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애스터마틴 밴티지, 탈 아날로그 2018-12-12
ASTON MARTIN VANTAGE탈 아날로그무진장 빠른 클래식카 같던 밴티지가 미래를 담고 돌아왔다.‘규모의 한계인가?’ 여과 없이 얘기하자면, 이전 밴티지 첫인상이 이랬다. 꾸준한 개선으로 성능만큼은 대단했지만, 그 바탕은 2005년에 나온 오래된 차였으니까. 그런 밴티지를 다시 만난 지난 10월 말. 신형 밴티지는 깊이 웅크릴수록 멀리 뛰 듯 한 번에 13년 세월을 도약했다.행복한 주차시승차를 받고는 ‘뭐, 멋있네’ 생각하며 차를 둘러보다가 뒤편에서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어 윙처럼 얇디얇은 테일램프와 그 아래 바짝 끌어올린 범퍼, 그리고 거대한 디퓨저가 꽉꽉 들어차, 숨 막힐 듯 긴장이 서려서다. 특히 맨 아래 공기흐름을 썰어낼 칼날 같은 디퓨저를 밝게 칠해 시각적 무게중심마저 아래로 끌어당긴다. 시승하는 내내 주차장에 전방 주차 해놓고 몇 걸음 떨어져서는 여러 번 되돌아본 이유다. 20인치 휠 뒤에 400mm 직경 주철 디스크 브레이크와 6 피스톤 캘리퍼가 들어있다 얇은 테일램프가 미래적인 분위기다옹골찬 뒤태를 맛본 후 다른 부분은 시시해져 버렸다. 역동적인 프론트 미드십 비율과 말끔한 앞 인상도 기대에는 못 미친다. 뒤만 보면 더 미래적인 스타일이 기대되는데 말이다. 전체적으로 파격을 더하되 이전 세대와의 연결성을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진짜 파격은 실내다. 이전 밴티지, 심지어 최신 DB11까지도 ‘애스턴마틴 실내는 굉장히 보수적이구나’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신형 밴티지는 다르다. 'ㅅ'자로 배치한 변속기 버튼을 중심으로 위쪽 토글 방식 공조장치 버튼 뭉치까지 빤한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센터터널 위 터치패드마저 주변 때문에 괜히 새롭다.애스턴마틴답지 않은 신선한 스타일의 실내 ‛ㅅ’자로 배치된 변속 버튼은 금세 적응할 수 있다  센터터널과 높은 문짝 사이 폭 파묻히는 시트는 본격 스포츠카 다운 모습. 메모리 기능이 달린 시트와 통풍 및 열선, 그리고 고급 가죽 범벅 실내는 그랜드 투어러 명가 애스턴마틴답다. 시트 뒤로는 2층 구조 선반이 마련돼 2인승 주제에 수납공간이 부족하지 않고, 시트를 살짝 눕혀 잠깐의 휴식도 가능하다. 350L 용량 트렁크 역시 깊이는 얕지만 넓어서 GT로 쓰기에 손색없다.스포츠카 치고는 꽤 넉넉한 350L 용량 트렁크 첨단으로 달리다변속 버튼 꼭대기의 투명 시동 버튼을 누르면 V8 엔진이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깨어난다. 깊은 파이프를 타고 울려지는 고동은 메르세데스 AMG 계열 엔진답지만, 음색이 요란스럽지 않아 한결 차분하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스포츠+, 트랙 세 가지. 애스턴마틴 중 가장 역동적인 막내답게 컴포트 모드 따윈 준비해놓지도 않았다.그래서 일상에서도 섀시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하체는 노면 정보를 빠짐없이 전달하고, 운전대는 묵직하다. 시야 아래를 가득 채운 보닛을 앞에 두고 달리는 운전 자세 역시 마찬가지다. 공도 위를 경주차로 달리는 기분이랄까. 여기에 V8 고동이 더해져, 어서 밟아보라며 운전자를 채찍질한다. 달아오른 밴티지 쭉 뻗은 도로에 도착해 주행모드를 트랙으로 바꾸어 고삐를 풀었다. 서스펜션은 더 단단하게, 변속기는 저단으로 내려가고, 배기는 뻥 뚫린 듯 가감 없는 소리를 내뱉는다. 이때 페달을 살짝만 건드리면 기다렸다는 듯 스로틀을 ‘훅’ 열어젖혀 울컥거릴 만큼 극도로 민감해진다. 반응만큼은 독립스로틀 엔진인 연상될 정도다.AMG 냄새가 물씬 나는 V8 4.0L 엔진. 서스펜션 마운트보다 뒤쪽에 자리 잡았다마침내 페달을 밟자 거대한 보닛을 슬쩍 들어 올리고 매섭게 돌진한다. 2,000rpm부터 5,000rpm까지 들이붓는 69.9kg·m의 최대토크가 1,530kg에 불과한 차체에 과할 지경. 7,000rpm 부근 변속 충격과 소리가 여기에 강렬한 맛을 더한다.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6초. 510마력 넘치는 출력은 속도계 바늘을 250까지 쉴 틈 없이 쏘아붙인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시속 314km다.이토록 고속으로 달리는 와중에 낮은 무게 중심과 시야, 그리고 뒤쪽에 붙은 운전석 위치가 불안함을 던다. 물론 최대로 조여진 댐퍼 역시 요철을 지나자마자 순식간에 자세를 추슬러, 허둥대는 순간은 매우 짧다. 그만큼 운전자 엉덩이는 불편한 게 사실이지만 자신감은 고속에서도 여전하다.고속주행 후 고갯길에 접어들어 프론트 미드십 매력을 만끽했다. 뒷차축에 가까이 붙어 운전대를 돌리니 뒷바퀴 움직임이 또렷이 느껴지는 건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가 남아있다. 회전축 위에 자리 잡고 열심히 방향을 바꾸는 보닛을 관망하는 기분이랄까.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차를 한계까지 내몬다. 피렐리 P 제로 타이어가 미끄러지기 시작할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면, 언더스티어로 시작해 탈출 때는 뉴트럴스티어로 돌아나간다. 하중이 뒤로 실리는 상황에서 예상외로 바닥을 매우 끈끈히 붙든다. 물론 이 상태에서 페달을 짓이기면 여지없이 오버스티어다. 애스턴마틴은 앞뒤 50:50으로 무게를 맞췄다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뒤쪽이 조금 더 무거운 듯하다. 무거운 기자가 앉았기 때문일까?한계치로 달리는 코너링 속도는 높다. 프론트 미드십, 뒤 295mm 고성능 타이어 등 빠르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감안해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이는 첨단 전자 장비 덕분으로 선회 시 안쪽 바퀴에 제동을, 바깥쪽엔 힘을 몰아주는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과 주행 상황을 파악해 반응하는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Diff)가 똑똑한 주행을 돕는다. 단순 기계장치만으론 도달하기 힘든 한계를 전자 장비의 도움으로 뛰어넘었다.퓨어 스포츠그러나 GT로 쓰기엔 조금 더 나긋할 필요가 있다. 잔진동이 적잖게 유입되고, 노면 소음도 꽤나 큰 편이다. 라인업 막내로서 GT 역할은 형님들에게 맡기고 성능에 집중한 모습. 애스턴마틴이 밴티지를 두고 ‘퓨어 스포츠를 계승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연비는 9시간 동안 306km를 주행하면서 L당 5.5km를 기록했다. 4.0L 트윈터보 엔진을 틈날 때마다 혹사시킨 결과다. 전체 연비는 이렇게 나왔지만, 차분히 달린 시내 주행 연비는 L당 7~8km로 썩 괜찮은 효율을 보이기도 했다.밴티지는 겉만 번지르르하지 않았다. 파격적인 스타일 아래엔 미래적인 성능을 담았다. 첨단 전자 장비는 물론, DB11과 함께 쓰는 알루미늄 섀시의 70%를 밴티지만을 위해 다시 설계할 정도로 공을 들인 결과다. 무뎌졌던 포르쉐를 겨눈 창끝이 다시 서슬 퍼렇게 빛난다. 가격은 시작가 기준 1억9,800만원. 과연 13년을 도약한 밴티지는 911에 대항할 수 있을까? 조만간 비교 무대를 준비해야겠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911 & 카마로 & 랭글러, 시간을 비껴가다 2018-12-11
911 & CAMARO & WRANGLER시간을 비껴가다 신차가 나와도 이전 세대가 여전히 매력적인 차가 있다. 그런 ‘구형’이 있기에 신형이 더더욱 빛나는 자동차들. 시간의 흐름 앞에 당당한 이유를 파헤쳤다.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JEEP WRANGLER‘지프’SUV 대명사 ‘지프’라는 이름의 진짜 주인, 랭글러다.상상해보자. 최신 랭글러의 20년 뒤는 어떨까? 보통 차라면 가치를 잃어버릴 긴 시간이다. 그러나 상상 속 랭글러의 미래는 사뭇 다르다. 매끈한 SF 영화 속 차들 사이에서 여전히 독보적인 스타일로 서 있을 듯하다. 20년 전 랭글러가 지금도 매력적인 것처럼 말이다. 유행 따위 아랑곳없는 랭글러는 시간의 흐름 앞에 한결 자유롭다.아이콘이 되다새빨간 최신 랭글러 앞에 섰다. 이 차는 누가 봐도 지프다. 심지어 2차 세계 대전 당시 최초의 지프, 윌리스 MB(1941)를 타고 전장을 누볐던 군인이 봐도 단번에 그 후예임을 알아볼 테다. 7개 세로줄이 그어진 그릴, 동그란 램프, 두툼히 튀어나온 펜더까지 원초적인 그 모습 그대로니까. 77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토록 자연스레 녹아드는 과거의 특징이 놀라울 따름이다.운전병 시절 ‘육공트럭’ 보닛을 이렇게 열었는데..  그럼에도 랭글러는 현대적이다. LED 헤드램프나 복잡한 범퍼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그릴과 보닛 등을 부풀려 마냥 뻣뻣해 보이지 않게 꾸몄다. 캐릭터라인이나 펜더 뒤편에 빛이 부드럽게 맺히는 부드러운 굴곡을 더한 것도 요즘 차답다.클래식한 구성이지만, 바퀴 안쪽 후방카메라, LED가 가득한 테일램프 등은 최신 차답다실내 역시 그렇다. 평면처럼 배치된 T자형 대시보드는 과거의 흔적이지만, 8.4인치 거대한 모니터나 디지털 계기판은 현대의 산물이다. 이처럼 과거를 계승하면서도 꾸준히 발전해온 게 바로 랭글러의 매력. 무려 30여 년 이상 큰 변화 없이 판매됐던 랜드로버 디펜더와 메르세데스 벤츠 G바겐과 달리 항상 역사의 중심에서 전후 승리와 평화의 대명사로, 이후 SUV와 정통 오프로더를 대표하는 차로 자리매김해왔던 이유다.진짜배기겉만 번지르르하다면 남자의 로망이 될 수 없다. 랭글러는 거친 외모 아래 깊은 내공을 품은 진짜배기다. 구조부터 남다르다. 튼튼한 사다리꼴 프레임 골격 아래 앞뒤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을 붙였고, 스티어링 기구는 리서큘레이팅 볼 방식이다. 모두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구성으로, 도심화된 요즘 SUV 사이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든 설계다.그래서 도로 위에선 불편하다. 록-투-록 3.2회전의 느슨한 운전대는 민첩한 거동이 힘들고, 프레임 골격 위에 고무 부시로 얹은 차체, 그리고 좌우가 하나로 연결된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은 노면 진동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키는 듯하다. 이전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개선되긴 했어도 말이다. 그 불편함은 험로에선 끈끈한 신뢰로 바뀐다. 느슨한 기어비의 리서큘레이팅 볼 방식 운전대는 날카로운 돌길에서의 충격을 부드럽게 둥글릴 뿐 아니라 내구성도 좋다. 프레임 차체와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 역시 내구성 좋기는 마찬가지. 특히 쇠막대기 같은 리지드 액슬은 한쪽 바퀴가 짓눌리면 반대쪽 바퀴를 끌어내려 거친 노면에서 네 바퀴를 온전히 바닥에 붙인다. 여기에 랭글러 전매특허, 스웨이바(스태빌라이저 또는 안티 롤 바) 분리 장치를 켜면 앞바퀴가 자유롭게 해방돼 더더욱 극적인 휠 트레블이 가능하다. 아쉽게도 시승차인 사하라에는 없는 기능이었지만. 참고로 랭글러 험로 주파 성능 제원(4도어)은 진입 각 36도, 램프 각 20.8도, 이탈 각 31.4도며, 최저지상고는 269mm, 수중 도하 깊이 762mm다. 셀렉 트랙 사륜구동 시스템 레버와 변속 레버. 두툼해서 손맛이 좋다  랭글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 윌리스 MB처럼 볼트 몇 개만 풀면 지붕이 통째로 떨어지고, 앞 유리창이 젖혀지며, 심지어 문짝까지 떼어낼 수 있다. 이걸 모두 떼면 마치 맨발로 산책하듯 지면이 생생히 느껴진다. 앞바퀴가 만든 물보라와 흙먼지가 바로 발 옆으로 지나가는 게 훤히 보이니 말이다. 고개만 살짝 내밀면 앞바퀴가 어딜 밟는지 정확히 볼 수 있어 바위를 오르는 락크라울링을 할 때도 요긴하다.진화하는 오프로더 랭글러는 ‘최신’을 더한다. 다운사이징 흐름을 따른 차세대 GME-T4 가솔린 터보 엔진은 2.0L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낸다. 이전 6기통 엔진에 가까운 성능이다. 아울러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 경량 소재를 보닛과 문짝 등 적소에 사용해 무게를 덜어냈다. 이전 V6 모델 대비 연비가 6.5km/L에서 9.0km/L로 훌쩍 뛴 이유다. 실제 서울 도심과 경기도 외곽 등 151km를 달린 연비 역시 L당 8.9km로 준수했다.이 외에도 전동 유압식 조향 장치와 사각지대 감지 장치, 후방 교행 감지 장치, 그리고 오프로드 주행 상황을 8.4인치 모니터로 표시하는 오프로드 전용 메뉴 등 랭글러는 아날로그 감성에 머물러만 있지 않는다.7인치 계기판 모니터를 통해 오프로드 주행 상황을 엿볼 수 있다랭글러는 당당하다. 윌리스 MB로부터 이어온 정통성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최신 기술을 담았다. 뚝심 있게 발전시켜온 오프로드 성능 또한 마찬가지. 모두가 유행에 갈대처럼 휩쓸릴 때 바위처럼 굳건히 지켜낸 랭글러만의 가치가 시간의 흐름에서 자유로운 이유가 아닐까.글 윤지수 기자CHEVROLET CAMARO SSBack to the 1960s카마로는 2000년대 접어들며 점점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 가고 있었다. 1993년에 선보인 4세대를 끝으로 단종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GM은 2006년께 카마로의 부활을 선언했다. 되살리기로 한 이상, 브랜드 내 몇 안 되는 스포츠카로서 시선을 끄는 외모는 필수였다. 카마로 헤리티지를 이어 미국적인 쿠페의 정수를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있었다.카마로의 시작포니카로 시작을 알린 카마로는 포드 머스탱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략 모델이었다. 머스탱은 전후 황금기를 맞았던 시기 차들이 무조건 화려하고 커지기만 하는 상황에 염증을 느끼던 당시 미국인들의 새로운 수요에 주목했다. 고성능은 아니지만 작고 스포티한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보닛은 길고 트렁크 공간은 극도로 짧은, ‘롱노즈 숏데크’ 디자인을 구사한 게 포드 머스탱이었다. 이른바 ‘포니카’의 시작이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니 카마로 역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1세대 카마로는 머스탱과 마찬가지로 2도어 형태에 4개의 시트를 마련한 뒷바퀴 굴림 쿠페로 탄생했다. 당시 카마로와 머스탱을 지금 모델과 비교해 봐도 기본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 대신 카마로에는 뒷바퀴 펜더를 부풀려 놓아 근육이 잔뜩 붙은 말을 보는 듯한 인상이다. 낮고 넓게 깔린 보닛은 카마로의 오랜 디자인 아이덴티티다 독특한 측면 차창 테두리 형상  범블비로서의 카마로요즘 카마로는 영화 <트랜스포머> 속 범블비로 기억된다. 기자 역시 영화를 본 이후로는 이전 세대 카마로의 생김새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GM은 모터쇼에서 부활을 예고했을 뿐, 아직 시장에는 데뷔하지도 않은 컨셉트 단계의 카마로를 영화에 등장시켰다. 