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세단 특집 - 上
2018-04-04  |   44,295 읽음

최고를 향한 다섯 가지 방법

5WAYS OF FLAG 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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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 세단. ‘함대를 이끄는 군함’이라는 이름처럼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최고급 세단이다. 모두 최고를 지향하는 목표는 같지만, 그 방법은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 다섯 브랜드가 추구하는 정점이 담긴 기함을 한자리에 모았다. 

 

 

글  김민겸,윤지수,이인주 사진  최진호, 이병주

 

 

PORSCHE PANAMERA 4

플래그십 세단이냐고 물으신다면 

 

 

파나메라가 과연 포르쉐의 플래그십 세단인가? ‘그렇다’라고 쉽게 대답할 수는 없다. 원래 지휘관이 타는 함정을 뜻하는 플래그십(기함)은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넓은 의미로 쓰인다. 그렇다고는 해도 보통은 가장 비싸거나 혹은 기술을 집대성한 상징적인 존재를 뜻하기 마련. 4도어 세단인 파나메라는 태생적으로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의 상징 모델이 되기는 어렵다. 가격을 본다면 그나마 가능성은 높다. 파나메라의 기본가격이 911보다 비싸다. 하지만 최고가에서 거의 3억에 육박하는 911 터보 카브리올레에 미치지는 못한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스포츠카 이외 라인업에서 포르쉐의 플래그십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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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투어러의 새로운 해석

포르쉐 4도어 세단은 사실 의외로 오래 전부터 시도되었다. 1980년대 989 프로젝트는 911의 외모에 FR 구동계와 4도어를 갖춘 새로운 개념의 그랜드 투어러였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이끌던 울리히 베츠가 회사를 떠나고, 928의 판매 부진까지 겹쳐 989 프로젝트는 빛을 보지 못했다. 90년대 초는 미국에서의 판매부진으로 매우 힘든 시기였다. 다행히도 1996년 복스터를 발표해 성공을 거두었고, 2003년 발표한 SUV 카이엔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둠으로써 911의 족쇄에서 벗어날 단초를 마련했다. 카이엔 성공 덕분에 4도어 설룬인 파나메라, 중형 SUV 마칸 등 야심찬 라인업 확장 전략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SUV들과 달리 파나메라는 고급 GT였던 928의 새로운 해석으로 볼 수도 있다. 

 

디자인은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보다는 911과 복스터 등 인기모델에서 모티브를 따오는 전략을 썼다. 가장 안전한 방법일 뿐 아니라 사실상 고객들이 원하는 바이기도 했다. 2세대 파나메라는 718 복스터의 얼굴과 눈매, 911의 엉덩이를 4도어 보디에 담았다. 이제 어느 정도 눈에 익은 탓도 있지만 전반적인 디자인 완성도가 1세대에 비해 높아진 것도 사실. 앞뒤 램프에는 르망 머신 919의 4점식 램프가 새로운 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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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 복스터를 생각나게 하는 헤드램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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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램프와 엉덩이는 911을 확대한 느낌이다

 

인테리어는 스포티함과 고급스러움, 간결함과 화려함을 균형 있게 담아냈다. 휠베이스와 전고가 조금씩 늘어난 덕분에 실내 거주성도 좋아졌다. 다만 뒷좌석 헤드룸은 여전히 여유가 없고, 이날 모인 차들 중에서는 가장 옹색했다. 그래도 이 차는 전통적인 프리미엄 세단이 아니라 럭셔리 GT 쿠페 성격을 버무린 크로스오버에 가깝다. 뒷좌석도 쿠페처럼 좌우 독립된 4인승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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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이 적당히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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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이날 모인 차들 중에서 가장 옹색한 편이었다

 

