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DES-BENZ SLC
2016-08-17  |   36,595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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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외모는 변했지만 성격은 그대로

SLC 시승은 이튿날 오전에 시작됐다. 예상했던 대로 이번 시승회는 S클래스 카브리올레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물론 벤츠의 의도는 아니었다. 그저 시승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S클래스 카브리올레에 더 집착했을 뿐이다. 사실상 벤츠가 처음 선보이는 것과 다름없는 모델이니 그럴 수밖에. 게다가 ‘S클래스’라는 이름의 무게도 있지 않은가.

SLC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런데 메르세데스 벤츠가 설마 이렇게 될 줄 모르고 그랬을까? 장사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 벤츠는 SLC를 믿고 있었을 것이다. SLC는 1996년 데뷔 이후 67만 대이상 팔려나간 인기 모델. 이미 하드톱 컨버터블라는 새시장을 개척하며 벤츠의 경량 로드스터로서 입지를 단단하게 굳힌 상태다. 즉, 굳이 힘을 실어줄 필요가 없을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그만큼 SLC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SLC라는 이름이 다소 생소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SLC는 지난 2012년 데뷔한 3세대 SLK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새 이름은 벤츠의 새 모델명 체계를따른 결과다. GLK가 GLC로 거듭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름과 생김새는 변했지만 성격은 그대로다. 벤츠오픈톱 모델 기준에서는 여전히 작고, 가볍고, 스포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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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은 크게 달라졌다. 앞뒤 램프와 범퍼, 그리고 그릴정도를 손본 변화인데 이전보다 한결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이제야 제 모습을 찾은 느낌이랄까. 사실 이전에는 2세대 SLK로부터 물려받은 유선형 루프와 남성미를 지나치게 강조한 보디가 조화롭지 못했다. 또한 이번 부분변경으로 최근 데뷔한 나머지 형제들과의 이질감도없어졌다. 벤츠의 신형 쿠페/컨버터블의 상징인 다이아몬드 그릴도 썩 잘 어울린다.

실내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한층 더 입체적인 보텀 플랫 스티어링 휠과 짧은 전자식 변속레버, 그리고 신형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커맨드) 등이 눈에 띄는 변화의 전부다. 견고한 디자인의 대시보드와 제트 엔진 모양의 송풍구 등 벤츠의 최신 인테리어 스타일링이 미리도입된 상태였으니 크게 손볼 곳이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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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세한 변화들은 적지 않다. 루프가 열리지 않아트렁크를 들여다볼 일을 줄여주는 세미 오토매틱 부트세퍼레이터(트렁크에 짐이 없으면 파티션을 스스로 내린다. S클래스 카브리올레나 신형 SL과는 달리 올릴 때는 수동)의 도입이 대표적이다. 또한 루프를 열거나 닫는 도중 시속 40km까지 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반가운 변화다. 글라스 루프의 명암을 조절하는 매직 스카이 컨트롤이나 동급 최대 크기의 트렁크(225~335L) 등기존 SLK의 매력들은 그대로다.

스포츠카가 아닌, 바람을 가르는 로드스터

현재 SLC에는 다섯 가지 엔진이 준비된다. 국내에는 2.0L가솔린 터보의 저출력 버전인 200과 고출력 버전인 300, 그리고 V6 3.0L 바이터보의 43(AMG)이 수입될 가능성이크다. 기자가 이번 시승회에서 경험한 모델은 SLK55 AMG를 대체하는 메르세데스-AMG SLC43. 실린더 두 개와 배기량 2,465cc를 줄여 연비를 약 10% 개선했음에도 이전과비슷한 성능을 내는, 제대로 된 다운사이징 모델이다.

