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뉴 S500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1999-07-29  |   56,296 읽음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벤츠 뉴 S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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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없는 처지에 벤츠에 집착하며 살아온 나의 반평생은 미국 유학시절 1957년형 벤츠를 본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 무렵이 내게는 하루의 끼니를 때우기도 힘들던 시절이었는데도 검은색의 위풍 있는 벤츠가 큰 덩치의 미국차보다도 단연 멋있어 보였다.벤츠는 캐딜락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고 했지만 `나도 기어코 저 벤츠를 언젠가는 소유해 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오늘날까지 분투해온 것이었다.

생활에 약간 여유가 생긴 30년 후인 1987년, 비록 아직도 벤츠를 살 능력은 없었지만 드디어 1972년형 벤츠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 때의 감격은 제대로 여기에 표현하기 힘들다. 한국에서 대학교수가 벤츠를 처음 갖게 된 감회는 남다른 점이 있었다. 그 이후 79년형, 85년형으로 S클래스만 골라 진급해 왔다.

대형화에 집착한 구형 S클래스 혹평
과거의 실수 인정하고 신형 개발해

벤츠는 외형이 주는 위엄뿐 아니라 운전해 봐야만 진가를 알 수가 있었지만 90년대 들어와 큰 실수를 범했다. 마치 성냥갑을 그대로 키워 놓은 것 같은 초대형화(엔진도 12기통 6.0l 395마력)가 되어 나는 벤츠에 대한 애착심을 잃었고, 그것으로 나와 벤츠와의 인연은 끊어졌다.

90년대 벤츠는 전세계 카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벤츠 애호가로부터도 혹평을 받았다. 때마침 일어난 환경보호문제까지 무시한, 산덩어리 같은 크기의 추한 모습으로 위엄만을 고집했던 벤츠는 매스컴으로부터 비난의 집중포화를 얻어맞았다. 이것은 시대착오였을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에도 맞지 않는 것이었다. 이 틈을 타서 항상 라이벌의식을 불태웠던 BMW는 크기에 집착하지 않는 매끈한 디자인과 스포티한 운전감각을 내세워 대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나도 BMW 740iL로 발길을 돌렸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벤츠 뉴 S클래스는 과거의 실수를 반성한 기반 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새 벤츠의 개발담당책임자인 U.푸베르트 박사는 신차 발표회에서 `바로 이전 모델을 타고 있을 때는 비판적인 눈총을 받았었겠지만 이제 여러분은 안심해도 좋습니다. 새로운 S클래스를 타고 달리면 사람들이 선망의 시선을 보내올 것이니까요`라고 했다.

자동차에 관해서는 세계 제1을 자랑하는 벤츠가 이렇게 공식석상에서 과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새로 내놓은 차에 대한 자신감도 엿볼 수 있는 말이었다.

우선 크기로 보자면 S500L의 경우 5천158×1천855×1천444mm로 구형보다 길이가 55mm 짧아지고 넓이가 31mm 좁아지고 높이가 41mm 낮아졌다. 휠베이스도 55mm 짧아졌다. 물론 5m 넘는 거구가 5cm쯤 짧아졌다 해서 크게 눈에 띄지는 않을 것이지만 바로 전 모델까지 그저 호화롭고 크게만 만들어 오던 벤츠가 이제부터 군살을 빼기 시작했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호화롭던 구형에서 군살 없앤 모습
인생의 여유를 즐기도록 돕는 차

사실 나도 이 차 앞에 섰을 때 실제 크기보다 휠씬 작아 보여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산더미 같은 크기로 군림해온 90년대 모델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다시 말해 이 뉴 S클래스는 자기자신의 성공을 상징하는 도구로 사용해 왔던 구형 모델과는 달리, 이제는 인생에 여유를 즐기게끔 하는 디자인으로 바꾼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날렵하게 앞으로 뻗은 펜더 끝에 달린 라이트와 앞그릴의 모습이 경쾌한 리듬을 준다. 운전대 유리창이 뒤로 크게 누워 있어 공기저항계수(Cd) 0.27이라는, 양산차로는 최저값을 자랑하게 만들었다. 이것만 해도 연비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효과를 더욱 올리기 위해 차 전체의 경량화에도 힘썼다. V6 3.2ℓ엔진을 쓴 S320은 구형보다 300kg 이상 가벼워졌고 전 모델의 평균값을 보아도 210kg의 군살빼기에 성공했다.

