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FTO GR 빼어난 디자인과 성능의 조화
2003-07-16  |   27,391 읽음
나는 각이 살아있는 차를 아주 싫어한다. 미쓰비시 FTO를 손에 넣은 것도 다분히 내 취향 때문이다. 인터넷에 올라있던 사진을 보고 그만 한눈에 반해버렸다. 근육질의 탄탄한 보디와 웅장한 에어댐이 풍기는 이미지는 평소 내가 꿈꾸던 차 디자인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적당히 둥글면서도 에지가 살아있어 강인한 느낌을 주는 FTO에 반해 그 길로 달려가 차를 확인했다. 정상적인 엔진소리에 안심하고 멋진 주행성능에 즐거워했던 첫 대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멋진 에지 스타일과 뛰어난 코너링 성능
오른쪽 핸들 불편하고 승차감 딱딱한 편


내 차는 2.0X 170마력 엔진을 얹은 95년형 FTO GR이다. 이 차는 고속주행을 하는 차로 오해받기 좋게 생겼지만 사실 거의 출퇴근에 쓴다. 가끔 바쁜 시간을 쪼개어 서울 근교로 드라이브를 가곤 하지만 거의 경기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평소에는 실키 드라이버지만 안전한 곳에서는 적당한 가속감을 즐기곤 한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차의 한계속도까지 밟아대는 무책임한 운전은 하지 않는다.
오른쪽에 핸들이 달린 차를 타면서 처음에 고생을 많이 했다. 차선에 대한 감이 안 와서 계속 왼쪽으로 쏠리기도 했고, 좁은 게이트를 통과할 때는 긴장해서 주먹이 쥐여졌을 정도니까. 3일쯤 지나니 적응이 되었던 것 같다. 요즘은 톨게이트와 매표구에서 가제트 팔을 쓰곤 하는데 표를 받는 이들마다 즐거워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을 때가 많다. 그래도 동승자가 있어야 편한 건 사실이다.
승용차를 몰던 오너가 이 차를 처음 탄다면 딱딱한 승차감에 놀랄 것이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만나면 널뛰는 듯한 몸짓을 보여 금새 엉덩이가 아파 온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부근에 파놓은 속도감속요철을 지날 때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반면에 그만큼 코너링 성능이 뛰어나다. 남산 터널로 향하는 와인딩코스에서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도 코너를 빠져나갔다. 차를 흔들면 꿈쩍도 하지 않는 단단한 서스펜션 덕이다. 승차감을 희생하고 뛰어난 코너링 성능을 얻은 것 같다. 차를 내던지는 듯한 코너에서도 오버스티어를 보이지 않고 부드럽게 빠져나간다. 자동 기어를 얹었지만 포르쉐의 팁트로닉처럼 변속이 가능해 적극적으로 운전할 수 있다. 아반떼 수동을 몰면서 막히는 서울 시내에 절망했었기에 세미 AT의 성능에 정말 만족하고 있다.
진정한 스포츠카를 타고 싶은 이에게는 이 차를 권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스페셜티카를 타고 싶은 이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벤츠나 BMW와 같은 차는 신형과 구형이 확실하게 구분된다. 반면에 이런 차는 눈에 많이 띄지 않아 ‘나만의 차’로 적당하다. 중고차 값도 많이 떨어지지 않고 정비는 안양에 FTO만 전문으로 봐주는 곳이 있어 걱정이 없다. 일본차 동호회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는다. FTO를 몰면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었던 즐거운 한때가 끝나가고 있다. 식구가 늘어 승용차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내 곁을 떠나더라도 기억에 아로새겨질 녀석. 퇴근하고 꼼꼼히 세차나 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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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 성능이 좋은 미쓰비시 FTO와 오너 류종규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