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기사] 2001년형 쌍용 체어맨 CM600S 한국형 벤츠
2018-03-26  |   15,117 읽음

2001년형 쌍용 

체어맨 CM600S 한국형 벤츠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2000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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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체제의 대우그룹이 무너지고 새로운 태동이 몸부림치고 있는 이 무렵 때마침 전국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불경기 한파에 휘말려 대우자동차도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그러나 혼신의 노력을 다해 회사를 살리려는 대우자동차에게 나는 심심한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한때 잘 나가던 대우자동차는 지난 98년, 쌍용자동차를 매입하면서까지 사세를 확장했으나 잇따른 경영문제로 쌍용에 대한 경영권을 채권단에게 넘겼다. 현재 쌍용자동차는 독립체제를 갖추고 옛 영광을 되찾으려 과감한 의욕을 보여주고 있다. 매각을 준비하는 대우와 달리 쌍용은 자력회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최다판매와 생산을 기록했던 쌍용은 조만간 무쏘의 윗급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역시 쌍용자동차 직원들의 노력에도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성능과 내구성 입증된 벤츠 엔진 얹어 

국내 최초 리무진까지 만들어낸 모델 

 

쌍용의 주력차종은 뉴 코란도와 무쏘 등 네바퀴굴림차다. 그런데 대형 승용차 부문에도 이미 오래 전에 뛰어들었었다. 바로 독일 벤츠와 손잡고 뛰어난 성능과 내구성으로 유명한 벤츠 엔진을 들여오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처음 벤츠기술을 들여올 때 벤츠에서는 차체도 자기들 것을 사용하도록 종용했으나 쌍용에서는 벤츠와 비슷하면서도 한국 정서에 맞는 고유 디자인을 만들었고 이것을 벤츠측에 보여주어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체어맨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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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우리의 대형차라고 하면 현대 그랜저와 다이너스티, 대우 아카디아 정도였고 기아의 포텐샤와 엔터프라이즈도 체어맨의 대항마였다. 최근 현대에서 에쿠스라는 대형차를 내놓자 대형차시장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다양화되었다. 이 가운데 쌍용 체어맨은 뛰어난 성능이 이미 입증된 벤츠 엔진을 썼다는 이유와 벤츠를 닮은 독특한 외모 때문에 아직까지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특히 체어맨은 한 수 더 떠서 최고급인 CM600S의 차체를 30cm나 더 늘려 국내 최초로 리무진을 만들었었다. 이 모델은 현대 에쿠스 리무진이 나올 때까지는 독자적인 최고급차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체어맨은 우리의 국회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 중 하나다. 또 대기업 사장들도 좋아해 오늘날까지도 고정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무엇인가 순수 국산차와는 다른 면모가 있어 보이는 것이 인기몰이에 한 몫을 했고, 여기에 체어맨의 검은색은 유난히 검고 특유한 광택을 낸다. 당연히 권위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나는 체어맨에 커다란 불만이 있었다. 바로 대우자동차에 소속되어 있을 때 이 차의 프론트 그릴 모양이 대우의 낮은급 차와 마찬가지 모습이어서 품위가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쌍용 고유 마크와 프론트 그릴을 되찾았고, 이번에 새로 선보인 2001년형은 또다시 앞 그릴을 바꿨는데 이것이 벤츠의 것과 디자인이 비슷하다. 이제는 인상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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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어맨은 4개의 모델이 나온다. CM400S는 배기량 2.3ℓ 150마력 엔진을 얹은 것이고 그 다음 모델인 CM500S는 2.8ℓ 197마력, CM600S는 3.2ℓ 220마력 엔진을 얹었다. 가장 고급차인 리무진은 CM600S보다 차체 길이를 30cm 더 늘렸지만 엔진은 3.2ℓ 220마력짜리를 그대로 얹고 있다. CM500부터는 모두 직렬 6기통 엔진을 얹고 있다. 

시승에 나선 모델은 CM600S로 체어맨 시리즈 중에서 최고급형이다. 다만 리무진에 비해 길이만 30cm 짧을 뿐이다. 벚꽃도 진 어느 봄날, 체어맨이 나를 찾아왔다. 검게 빛나는 체어맨의 첫 인상은 `국산차도 이젠 이 수준까지 왔구나…`하는 감탄의 소리로 대변할 수 있으리라. 