최고 367마력, 53.1kg·m의 힘을 내는 V6 3.0L 바이터보 엔진은 E400, CLS400 등에 실리던 M276의 스포츠버전이다. 500의 V8 자연흡기가 400의 V6 바이터보로 대체되고, 다시 고출력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 중형 이하 모델에서 400 엔진은 조금 더 스포티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대로 두기엔 워낙 포텐셜이 높은데다, 모델 성격에 맞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C클래스나 SLC 같은 콤팩트 모델에서 더욱그랬다. 사실 SLK55 AMG도 이와 같은 이유로 63용 V85.5L 바이터보 엔진(M157)의 변종 자연흡기 디튠 버전인 M152 엔진을 얹었었다.

한편, ‘AMG 43’은 BMW M퍼포먼스나 아우디 S와 같은스포츠 모델이다. SLC43과 같은 엔진의 C450 AMG도곧 C43으로 바뀔 예정이다. 엔진 조립은 벤츠가 하지만검수는 AMG가 담당한다. 이는 메르세데스-AMG의 라인업이 더 화려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AMG는 4기통부터 12기통까지 모든 엔진 라인업을 커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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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C43의 가속 감각은 굉장히 경쾌하다. SLK55 AMG에대한 기억이 단숨에 사라질 정도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4.7초로 0.1초 줄긴 했지만, 최대토크를 더 빨리 쏟아내기 때문에 운전이 훨씬 더 즐겁다. SLC처럼 빠른 리스폰스가 생명인 모델에게는 아주 중요한 변화다. 물론이런 느낌에는 항상 적정 회전수를 유지하는 9단 변속기도 한몫하고 있다. 덕분에 터보랙을 느낄 겨를이 없다.

만약 사운드가 C450 AMG 수준이었다면 기자는 SLK55AMG를 잊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SLK55 AMG의 웅장한 배기음은 그것만으로도 나름의 세계를 구축할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V8 자연흡기 엔진에 비교할수야 있겠냐만, SLC43의 사운드도 결코 실망할 수준은아니다. 특히 고막을 때리는 고음은 더욱 강해졌다. 분명한 건 M2, M3/M4 등에 얹히는 동급 BMW 엔진과는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스포티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SLC43의 백미는 엔진 반응이나 사운드가 아니다. 바로 핸들링이다. 이전보다 한층 더 빠릿빠릿해진 것은물론, 코너에서의 한계도 더 높아졌다. 아는 사람들은 안다. 프론트에서 약 110kg을 덜어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SLK55 AMG가 고속도로와 오르막 코너에서만 재미있는 차였다면, SLC43은 어디서든 재미있는 차다.

그러나 주행안정장치(ESP)의 세팅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서스펜션과 변속기의 일부 반응도 마찬가지다. 이토록 생생한 엔진과 섀시를 두고 대체 왜 그랬을까? 아마 이것이 벤츠가 정의하는 SLC의 성격일 것이다. 즉, SLC는 이를 악물고 달리기보단 바람을 즐기는 차라는 이야기다. 벤츠가 생각하는 경량 로드스터는 스포츠카 자리를 무리하게 넘보는 경쟁자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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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의 조화

벤츠 고객과 다른 브랜드 고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시승을 마친 후 홍보 담당자에게 물었다. “벤츠 고객의 특성이요? 아주 뚜렷합니다. 그들은 완벽주의자에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벤츠는 ‘최고가아니면 만들지 않는다(The best or nothing)’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있다. 벤츠가 고객을 길들였는지, 고객이 벤츠를 길들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벤츠와 벤츠 고객 모두 완벽을 추구한다는 건 확실하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S클래스 카브리올레와 SLC를 통해서도 이런 철학을 확고하게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그 완벽의 의미가 우리의생각과는 조금 다르다. 이성을 만족시키는 대형 컨버터블과 감성을 자극하는 경량 로드스터. 그들은 시장의 기존 기준과는 상반된 접근을 통해 이성과 감성의 완벽한 균형을 꿈꾸고 있다. 허황된 디자인이나 소재가 진정한 럭셔리라고 생각하는 이와, 한계를 넘어서는 성능이 제대로 된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들은 이번에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것이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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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류민 기자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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