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SCHE 718 BOXSTER
2016-08-02  |   55,154 읽음


당신의 상상 그 이상의 진화

예상대로, 기자의 걱정은 이번에도 기우였다. 4기통 복스터도 영락없는 포르쉐였다.
신형 수평대향 4기통 터보는 이전 수평대향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기에 충분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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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스터가 이름을 바꿨다. 이제 ‘718 복스터’다. 보통개명은 세대교체에 맞춘다. 그런데 이번 복스터는 부분변경이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포르쉐는 이번에 수평대향 6기통 자연흡기 대신 수평대향 4기통 터보 엔진을 얹었다. 스포츠카에게 엔진 변경은아주 중요한 이슈인 만큼 분명 이를 알릴 방법이 필요했을 것이다. 718은 1950년대 레이스 바닥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던 포르쉐의 4기통 레이스카. 4기통으로의 전환을 알리기엔 아주 그럴싸한 이름이다.

개명에 대한 부담 때문일까, 분위기의 변화 폭도 꽤큰 편이다. 특징은 이전보다 조금 더 넓어 보인다는것. 터보 엔진을 위해 뒤 펜더(기존 공기흡입구는 터보에게 너무 비좁다)를 다듬은 후, 나머지 패널을 이에 맞게 수정하며 생긴 변화다. 물론 새 디자인의 앞뒤 범퍼와 램프 등 일반적인 부분변경 공식에도 착실히 따랐다. 특히 리어 스포일러 아래에 덧붙인 검정패널과 엠블럼이 인상적이다. 얼핏 클래식 911의 ‘덕테일’과 비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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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LED를 보석같이 밝히는 새 헤드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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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패널을 덧붙여 쫑긋 선 스포일러를 더욱 강조했다. 클래식 911의 '덕 테일'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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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 엔진을 위해 공기 흡입구를 넓혔다>


실내에도 이런저런 변화가 스몄다. 918 스파이더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과 지도 표시가 가능한 신형 계기판, 그리고 911을 통해 선보였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그러나 대시보드 어퍼 패널을새로 만든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송풍구 디자인과 크로노미터의 위치가 바뀐 게 전부인데, 그만큼의투자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겨우 리세스 커버(외부도어 핸들 안쪽 마감재) 하나를 없애기 위해 도어를다시 만든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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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시보드 어퍼 패널을 새로 만든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전보다 확실히 나아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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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은 지도를 띄울 수 있는 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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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완성도가 뛰어나다. 반응속도와 소프트웨어 모두 흠 잡을곳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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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 스파이더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 다이얼 방식의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도 갖췄다>

뛰어난 엔진 완성도와 눈부신 밸런스

시승차는 최고 300마력, 38.7kg·m의 힘을 내는 수평대향 4기통 2.0L 터보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려 얹은 ‘일반’ 718 복스터다. 실린더 2개와 배기량 718cc를 덜어내 연비를 약 13%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무려 35마력, 10.1kg·m의 힘을 더 낸다. 배기량을 939cc 줄이며 출력을 35마력,6.1kg·m 끌어올린 2.5L 718 복스터 S보다 변화 폭이더 큰 셈이다. 포르쉐 코리아가 시승차를 S가 아닌 일반 모델을 준비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움직임은 이전보다 한층 더 활기차다. 출력도 출력이지만, 힘을 내는 시점이 앞으로 당겨진 덕분이다.포르쉐는 늘 수치 차이를 실제 성능 차이로 이어간다. 718 복스터 역시 마찬가지. 718 복스터의 0→시속100km 가속 시간은 이전보다 1초 빠른 4.7초이며, 최고속도는 13km/h가 늘어난 시속 275k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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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엮인 최신 터보 엔진 대부분이그렇듯 터보랙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차를 대포처럼던져내는 론치 컨트롤 때는 물론, 일반적인 정지 가속때도 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회전수부터 높인 후 클러치를 붙이기 때문이다. 물론 빠르고 정확한 변속도이런 날카로운 응답성에 한몫하고 있다.

변속기 세팅은 굉장히 스포티하다. 수동 모드에서는연료가 끊기는 7,500rpm에서도 운전자의 조작을 기다린다. 소형 터보 엔진에서 7,000rpm 이상이 무슨소용이 있겠냐만, 그건 일반 승용차용 엔진의 이야기다. 718 복스터의 엔진은 포르쉐답게 이 영역에서도부스트 1바 내외를 유지한다.

최대 부스트는 기어에 따라 1.2바에서 1.4바를 넘나든다. 드라이브 모드에 관계없이 최대 부스트를 20초간유지하는 ‘스포츠 리스폰스’ 기능도 지원한다.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서는 반응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속 페달을 뗐을 때도 스로틀 보디를 열어 부스트 0.5~6바를 유지한다(다이내믹 부스트). 마치 레이스 엔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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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볶는 소리와 비슷한 과장된 배기 사운드를 스포츠모드에서만 지원한다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사실상 성능과는 관계없는(오히려 반응 속도에 지장을 줄수도 있는) 부분이니 이 편이 합당하다. 엔진과 배기사운드에 대한 걱정은 내려두어도 좋겠다. 4기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자극적인 사운드를 쏟아내니까. 다소 어색한 소리를 내는 911 카레라의 터보 엔진보다도 훨씬 매력적이다.

엔진 변경에 따른 의외의 수확은 바로 핸들링 개선이다. 사실 이전 복스터는 약간 무른 세팅이었다. 하지만 718 복스터는 다르다. 무게가 더 집중된 까닭에 훨씬 더 탄탄하다. 특히 코너에서는 그 어떤 경쟁자보다도 한계가 높다. 아쉬운 점이라면 4기통 특유의 느린회전 상승과 하강 속도. 완성도가 굉장히 뛰어난 4기통 엔진임에 틀림없지만, 아무래도 멀티 실린더 엔진의 회전 질감까지 따라잡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번 718 복스터의 엔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터보가 아니라 4기통이라는 사실이다. 포르쉐 자연흡기엔진의 터보화는 이미 911 카레라로 익숙해진 상태다. 마칸 4기통이 있지 않느냐고? 어차피 다른 회사의 섀시로 만든 SUV에 다른 회사의 소형 엔진(골프의 EA888)을 얹는 게 뭐 대수일까. 나름의 전통을이어가고 있는 정식 라인업 모델에, 포르쉐가 직접개발한 4기통 수평대향 엔진을 얹은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사실, 포르쉐가 복스터보다 작은 4기통 미드십 로드스터를 개발 중이라는 소문은 꽤 오래전부터 돌기시작했다. 한편에선 이 차가 914의 후속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 프로젝트가 아직도 진행 중인지는모르겠다. 어쨌든 718 복스터로 인해 포르쉐의 수평대향 4기통 미드십 로드스터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우리가 관심을 둬야 할 것은 앞으로 이 엔진이 어디에 어떻게 활용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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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류민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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