오랜만의 부활에 걸맞은 신고식을 제대로 치러 준 셈이다. 알다시피 영화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그 결과로 5세대 카마로는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시장에 나왔다. 영화가 흥행한 덕에 덩달아 카마로 디자인에 주도적 역할을 한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엽 씨가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영화 마케팅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GM은 다시 한 번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카마로를 투입시켰다. 우리나라에선 <트랜스포머> 시리즈 1편만큼의 인기는 끌지 못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서 6세대 카마로 컨셉트카를 등장시켜 다시 한번 신형 카마로를 홍보했다.헤리티지의 구현카마로가 이번 기획에서 클래식을 고수하는 현재진행형 모델에 뽑힌 데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첫째는 디자인이다. 이상엽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5세대 카마로는 1960년대 후반에 탄생했던 1세대 후기형을 모티브로 제작됐으며 그 결과 역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옛 모델의 헤리티지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더한다는, 말은 쉬워도 결코 간단하지 않은 과업을 이루어 낸 거다. ‘V’자 모양으로 꺾인 전면 형상 역시 카마로의 상징이다앞서 말했듯 롱노즈 숏데크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되, 뒷바퀴 펜더를 부풀림으로써 전형적인 앞 엔진 뒷바퀴 굴림의 스포츠카임을 어필한다. 여기에 살짝 ‘V’자 모양으로 꺾이는 얼굴과 동그란 헤드램프는 물론, 대배기량 엔진을 암시하는 후드 돌출부까지(6세대에서는 공기 배출구로 바뀌며 그 색이 다소 옅어졌다). 측면을 가로지르는 일직선 캐릭터 라인과 창문의 테두리 형상까지 닮았다. 헤리티지의 구현은 안에서도 이어진다. ‘아래 하(下)’ 자를 보는 듯 정직한 각도의 3스포크 스티어링 휠 역시 옛모습 그대로. 다만 6세대에서는 최신 모델임을 알리려는 듯 살짝 변형을 줬다. 여기까지 카마로의 소소한 복각 포인트를 발견하고 나면, 이건 디자이너가 아니라 카마로 덕후가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6세대에 와서는 디자인 타협을 이루며 기존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이을 건 잇되 많은 부분에서 현대화를 거친 6세대 카마로의 실내머슬카의 심장, OHV카마로가 모던과 클래식을 조화롭게 이어가고 있다는 증거는 엔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카마로는 최신형 엔진도 있지만 가장 강력한 V8에 한해서는 OHV(Over Head Valve) 방식을 고수한다. 60년대에 대중적으로 쓰이던 방식이라 1세대 카마로 역시 OHV 엔진을 품고 있었다. OHV 엔진은 캠 샤프트가 실린더 헤드 위쪽이 아닌 크랭크 샤프트 가까이 엔진 블록에 자리 잡는다. 따라서 무게 중심을 낮출 수 있고, 같은 이유로 대배기량 엔진임에도 간결한 구조에 소형화 및 경량화가 가능하다. 부가적으로는 우렁찬 배기음까지 얻을 수 있었는데, 독특한 밸브 구조에서 기인한 특성이다. 엔진 회전수는 느려도 저회전 영역부터 강력한 토크와 함께 힘찬 배기음을 들을 수 있다.카마로 역시 불규칙한 엔진 진동이 실내로 강하게 들이치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처음 경험하면 엔진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다. 흔히 미국 머슬카의 불쾌한 진동이 OHV 엔진의 특성이라고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엔진에 들어가는 크랭크샤프트의 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피스톤 운동 시 엔진 진동이 완전히 상쇄되지 못하고 한쪽으로 힘이 실리면서 특유의 진동 특성이 발생한다. 이러한 머슬카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응하면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오히려 펀드라이빙의 강력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카마로는 클래식과 모던 사이에서 아메리칸 머슬의 핏줄을 이어가는 중이다. 글 김민겸 기자 PORSCHE 911부치 포르셰가 남긴 유산지붕선에서 리어범퍼로 이어지는 패스트백 디자인, 그리고 똘망똘망한 눈망울의 원형 헤드램프는 911을 상징하는 아이덴티티다.만약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60년 뒤 미래로 간다고 가정해보자. 그때 우리가 현재 시점에선 태어나지 않은 자식과 그 손자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을 일이다. 조상을 닮은 신체적 특징도 세월에 따라 옅어지기 마련이니까. 이를 자동차에 적용하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수십 년 차이 나는 두 모델을 나란히 놓았을 때, 후속 모델에서 선대 모델의 외형적 특징이 ‘크게’ 도드라지는 경우는 드물다. 당대에 유행하는 디자인 요소를 쫓기 바쁜 와중에 옛 유산까지 신경 쓸 여력은 적기 때문이다. 또한 신형 디자인이 옛날 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신선한 느낌을 전달하기가 어렵다. 당연히 신차는 늘 새로운 형태를 지향할 수밖에.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오리지널리티, RR(Rear Engine, Rear Drive)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2000년대 전후로 등장한 폭스바겐 뉴 비틀, 크라이슬러 PT크루저, 플리머스 프라울러는 과거 1940~1950년대 차를 빼다 박은 외모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레트로 디자인은 하나의 유행으로서 등장한 인위적인 복고 열풍에 불과했다. 시대 흐름에 맞춘 자연스러운 진화가 아닌, 단지 과거의 차처럼 보이기 위해 애써 노력한 흔적만 가득했다. 할아버지와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살을 찌운 김정은 위원장과에 비유하면 적절할까? 억지 유행은 빠르게 식기 마련. 앞서 언급한 차는 변변한 후속 모델 없이 일찌감치 단종했거나 단종할 예정이다. 한편 이러한 인위적인 답습과 대척점에 서 있는 차가 있다. 바로 포르쉐 911이다. 단언컨대 포르쉐 911은 최초 모델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장 잘 간직해온 차다. 5세대 최신형 991.2는 누가 봐도 901의 직계 후손임을 알 수 있을 만큼 특징적인 외관을 지녔다. 지붕선에서 리어범퍼로 이어지는 패스트백 디자인, 그리고 똘망똘망한 눈망울의 원형 헤드램프는 54년 전과 지금이 다를 바 없다. A필러를 정점으로 리어 범퍼까지 부드럽게 떨어지는 고유한 루프라인  이런 외곬 같은 겉모습은 대부분 RR(Rear Engine, Rear Drive) 레이아웃에서 비롯되었다. 차 후미에 폭이 넓은 수평대향 엔진을 배치하면서 필연적으로 뒤쪽 차체가 펑퍼짐해졌고, 이를 아름답게 감싸기 위한 풍만하고 우아한 엉덩이가 탄생했다. 아울러 전방에 라디에이터 그릴을 생략할 수 있던 까닭에 낮은 노즈가 가능했다. 여기에 불숙 솟은 헤드램프가 대조를 이룬 게 현재까지 이어진 911의 얼굴이다. 이를 디자인한 사람은 부치 포르셰다. 페르디난트 포르셰 박사의 손자이자 페리 포르셰의 아들로서, 오늘 날 포르쉐에 가장 위대한 유산을 남긴 장본인인 셈. 와이드 바디 911은 전통적으로 좌우 리어램프를 길게 연결한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낮게 대조를 이룬 노즈한때는 포르쉐도 기존 911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1980년대에는 944를 통해 FR 방식 GT 스포츠카의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911(996)은 일명 ‘계란프라이 헤드램프’를 단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험은 번번이 골수팬들에 의해 외면당했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RR, MR이 아닌 스포츠카는 진정한 포르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팬들의 마음이었다. 원형 계기판도 포르쉐의 시그니처다포르쉐가 뛰어난 자동차 제조기술을 자랑하는 것 역시 역설적으로 단점이 많은 RR 방식을 발전시켜온 덕분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예전 911은 무게중심이 뒤에 몰린 탓에 앞바퀴 접지력이 부족했다. 그중에서도 터보를 탑재한 930은 터빈이 스풀업 되는 rpm 구간 이후로 힘이 크게 증가하는 출력 특성으로 인해, 차의 움직임이 언더스티어에서 오버스티어로 순식간에 달라지곤 했다. 이러다보니 실력 있는 드라이버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다루기 어려운 야생마로 치부되었다. 왼쪽에 자리한 이그니션은 과거 경주차의 흔적이다첨단 기술로 진화한 모던 클래식, 911포르쉐는 기술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왔다. 무게중심을 앞쪽으로 옮기기 위해 휠베이스를 연장하고, 차체 설계 전반을 개선하여 뒤쪽에 쏠린 무게 배분을 다듬었다. 또한 기민하고 정확한 조향 성능을 위해 서스펜션과 하체 설계에 노하우를 집중했다. 이처럼 고된 조건 속에서 기술력을 쌓은 결과, 다른 자동차 회사가 인정할 만큼 뛰어난 실력으로 올라서게 된다. 오늘 만난 911역시 모던 클래식한 외관이지만 속살은 최신 기술의 집약체다. 모델명은 ‘카레라 4 GTS’. 즉 카레라보다 고출력이며, 더 넓은 엉덩이를 가진 상시 네바퀴굴림 조합이다. GTS는 원래 터보 아래 위치하는 자연흡기 최강 버전이었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받아들였다. 수평대향 6기통 3.0L 트윈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450마력으로 이전 카레라 S보다 20마력 증가했다. 또한 56.1kg·m에 이르는 최대 토크는 2,150~5,000rpm 사이에서 꾸준히 발생한다. 최고시속은 308km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6초에 불과하다. 이는 구형 911 터보(997)와 맞먹을 빠르기다.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뛰어난 성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연비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할 때 평균연비는 1리터당 12km 내외이며, 강력한 가속을 즐겨도 평균연비가 1리터당 8km 아래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스포츠카지만 이 정도 연비 성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주행은 민첩하고 스포티한 동시에 편안하기 그지없다. 비결은 바로 넓고 길어진 차체. 997대비 휠베이스가 100mm나 길어지면서 직진 안전성이 증가했고 차폭도 더 넓어졌다. 따라서 차의 무게중심도 보다 낮고 차체 가운데로 모아지면서 가속과 감속, 직선과 코너링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중 이동량이 보다 줄었다. 기본 모델대비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10mm 더 짧아졌지만, 승차감은 여전히 좋은 이유도 이와 같다. 덕분에 차의 한계가 크게 증가했고 격한 상황에서도 쉽게 다룰 수 있다. 물론 정확하고 빠른 변속을 자랑하는 7단 PDK와 네바퀴로 트랙션을 끈끈하게 전달하는 다판 클러치 상시네바퀴 굴림과 유압 실린더로 스테빌라이저 탄성을 조절하는 PDCC 등 여러 주행 장비도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데 한 몫 한다. 포르쉐 911은 언제나 역동적이다. 뛰어난 성능과 편안함으로 일상영역에서 서킷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오리지널 911의 정신을 이어받아 모두가 탐내는 아름다운 외모도 탐난다. 부치 포르쉐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유산은 최신형 911에 여전히 녹아있다.  글 이인주 기자 
포르쉐 911 R, 반세기만에 돌아온 순수주의자 2018-12-11
PORSCHE 911 R반세기만에 돌아온 순수주의자911 R(991)은 오리지널 911 R에 대한 오마주다. 이 차가 주는 고순도 드라이빙 전율은 포르쉐파일이 바라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다.1960년대 유럽에서는 랠리 형식 로드레이스가 인기였다. 이러한 대회에서 이탈리아 자동차가 강세였지만, 1969년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에서는 포르쉐 911 R과 911이 눈부신 성적을 거두며 판세를 뒤엎는다. 8일 동안 벌인 니스-비아리츠 경기에서 제라르 라루스와 모리스 젤랑이 운전한 911 R이 우승했고, 그해 10위 안에 총 여섯 대의 911이 랭크되었다. 당시 106대가 참가해 절반에 못 미치는 49대만 완주했으니, 얼마나 혹독한 레이스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비록 포르쉐의 우승은 단 두 차례뿐이지만, 사람들의 뇌리에는 깊이 각인되었다.1969년 투르 드 프랑스 대회의 911 R그 무렵 유럽 전역에서는 로드레이스가 인기였다극단적 경량화와 강력한 엔진이 결합한 승리 공식오리지널 911 R은 ‘레이싱(Racing)’을 뜻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포르쉐가 처음으로 직접 제작한 레이싱 911이다. 레이스카 답게 운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만 남기고 나머지는 철저히 제거했다. 도어, 트렁크, 펜더과 유리창, 도어 핸들을 플라스틱 재질로 교체했고, 경첩은 주조 알루미늄 재질로 경량화했다. 실내 카펫을 비롯한 흡음재, 트림 패널, 커버, 풋레스트도 모조리 걷어냈다. 심지어 조수석 쪽 선바이저마저 떼어냈다. 에어컨과 오디오 등 레이스에 불필요한 편의정비를 걷어냈다아울러 승리를 목표로 한 섬세한 튜닝을 거쳤다. 훅스 광폭 휠을 달고 간섭을 막기 위한 오버 펜더를 달았다. 달라진 무게에 맞추어 연료탱크 위치를 뒷바퀴 앞으로 옮겨와야만 했다. 이밖에 쉬일(Scheel)제 일체형 경량 버킷 시트, 10,000rpm 타코미터, 모모(MOMO) 몬자 스티어링 휠도 놓칠 수 없는 특징이다. 오리지널 911 R에 탑재된 수평대향 6기통 2.0L 엔진은 906 레이스카와 구성이 비슷하다.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과 헤드, 트윈 점화 플러그, 웨버 카뷰레터, 마그네슘 크랭크 케이스를 사용해 8,000rpm에서 약 210마력을 뽑아냈다. 이처럼 당시로써는 강력한 출력과 다이어트를 통해 가벼워진 초경량 차체(830kg)가 결합한 결과, 마력 당 무게비가 약 4.04kg에 불과했다. 