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기사] 기아 카렌스
2018-04-04  |   46,997 읽음

 

기아 카렌스
작고 귀여운 외모에 큰 실속 갖추어

1941063276_HqnU0FzQ_99cbfa50e9fe885fbb73fc3f5b215f59d7b878f8.jpg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기아의 카니발을 사고 싶었던 적이 있다. 지난해 초 카니발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운전석은 어찌 그리 넓은지 답답한 느낌이 하나도 없어 마음까지 편했고, 좌석수가 많아 두세 가족이 함께 놀러 가기에도 좋아 보였다. 액셀 페달을 밟을 때는 감동이 물밀듯했다. 디젤에다 자동기어(AT)였는데 밟으면 밟는 대로 신나게 내달렸고, 연비는 소형차보다 좋게 나왔다. 그렇게 쓸모 있고 경제적인 차를 중형차 값 정도에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첫눈에 반했던 기자는 아직도 카니발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차값도 값이지만 출퇴근용으로 쓰기에는 카니발의 덩치가 너무 컸다. 크기가 조금만 작아도 타고 다니기 좋고 주차하기 편할 텐데…. 아쉬운 마음으로 카니발에 대한 관심을 접어야 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소형 미니밴
뛰어난 실용성 지녀 유럽에서 인기
  
카스타와 카렌스. 최근 나온 기아의 새 RV들은 그렇게 접어 두었던 RV 소유욕에 불을 당기는 차들이다. 특히 지난달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카렌스는 기자가 바라던 크기와 똑같은 덩치를 지녀 몇 번이고 설레는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카렌스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소형 미니밴이다. 카니발은 물론 싼타모나 카스타보다 작고, 준중형차인 세피아를 베이스로 만들어 차체 길이가 중형 세단보다 짧다. 이 같은 소형 미니밴이 등장한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96년 나온 르노 메가느 세닉을 시작으로 피아트 물티플라, 오펠 자피라, 도요다 입섬, 미쓰비시 스페이스 스타 등 여러 모델이 선보였다. 유럽시장에서 태어나고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형 미니밴의 가장 큰 미덕은 합리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실용성과 경제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렌스의 국내 등장은 한 단계 성숙된 모터리제이션의 확인으로 보여 반갑다.


시승차는 LPG 기본형(GX)과 고급형(LX) 두 가지가 준비되었다. 모두 1.8ℓ 108마력 엔진을 얹었고, 고급형은 네바퀴 ABS와 뒷바퀴 디스크 브레이크, CD 플레이어, 알루미늄 휠, 안개등, 열선내장형 백미러, 트렁크 콘솔박스, 보조 브레이크등, 투톤 보디컬러 등이 더해져 있다.


앞모습은 카니발과 비슷해 낯이 익지만 크기가 작아 다부져 보이고 헤드램프가 커 귀여운 느낌도 든다. 옆모습은 D필러의 디자인이 튄다. 도요다 입섬, 벤츠 A클래스 등에서 보았던 역방향 디자인이다. 역동적인 이미지를 주고, 개방감도 더하는 효과를 낸다. 사이드 미러는 고급형과 기본형 모두 실용적인 검은색을 썼고 고급형에 달린 알루미늄 휠 디자인은 슈마의 것과 같다. 카렌스가 세피아를 베이스로 한 차이긴 하지만 준중형차용인 195/65R 14 타이어는 늘어난 몸무게와 커진 차체를 받치기에 작다는 생각이다. 휠하우스 공간이 좁아 보여 인치업에도 한계가 있을 듯하다.

 

1941063276_gsFfxi49_ff7d2dee60deefa51958d5d9098bfd558fa02e89.jpg


도어는 앞 뒤 모두 여닫이다. 미닫이 도어는 주차하고 내릴 때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여닫이 도어는 힘들이지 않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승용 감각의 여닫이 도어가 마음에 든다.


뒷모습은 유리창이 크고 양 옆 기둥이 보이지 않아 시원시원하다. 깔끔한 아우트 라인에 단정한 콤비램프가 포인트다. 뒷문은 크고 넓게 열려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며 여닫기 좋도록 문 안쪽에 손잡이도 달려 있다.


카렌스의 겉모습은 새롭기보다 친근하다. 눈에 확 띄는 미인은 아니지만 흠잡을 데 없이 단정한 이미지를 지녔다.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게 느껴지는 모습은 새로운 차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준다.

밝은 색 시트로 화사한 느낌 주는 실내
센터 페시아는 카본 그레인으로 치장해
  
실내는 밝은 색 시트가 화사한 느낌이다. 시트 포지션은 조금 높지만 불편하지 않다. 문을 열고 엉덩이를 걸친 다음 발만 옮겨 놓으면 되므로 승용차보다 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1941063276_9FTG8n54_43acb9856569d16e1399b4cc25c1d0ec78fa3753.jpg


대시보드 역시 미적인 감각보다는 실용성에 중점을 두어 디자인한 것 같다. 오디오가 센터 페시아 맨 위쪽에 달려 있어 조작하기 편하고 로터리식 공조장치 스위치는 기아차에서 많이 보던 모양이다. 시승차 중 고급형 모델에는 옵션인 AV 시스템이 달려 있었다. AV 시스템에는 햇빛이 비출 때도 시야를 방해받지 않도록 3단계로 기울일 수 있는 화면과 CD 플레이어, 이퀄라이저, 속도감응형 자동볼륨조절기능, 글라스 내장형 안테나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160만 원이나 내고 이 옵션을 선택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1941063276_s9B0ZVGz_031b1ce74a256ea7c9bd5ba52ece287bc7628203.jpg


