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4 가솔린 suvs, 사일런트 힐 2019-01-07
4 GASOLINE SUVs사일런트 힐이른 새벽 깊은 산속. 네 대의 SUV가 제각각 크랭크를 돌렸지만, 고요한 산세엔 막 잠에서 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적막한 언덕에서 만난 조용한 가솔린 SUV 4대. LINCOLN MKC‘중후’와 ‘노쇠’ 사이‘링컨’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장의차, 고급, 미국, 어르신 차, 리무진 등 어딘가 묵직한 단어들이 떠오를 테다. 직접 만난 MKC가 딱 이랬다. 브랜드 막내 콤팩트 SUV임에도 놀랍도록 모든 구석이 링컨답다.안팎 온도차스타일부터 이미 귀티가 좔좔 흐른다. 링컨 엠블럼 패턴이 번쩍이는 크롬 그릴과 보닛 중심을 가르는 굴곡은 노골적으로 비싸 보이는 장식. 더욱이 은은한 그림자가 맺히는 캐릭터라인으로 여유로운 분위기까지 풍긴다. 길이 4,550mm의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기죽지 않는 이유다.그런데 문짝을 열고는 시계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이 몇 년도지?’ 분명 시계 한쪽엔 ‘2018’이 떠있는데, 실내는 5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 지루하다. 은색과 쥐색 플라스틱이 센터패시아를 뒤덮었고 구성도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다. 얼굴을 최신으로 바꿨지만 실내는 여전히 출시 연도인 2014년에 머물러 있었다.찬찬히 살펴보면 그래도 소재는 고급차가 맞다. 16시간을 부드럽게 다듬었다는 브리지 오브 위어사 딥소프트 가죽을 덮은 시트는 부드러울 뿐 아니라 동급 최고라 해도 될 만큼 편안하며, 스티어링 휠에도 알프스 지방에서 생산한 볼스도프사 고급 가죽을 씌웠다. 급을 초월한 고급 소재가 묻혀버리는 부족한 포장 실력이 안타까울 따름이다.가죽 소재는 최고다. 센터패시아 플라스틱 소재는 과거에 머물렀다많은 정보를 담은 디지털 계기판. 그런데 아래쪽 균일하지 못한 크롬 및 나무 무늬 장식이 거슬린다  화려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차급 한계는 또렷하다. 키 177cm인 기자가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공간은 적당하지만 머리가 닿을 듯 말 듯하다. 물론 시트는 앞좌석이 그랬듯 엉덩이가 미끄러질 만큼 부드럽고 편하지만. 조금 좁은 실내의 답답함은 머리 바로 위까지 통유리로 뒤덮은 ‘비스타 루프’가 해소한다. 다만 컵홀더가 한 가운데 박혀있는 팔걸이에선 인체공학이라곤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대륙의 호방함이 느껴진다.기본 713L 용량 트렁크는 바닥이 살짝 뒤쪽으로 경사졌다웬만한 파노라마 선루프보다도 개방감이 좋은 비스타 루프큰 차처럼엔진 스타트 버튼이 어디 있는지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변속 버튼 맨 위를 눌러 시동을 걸었다. 누가 링컨 아니랄까 봐 소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 공회전 진동은 가솔린 엔진치고 다소 있는 편이다. 디젤 엔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요즘 4기통답지 않게 운전대와과 머리받침에 가벼운 떨림을 전한다. 그래도 시동 직후를 빼고는 정차 시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이 적극적으로 시동을 꺼 진동을 느낄 새는 매우 짧다.직렬 4기통 2.0L 터보 엔진은 예상외로 회전 질감이 좋다움직임 역시 차분하다. 포드 쿠가와 같은 토대 위에 빚어졌으나, 한결 낭창낭창한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이 사뭇 다르다. 특히 이 차급에선 흔치 않는 전자제어댐퍼가 저속에서 꽤 세련된 움직임을 만든다.그런데 파워트레인이 노쇠했다. 4기통 터보 엔진은 충분히 부드럽게 회전하는데 6단 자동 변속기가 문제다. 주행 중 가속 페달을 땠다 다시 밟으면 마치 감속과 가속 사이 큰 유격을 품은 듯 긴 무반응 끝에 ‘턱’하는 충격과 함께 동력이 연결된다. 과속방지턱을 넘은 후 재가속할 때, 또는 정체된 길에서 뒤차를 슬금슬금 쫓을 때 아무리 부드럽게 페달을 밟아도 동승자가 불쾌할 만큼의 충격이 생긴다. 출력은 적당하다.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8.0kg·m 성능의 2.0L 엔진이 1,850kg 차체를 무난히 이끈다. 헐렁한 6단 자동변속기도 가감속을 제외하면 직결감이나 변속 패턴에 흠은 없다. 더욱이 패들시프트로 변속기를 맘껏 주무를 수 있고,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앞뒤 동력 배분을 나누는 것도 좋다.시속 100km까지 가속은 답답함 없이 이어졌다. 그런데 속도계 바늘이 130을 넘어설 무렵, 별안간 11인승 승합차 속도제한 걸린 듯 가속이 멈췄다. 계기판엔 ‘마이키 시스템’ 제한에 걸렸다는 문구가 뜬다. 그렇다. 포드가 10여 년 전 선보인 자녀 및 초보자에게 운전대 맡길 때를 대비한 보조키 제한 시스템이 켜진 것이다. 부모님 입장에선 참 획기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했건만, 막상 당해보니 답답함에 오래전 잊었던 사춘기 반항심이 부활할 지경이다. 애초에 링컨으로 그 이상 달려볼 생각도 없었는데 말이다.덕분에 강제로 시속 100~110km로 안전하게 달리는데 승차감이 참 예스럽다. 마치 오래전 국산 SUV처럼 스프링이 흡수한 충격을 다시 내뱉으면서 끊임없이 꿀렁인다. 20밀리 초 이내에 반응한다는 민첩한 전자제어댐퍼도 부드러운 스프링 특성까진 다잡을 수 없는 모양. 아니, 이런 움직임이 링컨이 원하는 방향일지도 모르겠다. 일명 ‘물침대’ 승차감은 이차가 겨냥하는 고객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그래서 이토록 조용한 걸까? 방음 실력은 대형 세단에 버금간다. 옆에서 쌔근쌔근 자는 동승자 숨소리가 거슬릴 지경. 시승 땐 그저 조용하다 느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앞과 옆에 차음 유리를 둘렀을 뿐 아니라 역위상 파장으로 잡음을 상쇄하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을 켰다. MKC는 콤팩트 SUV 중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 방지 장치, 평행 주차 보조 장치 등을 모두 기본으로 갖춘 몇 안 되는 SUV 중 하나. 차선 인식 기능과 앞차를 인지하는 속도는 나무랄 데 없이 빠르고 정확하다. 단, 차선 이탈 방지 장치는 차선 가운데를 유지하는 ‘능동형’이 아닌 이탈 직전에 운전대만 꺾는 수준이기에 운전대를 꼭 붙들어야 한다.시승 기간 총 10시간 50분, 324.6km를 달린 트립 컴퓨터 연비는 L당 8.5km로 찍혔다. MKC 공인연비 8.5km/L와 완전히 같은 결과다. 사륜구동과 무거운 덩치, 큰 타이어를 고려하면 이해는 가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 정도면 효율에서 ‘콤팩트 SUV’의 강점은 없다고 봐야겠다.콤팩트 SUV 장르에서도 링컨은 여전했다. 그 무게감 가득한 이름처럼 MKC 역시 차분하고 중후하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감촉 좋은 소재는 미국 고급차다운 모습. 부족한 효율과 오래된 실내 역시 미국차답다. 값은 5,230만원. 미국 감성으로 독일 SUV 턱 밑을 겨냥한다.  글 윤지수 기자KIA STONIC 3기통이지만 괜찮아SUV(Sport Utility Vehicle)라는 말이 어떻게 시작되었건 오늘날 그 의미와 범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기아 스토닉을 SUV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SUV 중에서 트럭 플랫폼에 왜건 보디를 얹고, 네바퀴 굴림으로 오프로드 주파성을 자랑하는 모델이 몇이나 될까? 작은 차체에 지붕과 지상고를 높이고, SUV의 맛만 살렸다고 해도 요즘은 SUV로 인정해 주는 추세다.  그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도 스토닉의 외모는 미묘한 경계선에 있다. 따로 떼어 보면 귀여운 SUV 같다가도, 다른 SUV 옆에서는 해치백처럼 보인다. 요즘 소형 SUV는 대게 이런 모습이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현대 코나나 메르세데스 벤츠 GLA, 토요타 C-HR 등을 떠올린다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SUV답지는 않아도 매력 넘치는 외모스토닉의 외모는 귀여움과 카리스마가 공존한다. 호랑이코 그릴은 기존 어떤 기아 모델보다도 입체적인 굴곡을 지녔다. 앞 범퍼는 상당히 낮게 뻗어 립스포일러로 이어지는데, 마치 온로드용 튜닝 범퍼를 단 것처럼 보인다. 뒷도어 아래에는 독특한 꺽음 선을 넣어 멋을 살렸고, 날렵한 각도의 C필러와 루프윙은 속도감이 넘친다. 층층이 겹쳐 입체적인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도 매력적이다. 휠하우스 둘레를 수지로 두르고 지붕에 루프랙을 얹어 분위기를 내기는 했지만 어디를 보아도 오프로드를 달릴 차로는 보이지 않는다. 실내는 해치백에 비해 높은 지붕 덕분에 헤드룸이 답답하지는 않아도 뒷좌석에 앉으면 차 크기에서 오는 한계를 실감할 수 있다. 공간은 좁지만 디자인이나 감성품질에서는 흠잡을 데 없다  6:4 폴딩으로 활용성이 좋은 화물칸. 뒷좌석은 소형차의 한계가 뚜렷하다그것 말고는 디자인이나 감성품질에서 흠잡을 데 없다. 깔끔한 계기판과 단순하면서도 쓰기 편한 스위치 레이아웃을 갖추었으며, 터치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국내 여건에 잘 맞는다. 인포테인먼트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경우 해외에서 개발되어 국내용으로 개조되는 수입차보다 국산차 쪽이 우수한 경우가 많다.  데뷔 초기에 차선이탈 경고뿐이던 스토닉은 최근 LKA 기능을 추가해 스스로 차선을 유지할 수 있다. 여전히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없지만 전방충돌방지 보조가 있으니 차급으로 보면 충분하고도 남을 안전장비를 갖춘 셈. 사실 1.0L 엔진과 스마트 내비게이션만 선택해도 찻값은 2천만원을 넘어선다. 차선이탈을 능동적으로 막는 LKA를 장비해 원하는 수준으로 어시스트를 설정할 수 있다  4기통을 대체하는 3기통 1.0L 터보 엔진이번 시승의 목적은 가솔린 엔진이다. 스토닉에 준비된 가솔린 엔진은 3기통 1.0L 터보, 4기통 1.2L와 1.4L MPI다. 그 중 국내에서 팔리는 것은 1.0L 카파Ⅱ와 1.4L 감마 엔진이다. 아무런 고민도 없이 1.0 T-GDi를 골랐다. 가솔린 중 가장 비싸지만 최신형이고, 다운사이징 3기통 엔진의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탄소 절감을 위한 다운사이징 유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찌 보면 소형차였다. 고급차는 덩치가 큰 대신 고급 소재와 기술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소형차는 무게나 배기량을 더 이상 낮추기 어렵고, 가격 또한 비싸면 안된다. 이런 제약 속에서 적잖은 메이커에서 기존 4기통을 대체하는 3기통 터보 엔진을 개발했다. 3기통 1.0L 터보 엔진에 7단 DCT를 조합한 구동계. 마음껏 밟았다가는 연비가 빠르게 떨어진다  스토닉에 쓰이는 1.0L 직분사 터보 엔진은 스펙상 최고출력이 120마력. 17.5kg·m의 최대토크를 1,500~4,000rpm에서 발휘한다. 실제 가속시에 느껴지기로는 3,000rpm을 기점으로 출력과 소음이 두드러며 성격을 바꾼다. 