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에보라400
2016-10-31  |   70,172 읽음



LOTUS EVORA 400

편안하고 강력한 로터스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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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까지 경량화한 단출한 차체에 소형 엔진, 그 대신 칼날 같은 코너링을 자랑해온 로터스가 변하고있다.

에보라 400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V6 수퍼차저 엔진이 400마력을 내뿜으며자동변속기까지 선택할 수 있다.

로터스라는 존재는 참으로 특별하다. 아니 특별하다못해 유별난 구석이 있다. 로터스를 창업한 콜린 채프먼은 경량화의 신봉자로서 상상력과 창의력이 넘치는사람이었다. 그는 1982년 세상을 떠났고, 회사는 여러주인을 거치다 1996년 말레이시아 프로톤 산하로 들어갔다. 여느 브랜드라면 막장 스토리의 시작이자 뻔한 ‘망테크’에 들어서도 열 번은 들어섰을 흐름. 하지만 로터스는 지금도 여전히 경량 스포츠카의 대표주자로서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등장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에보라는 로터스에게 있어 이단아적인 존재다. 미드십 경량 스포츠카임에는 틀림없지만 뒷좌석을 더했고, 커진 덩치에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 무려 400마력을 뽑아내는 V6수퍼차저 엔진에는 자동변속기를 짝지을 수 있다. 요즘 고성능차 시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로터스에겐 오랜 세월 허락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과 고객들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금기를 깨고 태어난 로터스가 과연 단물 빠진 흔한 존재로 전락했을지, 아니면 새로운 매력을 손에 넣었을지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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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섀시와 400마력 엔진의 조합

이글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 중이던 로터스 신차가 공개된 것이 2008년. 엘리스의 알루미늄 프레임을공유하는 2000년대 중반 로터스들과는 선을 긋는, 완전히 새로운 로터스의 탄생이었다. 신형 섀시를 사용해 차체를 키운 이 차는 안락하며 고급스러운 실내, 더욱 강력한 엔진을 얹은 2+2 미드십 쿠페였다. 로터스의 전통대로 알파벳 E자로 시작되는 이름은 에보라(Evora)였다. 치명적인 바이러스 이름(ebola)과 흡사해서 의아했지만 이는 영어권이 아닌 경우 b와 v,l과 r의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름의 어원은 진화(evolution)와 유행(vogue), 오라(aura)의 합성어. 그냥 이글로 붙였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1990년대 로터스는 대변혁의 시기였다. 물론 프로톤에 인수된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또 하나는 신형 플랫폼의 등장이었다. 당시 사용하던 백본 프레임+콤포지트 보디 구성은 소량 생산 스포츠카에 특화된 대신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었다. 반면 1996년 선보인 엘리스는 완전히 새로운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경량화와 성능, 안전성, 생산성 등의 다양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이 프레임은 이후 엘리스 시리즈 1~3과 엑시지,유로파 S, 2-일레븐 등 2,000년대 초반 등장한 모든로터스의 뼈대로 쓰였다.

13년 만의 완전 신차였던 에보라는 덩치를 키워 고급스러우면서도 더욱 강력해지고자 했다. 따라서 섀시부터 새로 손보았다. 뼈대는 알루미늄과 미드십 구성이라는 점이 공통적일 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었다. 우선 측면 높이가 낮아졌고 리벳 대신 접착제를 사용해 가벼우면서도 더욱 단단해졌다. 덕분에 현행 에보라는 비틀림 강성이 엘리스의 두 배가 넘는27,000Nm/deg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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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어윙은 엉덩이와 일체식이다
2 중앙 배기구에 본격적인 디퓨저를 갖추었다
3 리어 펜더 위쪽에 자리잡은 흡기구는 미드십의 증거
4 강력한 AP 브레이크 시스템을 장비했다​

이름에 붙은 400이라는 숫자는 출력을 의미한다. 요즘은 네바퀴굴림 핫해치들이 300마력을 넘보는 만큼 미드십 스포츠카가 대놓고 자랑한 만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이 차는 로터스. 극한까지 무게를 줄임으로써 4기통 엔진으로 8기통, 12기통 라이벌들과 맞장을 떴던 메이커다. 따라서 V6 3.5L 수퍼차저로 400마력을 내는 로터스는 어떤 의미로는 골수팬들에게 배신에 가깝다. 90년대 말 극소수만 만들어졌던 에스프리V8(V8 3.5L 트윈 터보)조차도 출력이 350마력에 불과했으니 에보라는 도로용 로터스 가운데 역사상 가장 강력한 모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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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창 아래로 V6 3.5L 수퍼차저 엔진이 보인다