포르쉐는 내친김에 911 R FIA 호몰로게이션 모델을 추진했으나, 회사내부에서 조차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다. FIA역시 ‘사기 캐릭’으로 레이스 판을 독식하려는 속셈이라고 보았다. 결국 호몰로게이션이 필요 없는 레이스에 참여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이리하여 오리지널 911 R은 1967년 바이자하 공장에서 만든 3대의 프로토타입과 코치빌더 바우어(Bauer)를 통해 만든 20대의 양산형을 통틀어 전 세계 약 23대뿐인 엄청난 희소모델이 됐다. 911 R은 훗날 911 RS와 RSR의 바탕이 된다.오리지널 911 R의 오마주최신 911 R(991)은 오리지널 911 R에 대한 오마주다. 제작은 포르쉐 모터스포츠의 GT카 개발부가 맡았다. 총 991대 한정 생산했고 2016년 제네바 쇼에서 대중에 공개하기 전에 이미 매진된 걸로도 유명하다. 이 차는 오리지널 911 R의 구성을 철저히 따른다. 타협 없는 경량 설계와 최고의 성능을 지향한 것이다. 범퍼를 제외한 차체 외장 판넬과 도어, 보닛은 전부 카본, 또한 뒤 창문과 쿼터 글라스는 경량 플라스틱, 지붕은 마그네슘 재질이다. 보닛 엠블럼도 스티커가 대신한다. 단 몇 그램이라도 덜기 위해서다. 몇 그램 무게를 덜기 위한 스티커 엠블럼마그네슘 루프 판넬, 경량 플라스틱 소재의 뒷 창문과 쿼터 글라스뿐만 아니다. 흡음재와 뒷좌석도 과감히 걷어냈다. 외관 역시 오리지널 911 R과 비슷한 사이드 데칼과 레드(또는 그린) 스트라이프로 꾸몄다. 아울러 카레라 계열의 데크 스포일러와 간결한 형태의 전용 리어 후드 그릴, 그리고 911 R 레터링을 달았다. 911 카레라 데크 스포일러에 911 R 전용 후드 그릴과 앰블럼을 더했다초록색 조명이 예전 포르쉐를 떠오르게 한다실내도 911R 고유의 분위기가 넘친다. 카본 쉘 버킷 시트는 클래식 포르쉐의 페피타 패턴 직물을 씌웠다. 아울러 대시보드 가죽 덮기, 스티어링 휠과 시트에 더해진 컨트라스트 스티칭, 카본 트림으로 특별한 포인트를 주었다. 심지어 실내 도어핸들도 직물 스트랩이다. 카본 버킷 시트는 911의 헤리티지인 페피타 패브릭을 사용했다일련번호가 새겨진 알루미늄 배지, 초록색 계기판 조명도 남다르다. 한편 911 R(991)은 에어컨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없는 게 기본이지만, 고객이 원할 경우 추가비용 없이 달아준다. 이에 따른 무게증가는 약 20kg이다. 에어컨과 인포테인먼트를 더해도 추가비용을 받지 않는다섀시 전반은 GT3에 기반한다. 4WS을 포함한 조향 시스템과 서스펜션은 가벼워진 차체에 맞춰 다시 조율했다. 토크 벡터링(PTV)을 대신하는 기계식 LSD가 들어간다. 미쉐린 PS 컵 2 타이어와 카본 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PCCB)가 기본이다. GT3/GT3 RS와 마찬가지로 세라믹 브레이크와 20인치 센터 락킹 휠, PS2 컵 타이어차 몸무게는 1,370kg. 도로용 911 중 제일 가벼운 몸무게로 마력당 무게비가 약 2.74kg에 불과하다. 참고로 포르쉐 918 스파이더의 마력당 무게비가 약 2kg 초반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8초, 최고시속은 323km에 이른다.최고출력 500마력의 수평대향 6기통 4.0L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 구성은 다른 스페셜 911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소소한 차이가 난다. 변속기는 포르쉐 모터스포츠에서 911 R 전용으로 다듬었다. 싱글 매스 플라이휠은 빠른 리스폰스를 자랑하며, 스포츠 버튼으로 간단히 레브 매칭을 사용할 수 있다.포르쉐 모터스포츠가 다듬은 6단 수동변속기포르쉐 최신 기술에 클래식 감성을 더하다이 차는 포르쉐 골수팬, 즉 포르쉐파일(Porschephile)을 위한 차라 말할 수 있다. 포르쉐파일이란 ‘포르쉐를 소유하면서 열정적으로 포르쉐를 공부하는 사람’이란 뜻의 영미권 신조어다. 사실 시승에 앞서 엔진과 섀시의 바탕이 된 911 GT3와 주행 질감이 비슷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주행에 임할수록 GT3와 비슷한 느낌을 구태여 찾아야 할 만큼 차이가 컸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스로틀 플랩이 여닫히는 느낌이 생생하게 다가오고 클러치페달은 한결 가볍다. 변속기를 조작할 때 팔이 움직이는 거리도 짧으며, 각 단의 간격도 더욱 명료하다. 한편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거친 엔진 소리와 컬컬한 배기음이 조화를 이룬 포르쉐 노트가 온몸을 관통한다. 신형 포르쉐에서 공랭식 포르쉐 소리를 재현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다. 바퀴가 구르면 다양한 노면 소음이 차 바닥을 때린다. 바깥 소음은 승용차 창문이 살짝 열린 것처럼 크게 들린다. 하체는 GT3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 도로 노면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움직임은 전통적 경량 스페셜 모델답다. 최고출력은 약 8,500rpm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일반 도로에서는 그 절반인 4,000rpm도 사용하기 쉽지 않다. 도로에 나갈 때 떨치기 힘든 심리적 부담도 있다. 911 R(991)은 아직 우리나라에 단 한 대뿐. 금전적 가치만 따져도 기본형 911 카레라 5대를 사고도 남는다. 희소성이 높아 프리미엄이 잔뜩 붙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911 R(991)은 더더욱 드림카로 완벽하다. 차가 주는 즐거움은 또 어떠한가? 뛰어난 승차감과 조종 성능,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순수한 감성까지 완벽하다. 골수 포르쉐 팬과 수동 마니아에게 이만큼 놀라운 종합 선물세트 같은 차는 흔치 않다. 글 심세종(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최진호
르노 마스터 + 매트리스 11장 시승기 2018-12-05
RENAULT MASTER+매트리스 11장 시승기최대 적재 용량 8m³. 얼마나 큰지 감이 안 와서 퀸사이즈 매트리스를 무작정 때려 넣었다.‘뭘 실어보지?’ 명색이 상용차인데 그냥 타볼 순 없었다. 마스터는 짐을 싣는 ‘짐차’니까. 집에 누워 한참을 고민하는데, 갑자기 침대 스프링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아 망할 침대……. 어? 매트리스를 실어보면 어떨까? 크기도 크고 무게도 적당해 딱 좋네!’ 매트리스 회사에 사방팔방 전화를 걸었고, 끝내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 ‘코르크베어’로부터 촬영협조를 약속받았다.쾌적한 상용차촬영 당일. 이른 아침 마스터 시승차를 받았다. 이야, 무진장 크다. 1t 트럭과 경쟁한다기에 무시하고 있었건만, 체감 크기는 2.5t 트럭 현대 마이티급은 되는 듯하다. 가장 큰 마스터 L도 아닌 작은 S인데도 말이다.첫인상은 생소하다. 유럽 영화에서나 봤던 차가 우리나라 배경에 서 있으니 마치 외국인 보듯 낯설다. 그래서일까. 도장 따위 없는 검은색 범퍼와 옆 몰딩, 그리고 스틸 휠 위 덮개마저 무심한 듯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어설프게 승용차 흉내 내지 않는 모습이 도리어 매력적이랄까.문짝 안 발판을 밟고 승차. 높직한 시야와 함께 넓은 실내가 펼쳐진다. 1.3t 화물차라지만 캐빈 만큼은 역시 포터가 아닌 마이티급이다. 실제 3명이 나란히 앉아도 어깨 비빌 일 없을 정도다. 더욱이 대시보드는 차라리 서랍장이라 불러야 할 만큼 수납공간이 가득하고, 머리공간까지 자리를 마련해 공간 활용성도 좋다. 다만 소재는 상용차답게 저렴하다.실용적인 휠캡과 콘티넨탈 타이어가 기본. 범퍼엔 상용차답게 발판이 달렸다이 정도면 서랍장이다. 앞에만 무려 15개 수납공간이 있다고클러치를 밟아 열쇠를 돌려 시동을 걸고, 원형 테이블처럼 누워있는 운전대를 잡고 있으니 과거 택배기사로 근무할 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세미보닛이니 뭐니 해도 역시 상용차는 상용차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매트리스 공장으로 향했다.출발은 1단 기어가 저속으로 조율돼 정말 손쉽다. 그런데 2단 기어비가 고속으로 훅 바뀐다. 국산 트럭 몰듯이 1단 출발 후 번개처럼 2단 기어를 바꿔 넣으면 힘이 달려 부들부들 떤다. 포터에 익숙한 기자는 처음엔 불편했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오히려 2단부터는 승용차처럼 쓸 수 있어 편하다. 출발할 때만 1단 기어를 조금 길게 물리면 그만이다.모니터 하나에 내비게이션과 오디오가 모두 들었다. 다만 내비게이션 화면은 빛 반사가 심해 쨍한 낮엔 시인성이 떨어진다수동 변속기에 오토 스탑/스타트는 난생처음이다. 멈춰서 중립에 놓으면 시동이 꺼지고, 클러치를 밟는 순간 시동이 켜진다. 그 과정이 매우 빨라 재출발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2t 덩치에 145마력이라니, 제원만 봐도 답답함이 느껴지지만 실주행 성능은 예상외로 만족스럽다. 트윈터보의 도움으로 1,500rpm부터 36.7kg·m 최대토크를 끌어내 낮은 rpm으로 여유로이 도심을 활보할 수 있다. 시속 100km까지 가속도 매끄럽지만 그 이후부터는 바람에 정면으로 맞서느라 속도계 바늘이 눈에 띄게 더뎌진다. 그래도 꾸준히 밟으면 속도계 바늘이 160까지는 어렵사리 도달한다.고속 안정감은 국산 상용차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 그래도 승차감은 한결 낫다. 앞쪽에 달라붙어 있긴 해도 운전자가 휠베이스 안쪽에 있어 국산 1t처럼 앞바퀴에 매달려 달리는 기분은 전혀 없다. 게다가 모노코크 차체에 독립식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이 잔진동까지 효과적으로 걸러낸다. 비록 요철을 넘을 땐 뒤쪽 데드 액슬에 맞물린 리프 스프링이 텅텅거리며 튀지만 운전석 뒤로 멀찍이 떨어져 있어 그리 불쾌하진 않다.노면 소음과 바람 소리까지 잘 억제돼 주행감은 전체적으로 쾌적하다. 다만, 몇 가지 주목해야 할 단점이 있다. 적재함과 실내가 철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분리돼 뒤쪽에서 끊임없이 철판소리가 들려오며, 우레탄 운전대와 변속레버는 마감이 거칠어 손바닥이 따가울 지경이다. 전직 택배기사인 기자는 손에 굳은살이 꽤 있는 편인데도 말이다. 장갑을 끼거나 운전대 커버 정도는 씌워야 할 듯하다. 매트리스를 싣다그렇게 이른 아침 도로를 달려 경기도 끝자락 매트리스 공장에 도착했다. 드디어 매트리스를 실어볼 차례다. 양쪽으로 열리는 뒷문짝을 확 열어젖히자, 구경하던 공장 관계자가 “우와 넓다”라며 감탄을 터뜨린다. 적재함 길이 2,505mm, 너비 1,705mm, 높이 1,750mm. 크긴 크다.길이 2,505mm, 너비 1,705mm, 높이 1,750mm 널찍한 적재함코르크베어가 준비한 적재물은 커버를 씌우지 않은 길이 2,000mm, 너비 1,500mm, 높이 170mm 크기의 라텍스 소재 퀸사이즈 매트리스다. 27kg 무게라 성인 혼자 들기에 충분하지만, 부피가 커 2인 1조로 짐을 실었다.키 183cm 모델이 편안한 자세로 짐을 내리고 있다둘이서 흐물거리는 매트리스를 밀어 넣는데, 바닥이 낮은 게 이리 고마울 수가 없다. 적재함 바닥 높이 겨우 555mm로 무릎보다 조금 더 위까지만 들고 쓱 밀어 넣으면 끝이다. 새삼 40kg 쌀 포대기를 이보다 200mm가량 더 높은 포터 적재함(상면고 750mm)에 낑낑대며 올려 싣던 과거 기사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너비 1,500mm 매트리스는 평평한 바닥에 안전하게 들어갔다. 튀어나온 휠하우스에 살짝 걸리긴 하지만, 조금은 변형되는 매트리스라 큰 문제는 없다. 대략 6개 정도를 쌓은 후엔 한 명이 적재함에 올라타야 했다. 차체 바닥 높이를 포함해 벌써 1500mm를 훌쩍 넘어버렸으니. 적재함 위에선 키 177cm 기자가 고개만 살짝 숙이면 허리 편 채 설 수 있었다. 짐 실을 땐 자연스레 허리가 접혀 이 정도 높이면 쓰는 데 큰 무리는 없겠다. 만약 이게 부족하다면 적재함 높이가 1,940mm인 마스터 L로 눈을 돌려야 한다.이후 5개를 더 올려 총 11개 매트리스를 싣자 천장까지 가득 찼다. 사실 옆으로도 공간이 남아 한 개가 더 들어갈 것 같긴 하지만, 굳이 찌그려가며 넣는 건 의미 없을 것 같아 그만뒀다. 천장도 살짝 공간이 남은 상황. 그러나 11개도 아래쪽 매트리스가 무게에 눌렸기에 실을 수 있었다. 만약 눌리지 않는 소재였다면 10개가 한계였을 테다. 아무튼 매트리스 10개가 실린 것도 대단하다.퀸사이즈 매트리스 11개가 넉넉히 들어갔다11개 매트리스, 총 297kg을 싣고 주행에 나섰다. 일단 가속은 거의 거기서 거기다. 분명 느려졌을 테지만, 우리네 포터가 짐 잔뜩 실어도 무심하게 나아가듯 마스터 역시 300kg 정도는 콧방귀도 안 뀌고 나아간다. 대신 승차감은 사뭇 다르다. 요철을 넘으면 엉덩이를 요란하게 흔들던 마스터가 한결 차분하게 도로를 붙든다. 빈 차 상태가 트럭 같았다면, 짐을 실은 후엔 빈 승합차 타는 기분이랄까. 약 300kg으로 눌러주니 탄탄한 리프 스프링과 댐퍼가 이제야 균형 있게 작동한다.1열 공간은 2.5t급 화물차 부럽지 않다. 스티어링 칼럼이 운전자 다리 사이로 지나가지 않아 한결 편하다.시승을 마치고 매트리스를 내리는 데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사실 배송 이렇게 안 해요. 스프링 없는 라텍스 매트리스이기 때문에 진공으로 포장하면 혼자서도 배송할 수 있어요.” 이에 ‘그럼 그렇게 한번 실어봅시다!’라고 선뜻 답해버렸다. 포장된 상자 크기는 가로, 세로 300mm, 높이 1020mm. 네모난 적재함에 테트리스하듯 차곡차곡 들어간다. 가로·세로 30cm, 높이 102cm 상자가 63개 들어갔다.  6개를 1열로 세워 4줄 정도 쌓은 후 위에 또 눕혀서 2층을 더 쌓을 수 있다. 그렇게 무려 63개의 매트리스가 한 차에 실렸다. 무게는 1,701kg. 상자 무게 빼고도 이미 과적이라 주행은 하지 않았다.공차 상태로, 또 짐을 싣고, 그리고 촬영까지 소화한 누적 주행거리는 총 277.8km. 연비는 트립 컴퓨터상 8.5L/100km로 표시됐다. 즉 L당 11.7km를 달린 셈이다. 이 거대한 상용차 연비가 대단하다. 아마 신경 써서 달린다면 더 좋은 연비를 기록할 수도 있겠다. 참고로 공인 연비는 L당 10.8km다.앞으로 튀어나온 엔진룸이 든든하다마스터는 1980년부터 유럽 상용차 시장을 주름잡아온 내공을 여실히 보여줬다. 11개 매트리스를 품을 정도로 실용적이면서도 승차감까지 쾌적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을 빼놓을 수 없다. 세미 보닛 구조 차체와 차선이탈방지장치 등 안전장비는 캡 오버 방식 국산 상용차에 비할 바 없이 든든하다. 거대한 사이드미러로 부족했는지 밑에 볼록한 거울로 사각지대를 비춘다문짝에 달린 보조브레이크등이 제동 상황을 확실하게 전달한다값은 2,900만원. 수입 상용차로서 파격적이지만, 1,000만원 이상 저렴한 1t 탑차에서 실 구매자 시선을 뺏어오긴 어려울 수 있는 값이다. 그러나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그 1,000만원에 운전자의 목숨이, 또는 무릎이 달려있다. 쉽지 않겠지만 마스터가 후진적인 국내 상용차 시장에 개혁의 바람을 일으키길 바라본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취재협조 코르크베어
마음 편한 XC ELLENT LIFE 2018-12-03