저회전에서는 배기량의 한계가 느껴지지만 회전수를 높이면 금세 활기를 띈다. 듀얼클러치식 자동 변속기는 단수가 많아 최대토크 영역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운전 스타일에 따라 연비는 빠르게 요동을 친다. 고회전을 유지하며 와인딩을 즐기다 보면 순식간에 10km/L 아래로 떨어졌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액셀 페달을 부드럽게 다루면 12km/L까지 가파르게 회복한다. 다만 기자의 운전 스타일로는 13.5km/L의 공인 연비를 유지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코나와 달리 스토닉에는 4WD가 없다. 내부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일 수 있지만 덕분에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고도 잘 달리는 차가 되었다. 아울러 소형 SUV 구입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가격과 연비에서 보다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한다. 연비기준이 강화되는 추세에 따라 디젤 엔진의 강점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 3기통 가솔린을 얹은 소형 SUV는 무시할 수 없는 매력적인 조합임에 틀림없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최진호디젤 SUV보다 아낀 찻값 차이를 주유비로 모두 까먹을 때 즈음, 디젤은 비싼 수리비로 한 걸음 더 멀어질 테다. 주행거리에 따라 계산기를 잘 두드릴 때다.RENAULT SAMSUNG QM6가솔린이라서 좋다QM6(꼴레오스)가 데뷔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실제로는 준중형이면서도 어정쩡하게 중형자리를 지켰던 QM5를 대신한 차는 크기와 내용에서 확실한 중형 D세그먼트 모델로 발돋움해 인상적이었다.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지만 꼴레오스의 원래 포지션이였던 준중형 C세그먼트의 자리는 카자르라는 새 모델이 대체했다. 세계적인 SUV 활황을 르노라고 외면할 수는 없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르노가 새로 선보인 SUV만 3종이지만 그 알맹이는 한가지로 봐도 무방하다. 르노-닛산 모든 차가 공유하는 모듈형 플랫폼 CMF(Common Module Family)가 뼈대라 닛산 신형차종 또한 내용물은 같다. QM6는 이미 국내에서 스터디셀러로 자리 잡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중형 SUV와는 뚜렷하게 다른 점이 보인다. 국내 판매의 상당수가 가솔린 엔진이라는 점이다. 발매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 누적판매량만 3만대에 육박한다. 이전에도 가솔린 엔진 SUV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 판매량은 집계가 의미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무엇이 QM6 가솔린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든 걸까?르노 공통 스타일을 유지한 실내. 검은색보다는 브라운이나 베이지톤으로 고급스럽게 꾸미는 것을 추천  평범함을 끌어모은 특별함파워트레인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터보나 수퍼차저 같은 추가 장비의 도움을 받지 않는 2.0L 직분사 가솔린 엔진은 SM6에도 사용 중인 바로 그것이다. 최고출력 144마력, 최대토크 20.4kg.m 성능은 뭔가 기대하게 만드는 숫자가 아니며, 실제로 디젤 SUV에 기대하는 왈칵 솟아나는 토크는 싹 사라졌다. 가솔린 엔진인 만큼 최대토크가 4,400rpm이나 되어야 나오기 때문에 저속 토크감은 더욱 낮다.그럼에도 QM6는 숫자 이상으로 잘 움직인다. 적은 무게와 변속기 덕을 톡톡히 본 덕분이다. 사륜구동 장치와 무거운 디젤 엔진을 덜어낸 공차중량은 1,580kg으로, 보통의 중형 SUV보다 100kg은 족히 가볍다. 엔진의 회전수 변화가 머뭇거림 없이 바로 속도로 전환되는 효율 좋은 변속기는 7단으로 쪼개져 있다. 회전수를 올리며 착착 변속하는 느낌이 영락없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연상될 지경. 사실은 무단변속기(CVT)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대용량 무단 변속기에 유달리 집착하는 회사, 자트코가 만든 이 제품은 CVT 특유의 느슨한 동력전달도, 회전수는 고정된 채 속도만 올라가는 이질감도 없다. 실제로 변속을 하지 않는 만큼, 변속 충격이 없어 부드러운 주행감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주행보조시스템이 들어 있지만, 스티어링에 개입하는 능동주행옵션 LKAS는 빠져있다  조용하게, 더 조용하게그리고 이 부드러운 주행감이야말로 사람들이 QM6 가솔린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회전, 일상적인 가속과 이어지는 항속 주행 중의 소음과 진동은 어지간한 고급 가솔린 세단에 견줄 수 있을 정도다. 가솔린임을 고려해도 의외일 정도의 정숙성은 알고 보니 별도의 흡음재와 앞쪽 차음 유리창 덕분이었다. 가솔린 엔진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음차단 튜닝을 더한 전략은 적중했다. 계측 결과 소음은 디젤에 비해 무려 15dB 낮다. (3dB 차이면, 체감 차이는 두 배 가까이 된다). 이런 정숙성의 대가로 보통은 가솔린 파워트레인의 나쁜 연비를 감수해야 하지만 QM6는 연비마저 괜찮다. 그다지 주의 깊게 몰지 않아도 공인연비를 넘어서는 숫자를 계기판에서 종종 보게 된다. 고속도로 연비는 정속 주행 시 14km/L를 넘고, 도심지에서도 10km/L 이상 계측연비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은 넓지만 등받이는 고정이다. 각도를 조절하고 싶다면 애프터마켓 부품을 써야한다  조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노면을 따라 부지런히 움직이는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접지력을 유지하는데도 매우 충실하다. 순정 타이어 그립이 썩 훌륭한 편은 못되지만, 차는 비교적 빠른 스티어링 조작에 잘 반응하며, 예상 이상으로 바디롤이 적어 좀처럼 스티어링 보정을 할 일이 없다.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하는 시트는 편안함에서 동급차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르노삼성의 역량으로 온전히 개발한 차지만 충실한 기본기가 만들어내는 훌륭한 주행 질감은 프랑스에서 온 차라 해도 모자람 없다. 고가의 디젤 엔진을 걷어낸 덕분에 가격까지 저렴하다. 타사 준중형 디젤에 해당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전방 충돌 경고나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까지 충실히 달려 적시에 소리와 불빛으로 주의를 준다. 여러모로 기대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차다.620L 트렁크 공간. 해치는 범퍼 아래 발길질만으로 열 수 있다  힘을 빼니 차가 좋아졌다.이미 SUV가 대세가 되어버린 지금, 디젤 대신 평범한 가솔린 엔진을 쓴 SUV는 새삼 시장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평생 흙 한번 밟지 않는 SUV가 대부분인 세상. 용처와 고객을 생각한다면 사륜구동 옵션 자체가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디젤에 얽매이게 할 유일한 이유였던 연비도 모듈화 플랫폼의 가벼운 차체와 무단변속기 조합으로 해결했다. 고가의 디젤 엔진을 제거한 대신 얻은 것은 저렴해진 찻값과 뛰어난 정숙성. 기존 부품과 추가 방음재를 더한 것만으로도 이런 부드러운 질감의 SUV가 만들어질 수 있다. 가성비 좋은 중형 SUV를 찾는 소비자에게 두말할 필요 없이 추천하고 싶은 차다.  이 좋은 차에 흠이라면 단 한 가지, 르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S-Link다. 최신 태블릿의 인터페이스가 익숙한 대부분 사람에게 썩 즐거운 경험이 아니다. 두꺼운 베젤, 촌스러운 인터페이스 디자인, 떨어지는 터치 인식 등 모처럼 대형 모니터를 쓴 이유가 무색해진다. 무엇보다 조작의 복잡함은 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풍량 조절같이 즉시 조작과 명확한 피드백이 필요한 기능을 굳이 화면을 눌러서 찾아 써야 하는 점은 쉽사리 이해가 가질 않는다.  2L 가솔린 엔진이지만 중형 SUV에 어울린다. 가솔린 특유의 정숙성은 물론이고 차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출력도 충분하다글 김현준 객원기자JEEP COMPASS열정 담은 패션카컴패스는 정통 SUV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지프가 차종 간 경계를 허물며 최초로 내놓은 크로스오버 차다. 7개의 세로형 슬릿 그릴과 동그란 헤드램프로 지프의 시그니처를 잇되 스포티한 범퍼와 보디 형태를 콤팩트한 차체에 도입한 신선한 시도로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지난 2016년, 완벽히 탈바꿈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뉴 체로키 브라더신형 컴패스는 윗급에 포진한 그랜드 체로키와 체로키를 쏙 빼닮았다. 현대차가 코나부터 팰리세이드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에서 캐스케이딩 그릴을 앞세워 디자인 통일성을 추구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든든한 막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레니게이드, 그리고 성향을 달리하는 100% 오프로더 랭글러를 빼면 지프 SUV 라인업에 패밀리룩이 완성된 셈이다.전체적으로 체로키 형들과 닮은 인테리어 ‘컴패스’ 대신 ‘스몰 체로키’ 레터링이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다  전면부의 세븐 슬롯 그릴부터 측면을 지나는 굵직한 캐릭터 라인 그리고 사다리꼴의 앞뒤 펜더를 감싸는 플라스틱 몰딩 처리까지. 과거에 혼자서만 튀려 애쓰는 경향이 강했던 컴패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충성 고객 입장에서도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루프를 까맣게 칠해 보다 날렵한 듯 보인다저렴한 체로키 인테리어실내 역시 통일감이 느껴진다. 체로키와 그랜드체로키에서 보였던 인테리어 디테일들이 그대로 이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운전자 중심 설계가 아닌, 좌우 대칭형으로 꾸민 대시보드와 센터패시아의 구성이 그렇다. 다만, 디자인이 비슷한 체로키 형제 중에서는 가장 아랫급에 위치하는 데서 오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아무리 디자인 기조를 따르기 위해서라지만 최신 모델임에도 전혀 독창적인 부분이 없다. 세련된 디테일은 전혀 없고 그저 투박할 뿐이다. 소재와 마감에서도 고급스러움을 찾아보기 힘들다. 껑충 높이 자리한 시트포지션과 셀렉터레인 스위치를 통해 컴패스가 본격적인 SUV를 지향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데서 위안을 얻을 뿐이다. 