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718 카이맨 & 재규어 F-타입 P300 쿠페
2018-03-27  |   42,000 읽음

냉철한 낭만주의

718 CAYMAN & F-TYPE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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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실린더를 여유롭게 터뜨리던 스포츠카 두 대가 실린더를 덜어냈다. 환경규제 대응과 대중화라는 각기 다른 이유에 따른 냉철한 선택.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낭만파다.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PORSHCE 718 CAYMAN

다운사이징으로 완벽해진 몸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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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을 거친 718 카이맨은 몸놀림마저 완벽해졌다. 작고 가벼운 엔진 덕분에 무게밸런스가 좋아졌고 뛰어난 핸들링 성능을 얻게 되었다.

 

포르쉐는 최근 20년간 변화무쌍하게 진화하며 활동범위를 넓혀왔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혁신을 거듭하는 모습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성공신화가 떠오를 정도. 수랭식 엔진과 SUV 출시 등 자칫 브랜드 성격이 희석될 우려가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그러나 브랜드의 근간이자 자부심인 스포츠카만큼은 외곬 같은 기질이다. 대표모델 911은 데뷔 이래로 한결같은 디자인을 수십 년째 이어가고 있으며 아직도 구조적으로 불리한 RR(Rear Engine-Rear Drive) 레이아웃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정통성을 중시하는 열성팬의 눈치를 떨치기 어렵기 때문일 터. 부분변경을 거친 카이맨과 박스터가 718의 이름으로 뭉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포르쉐는 카이맨과 박스터에 수평대향 6기통 자연흡기를 대신 할 수평대향 4기통 엔진에 터보를 달고 50년대 4기통 미드십 경주차 718의 이름을 부여했다. 사실 고객의 반발을 줄이고 다운사이징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에 이만 한 방법도 없다. 카이맨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박스터의 처음 등장 때도 시장에서의 시선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점을 상기하면 이들의 조심스런 행동이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달라진 이름에 걸맞은 외관 변화

이름이 달라진 만큼 외관 변경의 폭도 꽤 큰 편이다. 유리창, 보닛(처럼 보이는 전면 트렁크 리드), 테일 게이트만 그대로 사용할 뿐 네 개의 펜더와 두 개의 도어까지 모두 새롭게 매만졌다. 뒤 팬더에 자리잡은 에어 인테이크홀 면적을 넓힌 점도 다운사이징에 따른 변화다. 그만큼 냉각효율에 대한 중요성이 늘어났기 때문. 가장 매력적인 변화는 뒤쪽에 몰려있다. 블랙 패널을 덧댄 리어 스포일러는 장착 위치를 이전보다 낮췄다. 덕분에 테일 게이트와 루프 라인이 더욱 도드라지며, 흡사 911의 엉덩이가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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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기흡입구 면적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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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터 패널을 그대로 사용한 경우는 트렁크리드와 테일게이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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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 어퍼 패널을 깎아 높이를 낮춰 시야를 개선했고 에어밴트 디자인도 달라졌다

 

엔진은 최고출력에 따라 총 세 가지로 나뉜다. 기본형은 300마력의 2.0L 4기통 터보, 718 S는 최고출력 350마력의 2.5L 4기통 터보, 가장 고출력인 718 GTS는 같은 배기량으로 365마력을 낸다. 이들 모두 자연흡기 6기통보다 출력과 토크가 늘고 연비는 개선되었다. 

시승차는 출력 상승 폭이 가장 큰 2.0L 4기통 터보로 연비가 약 13% 개선됐으며 이전보다 35마력, 10.1kg·m 강해졌다. 덕분에 0→시속100km 가속 시간이 4.7초로 이전보다 0.6초 빨라졌고, 최고시속은 13km가 늘어난 275km에 달한다. 토크밴드가 1,950rpm부터 4,500rpm까지 넓어진 까닭에 체감 가속도 이전보다 강력하다. 엔진 자체의 응답성이 뛰어난 데다 변속이 재빠르고 같은 종류의 변속기 가운데 가장 정교한 변속 패턴을 갖춘 7단 PDK 덕분에 터보지연 현상은 느낄 수 없다. 7단 항속주행에서는 기초대사량이 적은 다운사이징 엔진의 장점을 십분 살려 12~13km/L 내외의 높은 연비가 가능하면서도, 오른발에 힘을 주면 순식간에 3단기어로 건너뛰며 가공할 가속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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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20km 이상 주행시 자동으로 솟아오르는 에어 스포일러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에 발을 떼어도 터보 부스트 압력을 최대한 유지시킨다. 스로틀 보디를 열어 공기 흡입량을 확보하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다시 밟으면 즉각적으로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다. 여기에 높은 엔진회전수가 제공하는 쾌감은 덤이다. 배기 사운드는 6기통만 못하지만 4기통이라 믿기 힘들 만큼 훌륭하다. 다운사이징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다소 과장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4기통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의 사운드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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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오일과 냉각수 주입구 윗면 좌우를 이어 스트럿바 모양으로 장식했다 