운전석은 5련식 클러스터 디자인과 스티어링 휠 등 911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새로운 조작계로 시프트 게이트 주변은 무척이나 깔끔하다. 터치식 와이드 모니터는 스마트폰의 위젯처럼 화면 레이아웃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그밖에 사용빈도가 높은 기능들은 하이글로시 패널에 터치식 스위치로 배치했다. 센터터널에 버튼 수십 개가 줄지어 늘어서 있던 구형에 비한다면 환영할 만한 변화. 하지만 터치 스위치의 생경한 조작감은 개인적으로 아직 낯설다. 이런 불만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화식 인터페이스가 일반화된 몇 년 뒤에는 아련한 추억거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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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과 계기판에는 911 느낌을 많이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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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는 스마트폰처럼 레이아웃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파나메라는 2세대로 진화하면서 파워트레인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라인업 막내인 파나메라4의 경우 V6 3.0L 직분사에 싱글 터보를 조합했다. 구형보다 20마력 늘어난 330마력의 출력이 그리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하체의 기본기가 뛰어나기 때문. 그래도 최대토크 45.9kg·m를 보다 넓은 영역(5,400~6,400rpm)에서 발휘하며 민첩하게 작동하는 8단 PDK가 항상 적정 엔진회전수를 유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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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마력을 내는 V6 3.0L 터보 엔진은 탄탄한 섀시에 비해 다소 온순하게 느껴진다

 

덩치를 느낄 수 없는 경쾌한 몸놀림 

시승에서의 첫인상은 ‘가벼움’이었다. 이날 모인 차들 중 가장 가볍다고 해보았자 2톤에 육박하는 무게다. 5m가 넘는 길이에 1,965kg의 무게와 4WD 시스템을 갖춘 파나메라를 가벼운 차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를 모는 느낌은 마치 준중형차를 운전하는 듯 가볍고 산뜻하기만 하다. 그러면서도 노면 정보를 확실하게 전하고, 코너를 다부지게 돌아나가는 모습은 지극히 포르쉐답다. 서스펜션은 그리 단단하지 않아 안락함을 유지하면서도 하중이동에서 쉽사리 차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운전을 즐기는 오너라면 최소한 440마력짜리 4S를 추천하고 싶다. 이번 시승의 주제가 플래그십 세단임을 잊은 것은 아니다. 다만 파나메라는 포르쉐의 배지를 달았고, 그 이름과 명성에 어울리는 달리기 실력을 지녔으니 말이다. 최강의 버전인 터보는 정식 런칭 이전에 서킷에서의 동승으로 체험한 적이 있다. 타이트한 코너가 연속되는 서킷에서 보여준 엄청난 퍼포먼스는 플래그십 세단보다는 몬스터에 가까웠다. 출력은 무려 550마력으로 높아지고, 더 큰 다운포스를 얻기 위해 팝업식 리어윙은 2단 변신으로 폭이 넓어진다. 

파나메라는 가격과 품격, 성능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음에도 이날 모인 차들 가운데 가장 튀는 존재였다. 노치백 세단이 아닌 해치백인 점도 있지만 브랜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수퍼카나 911 이외의 모델이 포르쉐의 기함이 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세단 수요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당히 만든, 이도저도 아닌 니치 모델이라 치부할 수 없다. 전통적인 고급 세단 이미지에서 다소 벗어나있을지언정 파나메라는 충분히 고급스럽고 안락하며, 고성능과 매력을 아우르는 4도어 포르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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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백의 장점은 이럴 때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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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수진 편집장

 

GENESIS EQ900 3.3T PRESTIGE AWD

홈 어드밴티지

 

맞다. EQ900은 이날 모인 다섯 대 세단 중 가장 노티 났다. 이 차를 타는 사람들이 쌓아올린 사회적 지위도 한몫했겠지만, 비교적 개성 없는 모습은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익숙한 만큼 가장 맘 편한 것도 사실. 누구든 두루 만족시키는 무난한 편안함과 호사스러운 편의사양이 바로 EQ900이 내세운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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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세단만의 매력

진부하게 ‘신토불이’나 외치자는 게 아니다. 지난 1998년 국내 최초 독자개발 대형 세단(엄밀히 따지면 준대형 세단이지만) 그랜저XG를 시작으로 현대차는 20여 년간 국내 대형 세단 주 고객층의 취향을 면밀히 분석해왔다. 그 고객층이 바라는 건 화끈한 파워도, 정교한 핸들링도 아닌, 내 사회적 위상을 세워줄 위풍당당한 스타일과 함께 탄 승객이 탄복할 만큼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이었다.    

