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쿠가의 서(序)
2017-02-24  |   28,014 읽음

 

 FORD KUGA
쿠가의 서(序)

 

쿠가가 다부진 인상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넉넉한 공간, 탄탄한 주행감, 빵빵한 편의장비는 티구안의 아성을 넘보기 충분할 정도. 유럽 감각, 유럽 생산의 미국 브랜드 SUV라는 오묘한 아이덴티티는 더욱 뚜렷해졌다. 쿠가가 써나갈 서사시의 프롤로그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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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공드리는 프랑스의 영화감독이다. 그가 메가폰을 잡은 ‘이터널 선샤인’은 유럽 감성을 담은 미국 영화로 전세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큰 상을 휩쓸었고, 상업영화가 아님에도 글로벌 총수입은 4,700만달러(약 538억원)를 넘어섰다.


포드 쿠가는 유럽 감각의 미국 브랜드 차다. 2세대 들어서부터 3세대 이스케이프와 이름, 엔진, 서스펜션 세팅을 제외한 대부분을 공유한다. 성격을 달리한 한 차종으로 다양한 시장을 공략하는 ‘원 포드’ 전략 때문이다. 하지만 두 차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이스케이프는 가솔린 엔진을 얹고 미국에서, 쿠가는 디젤 엔진을 얹고 스페인에서 생산된다.


포드 코리아는 최근 대형 SUV 익스플로러와 준중형 SUV 쿠가로 수입 SUV 시장을 쌍끌이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쿠가의 국내 시장 판매량은 936대. 같은 기간 4,363대 팔린 익스플로러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쿠가를 시승하는 동안 문득 궁금해졌다. 유럽에서 만든 포드는 유럽 감성의 미국 영화와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얼마나 다를까? 부분변경을 거친 쿠가가 잘난 형 익스플로러만큼이나 국내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

존재감 더한 키네틱 디자인
포드 유럽의 디자인 DNA, ‘키네틱’을 주입한 쿠가는 더욱 존재감 넘치는 디자인으로 탈바꿈했다. 또렷해진 눈매와 커다란 육각 라디에이터 그릴은 다부진 인상을 준다. 기존 모델보다 테일램프 간격을 넓혀 후면부가 더욱 널찍해 보인다.
미국차 특유의 남성미를 풍기면서도 투박함을 찾아보긴 어렵다. 예리하게 도려낸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살포시 부풀려진 앞뒤 펜더, 날렵한 루프 라인 덕에 세련된 분위기마저 감돈다. 머플러는 좌우 두 개의 트윈 타입. 다소 엉성하게 느껴지던 이전 미국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심하게 다듬었다.


전고와 최저지상고가 높은 탓에 몸집이 꽤 커 보인다. 실제로 쿠가는 티구안(1세대)보다 길이 95mm, 휠베이스 85mm가 더 크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현대 투싼보다 크고 싼타페보단 작은 정도. 넉넉한 크기 덕분에 탑승공간도 넉넉하다. 6:4 풀플랫 폴딩과 등받이 각도조절을 지원하는 2열 시트가 기특하지만, 몸이 겉도는 듯한 착좌감은 아쉽다. 짐공간은 기본 456L, 2열 시트를 접으면 1,653L까지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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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풀플랫 폴딩과 등받이 각도조절을 지원하는 2열 시트가 기특하지만, 몸이 겉도는 듯한 착좌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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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공간은 456L가 기본. 2열 시트를 접으면 1,653L까지 확장된다


실내에선 큰 변화를 찾기 힘들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강조한 센터페시아와 입체적인 형상의 대시보드, 정통 SUV처럼 껑충한 시트, 파노라마 루프, 뒷좌석 트레이 테이블은 여전히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새롭게 적용된 싱크3은 기존 감압식 터치 방식에서 정전식으로 바뀌고 싱크2에 비해 스마트폰 연동기능이 보강됐다. 애플 카플레이와 음성인식 기능 역시 적용되며, 포드가 애용해오던 소니 오디오도 그대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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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강조한 입체적인 디자인이 매력 포인트다. 싱크3의 명민함을 강조하듯 터치 디스플레이
주변부  형상이
로봇 얼굴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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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 상단 정보창을 통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작동 상황과 구동력 배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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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레버를 P에 놓으면 공조기를 조작하기가 불편하다​


실내 곳곳의 버튼류 조작감은 유럽차 만큼이나 뛰어나다.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전달하는 차선유지경고장치,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어드밴스드 크루즈 컨트롤, 상황에 따라 스스로 제동을 하는 전방추돌경고장치,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등 편의 및 안전장비가 주는 만족도 역시 높다. 다만, 사용자를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인상의 실내 구성은 아쉽다. 변속레버를 P에 놓으면 공조기 조작부와 간섭이 생기고, 움푹 들어간 터치 디스플레이 하단에 미디어 조작 버튼이 있어 조작편의성이 떨어진다. 
 
경쾌하고 믿음직한 주행감각
기존 모델과 마찬가지로 2.0L 디젤 엔진에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넉넉한 파워 역시 그대로다. 회전질감은 대개의 디젤 2.0L 엔진에 비해 부드러운 편. 속도를 쌓아가는 감각 역시 여유롭다. 발진 가속시 터보랙이 미세하게 느껴지긴 하나 대체로 매끄러우면서도 호쾌한 가속감이다. 특히 소음과 진동을 잘 걸러내, 프리미엄 SUV와 비교해도 좋을 만큼 정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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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2.0L 디젤 엔진에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된다


유럽에서 개발되고 뉘르부르크링에서 단련된 하체는 기대 이상이다.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요철을 만나도 출렁거림 없이 ‘타탁’ 경쾌하게 넘어버린다. 고속 코너링에선 네 바퀴가 지면을 꽉 움켜쥐고 단단한 하체는 원심력에 완강히 저항한다. 경쾌한 무브먼트, 믿음직한 리바운드, 뛰어난 고속 안정성이 기대 이상의 운전재미를 준다.


토크 온 디맨드 시스템과 인텔리전트 AWD가 트랙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전후좌우 네 바퀴에 적절한 힘을 분배한다. 눈 깜빡할 사이에 20번이나 주행 조건을 감지함으로써 노면적응력을 한껏 높인다. 라디에이터 그릴 안에 위치한 액티브 그릴 셔터는 방열뿐만 아니라 공력성능까지 탐내는 일거양득 아이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동 조사각 조절 및 저속 주행 코너링 램프를 지원하는 바이제논 HID 헤드램프, 후진 및 평행주차가 가능한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도 들어간다.


‘이터널 선샤인’은 탄탄한 구성과 독창적인 스토리로 2005년 유럽(제5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미국(제7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선 11년 만에 재개봉되어 다시 한번 짙은 여운을 남겼다.
쿠가를 시승하면서 이 영화를 떠올린 것은 비단 유럽 감각을 담은 미국 브랜드 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눈에 띄게 완숙해진 쿠가는 비로소 세계 어디서나 사랑받을 수 있는 가치를 담고 있었다. 새로운 쿠가는 뛰어난 만듦새로 티구안과 캐시카이가 자리를 비운 수입 콤팩트 SUV 시장 공략에 나섰다. 경쟁력은 충분하다. 쿠가가 써나갈 서사시의 프롤로그가 이제 막 시작됐다.

 

김성래 기자 사진 포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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