그 옛날, 다른 메이커들이 크라운, 포드 M20, 그라나다 등을 외국회사와 합작투자해 만들어 재미를 보고 있던 대형차 생산의 요람시절에 6기통짜리 푸조 604를 대량 수입했다가 팔리지 않아 파산직전까지 몰렸었다. 그러다 `봉고`라는, 그 당시로서는 이색적인 밴을 만들어 기사회생한 적이 있다.

번에도 기아는 이 새로운 형태의 밴으로 제2의 기사회생을 노렸으나 이미 때가 늦었다. 그것이 현대의 손으로 넘어가서 현대의 위상을 더욱 높이게 하는 꼴이 되었다니, 정말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카니발은 여전히 살아 있고 올해 신선한 모습으로 재등장하면서 더욱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나에게도 이 차의 시승기회가 주어져 오랜만에 <자동차생활>의 김회장과 함께 드라이브했다.

하루는 김회장이 전화로 문의해 왔다. `이번엔 무슨 차를 타십니까?” `기아의 카니발이야요.` `아니 그거 널찍해서 좋겠는데, 나도 한 자리 끼워줄 수 있겠습니까?” `오랜만에 김회장하고 드라이브하다니 내가 오히려 영광이지요.` 이렇게 해서 한 차를 둘이서 시승하게 되었다. 우리 앞에 나타난 카니발은 보디를 검은색으로 칠해 탄탄한 인상을 주었다. 지난 몇 년 동안 RV(Recreation Vehicle)라고 해서 묵직한 차체에 어마어마하게 생긴 범퍼와 바퀴를 달고 산과 들판 그리고 각종 도로망을 누비며, 어떤 때는 승용 오너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도로 망나니`를 잇는 차세대 다용도차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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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레저 즐기는 사람한테 인기 
싼타모, 스타렉스 제치고 1위 지켜
 
요새 IMF 한파를 슬기롭게 넘기는 듯하면서 한때 20%나 줄었던 교통량이 원상복귀해 도로가 다시 차로 꽉 막히기 시작했다. 특히 고속도로는 1차로에 푸른 줄을 긋고 체증이 심할 때는 7인승 이상의 밴과 버스만 다니게 하는 바람에, 공연시간에 쫓기는 연예인들이 이제는 고급 승용차 대신 밴을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박세리 때문에 우리 나라에도 골프붐이 일어났는데, 밴을 타고 1차로를 달리는 골퍼들이 승차정원 6명이 넘지 않을 때는 골프백에다 모자를 씌워 사람처럼 위장해 다닌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밴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기아 카니발은 앞서 말한 크라이슬러 캐러밴을 진화시켰다기보다 일본의 혼다가 미국에서 현지생산하고 있는 `US 오딧세이`와 거의 비슷하게 생겼다. 지난해 카니발이 나오자마자 같은 또래의 국내 미니밴인 싼타모와 스타렉스 RV는 판매량이 30~60%나 줄었고, 명실공히 카니발이 미니밴시장의 1위 자리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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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에 시승한 99년형 카니발은 주고객층을 30~50대로 늘려잡은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운전뿐 아니라 승객의 안락도에 더욱 신경을 썼다는 뜻이다. 하기야 외형으로만 보자면 98년형과 99년형의 차이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실내도 눈에 확 띄는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98년형 카니발은 상업실용성에 중점을 두어 주로 자영업자들의 업무용이나 레저목적에 비중을 두었지만 99년형은 중소기업의 사장이나 대기업 부장, 또는 연예인들의 업무·출퇴근과 레저용으로 활용범위를 넓혔다. 다시 말해 새 카니발은 짐을 나르는 용도와 함께 사람을 실어나르는 데도 부족함이 없도록 승용차 감각을 강조한 차로 변신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암레스트 재질을 PVC에서 시트와 같은 직물로 바꾸었고, 바닥에 매트도 깔고, 연료주입구 잠금장치도 달고, 여기 저기에 간단한 탈부착식 재떨이와 조명등, 동전함을 추가했으며 2열 시트를 앞으로 접어 간이 테이블로 쓸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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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타본 차는 2천 902cc 디젤 엔진을 얹은 고급형(파크) 모델이다. `자, 출발할까요.` 김회장한테 말을 건네고 시동을 걸었다. 디젤차 특유의 `괄괄`하는 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아이들링을 하고 있으려니까 역시 휘발유 엔진보다는 시끄럽다. 이 차는 1, 2열 시트 중간에 조그마한 보조석을 한 개씩 만들어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했다. 전체적으로는 9인승 같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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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감각의 실내는 고급스럽고 편해 
달릴수록 조용하고 힘찬 성능 과시
 