체로키 형제 특유의 뭐라 정의하기 어려운 디자인의 테일램프가 자리한다  짐과 사람이 공존하기에 이상적인 공간이다  진화 거듭한 파워트레인1세대 컴패스는 현대 세타 엔진을 기반으로 한 2.4L 엔진이 들어갔다. 2011년에 부분 변경을 단행하면서는 원래 CVT였던 트랜스미션을 6단 자동으로 바꿔 달았다. 2016년 등장한 2세대 컴패스는 엔진 블록은 유지한 채 많은 부분을 바꾸어 신형으로 재단장했다. 변속기는 ZF 9단 자동변속기가 사용됐다.가솔린 엔진을 얹은 SUV라면 디젤 엔진과 비교해 두 가지 큰 단점을 꼽을 수 있다. 바로 연비와 토크다. 그래서 가솔린 SUV가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도심형’이란 수식어가 필요하다. 도심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하고 평평한 도로를 주로 달린다면 이런 단점이 상당부분 상쇄되기 때문이다. 컴패스는 이런 기대에 충실히 부응하고 있을까?연신 분주히 일하는 탓에 기름을 많이 먹는다  조화 아닌 부조화 택한 파워트레인타이거 샤크 멀티에어2라 이름 붙인 2.4L 엔진은 177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1.6t을 넘는 차체 무게를 생각하면 충분한 힘이다. 힘을 느껴보고자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아본다. 엔진이 서서히 굉음을 내며 회전수를 높인다. 그런데 웬걸, 변속(정확히는 킥다운)이 이루어질 거라고 짐작했던 타이밍보다 한참 뒤에서야 마지못해 기어를 바꿔 문다. 그렇다 보니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9단 자동 변속기에 기대했던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일상 주행에서 느긋하게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특성인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부족한 토크감을 만회하기 위해 끝까지 기어를 물고 늘어지는 기분이다. 연료 소비 효율을 고려했다면 재빠른 변속으로 영리하게 반 박자 빠른 타이밍에 기어를 바꾸어야 한다. 굳이 추월을 위한 가속이 아니더라도 시승 내내 액셀 페달을 꾹꾹 깊게 밟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엔진과 변속기의 매칭이 역대급으로 부조화를 이룬 결과다. 자연히 엔진 힘은 물론 연비 경쟁에서도 디젤 SUV에 밀려난다. 그래도 높은 차체에서 예상했던 것과 달리 롤링이 심하지 않다. 험로의 예기치 않은 지형에도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지프의 색깔이 드러나는 부분이다.폭스바겐 티구안이라는 이 구역 절대 강자가 자리한 준중형 SUV 대결에서 컴패스는 열정을 한 데 담은 패션카로 포지셔닝 중이었다. 그 열정이 다소 엉성하게 엉기며 Passion카가 아닌 Fashion카의 색이 강하다는 게 조금은 아쉽지만. 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GENESIS G90, 색을 내다 2019-01-03
GENESIS G90색을 내다무색무취였던 제네시스가 맛과 향을 내기 시작했다.‘각쿠스’가 떠올랐다. 네모반듯한 실루엣에 번쩍이는 크롬이 어우러졌던 1세대 에쿠스. 비록 어설펐지만, 대형 세단에 바라는 우리네 과시욕을 누구보다 솔직히 드러낸 차였다. 지금 눈앞에 G90이 그렇다. 그때 그 에쿠스처럼 화려하기 그지없다. 유럽 대형 세단을 어설프게 흉내 냈던 EQ900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제야 제 색이 난다.수평으로 빚다길이 5,205mm. 무진장 거대한 이 대형 세단은 이보다도 더 커 보이고 싶던 모양이다. 수평으로 그어진 캐릭터라인을 시작으로 크롬 장식 등 모든 그래픽을 가로로 길쭉하게 눕혔다. 이 여러 가닥 가로 선이 노골적으로 길어 보이는 착시를 유도한다.사선으로 얽힌 수많은 패턴이 보석처럼 반짝인다수평선은 인상도 바꿔놨다. 헤드램프 끝을 수평으로 끌어내려 이전 화나 있던 모습은 지우고 차분한 분위기를 끌어냈다.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방패 모양(비례가 슈퍼맨 문장에 더 가깝지만) 그릴에도 불구하고 중후해 보이는 이유. 세로형에서 가로로 바뀐 테일램프 역시 마찬가지다. 낮게 내리 깔려 안정적으로 보이는 건 물론, 2세대 그랜저를 닮아 과거의 향수까지 불러일으킨다.펜더 뒤편 LED는 보조 방향지시등 역할이다. 디쉬 타입 휠에는 고급 세단의 로망이 담겨있다. 닦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지만여기에 디테일로 화려함을 더했다. 그 골자는 수많은 선이 교차하는 ‘지-매트릭스’ 패턴으로, 큼직한 그릴과 디쉬 타입 휠, 작게는 헤드램프와 테일램프까지 들어갔다. 다이아몬드의 난반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처럼 빛이 여러 각도로 반사돼 마치 보석처럼 반짝인다. 다소 과할 수 있는 장식이지만 램프 실루엣이나 차체 굴곡을 말끔히 정리한 덕분에 요란스럽지 않다.어색할 것 같던 방패 모양 그릴은 차분한 주변 그래픽 덕분에 문제없이 녹아든다눈에 띄는 변화는 이걸로 끝. 실내로 들어서면 이 차가 세대교체가 아닌 부분변경 신차라는 걸 깨닫는다. 파격적인 외모에 비해 실내 변화는 그저 소소하다. 바뀐 센터패시아 버튼과 송풍구 모양, 퀼팅 패턴 시트 정도가 눈에 띌 뿐 전체 구성은 거의 그대로다. 그래도 이 조금의 변화가 다소 노티 나던 실내 분위기를 환기한다.센터패시아 송풍구와 버튼 디자인이 바뀌었을 뿐이지만 그 작은 차이 덕분에 분위기가 젊어졌다말끔하게 정리한 센터패시아 버튼. 크롬 도금을 입혀 고급스럽다뒷좌석도 큰 변화는 없다. 앉아보면 거의 똑같은 가운데 목과 머리가 폭신한 쿠션에 폭 파묻힌다. 머리받침 위에 이탈리아 디나미카사 스웨이드를 감싼 목베개를 추가한 덕분이다. 독일 허리건강 협회로부터 인증받았다는 모던 에르고 시트(앞좌석도 같음)나 버튼 하나로 시트가 편하게 눕는 휴식 모드 등은 여전히 흠잡을 데 없이 편하지만 EQ900에서도 이미 맛봤던 것들이다. 그리고 경쟁차 대비 약점으로 지적된 안마 기능은 이전처럼 들어가지 않는다. 다이나미카 스웨이드로 감싼 뒷좌석 목베개. 말랑말랑한 쿠션이 폭신하다G90 뒷좌석은 이미 경쟁차 LWB 모델과 맞먹는다. 시트는 높이가 높아 무릎이 편하다최신을 입다확연히 달라진 외모 때문에 헷갈리지만, 결국 ‘알맹이’는 EQ900이다. 이전에도 그랬듯 공회전 상태에서 시동 꺼진 듯 조용하고, 매우 부드럽게 움직인다. 2,165kg 묵직한 무게로 낭창한 서스펜션을 진득이 누른 채 3,160mm 길쭉한 휠베이스로 도로 위를 여유롭게 유영한다.성능도 마찬가지다. 52.0kg·m 최대토크를 무려 1,300rpm부터 뿜어내 거대한 덩치가 잊힐 만큼 잽싸다. 시속 100km까지는 370마력 출력이 대변하듯 순식간이며, 어느새 속도계 바늘은 200을 돌파해 240까지도 문제없이 올라선다. 고속 안정감은 덩치를 생각하면 보통 수준. 거대한 대형 세단답게 큰 충격을 만난 후 앞머리가 부드럽게 위아래로 휘청인다. 역시 역동적으로 달릴 수 있는 차는 결코 아니다. 그래도 스포츠 모드에서 운전대가 눈에 띄게 무거워지고 서스펜션과 파워트레인에 긴장을 불어넣는 건 물론, 버킷시트를 조이고 스피커로 엔진소리까지 더해 컴포트 모드와 체감 차이는 꽤 크다.단점도 여전했다. 저속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하던 승차감이 시속 100km를 넘어서면서 노면 진동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고요한 실내에 진동만이 유입돼 괜히 더 거슬린다. 아마 독일 작스와 함께 만들었다는 서스펜션이 고속주행 안정감을 위해 댐퍼를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전에 탔던 EQ900 3.3 터보도 똑같았다. 새삼 전자제어댐퍼가 들어가지 않은 3.8 모델 고속 승차감이 궁금하다.그런데 이토록 완전히 똑같은 내실에도 불구하고 연비가 달라졌다. 시승차 3.3 터보 공인 연비 기준 이전 7.8km/L에서 8.0km/L로 0.2km/L 소폭 올랐다. 이는 G70을 통해 선보였던 지능형 코스팅 중립제어가 들어간 효과다. 쉽게 말해 주행 중 페달을 때면 알아서 변속기를 중립으로 바꾸어 엔진과 타이어 사이 동력을 끊음으로서 주행 거리를 늘리는 기능이다. 다만, 원래도 페달을 땠을 때 파워트레인 저항이 거의 없는 편이어서 기능이 켜졌을 때 느낌이 확 와닿진 않는다. 실제 연비도 120km를 주행하는 동안 L당 5.5km로 효과를 느낄 순 없었다.이렇듯 G90은 EQ900을 바탕으로 첨단 기술을 더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켜면 심한 회전 구간에서는 알아서 속도를 줄이고, 터널 앞에서 창문을 올리고 공조 장치를 내기 모드로 바꾸어 안 좋은 공기를 차단한다. 국내 최고가 승용차답게 최신 기술은 모두 심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참고로 운전자 보조 기능이 선택사양이었던 EQ900과 달리 G90에서는 모두 기본이다.제네시스 G90은 EQ900이라는 국내 전용 이름을 버리면서 더욱 세계적인 모습으로 거듭났다. 비록 부분변경이기에 변화는 스타일에 집중됐지만, 제네시스만의 색채를 찾은 것만으로 존재감 차이는 또렷하다. 유럽 세단 아류 같던 모습을 벗어나 한결 당당하달까. 우리나라에서만 인기 있던 우물 안 개구리가 비로소 우물 밖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현대차답다, 팰리세이드 2018-12-31
현대차답다필요한 구석에만 집중했다. 놀랍도록 실용적이다.팰리세이드 시작 가격은 3,475만원. 가장 비싼 시승차도 4,904만원으로 5천만원이 채 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장비는 동급 SUV 맨 앞에 설만큼 가득하다. 국내 대형 SUV 고객이 바라는 것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집중한 결과. 참 현대차답다.넓디넓다일단 크다. 길이 4,980mm로 역대 국산 SUV 중 가장 긴 건 물론, 가슴 높이까지 끌어올린 보닛과 길쭉이 내뺀 뒷 오버행이 어우러져 풍채가 좋다. 고래 등 같은 차를 꿈꿔온 우리네 취향을 꿰뚫는 모양. 여기에 과감한 디테일이 큰 덩치를 심심찮게 꾸민다. 네모난 패턴이 굵직굵직 솟은 그릴은 미제 트럭이 떠오르고, 모서리마다 붙은 세로형 램프는 차가 더 커 보이는 효과를 더한다. 참고로 앞 램프 사이 주간주행등을 잇는 조그마한 점은 ‘주간주행등이 6cm 이상 떨어지면 안 된다’는 국내법에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넣었다고. 수출형엔 없는 특징이다.입체적인 패턴이 돋보이는 그릴과 헤드램프. 3개의 프로젝션 렌즈가 들어간 램프는 위 두 개가 하향등, 아래 한 개가 상향등이다운전석에 앉으면 안팎이 속 시원하다. 밖을 보면 남을 내려다보는 시야와 큼직한 사이드미러가 시원스럽고, 안은 수평으로 길게 뻗은 스타일이 널찍하다. 특히 시승차는 밝은 웜그레이 내장재와 차분한 색감의 나무장식(비치우드)으로 꾸며져 분위기가 더욱 화사했다. 조금만 손대도 금세 더러워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지만 말이다.운전대 가운데 거대한 현대 엠블럼을 빼면 스타일은 전체적으로 차분하다. 버튼과 화면 등 넥쏘가 그랬던 것처럼 네모반듯하게 정리했다. 버튼을 누르는 느낌과 소재 질감도 무난한 편. 다만 나무무늬 장식은 보기엔 좋지만 만져보면 살짝 가짜 티가 난다.백미는 뒤다. 운전석에서 뒤를 바라보면 멀찍이 떨어진 공간이 펼쳐진다. 얼마나 넓은지 뒷좌석 승객과 대화하기 위해 스피커로 목소리를 전달하는 후석 대화모드 기능을 넣었을 정도. 2열은 플래그십 세단 부럽지 않게 머리와 다리 공간 모두 넉넉하고 3열은 여유롭진 않지만 키 177cm 기자가 앉았을 때 어디하나 닿는 곳은 없다.  다소 욕심이 과한 거울 위 방향지시등해치에 붙은 은색 장식에 은은한 붉은 빛이 들어온다. 콘셉트카 분위기를 내는 포인트다이렇게 3열을 다 펴면 트렁크 공간은 거의 없는 게 보통. 그러나 팰리세이드는 덩칫값을 한다. 시트를 모두 펴고도 웬만한 승용차보다 큰 509L 공간이 남고, 3열을 접으면 1,297L, 2열까지 접으면 무려 2,447L 짐칸이 펼쳐진다. 