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에쿠스 JS300 대중화를 향한 고급차의 경쾌한 달리기
1999-11-28  |   61,451 읽음

 

현대 에쿠스 JS300 대중화를 향한 고급차의 경쾌한 달리기

 

 

4d039d1c43f7dcc609c5d37e2bcdc95b_1478838322_27.jpg 

에쿠스에 3.0 모델이 추가되었다. 고급형은 어느 정도 수요가 찼다는 뜻일까? 보급형이 마련된 것이다. 관심은 오로지 힘의 여유에 모아진다. 대형 보디를 이끌 3.0 엔진은 고급차로서 제 구실을 할 수 있을까? 과거의 예가 그랬듯

에쿠스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할 모델이기에 관심이 더욱 크다.

액셀 페달을 처음 밟는 순간 긴장감이 흐른다. 제대로 된 차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행히 차는 미끄러지듯 흐른다. 생각보다 부드럽고 넉넉한 힘이다. 급가속에 차는 통쾌하게 내뻗는다. 매끄럽고 경쾌한 달리기에서 대형 고급차로 손색없는 힘을 보게 된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과거 아카디아에 대응하기 위한 차로 그랜저 3.5가 처음 나왔을 때 3.0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3.5라는 수치는 단순히 최고의 자리를 위한 배기량 늘리기로 생각되었다. 에쿠스 4.5와 3.5를 시승했을 때도 3.5의 성능에 만족할 수 있었다. 넘치는 힘은 아니지만 아쉬움도 없었다. 반면에 지난달 시승한 그랜저 XG 2.0은 힘부족이 아쉬웠다. 그런 만큼 에쿠스 3.0에 대한 호기심도 가득했다. 대형보디에 3.0이 충분할까?

고급 대형차다운 승차감에 층실

시속 210km에서도 안정감 느껴져

에쿠스 3.0은 누구에게나 권할 만하다. 같은 시그마 엔진이지만 튜닝을 달리해 그랜저 XG 3.0의 최고출력 196마력/최대토크 27.2kg.m보다 조금 높은 203마력/27.6kg.m을 낸다. 부드럽고 조용한 엔진은 5단 H매틱 트랜스미션과 어울려 주행성능이 매끄럽다. 조용히 떠가듯 미끄러지는 승차감이 고급차 에쿠스에 기대되는 그대로다. 몇 달 전에 타본 에쿠스 3.5와 오늘 시승차를 비교하기는 힘들다. 기억이 헷갈린다. 그만큼 3.0에 만족한다는 뜻이다.

4d039d1c43f7dcc609c5d37e2bcdc95b_1478838939_63.jpg

오늘따라 유난히 단단하게 느껴지는 차체가 인상적이다. 잔잔한 가운데 응어리진 차체가 좋은 핸들링을 약속하는 듯 싶다. 단단한 듯 부드러운 승차감은 노면의 사정을 알릴 뿐 피로를 모르게 한다. 소음이 억제된 가운데 빵빵한 시트의 쿠션조차 승차감을 돕는다. 스카이 훅(Sky Hook) 이론의 4.5는 하늘을 떠가는 듯 했지만 인위적인 감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히려 에쿠스 3.5의 자연스러운 감각이 좋았던 기억이다. 3.0은 모자람 없이 고급차다운 승차감에 충실하다.

4d039d1c43f7dcc609c5d37e2bcdc95b_1478839559_66.jpg

최고속은 210km를 달렸다. 가속이 수월하고, 안정감 역시 뛰어나다. 더 큰 엔진을 견딜 수 있는 섀시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어느 순간에도 힘부족을 느낄 수 없는 에쿠스 3.0의 주행성능에 만족한다. 구불거리는 시골길을 내달렸다. 코너마다 이어지는 가속과 제동성능이 대형차에 대한 기대 이상이다. 나무랄 데 없는 핸들링은 큰 차가 작게 느껴지게 한다. 컴팩트하게 느껴지는 보디가 운전을 쉽게 만든다. 적절히 균형 잡힌 보디 롤링이 안정과 승차감을 함께 추구한다. H매틱 기어를 위아래로 까딱거리며 달리는 활기찬 주행이 스포츠카 못지 않다. 내게는 아직 전자제어 서스펜션 ECS의 스포츠 & 노멀 모드 구별이 힘들다.

4d039d1c43f7dcc609c5d37e2bcdc95b_1478838968_62.jpg

대중화를 향한 또 하나의 고급세단

평범한 가운데 개성적인 보디라인

86년 그랜저가 처음 나왔을 때의 기억이다. 유행과 달리 각진 차체와 수직형 그릴, 거기에다 오페라 윈도까지 갖춘 차를 보는 순간 리무진 못지 않은 분위기에 주눅이 들었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차를 누가 탈까? 재벌총수와 장관이 아니면 탈 수 있을까? 위엄으로 가득한 차를 얼마나 팔 수 있을까? 걱정까지 했다. 그런 그랜저가 누구나 타는 차가 되었다. 최고급 세단의 대중화였다.