EQ900은 이런 시장 취향을 정확히 꿰뚫었다. 동급 세단 롱휠베이스 버전에 맞먹는 5,205mm의 길이는 대형 세단 특유의 여유로운 스타일을 강조하며, 수평에 가깝게 그어진 캐릭터 라인과 널찍한 면을 부드럽게 말아낸 굴곡은 오너의 진중한 성격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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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에 공기구멍을 만들어 타이어 소음을 줄인 ‘중공 공명음 알로이 휠’

 

실내는 더더욱 그렇다. 유럽에서 공수해온 진짜 나무 장식과 고급 나파 가죽을 아낌없이 둘러 화려하게 꾸몄다. 비록 전통적인 구성은 미래에서 온 듯한 벤츠 S클래스나 포르쉐 파나메라에 비해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익숙한 덕분에 오히려 쓰임새는 더 낫다. 각 버튼을 기능에 따라 정확히 나눠놓았고, 12.3인치 모니터도 스마트폰처럼 직관적이다. 심지어 블루투스 연결 등 다소 복잡한 설정은 그림과 함께 음성으로까지 설명한다. 너무 친절한 모습은 마치 ‘효도폰’ 쓰는 것처럼 어색하기도 하지만 이 차가 겨냥한 고객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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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만 새롭지 않은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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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고객도 손쉽게 쓸 수 있도록 버튼을 화면에 넣지 않았다

 

뒷좌석 역시 무난하다. 노르웨이 유명 회사 제품을 분석해 만들었다는 시트는 어느 한군데 무게가 쏠리지 않도록 편안하게 받쳐주며, 수많은 기능을 움직일 버튼도 빠짐없이 달렸다. 다만 특색은 기대 않는 게 좋다. 디자인이나 기능이나 그저 뻔하다. 안마기능이 없는 걸 빼면 이 차에 기대할 만한 기능은 모두 갖췄으나 새로운 건 전혀 없다. 게다가 우등고속버스에서나 볼법한 앞좌석 뒤 나무 장식 디자인은 좀 성의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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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인사를 모셔온 뒷좌석. 안마 기능이 없는 건 의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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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 가죽과 유럽에서 가져온 나무 장식 등 최고급 소재가 듬뿍 쓰였다

 

 

편안함에 집중

가솔린차 타는 사람이라면 시동 켜진 줄 모르고 다시 키를 돌렸던 기억 한번쯤 있을 거다. 오랜만에 그거 한 번 했다. 옛날 차였다면 ‘그르륵’ 소리 나며 시동모터가 돌았겠지만 이 차는 버튼 방식이라 시동이 꺼져버렸다. 초보 같은 실수를 한 이유는 EQ900이 너무 조용했기 때문. 시동을 걸어놔도 소리는 물론 진동 하나 전해지지 않으니 계기판을 보지 않고서야 공회전 상태인 걸 알 턱이 없다. 변속기 위치가 중립(N)이든 드라이브(D)든 마찬가지다.

고요함은 출발한 뒤에도 이어졌다. 파워트레인이 아무 진동도 전달하지 않는 가운데 서스펜션이 노면의 잔진동을 말끔히 소화해 매끄럽게 나아간다. 철제 스프링과 유압식 전자제어 댐퍼를 붙인 비교적 저렴한 서스펜션 구성이지만 이전 세대 에어 서스펜션 빈자리는 느낄 수 없다. 독일 작스(SACHS)와의 공동 개발이 제법 유효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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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룸이 확실하게 밀폐되도록 만들었다

 

편안한 승차감을 누리고 있노라면 힘차게 달려볼 생각은 쏙 들어간다. 그러나 여유로운 출력도 플래그십 세단의 덕목 중 하나다. 나른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시승차는 3.3L 트윈터보 엔진에 사륜구동 H-트랙이 들어간 모델.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로 제법 강력하다. 실제 가속도 약 2.2톤에 달하는 몸집이 무색하리만치 신속했다. 특히 최대토크가 1,300rpm부터 4,500rpm까지 꾸준히 이어져 어느 rpm에서건 매끄럽게 가속을 이어간다. 시속 160km 정도는 가뿐하며 200km/h를 넘기기도 어렵지 않았다.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보통 수준이다. 시속 200km에 가까운 초고속 영역까지도 불안한 기색 없이 달리지만 독일차 같은 탄탄한 느낌까지는 없다. 그래도 그 와중에 뒷좌석 승객을 잠재울 만큼 편안하고 조용한 건 인상 깊다.

한결같이 부드러운 승차감은 빠른 코너에서 발목을 잡았다. 짧게나마 코너에 큰 차체를 던져봤는데, 무른 서스펜션이 노면 정보를 모조리 삼켜버리는 까닭에 덜컥 겁부터 난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고 서스펜션이 조여져 조금은 나아지지만 여전히 본격적으로 고갯길을 공략하기엔 차급의 한계가 뚜렷하다. 어차피 처음부터 운전 재미까지 챙겼을 거라고는 기대도 안했다.