마음 편한 XC ELLENT LIFE볼보를 타면 느긋해지는 이유를 찾았다.볼보가 준비한 1박 2일 시승 행사. 요란하게 타이어 비비며 트랙 위를 달리지도, 흙먼지 흩뿌리며 험지를 누비지도 않았다. 그저 세 대의 XC를 번갈아 타며 여유로이 도로 위를 유영하듯 즐겼을 뿐이다. 그렇다. 볼보의 메시지는 ‘우리 차 이렇게 잘났다’가 아닌 ‘우리 차는 이런 차’였다. 눈에 띄려 하지 않는다강원도 정선 한 호텔에 앉아 볼보 SUV 3인방을 바라봤다. XC90, XC60, XC40. 정돈된 스타일이 말끔한 호텔 분위기와 무척 잘 어우러진다. 눈에 띄려 안달이 난 다른 차와 달리 배경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스타일이 바라보기 편하다. 남들보다 특별해지려고 기 쓰지 않는 북유럽 태생답다.호텔에서 바라본 XC 3인방먼저 XC60에 올라타 강원도 산골 깊숙이 들어갔다. 때는 10월 말, 어느덧 붉게 물든 산과 계곡이 펼쳐진다. 회색 바위 사이를 흐르는 붉은 단풍을 품은 계곡은 절경이 따로 없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마치 거실에서 보듯 마음 편히 바라볼 수 있는 건, 베이지색 가죽과 차분한 색감의 유목(물 위를 떠다니는 회색빛 나무) 장식이 액자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만약 퍼런 무드등이 번쩍이는 차에서 봤다면, 노래방 모니터 화면 속 계곡 바라보듯 어색했을 테다.차분한 색감의 유목 장식이 어우러진 XC60 실내물론 여유로운 승차감도 한 몫 한다. SUV답게 짜릿함보다는 부드러운 주행에 초점을 맞춰 긴 서스펜션 스트로크로 잔진동을 둥글게 걸러낸다. 중형 세단 못지않게 긴 2,865mm 휠베이스도 마찬가지. 차분한 실내와 여유로운 승차감 덕분에 시승 전 ‘신나게 강원도 고갯길을 달려봐야지’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여유를 즐기다산봉우리에서 집와이어를 타고 내려와 몸이 달아오른 상태로 XC90을 만났다. 90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결 더 여유롭다. 덩치가 큰 건 물론, 실내도 널찍하다. 그러나 큰 차 특유의 헐렁한 기색은 없다. 늘어난 공간만큼 더 두툼한 센터 터널과 도어 트림이 빈자리를 꼭꼭 채웠다. 크지만 쿠션은 탄탄한 북유럽식 소파에 앉은 기분이랄까. 백미는 트렁크다. 왜건의 명가 핏줄이 흐르는 XC90은 3열 시트를 접었을 때 트렁크 용량이 1,019L, 2열까지 접었을 때 1,868L에 달한다. 넓은 트렁크를 보며 스노보드를 넣을지, 자전거를 실을지, 또는 침낭 깔고 누워볼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2,160kg 거구는 노면 충격을 꾹꾹 눌러가며 차분하게 움직였다. 이 덩치에 4기통 2.0L 엔진이라니. 경차처럼 굉음을 내며 달릴 것 같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서 rpm은 굉장히 낮다. 트윈 터보의 도움으로 1,750rpm부터 2,250rpm까지 낮은 회전 영역대에서 48.9kg·m 최대토크를 내는 까닭이다. 볼보 SUV의 정점다운 진중한 움직임에 집와이어로 들떴던 기분이 나긋이 가라앉았다.라곰XC90을 타고 도착한 곳은 강원도 한 글램핑장. 여기서 유리관 안 작은 정원을 꾸미는 테라리엄을 체험했다. 이쯤 되면 취재가 아니라 여행 온 기분이지만, 이게 볼보 ‘엑설런트 라이프’라니 열심히 아기자기한 식물과 돌을 배치해본다. 그리고 다시 XC40을 타고 움직였다.‘라곰’. XC40을 타며 떠오른 ‘딱 알맞은’이라는 뜻의 스웨덴어다. 부담 없는 덩치, 적당한 고급 소재, 실용적인 공간, 그리고 경쾌한 움직임까지 XC40은 부족하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아 딱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왔다. 어두워진 XC40 실내엔 주황빛 색감이 은은히 감돈다. 그냥 주황빛 무드등을 썼다면 요란한 분위기였겠지만, 일반 전구 빛을 주황색 펠트(털이나 수모 섬유를 두드리고 비벼 압축한 원단) 소재가 반사해 가벼운 색이 무겁게 느껴진다. 다이아몬드 커팅 공법으로 멋을 낸 금속 장식 역시 산뜻하면서도 묵직해 맥락을 같이 한다.주황빛이 은은히 감도는 XC40 실내숙소로 돌아오는 길, 피곤함을 덜고자 파일럿 어시스트를 켰다. 볼보가 자랑하는 반자율주행기술로, 곧바로 차선을 인식해 설정한 속도에 맞춰 달린다.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산속이었음에도 차선을 쫓는 실력은 어김없다. 심지어 적당한 코너도 손을 뗀 채 돌 수 있을 정도. 막내 SUV가 이런 첨단 기능을 기본으로 품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볼보의 안전과 감성을 모두 품은 이 작은 차가 바로 볼보의 테라리엄이 아닌가. XC90과 XC60, 그리고 XC40. 세 XC 시리즈는 편하고 실용적이다. 그리고 남들보다 눈에 띄려 안달 나지 않은 스타일이 오히려 세련됐다. 절제와 냉철함으로 대표되는 북유럽 철학이 깊숙이 녹아든 결과. 화려함에 도취한 우리네 도로 위에서 볼보가 ‘쉼표’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세 대의 XC는 모두 편안한 승차감을 지향했다글 윤지수 기자
KIA SPORTAGE 1.6 D, 소형과 중형사이 2018-11-16
KIA SPORTAGE 1.6 D소형과 중형사이효율적인 파워트레인과 선택의 폭을 넓힌 트림 구성으로 경쟁력을 키웠다. SUV가 대세라지만, 모든 차가 인기인 것은 아니다. 소형과 중형이 눈부신 실적 개선을 거듭하는 사이 유독 준중형만 힘을 못 쓰고 있다. 판매 대수를 살피면 준중형은 2015년 11만9,100대에서 2017년 9만6,400대로 20%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1월~9월)는 작년 같은 기간 7만1,100대에서 16% 줄어든 6만여대에 불과하다. 준중형만 나 홀로 내리막길을 걷는 이유가 무얼까? 가장 큰 원인은 애매한 차급에 있다.준중형 SUV는 중형 플랫폼에 기반한 차체에 1.7L~2.0L 엔진을 얹는다. 2.0L 모델의 경우 중형과 비교했을 때 연비 차이가 크지 않는 데다, 차 가격은 생각만큼 저렴하지 않다. 반면 차체가 짧고 낮은 까닭에 실내와 적재용량은 중형에 못 미친다. 즉 실용성은 중형에 미치지 못하지만, 가격과 유지비는 중형에 준하는 애매한 차로 전락한 것이다. 변화의 핵심, 개선된 연비 성능시장에서 준중형이 외면받는 가운데, 새 스포티지가 부분변경을 통해 떠나간 고객의 마음을 다시 붙잡으려 한다. 외관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풀LED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디테일, 새롭게 패턴을 새긴 라디에이터 그릴, 앞범퍼에 넓게 뻗은 몰딩만이 신선미를 더할 뿐이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센터모니터 프레임을 없앤 점 말고는 이전과의 차이를 알아채기 쉽지 않다. 센터모니터 외곽 프레임을 삭제하고 송풍구와 높이를 맞춰 화면이 더 넓고 깔끔하게 보이도록 했다이번 변화의 핵심은 새 배기가스 인증(WLTP)을 통과한 파워트레인이다. 2.0L 디젤, 1.6L 디젤, 2.0L 가솔린 전 엔진에 걸쳐 개선된 연비를 가장 큰 상품성으로 내세웠다. 시승차는 신형 1.6L 디젤에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조합한 앞바퀴 굴림 사양. 기존 U2 1.7L 디젤을 대체하는 주력 엔진이다. 사실 1.7L 디젤은 그동안 어중간한 배기량 탓에 소형차 세금체계에 편입되지도 못했을 뿐더러 U2 1.6L 디젤과 출력이 별반 다르지 않아 개편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래서 이번 다운사이징이 무척 반갑게 다가올 수밖에. 기존 1.7L 디젤을 대체한 신형 1.6L 디젤. 새로운 배기가스 인증을 만족하고 개선된 연비성능을 자랑하는 최신 엔진이다연비 성능은 현대-기아의 최신 기술을 총동원해 끌어올렸다. 연료 분사압을 높이는 동시에 고효율 터보차저로 연소 효율을 개선했고, 마찰 저감 밸브 트레인과 경량 피스톤으로 마찰 손실을 줄였다. 또한 엔진 냉각 시스템을 개선해 열관리를 더 효율적으로 한다. 한편 LNT만으론 새 배기가스 인증을 통과할 수 없는 까닭에 요소수를 사용하는 SCR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유구 덮개가 원형에서 사각형으로 넓어진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각진 주유구 안에는 요소수 주입구가 둥지를 틀었다이렇듯 다양한 노력이 더해지며 공인연비(2WD AT 17인치 기준)가 이전 15.0km/L에서 16.3km/L로 크게 향상됐다. 소형급인 코나 1.6L 디젤(16.8km/L)과 견주어도 부족함 없는 경제성이 확보된 셈. 기아는 신형 디젤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K3와 마찬가지로 스마트스트림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기자가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를 정속 주행하며 기록한 연비는 약 15km/L대. 무게와 출력이 비슷한 이쿼녹스 1.6L 디젤로 지난달 같은 구간을 비슷한 조건으로 달렸을 때는 약 16km/L대 연비를 기록했다. 물론 두 차 모두 길들이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인 데다 달린 구간이 그리 길지 않아 참고 이상의 의미는 부여할 수 없다. 그래도 시내 주행과 고부하 주행을 함께했을 경우 평균연비 13km/L를 유지하며 기대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가속과 감속이 잦은 시내에서의 효율 개선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선택을 존중한 트림 구성반면 최고출력은 141마력에서 136마력으로 소폭 감소했다. 연비와 출력, 친환경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을 이뤘다는 게 기아 측 설명이다. 출력은 줄었지만 요즘 엔진이 으레 그렇듯 실용 성능은 부족하지 않다. 부드럽게 회전하는 엔진이 차근차근 속도를 붙여 나아가는 덕분이다. 대신 박진감은 다소 떨어진다. 출력에 비례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그 속도에 도달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진다. 영민한 7단 듀얼클러치는 상황에 맞춰 적절한 단수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일한다. 동력전달이 토크컨버터처럼 부드러운 편이어서 국내 소비자가 좋아할 법하다. 그러나 부드러운 변속에만 치중해서일까? 동력을 재빨리 연결하는 능력이 부족한 탓에 정지했다가 다시 출발할 때 듀얼클러치 특유의 머뭇거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고급스런 주행 질감은 예상 밖이다. 엔진 자체의 진동과 소음이 적으며, 실내로 유입되는 외부 소음을 꼼꼼히 틀어막은 덕분이다. 속도를 높여도 정숙한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한다. 뒷좌석 공간은 중형 부럽지 않아 패밀리카로도 충분하다. 상대적으로 트렁크 공간이 좁을 뿐이다트림은 주력 엔진과 편의 장비를 독립적으로 구성해 소비자의 구매욕을 높였다. 2.0L 디젤과 1.6L 디젤을 비교하면 트림 간 옵션 구성이 같고, 같은 트림일 경우 2.0L 디젤이 1.6L 디젤보다 49만원 비싸다. 또한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 경고, 차로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상향등 보조를 전트림에 기본화하는 한편, 2.0L 디젤만 가능했던 상시사륜구동을  1.6L 디젤에서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원하는 편의 장비를 달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배기량이 큰 엔진을 선택해야 했던 이전과 비교하면 꽤 합리적이다. 같은 그룹의 경쟁차 투싼도 이와 같은 상품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하위 트림은 소형과, 상위 트림은 중형과 가격이 겹치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최대한 부여해 상품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이렇듯 소형과 중형사이에 위치한 준중형은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적다.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파워트레인 구성에 있어서도 그렇다. 어느 한쪽에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러한 상황적 어려움을 딛고 신형 스포티지는 소형에 준하는 경제성과 합리적인 상품 구성으로 자기만의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지금 소형SUV를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경쟁력이 올라간 준중형 SUV를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글 이인주 기자사진 최진호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아발론의 도전 2018-11-13
