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이태리 음악의 성찬
2018-04-06  |   32,681 읽음

MASERATI 2018 GRANCABRIO SPORT

이태리 음악의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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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가 부분변경을 거쳤다. 자연흡기 V8 4.7L 엔진의 환상적인 즉흥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뜻이다.

 

럭셔리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일반인이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값이 비쌀수록, 수요가 한정적일수록 더욱 그렇다. 마세라티 그란쿠페와 그란카브리오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시간에 무심한 듯 은근한 변화로 내실을 다져왔다. 그런 의미에서 화장을 고친 2018년형은 마세라티 그랜드 투어러의 마지막 완성형이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마세라티가 고집해야 할 유산은 지키고 응당 따라야 할 부분만 다듬었기 때문이다. 전체 외관은 알피에리 컨셉트카와 분위기를 맞춰 진화했다. 뒤를 이어 등장할 후속모델과 디자인 흐름이 이어지도록 중간 과정을 만든 셈이다. 특징적인 변화는 마세라티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모서리마다 예리한 각을 넣어 날렵하고 단정한 맛을 더했다. 삼지창 엠블럼을 묘사했다는 프론트 스플리터와 범퍼의 형상도 브랜드 헤리티지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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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창 엠블럼을 묘사했다는 프론트 스플리터와 범퍼 디자인

 

아울러 공기저항계수는 0.32로 낮아졌다. 실내는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변화의 중심에 섰다. 더욱 넓어진 8.4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또한 변속레버 근처에 다이얼식 컨트롤러를 달아 조작성도 높였다. 송풍구 가운데 자리잡은 아날로그 시계는 외곽을 둥글리고 시계 다이얼을 하나 더 추가하며 소소한 변화를 추구했다. 내장재는 질 좋은 가죽을 덮고 박음질을 더해 최신 유행에 편승했다. 예전부터 보아온 익숙한 인테리어에 신선함이 묻어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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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아날로그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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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진작에 탑재되었어야 할 장비다

 

매력의 8할, V8 4.7L 엔진

변하지 않은 매력도 있다. 바로 엔진이다. 이전과 같은 페라리 출신 V8 4.7L(F136)는 마세라티의 마지막 자연흡기다. 대중적인 마세라티에 장착되는 크라이슬러 펜타스타 개량형 V6 트윈터보와 달리 마라넬로에 위치한 페라리 공장에서 장인이 직접 만든 오리지널이다. 배기량은 4.2~4.7L 사이이며 페라리 F430, 458 시리즈, 알파 로메오 8C와 공유해왔다. 1L당 출력이 100마력에 가깝지만 실린더 휴지 기능이나 ISG(Idle Stop and Go) 같은 최신 유행에는 둔감하다. 다만 회전을 높일수록 마세라티 고유의 오케스트라를 더 풍부하게 연주할 뿐이다. 웨트섬프 방식이어서 엔진의 장착 높이를 더 낮추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환상적인 연주의 비결인 크랭크샤프트 설계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니 수긍이 간다. 지붕을 젖히고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이태리 음악의 성찬을 가장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다. 오랜만에 느껴본 고성능 자연흡기는 터보 엔진이 범람하는 요즘 세상에서 잊고 있던 감성을 자극한다. 엔진회전수에 따라 자연스레 상승하는 출력과 두터운 타이어를 무시할 만큼의 민감한 꼬리의 반응은 잊고 있던 첫사랑의 재회와도 같다. 460마력에 달하는 위압적인 힘이 우아하게 전해지는 이유도 첫사랑의 환상일까? 큼지막한 시프트패들과 각도를 치켜세운 스티어링 휠이 어디 한번 달려보라 운전자를 자극하지만 느긋한 반응의 ZF 6단 자동변속기는 이 차가 그랜드 투어러임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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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의 자연흡기 V8 엔진은 아마도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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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변경에서는 스티칭을 더해 질감을 높였다

 

그랜드 투어러로 즐기는 고성능 감성

시내에 들어서자 그란카브리오에 내리 꽂히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시끄럽고 자극적인 차라 바라볼 법도 하건만,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의 교과서적인 비율과 우아한 볼륨감이 모두를 미소짓게 만든다. 차가 아니라 아트라고 치켜세우는 행인의 혼잣말도 창문 너머로 나지막이 들려온다. 버건디 소프트톱을 적시는 빗방울은 평소와 다름없지만, 첫 사랑의 여운과 이탈리아 감성에 물든 기자의 마음은 오늘따라 여운이 남는다. 

자동차를 옭아매는 다양한 환경규제는 내연기관의 발전 속도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 최근 1년 간의 발전 내용이 과거 5년치에 맞먹을 만큼이다. 다운사이징 터보가 당연한 요즘 세상에서 그란쿠페/그란카브리오의 자연흡기 V8 엔진은 아마도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다. 가장 완성도 높은 그랜드 투어러의 환상적인 즉흥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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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보디를 덮은 버건디 컨버터블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차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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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인주 기자 사진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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