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다 시에나 수수하지만 강한 힘이 넘친다
1999-07-29  |   28,390 읽음
도요다가 만든 본격 미니밴 시에나는 크라이슬러가 독점(크라이슬러 캐러밴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GM과 포드가 그 나머지를 양분하고 있다)하다시피 한 미국 미니밴시장에서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인기모델이다.

미니밴시장에서 시에나의 인기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지난 97년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프로토타입으로 선을 보인 시에나는 세단을 베이스 한 캡포워드 형태의 보디, 7인승에 앞바퀴굴림, 운전석쪽 뒷문의 슬라이딩 도어 등 정통 미니밴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갖췄다. 83년 등장한 크라이슬러 캐러밴이 제시한, 미니밴의 공식과도 같은 요소들이다.

겉모습은 크라이슬러 캐러밴 닮아
슬라이딩 도어 트랙 눈에 거슬려

도요다는 91년 데뷔한 뒷바퀴굴림 원박스카인 프레비아(일본명 에스티마) 대신 중형 세단 캠리의 섀시를 이용해 시에나를 만들었다. 제작과정에서 정통 미니밴의 기준에 따라 캐러밴의 스타일과 장점을 도입했다. 포드가 에어로스타를 버리고 캐러밴을 닮은 윈드스타를 내놓은 것과 같은 경로다.

캐러밴을 참조하다 보니 개성이 없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시에나는 97년에 7만5천 대가 팔렸다. 독주하는 크라이슬러(같은 해 57만여 대 판매)에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도요다가 미니밴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기에는 충분한 반응이었다. 이후 캐러밴 군단(타운 앤드 컨트리, 다지 캐러밴, 플리머드 보이저), 포드 윈드스타와 경쟁하는 모델로 자리잡게 된다.

시승차는 미국에서 개인이 들여온 시에나 LE다. 시에나는 기본형 CE와 최고급형 XLE가 있고, LE는 그 중간급이다. 7인승에 V6 3.0ℓ 엔진과 메커니즘이 같고 편의장비에 따라 차급이 구분된다. CE는 운전석 뒤쪽에 슬라이딩 도어를 갖춘 4도어고 LE는 2개의 슬라이딩 도어, XLE는 슬라이딩 도어가 전동식이란 점이 다르다.

시에나는 미국 켄터키주 조지아스톤 캠리 라인에서 만든다. 여기서 캠리의 형제차인 렉서스 ES300과 아발론, 그리고 왜건형 렉서스 RX300이 생산된다. 이 라인에서 나오는 차들은 V6 3.0ℓ DOHC 휘발유 엔진을 같이 쓰고, 4개의 캠샤프트에 24밸브인 V6는 흡배기 모양에 따라 출력이 조금씩 다르다. 시에나는 194마력으로 캠리보다 4마력 높고, 렉서스보다는 19∼29마력 낮다. 경쟁차인 캐러밴이나 윈드스타보다는 45마력 높다.

시에나는 캠리의 섀시를 248mm 늘려 길이×너비×높이가 4천910×1천860×1천710mm로 그랜드 캐러밴보다 길이 160mm, 휠베이스 130mm가 짧지만 엔진성능이 뛰어나 미국에서는 그랜드 캐러밴과 같은 급으로 친다.

전체적인 모습도 캐러밴과 비슷하다. 프론트 그릴에 도요다 엠블럼이 없다면 캐러밴으로 착각할 정도로 닮았다. 군더더기 없는 말끔한 유선형 보디는 묵직한 느낌을 준다. B필러 뒤쪽으로 기둥이 보이지 않게 두 장의 유리를 이어 붙인 옆모습도 깨끗하다.
그러나 슬라이딩 도어의 트랙홈이 현대 스타렉스나 포드 윈드스타처럼 보디 옆면으로 노출되어 눈에 거슬린다. 기아 카니발이나 캐러밴이 유리창과 보디 틈에 교묘히 트랙을 숨겨놓은 것과 비교된다. 전체적으로는 매끈한 선이 살아 있고, 차체가 낮아 포드 윈드스타처럼 부풀어 보이지 않고 수수하면서 단단해 보인다.

앞방향 시계 좋고 실내는 아늑해
뗄 수 있는 2, 3열 시트 활용성 커

앞바퀴굴림의 시에나는 차체가 낮아 올라타기 편한 차라는 생각이 든다. 차에 오를 때 승용차처럼 허리를 숙이거나 원박스카처럼 다리를 들 필요도 없이 가볍게 의자에 앉을 수 있다. 구동축이 하체 아래로 지나가는 뒷바퀴굴림차에서는 생각치도 못할 일이다. 대시보드 위에 넓은 공간을 두는 캠포워드 스타일 때문에 운전석은 낮지만 전방 시야가 넓다. 대시보드의 폭이 줄면 앞유리창이 운전석쪽으로 밀려 들어오고 시야도 좁아진다.