TOYOTA AVALON HYBRID아발론의 도전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낮은 가격표로 경쟁력을 높였다. 신형 아발론은 국내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까?아발론은 한국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1995년 국내에 데뷔한 1세대 아발론은 당시 수입선다변화 정책에 의해 일본산 자동차 수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판매되던 일본 브랜드 세단. 병행수입업체가 들여온 까닭에 정확한 판매기록은 찾기 어렵지만, 과거에는 적지 않은 아발론이 한국 도로를 누볐고 길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토요타는 병행수입 아발론을 통해 자신들의 한국 진출 시기를 가늠했고, 이후 2001년 렉서스 브랜드로 한국 땅을 정식으로 밟는다.1세대 아발론은 한국에 처음 상륙한 일본 브랜드 차였다. 수입차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던 당시에도 꽤 많은 차가 도로를 누볐다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세단아발론이 일본차 해금 이전 국내에 진출할 수 있던 배경은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됐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설계 모두 미국 토요타 법인에서 맡았으며, 차의 구성도 당시 미국산 대형 세단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칼럼시프트 변속기와 1열 3인승 벤치 시트가 옵션이었고, 실내 재질과 편의장비 구성은 형제차인 중형세단 캠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꾸몄다. 즉, 어디까지나 미국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었다. 경쟁차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닛산 맥시마와 포드 토러스를 비롯한 동급 대형차. 북미 시장 외에 성격이 비슷한 호주에서도 인기였으나, 한국에서는 IMF를 계기로 사실상 수입이 중단된다. 국내에 아발론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 건 2009년에 이르러서다. 메가 딜러를 꿈꾸던 SK네트웍스가 메르세데스 벤츠, BMW, 토요타의 여러 모델과 함께 3세대 아발론을 판매했다. 수입경로는 본사가 아닌 미국 딜러로부터 공급받는 구조이므로, 처음부터 정식수입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SK네트웍스는 당시 한국토요타가 팔지 않던 아발론 3.5L 최고급 사양을 들여오되, 한국토요타가 정식 수입하는 렉서스 ES350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경쟁 구도를 만들고자 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신통치 않았다. 국내 소비자에게 아발론은 역시 생소한 이름이었고, 덩치 큰 6,000만원짜리 캠리로 인식했다. 아발론이 정식으로 한국 땅을 밟은 건 2013년 4세대 모델이 처음이다. 가격은 4,730만원. SK네트웍스가 수입한 3세대보다 훨씬 저렴한 값이었다. 하지만 디젤 중심으로 돌아가던 분위기 속에서 대중브랜드 3.5L 가솔린 대형세단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는 극히 적었다. 한 달 판매량이 10대 미만에 머무를 때가 많았고, 수년간 팔았어도 아발론을 아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았다.하이브리드와 낮은 가격표로 경쟁력 키운 신형 아발론아쉬운 과거를 뒤로 한 채 신형 아발론은 다시금 한국 시장에 도전한다. 아발론은 캠리와 ES350 사이를 메우는 동시에 토요타와 렉서스를 잇는 모델이다. 즉 한국토요타의 모델 라인업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이번 5세대 아발론은 매력적인 파워트레인으로 존재감을 높였다. 최근 수입차 시장은 디젤과 관련한 여러 문제로 인해 하이브리드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신형 아발론은 이러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2.5L 하이브리드 단일 트림으로 등장했다. 그러면서도 찻값은 구형 3.5L보다 100만원이상 저렴해졌다. 5세대 아발론은 젊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입혔다. 미국 시장에서 평균 고객 연령은 2008년에 64세, 올해는 65세로 여전히 많은 편이다9인치 센터모니터로 첨단 분위기를 더했다. 낮은 대시보드가 더 쾌적한 시야를 만든다차체는 길이 4,975mm, 너비 1,850mm, 휠베이스 2,870mm에 이른다. 동급 기아 K7과 비교하면,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5mm, 25mm 여유가 있고 너비만 20mm 좁다. 넓은 실내 공간과 도어 포켓을 비롯한 다양한 수납공간도 미국 시장을 반영한 흔적들. 최신 토요타차 답게 대시보드 높이를 깎아 전방 시야를 넓혔고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로 대각선 사각지대를 줄였다. 시야가 쾌적해진 덕분에 운전이 더 편하다.공격적인 라디에이터 그릴은 내수용 대형 세단 크라운과 글로벌 렉서스와 궤를 같이한다입체적으로 빚은 후면부는 아발론의 매력 포인트또렷하게 좋아진 주행 품질은 저중심 설계의 모듈러 플랫폼 TNGA 덕분이다. 깔끔하고 직관적인 조향 감각도 평균 이상이다. 아울러 여유로우면서도 절제된 승차감이 차에 대한 만족감을 높인다. 파워트레인은 캠리 하이브리드와 같은 178마력 밀러사이클 엔진과 120마력 전기 모터 조합. 둘을 합친 시스템 출력은 218마력이다. 차 무게가 캠리 하이브리드와 비교했을때15kg 차이에 불과하다. 따라서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연비 성능과 가속성능 모두 캠리 하이브리드와 대동소이하다. 아발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연비성능이다. 기자는 서울 잠실에서 출발해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에코빌리지를 돌아오는 시승코스에서 1리터당 평균 18km 내외의 연비를 기록했다(트립컴퓨터 기준). 성인 남자 셋이 탑승한 채로 스트레스 없이 주행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1리터당 20km를 쉽게 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안전장비는 운전석/조수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총 10개의 에어백, 그리고 후측방 경고, 차선이탈 경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긴급 제동 보조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서울 잠실과 강원도 영월을 왕복하는 시승코스에서 1L당 평균 18km 내외의 연비를 기록했다아발론은 지역색이 강한 탓에 몇 가지 단점이 두드러진다. 고객입장에서 가장 큰 불만은 부족한 편의장비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급 사양인 리미티드 대신 XLE를 들여왔다. 이 때문에 대형세단에 필수 덕목인 오토센싱 와이퍼, 운전석 메모리 기능, 1열 시트 통풍, 2열 시트 열선이 빠져있다. 아울러 내장재와 실내 분위기도 렉서스 ES보다는 캠리에 가깝다. 물론 그랜저와 비교해도 부족한 수준이다. 큰 차일수록 고급하다는 국내 소비자의 인식과 거리가 느껴진다. 이러한 몇 가지 특징에서 역시 미국 중심의 차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신형 아발론은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번 기회를 통해 존재감을 높이려 하지만 국내 소비자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충족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매력적인 파워트레인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나머지는 한국토요타가 소비자를 설득하는 능력에 달렸다. 글 이인주 기자사진 한국토요타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18-11-13 11:34:40 카라이프 - 기획에서 이동 됨]
에이플러스 세단 2018-11-01
에이플러스 세단벤츠의 명확한 성격 구분과 빈틈 공략은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보인다.  언제부터였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라인업 확장에 몰두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크기와 보디 형태가 다른 모델이 서른 가지나 넘는다. 승용 모델만 따져도 그렇다. 당연히 더 이상의 차종 추가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러다 차 이름에 사용할 알파벳마저 모자랄 판이니까. 그런데 여기에 A클래스 세단을 또 추가했다. 앞바퀴 굴림 기반의 소형차만 여섯 가지로 늘어난 것이다. 판매 볼륨을 늘리기 위한 고급차 브랜드의 차종 늘리기 전략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벤츠의 이번 결정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들에게 A클래스에 정말 세단이 필요할까? 쿠페와 세단의 특징을 섞은 CLA라는 차가 이미 있는데 말이다. CLA는 그간 입문용 벤츠로서 브랜드 저변을 넓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왔다. 이 상황에서 A클래스 세단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기자는 이런 궁금증을 안고 글로벌 시승 행사가 열린 시애틀로 날아갔다. 실용적인 소형차에서 스포티한 해치백으로시애틀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하는 도시다. 평균소득, 인구, 부동산 가격 등 해마다 급등하는 경제지표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동아시아, 캐나다, 알래스카 등 다양한 문화가 교류하는 지리적 이점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코스트코, 보잉,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본사가 위치한 덕분이다. 작년 가을에는 메르세데스 벤츠도 이곳에 미국 내 여섯 번째 R&D센터를 개소했다. 시애틀 R&D센터에선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필두로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과 커넥티드 카 기술 개발을 맡는다. 아울러 양산차 최초의 인공지능 인포테인먼트 MBUX에서 구동하는 일부 프로그램도 연구 중이다. A클래스는 MBUX를 처음으로 도입한 모델. 이 차의 글로벌 시승회를 시애틀에서 진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젊고 똑똑한 인재가 모이는 핫플레이스와 첨단 기술을 품은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의 만남은 퍽 어울리는 조합이니까.참고로 A클래스가 이렇게 화려해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세대와 2세대는 톨보이 스타일의 보디로, 높직한 승차 위치와 시야를 자랑하는 유럽형 MPV였다. 운전이 편할 여러 특징을 두루 갖춘 덕분에 고급 브랜드를 선호하지만, 주머니 사정은 가벼운 노년층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는 A클래스가 장차 C클래스, E클래스를 구입케 만드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따라서 3세대 모델은 고객평균 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었다. 젊은 고객을 사로잡을 확실한 방법은 주행성능을 강조한 낮고 넓은 해치백 스타일. 그들의 소형차 전략이 공격적으로 달라진 시점도 이 무렵부터다. 벤츠는 크로스오버 GLA, 4도어 쿠페 CLA 등 플랫폼을 공유하는 다른 소형차를 추가해 폭넓은 고객층을 공략했고, 꽤 의미 있는 효과도 거두었다. A와 B클래스만 있던 2012년 벤츠의 소형차 판매는 약 23만 1,000대였지만 라인업을 늘린 이후인 2014년에는 46만 3,000대였다. 불과 2년 사이 두 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이번 4세대 A클래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중국과 미국 그리고 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려 한다. 이 지역은 고급차 브랜드로선 절대 놓칠 수 없는 큰 시장이자 전통적으로 해치백을 선호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A클래스에 정통 세단을, 그리고 중국을 위해 롱 휠베이스 세단을 추가한 배경이다. 프리미엄 콤팩트카 기준을 끌어올린 A클래스A클래스 세단은 해치백과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겉모습도 마찬가지다. 앞쪽부터 앞문까지는 해치백과 판박이다. 휠베이스도 같고 리어 오버행만 130mm 늘었다. 엉덩이는 다소 앙증맞다. 하지만 모양새는 영락없는 벤츠다. 짧은 차체가 주는 시각적 단점은 낮고 긴 보닛과 날렵한 헤드램프, 그리고 측면 캐릭터 라인으로 상쇄했다. 공기가 맑고 햇볕이 강렬한 미국 서부에서 감상하니 철판 성형이 또렷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인 특징도 더 살아난다. 개발을 이끈 콤팩트카 개발 담당 요르그 바텔스는 우리에게 A클래스 세단을 만들며 겪은 어려움을 이렇게 전했다. “3박스 세단으로서 좋은 비율을 유지하는 동시에 스포티한 분위기와 넉넉한 뒷좌석 공간을 만드는 게 어려웠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측면을 다시 살폈다. A필러에서 C필러 꼭짓점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뻗은 지붕선과 옆 창문의 윗변이 눈에 들어왔다. 뒷좌석 헤드룸을 키우기 위한 나름의 방법인 셈이다. 차체 뒤쪽으로 갈수록 완만하게 떨어지는 CLA 지붕선과 확실히 다른 형태다.  뒷좌석은 동급에서 가장 넓고 편하다. 어깨를 비롯한 상체공간이 충분하고 헤드룸도 여유 있다.방석 길이가 충분하고 등받이 각도가 알맞게 설계됐다 실내 분위기는 기대 이상으로 고급스럽다. 문짝 여닫는 느낌이 상위 모델처럼 견고하며,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에 바느질 장식도 넣었다. 단번에 눈을 사로잡은 디스플레이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E와 S클래스가 그랬던 것처럼 10.25인치 LCD 두 개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합쳤다. 그런데 A클래스는 윗부분 덮개까지 제거했다. 덕분에 대시보드 높이가 낮아져 시야가 좋아졌을 뿐 아니라 미래에서 온 듯한 시각적 효과도 거둔다. 외부 빛에 의한 난반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LCD에 특수한 포일(Foil)을 더했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꼼꼼한 품질을 더했다.특징적인 와이드 디스플레이 스크린은 10.25인치 LCD 두 개로 이루어진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다 한편, 동급에서 보기 드문 시트 통풍 기능까지 있는 걸 보니 시작 트림과 최상위 트림 간의 가격 차이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실내 부위도 정성스럽게 매만졌다. 멀티 펑션 스위치와 기어 레버, 시트 조절과 윈도우 버튼 등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든 게 없다. 뭐, ‘잘 만들어 나눠쓰자’는 전략이니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신형 A클래스를 통해 선보인 이 실내는 앞으로 등장할 다른 소형 모델들과 공유될 예정이다. 새 실내에 익숙해질 즈음, 쌀쌀한 시애틀의 아침 공기를 가르며 시승에 나섰다. 코스는 예상외로 길다. 시애틀 도심에서 출발해 마운트 레이니어 국립공원을 지나 소도시 야키마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여정이다. 시내와 고속도로, 국도가 골고루 포함돼 있으며 왕복 거리는 약 500km다.S클래스급 반자율주행 품은 꼬마 벤츠출발지인 호텔에서 벗어나 첫 번째 교차로에 들어섰을 때, 내비게이션 화면이 전방 영상에 3D 화살표를 띄웠다. 운전자가 정확한 길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실시간 전방 영상과 가상 그래픽 이정표를 합성하는 증강현실 기술이다. 교차로가 가깝게 연달아 있으면,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릴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특히 유용하다. 