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아쉬움 켄보 600
2017-05-02  |   63,649 읽음

BAIC KENBO 600
미완의 아쉬움


몰면 몰수록 아쉬움이 몰려왔다. 동급 대비 싼 값은 둘도 없는 장점이었지만 높아진 국내 소비자의 안목을 충족시키기에는 모자란 면이 적지 않아서다. 대륙의 실수는 없었다. 단지 미완의 아쉬움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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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보600은 중국 제일의 자동차 회사이자 베이징 벤츠, 베이징 현대 지분을 각각 50% 소유한 BAIC(Beijing Automotive Industry Holding Co., Ltd, 북기은상)에서 제작됐다. 국유기업의 자본력과 합작회사의 기술력이 한데 어우러진 모델인 것. 따라서 자동차 업계의 샤오미를 떠올리며 ‘대륙의 실수’를 기대해 볼 법도 했다. 도어캐치를 잡아당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묵직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도어를 여는 순간 막연한 기대는 실망을 불렀고, ‘아, 아직은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강하게 들게 했다. 쉴 새 없이 코를 자극하는 신차 냄새는 거북함으로 다가왔으며 여러 회사 디자인을 짜깁기한 듯 난해한 인테리어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소음과 진동으로 가득한 주행질감은 몰면 몰수록 피로와 불안감을 안겨줬던 부분. 애초 1,990만~2,099만원의 가격은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됐지만 전반적인 품질을 고려하면 이 값이 그렇게 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륙의 실수를 고대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아쉬움만 가득 남았다.

그럴듯함에 숨은 함정
겉보기에는 그럴듯하다. 크게 흠잡을 곳은 없어 보인다. 그저 잘 만든 하나의 중국산 SUV를 보는 느낌이다. 렉서스 스타일의 X 프레임 그릴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렇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반면 실내는 디자인을 관통하는 모방과 부족함이 엿보이는 마감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스마트키는 현대차의 것과 다를 바가 없고 인테리어의 얼굴 마담 격인 스티어링 휠은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보던 그 모양 그대로다. 또 계기판은 혼다, 센터페시아는 인피니티 스타일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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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트림에만 적용되는 제논 헤드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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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65 R17 사이즈의 금호타이어를 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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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발광 테일램프는 뚜렷한 시인성과 세련된 디자인을 완성한다

이 중 스마트키와 스티어링 휠은 BAIC 자회사인 베이징 벤츠와 베이징 현대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생김새가 오리지널과 매우 흡사하다. 형태를 조금만 달리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국내 시장에서 소위 ‘짝퉁’을 원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테니까. 사람에 따라 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신차 냄새도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부분. 무던한 소비자가 아닌 이상 불평을 쏟아낼 것이 분명하다. 본드의 향기는 역하고 장시간 타고 있으면 눈이 따갑기까지 하다. 과거 국산차에서 접할 수 있던 불편함이 고스란히 전이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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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 스티어링 휠과 다른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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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의 생김새가 혼다의 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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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는 깔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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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N-D를 오가는 느낌이 헐거운 기어노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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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한 음색으로 귓가를 멍멍하게 만든 오디오 시스템


이외에 볼륨을 조금만 높여도 ‘지지직’거리며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7스피커 오디오 시스템은 먹먹한 음색으로 귓가를 멍멍하게 만들고, P-R-N-D를 오가는 느낌이 헐거운 기어노브는 오래된 차를 모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에어컨 작동시 어김없이 들려오는 펜 회전 소음도 불쾌하기 그지없다.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차다.
그래도 한 가지, 공간활용성은 나쁘지 않다. 길이×너비×높이 4,695×1,840×1,685mm, 휠베이스 2,700mm의 차체는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고, 뒷좌석의 경우 등받이 각도 조절을 지원해 보다 넓은 머리공간을 누릴 수 있다. 60:40 비율로 접히는 2열 시트 활용시 기본 1,063L에서 최대 2,738L로 확장되는 트렁크 용량도 내세울 만한 장점. 골프백 4개 정도는 거뜬히 들어가고도 남는다. 전반적인 품질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실내공간 하나는 만족스러운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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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특색 없이 무난한 스타일을 품은 1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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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받이 각도 조절로 보다 넓은 머리공간을 제공하는 2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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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0 비율로 접히는 2열 시트 활용시 최대 2,738L로 확장되는 트렁크 용량