이런 군살빼기는 차체의 소형화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것이다. 구형의 이중유리를 없애고 알루미늄을 엔진 덮개, 앞뒤의 서브 프레임 그리고 차체 앞의 충격을 흡수하는 크래시 박스 등에 사용했기 때문에 연비를 13~17% 정도 높이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내가 오늘 타본 뉴 S500L은 306마력/5천600rpm 엔진을 얹은 모델로 최대토크는 46.9kg.m/2천625rpm이다. 엔진의 스트로크는 84.0mm 그대로지만 보어를 97mm로 늘렸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전 모델에 비해 너무나도 조용했다.

배기개스의 온도를 높이 유지해 촉매를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는 기통당 3밸브의 레이아웃, 그리고 엔진에 걸리는 부담과 회전수에 따라 두 개의 스파크 플러그에 미묘한 시간차를 두면서 점화해 연소효과를 높이는 이중점화 시스템은 벤츠 특유의 장점이다.

그밖에 S500에만 옵션으로 마련된 새로운 장비가 하나 있다. 이른바 실린더 컷아웃(Cylinder Cut-Out)이라는 장치로 부담이 적은 상태에서는 엔진의 8기통 가운데 4기통은 연료분사가 멈춘다. 그래서 시속 120km에서는 13%, 시속 90km에서는 15%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어 앞서 소개한 경량화로 인한 연료개선과 합치면 무려 30%나 연료가 절약된다는 이야기다. 우리 나라와 같이 휘발유값이 비싼 곳에서 30% 절감은 1년에 2만km를 달린다고 하면 120만 원 이상 아낄 수 있는 효과다. 트랜스미션은 5단 AT로 AT 셀렉터는 D의 위치에서 좌우로 흔들면 D1, D2, D3으로 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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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서스펜션으로 승차감 뛰어나고
직접 운전해야 즐거움 느낄 수 있어

이 차의 빼어난 특징 중 하나는 앞서 말한 조용한 엔진과 함께 새로 설계한 AIR(Adaptive Intelligent Ride Control) 매틱(matic) 시스템이다. 에어 서스펜션과 4단계 전자제어 가변댐퍼를 조합시킨 것인데, 스트럿에 달린 고무통 속에 있는 공기가 스프링 작용을 한다. 이것이 핸들을 꺾는 각도, 차의 속도, 앞뒤 액슬에 작용하는 차체의 흔들림에 미묘하게 대응, 조정된다. 실제로 차를 타본 사람 외에는 느끼기 힘든,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승차감이다.

튀어나온 장애물을 뛰어 넘거나, 웅덩이를 통과하거나, 급커브를 꺾을 때 언제나 승객에게 무한한 안정감을 주었다. 동행한 <자동차생활> 김사장과는 이 차의 우수성에 대해 첫 번째로 승차감, 두 번째로 조용한 엔진을 꼽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을 정도니 말이다.

뉴 S클래스는 벤츠의 기함이다. 없는 것이 없는 장비에 놀랬다. 우선 가죽시트의 앉는 부분에는 무수한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을 통해 겨울에는 가열장치로 엉덩이를 따스하게 해준다. 또한 에어컨 스위치를 누르면 서늘한 바람이 치고 올라온다. 김사장이 `겨울에는 좋지만 여름에 방귀라도 한방 뀌면 그 냄새가 콧구멍으로 곧바로 올라올 터이니 조심해야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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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의 숫자들이 환하게 보인다. 너무나도 밝게 보여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는 정말로 값진 것이다. ABS, ESP와 ASR 같은 능동적인 안전장치는 물론이고 앞에는 두 개의 에어백, 전후에 4개의 사이드 에어백에다 승차한 사람의 머리를 보호하는 창문 에어백까지 달려 있다.