 

에쿠스를 보는 순간 또 한번 고급차의 대중화를 생각한다. 높은 벨트라인과 상대적으로 작은 옆창은 장갑차를 보는 듯 했다. 함부로 가까이 할 수 없는 위엄이 두려웠다. 도요다 크라운보다 덩치가 큰 차는 윗급인 렉서스 LS400에나 견줄 만하다. 외국에서는 흔한 클래스가 아니다. 그러나 3.0의 데뷔로 에쿠스의 대중화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에쿠스 디자인의 장점은 평범한 가운데 개성적인 것이다. 편하게 다가오는 인상이 오랜 친구 같다. 3.0의 할로겐 헤드램프는 윗급의 HID 램프와 구별이 안 된다. 3.0의 격자형 그릴도 개성을 달리할 뿐 윗급보다 가련한 모양이 아니다. 날갯짓하는 엠블럼이 오늘따라 멋지다. 3차원의 엠블럼은 에쿠스의 디자인 실력을 가늠하게 한다.

4d039d1c43f7dcc609c5d37e2bcdc95b_1478838861_84.jpg 

범퍼에 그어진 한 줄 크롬테는 옛날의 크롬 범퍼를 상징적으로 대신한다. 보네트부터 시작되어 벨트라인을 따라 달리고 다시 트렁크에서 두드러진 어깨선(숄더라인)은 에쿠스의 강한 개성으로 어느덧 현대자동차의 독특한 라인이 되었다. 3.5보다 한 사이즈 작아진 15인치 휠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자면 너무 보수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다. 미쓰비시 데보네어로 발표될 에쿠스의 모습에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미쓰비시의 요구도 적지 않게 반영되었을 테지만 최근 발표되는 도요다 크라운이나 닛산 세드릭은 좀더 자극적인 모양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모습이 고급차의 단점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위로한다.

필요한 것만 달아도 호화로운 실내

앞자리, 뒷자리 모두에 흡족할 차

또 한 가지 염려는 보디 옆면과 트렁크 리드에서 철판이 쿨렁이는 기분이다. 너무 넓은 면적 때문인지 팽팽한 감각이 부족하다. 3.0은 뒷자리 쿨박스가 없어진 덕분에 트렁크는 훨씬 넓어졌다. 쿨러가 중요할까 골프채 많이 싣는 것이 중요할까?

4d039d1c43f7dcc609c5d37e2bcdc95b_1478839242_25.jpg 

실내로 들어선 순간 굽이치는 대시보드 윗면이 멋지다. 실내를 둘러친 우드 그레인에서 피아트 쿠페의 보디컬러 대시보드와 재규어 XJ6 분위기가 겹친다. 그 앞으로 우드 그레인 치장의 스티어링 휠이 잘 어울리고 있다. 플라스틱 재질이나 시트의 바느질 솜씨에서 요즘 현대가 주장하는 감성품질을 엿보게 된다. 에쿠스는 내후년 미국에도 수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정도라면 경쟁력을 기대할 만하다.

4d039d1c43f7dcc609c5d37e2bcdc95b_1478839271_42.jpg

4.5에 모니터가 있던 자리는 커다란 사발시계가 대신했다. 많은 네비게이션 버튼으로 어지럽던 그 아래 수평면에는 작은 사물함이 마련되었다. 심플한 처리가 마음에 든다. 무슨 버튼일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에쿠스 3.0의 심플한 장비가 몇 해 전의 그랜저를 떠올린다. 필요한 것만 갖춘, 눈에 익숙한 고급차다. AV시스템이나 내비게이션 같이 골치 아픈 장비는 필요없다. 나는 단순한 차에 끌린다.

그래도 앞시트는 전동식 럼버 서포트(요추조절장치)에 2가지 자세를 메모리할 수 있고, 차가 서면 시트가 저절로 물러나는 이지 엑세스 기능까지 갖추었다. 좌우는 물론 뒷좌석까지 나누는 3분할식 온도조절장치에 천장에는 많은 램프가 휘황찬란하다. 덩치가 큰 차에 백워닝 시스템은 기본이다. 누가 이 차를 아랫급 모델이라 하겠는가. 4천만 원짜리 고급차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4d039d1c43f7dcc609c5d37e2bcdc95b_1478839433_81.jpg

시승차 JS300은 GS300에 뒷자리 편의장비를 더한 모델이다. 옆창과 뒤창의 커튼, 전동식으로 조절되는 열선내장 시트, 화장거울, 뒷좌석 콘솔 리모컨 등 완벽한 장비는 뒷자리 중심차로 손색이 없다. 뒷자리는 유난히 높은 쿠션이 편한 자세를 만든다. 몇 달 전 시승한 벤츠 220S의 뒷시트가 이렇게 높아 좋았다. 조수석은 리렉스 시트로 발을 뻗을 수 있게 했다. 회장님의 시야를 돕기 위해 조수석 헤드레스트 역시 앞쪽으로 꺾인다.

4d039d1c43f7dcc609c5d37e2bcdc95b_1478839466_61.jpg 

밤길을 달리는 에쿠스의 사발시계 조명이 은은하다. 조이지 않는 시트벨트가 마음에 들고 눈부심을 방지하는 ECM 룸미러가 유난히 깨끗하다. 사소하지만 고급차임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에쿠스 JS300은 앞자리, 뒷자리 모두에 흡족할 차로 보인다. 3.0ℓ의 파워에 만족하며 어차피 많이 팔릴 차에 대한 안도감이 생긴 시승이었다. JS300은 제값을 한다. 

 

 

4d039d1c43f7dcc609c5d37e2bcdc95b_1478839485_92.jpg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