 

 

4기통 엔진으로 좋아진 무게 밸런스 

다운사이징으로 얻은 의외의 효과도 있다. 바로 핸들링이다. 718은 사이드실 등 차체를 보강하며 무게가 증가한 반면, 엔진의 무게는 가벼워지며 전체 무게 밸런스가 좋아졌다. 이 덕분에 가벼운 앞머리를 의식하며 코너를 돌던 이전(981) 모델보다 한결 부담이 덜하다. 스티어링 반응은 보다 민첩해졌다. 강화된 스테빌라이저와 잘 조율된 서스펜션이 맞물려 운전자가 원하는 주행 라인을 정교하고 정확하게 그려낸다. 마치 레일 위를 달리는 롤러코스터처럼 말이다. 소형 미드십 스포츠카라고는 하지만 주행감이 쾌적할 뿐만 아니라 차체 사이즈도 적당한 까닭에 데일리카로도 손색이 없다. 

포르쉐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날로 엄격해지는 각종 규제는 높은 성능과 완성도를 만들어야 하는 스포츠카 메이커에게 보다 가혹한 조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포르쉐는 다운사이징의 단점을 기술력으로 해결했다. 배기량은 줄었지만 더욱 강력해진 718 카이맨은 뛰어난 주행성능과 높은 효율을 갖춘 미드십 스포츠카의 완성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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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용 타이어는 굿이어 이글 F1

 

글  이인주 기자

 

JAGUAR F-TYPE P300 COUPE

7할을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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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마력 출력은 F타입이라는 그릇의 7할을 채웠다. 출력을 맘껏 뽑아도 넘치질 않으니 도리어 운전자의 자신감이 넘친다.

웅장한 사운드도, 화끈한 가속감도 사라졌다. 부티 좔좔 흐르는 F타입 보닛 아래 4기통 엔진이라니. 금방이라도 8기통 소리를 걸걸하게 뿜을 듯한 거대한 엉덩이는 기만이 분명하다. 엔진 헤드 하나와 맞바꿔 얻은 건 1,200만원 가까이 저렴해진 가격표. F타입 P300 쿠페는 낭만을 덜어내고 실속을 챙겼다. 그리고 V형 엔진엔 없는 또 다른 매력도 함께. 

 

300마력 여유 

시승차를 받자마자 거두절미하고 보닛부터 열었다. V8까지 들어가는 광활한 엔진룸이 얼마나 비었을지 궁금해서다. 다행히 앞쪽으로 열리는 멋진 보닛 아래에 빈틈은 없다. 가녀린 4기통 엔진 위에 널찍한 엔진커버를 올려 빈자리를 꼼꼼히 틀어막았다. 눈에 띄는 건 커버 위에 자랑스레 새겨 넣은 인제니움이라는 글씨. 재규어가 직접 개발한 차세대 모듈러 엔진 이름으로, F타입엔 시리즈 중 가장 강력한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내는 트윈스크롤 터보 버전이 들어갔다.

큼직한 엔진커버처럼 소리도 4기통 존재를 감춘다. 시동을 걸면 굵직한 저음으로 내리깔린 배기 사운드가 고성능을 암시한다. 비록 rpm을 높이면 여지없이 건조한 4기통 소리를 내지만 서서히 다닐 때만큼은 도심에서도 실망 섞인 소리가 들려올 일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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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렬 4기통 2.0L 트윈스크롤 터보 인제니움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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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답게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 가운데 송풍구는 팝업식이다

 