컵홀더가 곳곳에 달렸고 뒷좌석 사람들을 위해 조명되는 화장용 거울 두 개가 천장에 달려 있다. 에어컨은 네 개의 좌석 모두 취향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천장에 달린 선루프도 이중으로 되어 있고, 유리판으로 된 부분은 뒷면만 올릴 수 있다. 채광과 통풍을 위해 소리 안나게 루프를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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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좌석은 이전 모델과는 아주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마치 운전자와 조수석의 사람을 에워싸는 듯한 프론트 패널은 과거의 비즈니스 타입 분위기하고는 전혀 다른 친화감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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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에는 스피드 트로닉(Speedtronic)이라는 주행 조정장치가 표준장비로 달려 있다. 옵션으로 달린 데이스트로닉(DTR)은 아주 재미가 있는 장치다. 앞차와의 차간거리를 그냥 유지한 채로 달릴 수 있는 장치로 앞 그릴 안에 설치된 레이더 센서에서 발신된 밀리미터파가 앞차와의 상대속도를 계산하고, 동시에 앞차와의 거리도 계산한다. 계산된 거리 이내로 내 차가 접근하면 필요에 따라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어 있다.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설정할 수 있는 속도는 시속 40~160km다. 그 이하 또는 이상의 속도로 달리면 이 장치는 작동하지 않는다.

벤츠 S클래스라고 하면 큰 회사 사장이 뒷좌석에 않아 달리는 차라는 인상이 짙지만, 뉴 S클래스는 그와 반대로 직접 핸들을 잡고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차로 변신했다. 너무나도 미끄럽게 나가는 차다. 이 미끄러움도 구형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출발부터 중고속에 이르기까지 거침이 없다.

시속 150km에서도 조용한 엔진
분위기 좋은 곳에서 쉬는 기분

시승하던 날은 비가 많이 쏟아졌지만 와이퍼도 조용하고 엔진도 조용하고 방음장치도 잘되어 있어서 차바퀴가 빗물을 가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틀어 놓은 에어컨도 조용해 시속 150km로 달리는데도 옆에 앉은 김사장과 낮은 목소리로 대화할 수 있어 다른 차로 시속 70km 정도를 달리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차 길이는 짧아졌지만 실내 크기는 구형보다 37mm나 길어져 뒷좌석에 앉아보니 발을 놓는 공간이 마치 운동장 같은 기분이다. 구형 S클래스는 실내 분위기가 품질 좋은 사무실 가구처럼 차가운 맛을 주었다. 그와 달리 뉴 S클래스는 어깨의 힘을 빼고 분위기 좋은 공간에서 쉬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준다. 뒷좌석에 앉아 권위를 자랑하기보다는 운전하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으로 변신한 뉴 S클래스는 높이 평가받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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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좌석과 암레스트에 사용된 가죽의 촉감이 이 차의 값에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플라스틱 재료로 만든 것 같은 질감이 옥의 티같이 아쉬웠다. 또 한 가지 지적하자면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그저 편안하다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고급 국산차도 뒷좌석 중간의 암레스트 뚜껑을 열면 라디오, 이동전화, 심지어 안마장치까지 달려 있는데 몇 억대의 이 차에는 별다른 장치가 없다. 앞좌석 뒤에 신문을 꽂아두는 주머니 하나가(이것은 딴 싸구려차에도 모두 있는 것이다) 덜렁 달려 있을 뿐이다.

그런 불만 말고는 편안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달렸다. 빗길이어서 고속시험은 못해 보았지만 시속 200km 이상의 속도로 달릴 때의 안정감과 쾌적성은 딴 차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우수하다. 시속 220km로 달리면서도 시내를 달릴 때와 똑같은 오디오 볼륨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빗길의 접지감각도 최고였다. 이 뉴 S클래스 때문에 BMW로 떠난 내 마음이 다시 벤츠로 돌아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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