센터 페시아는 흔한 우드 그레인 장식 대신 카본 그레인으로 치장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차의 성격을 고급스러움보다는 개성에 맞추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에어백을 달지 않은 모델은 조수석 에어백 공간에 넓은 사물함이 서비스된다. 조수석 대시보드에 네모난 구멍을 뚫어 놓은 형상이다. 구멍을 뚫기보다는 글로브 박스의 크기를 더 키우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쓰기는 편하겠지만 먼지가 많이 쌓일 것이고, 흔치 않은 모양이어서 우습기도 하다. 공조장치 바로 밑에 있는 두 개짜리 컵홀더는 수납되어 있다가 누르면 튀어나오므로 쓰임새가 좋다.


자동변속기는 칼럼 시프트 타입으로 국산차에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시프트 레버가 핸들 옆에 달려 있어 자동변속기를 선택하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2열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수동변속기는 플로어식이어서 워크스루가 안 된다. 이래저래 자동변속기를 선택할 고객이 많을 것 같다.


2열에 3명, 3열에 2명이 탈 좌석이 마련되어 있지만 3열 시트는 어른 두 명이 타기에 비좁다. 시트와 바닥의 거리가 가까워 발 뻗을 공간이 거의 없고 별도의 에어덕트가 마련되지 않아 여름과 겨울에는 특히 괴로울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세금혜택을 위한 형식적인 좌석에 가깝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트의 활용도는 뛰어나다. 특히 3열 시트를 두 번 접어 2열 시트의 등받이에 붙이면 아주 넓은 수납공간이 생긴다. 또 트렁크 바닥에 별도로 마련해 놓은 보조 트렁크(고급형)는 자투리 공간을 쓸모 있게 변화시킨 좋은 아이디어다. 카렌스는 폭이 좁지만 실내 앞 뒤 길이는 넉넉한 편이다. 5명 정도가 여행을 떠난다면 많은 짐을 싣고도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1941063276_yq45ZEhU_0dab9dab9324cf0d8c0575beb732d7c5c8a3e0bf.jpg

 


7인승이지만 5명 정도 타면 적당해
고속주행 때는 부족한 출력 아쉬워
 
 카렌스의 시승은 여의도와 자유로를 오가며 진행되었다. 액셀 페달의 감각은 부드럽고 AT의 셀렉트 레버는 조작하기 편하다. 와이퍼 조작 레버와 헷갈려 두어 번쯤 실수했지만 오너가 되면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아이들링은 조용하고 출발은 여유롭다. 차가 많은 시가지를 달리는 동안 불편한 점을 찾기 힘들다. 중형차가 부럽지 않은 승차감과 정숙성이 돋보인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출렁이는 느낌이 거의 없고 제동성능도 깨끗하다. 조금 커 보였던 스티어링 휠은 조작하기에 알맞고, 기름을 바른 듯 부드럽게 움직인다.


자유로에 들어서서 액셀 페달을 깊게 밟았다. 차체가 조금 움찔하는 듯하다가 튀어나간다. 변속이 될 때마다 약간의 충격이 전해지고, 엔진 브레이크의 효과는 기대치보다 약한 편이다. 고속에서는 배기량의 한계가 느껴진다. 한적한 코스에서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아 보았는데 5천rpm에서 시속 150km 정도를 기록하고는 바늘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rpm을 많이 쓸수록 엔진음도 거칠게 들려온다.

 

 

1941063276_oN8MeFBz_b4a4bbd8f65e74b0631393fbfe349b83f6b7d213.jpg

 


기자는 곧 너무 많은 것을 주문하지 말자 고 생각을 바꾼다. 카렌스는 스포츠카가 아니다. 출퇴근용으로 쓰거나 여가를 함께 하기에 좋은 소형 미니밴일 뿐이다. 카렌스 LPG는 윗급인 카스타보다 배기량이 200cc 작지만 최고출력은 108마력으로 오히려 높다(카스타 82마력). 이 정도면 몸무게를 감당하기에도 충분하고, 일상적인 주행 때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성능이다.


카렌스는 코너링 실력도 뛰어나다. 작은 타이어가 불안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시속 60∼70km 정도로 급코너를 돌아나가도 몸쏠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넓은 트레드와 개스식 쇼크 업소버, 든든한 서스펜션이 믿음을 준다.

 

 

1941063276_UCrHdKSl_097407eee3650284f4a7d5d288fa5efe41afba65.jpg 


카렌스는 카스타에 비해 200만 원 이상 싸다. 차체가 크고 값이 비싸 미니밴 사기를 망설이던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유혹할 수 있는 모델인 셈이다. 바로 기자 같은 잠재고객을 향해 날리는 직격탄이다. 휘발유차만큼 조용하고 디젤만큼 연료비가 적게 드는 차, 휘발유차에 버금가게 잘 달리고, 이제는 1차로도 마음대로 누빌 수 있는 차. 좌석을 일곱 개나 갖췄지만 출퇴근용으로 써도 될 만큼 아담한 미니밴. 직격탄에 맞은 기자 마음은 또다시 갈등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1941063276_amWDPB4t_da76b2a412cf4a128487919ef1517757a4e577a0.jpg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