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세단 특집 - 下
2018-04-04  |   12,065 읽음

최고를 향한 다섯 가지 방법

5WAYS OF FLAG 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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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플래그십 세단 시장이 복잡하게 흐르고 있다. 지난 2015년 1만180대 판매고를 올린 벤츠 S클래스의 약진으로 수입차 판매가 국산차를 압도했지만, 이듬해 제네시스 EQ900이 2만3,275대를 팔아치워 전세를 역전시켰다. 지난해엔 국산 대형 세단 판매 1만4,395대, 수입 대형 세단 판매 1만2,143대로 양 진영이 팽팽하게 대치하는 양상이다. 

 

글  김민겸,윤지수,이인주 사진  최진호, 이병주

 

 

MERCEDES-BENZ S400 d 4MATIC L

이미 도착한 미래

S클래스는 언제나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 2013년 등장한 현세대 S클래스(W222)는 완벽한 보디로 전통적 강자로서의 지위를 견고히 다졌으며, 작년 말 이뤄진 부분변경을 통해 추격자들과의 기술적 간격을 더욱 벌렸다. 변화의 핵심은 모듈 방식의 신형 엔진과 완성도를 높인 반자율주행 기술이다. 성능과 효율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이 모듈 엔진들은 기통당 배기량을 500cc 내외로 맞추고 실린더 간격을 90mm로 통일하여 생산성을 높였다. 아울러 실제 도로주행 상황에 가까운 새로운 연비측정 방식(WLTP)과 유로6 RDE(Real Driving Emission)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신기술을 더했다. 큰 화제를 모았던 직렬 6기통 가솔린(M256)의 경우 엔진에 직접 부하를 걸어 작동하던 장비를 48볼트 전장 시스템(전동 터보, 통합 스타터 알터네이터, 전동 워터펌프, 에어컨 컴프레서, 1kw/h 리튬 배터리 등)으로 구동한다. 그 결과 기존 V8 엔진을 대체할 만큼의 강한 출력을 내면서도 이전 V6(M276)보다 연료소모량이 15%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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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역사상 가장 강력한 디젤 세단 

디젤 엔진의 변화도 폭넓다. 벤츠 역사상 가장 강력한 디젤 세단인 S400 d 4매틱 L은 최고출력 340마력에 최대토크 71.4kg·m를 내뿜는 직렬 6기통 3.0L 트윈터보(OM656)를 탑재했다. 디젤 엔진으로는 이례적으로 알루미늄 블록에 주철 피스톤을 사용한 것이 특징. 알루미늄의 열간 팽창이 더 큰 점을 이용하여 피스톤 마찰을 40~50% 낮추는 한편, 피스톤 보울(피스톤 윗면) 형상을 계단식으로 빚어 연소효율을 높이고 PM 배출량을 줄였다. 또한 촉매가 작동 온도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도록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를 엔진 근처로 옮겼다. 이외에도 나노슬라이드 엔진 코팅과 개선된 촉매코팅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더한 덕분에 이전 V6 디젤(OM642)보다 출력이 크게 증가하면서 연료소비는 최대 6%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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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등장한 직렬 6기통의 감성품질은 기대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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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340마력의 OM656 엔진은 벤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승용 디젤이다

실제 주행에서의 경험은 더욱 놀랍다. 시종일관 부드럽고 매끄럽게 상승하는 엔진회전은 잘 만든 가솔린 엔진이라 생각될 만큼 인상적이다. 기대했던 직렬 6기통 특유의 회전질감 역시 예상을 뛰어넘는다. 아울러 출력이 상승함에 따라 발생하는 디젤 특유의 진동도 찾아볼 수 없다. 사실 디젤 엔진은 고속영역에 이를수록 눈에 띄게 가속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 하지만 S400 d는 저회전부터 고회전까지 숨고르기 한번 없이 꾸준하게 가속을 이어간다. 또한 터보지연현상 없이 즉각적으로 출력을 쏟아내며 2.3톤에 달하는 차체를 단숨에 몰아붙인다. 이는 아이들링 수준인 1,200rpm부터 3,200rpm까지 발휘되는 강력한 최대토크가 저회전 영역에서의 가속을, 그 이후부터는 엔진출력이 도맡아 차체를 이끌기 때문이다. 

실제 주행에서 살펴본 연비는 공인연비와 비슷한 12~13km/L 내외로 2.3톤에 이르는 무게가 믿기지 않을 만큼 높은 수준이다. 이와 맞물린 9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좋다. 평상시에는 부지런한 변속으로 엔진회전수를 낮게 유지해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지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가속하는 상황에서는 변속시점을 알기 어려울 만큼 부드럽게 기어를 바꾼다. 포용력이 넘치고 탄탄하게 떠받드는 벤츠 특유의 에어서스펜션도 일품이다.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면 도로에서 격리된 듯 잔진동을 철저히 거르지만 ‘붕’ 떠가는 불안감은 느끼기 힘들다. 또한 시속 200km 이상에서는 높은 쾌적감을 유지한 채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하체를 조이고 조종성능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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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모델은 2013년 등장한 W222의 실내 디자인과 고급스러움을 아직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에너자이징 컴포트로 새롭게 정의한 이동의 개념