디자인은 우선 마름모꼴 헤드램프가 엘리스, 엑시지등과는 완전히 구별되는 강한 첫인상을 준다. 면과 면사이에 에지를 넣은 보디는 잘록한 허리와 살짝 치켜올라간 리어윙도 매력적이다. 2+2 시트를 넣느라 길이가 4.4m 가까이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콤팩트하다.공기를 찢어발기듯 뾰족한 노즈에는 대형 흡기구와배출구가 달렸는데, 라디에이터를 식힌 공기가 보닛위로 배출되는 구조는 진짜 경주차에 가깝다. 이 때문에 노즈 아래 화물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엔진 뒤쪽에160L의 공간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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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뒤에 마련된 작은 수납공간

신형 섀시는 도어 사이드실을 낮추었다. 이 변화가가져온 차이는 적지 않은데, 가령 이제는 뻘뻘거리며 곡예하듯 엉덩이를 집어넣지 않아도 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실내는 흔한 그랜드 투어러 느낌은 아니다. 여전히 타이트하고 빡빡한 반면 기존 로터스에 비해서는 한결 고급스럽고 안락하다. 스위치 하나에도 정성을 들였고 아래쪽을 살짝 평평하게 처리한 스티어링 휠은 손에 착 감긴다. 양산차 부품을 모아 만들었던 키트카의 전통을 생각해보면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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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한결 고급스럽고 안락해졌다

시트는 헤드레스트 일체형의 버킷 타입으로 전동 파워 기능은 없다. 뒷좌석은 사람이 앉기엔 무리지만 가방 수납용으로는 훌륭하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어진 2딘(DIN) 오디오는 알파엔진은 늘어난 중량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배기음이 강력해질 뿐인제. 내비게이션까지 달렸다면 좋았겠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으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폰을 거치할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 고민해 볼 필요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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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보기 힘들어진 2딘(DIN) 오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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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잘 잡아주 는 버킷 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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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가방을 넣어두기에 더 유용하다. 옵션으로 제거도 가능하다

키를 돌리고 계기판 왼쪽에 달린 스위치를 누르면 엔진이 잠을 깬다. 엑시지 3세대(2012년)부터 사용해온 토요타 2GR-FE 엔진은 가변식 밸브 타이밍 기구VVTL-i를 갖추었고, 수퍼차저 과급을 통해 최고출력406마력, 최대토크 41.8kg·m를 낸다. 기본형은 스포츠 기어비의 6단 수동변속기가 달리지만 시승차는 옵션으로 준비된 6단 자동변속기였다. 알루미늄 볼이 달린 시프트레버가 사라진 자리에는 R, N, D, P의 변속버튼이 자리잡았다. 스티어링 휠 안쪽에는 시프트패들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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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 AT에는 시프트패들이 기본으로 달린다

AT와 MT의 무게 차이는 12kg에 불과하다. 1.4톤 남짓한 무게는 엑시지보다는 무겁지만 여전히 경량급. 게다가 강력한 엔진은 늘어난 중량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배기음이 강력해질 뿐아니라 반응성과 변속 타이밍이 빨라지고, 레드라인도 7,200rpm으로 살짝 높아진다.

예리함은 살짝 줄었지만 다른 매력을 얻다

연속되는 와인딩에서는 날카로운 코너링과 즉각적인 스티어링 반응이 아드레날린을 부추긴다. 댐퍼는 승차감과 감쇄력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다소 부드러워진 승차감은 장거리 운전의 피로감을 한결 낮춰준다. 대신 로터스 특유의 칼날 같은 감각이 다소 무디어졌음은 부정할 수 없다. 수동변속기의 딸깍거리는 손맛도 아쉬웠다. 자동 시프트업을 억제해 수동 느낌을 더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크루징이나 시내 도로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크다. 특히나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여느 로터스들과 달리 무척이나 편안했다. 게다가 고출력 엔진+자동변속기의 조합은 고속 크루징 상황에서 재미와 편의성을 보장한다. 회전수를 가리지 않고 뻗어나오는 두터운 토크는 중고속 영역에서 호쾌한 가속을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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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라 400은 기존의 로터스 영역에서 조금 벗어나있다. 사실 이 차의 가장 큰 이단적인 요소는 바로 자동변속기다. 로터스에서 금기시되었던 AT는 이제 에보라 외에 엑시지 S에도 선택이 가능한데, 시장의 요구가 있으니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임에 틀림없다. 고출력과 편의성의 추구는 시장의 보편적인 요구사항이다. 다만 로터스라는 메이커가 추구해온 가치가 지나치게 핀포인트였다는 점이 문제다. 이 차는 무척이나한정된, 그리고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만족시켜왔던 로터스가 보다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시작했음을보여준다.

 * 글 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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