트렁크 문짝부터 앞 시트까지 거리가 2,184mm에 달하기 때문에 뒤에 이불 펴고 자도 될 만큼 넓디넓다.10.25인치 모니터가 큰 덩치만큼이나 널찍하다  뒷좌석 통풍 시트라니! 현대 플래그십 SUV답다1열에서  내심 3.8L 가솔린이길 바랐건만, 시승차는 2.2L 디젤이 준비됐다. 이 덩치에 빈약한 4기통이라니 출발 전부터 실망에 잠겨있는데, 정숙한 공회전이 기대를 되살린다. 가솔린이라 해도 믿을 만큼 떨림 하나 전하지 않고, 방음도 확실하다. 소음방지 카펫과 앞 차음 유리(윈드쉴드, 1열 옆 유리창) 등 소음을 꼭꼭 틀어막았다더니 그냥 해본 소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단, 나중에 한참 달리고 난 뒤엔 공회전 진동이 처음보단 거칠어졌다.움직임 역시 느긋하다. 2,020kg 덩치가 낭창한 서스펜션을 진득이 누르며 노면 위를 흐르듯 달린다. 마치 큼직한 보트에 앉은 기분이랄까. 더욱이 앞뒤 바퀴 거리가 2,900mm에 달해 높은 과속방지턱을 만나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걱정스러웠던 힘은 1,750rpm부터 45.0kg·m 최대토크를 일찍이 끌어내 큰 덩치를 제법 가뿐히 내몬다.그러나 거기까지다. 일상적인 주행에선 토크 높은 디젤답게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충분한 힘이 나오지만, 페달을 더 밟으면 금세 밑천이 드러난다. 특히 고속으로 달릴 때 또는 추월 가속할 때 202마력 최고출력 한계가 명확하다. 약 시속 130km 이상 고속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동승자가 급가속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 물론 함께 즐기는 패밀리카로서 큰 흠은 아니다. 소중한 가족 태우고 페달을 짓이길 일은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가족 몰래 과속하는 데는 문제없을 듯하다. 길쭉한 휠베이스와 무게감이 어우러진 고속 안정감은 싼타페를 한참이나 웃돈다. 특히 잘 틀어막은 방음에 더해, 스피커로 반대 위상 음파를 내 엔진 소음을 죽이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기능이 들어가 고속 소음도 적은 편. 무뎌진 속도감 때문에 나도 모르게 과속하다 몇 번이나 속도를 줄였다.첨단 주행보조 장치는 현대 SUV 정점인 만큼 모든 게 들었다. 내비게이션 정보까지 반영해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 차로 중앙으로 달리는 차로 유지 보조 기능 등 다른 현대차가 그렇듯 흠잡을 데 없이 정확히 작동한다. 새로이 험로 주행 모드를 더한 것도 포인트. 랜드로버가 약 15여 년 전 선보인 터레인 리스폰스와 비슷한 장치로 눈길, 모랫길, 진흙 길 세 가지 주행 모드에 따라 엔진 반응, 변속 시점, ESC(전자식 주행 안정화 컨트롤) 반응, 사륜구동 동력 배분을 제어한다. 예를 들어 큰 힘이 필요한 모랫길에서 사륜구동이 뒤쪽으로 동력을 더 적극적으로 나누고, 저속 기어를 더 오래 물고 있는 식이다. 다만 일반적인 스프링과 댐퍼가 달린 탓에 랜드로버처럼 바닥 높이를 들어 올리거나 댐퍼 감쇠력을 조정하지는 않으며, 지형을 알아서 파악하는 자동 기능은 없다.팰리세이드 엔진룸. 초라하게 적혀있는 16V가 24V로 바뀌길 바라본다2·3열에서넓은 공간을 내세운 패밀리카이기에 2열과 3열도 주행 중 앉아봤다. 먼저 2열. 시승차는 7인승 모델이라 2열에 두 명이 앉는 독립 시트가 달렸다. 앉는 자세나 공간, 시트 쿠션은 1열이 전혀 부럽지 않다. 수평으로 꾸민 구성과 차분한 색감이 어우러진 실내  승차감도 휠베이스 안쪽에 자리해 무난하고 네모난 옆유리와 큼직한 천장 통유리 덕분에 개방감도 좋다. 통풍과 열선, 2열 독립 제어 공조장치 등 풍부한 편의장치 역시 강점. 다만 팔걸이가 너무 작아 거만한 사장님 자세로 앉을 수 없고, 각도 조절이 안 되어 등받이를 눕히면 같이 치솟아 오르는 건 흠이다. 개인적으로 팔걸이 하나 때문에 3인승 시트를 고를 듯하다.2열 시트는 넓고 편안하다. 초라한 안쪽 팔걸이만 빼면  3열은 어쩔 수 없는 3열이다. 공간은 부족하지 않으나 자세가 불편하다3열은 키 177cm 기자가 어디 하나 닿지 않고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앉아 장거리 여행을 하라면······ 글쎄, 차라리 버스를 타겠다. 일단 높은 바닥 때문에 무릎 구부리고 앉아야 해서 금세 다리가 저리다. 더욱이 뒷바퀴 바로 위라서 조금의 충격에도 위아래 움직임이 크다. 전동으로 등받이가 조절되고 전용 컵홀더와 USB 포트를 마련한 건 놀랍지만, 역시 3열은 성인 남성이 오래 타기엔 무리다.고급 SUV 아닌 대형 SUV현대차가 마련한 시승코스는 경기도 용인에서 여주를 오가는 구간으로 편도 총 69.6km를 달렸다. 국도 약 20% 고속 80%를 달린 후 트립 컴퓨터 연비는 L당 9.9km. 성인 남성 네 명과 촬영 장비를 싣고 달렸으나, 고속 주행 위주로 달린 걸 생각하면 효율은 기대 이하다. 출발 후 국도를 잠깐 달릴 땐 그리 빨리 달리지 않았음에도 평균 연비가 5.5km/L로 표시돼 덩칫값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참고로 공인 복합 연비는 11.5km/L다.전자식 변속 버튼과 험로 주행모드가 마련됐다. 이 차로 험로 주행모드 쓸 일이 얼마나 있을까?현대 팰리세이드는 기계적으로 ‘우와’ 할만한 구석은 없다. 그저 현대가 기존 기술을 잘 조합하고 국내 시장 취향을 충실히 따라 만든 실용적인 SUV다. 사실 느긋이 즐길 대형 SUV에 고성능 엔진이,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알루미늄 섀시가, 전자제어 댐퍼가, 또는 뒷바퀴 조향 기능 같은 게 값어치나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이보다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 풍부한 편의장치, 고급스러운 실내가 국내 시장에서 더 중요한 건 두말할 필요 없는 소리다. 팰리세이드는 이에 집중했고, 합리적인 값으로 등장했다. 현대의 계산은 적중했을까? 이미 2주 만에 2만대가 사전 계약되는 등 초기반응은 긍정적이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이병주 기자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길, MGB(3) 2018-12-20
전 시리즈 보기순수함으로 돌아가는 길Car Life with MGB(3)자동차를 처음 알게 된 시절부터 최근까지 돌아보면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기술이 더 좋아지고 그만큼 편해졌지만 모든 걸 직접 조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오는 즐거움도 함께 잃어버렸다. MGB가 처음 오던 날은 모든 게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하나하나 원점에 다가갈수록 잊고 살아온 것들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고, 어린 시절 그렇게 집착했던 운전의 즐거움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거라고는 오작동 심한 오토초크 외에 없는 MGB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릴 듯했다. 어떤 때는 의도하는 대로 정확하게 움직이고 어떤 때는 투정을 부리기도 하는 것에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차에 시동을 걸 때 그날그날 컨디션에(MGB의 컨디션) 따라 잘 움직이기도 하고 앙탈을 부리기도 한다. 혹자는 그런 얘기를 한다. 번거롭고 귀찮고 불편한 차를 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해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MG는 이 차를 1960년대부터 만들어 1980년대 초까지 생산했다. 그 당시 우리의 자동차 시장은 어떠했나? 에어컨이 있지도 않았고 전자제어나 파워 스티어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불과 몇 십 년 전인데 말이다. 뻑뻑한 클러치와 지름이 큰 논파워 스티어링 휠, 한참 전에 밟아야 말을 듣는 브레이크 등 MGB의 구성은 요즘 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편함 투성이다. 그런데 이 차에는 특별함이 있다. 요즘 차와는 다른 드라이빙의 본질에 대한 순수함이 가득하다. 간단한 조작으로 톱이 열리는 장점도 있고 기분 좋은 진동이 살아 있는 직결식 변속기는 짧은 스트로크의 오도독오도독 손맛이 그만이다. 여기에 OHV 엔진 특유의 매끄러운 털털거림까지 생각하면 번거로움과 불편함은 한순간 사라진다. 마치 어린 시절 ‘차는 이래야 해’라고 여겼던 모든 요소가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면 눈앞에 나타난다.  대부분 시간은 톱을 열고 다녔다. 폭염이 가득했던 여름에는 잠시 닫고 다녔지만 차 내로 들어오는 지열과 열기는 어쩔 수 없었다. 땀범벅이 돼도 마냥 즐거웠다. MGB를 타고 다니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에어컨 있어요?’인데 당연히 없다. 공조 장치가 있긴 하지만 히터와 송풍만 가능하다. 이차의 유일한 최신 장비 카오디오 아래 공조장치 버튼이 붙었다. 가을이 오니 자연스럽게 머리는 차가워지고 하체는 뜨거워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톱의 뒷부분은 지퍼로 열 수 있었고 운전석 아래에는 앞쪽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조절할 수 있는 바가 있었다. 나름 운전자를 고려한 장치가 있음에도 뜨거운 여름에는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허탈했지만. 내년에는 꼭 써먹어야겠다는(사실 제대로 된 기능을 할지에 대한 의심이 있긴 하다) 결심을 했다. 무더웠던 여름 끝자락에서야 알게 된 톱의 기능. 열고 달리면 생각보다 시원할 것 같다 운전석 아래 정체불명 막대기는 주행 시 앞쪽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조절하는 장치였다 4단+오버드라이브, 엔진 브레이크, rpm 보정 해가 짧아지고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MBG를 운전하는 즐거움은 배가 됐다. 차창 너머로 살살 불어오는 바람은 늘 기분 좋게 만들어 주고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의 시선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앞쪽 유리창은 요즘 로드스터와 비교하면 폭이 좁고 바짝 서 있는 편이다. 그래서 와이퍼도 3개. 개방감은 요즘 차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와 내가 일체가 되는 느낌도 좋고 힘들긴 했지만 논파워 스티어링의 묵직함도 익숙해졌다. MGB를 타다 요즘 차를 타면 확실히 편하고 빠르다. 그런데 그 안에는 자동차와 운전자가 함께 하는 무엇인가가 부족하다. 맛을 안 봤다면 상관없겠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예전의 감성을 찾아간다는 행위 자체가 운전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요즘 차에 비해 작은 유리창 덕분에 와이퍼가 세 개다. 아래 공기흡입구는 실내에서 열고 닫을 수 있다MGB 출력은 고작 70마력 정도다. 요즘 경차보다도 낮지만, 동력 손실을 최소화한 설계 덕에 체감 출력은 기대 이상이다. 변속기는 4단+오버드라이브다. 4단까지는 일반적인 조작과 같지만 정속 크루징이 필요할 때는 기어노브 위의 스위치를 넣으면 오버드라이브가 작동하면서 회전수가 500rpm 정도 떨어진다. 오버드라이브를 잘 활용하면 고속도로에서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4단+오버드라이브. 오버드라이브 기능은 전자식으로 작동한다 처음에 가장 어렵고 적응이 오래 걸린 부분은 멈춰 설 때다. 브레이크의 감이 요즘 차와는 전혀 다른데다 브레이크 성능 자체가 그다지 좋지 못해 정지할 때는 항상 여유를 둬야 한다. 그런데 서울은 교통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급정지할 상황이 생각보다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MGB를 재미있고 능숙하게 몰려면 엔진 브레이크를 잘 활용해야 한다. 여기에 울컥거림을 방지하려면 rpm까지 적당히 맞춰줘야 하는데,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기술인 힐 앤 토를 사용하면 편하다. 엔진 브레이크와 힐 앤 토.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익숙해지기 힘든 아주 기본적인 운전 기술이다. MGB는 원초적인 부분도 많지만 스포츠카와 로드스터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갖추고 있다. 과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많으며, 누구라도 쉽게 즐길 수 있다. 가을 끝자락으로 갈수록 운행 가능한 날이 줄어들 테니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겨야겠다.MGB를 타면 일상이 아름답다 글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황욱익, 류장헌 취재 협조 라라클래식
