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기사]BMW Z8 심미적인, 모터리스트의 드림카
2018-02-21  |   15,143 읽음

 

[2000년기사]

BMW Z8 심미적인

모터리스트의 드림카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2000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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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Z8의 핸들을 잡고,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는 오래된 카피가 떠올랐다. Z8은 근래에 가장 주목받는 자동차의 이름이다. 지난 5월 수입차모터쇼에서 공개된 Z8을 볼 때만 해도 이 차를 몰아볼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BMW 코리아는 양산차가 아닌 프로토타입의 Z8을 시승차로 기꺼이 내놓았다. 최근 수입차시장을 독주하다시피 하고 있는 데 따른 자신감, 혹은 그 동력이기도 하다. 장소는 경기도 평택의 만도기계 주행시험장. 비록 제한된 장소에서 이뤄진 짧은 시승이었지만 벅찬 감동은 쉽게 지워지질 않는다. 그야말로 한여름 날의 꿈, ‘드림카’를 체감한 순간이다.  


전설의 로드스터 507에 경의를 표하다 

BMW Z8에는 전설의 로드스터 507(56∼59년)에 대한 경의가 깃들여 있다. 개발팀 전체가 507의 추억을 가슴에 안고 설계했다고 하는 낭만적인 이야기. 자동차는 시대를 넘어 감성을 전달하는 매력적인 존재임을 새삼 상기한다. Z8을 얘기할 때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507은 과연 어떤 차일까. 

 

2차대전후 BMW가 다시 키드니 그릴을 달고 나오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52년 BMW 501로 다시 자동차 생산을 시작한 BMW는 54년 1월 BMW뿐 아니라 독일 최초로 V8 엔진을 단 502를 내놓았다. 세계 최초의 정형화된 생산라인에서 경합금 V8 엔진이 생산되었다. 

 

BMW의 명성을 뒷받침해온 것은 ‘세계에서 가장 스무드한 6기통’ 혹은 ‘V8보다 밸런스 좋은 6기통’이라 불리는 직렬 6기통 엔진이었다. BMW는 최근 뛰어난 V8, V12 엔진을 내놓고 있지만 예전에 V8이 주력이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502에 이어 2+2의 503과 2시터의 507, 그리고 60년대 들어 만들어진 베르토네 디자인의 3200CS 등이다. 유명한 스타일리스트 알브레히트 게르츠(Albrecht Goertz)가 503에 이어 디자인한 507은 BMW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로 손꼽힌다. 바로 Z8의 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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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 로드스터는 5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선보인 후 이듬해 출시되었다. 롱노즈 숏테크의 빼어난 스타일, 개폐식 소프트톱/하드톱을 단 초경량 보디에는 V8 3천168cc 엔진을 얹었다. 또 다른 특징으로 현재의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플로어 타입 트랜스미션을 들 수 있다. 507을 몰고 한스 스턱은 독일 힐 클라이밍 선수권에서 경쟁차를 크게 앞질러 우승했다. 507은 단 250대만 생산된 후 중단되었다. 현재의 판매가는 약 25만 달러(3억 원)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507이 Z시리즈의 원조는 아니다. 바로 Z1이 그 주인공이다. Z1은 84년 BMW의 선진기술 개발을 짊어지는 전문집단인 BMW Technik GmbH사가 ‘클래식한 특성 그러나 전위적인 디자인(classic in character but avant-garde in design)’을 테마로 개발한 차로 3년 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발표되었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차라기보다는 수지로 만든 보디 패널, 신형 서스펜션, 공력의 추구 등 기술혁신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모터쇼장에서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발매 전에 3년치 생산대수인 3천500대의 주문을 받았다. Z1은 특히 BMW 1500 이후 계승되어왔던 세미 트레일링 암 서스펜션과 결별한 최초의 모델이고, 멀티 링크 방식을 쓰는 요즘 BMW의 초석이 되었다. Z1의 가장 큰 특징은 두꺼운 사이드 패널 아래로 슬라이딩되는 전동식 도어다. 직렬 6기통 엔진과 주요 장비는 E30(2세대 3시리즈)의 것을 썼다. 