운전석에 앉으니 마치 어떤 호화로운 대형 승용차에 앉아 있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실내가 고급스럽다. 세련된 라운딩형의 계기판에는 타코미터와 속도계가 반월 모양으로 크게 자리해 너무나도 보기가 쉽다. 변속기가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달려 있어서 오른손 놀림도 자연스럽고 대시보드가 고급 승용차에서 볼 수 있는 장미목 무늬로 감싸여 기분도 좋다. 이밖에 스티어링 휠도 가죽으로 덮여 있는데, 디자인이 고급 승용차형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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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장은 차 안에 들어앉자마자 실내의 좌석부터 도어트림까지 꼼꼼히 살펴보더니, “으와, 봉고 시절과는 다르게 정말로 눈부시게 발전했구먼” 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 차의 2열 시트는 180° 회전해 3열 시트와 마주보고 앉을 수 있다. 회의 때나 가족끼리 여행할 때 실내 분위기를 화목하게 해 줄 것이다. 한편 업무적인 목적에도 신경써 2, 3열 시트 모두를 운전석 뒤까지 밀어놓을 수 있는 센터 슬라이딩 레일을 갖추었다. 이 덕분에 간단하게 뒷문을 열고 깊이 1.2m까지 큰 짐을 실을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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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실내장치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고 본격적인 시승소감을 털어놓자. 먼저 우리는 자유로를 통해 임진각까지 가보기로 했다. 카니발은 국내 디젤차 중에서 가장 조용한 엔진이라고 하지만 역시 그냥 서 있을 때의 소음은 컸다. 타이밍 기어 대신에 벨트를 썼다는데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엔진블록 아래에 밸런스 샤프트를 달아 중고속으로 달릴 때는 소음이 정말로 크게 줄어들고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큰 특징이라 하겠다. 정지하고 있을 때 `괄괄`하던 소음은 차가 출발하면서 없어지고 시속 50km 이상으로 올라설 무렵이면 너무나도 가볍게 달린다. 달릴수록 휘발유 엔진처럼 조용해지면서 힘은 더욱 강해진다. 하기야 휘발유 엔진을 얹은 카니발은 2천497cc에다 최대토크가 22.5kg·m/4천rpm이지만, 디젤 엔진은 토크가 31.5kg·m/2천rpm으로 50%나 더 강하단 말이다. 운전석도 제법 높아서 달릴 때 다른 차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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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시속 170km로 안정되게 달리고 
네바퀴 ABS로 브레이크 성능 높여
 
속도를 더 내 보았다. 시승날 자유로는 비교적 한산해서 끝까지 가속판을 밟을 기회가 많았다. 내가 알기로 스타렉스 RV는 최고시속이 135km밖에 안되는데, 카니발은 170km까지 나왔다. 좀더 긴 직선도로가 있으면 175km까지도 나올 것 같다. 그럼에도 땅에 달라붙는 접지력과 직진성이 아주 우수해 하등의 불안감이 없다. 특히 방음장치가 아주 잘 되어 고속으로 달릴 때는 고급 승용차를 끄는 기분 그대로다.

기분좋게 달리면서 밖을 내다보는 여유가 생겼다. 눈 앞에는 넓게 북으로 뻗은 자유로…! “이대로 북으로 자유로이 갈 수만 있다면 그 얼마나 좋겠어요.” 김회장은 혼자 푸념한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도 자유로의 주변풍경이 아름다운가 말이다. 이 차는 또한 컴퓨터가 변속시점을 자동조절해 적절한 시기에 조용하게 변속하면서도 수동기어 수준의 힘찬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그리고 도로, 지형에 따라 3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코노` 모드는 보통 때 일반도로에서 쓰고 `파워`는 오르막이나 거친 도로 또는 파워풀한 고속주행을 원할 때, `홀드`는 눈길이나 빗길 같은 미끄러운 노면에서 출발할 때나 엔진 브레이크를 걸 때 쓰게 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의 홀드 모드는 초보운전자에게 크나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니발은 전체적인 스타일 설계도 아주 뛰어나다. 공기저항계수가 승용차 수준 이상의 0.32나 된다고 하니 놀랍기 짝이 없다. 그래서 고속으로 달릴 때 엔진소리나 차 바퀴가 땅을 긁은 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는 것이란 말인가. 승차감도 우수하다. 거친 길을 갈 때도, 급커브를 고속으로 돌 때도 중심이 잘 잡혀 있으며 진동이 적다. 이것도 역시 고급 승용차에만 다는 맥퍼슨 스트럿 방식의 앞 서스펜션을 썼기 때문이다. 뒷바퀴에는 차의 하중을 적절하게 분산시키면서 노면충격을 잘 흡수하는 5링크 코일 서스펜션을 달았다. 게다가 앞, 뒤 바퀴에는 고강성 스테빌라이저를 달아 급커브와 험로 주행 때의 기울림,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최대한 수평으로 잡게 했고 개스식 쇼크 업소버로 안정감을 높여 안락한 승차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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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잘 달림과 동시에 잘 멈추기도 해야 한다. 카니발은 앞바퀴에 방열효과가 좋고 밀리지 않는 V디스크 브레이크, 뒷바퀴에 대형 드럼 브레이크를 달았고 네바퀴 ABS로 미끄러운 비와 눈길 운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브레크 시스팀의 조화는 직접 발로 밟아 보지 않고는 실감이 나지 않는 법이다. 이 차는 호흡하듯이 발의 압력과 브레이크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발의 압력과 차가 멎는 감각이 절묘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다.

신나게 달리다 보니 판문점에 다 왔다. 지난번에 소들이 북쪽으로 넘어간 다리는 아직도 일반인에게는 개방되지 않아 김회장하고 그 앞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왔다. 소는 넘어가도 사람은 건널 수 없는 다리. `이 다리를 자유롭게 건널 날이 언제나 올까`생각하면서 등을 돌렸다. 새로운 자동차 생활의 문을 여는 이 승용차와 업무 겸용 미니밴은 IMF시대에만 유행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시민생활을 위해 좀더 광범위하게 보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카니발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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