 

부분변경 S클래스는 오랜 전통을 깨고 스티어링 칼럼에 위치한 크루즈 컨트롤러를 스티어링 패드로 옮겼다. 조작성을 개선하고 이전보다 늘어난 기능을 담기 위해서다. 또한 반자율주행 기술은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는 이름을 붙여 이전보다 똑똑해진 시스템이라 자랑한다. 간선도로에서 살펴본 조향 어시스트는 차선 가운데를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어지간한 코너도 스스로 돌아나갔다. 앞차를 따라 능숙하게 속도를 줄이고 가속하는 능력도 능청맞다. 다만 방향지시등을 넣어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기능과 ‘ㄱ’자 자동주차, 지도정보를 이용해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앞선 기술을 갖췄지만 한국 도로사정과 법적인 문제로 인해 장롱 기술이 되고 말았다. e8427abc80b50f16f0315a857f086046_1522826986_6138.jpg
벤츠의 오랜 전통을 깨고 스티어링 패드로 자리를 옮긴 크루즈 컨트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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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클래스는 주간주행등이 세 줄이다

운전자를 보조하는 안전대비책도 철저하다.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는 센서와 스테레오 카메라로 보행자를 인식해 스스로 제동하며, 충돌회피조향 어시스트는 회피기동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제빨리 돌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탠다. 최근에는 반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며 이동수단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벤츠는 이 점에 주목해 탑승자가 휴식하며 이동하는 개념을 새롭게 시도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인 ‘에너자이징 컴포트 컨트롤’은 탑승자의 취향에 따라 6가지 테마(신선함, 활력, 안락성, 따뜻함, 기쁨, 트레이닝)로 실내 분위기를 전환한다. 실내온도조절, 엠비언트 라이트, 오디오, 히팅 시트와 히팅 패널(도어트림과 센터 암레스트가 따듯해진다), 마사지 등 다양한 기능이 설정된 테마에 맞춰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궁극의 편안함을 넘어 탑승자의 기분까지 어루만지려는 벤츠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장비다. 

롱보디 사양의 시승차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에 있던 2열 시트 발받침이 없어지고 2열 등받이 각도를 조금 세운 점을 제외하면 시트 구성이 거의 동일하다. 즉 현존하는 세단 중에 가장 편안한 뒷좌석을 갖췄다. 아울러 코너 방향에 따라 부풀어 오르는 사이드 볼스터와 몸무게를 고르게 분산하는 설계가 과격한 주행에서도 안락하게 신체를 지지한다. e8427abc80b50f16f0315a857f086046_1522826975_1516.jpg 

뒷좌석의 안락함도 현존하는 마이바흐 S클래스를 제외하면 세단 중에 최고다. e8427abc80b50f16f0315a857f086046_1522826967_8601.jpg

2열 시트 기능으로 인해 트렁크공간이 줄었다

차를 만드는 회사마다 철학이 다르다. 그중에서도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목표로 100년 넘게 노력해왔으며, S클래스를 통해 그 말이 허언이 아님을 지속적으로 입증해왔다. 최상의 안락함, 뛰어난 주행성능, 반자율 주행기능을 넘어 이동에 대한 개념까지 새롭게 정의한 신형 S클래스. 최고급 세단의 기준이 메르세데스 벤츠와 S클래스에 의해 다시 한번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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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인주 기자

 

 

MASERATI QUATTROPORTE S Q4

혈기 왕성 플래그십

 

보통 플래그십 세단을 타는 사람의 이미지는 어떨까? 큰 회사의 중역? 부유한 개인 사업자? 여러 이미지가 어지럽게 떠오르지만 그중에 활기찬 젊은 이미지는 거의 없다. 콰트로포르테는 이런 관념에 정면으로 맞서는 차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게 가장 큰 덕목인 대형 세단이 우렁차고 거칠다. 덕분에 이 차에 앉은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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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부터 뜨거운 활기

콰트로포르테는 처음부터 그런 차였다. 1930~50년대 전세계 자동차 경주를 휩쓸던 마세라티가 1957년 돌연 레이싱계에서 은퇴한 후 내놓은 차가 바로 콰르토포르테(1963년)다. 이름 속 의미는 이탈리아어로 ‘문 4개’. 레이싱카 브랜드가 만든 4도어 고급 스포츠 세단이라는 뜻이 담겼다. 이후 6세대에 걸친 진화 속에서도 그 초심만큼은 굳건히 지켜왔다.

뼛속 깊은 고성능 아우라는 첫눈에 드러난다. 비율부터 남다르다. 다른 차가 실내공간에 대부분을 할애했다면, 콰트로포르테는 보닛이 많은 공간을 잡아먹었다. 광활한 보닛으로 그려낸 실루엣은 마치 대형 쿠페처럼 날렵하다. 비록 그만큼 실내공간은 살짝 옹색해졌지만 말이다.