 

기본이 안 된 주행성능
펀치파워트레인사의 CVT와 맞물린 직렬 4기통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21.5kg·m를 낸다. 중형 SUV를 이끌기에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 수치. 실제로 2,000rpm부터 터지는 최대토크 덕에 빠른 초반 가속을 접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을 쫙 뺀다.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가속은 더디다. 최고속도인 시속 180km(중국 기준)에 의구심이 갈 정도로 끈기가 부족하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볼륨을 높이는 엔진음과 풍절음도 문제. 방음처리를 생략한 것일까? 귀가 괴로울 정도로 소음이 크다. 여기까지만 봐도 문제점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안타깝게도 더 큰 것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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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무슨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엔진의 울부짖음만 커질 뿐 꿈쩍을 안 한다.

언덕길 밀림 방지장치가 있어도 쓸모가 없다. ​

엔진과 변속기 조합이 엉망인지는 몰라도 언덕길에서 제동 후 재출발시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무슨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엔진의 울부짖음만 커질 뿐 꿈쩍을 안 한다. 언덕길 밀림 방지장치가 있어도 쓸모가 없다. 운전에 자신 있는 사람도 식은땀이 절로 나는 상황. 만약 지상까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지하주차장에서 켄보600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면 머릿속이 하얘질 수도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한 번에 올라서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 당연히 오프로드 주파 능력도 형편없다. 중국에서 만든 켄보600 CF는 사막도 가뿐히 달려 나가던데 현실은 동네 뒷산도 버겁다. SUV라는 차가 완만한 언덕도 올라서지를 못하니 운전자 마음은 슬픔으로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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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파워트레인사의 CVT와 맞물린 직렬 4기통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21.9kg·m를 낸다


노면의 크고 작은 충격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서스펜션은 통통 튀는 승차감을 선사한다. 미니 쿠퍼가 더 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충격흡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래 타면 온 몸이 뻐근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전품목 중 차선이탈경보 시스템은 그나마 제 역할을 다했는데 불만만 쌓여가던 시승의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성능 좋은 센서를 사용했는지 차선을 약간만 벗어나도 금세 경보음을 울리며 위험한 상황을 사전에 방지했다. 참고로 초고장력 강판을 60%까지 적용한 켄보600은 2016 중국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별 다섯 개(54.8점)를 받은 모델. SUV 부문 1위에 빛나는 기록이다. 이 평가가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안전을 챙기기 위한 BAIC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기어노브를 P로만 놓아도 작동되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의 적극성이 다소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으나 이 역시 차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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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보600의 초도 물량 120대는 출시 한 달 만인 지난 2월 모두 판매됐다. 이에 BAIC의 국내 공식 수입원인 중한자동차는 이달 혹은 다음 달 중으로 추가 200대를 더 들여올 예정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이미 계약이 완료된 상태. 이대로라면 올해 켄보600 판매 목표인 1,500대는 물론 중국차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정착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순항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지금이야 신차효과 덕을 보고 있지만 과연 어떤 소비자가 기본도 안 된 조립품질과 주행질감을 이해해줄 수 있을까. 작은 언덕도 힘겹게 오르는 SUV를 정녕 상품으로써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이 중국산 SUV에 책정된 가격으로 살 만한 국산차도 많다. 중한자동차가 경쟁자로 꼽은 티볼리는 1,635만원부터 살 수 있고, 티볼리 에어도 1,985만원이면 구입 가능하다. 중국 자동차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지만 켄보600만 보면 아직은 시기상조다. 단순히 가격 때문에 혹은 호기심 때문에 덜컥 구매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미완의 아쉬움이 짙게 남는 차다.

문서우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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