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하게 빚은 평범, 렉서스 LS 500h AWD 플래티넘
2018-02-12  |   58,249 읽음

LEXUS LS 500h AWD PLATINUM

비범하게 빚은 평범

 

 

솔직한 감상평은 실망이다. 최신 플랫폼에 온갖 첨단기술을 가득 욱여넣어 기대를 한껏 품었건만, LS는 비교적 평범했다. 차가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다. 신형 LS는 매우 조용하고 부드러웠으며, 대단히 고급스러웠다. 그런데 경쟁차보다 한참 늦은 시점에 이 정도면 과연 충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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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재료

 

“초대 LS보다 더 대단한 차를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뛰어난 품질로 오늘날 렉서스의 기반을 다진 1세대 LS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만큼이나, 신형 LS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낮은 무게중심이 놀라웠던 LC GA-L 플랫폼을 바탕으로 650단계로 감쇠력을 조절한다는 서스펜션, 전기모터와 4단 변속기를 맞물린 별난 변속기 등 비범한 재료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 비범함은 첫인상부터 드러난다. 최신 토요타-렉서스가 내세우는 저중심 설계답게 LS는 한눈에 보기에도 늘씬하다. 이전보다 전체 높이는 5mm 낮아졌을 뿐이지만 보닛을 30mm, 트렁크를 40mm 낮추어 마치 스포츠 세단을 보는 것만큼이나 예리하다. 길이도 이전보다 145mm 늘려 더더욱 길쭉해 보인다. 앞바퀴 휠아치 위쪽 두께만 봐도 이 차가 얼마나 납작하게 빚어졌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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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LS는 높이를 낮추고 길어져, 전체적으로 늘씬한 모습이다

 

 

실내도 마찬가지. 운전석 높이가 이전보다 3cm 낮아져, 센터콘솔과 문짝 사이에 폭 파묻힌다. 내리기 불편할까봐 내릴 때 시트를 들어올리는 기능이 들어갔을 정도. 낮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감각은 매우 안정적이다. 계기판 높이 즈음 수평으로 이어진 대시보드 윗면, 하나로 연결된 송풍구 그릴, 그리고 계단처럼 연결된 스피커까지. LS의 명성만큼이나 실내 스타일은 우아하면서도 새롭다. 정성껏 만들었지만 고리타분한 EQ900이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다.

 

정숙하기로 유명한 LS이기에 기대를 품고 시동을 걸었다. 역시 하이브리드답게 전기모터만이 고요하게 준비를 마친다. 서서히 움직여도 마찬가지. 179마력 전기모터가 유유히 LS를 이끈다. 그런데 차가 좀 무거운 탓일까. 6기통 3.5L 가솔린 엔진 잠귀가 좀 밝다. 가속 페달을 살짝 더 밟으면 여지없이 깨어난다. 엔진이 켜질 때 소리는 예상외로 큰 편. 매우 조용한 실내에 시동 소리만이 유입되니 더욱 도드라진다.

 

엔진 소리는 가속할 때도 잦아들지 않았다. 성격 급한 우리나라 도로 흐름을 맞추려니 LS의 6기통 엔진이 비교적 높은 rpm으로 바삐 움직인다. 전기모터가 힘을 더한 최고출력은 359마력으로 강력하지만, 이끌어야 할 무게가 2,370kg에 달해 다소 높은 rpm을 유지한다. 결국 rpm만큼 엔진 소리가 크게 유입돼 LS 명성에 흠집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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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고급스러우며 새롭다. 좌석 높이가 낮은 게 특징

 

 

가속을 끝내고 항속하면 다시 우리가 알던 LS로 돌아온다. 동급 최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도로 소음과 바람소리를 빈틈없이 틀어막았다. 특히 작은 소리로 뒷좌석 승객과 대화할 수 있는 정숙성이 놀랍다. 바닥 덮개를 이전 63%에서 90%로 늘리고 패널 두께를 키운 덕분. 고요한 가운데 23개 스피커가 달린 마크레빈슨 3D 사운드 시스템을 켜면 잡음 없는 생생한 소리를 즐길 수 있다. 이 여유로운 음악 감상을 위해 사운드 시스템 개발에만 6년이 걸렸다고.

 

물론 놀라운 정숙함엔 부드러운 승차감도 포함된다. 2,370kg의 묵직한 차체가 낭창낭창한 서스펜션을 묵직하게 누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작은 진동은 가볍게 걸러내며 큰 충격은 부드럽게 둥글려 전달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다른 플래그십 세단도 충분히 소화하는 수준. LS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낮게 깔린 무게중심으로 승차감과 고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줄 알았다. LC가 그랬으니까. 하지만 큰 기대는 되려 실망을 낳았다. LS는 승차감에 치중하고 무거워진 탓에 LC의 기민한 핸들링과 납작한 무게중심에서 비롯된 주행감이 무뎌졌다. 운전대를 빠르게 꺾어보면 여타 대형 세단이 그렇듯 부드럽게 휘청인다. 

 

넓디넓은 뒷좌석

 

LC보다 둔해진 건 결국 대형 세단의 미덕인 편안함을 쫓기 위함일 터, 그 백미는 뒷좌석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전보다 휠베이스가 무려 155mm 늘어나, 뒷좌석공간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무릎공간이 최대 1,022mm에 달하며, 다리받침까지 갖춘 오토만 시트는 48도 각도까지 눕는다. 고요한 실내에 편안하게 누워 안마를 받으며 널찍한 창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맛에 그토록 치열하게 돈을 버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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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길어진 만큼, 뒷좌석이 매우 넓다

 

 

다만 완벽해 보이던 뒷좌석에도 옥에 티는 있다. 편히 누워 경치 감상하는데 뒷유리 가운데 살짝 굴곡진 게 거슬린다. 심한 것은 아니지만 스쳐 지나가는 나무들이 이 부분을 지나갈 때 일그러져 보이니 살짝 멀미가 난다. 완벽을 추구한다는 렉서스답지 않은 모습. 다만 이건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다.

 

LS는 화려하고 편안했다. 렉서스 장인들이 꼼꼼히 만든 흔적이 엿보인다. 그런데 가장 최근 등장한 후발주자로서 결정적 한방이 부족한 건 아닐까. 그간 내세웠던 정숙성을 강조하기엔 다른 경쟁차 수준이 너무 높아졌고, LC로 보여줬던 기민한 주행감은 큰 덩치에 무뎌졌다. 그저 전체적으로 지금 팔리는 독일제 세단과 대동소이한 수준의 품질. 가격도 1억7,300만원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 11년 만에 등장한 새 LS에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초대 LS가 등장했던 그때의 놀라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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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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