긴 보닛 아래는 페라리 감성으로 채웠다. 크라이슬러 펜타스타 엔진을 페라리가 크게 뜯어고친 V6 3.0L 트윈터보 엔진이 자리잡았다. 8기통이 아니어서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성능은 생김새만큼이나 강력하다.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2kg·m로 3.0L 배기량으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범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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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처럼 날카로운 분위기의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에 공기저항을 줄일 가변식 덮개가 달렸다e8427abc80b50f16f0315a857f086046_1522826880_2758.jpg

 

V6 3.0L 트윈터보 엔진은 페라리 마라넬로 공장에서 생산된다

시동을 걸었다. 역시 마세라티는 마세라티다. 특유의 둥둥거리는 거친 소리와 함께 V6 엔진이 깨어난다. 시동이 걸린 후엔 rpm이 잦아들어 고급 세단으로 둔갑하지만,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면 다시 묵직한 저음이 깔리며 스포츠카로 돌아온다. 이때 페달을 밟으면 우렁차게 포효하니, 도심에서는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V6 소리가 아무리 뛰어난들 이전 V8에 비하면 어딘가 답답한 게 사실. 현 세대 콰트로포르테 S의 백미는 오히려 가속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거대한 보닛을 슬쩍 들추며 거침없이 나아간다. 제원상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이전보다 0.6초 줄어든 4.8초. 특히 ZF 8단 변속기가 기어를 바꿔 물 때마다 ‘펑펑’ 터지는 배기 사운드가 더해져 체감 성능은 더욱 빠르다.

고회전으로 치닫는 배기 사운드를 감상하다보면 속도계 바늘은 어느새 200km/h를 돌파한다. 이 초고속 영역에서 콰트로포르테의 그랜드 투어러다운 면모가 엿보인다. 다른 플래그십 세단보다 탄탄하게 조여진 서스펜션과 묵직한 운전대가 대형 세단이라기보다는 고급 쿠페에 탄 듯 안정적이다. 전자제어댐퍼 스카이훅 시스템이 잔진동에 예민하게 굴지 않으면서도 도로 정보는 솔직하게 전달한다.

고갯길에 들어서면 스포츠 세단 성격은 더욱 도드라진다. 길이 5,265mm 거대한 세단이 마치 중형 세단처럼 민첩하다. 여러 차례 고갯길을 오가며 파악한 비결은 앞뒤 5:5로 나뉜 무게 배분과 뒤로 밀린 운전석 위치. 코너를 돌아나갈 때 앞뒤 바퀴에 무게가 균일하게 실려 움직임이 매끄럽고, 긴 보닛이 뒤로 밀어낸 운전석은 앞뒤 바퀴 사이 정중앙에 자리잡아 거대한 차체 움직임을 명확히 알려준다. 뒤쪽으로 동력을 많이 보내는 Q4 4륜구동 시스템과 피렐리 P제로 타이어가 쫀쫀하게 노면을 붙드는 감각도 나무랄 데 없다. 물론 이때에도 고갯길엔 마세라티표 배기 사운드가 쩌렁쩌렁 울려퍼지고 있다.

 

상석은 앞좌석

혈기왕성한 성능은 그만큼 차분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솔직한 서스펜션은 운전자에겐 재미를, 동승자에겐 불쾌감을 주었고, 길쭉한 보닛은 뒷좌석 공간까지 파먹었다. 운전재미를 돋우던 화끈한 소리도 조용히 달릴 땐 방해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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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공간은 보통 수준이다.

실내는 나름대로 화려하다. 나무 무늬가 매력적인 장식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제작한 100% 실크 원단, 그리고 수제작된 가죽까지 최고급 세단답게 온갖 비싼 소재를 화려하게 둘렀다. 그런데 조금씩 어설픈 게 문제다. 몇몇 다른 FCA에서 가져온 싸구려 버튼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8.4인치 모니터 속 굴림체 글씨는 중국차만큼이나 성의 없다. 움직이지 않는 고정식 시트와 아무 버튼도 없는 팔걸이 등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뒷좌석 배려도 부족한 편이다. 역시 이 차의 상석은 운전재미를 즐길 앞자리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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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소재가 듬뿍 쓰였지만 디테일이 부족한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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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네질도 제냐가 만든 100% 실크 원단과 수제작 가죽 등으로 화려하게 꾸몄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는 특색이 뚜렷했다. 고성능 고급 세단이라는 55년 전 1세대 콘셉트를 따라 편안함보다 고성능에 집중한다. 모두가 독일제 대형 세단을 쫓기 바쁜 요즘 흐름 따윈 아랑곳없는 모습. 때문에 진부한 기색은 전혀 없다. 벤츠와 BMW를 조금 웃도는 가격표를 머리로는 이해 못해도 가슴으로는 납득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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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크기에 비해 좁다. 편의사양도 부족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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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 옆 주행과 관련된 버튼들을 모아 놨다. 버튼을 누르는 느낌은 고급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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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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