 

 

어찌된 셈인지 요사이 <자동차생활>은 나에게 고급 대형차를 시승할 기회를 주지 않아 그 감을 못 잡고 있었던 터였다. 체어맨을 놓고 외형을 돌아보고 차 안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살펴보니 참으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에쿠스는 지난달에 남양연구소에 강연초청을 받아 강연을 한 뒤 그곳에 있는 1주 4.5km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처음으로 마음껏 몰아본 일이 있어서 이번에 체어맨을 타보면 좋은 비교가 될 것 같았다. 


성능과 연비 면에서 경쟁차 앞서 

디자인과 승차감은 벤츠와 비슷 

 

차에 몸을 실었다. 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우드 그레인 장식이 검은색 실내와 조화를 잘 이뤄 고급차를 타고 있다는 게 실감된다. 내가 옛날 사람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우선 마음에 든 것은 이 차는 에쿠스와는 달리 뒷바퀴굴림 방식이라는 점이다. 앞바퀴굴림은 이제 하나의 유행이 되어버렸지만 이것은 중·소형차에 적합한 굴림방식이다. 대형 고급차는 역시 FR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시동을 걸었다. 올림픽대로를 통해 자유로를 지나 통일동산 전망대로 가는 길에 가볍게 움직이는 이 차의 기동성이 마치 준중형차를 모는 듯 경쾌하다. 가속페달을 밟는 각도도 발바닥이 미끄러지지 않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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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눈앞의 계기판 즉 속도계와 타코미터, 연료 게이지의 모양이 원이 아니고 옆으로 누운 타원형을 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왜 그런지 이것을 보니까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테두리에 크롬 몰딩을 써 더욱 고급스럽고 산뜻한 분위기다. 체어맨의 가장 큰 장점이자 생명은 역시 파워트레인이다. 6기통 엔진은 너무 조용하고 방음장치가 잘 되어 있어서 시속 100km 정도로 달릴 때는 바람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미끈하게 뻗어나가는 체어맨은 시속 140km부터 마치 표범 위에 올라탄 기분이다. 거침없는 속도감을 만끽하게 해주는 것이다. 시속 160, 170, 180km로 가속해 보니 그때서야 벤츠 고유의 소리를 내며 표범이 황소로 변하면서 땅을 박차고 달린다. 

 

교통이 혼잡해 시속 190km 이상은 내지 못했으나 이 차는 최고시속 230km를 낸다고 한다. 3.5ℓ 엔진을 얹은 현대 에쿠스는 시속 218km밖에 내지 못하는데 말이다. 최고출력은 체어맨이나 에쿠스가 똑같은 220마력이지만 체어맨의 무게가 1천735kg인 것에 비해 에쿠스는 1천940kg이기 때문에 1톤당 마력이 체어맨은 126.8, 에쿠스는 113.4마력이다. 당연히 체어맨의 최고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다. 이 무게차이 때문에 연비도 1ℓ당 체어맨이 8.6km를 가고 에쿠스는 8.0km다. 0.6km를 더 달리는 것이다. 이 정도의 차를 타면서 연비를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니 별로 대수롭지 않을 듯 하지만 1년 분의 휘발유 가격으로 따져보면 그리 만만한 값은 아니다. 

체어맨은 차체 스타일도 에쿠스와 비교했을 때 아주 매끈하다. 특히 공기저항계수가 cd 0.29인데 이것은 예전의 대우 에스페로와 똑같은 수치로 국산차 중 가장 뛰어난 것이다. 이 정도라면 스포츠카 수준이다. 

 

물론 나는 현대 에쿠스를 깔아뭉갤 생각은 추호도 없다. 에쿠스는 에쿠스다운 중후한 외형에다 스티어링 휠을 잡았을 때의 묵직한 기분이 주행 때도 그대로 반영되어 믿음직하고 권위 있는 달리기 감각을 보여준다. 

