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페와 오픈카의 멋들어진 조화 벤츠 SLK230
2003-09-17  |   34,551 읽음
나는 차를 너무나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날렵한 스포츠카만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한번쯤 잘 빠진 스포츠카를 꿈꾸지만 비싼 값 때문에 평범한 승용차로 만족하는 것 같다. 진정한 매니아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꿈을 이루어야하지 않겠는가.
내 차는 독일에서 직수입한 벤츠 SLK230이다. 자동차 수입업무를 하는 가까운 분을 통해 독일 벤츠 전시장에 있던 차를 손에 넣었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당시는 5천km를 달린 상태였다. SLK를 손에 넣을 때 함께 물망에 올렸던 모델은 BMW Z3과 포르쉐 복스터다. 다들 경량 로드스터의 범주에 속하는 모델이다. 날카로운 눈매, 상어의 지느러미를 가진 Z3의 아름다운 자태와 날렵한 포르쉐의 핸들링을 따돌릴 수 있었던 것은 SLK만의 독특한 개성이었다.

멋진 디자인과 전동식 하드톱 만족
가속성 좋지만 고속 안전성 떨어져


SLK는 쿠페 디자인이 살아있는 오픈 로드스터다. 조작이 간편한 전동식 하드톱을 얹었기 때문에 톱을 씌우면 영락없는 쿠페다. 하드톱은 밀폐성과 내구성이 좋아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아무리 고급천으로 마감하고 꼼꼼히 만들었다고 해도 소프트톱은 하드톱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진다. SLK의 하드톱은 차를 산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단단하다. 쿠페와 오픈카 두 대를 가진 듯한 기분에 뿌듯할 때가 많다.
SLK의 오너가 되기 전에는 벤츠에 대한 선입관이 있었다. 고급승용차의 안락함에 치중해 스포티한 브랜드는 아니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아는 이들의 벤츠를 타 보았지만 승차감이 물러 롤링이 심했다는 기억만 있을 뿐이었다. 더구나 내 몸은 미쓰비시 이클립스 스파이더와 도요타 수프라 에어로를 거치면서 일본 스포츠카의 단단함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벤츠에 대한 이러한 선입견을 없애준 차가 바로 SLK230이다. 순간가속성이 좋아 중저속에서 미끈한 움직임을 보이고 서스펜션이 그리 단단하지 않아도 급격한 코너를 멋지게 탈출할 수 있다. 공회전 상태에서 내뿜는 엔진음도 벤츠승용차의 부드러운 소음과는 다르다.
나는 차를 고를 때 성능을 나타내는 수치보다는 감성적인 디자인을 중시하는 편이다. SLK는 날렵하고 역동적인 디자인 컨셉트가 멋지다. 특히 헤드라이트에서 시작하는 옆선의 미끈함과 테일램프를 중심으로 후측면에서 바라본 라인은 잔잔함 속에 들어있는 강인한 힘을 느끼게 해준다. 두 줄기 부풀어오른 보네트 라인은 너무나 유명한 전통적 디자인이다. 다자인에 손을 대기 싫어 그 흔한 스포일러도 달지 않았다. 야간 시인성을 높이고 운동특성을 높이기 위해 제논 라이트와 로린저 휠만 더했다.
단점도 있다. 2인승 스포츠카라는 한계가 있어 불편하고 스포츠모드로 운전할 때는 연비가 6km/X 정도로 나쁘다. 제원표상의 연비(10km/X)와 비교한다면 운전습관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이는 셈이다. 또 차가 묵직한 맛이 없어 고속에서의 안전성이 떨어진다. 비가 오는 날이면 불안한 기분이 더 심해지는데 같은 가격대의 승용차와 비교하더라도 묵직한 안전성을 기대하긴 힘들다.
SLK와 가장 잘 어울리는 길은 장흥의 산길이다. 알 수 없는 답답함에 마음이 짓눌릴 때마다 SLK와 함께 찾아가는 곳이다. 선선한 늦가을에 따뜻한 히터를 틀고 톱을 오픈해서 달리는 맛이란! 강한 비트의 음악에 맞춰 산길의 굴곡을 타다보면 어지간한 스트레스는 싹 날아가 버린다.
<자동차생활>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번쯤은 무리를 해서라도 갖고 싶은 차를 타라는 것이다. 달라진 삶이 피부로 느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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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벤트 SLK230. 오너 김희기씨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친구 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