어울리지 않는 짓은 관두고 다시 여유롭게 달리기 위해 크루즈 컨트롤을 켰다. 이 첨단 주행보조장치는 EQ900이 받은 홈 어드밴티지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에 국내 내비게이션 정보를 반영하는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이 들어가 고속도로에서만큼은 반자율 주행이 가능하다. 물론 국내 차선을 정확히 인지하는 차선 인식 기능도 어떤 수입차보다 정확해 완만한 코너 정도는 확실히 쫓아간다.

 

제자리걸음

총 227km 주행 후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7.2km다. 2,185kg의 거구에 과급기가 두 개나 붙은 6기통 엔진, 그리고 4륜구동까지 더해진 결과다. 역시 이 차는 기름값 걱정 따윈 접어두고 타야 한다. 참고로 공인연비는 리터당 7.8km다.

EQ900은 국내 대형차 시장에 맞춤정장 같은 차다. 기세 좋은 덩치와 시종일관 부드러운 승차감,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라는 위상까지. 국내 소비자 입맛을 철저히 맞춘 상품성으로 지난해 1만2,298대 판매되며 플래그십 세단 판매 1위를 굳건히 지켰다. 그러나 이 정도는 1세대 에쿠스도 해냈던 일. 이제 고리타분한 국내 취향을 벗어나 제자리걸음을 끝낼 때가 아닐까. 여기서야 어떻든 EQ900은 밖에서 볼 땐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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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모양을 쓰임새 좋게 다듬어 골프백과 보스턴백이 각각 4개까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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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지수 기자

 

BMW M760Li xDriveM 

배지 단 7시리즈

 

많고 많은 7시리즈 라인업 중 도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M760Li를 탔다. 현재 BMW코리아가 일반 7시리즈 모델을 시승차로 운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속내를 알아보기 위해 오너 드리븐, 그리고 쇼퍼 드리븐의 두 가지 입장에서 시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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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서 몰아본 M760LiM760Li

는 외관부터 남다른 아우라를 풍긴다. 인디비주얼 색상이 적용된 외관은 기본 페인트 외에도 특수 안료를 덧대 오묘한 색감을 낸다. 처음 시승차를 봤을 땐 래핑 시공이라도 한 줄 알았을 정도다. 직접 손으로 쓰다듬은 다음에야 깜빡 속았단 사실을 깨달았다.

도어 핸들을 잡고 문을 여니 문짝의 무게감이 기품 있게 전해졌다. BMW는 이 차가 그냥 7시리즈와는 다른 차라는 힌트를 센터콘솔과 계기판에 마련했다. 각각 V12, M760Li 레터링이 들어가며 운전대를 잡기 전 적당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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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필러에 달린 V12 레터링이 고성능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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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760Li 레터링이 들어간 엉덩이

 

여기저기 붙은 M 배지 때문일까? 요즘 들어 힘이 많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BMW 특유의 단단한 댐퍼 세팅으로 인해 주행감이 다소 딱딱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웬 걸! 컴포트 모드로 달려 보니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버금갈 정도로 긴 스트로크 감각이 느껴진다. 테스트를 위해 다소 빠른 속도로 방지턱을 넘었음에도 굴곡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소화한다. M 배지의 위력이 컴포트 모드에서만큼은 비활성화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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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패키지에 맞춰 변화한 공기흡입구가 분위기를 압도한다

 

안락하지만 다소 심심했던 컴포트 모드 대신 스포츠 모드를 켜본다. 안정적이면서 날렵한 가속감이다. 팽팽하게 긴장감을 더한 서스펜션이 다소 출렁이던 2.3톤의 묵직한 몸을 단단하게 지지한다. 1,550rpm부터 터져 나오는 81.6kg·m의 최대토크는 경망스럽지 않게 차체를 힘껏 끌어준다. 헤비급 복서가 내지르는 스트레이트 펀치가 이와 비슷할까. 넉넉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직진안정성 역시 긴 리치의 복서를 보는 듯하다. 가속 성능은 시속 100km 이상에서도 여전하다. 초반에 받은 탄력과 관성을 써먹는지 지칠 줄 모르고 속도계 바늘을 밀어올린다.