반대로 체어맨은 같은 고급차이만 벤츠의 E클래스를 모는 것같이 날렵한 기분을 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체어맨의 기동성은 벤츠 C클래스처럼 가볍다. 엔진도 벤츠 S클래스에까지 쓰이는 것을 얹었고 뒷자리의 안락함이나 디자인은 벤츠의 최고급 S클래스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안전, 편의장비 차 안 가득해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실용성 떨어져 

 

이밖에 엔진과 변속기, 브레이크가 서로 자동으로 제어해 최상의 주행상태를 유지해주는 이른바 `켄버스 시스템`은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 자동 5단 변속기가 지휘해준다.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고속주행과 코너링을 할 때 진동이나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자체적으로 흡수해 여유 있는 운전을 하게 해준다. 최소회전반경도 대형차답지 않게 5.4m밖에 안되니까 좁은 도로에서 U턴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체어맨에는 승차감을 더 안락하게 해주는 장치가 또 있다. 내가 어떤 웅덩이를 넘을 때나 장애물을 건너갈 때 뛰어난 안정감이 느껴져 자료를 살펴보니 `무단제어 전자시스템`이 쓰이고 있다. 이것은 쇼크 업소버의 감쇄력을 매끄럽게 조절해 기복이 심한 도로를 달릴 때도 차체 진동을 최소화시켜준다. 마치 매끈한 포장도로를 그대로 달리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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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는 참으로 잘 듣는다. 가볍게 밟아도 제동반응이 아주 좋아서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국내 최초와 최대인, 16인치나 되는 대형 디스크 브레이크를 쓰고 있었다. 또 이 차에 달린 새로운 개념의 내비게이션은 오차 범위가 10m 안팎일 정도로 정확하다. 여기에 음성 안내메시지도 운전자에게 전달해 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을 화면에 나타난 지도가 달리는 방향에 따라 반전된 상태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상황은 내비게이션과 다르다. 예를 들어 강을 오른쪽에 끼고 달릴 때 내비게이션 스크린에는 강이 왼쪽에 그려지고, 차는 앞으로 달리는데 스크린에서는 밑에서 나타나는 도로를 아랫방향으로 진행하는 형식이니 정말이지 혼란스럽다. 이러한 내비게이션 도식방식은 실제로 운전자로 하여금 방향감각마저 잃게 하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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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체어맨에 실린 뉴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그렇게 혼란스런 전자지도와 항법기능을 지니고 있지만 차의 현재상황을 알려주고 전자수첩과 계산기, 달력, 메모 등 유용한 기능이 많으며, 정지상태에서는 TV로 변신한다. 

이 차에는 벤츠의 안전개념이 살아있다. 앞서 언급한 켄버스 시스템이란 다중통합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ECU와 TCU, ABS 등 주행상태를 감시 통제한다. 그리고 충돌사고에 대비한 차체설계는 벤츠의 옵셋 충돌테스트 조건을 그대로 들여와 자체 테스트했다. 그 실험결과에 따라 스티어링에 관련된 기계뭉치를 스티어링 컬럼의 위쪽으로 모두 모아 충돌사고 때 무릎부위의 상해를 최소화시켰고, 충돌 때 브레이크 페달이 충돌방향으로 이동하게 만들어 발목과 정강이 부위의 피해도 덜하게 했다. 이밖에 무릎보호대를 대시보드 아랫부분에 달아 안전에 관해 세심한 배려를 했다. 

 

체어맨의 차체는 측면충격에 대비해 원피스 차체로 만들었고, 후면 충격흡수 프레임을 달아 실내공간이 외부충격으로부터 잘 견디도록 했으며, 연료탱크에도 안전을 위해 충격보호 장치를 달았다. 물론 ABS와 에어백은 기본이고 사이드 에어백도 달려 있다. 운전이 미숙한 사람이 후진할 때 어떤 장애물에 접근하면 경고음을 울려주는 주차보조 시스템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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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다. 뒷좌석에 앉은 귀한 분의 편의를 위해 대형 시트백 가니시가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서 그가 원하는 라디오와 시트온도, 실내의 냉난방까지 조절할 수 있다. 오디오 시스템은 8방향에서 나오는 음성이 완전 입체적이다. 뒷좌석 천장에는 화장거울도 두 개나 달려 있다. 

2001년형 체어맨의 가장 큰 변화는 벤츠와 꼭 닮은 앞그릴 모양이다. 이것으로 이 차의 품위를 수입차 벤츠와 착각할 만큼의 수준으로 끌어 올려 국산 벤츠라도 표현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주변의 눈을 의식해 벤츠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체어맨을 타면 된다. 나도 돈만 있으면 한 대 사고 싶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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