남들 눈치는 여기까지 보고 본격적으로 ‘내 만족’을 알아보기 위해 강원도 고갯길을 찾았다. 주로 완만한 코너 사이로 이따금씩 깊은 코너가 섞여 있어 차체 밸런스뿐 아니라 엔진 성능까지 파악할 수 있는 구간이다. 주행안정장치(DSC)를 꺼 런치컨트롤을 켜니 엔진회전수를 최대토크 구간인 약 2,000~4,000rpm 사이에 고정시켰다가 튕기듯이 나아간다. 뒤통수를 강타하는 카이맨 런치컨트롤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속도계 바늘은 거침없다. 특히 터보 엔진답게 1,500~4,500rpm까지 넓은 구간에 걸쳐 뿜어내는 40.8kg·m 최대토크 덕분에 오르막 고갯길도 속 시원하게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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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빨라지면 자동으로 솟아올라 다운포스를 높이는 전동식 날개가 달렸다

 

코너에선 보다 퓨어 스포츠카에 가깝게 움직인다. 코너 안쪽을 향해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마다 마치 길쭉한 보닛이 빨려 들어가듯 방향을 꺾는다. 작은 엔진으로 앞쪽 무게를 기존 V6보다 52kg 덜어내 무게 밸런스가 좋아진 까닭이다. 여기에 코너 안쪽 바퀴에 브레이크를 거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더해져 몸놀림이 더욱 날카롭다. 함께한 카이맨이 운전자가 예상한 궤적대로 정확하게 움직였다면, F타입은 예상보다 더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듯이 달렸다. 물론 재규어답게 가끔 꽁무니를 바깥으로 슬쩍 흘려 운전 재미를 돋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코너를 탈출할 땐 가속 페달을 마음껏 밟아도 좋다. 명민한 변속기가 저속 기어를 끈질기게 물어 자연스럽게 재가속을 이어가며, 이때 모든 출력을 온전히 쏟아내도 거동에 불안함이 없다. 급격한 출력 상승에 따른 약간의 미끄러짐도 충분히 제어할 만한 수준. 575마력까지 견뎌내는 고성능 차체가 300마력 출력을 웃도는 모양새다. 

고갯길에서 F타입은 길쭉한 보닛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잽싸게 달렸다. 적당한 출력 덕분에 고성능 모델보다 오히려 더 맘 편한 게 장점이라면 장점. 다만 카이맨과 비교하면 약간의 단점이 드러난다. 비교적 무게중심이 높고 서스펜션이 물러 카이맨처럼 적극적으로 코너를 공략하기는 힘들었다. 그만큼 F타입 승차감이 더 편해 GT(그랜드투어러, 장거리 여행용 자동차)카로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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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공간은 358L로 넉넉한 편이지만, 제대로 쓰려면 스페어타이어를 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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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타입 P300 쿠페엔 18인치 휠이 들어간다. 브레이크 디스크 직경은 앞 355mm, 뒤 325mm

 

즐기기 위한 쿠페

카이맨은 놀라우리만치 정교했다. 미드십 수평대향 엔진을 얹고, 탄탄한 서스펜션을 넣는 등 F타입보다 여러모로 치열하게 조율된 결과다. 반면 F타입은 그만큼 여유롭다. 장거리 주행까지 고려한 비교적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FR 쿠페 실루엣을 우아하게 그려낸 스타일 등 보다 한적하게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은 모습이다. 그 여유로운 성격이 F타입을 더 부유해 보이게 만든다.

연비는 예상대로다. rpm 레드존을 수없이 들락날락하며 달렸으니, 리터당 8km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렇게 기름을 다 태워버렸는데 웬걸, 주변에 고급유 주유소가 안 보인다. 예상 주행가능거리는 약 150km. 154km 떨어진 고급유 주유소까지 조심해서 가보기로 했다. 시속 100~130km로 항속하니 연비가 쭉쭉 올라 예상 주행거리를 약 80km 가량이나 남기고 도착했다. 고속 항속으로 기록한 평균 연비는 리터당 17.2km. 스포츠카로 서서히 달리는 건 고역이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나름대로 경제적으로 탈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4기통 F타입은 8,880만원으로 낮아진 가격표 외에도 가벼운 몸놀림과 높은 연료효율 등 다기통 엔진에 없는 매력까지 품었다. 처음부터 워낙 몸값이 비쌌던 덕분에 여전히 1억원대 스포츠카로 보이는 것도 나름대로 강점. 그러나 이 차를 막상 사겠냐고 물어본다면 선뜻 답하지 못하겠다. 이날 함께한 카이맨을 포함해 여러 대안이 머릿속에 어지럽게 떠오른다. 개중에는 진짜 8기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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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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