 

하지만 Z1은 발매 초기를 제외하고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보디 패널의 생산효율도 나빴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자동차 애호가 시장에서의 Z1에 대한 평가는 최근 Z3의 등장과 성공 이후 갑자기 높아졌다. 사실 Z1처럼 BMW에서 ‘1’이 붙은 모델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M시리즈 역시 M1보다는 ‘3’이 붙은 M3로 상업적인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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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감적인 미학과 파워, 감수성의 조합 

Z8은 97년 도쿄 모터쇼에 나왔던 컨셉트카 Z07의 양산형이다. Z3의 상급모델로 Z7이 아니라 Z07이라 이름 붙인 데서 클래식 로드스터 507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9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양산차로 데뷔한 Z8은 컨셉트카 Z07의 스타일을 그대로 썼다. 달라진 점은 앞에 추가된 에어댐 정도. 롱노즈 숏테크의 고전적 스타일과 확장된 키드니 그릴, 유려한 펜더 라인 등이 바로 507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다. 특히 앞바퀴와 도어 사이에 상어아가미 모양으로 뚫려있는 에어벤트(공기출구)는 Z3 디자인에 이어 Z8에서 보다 가깝게 재현되었다. 

 

Z8 디자인을 진두지휘한 BMW의 수석 디자이너 크로스토퍼 뱅글은 “Z8은 507을 현대의 시간으로 이동시킨 것이지만 동시에 전혀 새로운, 모던하고 미래지향적인 컨셉트로 제작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차별성, 독특함, 타협할 수 없는 장인정신과 치밀하게 계산되고 배려된 인테리어의 작은 디테일까지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기억 속에 각인되기 위해 제작된 차”라고 덧붙였다. Z8에 육감적인 미학과 파워, 지구력, 단아함과 개성을 절묘하게 조합했다는 그는 확장된 키드니 그릴에서 길게 연장된 보네트 라인, 그리고 수많은 인테리어 디테일을 ‘로맨틱한 요소‘들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507을 디자인했던 알베르히트 게르츠는  “오늘날 내가 507을 디자인했다면 Z8과 같았을 것”  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는 Z8의 뒷모습을 가리켜 “기사가 투구를 쓰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기사가 투구의 면갑을 내리면 두 개의 가는 창을 통해 외부를 투시하는 데, 그런 투지력이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두 대의 가는 창이란 바로 리어 램프를 말한다. 

 

Z8은 알루미늄 섀시를 쓴 BMW의 첫 양산차다. 새로운 Y형 백본 프레임과 섀시, 서스펜션, 그리고 보디패널까지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가 1천660kg(공차 무게)에 불과하다. 또한 범퍼와 뒷부분의 이너 패널은 작은 충격도 부드럽게 흡수할 수 있도록 폴리우레탄을 썼다. 라디오와 전화용 안테나가 달린 범퍼는 시속 4km 정도의 충격까지 흡수, 원래대로 회복된다. 

 

Z8의 프로젝트팀 매니저인 크리스틴 디트리히는 “알루미늄 구조 방식은 차체의 비틀림 강도를 강화시켜주고 최적의 핸들링을 보장해 준다. 이 두 가지 관점이야말로 오픈 스포츠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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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속 100km 가속을 4.7초에 끝내다 

Z8은 M5의 고성능 V8 5.0X 400마력 엔진을 가져다 얹었다. 수동 6단 기어로 최고시속은 250km에서 제한되지만 0→시속 100km 가속성능은 4.7초에 불과해 수퍼카급에 맞먹는 순발력을 지녔다. 최고시속의 제한을 풀면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 앞 차축 뒤에 엔진을 놓은 ‘프론트 미드십‘ 구성으로 앞뒤 무게배분 50:50을 실현했다. 시속 100km에서의 제동은 2.5초만에 끝낸다. M 버전을 통해 잘 알려진 두 캠축(더블 VANOS)의 가변조절기능으로 중·저속에서도 높은 토크를 발휘한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타입이다. ‘인테그랄 액슬’이라고도 불리는 뒷서스펜션은 서브프레임을 덧붙인 것으로 8시리즈부터 써온 것이다. 자세제어장치인 DSC(Dynamic Stability Control)Ⅲ와 코너에서 브레이크를 자동제어하는 CBC(Cornering Brake Control), ABS 등 안전장비가 충실하다. 타이어는 런플랫 타입으로 펑크가 나도 최고시속 80km로 30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따라서 트렁크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실리지 않았다. 붉은 카페트가 깔린 트렁크는 너무 고급스러워 물건을 넣기가 주저될 정도다. 스페어 타이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공구함과 배터리, 구급상자가 들어 있다. 

 

플라이급 오일공급 조절장치를 단 Z8은 고속 코너주행에서도 오일필름이 분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석션 펌프를 사용하고 있다. 또 프론트 액슬은 스프링 스트럿에 교차방식의 컨트롤 암과 수직형 스러스트 로드(thrust rod)를 썼다. 

