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본 ‘인상적인’ 수입차
2003-11-04  |   32,636 읽음
나는 흔히들 말하는 자동차광, 자동차 매니아이다. 잘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자동차과로 다시 진학했을 정도로 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3개월 남짓 대리운전을 하면서 나는 수많은 국산차와 수입차들을 몰아보았다. 물론 잠시동안 다른 사람의 차를 모는 것이었지만 새로운 차, 그것도 현재 내 능력으로 넘볼 수 없는 차를 운전할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내가 몰아본 수입차 가운데 의미 있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 차 5대를 꼽아본다.

세심함이 돋보인다
BMW 530i

우연인지 운명인지 내가 몰게된 첫 수입차는 BMW 530i다. 막상 운전석에 오르니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실내에 별다른 편의장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산차인 현대 에쿠스나 쌍용 체어맨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시동을 켜고 액셀 페달을 밟는 순간 ‘조금 전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하고 자책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BMW의 가속성능은 환상 그 자체였다. 불행하게도 비가 내려 속력은 내볼 수 없었다. 하지만 ‘밟으면 밟는 데로 나간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앞차가 급정거를 했다. 나도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뒤차가 추돌하지 않게 경고를 하기 위해 비상등 스위치를 찾았다. 하지만 좀처럼 스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보니 변속레버 밑에 달려 있었다. 위험할 때 빨리 조작할 수 있도록 스위치 위치까지 배려한 세심함이 오늘날 BMW의 명성을 만들어준 요인인 것 같다.

독특한 주행성능을 지닌 차
벤츠 C200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또 다른 수입차를 몰 수 있었다. 이번엔 벤츠였다. 그런데 내가 만난 벤츠는 생각보다 볼품 없었다. 92년형 C200으로 수입차로는 드문 기본형 모델인지 직물 시트가 깔려 있었다. 사실 가죽시트가 없는 수입차는 처음 봤다.

C200의 차체는 준중형 국산차 크기다. 그래도 벤츠라고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 당당히 ‘세꼭지별’ 엠블럼을 달고 있었다. 벤츠는 역시 벤츠였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부드러운 주행성능이다. 추월하기 위해 액셀 페달을 꾹 밟으면 기어가 킥 다운되며 쏜살같이 뛰쳐나가지만 조용히 달릴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게 질주했다.

‘이런 게 벤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나쁜 기억은 에어컨 고장으로 창문을 모두 열고 달린 것이다. 처음엔 ‘기름 아끼려고 그러나’ 하고 생각했는데 차주는 “고장나서 수리를 맡겼는데 부속이 오는데 한 달이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타고 다닌다”고 했다. 수입차를 타면 이런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우 아카디아의 원조 모델
혼다 레전드

수입차를 몰 대리운전 기사를 찾는 호출에 자청해서 나갔다. 그런데 도착해서 보니 대우 아카디아가 서 있었다. 속으로 ‘아카디아도 수입차인가’ 하면서 조금은 실망하며 운전석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술에 취한 차주가 운전석에 덩그러니 누워 있는 게 아닌가!

어쩔 수없이 차 문을 열고 “사장님, 조수석에 앉으셔야 제가 운전을 할 수 있지요” 라고 말하며 차주를 깨웠다. 그는 도무지 일어날 생각은 않고 자꾸 오른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알고 보니 스티어링 휠이 오른쪽에 있었다.

정말 놀랬다. 운전석에 올라 자세히 살펴보니 대우 아카디아가 아니라 혼다 레전드였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일본차였던 것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멀쩡한 차주만 이상한 사람 취급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레전드와 아카디아는 운전석 위치만 다를 뿐 너무나 똑같다.

자신만의 카라이프를 위한 차
도요다 캠리

내가 타본 차 중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두 번째 일본차가 도요다 캠리다. 차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는 현장과 마주쳤다. 우리 차례가 되었는데 왼쪽 조수석 창문으로 경찰의 음주측정기가 들어왔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차주는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음주측정기에 입을 대고 ‘훅’하고 불었다. 당연히 ‘삑’하며 음주반응이 나왔고 경찰은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차주는 “세상에 조수석에 탄 사람도 술 마시면 안됩니까?”하고 반문했다. 놀란 경찰관은 그제야 차안을 살펴보고 반대편에 있는 나에게 음주측정기를 내밀었다.

한바탕 우여곡절을 겪고 난 뒤 목적지까지 가면서 차주와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그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를 몰다보면 방금 같은 일이 흔하고 톨게이트나 주차장에 들어갈 때 불편하다”고 한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 캠리를 선택했다면서 자신처럼 직접 일본까지 가서 원하는 차를 사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정말 자신만의 카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화려함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
링컨 LS

내가 타본 차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안락하며 각종 편의장치를 풍부하게 지닌 차를 묻는다면 링컨 LS를 꼽겠다. 처음 링컨 LS의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는 순간 깜짝 놀랐다. 페달에 발이 닿지 않는 것이다. 차주를 보니 별로 키도 크지 않은데 이렇게 시트를 뒤로 밀쳐놓고도 운전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대리운전을 할 때는 차주가 맞춰 놓은 시트나 후사경을 조절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페달은 밟아야하기에 ‘차주에게 양해를 구한 뒤 조금 당겨야겠다’ 생각하고 시동을 거는 순간 시트가 앞쪽으로 쭉 밀려와 정상적인 운전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시동을 끄면 시트가 뒤로 밀려 운전자가 내리기 좋게 만든 편의장비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직접 체험해보니 무척 편했다.

그밖에도 내차가 아니라서 일일이 조작해 볼 순 없었지만 링컨 LS는 특이해 보이는 장비들이 많았다. 그전까지 링컨이란 차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막상 타보니까 무척 화려했다. 편의장비가 많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타입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런 엉뚱한 생각도 했다. ‘뚱뚱한 사람은 링컨을 탈 때, 잘못하면 차에 끼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
환상적인 가속성능을 지닌 BMW 530i링컨 LS. 실내가 안락하고 편의장비가 다양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타입이다그동안 타본 수입차 가운데 인상적인 차 5대를 꼽아 보내온 김윤수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