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비트 재빠른 몸놀림과 오픈 에어링의 멋
2003-06-13  |   28,772 읽음
내가 타고 다니는 차는 91년에 나온 혼다 비트다. 흔히 일본차를 타고 다닌다고 하면 자동차매니아라는 오해를 사곤 한다. 하지만 난 비트라는 차가 있는 줄도 몰랐던 평범한 오너드라이버다. 차를 좋아하긴 하지만 현대 아반떼의 스포티함에 만족하며 끌고 다닌 정도였다.
개성 있는 차의 오너가 된 건 올해 3월쯤 아는 형의 차를 사면서부터. 차를 좋아해 여러 대를 가지고 있는 형이 가끔 타던 비트를 넘겨준 것이다. 동호회나 중고차매장을 통해 살 때 비트의 중고차시세는 92∼95년형 모델 중 관리가 잘된 차가 1천200만 원 정도다. 일본에서 사는 값과 비교하면 너무 비싸지만 희소성 있는 차는 부르는 게 값이다. 나는 운이 좋아 싸게 살 수 있었다.

디자인 개성 있고 순간가속성 뛰어나
유지비 적게 들지만 안전성은 떨어져


비트는 특별한 차다. 법규상 경차혜택을 누리면서도 오픈 스포츠카의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배기량이 낮은데도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머리카락 휘날리며 달려나간다. 국산 소형차와 비교하면 놀라운 가속감이다. 보통 승용차에 비해 레드존이 다소 높은 8천500rpm에 이른다. 1단 기어만으로 시속 60km까지 매끄럽게 가속되는 엔진은 정말 든든하다. 마치 모터사이클을 타는 기분이다. 연비도 만족스럽다. 연료를 가득 채우면 보통 2만4천 원 정도(연료탱크 24X)가 들어가는데 300km 이상 달릴 수 있다.
편의성과 안락함은 한마디로 ‘꽝’이다. 차체가 작아 실내공간이 너무 좁다. 2인승이라 친구가 두 명만 되어도 생이별을 해야 하고 수납공간도 정말 부족하다. 장거리 여행은 거의 포기해야 한다. 에어백 같은 장비가 전혀 없고 차가 너무 작아 불안한 기분도 든다. 소프트톱은 창문과 좀 어긋나면 비가 새고 관리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는 건, 운전이 정말 재미있기 때문이다. 핸들링과 순간가속성이 좋아 적극적인 방어운전이 가능해 작은 차체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있다.
속도계기판은 시속 140km까지 그려져 있지만 최고시속을 즐기는 차가 아니므로 이해할 수 있다. “핸들이 오른쪽에 있어 운전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타다보면 금새 익숙해진다. 내차는 수동기어라 왼손으로 변속을 하는데도 하루만에 운전이 편해졌다.
군에 있을 때 운전과 정비를 배웠기 때문에 기본적인 정비는 직접 한다. 고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 장한평 같은 곳에 가면 손볼 수 있다. 부품 수급도 크게 문제는 없다.
차를 몰고 거리에 나서면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너무 이쁘다’는 반응부터 시작해 값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고 심지어 달리는 차를 세우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값비싼 대형 외제차보다 작고 귀여운 비트에 쏠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개성 있는 차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오늘도 나는 비트와 함께 행복한 카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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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비트를 타는 김대성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