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 9-3 컨버터블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의 진짜 맛을 보여준
1999-02-23  |   22,843 읽음
30년만의 폭설로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 있는 미국은 기자에게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땅`으로 변하고 말았다. 북미 오토쇼 취재일정이 너무나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디트로이트까지 직항편이 없어 시카고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는데, 시카고에 내려보니 폭설 때문에 디트로이트행 비행기가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소식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려 보라”는 공항 관계자 말에 10시간이 넘게 기다렸지만 결국은 모든 비행기가 취소되고 말았다.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의 진짜 맛 체험
200마력을 내는 고출력 터보 엔진 얹어

철도와 대중교통수단까지 완전히 끊긴 가운데 고속도로에는 간간이 차들이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뷰익 리갈을 빌려타고 디트로이트로 달렸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에 눈발이 휘몰아쳐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히터를 가장 세게 틀어도 얼어붙은 유리창은 녹지 않았고, 차는 눈바람의 방향을 따라 예측불허로 휘청거리며 이리저리 미끄러졌다. 장장 8시간의 목숨을 건 야간주행 끝에 디트로이트에 도착했다. 바쁘게 오토쇼를 취재하고 프레스 센터로 발길을 돌렸다. 프레스 센터에는 수많은 차들이 시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단연 눈길을 끄는 차는 사브 9-3 컨버터블이었다. 이런 추위에 왜 하필 컨버터블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불현듯 “컨버터블은 겨울에 타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던 한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혹한 속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차를 끌고 시내로 나섰다. 경비원은 이런 날씨에 뚜껑을 벗기고 차를 타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말렸지만 `컨버터블의 제 맛`을 알기 위해 그의 만류를 뿌리치고 길을 나섰다. 3마일 남짓한 거리에 공원이 있고 차로 달리면 10분 정도 걸린다는 말에 용감히 차를 몰고 복잡한 길로 나섰다. 하지만 길을 나선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이 제 맛이라고 말한 선배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은 `얼어죽을 맛`이었다. 사브 9-3은 지난해 사브900의 후계차로 태어났다. 쿠페, 5도어, 컨버터블의 세 가지 모델이 있고 에코파워 터보와 고출력 터보 두 가지 엔진이 있다. 에코파워 엔진이 기본이고 5도어와 컨버터블은 고출력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 사브에서 새로 개발했다는 푸른색 미카 메탈릭(mica-metallic)으로 칠한 보디는 신선하면서도 고급스럽게 보인다. 프론트 그릴을 약간 다듬고 안개등, 립 스포일러를 범퍼에 달아 젊은 느낌을 준다. 뒤쪽 범퍼도 디자인을 바꾸고 새로운 브레이크등을 달았다. 휠은 3스포크 15인치(기본형)와 5스포크 16인치의 밝은색 알루미늄을 선택할 수 있다. 시승차에는 15인치 휠이 달려 있지만 오히려 16인치보다 사브의 스포티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듯하다. 시승차인 9-3 SE 컨버터블은 2.0ℓ고출력 엔진을 얹었다. 5천500rpm에서 2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2천300부터 4천600rpm까지 28.9kg·m의 최대토크를 꾸준히 내도록 만들어졌다. 트랜스미션의 기어비도 바꿔 중간속도에서의 액셀 반응과 가속력이 좋아졌다. 메이커에서 발표한 수치를 보면 5단 65에서 100km까지 가속하는데 5.9초, 80에서 120km까지는 9.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터보가 움직이기까지는 약간의 타임래그가 느껴지지만 터보가 작동한 후의 가속력은 한마디로 일품이다. 실내에는 `겨울의 나라`에서 온 차답게 열선이 내장된 전동식 시트가 달려 있다. 시트는 쿠션과 사이드 서포트를 손봐 장거리여행을 할 때도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만들었다. 컨버터블에는 없지만 5도어 모델에는 운전석 옆으로 접을 수 있는 암레스트도 달려 있다.

나이트 패널이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사이드 에어백과 SAHR 시스팀 달아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나이트 패널로 되어 있어 속도계를 제외한 모든 계기판의 불빛을 흐릿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눈의 피로를 덜어 준다. 속도계는 비대칭형으로 만들어 운전자가 시속 140km 이하에서의 속도상황을 쉽고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실내에는 자동온도 조절장치(ACC, Automatic Climate Control)가 달려 항상 쾌적한 실내온도를 유지시켜 준다. 앞좌석에는 요즘 미국에서 한창 유행하는 사이드 에어백이 달려 있다. 듀얼 사이드 에어백(25X)은 옆에서 충격을 받으면 0.005초만에 부풀어 오르기 시작해 0.015초만에 완전히 펼쳐진다. 뒤에서 충격을 받았을 때는 사람의 무게와 움직임에 의해 동작하는 적극적 머리보호받침대(SAHR, Saab Active Head Restraint)가 움직여 목의 충격을 덜어준다. 소프트톱은 앞유리 위에 달린 고리를 풀고 단추를 누르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고리는 다른 컨버터블과 달리 손잡이 하나만 움직이면 되므로 편리하다. 두께 6mm의 방수천으로 만들어진 소프트톱은 바람 가르는 소리와 외부소음을 잘 막아내 실내를 아늑하게 만들어 준다. 톱의 뒷유리는 구형보다 커져 뒤쪽을 살피기 쉽고 후진할 때 편하다. 시승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작은 사건이 하나 생겼다. 차가 미끄러져 눈구덩이 속 으로 밀려들어간 것이다. 차를 꺼내기 위해 기어를 2단에 넣고 서서히 출발했지만 이게 웬일인가. 힘이 넘치는 엔진 때문에 바퀴가 헛돌고 있었다. 넘치는 힘이 좋아 선택한 차 때문에 이런 곤경을 겪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십여 분을 고생한 끝에 지나가는 트럭으로 끌어당겨 겨우 차를 빼냈다.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의 맛은 보통 강심장이 아니면 느끼기 힘들겠지만, 윈드 디플렉터를 달고 옷을 잘 갖춰 입으면 나름대로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폭설 속에서 타본 사브 9-3 컨버터블은 기자의 `갖고싶은 차 리스트` 한 칸을 채울 만큼 매력적이었다.

서버 9-3E 컨버터블의 주요제원
크 기 길이×너비×높이 4630×1712×1423mm
휠베이스 2606mm
트래드 앞/뒤 1452.9/1442.7mm
무게 1474kg
승차정원 4명
엔 진 형식 4기통 DOHC 터보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90.0×78.0mm
배기량 1985cc
압축비 9.2
최고출력 200마력/5500rpm
최대토크 28.9kg.m/2300~46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64ℓ
트랜스미션 형식 수동5단
기어비①/②/③ 3.380/1.760/1.180
④/⑤/ⓡ 0.890/0.660/-
총종감속비 4.05
보디 와 섀시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 스트럿
서스펜션 뒤 리지드
브레이크 앞/뒤 모두디스크(ABS)
타이어 205/50ZR 16
성 능 최고시속 -
0→시속 100km가속 -
시가지 주행연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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