고속도로에 올라 제한속도 시속 60마일에 맞춰 반자율주행을 시작했다. A클래스의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S클래스에 탑재된 대부분 기능을 포함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시스템은 폭넓은 기능을 제공하지만, 국내에선 관련법 문제로 일부 기능을 막아둔 상태. 미국에선 이를 전부 사용해볼 수 있었다. GPS와 내비게이션 정보로 코너, 나들목, 로터리를 파악하고 미리 속도를 줄이거나, 반자율주행 상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면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단, 차선 변경은 편도 4차로 이상 도로에서 주변에 차가 15초 이상 지나가지 않을 때만 작동한다. 조건이 까다롭고 시승 당시 교통량이 적잖았던 탓에 좀처럼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운전자가 정확한 길안내를 받을 수있도록 실시간 전방 영상과 가상 그래픽 이정표를 합성하는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직선이 펼쳐진 국도에 들어서 잠시나마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본다. 시승차는 2.0L 터보 엔진에 상시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맞물린 A220 4매틱. 188마력의 최고출력은 A클래스를 경쾌하게 이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초 만에 가속한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부드럽고 재빠르게 기어를 바꾼다. 스포티한 감성을 쫓는 CLA와 다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함일까? 정확한 조향감과 절도 있지만 편안한 승차감도 여느 벤츠 세단과 다름없다. 단 시승차는 19인치 휠을 장착한 탓에 노면에서 오는 큰 충격을 솔직하고 여과 없이 전달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4매틱을 탑재한 시승차의 서스펜션 구성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독립식 4링크다. 기본형인 앞바퀴 굴림 모델의 뒤쪽 서스펜션은 토션빔 액슬이다. 콤팩트카 개발 담당 요르그 바텔스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토션빔 액슬은 그동안 승차감이 만족스럽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젠 목표 성능을 충분히 만족하죠. 핸들링 테스트를 비롯해 시속 220km로 달려도 안정적인 거동과 조종안정성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앞바퀴 굴림이라도 가변형 댐퍼와 큰 휠, 고출력 엔진을 얹은 모델에는 뒤쪽에 독립식 4링크를 사용합니다.” 기본형 모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독립식 4링크 리어 서스펜션이라는 얘기다.인공지능 인포테인먼트 MBUX국립공원 산 정상에서 차를 잠시 세우고 커피 타임을 가졌다. 낯선 도로 환경에서 긴장했던 몸도 풀겸 MBUX를 사용해봤다. 예전부터 자동차의 음성인식 기술은 존재해왔지만, 정해진 문장과 단어만 알아듣는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MBUX는 대화형식 구어체 문장을 알아듣는 인공지능 인포테인먼트다. 애플이 만든 ‘시리(Siri)’와 비슷하다. “헤이 메르세데스”라는 말로 MBUX를 부르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하고 응답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대화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음성으로 실내 조명색, 공조기 온도, 시트 열선을 비롯한 차의 기능을 제어하거나 원하는 목적지를 검색할 수 있다. 예컨대 “실내 온도를 1도 올려줘”라며 직접적인 명령은 물론, “나 추워” 같이 그 뜻을 돌려 전달해도 알아듣는다. 뿐만 아니다. “오후에 문 여는 별점 4개짜리 이탈리안 식당을 찾아줘, 단 피자가게 빼고”와 같이 복잡한 대화를 인식하고, 스포츠경기 결과를 묻거나 “너의 아빠는 누구야?” 같은 짧은 대화도 가능하다. 벤츠는 운전상황에 따라 가장 편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차의 기능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음성 인식(MBUX), 터치패드, 스티어링 휠의 터치컨트롤, 터치스크린 네 가지 방법을 마련했다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원리는 대화음성을 분석하는 시스템에 있다. MBUX에 입력된 사용자 음성은 차에 탑재된 컴퓨터와 인터넷 서버로 연결된 클라우드 시스템이 함께 분석한다. 클라우드 시스템 기반으로 새로운 유행어를 학습하며 알아듣고 검색 결과에 따라 질문에 대한 답도 달라진다. MBUX를 개발한 캐시디 슈바르체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비영어권 국가의 사람들 발음까지 인식하고 학습하도록 만들었다고 전한다. 실제로 기자가 시험 삼아 건넨 “턴 온 사지라이또 라지오(Turn On Satellite Radio)”라는 일본식 영어 발음을 알아듣고 위성라디오를 작동시켰다. 내년에 만날 MBUX 한국어 버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만 가는 순간이다. 야키마에서 식사를 마치고 다시 돌아오는 길. 이번에는 뒷좌석에 앉아 승객 입장이 돼보았다. A클래스는 동급 세단 중 실내 좌우 폭과 머리공간이 가장 넓다. 물론 차급의 한계가 분명하기에 넉넉하다거나 넓다고 말할 만큼은 아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착좌감은 편하다. 방석 길이가 충분하고 등받이 각도와 힙 포지션을 알맞게 설계한 덕분이다. 또한 타고 내리기도 수월하다. 이러한 뒷좌석은 A클래스 세단과 CLA를 구분 짓는 명확한 특징 중 하나다.  A클래스 세단과 ‘대중성’ 부담을 덜어낸 CLAA클래스 세단을 경험하고 나니, 이젠 ‘CLA가 굳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CLA는 젊고 새로운 고객을 이끌던 이상적인 소형차였다. 덕분에 평균 연령이 크게 낮았고, 고객 절반 이상이 이전까지 벤츠를 소유해본 적 없던 이들이었다. 벤츠가 그토록 원하던 결과였다. 그러나 4도어 쿠페의 한계는 분명했다. 승차감이 딱딱했고 스타일을 중시한 나머지 공간과 편의성이 부족했다. 따라서 보다 폭넓은 고객을 포용할 스텐다드한 세단이 필요했다.신형 A클래스 세단은 이 모든 것을 해낸다. 작지만 당당한 세단으로서 제대로 된 뒷좌석과 편안함을 갖췄다. 또한 최첨단 장비와 스타일마저도 매력적이다. A클래스 세단이 데뷔하고 나면 아마 CLA의 존재감은 다소 약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즐거운 일이다. 승용 모델의 역할이 확고하다면 가지치기 모델은 더 또렷한 개성과 목소리를 낼 테니까. 대중성이라는 짐을 덜어낸 CLA는 앞으로 4도어 쿠페의 성격을 더욱 강조할 수 있게 되었다. 명확한 성격 구분과 빈틈 공략. 벤츠가 라인업을 끊임없이 확장할 수 있는 저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전략도 성공적으로 보인다.  글 이인주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롱텀 시승기 3회] 현대 벨로스터 N, 래핑하고 오너.. 2018-10-31
HYUNDAI VELOSTER N래핑하고 오너스 데이를 다녀오다전 시리즈 보러가기차를 산지 두 달이 조금 넘었는데 누적 주행거리가 벌써 6,000km를 넘어섰다. 전에 탔던 아반떼 스포츠는 중고차로 팔 때 누적 주행거리가 높아 불리했다. 주행거리 탓을 하며 가격을 낮추려는 중고차 매입 직원을 보고, 벨로스터 N을 사면 아껴서 타리라 마음먹었는데 ‘차쟁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많이 돌아다닌 만큼 이번 달도 많은 일이 있었다. 먼저 그동안 차를 타면서 정말 해보고 싶었던 래핑을 드디어 했다. <자동차생활> 김민겸 기자와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는데 마침 래핑 전문점 취재를 다녀온 후였다. 해당 업체는 벨로스터 N 출시에 맞춰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다. 김 기자의 귀띔을 듣고 지갑을 열어 본 후 5초의 고민도 없이 결단을 내렸다. 결과는 사진처럼 대성공.처음엔 일반 벨로스터 터보 색상 중 하나인 ‘썬더 볼트’를 생각했다. 노란색으로 차체를 덮어 벨로스터 N이 아닌 척 위장을 하려 했다. 노란색 외에 포르쉐 전용 색상 중 하나인 ‘마이애미 블루’를 대비책으로 정하고 업체를 방문했다. 업체를 방문하니 변수가 생겼다. 노란색과 카본 필름은 생각보다 내구성이 안 좋아 색이 바래기 십상이고, 마이애미 블루는 가져간 사진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며 색상 변경을 권유했다. 수백 장에 달하는 샘플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왔다. 결국 아우디 RS를 상징하는 ‘텔레 그레이’로 색을 정하고 빨간색 포인트는 노란색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래핑 지는 오라칼 제품.]국내에, 아니 전 세계에 단 한 대뿐인 ‘텔레 그레이’ 벨로스터 N이다. 노란색 포인트는 덤작업은 이틀 정도 걸렸다. 재미난 이야깃거리는 없다. 금액을 지급하고 차를 받아 집에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느낀 점을 감상문으로 쓰면 좋으련만, 차 안에선 겉모습을 볼 수 없으니 래핑 이야기는 이걸로 끝. 출고 시 별다른 안내 사항도 없었다. 직원은 “대부분 중고차로 팔 때까지 문제없다”고 말했다. “세차할 때 고압수를 너무 가까이 분사하지 말라”는 주의 사항 정도를 들었다. 아무튼 출고는 순식간에 이뤄졌다.마음에 쏙 드는 색상 덕분에 기분이 들떴다. 그러던 중 현대자동차에서 연락이 왔다. ‘벨로스터 N 오너스 데이’에 당첨됐으니 참가하라는 내용이었다. 오너스 데이는 벨로스터 N 오너 50명을 초청해 맛있는 밥도 먹고 서킷도 달리는 행사다. 국내에서 이런 행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수입차 브랜드는 포르쉐와 맥라렌이다. 고성능 브랜드 N을 내놓은 현대차가 단순히 차만 팔 생각은 아닌 모양이다.오너스 데이는 선착순이다. 벨로스터 N은 사전예약 첫날 총 267대가 계약됐는데, 그중 50위 안에 들었어야 했다. 현대차의 영업 전산망이 열리는 시간은 오전 8시 30분. 50명까지 5분이 채 안 걸렸다는 후문이다. 나는 운이 좋았다. 7명 추가 인원을 뽑았는데 그중 한자리를 잡았다. 행사는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던 9월 마지막 주에 열렸다. 현대차는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꼼꼼한 사전 준비를 했다. 오너스 데이는 시승차가 없다. 본인의 차를 끌고 인제스피디움에 가야 한다. 때문에 사전 점검을 실시했다. 16가지 항목 체크리스트를 발송해 인근 현대차 사업소에서 ‘OK' 사인을 받아 오도록 했다. 때아닌 리콜 소동도 있었다. 아마 신차 출시 후 가장 최단 시간 리콜이 아니었을까. 엔진 하단을 떠받드는 크로스 멤버와 변속기를 붙들고 있는 롤 마운트의 간섭 우려로 크로스 멤버 교환을 받아야 했다. 당시 800여 대의 벨로스터 N이 소비자에게 인도됐고 단 2대에 불량 증상이 나타났다. 추석 연휴 기간이었지만 현대차는 신속히 움직였다. 벨로스터 N을 출시하며 정식 사업소엔 ‘하이테크’ 전담팀이 생기기도 했다. 벨로스터 N뿐만 아니라 앞으로 늘어날 고성능 라인업에 대응하기 위한 그룹이다. 하이테크 전담팀은 추석 연휴임에도 출근해 수리를 도맡았다. 필자의 차는 북부 서비스센터에 입고했는데, 담당 기술자는 크로스 멤버가 무엇인지, 왜 갑자기 부품을 교환하는지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 궁금증을 해소해줬다.대망의 오너스 데이 당일. 서킷에서 안전을 엄수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관계자들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N 브랜드의 역사와 벨로스터 N 개발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인제스피디움 패독 한쪽에는 차를 만든 연구원들이 직접 각 파츠에 대해 알려주고 질문도 받았다. 가령 배기 시스템을 만든 개발자에게 팝콘 사운드에 대한 원리를 직접 들을 수도 있었다. 현대차는 인제스피디움 2층 라운지에서 인사말과 함께 행사를 시작했다. 담당 연구원들이 직접 개발 스토리와 성능에 대해 설명해 줬다행사는 두 팀으로 나눴다. 초급자는 ‘퍼포먼스 블루’에, 어느 정도 서킷을 타본 참가자는 ‘액티브 레드’로 편성했다. 사전 설문조사를 너무 성의 없이 한 까닭일까. 필자는 퍼포먼스 블루로 배정됐다. 퍼포먼스 블루팀은 액티브 레드팀이 서킷을 달리는 동안,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같은 기본적인 레이싱 용어를 배우고, 짤막하게 짐카나 코스를 달렸다. 운전면허 따러 가서 안전교육을 들은 셈이다. 해가 지기 전 우리도 이론 교육을 끝내고 코스인 했다. 벨로스터 N으로 영암 서킷은 달려봤지만 인제 서킷은 처음이다. 고급유를 가득 채우고 왔는데 웬걸, 10분 정도 천천히 코스를 익히는 게 전부였다. 얼마나 거북이 주행을 했는지 총 4바퀴를 돌지 못했다.행사 인증샷. 31번 차량으로 참가했다 이날 서킷을 처음 경험하는 참가자도 있어 이런 행사 운영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나는 첫날만 참여하고 돌아가야 했다. 때문에 래핑 이야기처럼 오너스 데이 이야기도 사실 할 말이 많진 않다. 그렇게 10분 정도 코스를 돌고 저녁 만찬에 참여한 뒤 복귀했다. 조금 아쉬웠지만 소비자들과 함께 소통하려는 현대자동차의 모습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행사에 참여한 지인을 통해 둘째 날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 시간을 트랙 위에서 보냈고, 짐카나를 빠르게 주파한 소비자는 경품을 받기도 했다. 첫 행사인 만큼 완벽하진 않았지만 대부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갔다.오너스 데이는 꼭 1박 2일 하고 오시길……오너스 데이는 이번이 끝이 아닌 시작이다. 현대차는 앞으로 계속해서 행사를 열 모양이다. 국내뿐 만이 아니다. N을 상징하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선 ‘i30 N 오너스 데이’가 열리기도 했다.  글 사진 이병주
역대 XJ와 함께한 유럽 1,000km, 반세기 시간 .. 2018-10-26