메르세데스벤츠 CLS 400 d 4매틱, 여전히 굳건한.. 2018-12-19
MERCEDES-BENZ CLS 400 d 4MATIC여전히 굳건한 프리미엄 디젤 메르세데스 벤츠가 신형 CLS 400 d 4매틱을 출시했다. 새로운 직렬 6기통 3.0L 디젤 OM656을 탑재한 3세대 CLS는 더 강력하고 부드러우며 보다 깨끗하다. 신형 C클래스 발표에 앞서 신형 CLS 400 d 4매틱 시승 행사가 열렸다. CLS는 4도어 쿠페의 효시로 지난 2003년 1세대 모델을 통해 우아함과 역동성, 세단의 안락함과 실용성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많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았다. 신형 CLS는 일단 국내에 400 d 4매틱이 먼저 출시됐다.이 우아한 4도어 디젤 쿠페의 심장은 직렬 6기통 3.0L 트윈터보인 OM656. 이미 S 400 d를 통해 국내에 먼저 소개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신 엔진이다. 성능과 효율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이 모듈러 엔진은 기통당 배기량을 500cc 내외로 맞추고 실린더 간격을 90mm로 통일해 생산성을 높였다. 아울러 실제 도로주행상황에 가까운 새로운 연비측정방식(WLTP)과 유로6 RDE(Real Driving Emission)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신기술을 더했다. 기통당 배기량을 500cc 내외로 맞추고 실린더 간격을 90mm로 통일해 생산성을 높인 직렬 6기통 디젤 OM656  똑똑하고 강력한 신형 디젤 OM656최고출력 340마력과 최대토크 71.4kg·m를 내뿜는다. 디젤로는 이례적으로 알루미늄 블록에 주철 피스톤을 사용한 점이 큰 특징. 알루미늄의 열간 팽창이 더 큰 점을 이용하여 피스톤 마찰이 40~50% 감소했고 피스톤 보울(피스톤 윗면 형상)형상을 계단식으로 빚어 연소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PM배출량을 줄였다. 또한 촉매가 제 역할을 하는 온도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도록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를 엔진에 가깝게 위치했다. 이외에도 나노슬라이드 엔진코팅과 개선된 촉매코팅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더한 덕분에 이전 V6 디젤(OM642)보다 출력은 크게 증가했음에도 연료 소비는 최대 6%가 감소했다. 실제 주행에서의 경험은 퍽 놀랍다. 시종일관 부드럽고 매끄럽게 상승하는 엔진 회전은 잘 만든 가솔린 엔진이라 생각될 만큼 인상적이다. 기대했던 직렬 6기통의 특유의 회전질감 역시 예상을 뛰어넘는다. 아울러 출력이 상승함에 따라 발생하는 디젤 특유의 진동도 찾아 볼 수 없다. 엔진 마운트가 개선된 덕분이다. 사실 디젤 엔진은 고속영역에 이를수록 눈에 띄게 가속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400 d는 고회전에 이르러서도 숨고르기 한번 없이 꾸준히 가속을 이어간다. 터보 지연현상 없이 즉각적으로 출력을 쏟아내는 덕분에 무게 2t 차체를 단숨에 몰아붙인다. 힘과 효율 그리고 성능과 친환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CLS 400 d는 디젤에 대한 규제가 점차 까다로워지는 상황에서도 넘치는 실력을 자랑한다. 수입차 시장은 여전히 디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아발론의 도전 2018-12-19
TOYOTA AVALON HYBRID아발론의 도전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낮은 가격표로 경쟁력을 높였다. 신형 아발론은 국내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까?아발론은 한국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1995년 국내에 데뷔한 1세대 아발론은 당시 수입선다변화 정책에 의해 일본산 자동차 수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판매되던 일본 브랜드 세단. 병행수입업체가 들여온 까닭에 정확한 판매기록은 찾기 어렵지만, 과거에는 적지 않은 아발론이 한국 도로를 누볐고 길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토요타는 병행수입 아발론을 통해 자신들의 한국 진출 시기를 가늠했고, 이후 2001년 렉서스 브랜드로 한국 땅을 정식으로 밟는다.1세대 아발론은 한국에 처음 상륙한 일본 브랜드 차였다. 수입차가 아직 많지 않던 당시에도 적지 않은 차가 도로를 누볐다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세단아발론이 일본차 해금 이전 국내에 진출할 수 있던 배경은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됐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설계 모두 미국 토요타 법인에서 맡았으며, 차의 구성도 당시 미국산 대형 세단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칼럼시프트 변속기와 1열 3인승 벤치 시트가 옵션이었고, 실내 재질과 편의장비 구성은 형제차인 중형세단 캠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꾸몄다. 즉, 어디까지나 미국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었다. 경쟁차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닛산 맥시마와 포드 토러스를 비롯한 동급 대형차. 북미 시장 외에 성격이 비슷한 호주에서도 인기였으나, 한국에서는 IMF를 계기로 사실상 수입이 중단된다. 국내에 아발론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 건 2009년에 이르러서다. 메가 딜러를 꿈꾸던 SK네트웍스가 메르세데스 벤츠, BMW, 토요타의 여러 모델과 함께 3세대 아발론을 판매했다. 수입경로는 본사가 아닌 미국 딜러로부터 공급받는 구조이므로, 처음부터 정식수입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SK네트웍스는 당시 한국토요타가 팔지 않던 아발론 3.5L 최고급 사양을 들여오되, 한국토요타가 정식 수입하는 렉서스 ES350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경쟁 구도를 만들고자 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신통치 않았다. 국내 소비자에게 아발론은 역시 생소한 이름이었고, 덩치 큰 6,000만원짜리 캠리로 인식했다. 아발론이 정식으로 한국 땅을 밟은 건 2013년 4세대 모델이 처음이다. 가격은 4,730만원. SK네트웍스가 수입한 3세대보다 훨씬 저렴한 값이었다. 하지만 디젤 중심으로 돌아가던 분위기 속에서 대중브랜드 3.5L 가솔린 대형세단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는 극히 적었다. 한 달 판매량이 10대 미만에 머무를 때가 많았고, 수년간 팔았어도 아발론을 아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았다.하이브리드와 낮은 가격표로 경쟁력 키운 신형 아발론아쉬운 과거를 뒤로 한 채 신형 아발론은 다시금 한국 시장에 도전한다. 아발론은 캠리와 ES350 사이를 메우는 동시에 토요타와 렉서스를 잇는 모델이다. 즉 한국토요타의 모델 라인업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이번 5세대 아발론은 매력적인 파워트레인으로 존재감을 높였다. 최근 수입차 시장은 디젤과 관련한 여러 문제로 인해 하이브리드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신형 아발론은 이러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2.5L 하이브리드 단일 트림으로 등장했다. 그러면서도 찻값은 구형 3.5L보다 100만원이상 저렴해졌다. 5세대 아발론은 젊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입혔다. 미국 시장에서 평균 고객 연령은 2008년에 64세, 올해는 65세로 여전히 많은 편이다   공격적인 라디에이터 그릴은 내수용 대형 세단 크라운과 글로벌 렉서스와 궤를 같이한다  차체는 길이 4,975mm, 너비 1,850mm, 휠베이스 2,870mm에 이른다. 동급 기아 K7과 비교하면,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5mm, 25mm 여유가 있고 너비만 20mm 좁다. 넓은 실내 공간과 도어 포켓을 비롯한 다양한 수납공간도 미국 시장을 반영한 흔적들. 최신 토요타차 답게 대시보드 높이를 깎아 전방 시야를 넓혔고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로 대각선 사각지대를 줄였다. 시야가 쾌적해진 덕분에 운전이 더 편하다.입체적으로 빚은 후면부는 아발론의 매력 포인트  9인치 센터모니터로 첨단 분위기를 더했다. 낮은 대시보드가 더 쾌적한 시야를 만든다  또렷하게 좋아진 주행 품질은 저중심 설계의 모듈러 플랫폼 TNGA 덕분이다. 깔끔하고 직관적인 조향 감각도 평균 이상이다. 아울러 여유로우면서도 절제된 승차감이 차에 대한 만족감을 높인다. 파워트레인은 캠리 하이브리드와 같은 178마력 밀러사이클 엔진과 120마력 전기 모터 조합. 둘을 합친 시스템 출력은 218마력이다. 차 무게가 캠리 하이브리드와 비교했을때15kg 차이에 불과하다. 따라서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연비 성능과 가속성능 모두 캠리 하이브리드와 대동소이하다. 아발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연비성능이다. 기자는 서울 잠실에서 출발해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에코빌리지를 돌아오는 시승코스에서 1리터당 평균 18km 내외의 연비를 기록했다(트립컴퓨터 기준). 