실내는 플라스틱으로 감싸 부드러운 분위기다. 은은한 실내등은 아늑함을 더한다. 대시보드는 운전자가 보기 좋게 얼굴쪽으로 향해 있어 스위치를 조작하기가 쉽다. 천장에는 오버헤드 콘솔함이 있어 선글라스를 넣을 수 있다.

수동기어차가 없는 시에나는 기아 카렌스처럼 칼럼식 기어를 쓴다. 카렌스의 것보다 세련된 모양이고, 윈도 브러시 레버가 스티어링 휠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혼동할 염려도 없다. 스티어링 휠에는 오디오 조절 스위치와 크루즈 컨트롤러가 달려 이어 쓰기 편하다.

칼럼식 기어를 써 앞좌석의 레그룸이 넓어졌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상당히 넓은 공간이 생겼다. 서류가방이나 쇼핑백을 두기에 적당할 듯하다. 운전석 시트 옆면에는 작은 그물망 수납함이 있어 작은 물건을 보관하기 편하다. 그물망 옆의 팝업식 컵홀더를 접으면 뒤쪽으로 이동하는데 불편이 없다.

시트는 편안하고 푹신하다. 앞좌석과 3열은 쿠션이 달린 캡틴형이고, 3명이 앉는 2열은 벤치형이다. 벤치시트는 앞으로 접으면 테이블이 된다. 승객석은 성인이 타도 레그룸과 헤드룸에 여유가 있어 넉넉하다. 2열 천장과 3열 양 옆에도 에어컨 송풍구를 달아 어느 자리에 앉아도 덥지 않게 했고, 3열 창문 아래에는 12V 파워잭이 있어 핸드폰 잭을 꽂거나 전자게임을 즐길 수 있다. 컵홀더와 병 수납함도 16개나 되어 뒷좌석 승객에 대한 꼼꼼한 배려가 돋보인다. 3열 뒤칸에도 골프백 2개 정도가 들어가는 화물공간이 있어 짐을 넣기도 넉넉하다. 시에나는 풀플랫이 안된다. 짐을 실을 때 시트를 접기보다는 아예 떼어내 버리는 미국인들의 습관에 맞춘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낯설다. 3열을 떼면 5인승 밴이 되고, 2인승 화물밴으로 만들려면 2열 벤치시트까지 몽땅 들어내면 된다. 2열 벤치시트를 3열과 바꾸거나 옵션으로 캡틴형 시트를 달 수도 있다. 시트에 바퀴가 달려 자리를 옮기기는 어렵지 않지만 벤치형은 무게 13.5kg에 부피도 커 두 명이 힘을 합해야 한다.

직진 주행성과 가속성이 뛰어나고
코너에서 언더스티어와 롤링 일어나

도로에서 시에나는 부드러운 달리기 성능을 보였다. V6 엔진은 800~5천900rpm 사이를 매끈하게 오르내린다. 힘에 여유가 있고 부드러운 주행감각이 조금 과장하면 대형 세단에 버금간다. 미니밴이지만 세단을 타는 느낌이다.

부드러운 주행성능은 실키 V6 엔진에서 나온다. 정숙성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도요다의 엔진은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돌아가고, 같은 배기량의 미니밴 중 최고의 성능을 보인다. 최고속도는 시속 180km로 캐러밴(170km)을 훌쩍 따돌리고 윈드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0→시속 100km 가속은 10초로 경쟁차보다 2∼3.5초 앞선다. 초기 가속은 좀 더디지만 3천500∼4천500rpm에 이르면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서스펜션은 안티 롤바로 보강한 스트럿형과 토션바가 달린 트레일링암형이다. 하체가 단단해 직진주행 때 불안감이 없다. 또한 노면의 잔진동을 모두 잡아내 안락한 승차감까지 보장한다. 그러나 코너링에서는 차체 앞부분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언더스티어와 차체가 흔들리는 롤링이 일어난다. 앞바퀴굴림 미니밴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반응이고, 과속으로 코너를 도는 차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

시에나는 충격을 흡수하는 크럼플 존이 길고, 차체 측면에 사이드 임팩트 바를 달아 안전성에 합격점수를 줄 만하다. 국제도로교통안전협의회(NHTSA)에서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 도 최고점수인 별 다섯을 받았다. 여기에 ABS 센서와 함께 타이어 공기압 변화에 따른 휠 속도를 측정, 계기판에 알려주는 공기압 경고 시스템이 작은 불안감까지 없앤다.

시에나와의 한나절 열애는 끝났다. 매끄러운 모습에 반하고, 안락한 승차감에 빠진 시간이었다. 평소에는 편안하고 안락하다가 가속할 때는 본성을 드러내며 운전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는, 친구 같고 애인 같은 모습이 세단 같은 정통 미니밴 시에나의 성공비결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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