역대 XJ와 함께한 유럽 1,000km 반세기 시간 여행 - 하상 보러가기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재규어2003~2009약 300km 가량을 달려 영국에서의 시간 여행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 다음 목적지는 프랑스로 넘어가기 위한 선착장뿐이다. 시간은 2008년식 4세대 XJ(X350)로 35년을 훌쩍 뛴다. 트윈 램프와 늘씬하게 빚은 차체는 분명 과거를 바라보지만, 그 아래 품은 리벳접합 알루미늄 차체와 V8 수퍼차저 엔진 내공은 미래를 바라보는 모델이다. 감회가 새롭다. 학창시절 드림카를 10년의 세월이 흘러 클래식카로 만나다니. 게다가 이 차는 그중 최고 사양인 2008 다임러 수퍼 V8이 아닌가. 세계에 단 863대 팔린 모델을 탄다는 감상에 젖어 괜히 한번 보닛을 쓰다듬어 본다. 시트에 앉자 엉덩이가 폭 파묻힌다. 높은 벨트라인(옆 유리창과 문짝 위 경계선)과 낮은 시트 높이는 영락없는 요즘 세단의 모습. 가로로 길쭉한 나무 무늬 대시보드는 1세대부터 이어온 과거의 흔적이다. 현대와 과거를 멋지게 버무렸다. 영국 신사 지팡이 같은 도톰한 J 게이트 변속 레버를 뒤로 당겨 앞으로 나아갔다. 선착장까지는 고속도로가 이어졌다. 구름 위를 둥둥 떠다녔던 1세대와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안정감이다. 35년 세월이 흐르면서 운전대엔 유격이 사라졌고, 서스펜션은 부드럽지만 눌림에 따라 팽팽히 굳어 휘청거리지 않는다. 더욱이 3,160mm의 길쭉한 휠베이스가 웬만한 충격은 시소 타듯 흘리니 언제나 여유롭다. 고속도로에서 4.2L 400마력 출력을 맘껏 쏟아낼 수 있던 이유다.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오후 8시. 널찍한 남쪽 평야의 해는 오래도 걸려있다. 하늘이 일찍이 붉게 물들었음에도 포츠머스 선착장에 도착할 때까지도 빛이 남아있었다. 배에 XJ를 집어넣으며 첫날 일정, 그리고 영국 일정은 모두 끝났다. 200km 가량을 배로 이동해 11시간 뒤 프랑스 세인트 말로 선착장에 닿으면 다시 시간 여행 시작이다.XJ40에 얽힌 이야기재규어 설립자 윌리엄 라이온스의 손길이 닿은 마지막 XJ다. 그는 XJ40출시 1년전 세상을 떠났지만, XJ40 개발 과정에 자문을 아끼지 않았다.각 잡힌 스타일이 돋보이는 XJ40X300은 변속레버와 센터패시아가 깊숙이 박혀있다X350보다 뻣뻣한 스타일 덕분에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X300프랑스 세인트 말로에 도착한 XJ 1986~200211시간 뒤 프랑스 세인트 말로에서 눈을 뜨자, 이제 시간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식 3세대 XJ(X308, XJ8 오토)다. 4세대 X350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비교적 바람 빠진 듯 뻣뻣한 모습이 더 고풍스럽다.실내 역시 X350과 같은 구성이나 한결 더 평평하다. 그런데 놀라운 트릭을 발견했다. 페달 위치에 맞춰 시트를 조정했더니, 다리가 보닛 아래로 깊숙이 들어간다. 대시보드가 코앞으로 다가와 이래도 되나 싶지만, 깊게 파인 센터패시아와 변속레버 위치가 알맞은 자리란 걸 알려준다. 덕분에 뒷좌석 무릎 공간은 널찍이 벌어진 상황. 아, 이는 길쭉한 보닛과 트렁크로 멋을 살리면서도 공간까지 확보한 재치였다. 비록 운전자는 보닛에 바짝 붙은 시야가 다소 답답하지만 밖에서 멋있으니 그걸로 됐다.바짝 붙은 운전 자세는 나름 자신감을 심어줬다. 우측통행 프랑스에서 운전석이 오른쪽에 달린 영국 대형세단을 모는 불편한 상황이지만 각진 보닛 끝이 적나라하게 보여 별문제 없다. 덕분에 부담 없이 재규어 최초 V8 엔진을 만끽했다. 3.2L 엔진이 내는 243마력의 출력은 1.8t 덩치를 넘치지 않도록 부드럽게 이끈다. 당시 XJ 중 가장 작은 배기량인 만큼 화끈한 성능보다는 부드러운 주행에 초점이 맞춰졌다. 고급차답게 높은 rpm에서도 철저히 소리를 죽인다.참고로 2세대 XJ40은 상황이 여의치 못해 동승만 해볼 수 있었다. 3세대(X300, X308)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지만, 모두 한 플랫폼을 공유하는 사이다. 8방향으로 조절되는 전동 시트와 디지털 계기판 등 바로 이전 1세대 시리즈 3보다 편의사양이 많이 늘어난 게 특징이다. 개인적으로 각진 스타일을 좋아하는 기자가 이 차를 못 탄 게 지금도 아쉽다.X308에 얽힌 이야기XJ 역사상 처음으로 8기통 엔진을 얹었다. AJ-V8 엔진은 이전 6기통과 12기통 엔진을 모두 대체했으며, 가장 강력한 모델은 수퍼차저를 더해 최고출력 375마력을 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XJ이기도 하다.마치 스포츠카처럼 폭 파묻힌 X351 운전석X351은 구향 XJ사이에서 눈에 띄게 다르지만, 우아한 스타일만큼은 구형 못지않다2009~현재이제 최종 목적지 파리까지 1/4도 남지 않았다. 도시가 가까워지면서 차들이 많아져 불편해지는 상황. 다행히 우리의 마지막 차는 최신 XJ(X351, XJ50)다. 구형 XJ 사이에서 미운 오리 새끼마냥 톡 튀는 생김새지만, 우아한 분위기만큼은 클래식카 못지않다. 특히 길쭉하게 늘려놓은 리어 오버행과 그 위를 하나의 큰 곡선으로 덮은 과감한 실루엣이 압권이다. 클래식 XJ를 타다 앉은 최신 XJ는 마치 스포츠카 같았다. 높은 센터터널과 벨트라인 사이 낮은 시트에 폭 파묻혀 보호받는 느낌이랄까. 대시보드 뒤로 넓게 두른 무늬목 장식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내내 봐왔던 거대한 나무 범벅 대시보드에 그새 정들었는지, 빈자리가 못내 아쉽긴 하다.시간이 많이 지체된 탓에 우리는 꽤 빠른 속도로 파리를 향했다. 심장은 여태 탄 차 중 가장 작은 3.0L 디젤이지만, 대배기량 클래식 XJ들을 수월하게 비껴간다. 직분사와 트윈 터보 등 온갖 최신 기술이 끌어낸 71.4kg∙m 두툼한 토크는 배기량을 초월하기에 충분했다. 비록 질감만큼은 12기통 가솔린 엔진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말이다.이윽고 파리에 들어서자 유서 깊은 돌길이 펼쳐졌다. 이 울퉁불퉁한 길을 최신 XJ와 함께여서 천만다행이다. 다른 차였다면 터덜거렸을 거친 길 위에서 XJ 에어서스펜션은 잔잔한 흔들림만을 남긴다. 이 은은한 흔들림을 즐기는 사이, 어느덧 개선문을 돌아 파리모터쇼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로써 영국 캐슬 브롬위치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1,000km 여정이 모두 끝났다. 분명 2018년을 달렸지만, 그 시절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XJ는 우리를 50년 전, 또는 30년 전으로 이끌었다. 평소 과거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일이다. 재규어는 XJ 반세기 역사를 생생히 지켜왔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를 찬란하게 조명한다. 헤리티지는 말로만 만들어지지 않았다.XJ50은?‘50’이라는 글씨에서 엿볼 수 있듯, 50주년 기념 특별 모델이다. 현세대 X351을 바탕으로 새로운 20인치 휠과 함께 곳곳에 XJ50 로고를 더해 꾸몄다. 우리나라에도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역대 XJ와 함께한 유럽 1,000km , 반세기 시간.. 2018-10-26
역대 XJ와 함께한 유럽 1,000km 반세기 시간 여행하 보러가기 전 세대 XJ가 1,000km 여정을 떠났다. 영국 재규어 공장에서 50년 전 XJ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파리모터쇼를 향해.글 윤지수 기자 사진 재규어“네? 이걸 타고 파리까지 간다고요?” 모든 XJ를 탄다는 소리만 듣고 동네 몇 바퀴 돌아볼 줄 알았건만, 어안이 벙벙했다. 50년 묵은 자동차가 1,000km를 여정을 견딜 수 있을까? 아니 내 허리는 괜찮을까? 온갖 걱정이 머릿속에 차올랐지만, 형형색색 XJ를 보자 걱정은 이내 설렘으로 뒤덮인다. 이토록 아름다운 클래식카를 맘껏 탈 수 있다니, 허리가 뭐 대수인가.캐슬 브롬위치 재규어 공장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길쭉한 리어오버행이 아름다운 시리즈 3. 뒤로 갈수록 떨어지는 실루엣이 시각적 무게를 덜어낸다지천명 세월을 되뇌다지난 1968년 파리 모터쇼에서 첫 XJ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지금, 역대 모든 XJ가 한 자리에 모였다. 재규어가 태어나는 영국 캐슬 브롬위치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달려 50년 전 그날을 기리기 위해서.영국 날씨가 이렇게 좋을 때가 있었나? 하늘도 XJ 50주년을 축하하듯 화창하다. 쨍쨍한 햇빛이 주름진 XJ 보닛에 부딪혀 어지럽게 흩어진다. 모두 공장에서 방금 나온 듯 흠집하나 찾아볼 수 없이 깨끗한 상태. 이 날을 위해 재규어가 모아온 역대 XJ를 다시금 갈고 닦았다. 늘어선 XJ를 보고 있자니 멋지다는 생각 뒤에 시샘이 뒤따른다. 우리네 브랜드의 50주년은 어땠던가.대시보드 전체를 뒤덮은 나무무늬 장식과 가죽으로 감싼 운전대가 화려한 시리즈 3 XJ 시리즈 3에 얽힌 이야기뭐가 바뀌었는지 눈 크게 뜨고 살펴야 하지만, 이탈리아 카로체리아(디자인 능력을 갖춘 자동차 공방) 피닌파리나가 디자인에 참여한 최초의 XJ다. 피닌파리나의 영향인 걸까? 시리즈 3은 1979~1992년까지 무려 17만7,243대가 생산돼 1세대 세 개 시리즈 중 가장 인기리에 판매됐다.1979~1992몸이 달아오른 기자단의 분위기를 알았는지, 짧은 코스 설명 후 곧바로 1,000km 여정이 시작됐다. 우리의 첫 파트너는 1987년식 붉은색 XJ 시리즈 3(XJ6 4.2 소버린). 시리즈 1~3으로 이어지는 1세대 마지막 모델이다. 처음 마주한 클래식 XJ는 역시 실루엣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뒤쪽을 끌어내려 길쭉하게 뽑아낸 리어 오버행엔 유럽 고급 세단의 로망이 가득하다. ‘철거덕’ 단단히 조인 문짝을 당겨 오른쪽에 탔다. 여기는 ‘우핸들’의 나라 영국이니 말이다. 얇은 운전대와 짧은 시트는 영락없는 오래된 차의 모습. 나무 무늬로 뒤덮은 대시보드와 가죽으로 감싼 운전대는 당시 이 차의 위상을 대변한다. 높낮이 조절 따윈 없는 시트를 조정한 후 페달을 밟았다.30년 세월이 무색하게 XJ는 도로 위를 흐르듯 미끄러졌다. 직렬 6기통 엔진은 그 명성처럼 기분 좋게 박동하고, 낭창한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둥글게 걸러낸다. 207마력 4.2L 엔진 또한 기계식 스로틀 반응이 즉각적이다. ‘클래식카는 불편하고 느리며 시끄럽다’는 기자의 편견이 첫 차부터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한적한 유럽 도로에서 나무 범벅 대시보드를 아래 둔 채 얇은 운전대를 잡고 있으니 80년대를 달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당시 이 정도였다면 분명 구름 위를 달리는 기분이었으리라.그러나 격한 주행에서까지 구름처럼 떠다녀 환상은 짧게 끝났다. 유럽 도로에 즐비한 회전교차로를 돌아갈 때마다 마치 스태빌라이저 떼어낸 듯 휘청거렸고(물론 스태빌라이저는 있지만), 밀리는 브레이크는 1.8t 덩치를 실감시킨다. 30년 세월을 다시 보상받았다.XJ 시리즈 2 쿠페에 얽힌 이야기 1975년부터 78년까지. 겨우 3년만 판매되고 사라진 XJ 쿠페는 그 짧은 기간 동안 자동차 경주에 열심히 참여한다. 1976~1977 유러피언 투어링카 챔피언십에 참가했고, 1977년엔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재규어 랜드로버 클래식 워크스는 어떤 곳?재규어 시리즈 3을 끌고 도착한 첫 장소는 재규어-랜드로버 클래식 워크스였다. 클래식 재규어-랜드로버 복원 센터로, 그 규모는 1만4,000㎡에 달한다. 클래식카만을 위한 54개 워크베이가 마련됐으며, 500여 대의 클래식카를 보유하고 있다. 1973~1979첫 번째 경유지인 재규어 클래식 워크스에 도착해 다시 11년의 시간을 되돌렸다. 이번엔 1978년식 시리즈 2 쿠페(XJ V12 5.3C)로, XJ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 쿠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크롬 범퍼와 비닐 루프다. 고무 범퍼를 쓴 시리즈 3과 달리 크롬 범퍼가 달려 한결 자연스럽다. 역시 클래식카는 번쩍이는 크롬이 진리다. 검은 비닐로 덮인 천장 역시 클래식 분위기를 띄우지만, 사실은 B 필러가 없어 천장이 휘는 바람에 생기는 페인트 균열을 가리는 역할이었다는 씁쓸한 후문.실내 역시 화려하다. 당시 이 차의 위상은 지금의 S클래스 쿠페 이상이었을 테니 무리도 아니다. 다만 11년 세월을 거스르는 동안 센터패시아 무늬목 장식과 가죽을 덧씌운 운전대는 사라진 모양이다.가속 페달에 발을 올려놓자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40년 전 자연흡기 V12 엔진 앞에서 가슴 안 뛸 자동차 마니아가 어디 있을까. 과감히 페달을 밟자 우렁찬 소리와 함께 튀어나간다. 무려 12개 피스톤이 제각각 폭발하는 회전 질감은 두말할 것 없이 풍요롭고, 288마력 출력도 거뜬하다. 40년 전 재규어에서 요즘 차에도 없는 매력을 느끼다니. 특히 전자 장비 없는 기계식 구조가 12기통 질감을 더욱 직관적으로 전한다. 다만 3단에 불과한 자동 변속기(보그워너)는 엔진 힘을 제대로 끌어내기엔 버거웠다.대형 차체와 12기통 엔진, XJ 쿠페는 영락없는 GT(장거리 여행용 자동차)임에도 마냥 편안하진 않다. 팽팽한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적잖게 유입한다. 쿠페답게 승차감보다는 달리기에 더 집중한 모양새로, 역시나 코너에서 쏠림을 든든히 억제한다. 역동적인 움직임에 12기통 엔진을 채찍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타이어를 짓이기기엔 너무 귀한 차라 참아야 했다. 검은 가죽과 금속 패널로 마감한 실내가 쿠페답게 역동적이다XJ 시리즈 1에 얽힌 이야기‘세계 최초 12기통 4도어 세단.’ 이 한마디로 모든 게 설명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리즈 1은 최고속도 시속 225km를 기록해 당시 가장 빠른 세단이기도 했다.시리즈 2 쿠페는 역동적인 몸놀림이 돋보였다시리즈 1 실내. 운전대 안에 달린 작은 은색 반원 링은 경음기 버튼이었다시리즈 1은 거대한 그릴이 달려 가장 권위적이다1968~19731,000km 여정의 4분의 1 지점인 옥스퍼드를 지날 즈음 시간은 5년 전 더 깊숙한 과거로 빠져든다. 드디어 XJ의 시작, 1973년식 시리즈 1이다. 그중에서 이름도 화려한 으뜸 사양, 다임러 더블 식스 반덴 플러스 리무진이다. 재규어 최고 사양(다임러), 12기통(더블 식스), 롱 휠베이스(리무진)라는 뜻. 참고로 다임러는 독일 다임러와 전혀 관계없으며, 그 유래는 1960년 재규어가 인수한 영국 최초(1896) 자동차 메이커 다임러에서 가져왔다.모양이 ‘거기서 거기’인 시리즈 1은 바닥으로 내려앉은 크롬 범퍼와 웅장한 그릴로 구별할 수 있다. 시리즈 2부터는 미국 안전 규제 때문에 범퍼가 위로 올라가, 시리즈 1만의 특징으로 남았다고. 거대한 나무 무늬 장식이 펼쳐진 실내는 여전하다. 그런데 대시보드 가운데 떡 하니 놓인 온갖 토글스위치가 눈길을 끈다. 시리즈 2보다도 더 많은 기능이 달린 걸까? 자세히 보니 와이퍼, 워셔 분사, 헤드램프, 유리창 조절 버튼…. 당연한 전기 장치들을 한가운데 자랑스레 늘어놓았다. 당시엔 이 정도도 꽤나 고급 장비였던 모양이다. 변속 레버 뒤 금장 V12 엠블럼에서 세계 최초 12기통 세단의 자부심도 엿보인다. 45년 전 12기통 대형 세단에 앉았다. 폭신하게 파묻히는 시트, 시야 아래를 가득 매운 긴 보닛, 존재를 감추는 12기통 엔진, 구름 같은 서스펜션까지. 한적한 영국 가로수길을 유유자적 흐르며 반세기 전 정점에 올랐던 감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당시 롤스로이스 실버쉐도우보다 조용하고 빨랐다니 어떤 말이 더 필요할까. XJ 50년 역사의 시작점답다.디쉬타입 휠로 한껏 멋을 낸 X350 다임러 수퍼 V8 X350은 거대한 나무무늬 대시보드를 마지막으로 쓴 재규어다영국 포츠머스 선착장에서 프랑스행 배에 올랐다X350에 얽힌 이야기X350은 리벳접합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해, 가장 가벼운 모델(V6 3.0) 무게가 1,539kg에 불과했다. 현세대 그랜저 최저 무게가 1,550kg(2.4 자동)인 걸 보면 이 차가 얼마나 가벼운지 짐작이 간다.