성인 남자 셋이 탑승한 채로 스트레스 없이 주행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1리터당 20km를 쉽게 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안전장비는 운전석/조수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총 10개의 에어백, 그리고 후측방 경고, 차선이탈 경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긴급 제동 보조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서울 잠실과 강원도 영월을 왕복하는 시승코스에서 1L당 평균 18km 내외의 연비를 기록했다아발론은 지역색이 강한 탓에 몇 가지 단점이 두드러진다. 고객입장에서 가장 큰 불만은 부족한 편의장비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급 사양인 리미티드 대신 XLE를 들여왔다. 이 때문에 대형세단에 필수 덕목인 오토센싱 와이퍼, 운전석 메모리 기능, 1열 시트 통풍, 2열 시트 열선이 빠져있다. 아울러 내장재와 실내 분위기도 렉서스 ES보다는 캠리에 가깝다. 물론 그랜저와 비교해도 부족한 수준이다. 큰 차일수록 고급하다는 국내 소비자의 인식과 거리가 느껴진다. 이러한 몇 가지 특징에서 역시 미국 중심의 차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신형 아발론은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번 기회를 통해 존재감을 높이려 하지만 국내 소비자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충족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매력적인 파워트레인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나머지는 한국토요타가 소비자를 설득하는 능력에 달렸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한국토요타
2 SUV & 2 MPV, 1열-2열-3열 '따로따로'.. 2018-12-18
2 SUV & 2 MPV1열-2열-3열 '따로따로' 시승기나만 편하면 장땡이 아닌 함께 타는 차들. 1열뿐만 아니라 2열과 3열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HONDA Odyssey1열세단인가? ‘세단처럼 편합니다’ 온갖 RV가 내세워온 광고 문구지만 실제로 그런 차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빤한 문구를 오딧세이를 위해 다시 꺼내야 할 듯하다. 이 차는 정말 세단 같다. 좌석 높이가 세단 못지않게 낮고, 서스펜션은 유연하게 잔진동을 거른다. 더욱이 V6 3.5L 엔진의 잔잔한 고동이 더해져 그냥 세단도 아닌 고급 세단처럼 느껴진다. 단언컨대 이날 모인 네 대의 RV 중 승차감만큼은 독보적이었다. 건담 얼굴 같은 실내는 거부감이 들지만.센터콘솔이 여유로워 수납 공간 부족할 일은 없겠다2열넓지만, 빈약한 시트공간만 놓고 보면 오딧세이가 가장 여유롭다. 낮은 플로어 덕분이다. 그러나 여유로운 공간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활용 능력은 별개의 일. 좁고 얇은 시트는 착좌감이 떨어진다. 팔걸이도 폭이 좁고 지지력이 약한 탓에 제 역할을 못 한다. 성인보다는 아이에게 적합해 보인다. 시트를 옆으로 슬라이드 하는 기능은 퍽 재미있다. 오늘 나온 차중에 유일하게 2열 시트 열선이 없는 것도 지적할 만하다. 플로어 매트는 바닥을 가득 메운다. 덕분에 실내를 청결하게 유지하기에 좋다.아이들에게 유익한 뒷좌석 AV시스템3열기준이 되다미니밴 태생에 낮은 플로어 덕분인지 레그룸, 헤드룸 모두 넉넉하다. 이러한 여유는 공간에서 그치지 않는다. 편의사양도 넉넉하다. 양쪽에 컵홀더 4개와 송풍구 2개 그리고 전원 시가잭도 갖췄다. 양쪽으로 헤드셋 잭이 2개나 마련돼 오딧세이가 자랑해 마지않는 엔터테인먼트를 모조리 즐길 수 있다. 승차감이 좋아 이날 탄 RV 중 가장 일반 승용차에 가까웠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곧바로 깔끔하게 뒤를 잡아주기에 울렁거리지도 않았다.방해받지 않고 AV를 즐길 수 있다KIA Carnival 1열보기에 좋은 떡카니발에 올라타면 기분이 좋다. 정갈하게 꾸민 실내, 가득한 편의장치, 편리한 내비게이션까지 그냥 승합차가 아닌 고급 승합차에 오른 기분이다. 직렬 4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도 썩 자연스럽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조금만 움직여보면 허술한 주행감이 운전자 얼굴의 미소를 지운다. 운전대와 브레이크 조작감이 어색하고 뒤쪽 서스펜션은 댐퍼란 게 없는 듯 통통 튄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엔 좋지 않았다.허접한 수입차 내비게이션 사이에서 카니발 내비게이션은 발군이다.2열편하고 안락하다. 서 있을 때만독립식 캡틴 시트는 크고 안락하다. 등받이, 방석, 팔걸이 모두 신체를 편하게 지지한다. 오늘 만난 차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좌석이다. 수많은 연예인과 정치인들이 카니발을 고집하는 이유인가보다. 단 이러한 만족은 차가 움직이면서 급격히 저하된다. 과민 반응하는 서스펜션 때문에 승차감이 떨어지는 탓이다. 어쨌든 공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플로어 매트는 바닥 레일 틈 사이를 꼼꼼하게 덮고 있다. 덕분에 실내를 청결하게 유지하기 좋다. 뒷좌석 열선, 소지품 보관함, 220V 파워 아웃렛3열반전 매력내심 기대가 많았던 카니발에는 단독조명과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USB 포트가 마련된다. 시트는 대한민국 표준 체형인 기자가 느끼기에 가장 안락했다. 등받이는 180°까지 젖힐 수 있어 장거리 운행 시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개방감은 패스파인더 못지않다. 반전은 도로 위에서 시작된다. 알고 싶지 않은 작은 돌멩이 하나까지의 정보가 읽힌다. 진동이 두개골까지 올라오는 바람에 조금이라도 빠른 속도로 과속방지턱을 넘으면 안 좋은 걸 넘어 불쾌한 수준이다. 나쁘지 않은 개방감 그리고 단독 조명NISSAN Pathfinder1열거대한 보트처럼큰 차에 앉은 기분이 좋다. 거대한 보닛을 앞에 두고 부드러운 서스펜션으로 달리는 기분은 마치 큼직한 보트를 운전하는 듯하다. 263마력을 내는 V6 VQ 엔진의 정숙성 역시 만족스럽다. 다만 실내도 보트처럼 무심하다. 4세대 출시 후 어느덧 6년이나 지나버린 세월을 대변하듯 스타일이 고리타분하다. 당당히 플라스틱 질감을 드러내는 나무 무늬와 은색 장식이 안타까울 따름. 그러니 시선은 든든한 보닛 건너 밖으로 고정하자.10년 전에 찍은 사진이 아니다.2열세대교체가 시급함실내가 가장 낡아 보였다. 실제로도 출시한 지 가장 오래된 모델이기도 하고. 2열 벤치 시트는 보기와 달리 딱딱하고 편안함을 전달하지 못한다. 앞/뒤 슬라이드와 등받이 각도 조절을 지원한다. 2열 플로어 매트는 바닥과 딱 맞지 않는다. 3열 승객이 밟고 실내로 드나들 수 있도록 2열 도어 스탭 플레이트가 실내에 넓게 자리한다. 하지만 오염에 취약한 소재이며 상처도 쉽게 난다.오염에 취약한 스탭 플라이트3열탁 트인 시야선루프와 큼직한 측면 차창 구성이 수준급의 개방감을 제공한다. 2명이 탈 수 있는 시트 구성인데 휠하우스 공간이 상당한 부피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레그룸은 넉넉하지만 시트가 거의 바닥에 붙어있다시피 해 쪼그려 앉는 기분이다. 편의 장비는 컵홀더와 공조기가 전부다. 헤드레스트는 쓸데없이 인사성이 밝다. 직각으로 앞으로 꺾인다. 3열을 접어서 보관할 때에는 좋지만 탑승자를 위한 기능은 아니다. 주행 시 잔 진동을 잘 걸러주는 대신 잡소리가 크게 들린다.개방감에 힘을 보태는 선루프와 측면 차창CADILLAC Escalade1열도로 위에 군림하다에스컬레이드에 앉는 순간 다른 차는 시시해져 버렸다. 모두를 내려다보는 높은 시야, 거대한 센터터널, 광활한 보닛까지 마치 다른 세상 차 같달까. 이런 풍요로움 가득한 분위기에 승차감도 마냥 편할 줄 알았건만 웬걸, 노면 반응은 트럭처럼 뻣뻣하다. 잔진동에 털털대며 반응하고 요철은 꿀렁이며 넘는다. 아무리 커도 사다리꼴 프레임 골격 섀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도로 위를 지배하는 듯한 기분이 모든 걸 용서한다.  감성과 성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V8 6.2L OHV 엔진2열덩치는 풀사이즈, 알맹이는 스몰사이즈문을 열자마자 고급스러운 내장재가 눈에 띈다. 시트와 도어트림을 비롯한 곳곳을 가죽으로 감쌌다. 높은 포지션을 자랑하는 2열 캡틴 시트는 앉았을 때 내려다보는 맛이 일품. 등받이 각도조절이 안 되는 점은 무척 아쉽다. 차 덩치는 무지막지하게 크지만 공간 활용도는 준중형 SUV 수준. 플로어 매트는 2열 승객 신발이 겨우 올라설 만큼 좁다. 3열 승객이 드나드는 2열 중간은 플로어 카펫이 그대로 노출되어있다. 내 차는 아니지만 청소할 일이 걱정이다. 레더 프레임에서 비롯된 질 낮은 승차감도 실망스럽다. 방지턱을 넘으면 바퀴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큰 충격을 전달한다. 무거운 차체를 버티려는 서스펜션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SUV에도 AV시스템이 빠지지 않는다3열속 빈 강정외모 깡패에 걸맞은 3열 공간을 기대하게 만든 에스컬레이드. 그런데 패스파인더보다 더 심하게 아래에 놓인 시트 바닥이 완전히 쪼그려 앉은 자세를 유도한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취하는 하이키킹 자세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다. 신발 뒤축이 궁둥이에 닿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카니발보단 낫지만 사람이 곧 짐짝 신세로 전락하는 공간이다. 승차감은 어땠냐고? 글쎄. 뭔가를 느껴보기도 전에 발에 쥐가 나는 바람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짐과 사람을 실을 때 유용한 컨트롤 버튼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롱텀 시승기 9회] 역사적인 하우스 파티 2018-12-17
