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8 GT라인 시승기
2018-03-30  |   44,342 읽음

PEUGEOT 308 GT-Line  

화장을 고친 아기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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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리프트된 308은 그릴 안에 엠블럼을 넣고 범퍼를 강렬하게 다듬어 매력을 더했다. 방음이 잘 되어 실내에서 디젤 아이들링 소음이 잘 들리지 않으면서도 달리기는 경쾌하다.

 

 

푸조에 대한 기억은 어릴 적 옆집에 있던 기아자동차의 라이선스 모델부터였다. 무언가 다른 디자인의 검은 차체에 용맹한 사자가 두발을 들고 서 있는 엠블럼은 어릴 적 자동차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나에게는 엄청난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후 자동차와 레이스에 대해 관심은 높아졌지만 BMW, 벤츠 등이 연이어 한국에 진출하며 푸조는 금세 잊힌 존재가 되었다. 

그러다가 나의 머릿속에 푸조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한국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영한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등장한, 앙리 바타넨의 푸조 405가 그 주인공. 요즘에야 푸조 하면 영화 ‘택시’를 떠올릴 사람이 더 많을지 모르겠지만 필자에게는 사막을 거침없이 질주하던 모습이 기억 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시승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일단 거칠게 몰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브랜드 이미지와 유럽 태생 해치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몰아보고 싶게 만드는 스티어링 휠

푸조 308 GT 라인은 첫인상부터 좋았다. 그래서인지 며칠간의 시승 시간이 즐거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푸조의 시그니처와 같았던 라디에이터 그릴은 변화가 있었다. 따로 떨어져 있던 엠블럼이 들어오는 한편, 그릴 차제도 조금 커지고 약간 각을 세워 강렬한 인상이 더해졌다. 범퍼 하단은 개구부가 커지고 립스포일러까지 더해져 마치 TCR 경주차를 보는 듯하다. 그릴 중앙에 자리잡은 푸조 엠블럼은 308GT의 존재감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며, 바로 위 푸조 이니셜은 GT라는 명칭에 어울리도록 붉은색으로 처리했다. 범퍼와 보닛의 라인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어진 듯 하지만 약간 꺾어지도록 설계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인상을 준다. 사이드 에어댐과 듀얼배기팁도 이 차가 스포츠 지향임을 어필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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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과 범퍼 등에 변화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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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다듬은 얼굴은 TCR 경주차를 연상시킨다

 

익스테리어를 충분히 감상한 후 실내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어색할 만큼 작은 스티어링 휠과 조금 높게 배치된 얇은 계기판이다. 필자가 한참 튜닝에 빠져 있을 때 소구경 D컷의 스티어링 휠을 선호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대중적인 양산차에서 이만큼 작고 스포티한 스티어링을 마주한 것은 거의 처음인 듯하다. 이것만으로도 어서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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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이 어색하리만큼 작다

 

버킷 타입의 시트는 몸에 닿는 부분을 가죽으로 마감하고 나머지 부분은 직물로 처리했다. 여기에 마감은 스티치로 해서 스포티함과 고급감을 동시에 노렸다. 착석감이 높으면서도 전동 안마 기능과 열선이 들어 있어 장거리 운행시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쾌적함을 제공한다. 대시보드는 기존 308에서 변화가 없다. 푸조의 신형 인포메이션 시스템은 스마트 디바이스에 비교적 익숙한 필자도 조금 이질감이 들었다. 처음에는 화면을 보면서 조금 고민을 했지만 사용하다 보니 금세 익숙해진다. 다만 공조 시스템 등 사용빈도가 놓은 기능 몇 가지는 외부 스위치를 마련하거나 UI 가장 바깥 메뉴에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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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디테일은 기존 308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시동을 걸고 준비하면서 스위치류를 조작해 보았다. 모든 기능을 밖으로 빼낸 크루즈컨트롤은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어찌 보면 직관적이라 몇 번 조작해보니 편했다. 반면 시그널레버와 와이퍼레버는 다른 차에 비해 상당히 짧아 어색했다. 반면 양손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고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반길 만한 포인트다. 1.6L 직분사 디젤 터보 엔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내 정숙성도 돋보였다. 유럽산 디젤 소형차가 이럴 리 없다고 생각해 문을 열고 나가보니 역시나 태생을 속일 수는 없다. 어쨌건 실내에서는 디젤 아이들링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철저한 방음 대책에 상이라도 주고 싶을 정도였다. 소음을 철저하게 차단한 대신 스포츠 모드에서는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이용해 감성적인 부분을 채우고자 했다. 다만 실제 사운드와는 차이가 커서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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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한 달리기를 자극하는 파일럿 스포츠 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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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엔진이지만 아이들링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만족스런 정숙성, 아쉬운 기어비

필자가 좋아하는 남한산성을 달리다 매직아워에 접어들었다. 서서히 사라지는 석양이 아쉬워 루프를 개방했더니 느낌이 정말 좋았다. 예전 같으면 차체 강성이 나빠지지는 않을까 하는 오만가지 고민을 했겠지만 글래스 루프를 얹은 시승차의 강성은 충분했다. 연속되는 코너를 강하게 푸시해 보았지만 뒤틀림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타이어마저 미쉐린 파일럿이라 차체와 그립을 믿고 몰아쳐보고 싶은 욕심이 계속 생겼다. 하지만 영하 10℃에 가까운 시승 당일 날씨 탓에 치솟는 욕구를 꾹꾹 눌러야만 했다. 

디젤 터보 엔진은 토크가 넉넉해 시내 구간에서 달릴 때는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와인딩을 본격적으로 달리니 기어비가 발목을 잡았다. 재빠른 변속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6단 자동 변속기로는 디젤 엔진의 좁은 토크밴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부분은 운전자의 스킬에 의지해야 할 듯하다. 시승을 마치며 돌아오는 길, 어둑어둑해진 도로에서 신형 LED 라이트가 충분한 조도와 시인성으로 앞길을 밝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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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주행은 만족스럽지만 본격적인 달리기에서는 변속기가 발목을 잡는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푸조의 팬이 되어가는 이유를 이번 시승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동안 국내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던 폭스바겐이 최근 판매를 시작한 가운데 아직 골프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라이벌이 없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푸조 308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뛰어난 모델임에 틀림없다. 뛰어난 기본기에 풀 LED 램프 등 다양한 장비를 더했고, 디자인도 다듬어 매력을 더했다. 유럽산 해치백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분명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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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재연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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