 

Z8은 다이내믹한 주행성능과 잘 조화되면서 핸들링 특성이 즉시 반영되는 랙 & 피니언 방식의 스티어링을 쓰는데, BMW에서 랙 & 피니언을 사용하는 첫 8기통 엔진 모델이 된다. 시속 300km 이상의 달리기를 뒷받침하는 타이어는 앞 245/45 R18, 뒤 275/40 R18 사이즈다. 

 

Z8의 소프트톱을 개폐시간을 재본 결과 열 때 12초, 닫을 때 8초 정도가 나온다. 소프트톱은 전동식으로 개폐되지만 지붕을 접어 부트를 씌우는 고전적인 방법을 따르고 있다. 또한 쿠페로 변신할 수 있는 알루미늄 하드톱이 표준장비로 제공된다. 운전석 등받이를 젖히면 CD 플레이어가, 조수석 등받이에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달려 있다. 

 

그 밖의 하이테크 특성으로는 네온 램프, 4개의 밸브 기술, 원심력으로 제어되는 연료공급장치, 교차흐름 냉각방식, 1초에 100만 개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엔진제어장치가 있다. 특히 이 기술은 거의 F1 수준이라는 평이다. 

 

드림카 주행, 짧은 열애로 끝나다 

로드스터는 먼저 보디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타야 일체감을 얻을 수 있다고 했던가. 알루미늄 보디라 살살 다루어달라는 주문에 조심스레 쓰다듬어 보고 Z8에 오른다. 주행코스는 1km가 조금 넘는 직선로와 슬라럼, 레인 체인지, 선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운전석에 앉자 알루미늄과 크롬도금, 붉은 가죽이 강렬한 인테리어가 생각보다 편안한 느낌이다. 공간도 여유가 있다. 보통 차와 달리 가운데 자리한 계기판, 507에서 가져온 클래식한 핸들, 알루미늄 소재의 간결한 버튼, 그리고 섹시한 기어 노브에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조종공간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핸들은 틸트되지 않고 전동식 팝업(텔레스코픽) 기능만 갖추었다. 와이퍼가 가운데서 양쪽으로 움직이는 것도 507 스타일이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커버를 달아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가리고 있는데, 여기에 DSC 스위치가 있다. 시동키를 ‘on’에 두고, 대시패널에 자리한 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복고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스타트 버튼은 피아트 쿠페, 혼다 S2000, 벤틀리 컨티넨탈 R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텅……’ 하고 짧게 끝나는 시동음. 이때의 아이들링이 E36(3세대 3시리즈)의 최대토크 때보다 큰 회전력을 보인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기어를 1단에 꽂고 출발이다. 매끄러운 출발에 이어 rpm이 솟구친다. 기어를 빨리 조작하지 않으면 금새 레드존을 넘을 만큼 격동적이다. 시속 150km, 5단까지 기어를 올렸을 때는 이미 직선구간이 끝나 제동해야 할 시점이다. 아쉬움을 접고 다시 코스주행을 반복한다. 기어 앞부분에 자리한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보다 스포티한 거동을 보인다. 

 

기어는 상당히 부드럽게 움직이며 변속거리가 짧아 민첩한 손놀림을 돕는다. 클러치는 단일판으로 만들어져 유격이 일정하고 거리가 짧은데, 변속 후 바로 클러치를 떼야 하는 것이 주의할 점이다. 반 클러치를 쓰게 되면 높은 출력이 클러치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 클러치가 타버리기도 한다. 

 

슬라럼 주행을 시속 60km 이상에서 시도한다. 낮은 무게중심과 분명한 절제력으로 민첩하게 파일런을 돌아 나간다. 완벽한 핸들링은 좌우의 움직임에 오차가 없고 경쾌하다. 선회주행에서는 뉴트럴 스티어를 확인한다. 페라리 등 수퍼카는 대개 운전하기가 어려운데, Z8은 너무 경쾌해 운전이 쉽다는 느낌을 받는다. 

 

짧은 열애는 끝났다. 일반 도로에서 달리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한여름 밤 아니 한여름 낮의 꿈에서 깨어났다. 

 

꿈은 바로 드림카가 존재하는 이유다. 명백히 제한된 수의 사람들만이 Z8을 소유할 수 있다. 딩골핀 공장에서 정예의 BMW 기술자들이 모여 100% 수공으로 만드는 Z8은 1년에 2천 대, 하루에 단 8대까지만 생산이 가능하며, 8천 대만 만들고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한다. 최고성능을 체험해보지는 못했지만, Z8은 그 아름다움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할만큼 매력적인 드림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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