롱텀 시승기 8회 다시보기역사적인 하우스 파티영화 ‘아이언맨 3’에서 토니 스타크는 악당과의 결전을 위해 자신의 아이언맨 수트를 원격으로 총출동시키는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이라는 필살기를 선보인다. 비록 내게는 인공지능 비서도, 최첨단 수트도 없지만 여러 대의 애마는 있다. 자동차생활 편집부와 동료들의 힘을 빌려, 역사적인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을 발동시켰다.한국에서는 한 집에 차 여러 대가 있는 게 흔치 않다. 최근에야 용도에 따라 세컨드카를 들이거나 가족 구성원이 각자 자가용을 한 대씩 운행하는 집들이 늘어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집과 더불어 하나뿐인 가족의 소중한 재산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특히 필자처럼 세 식구가 차 다섯 대를 보유 하는 경우는 정말 보기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도 “어쩌다 이렇게 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차와 함께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일관성이라곤 요만큼도 찾아보기 어려운 조합이니!“그렇게 차가 많으면 힘들지 않아?”라는  질문도 종종 듣는다. 맞다. 힘들다. 1만km 또는 1년 중 선도래 시기에 엔진오일을 교체하는데, 1년에 적어도 오일 교환만 대여섯 번을 받아야 하고, 오래된 차들은 2년마다 정기검사도 돌아온다. 자동차보험도 다섯 번 갱신해야 하고 말이다.무엇보다 어려운 건 주차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주차대수가 제한적인 까닭에 3대만 댈 수 있다. 나머지 2대는 멀리 떨어진 다른 주차장에 귀양살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 5대의 차가 한 자리에 모이는 광경을 여지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명색이 가족인데, 한 자리에 모이지도 못한다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그래서 해가 넘어가기 전에 가족사진을 찍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사람이 아닌 자동차 가족사진 말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둘 뿐인지라 자동차생활 편집부와 친구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여기저기 흩어진 차들을 가지러 열심히 떠돈 끝에, ‘드래곤볼’을 모으듯 다섯 대를 가까스로 한 데 모았다.특별한 선물을 준 자동차생활 편집부와 포토그래퍼에게 감사 인사를 올린다가족의 역사가 담긴 쏘나타와 제네시스 쿠페이번에 모인 차는 1998 현대 EF쏘나타, 2008 현대 제네시스 쿠페, 1998 BMW 540i, 2001 푸조 206, 2018 푸조 208이다. 해치백 둘, 세단 둘, 쿠페 하나다. 이 중 쏘나타와 제네시스 쿠페, 208은 집 주차장에, 나머지 2대는 다른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 그러니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게 결코 녹록치 않았다.그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고 정이 많이 든 건 EF쏘나타다. 98년식이지만 우리 집에 온 건 2001년쯤으로 기억한다. 반짝이는 화이트 펄 컬러에, 당시에는 제법 있었지만 지금은 찾기 힘든 수동변속기가 달려 있다. 거기다 오랫동안 함께 하며 최적화된 세팅으로 제법 운전이 재미있는 패밀리 세단이다.쏘나타가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건 가족의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텨낸 전우(戰友)이자, 내게는 생애 첫 차라는 기억 때문이다. IMF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시기, 쏘나타는 오랫동안 우리 가족의 발이 돼줬다. 유년기에는 뒷좌석에, 학생 때는 동승석에, 그리고 성인이 돼서는 차를 물려받아 운전석에 타면서 많은 정을 붙였다. 첫 차로서 운전과 차량관리의 즐거움을 알려줬다. 내게는 삶의 영역과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었기에 여전히 고마운 차다.이제는 너무 정이 많이 든 쏘나타. 한때 폐차도 고려했지만 차마 보낼 엄두가 안 난다그런 쏘나타를 물려받을 수 있었던 건 아버지가 제네시스 쿠페를 구입했기 때문이었다. 왕년에 카 레이서였던 아버지가 “인생은 짧다”는 광고 문구에 홀려 큰 맘 먹고 바꾼 차였다. 아버지가 제네시스 쿠페를 사겠다며 내무부장관(?)인 어머니에게 한참 차의 필요성을 피력할 때, 저 차를 사면 쏘나타는 자연스럽게 내 차가 되리라는 생각에 나도 아버지 편이 돼서 어머니를 설득했던 기억이 난다.중년에 접어든 아버지는 여전히 300마력짜리 스포츠 쿠페를 즐겁게 타고 다닌다이 둘은 발 빠르고 운전이 재미있는 스프린터들이다. 쏘나타는 최고출력이 140마력에 불과하지만 서스펜션과 차체보강, 엔진 헤드포팅과 밸런싱 등 튜닝을 거쳐 다듬었다. 에다가 변속기 기어비를 조정하고 종감속기어도 교체해 여느 스포츠 카 못지않은 짧은 기어비를 갖췄다. 비록 몸집이 있지만 날 것 느낌의 거동은 제법 즐겁다. 제네시스 쿠페 역시 3.8L 자연흡기 엔진이 얹혀 당대 국산차 최강의 성능을 냈던 만큼, 여전히 우렁찬 배기음을 내며 번개처럼 달린다. 이 둘은 각각 우리 집에서 17년간 가족과 함께 걸어온 소중한 식구들이다.황금빛 고속도로의 제왕, BMW 540i나의 ‘콜렉션’ 중에서도 가장 자부심을 갖는 차를 꼽자면 단연 540i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영입하게 된 540i는 2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황금빛의 자태를 뽐낸다. 게다가 다운사이징 시대를 역행하는 자연흡기 V8 엔진이 얹혀 있어 가치를 더한다.집안의 얼굴마담이자 희소가치 높은 콜렉션, E39 540i이 540i는 미국에서 넘어왔다. 아버지의 지인이 미국에서부터 타던 차를 한국에 이삿짐으로 들여왔는데, 다시 외국으로 이주하면서 차를 아껴줄 새 주인을 구하셨고, 그렇게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이 차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보다 멋스러운 외모다. 국내에서는 정식 판매되지 않아 극히 드문 샴페인 골드 톤의 캐시미어 베이지 컬러, 그리고 베이지 인테리어가 적용돼 있다. 지극히 미국적인 컬러 조합이다. 튀지 않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특별한 컬러 덕에 어디서나 빛이 난다. BMW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E39답게 현대적인 BMW의 디자인 아이덴티티―호프마이스터 킥, 엔젤 아이, 후방 LED 포지셔닝 램프 등―를 정립한, 간결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모습은 세월이 무색하게 세련됐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게다가 285마력을 내는 V8 4.4L 엔진은 더욱 특별하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은 이미 멸종위기종이다. BMW의 장기는 직렬 6기통이라지만, 그럼에도 당대 5시리즈 최상위 모델이었던 540i는 분명 6기통과는 다른 묵직한 감각을 뽐낸다. 고속 크루징에서 긴 차체와 넉넉한 토크로 엄청난 안정감과 쾌적함을 선사하는데, 끔찍한 연비만 아니라면 장거리 주행은 항상 이 차로 하고 싶을 정도다. 내게는 고속도로 운전의 즐거움을 알려준 차이기도 하다.쏘나타를 통해 자동차를 직접 손보고 가꾸는 재미를 처음 배웠다면, 540i는 더 나아가 복원의 가치를 일깨워줬다. 몇 가지 소소한 튜닝이 돼있지만 순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0년 전 아우토반에서 담금질한 비즈니스 세단을 그 시절 그 느낌 그대로 되살리는 건 운전자에게도 특별한 경험이다. 또 이 차를 통해 한국에서 올드카를 타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필자에게는 카 라이프의 큰 전환점이 됐다.일상을 함께하는 푸조의 가치와 헤리티지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일상을 가장 많이 공유하는 차는 푸조 208이다. 어느덧 차를 구입한지 11개월이 지났고, 누적 주행거리는 2만4,000km를 돌파했다. 여전히 1리터당 20km 이상의 뛰어난 연비와 경쾌한 주행감각으로 데일리 카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또 롱텀 3회에서 다뤘던 206 역시 차를 보관해주고 있는 친구의 데일리 카로 부지런히 운행되고 있다.206은 자주 타지 않지만 친구의 관리로 팔팔하게 돌아다닌다일견 용도나 컨셉트가 겹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차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208은 필자의 연비 좋은 데일리 카로, 제네시스 쿠페는 아버지의 데일리 카로 쓰인다. 쏘나타는 넉넉한 공간의 장점을 살려 아버지의 짐차로 쓰이고, 가끔 수동이 그리울 때나 서킷 주행을 할 때 함께한다. 540i는 소장을 위해 끊임없이 복원 작업을 진행 중인데,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는 물론 올드카 모임에 참석해 드라이브를 떠날 때 가끔씩 주행한다. 굳이 애매한 녀석을 꼽자면 206이지만, 귀여운 외모와 더불어 ‘국내 1호차’의 가치를 지닌 만큼, 조금씩 손보며 재미있게 탈 생각이다.특히 206과 208은 한 핏줄을 계승하는 형제라는 데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번 촬영에서 처음으로 두 대의 차가 함께 달리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다.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하는 일상 속에서 변함없이 작고 실용적인 차를 추구하는 208과 206의 헤리티지가 새삼 뜻 깊게 와 닿는다. 가장 자주 타는 건 역시 208이다. 작은 차체지만 경제성과 실용성 모두 발군!3인 가족이 5대의 차를 운용하는 걸 이해하기란 쉽지 않음을 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고정비용이 나가는 게 자동차인데, 아깝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나름의 가치를 지닌 근사한 애마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자동차 마니아로선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특별한 가족 모임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각각의 차들에 대한 애정이 더욱 샘솟았다. 앞으로도 이들과 함께 카 라이프를 쭉 이어나갈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이다. 글 사진 이재욱
[롱텀 시승기 4회] 트랙에 모인 70대의 벨로스터 N.. 2018-12-17
롱텀 시승기 3회 보러가기HYUNDAI VELOSTER N트랙에 모인 70대의 벨로스터 N, 그리고 첫 사고....단돈 오만원으로 즐기는 트랙데이매달 차 타는 시간이 줄고 있다. 처음 출고 받은 9월엔 3,000km 가까운 거리를 달렸지만, 지금은 1,000km도 채 타지 않는다. 30%가량 운행 거리가 줄어든 셈이다. 이유는 주말에 개인적인 스케줄이 몰려 놀러 다닐 틈이 없어서다. 옆구리 시린 크리스마스이브 전까지도 살인적인 일정은 계속 이어진다.이런 와중에 11월 10일, N 클럽 코리아 트랙데이가 열렸다. 트랙데이를 주관하는 N 클럽 코리아(N Club Korea, 이하 NCK)는 쉽게 말해 여느 차종 오너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동차 동호회 일종이다. 현재 벨로스터 N은 동호회 3곳이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중인데, NCK도 그중 하나다. 보통 동호회에서 개최하는 트랙데이는 주행권을 구매해 다른 참가자와 함께 주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NCK 트랙데이는 인제스피디움을 통째로 빌렸다. 이날 70여 대의 벨로스터 N이 경주장을 가득 메우고 달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마 인제스피디움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 동호회 역사를 통틀어 이렇게 많은 단일 차종이 한자리에, 그것도 서킷에 모인 건 아마 최초가 아닐까. NCK는 아반떼 스포츠컵 대회 운영을 담당하는 KMSA(Korea Motor Sport Association)가 운영을 도맡는다. 이날 참가자들은 모터스포츠 전문 기업의 역량을 유감없이 맛볼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 일반적인 모임의 범주를 넘어섰다. 아반떼 스포츠컵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프로 드라이버들을 초청해, 선수 한 명이 약 7명으로 구성된 팀을 전담했다. 