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S P100D 시승기
2018-04-05  |   35,181 읽음

TESLA MODEL S P10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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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었다. 운전하면서 멀미가 날 것 같다고 느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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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S(90D)를 타 본 이들은 공통적으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하나같이 예외 없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 언어가 개개인의 다양한 표현을 담기에는 그 그릇이 작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시승을 마치고 나니 기자 역시 똑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이지 모델S가 보여주는 초반 가속력은 롤러코스터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런데 테슬라는 이걸로도 부족했는지 최신 롤러코스터를 한 대 더 선보였다. 테슬라 코리아가 새로이 공개하며 모델S 라인업 중 최상위 트림을 차지하게 된 P100D가 바로 그 주인공. 그간 우리나라에선 팔지 않았던 100D에서 성능을 강화한 모델이다. 

 

초고성능 맞춤 수트 입다

외관에서 딱히 두드러진 변화는 보이지 않지만 군데군데 자그마한 변화가 눈에 띈다. P100D는 기존 모델S에는 없던 리어 스포일러를 옵션으로 제공한다. 그냥 리어 스포일러가 아니다. 수퍼카에서 주로 쓰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제다. 차체 무게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동시에 고속 주행에서 안정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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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0D에서 'P'는 performace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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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주행에서 차체 거동의 안정성을 돕는 리어스포일러. 탄소섬유로 만들어 경량화도 신경 썼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빠르고 격한 주행을 하게 될 P100D는 이에 맞추어 타이어도 갈아 끼웠다. 기존 90D가 신고 있던 콘티넨탈 콘티스포트콘택트 대신, 미쉐린 파일럿슈퍼스포트를 짝지었다. 콘티스포트콘택트 역시 모자란 스펙은 아니지만 노면 접지 성능이 보다 우수한 파일럿수퍼스포트를 끼움으로써 다양한 노면 상황에서의 안전 주행을 보장한다. 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를 내뿜는 P100D는 슬립 제어가 핵심이다. P100D에는 기본으로 네 바퀴를 굴리면서 파일럿수퍼스포트 타이어로 접지력 자체도 높였다.

미쉐린에 따르면 파일럿수퍼스포트에는 아라미드 섬유의 일종인 트와론 벨트가 들어간다. 이는 초고속 주행에서 원심력으로 인해 타이어 접지면 한가운데가 부풀어 오르는 걸 막는 역할을 한다. 언제나 접지면을 최대한 유지하며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는 뜻이다. 참고로 파일럿수퍼스포트는 포르쉐와 페라리 주요 모델에 순정으로 달리는 타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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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를 위해 접지력 좋은 미쉐린 타이어를 넣었다

 

수퍼 롤러코스터, P100D

P100D에는 주행 모드가 하나 더 추가된다. 배터리 출력을 최대로 뽑아내는 루디크러스 모드 외에 루디크러스 플러스(Ludicrous Plus) 모드를 얹은 것. 일반 루디크러스 모드는 단어 뜻 그대로 ‘터무니없는’ 가속 성능을 보이며 0→시속 100km 가속이 불과 2.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루디크러스 플러스 모드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 시간이 무려 2.28초로 줄어든다. 기존 모델S와 비교했을 때 2초 이상 줄어든 것이다(90D 4.4초. 100D 4.3초).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내연기관차인 부가티 시론의 2.3초보다도 0.02초 빠르다. 주행 상황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는 차이이긴 하지만, 수많은 내연기관차가 100년 넘는 세월 동안 차근차근 줄여온 가속 시간을 불과 십수 년 역사의 테슬라가 따라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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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100D에 새로 추가된 루디크러스 주행 모드. 이걸로도 성이 안 찬다면 추가 예열을 통해 더욱 출력을 높일 수 있다

 

기자가 P100D를 시승한 날은 기온이 영상 10도 남짓. 제원표에 쓰인 숫자 2.7초를 체험하기에 완벽한 조건은 아니었다. 날씨를 바꿀 재간은 없으니 최대한 더 나은 조건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루디크러스 플러스 모드를 가동, 배터리 예열을 시작했다. 큼지막한 디스플레이에서는  예열 시간을 1분이라 말하고 있었지만, 추운 날씨를 고려해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며 급가속 체험 장소를 찾았다. 배터리 예열을 마칠 즈음, 마침 한적한 도로를 발견했다. 남은 일은 가속 페달을 지르밟는 것뿐이었다.

그 기분 알는지 모르겠다. 롤러코스터가 레일 꼭대기에서 잠시 멈췄다가 급강하할 때 느껴지는 기분 말이다. 일찍이 90D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P100D의 그것은 또 다른 차원이었다. 계기판의 숫자를 확인할 새도 없이 멍해지는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속도를 줄였다. 이 기분 나쁜 메슥거림은 대체 어디서 온 거지?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는 트랜스미션의 변속 타이밍을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급가속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감당할 여지를 준다. 반면 순수 전기차 P100D는 사정이 다르다. 출발과 동시에 최대토크 90kg·m를 뿜어낸다. 90D의 67.1kg·m를 크게 앞서는 막대한 토크가 변속도 없이 몸을 밀어붙인다. 미처 준비가 안 된 엄청난 가속력을 몸이 받아들이지 못한 듯하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 이번엔 굽이진 도로를 달렸다. 다른 모델S 식구들과 마찬가지로 P100D 역시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있어 이상적인 무게중심을 구현한다. 급한 코너링 구간에서도 마치 레일 위를 달리는 롤러코스터 같은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P100D가 수퍼 롤러코스터인 이유다.

P100D는 짜릿함을 넘어, 생경한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아직은 기자 역시 내연기관 자동차의 움직임에 익숙한 탓일 게다. 우리에게 끊임없이 미래를 보여주려는 엘론 머스크에겐 다소 미안한 말이지만, P100D는 조금 일찍 찾아온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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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겸 기자  사진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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