코너를 공략할 때도 기다란 휠베이스는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 7시리즈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은 조향에 따라 뒷바퀴도 함께 방향을 바꾼다. 중저속에서는 회전 반경을 줄여 코너링에 대한 부담을 던다. 일반 7시리즈를 몰 때보다 적극적으로 코너를 공략하는 탓에 M760Li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알다시피 M760Li는 오리지널 M 모델이 아니다. M 전용 서스펜션, 에어로 파츠, 퍼포먼스 엔진 등이 들어간 M 패키지 모델이다. 그렇지만 실린더의 개수가 10개를 넘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메르세데스-AMG의 정식 배지를 단 S63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약간씩 모자라긴 해도 M760Li가 조금 더 일찍 최대 토크를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은 AMG S63에 겨우 0.2초 뒤지는 3.7초. 이름에 M이란 알파벳이 들어간 이유가 좀 더 명확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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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퍼포먼스 엔진. 덮개 아래에 12기통 엔진이 자리한다

 

뒷자리에 앉아본 M760Li

자고로 플래그십 세단을 탈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하나가 바로 뒷좌석 리뷰다. M 배지를 달지만 않았다면 1박 2일의 시승 기간 내내 뒷자리에만 앉고 싶을 정도로 고급 편의장비로 휘감고 있었다. 시승 기간이 촉박했던 만큼 함께 촬영을 진행한 동료 기자에게 대리운전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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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7시리즈와 다를 것 없는 대시보드 레이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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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으면 다시 일어서고 싶지 않은 뒷좌석

 

프리미엄 세단 뒷좌석의 기본 덕목은 뭐니뭐니 해도 안락한 착좌감. M760Li 뒷좌석에는 부드럽지만 적당히 탱탱한 질감이 살아 있는 가죽이 사용된다. 유난히 부드러운 탓에 마치 몸이 푹 꺼질 것만 같은 S클래스와는 또 다른 안락함이 전해졌다. 마사지 기능을 켜면 시트 속 롤러가 등과 허리를 쫀득하게 잡아 문다. 요즘 유행하는 안마의자 만큼은 아니지만 꽤 다부진 마사지를 해낸다. 팔걸이에는 터치커맨드라 부르는 태블릿이 있어 회장님이 누려야 할 다양한 편의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여느 플래그십 세단들과 달리 인터넷 검색, 어플리케이션 등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암레스트 뒤편엔 간이 냉장고가 있어 언제라도 시원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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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편의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암레스트 태블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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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음료를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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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가 트렁크 활용도를 저해하는 건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7시리즈를 선택한 회장님이라면 오디오에 대한 조예가 깊을 가능성이 높다. 영국 대표 오디오 브랜드 B&W라면 그런 회장님의 귀를 만족스럽게 간질일 터. 미처 음원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FM 라디오만으로도 음질이 좋은지, 나쁜지 정도는 구별할 수 있었다. 마치 전달력 좋은 래퍼가 안정감 있게 랩을 내뱉듯, 음역대별로 무게감 있고 정확한 소리가 전달된다. 지금 앉아 있는, 아니 누워 있는 이곳 경기도 이천의 한 지방 국도가 뉴욕 맨해튼의 펜트하우스로 바뀌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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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스피커가 실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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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2기통, M760Li

이번 플래그십 세단 모음 기사 얘기가 오갈 때 제일 먼저 찜한 차가 M760Li였다. 압박이 점점 고조되는 환경규제를 이유로 BMW가 더 이상 12기통 엔진을 얹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BMW는 1987년 2세대 7시리즈에 V12 5.0L 엔진을 얹으며 V12 플래그십 영역에 발을 들였지만 이제 그 시대가 막을 내리려하고 있다. 같은 그룹에 속한 롤스로이스는 어떻게든 12기통 엔진을 잇겠다는 입장이지만 BMW는 일찌감치 링 위로 수건을 던졌다. 그렇다고 마냥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BMW는 이미 V12 엔진의 스펙에 근접한 다운사이징 엔진을 갖고 있다. 신형 M5에도 사용되는 V8 4.4L 엔진은 최고출력 600마력, 최대토크 76.5kg·m의 힘을 낸다. 물론 풍부한 실린더 개수에서 비롯한 회전질감을 따라올 순 없겠지만 수치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본격적인 엔진 개량에 돌입한다면 머지않아 지금의 V12 스펙을 뛰어넘을 것이다.

글 김민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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