티볼리 & 렉스턴, 쌍용의 쌍룡 2018-10-25
TIVOLI & G4 REXTON 쌍용의 쌍룡쌍용의 대내외적 얼굴 마담을 자처하는 티볼리와 G4 렉스턴이 2019년형으로 재단장을 마쳤다. 쌍용의 쌍룡(雙龍)은 내년 역시 필승의 해를 다짐하고 있었다.SSANGYONG TIVOLI ARMOUR우리 입맛에 쏙글 윤지수 기자사진 최진호우리가 소형 SUV에 바라는 것? 일단 소형차니까 합리적인 가격이 먼저고 연비가 좋아야 한다. 작은 차의 톡톡 튀는 개성도 포인트. SUV니까 가족을 태울 만큼 넉넉하고 또 든든하면 더더욱 좋겠다. 바라는 걸 정리해보니 딱 한 차가 떠오른다. 쌍용 티볼리다.푸짐한 SUV‘이 색 어때? 신상이야~’라고 뽐내는 듯, 주황색 페인트를 뒤덮은 티볼리 앞에 섰다. 작은 덩치에 햇볕처럼 쨍한 주황색 페인트, 거기에 흰색 지붕까지 덮어놓으니 ‘오렌지 팝’이라는 색깔 이름답게 아기자기한 매력이 톡톡 튄다. 왠지 이 차와 함께라면 지난날 탔던 평범한 준중형 세단처럼 심심하진 않을 듯한 기분이다.오렌지 팝 색은 2019년형과 함께 추가된 신상이다(멀리서 보면) 두 개의 배기 파이프가 연상되는 크롬 장식이 추가됐다그러나 티볼리는 겉과 속이 달랐다. 개구쟁이 같은 겉모습 아래 진중한 속내를 감추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운전대 위 쌍용 엠블럼에서부터 각진 대시보드까지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더욱이 예상보다 널찍한 실내가 무게감을 더한다.준중형 부럽지 않게 널찍한 실내. 다소 투박한 스타일은 흠이다그렇다. 티볼리는 넓다. SUV라며 탔더니 경차 실내처럼 좁은 소형 SUV가 아니다. 두터운 센터 콘솔에서 엿볼 수 있듯, 좌우가 멀찍이 떨어져 동승자 옆구리 찌를 일 없고, 각을 잡은 앞 유리 덕분에 머리 공간도 넉넉하다. 소형차지만 준중형 세단에 앉은 기분이랄까. 1,795mm 동급 최대 너비가 수치상 증거다.이거 소형 SUV 맞아?뒷좌석 역시 마찬가지다. 앞좌석을 키 177cm 기자에게 맞춘 후 뒤에 앉았더니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 모두 여유롭게 남는다. 놀랍게도 등받이 각도가 조절되고 바닥까지 평평해 뒷좌석 승객의 볼멘소리 들을 일도 없겠다. 그 뒤 트렁크 공간은 423L. 소형차 주제에 좁은 걸 못 참는 우리나라 성향만큼은 제대로 해결한다.이제 자세히 들여다보자. 오르간 타입 페달, D컷 운전대, 1열 열선 및 통풍 시트, 2열 열선, 퀼팅 시트, 운전대 열선, 좌우 독립 풀 오토 에어컨……. 인기를 끌 만한 사양은 아낌없이 넣어 놨다. ‘소형차는 소형차다워야지’라며 경쟁 SUV가 쭈뼛댈 때, 티볼리는 머뭇거리지 않았다.새로이 바뀐 변속 레버. 복잡한 모습에서 디자이너의 고충이 느껴진다이래 봬도 SUV시동을 걸어, 1.6L 디젤 엔진을 깨운다. 잔잔한 진동과 함께 높은 시야 아래로 평평한 보닛이 펼쳐진다. 높이 1,600mm에 불과한 작은 차가 제법 SUV다운 감각이다. 튼튼한 근육처럼 굴곡진 독특한 D컷 운전대 또한 마찬가지다.출발은 다른 쌍용차가 그렇듯 처음부터 힘차다. 1,500rpm부터 30.6kg∙m 최대토크를 뿜는 1.6L 엔진 이름이 괜히 LET(Low End Toque)가 아니다. 게다가 페달이 예민하게 조율돼, 그 특성이 더더욱 확실하다. 마치 ‘나 이만큼 힘 세!’라며 조그마한 알통을 자랑하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하지만, 덕분에 시내 주행에서만큼은 스트레스 없이 달린다.그러나 작은 알통은 금세 한계를 드러낸다. 페달을 끝까지 밟아보면 이미 초반에 대부분 힘을 끌어낸 탓에 소리만 요란할 뿐 기대만큼 속도를 붙이지 못한다. 1.5t 덩치, 115마력 최고출력에서 엿보이듯 실질적인 달리기 성능은 무난한 수준. 최고속도 바늘도 시속 160km까지는 무탈하게 오르내리지만, 그 이후는 배기량 한계를 드러낸다.초반에 힘을 몰아 쓰는 파워트레인은 정지/출발이 잦은 도심 주행에 알맞다. 서스펜션도 딱 도심형답다. 요철을 만나면 한번 눌렸다 펴진 후 흔들림을 남기지 않는 담백한 스타일로, 탄탄한 댐퍼가 스프링을 정확히 억제한다. 승차감만큼은 사다리꼴 골격 위에 빚어진 집안 형님들 부럽지 않다.이토록 도심형 SUV를 지향하면서도 ‘키 높은 해치백’이라며 놀림당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4WD다. 사실 티볼리는 바닥 높이가 승용차에 가깝게 낮지만, 각진 스타일과 4WD 덕분에 괜히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소형 SUV들은 2륜 구동에 LSD도 없는 차들이 허다한데 말이다. 더욱이 2019년형으로 바뀌면서 경사로 저속주행장치(HDC)가 추가돼 비포장도로에서 심리적 자신감을 끌어올렸다.자랑해도 좋다. 나는 사륜이다!똑똑한 SUV티볼리는 쌍용차 막내답지 않게 가장 똑똑하다. 유일하게 직접 운전대를 조정해 차선 한가운데를 달릴 줄 안다. 물론 위급 시 긴급 제동 보조와 앞차를 파악해 알아서 상향등을 조절하는 기능도 빠짐없이 들었다. 사실 요즘 차라면 이 정도는 당연한 수준이지만, 티볼리의 강점은 이 모든 기능을 59만원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약 300km를 달리는 동안 트립 컴퓨터 연비는 리터당 14.5km를 기록했다. 디젤 엔진답게 사륜구동임에도 조금만 부드럽게 주행하니 연비가 쭉쭉 올랐다. 참고로 공인 복합 연비는 리터당 13.4km다.티볼리는 올 상반기 2만여 대를 넘게 판매하며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놀라운 기술이 들어간 것도, 성능이 대단치도 않은 티볼리의 인기 비결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그저 국내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였을 뿐이다. 널찍한 공간과 풍부한 편의 장비, 적당한 성능에 든든한 첨단 기능까지. 진입 가격도 1,626만원(가솔린, 수동)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티볼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성공한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SSANGYONG 2019 G4 REXTON HERITAGEWELL MADE SUV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대한민국 1%’라는 타이틀을 달고 데뷔한 렉스턴. 지난 1998년 개발에 착수한 지 벌써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렉스턴은 무쏘를 뛰어넘는 우람한 체급으로 우리나라에 대형 SUV의 시대를 열고 그 존재 이유를 꾸준히 알린 모델이기도 했다. 현재 판매량을 봐도 G4 렉스턴은 바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우직하게 쌍용의 가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2018.9월 기준 국산 대형 SUV 시장 점유율 85.6%). 이러한 렉스턴이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거쳐 2019년형으로 돌아왔다. 2019 G4 렉스턴 최상위 트림에 놓인 헤리티지 모델을 시승했다.트렌디한 클래식G4 렉스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면 외관에서 달라진 곳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기존의 단순 가로형 배치였던 라디에이터 그릴 대신, 유라시아 에디션에서 만날 수 있던 그물 타입의 그릴을 달아 직전의 렉스턴과는 다른 모델임을 어필하고 있다. 최상위 모델인 만큼 트림명 레터링은 우측 엉덩이에 자리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G4 렉스턴은 다르다. 우측 앞으로 가까이 가야 겨우 트림을 알 수 있게 했다. 보다 진중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략이다. G4 렉스턴 기본 모델인 럭셔리 트림에서는 신규 적용되는 다이아몬드 커팅 휠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연식을 바꾸면서 추가된 점이다. 보다 모던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바뀐 휠이 매력을 배가한다.전면에는 상위 트림(헤리티지, 유라시아)에서만 볼 수 있는 메쉬 타입 그릴이 적용됐다헤리티지 엠블럼이 우측 도어를 장식한다20인치 스퍼터링 휠. 다른 트림에서 다이아몬드 커팅 휠을 만나볼 수 있다하루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 현대인은 더 나은 편리함을 추구한다. 그런데 차 문을 여닫을 때 일일이 리모컨 키를 눌러야 한다면? 표정이 금세 굳고 말 거다. 이번 G4 렉스턴에는 2채널 터치 센싱 도어 핸들이 새롭게 적용됐다. 손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문을 열고 잠글 수 있다. 이는 실제 카 라이프에서 작지만 큰 만족감을 준다. 이젠 쌍용차도 클래식을 고수해야 할 때, 그리고 트렌드를 적용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완급 조절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급스러움에 편의성을 더하다실내의 고급감은 여전하다. 전체적인 소재와 컬러가 진지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이 차가 쌍용의 프리미엄급 SUV라는 사실에 이견을 달 수 없게 한다. 나파가죽시트가 전하는 부드러운 착좌감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본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도어트림에 적용되며 시각적으로 한층 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퀼팅 패턴이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엠블럼이 추가로 박힌 기어 노브는 쌍용이 G4 렉스턴을 브랜드 내에서 어떤 위치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아마도 배려심 많은 운전자라면 동승석에 앉는 사람이 바뀔 때마다 시트 포지션을 조절하는 수고로움을 덜고 싶을 거다. 이를 간파한 쌍용은 운전자가 동승석 시트 포지션을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워크 인(Walk-In) 디바이스를 추가했다. 쌍용이 배려하는 건 동승자뿐만이 아니다. 운전석에는 오너를 위한 4Way 전동식 허리받침대가 새로 달렸다. 운전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보다 안락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편의성 업데이트 내역은 뒷좌석에서도 이어진다. 뒷자리 팔 받침대에 트레이가 추가됐으며, 컵홀더 사이에는 스마트폰을 거치할 수 있는 홀더를 추가해 편리함을 더했다. 동승석에 추가된 워크인 디바이스. 도어트림 퀼팅과 시트 뒷면의 G4 렉스턴 엠블럼이 인테리어에 포인트가 되어준다기어 노브를 장식한 쌍용 엠블럼은 G4 렉스턴에 걸맞는 코스메틱이다전반적으로 프리미엄급 SUV에 걸맞는 고급스러움을 담고 있는 실내플래그십에 걸맞는 묵직한 주행감최근에 몰아본 덩치 큰 SUV는 수입차 위주였던 터라 오랜만에 타보는 국산 대형 SUV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먼저 체크한 건 스티어링 휠의 감각. 초반부터 묵직한 조작감을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의 느낌이다. 유압식 속도 감응형 스티어링 휠(SSPS)은 스티어링 유압 라인에 별도의 장치를 달아 압력을 조절한다. 적은 힘으로도 잘 돌아가고 운전대와 실제 방향 사이에 이질감이 없다. 고속 주행에서도 크게 묵직해지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출발 가속 시 반응은 약간 늦은 편. 2.2t에 육박하는 중량 탓인지, 아니면 길들이기가 덜 된 탓인지 몰라도 이 정도 체급의 SUV라면 반응이 민감한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다. 반 박자 여유 부리는 덕에 차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쫓을 시간을 벌었다. 출발 가속 이후의 주행성능은 2.2L 엔진이 이끄는 2.2t 차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벤츠 E-트로닉 7단 자동 변속기와 맞물려 변속감은 마냥 부드럽다. 이질감 없이 치밀하고, 부지런히 속도를 밀어 올린다. 이 가운데 실내 정숙성은 가히 플래그십 SUV라 부를 만할 만큼 조용하다. 시속 120km를 넘나드는 고속 주행에서 충분히 만족스런 주행감을 전했다. 다만 시속 130km대 이후에서 가속감이 서서히 줄어들긴 한다. 차체 중량과 효율 사이에서 엔진 선택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커브에서의 움직임은 기대 이상이다. 특유의 프레임바디 형식을 감안했을 때 코너에서의 움직임이 날렵한 편이다. 차체 비틀림에 강한 만큼 안정적인 코너링을 해내는 건 덤이다. 타이어는 주행 중 접지력 약화와 편마모 현상을 개선한 한국타이어 다이나프로HP2가 달렸다.이중 수납이 가능한 트렁크는 최대 1,977L의 적재용량을 가진다잘 만들었다단점으로 지적되던 엔진룸 하부의 부실했던 언더커버도 보강됐다. 만듦새 하나하나까지 치밀하게 신경 쓴 모습은 실제로 차를 몰게 될 예비 오너를 흡족하게 만드는 포인트다. 여기에 더해 배기가스 처리방식에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를 사용함으로써 유해물질을 적극적으로 줄인 것 역시 고객은 물론,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부분은 물론,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내실 있게 다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2019년형 G4 렉스턴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바로 ‘웰 메이드’ SUV가 아닐까.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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