덕분에 짜릿하면서도 안전하게 트랙을 달릴 수 있었다. 이날 한 차례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피트엔 기술팀이 상주해 타이어 공기압 체크 및 교환 같은 경정비와 차량 점검을 지원했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먹거리와 나눔 물품을 가져와 공유하기도 했다. 해가 떨어진 저녁엔 기념 촬영 후 경품 이벤트가 열렸다. 이 모든 행사를 즐기는데 필요한 참가비는 단돈 5만원. NCK 트랙데이는 이른 오전에 시작해 저녁 만찬을 함께 한 뒤에야 종료했다. 참가비 소식을 접한 참가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그러나 필자는 트랙데이에 참가하지 못했다. 앞서 말한 대로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이다. 다양한 벨로스터 N 소식을 전하기 위해 NCK 트랙데이 소식을 빼놓을 수 없었다. 진짜 하고 싶은 내용은 이제부터다. 교통사고를 내다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니, 과실이 내가 더 많으니 사고를 냈다. 그런데 좀 억울하다. 받힌 건 난데 가해자가 됐다. 구차한 변명을 할 생각은 없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먼저 교차로 통행법에 대한 설명부터. 교차로에서는 차선이 그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진입한 차선 그대로 달려야 한다. 즉, 사거리를 건넌 후 실선을 만나야 비로소 차선 변경이 가능하다. 지난 9월부터 법규가 강화됐다. 필자가 사고를 낸 도로는 편도 2차선. 사거리를 지나 바로 우측 건물 주차장에 진입해야 했다. 그런데 미처 차선을 바꾸지 못했다.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선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녹색불이 켜지고 차를 움직였다. 2차로는 우회전을 기다리는 차들로 잠시 진행이 멈췄다. 사이드미러로 상황을 확인하고 차선을 바꾸는 순간, ‘쾅’ 소리와 함께 블랙박스가 요란하게 울렸다.↳ 사고나는 바람에 얼룩덜룩해졌다. 지인들은 은근히 잘 어울린다고그렇게 사고가 났다. 충격으로 사이드 스커트가 떨어졌고, 래핑이 벗겨진 자리엔 원래 피부색인 검은색이 드러났다. 상대방은 택시다. 택시는 손상이 별로 없었다. 연마제로 열심히 문지르면 지워질 정도의 흠집이 났다. 이내 보험사가 출동해 사태를 확인했고, 나는 차를 공업사에 입고 후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생애 두 번째 사고지만 어안이 벙벙했다. 내 생각엔 택시가 직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받혔기 때문이다. 며칠 뒤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다. 교차로에서 차선을 바꿨으니 내가 불리하다며 상대방 수리비 전액을 물어주고 마무리 짓자고 권했다. 통상 수리비가 200만원이 넘지 않으면 다음 해 보험료 인상은 없다. 내 차와 상대방 차 수리비를 모두 합해서다. 만약 과실 0:100으로 처리할 경우 나는 자기부담금 20만원만 내고 차를 수리하면 된다. 자기부담금 20만원을 내면 100만원까지 수리비 청구가 가능하다. 그만큼 피해는 가벼웠다. 몇 초간 머리를 굴린 뒤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그런데 몇 시간 뒤 같은 번호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피해자가 몸이 아프니 병원에 가야겠다고 한 것이다. 나는 일단 알았으니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고 직후 먼저 나에게 다가와 보험 접수를 요청하고, 보험사가 현장에 도착할 동안 밖에서 사진도 찍고 ‘멘탈’이 나간 나를 구경하던 사람이 갑자기 아프다니, 선뜻 마음이 가질 않았다. 결국 나는 대인 접수를 하지 않았다. 병원에 갈 만큼 큰 사고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상대방은 경찰서에 사고를 접수하게 된다. 각자 담당 경찰서에 출두 후 진술을 하면 담당관이 결과를 종합해 진단을 내린다. 가해자는 벌금과 범칙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피해자 병원 진단서를 받고 대인 접수를 명령할 수도 있다.경찰서에 출두 후, 마디모 프로그램을 신청할 생각이었다. 마디모 프로그램이란 사고 상황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3D 가상현실로 재현하는 프로그램이다. 구현된 상황을 재분석해 어느 정도 피해가 있을지 계산한다. 캐나다에서 처음 만든 시뮬레이션으로 ‘보험사기’를 막는 데 적극 이용하고 있다. 신청자가 워낙 많은 탓에 결과가 나오기까지 3달 정도 걸린다고.진술 결과 경찰은 병원 입원을 인정하지 않았다. 각자 과실을 따진 후 대물 처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과실 비율은 9:1. 상대방은 직진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교차로에서 차선을 바꾼 내 잘못이 더 컸다. 아직 래핑은 벗겨진 상태다. 수리비 견적서의 10% 비용만 상대 보험사에 청구하면 이번 사고는 종결된다.자칫 보험사가 시키는 대로 휘둘릴 뻔했다. 100% 과실에 병원비까지 물어주면 내년 보험료는 20만~30만원 가까이 인상된다. 피해자는 많으면 150만~180만원 합의금을 받는다. 다시 먼 거리를 달려 래핑을 하고, 수리비가 나가는 걸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어찌 됐든 다시는 교차로에서 차선 변경을 안 하겠노라 다짐했다.  글 사진 이병주
JCW 컨트리맨 ALL4 2018-12-13
JCW COUNTRYMAN ALL4존쿠퍼웍스(John Cooper Works, 이하 JCW)의 손길은 SUV도 내버려 두지 않는다. 미니 쿠퍼의 역사가 미니에서 시작된 걸 생각한다면, 이건 오랜만에 본색을 드러낼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바탕이 된 컨트리맨은 미니 중 가장 크고 무겁기까지 하다. 과연 JCW의 마법은 SUV에서도 통용될 수 있을까?미니의 아버지 알렉 이시고니스는 자신의 창조물로 레이스를 벌일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미니로 레이스를 하겠다고 달려든 것은 그의 친구였다. F1과 인디애나폴리스를 모두 석권한 당대 최고의 레이싱 컨스트럭터 존 쿠퍼는 이 작고 귀여운 초대 미니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철저하게 경량화를 거친 차체 설계, 단순하고 신뢰성 높은 메커니즘, 공간 확보를 위해 바퀴를 최대한 바깥으로 밀어낸 레이아웃은 오로지 단가와 생산성을 고려한 국민차 설계가 낳은 결과였지만, 다르게 보면 레이스카로서의 이상에도 부합하는 구성이었다.JCW는 그냥 멋내기 브랜드가 아니다이시고니스는 처음엔 맹렬히 반대했지만 나중엔 열정에 설득 당해 작업을 거들었다. 이렇게 완성한 미니로 랠리에 출사표를 던진다. 길이 3m에 배기량 997cc 엔진. 서민의 발로서 소박하기 짝이 없는 이 차는 이후 수년간 랠리계를 석권한다. 여세를 몰아 더욱 성능을 끌어올린 쿠퍼 S가 개발되었다. 엔트리 넘버 37을 달고서 몬테카를로 랠리를 4년 연속 우승해버릴 즈음, 쿠퍼라는 이름은 고성능 미니의 확고한 상징이 되었다. 이후 40년 뒤에 미니를 인수한 BMW가 2008년 쿠퍼 가문으로부터 JCW의 사업권까지 사들일 정도로 미니에 새겨진 JCW의 각인은 강렬했다.BMW 시대의 JCW 미니는 쿠퍼와 쿠퍼 S 위에 군림하는 새로운 플래그십 브랜드가 되었다. 이제는 미니의 성능을 극단으로 끌어올린 궁극의 미니로서 전세계 매니아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라인업이 늘어나면서 전에 없던 JCW 버전도 나오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왜건이나 SUV같은 차 말이다.   JCW 컨트리맨은 ‘최초의 JCW’ 타이틀 몇 가지를 새로 썼다. 일단 길이 4,315mm에 무게 1,650kg이 넘는 차를 JCW 미니라고 불러야 할지 살짝 망설여질 지경. 가장 크고 가장 무거우며 가장 비싼 JCW이자, 최초의 SUV JCW, 그리고 최초의 4륜구동 JCW 모델이다. 특별한 차인 만큼 외장도 새롭게 꾸몄다. 전통의 붉은색 악센트에 새로운 LED 헤드라이트,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와 전용 스포츠 시트 등 이 차가 특별하다는 힌트는 넘쳐난다. JCW 전용 스포츠 시트. 가죽과 스웨이드의 배합으로 완성한 품질감은 뛰어나다  대시보드는 기능과 질감 모두 다른 컨트리맨과 비슷하다미니는 추가한 외장 파츠 덕분에 공력성능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전면 투영면적이 넓은 SUV의 특성상 파츠 몇 개로 해결될 문제는 아닐 테다. 4기통 2.0L 터보 엔진은 1,450~4,500rpm 사이에서 35.7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피크 회전수를 줄이는 대신 3도어 모델보다 토크를 3kg·m 키운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수치상으로는 수준급의 토크임에도 불구하고 힘의 여유를 느끼기는 어렵다. 1,655kg로 늘어난 무게가 이 모든 출력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몸뚱이를 짊어진 채 차는 앞으로 달려간다. 그나마 부지런히 일을 하는 것은 8단 자동 변속기 정도.도어트림 일부에도 스웨이드를 적용했다  자잘한 디테일이 들어간 범퍼와 붉은색 액센트가 차별화 포인트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는 6.5초가 걸린다. 다른 JCW 형제들과 비교하면 아주 조금 느린 정도지만, 그 가속감은 국산 2.0L 터보 세단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바락바락 악을 쓰며 튀어나가는 3도어 해치백 특유의 경쾌함이 조금은 담겨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거 없다. 비록 연출된 것이라 해도 JCW 특유의 레이시한 감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를 켜면 제법 변화가 느껴지긴 하지만, 그냥 조금 경쾌하려다가 마는 정도에 머무른다.  전륜에는 브렘포 4피스톤 캘리퍼가 들어간다231마력에 35.7kg·m의 토크지만 무게 1.6t 차체가 상쇄하고 만다JCW라는 이름의 타협하체도 JCW와는 거리가 멀다. 보통의 소형 SUV에 약간의 스포츠 감성을 더한 정도다. 마냥 단단하게만 만드는 대신 완급을 조절한 하체는 거친 도로에서도 좋은 승차감을 제공한다. 포장도로의 코너링은 소형 SUV로서는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소형 SUV’로서 말이다. 천하의 JCW도 물리법칙을 상대로 마법을 부리지는 못한다. 댐퍼 스트로크가 긴 차는 코너의 끝자락에서 좌우로 몸을 흔들기 일쑤고, 타이어를 통해 올라오는 노면 정보는 미처 스티어링 휠까지 오기도 전에 흐릿해진다. 코너를 돌면 돌수록 3도어 해치백의 날 서고 또렷한 핸들링이 그리워질 뿐이다. 혹시나 끌고 들어간 오프로드에서도 일반 컨트리맨과 특별히 다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비포장에서는 4륜 트랙션이 도움을 주지만 본격 랠리머신의 기분을 느낄 여지는 없다. 하체가 낮다 보니 조금만 길이 거칠어도 바닥이 닿을까 노심초사하며 달려야 한다. “JCW인데...” 싶어 스포츠 모드로 줄창 달렸더니, 연료계가 빠르게 떨어진다. 얌전히 기름 아끼라고 에코모드도 마련해 놓았건만 이걸 켜면 출력과 움직임은 컨트리맨 쿠퍼와 다를 바 없다. 우리가 이러려고 JCW를 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미니쿠퍼의 역사는 랠리에서 시작한다. 모처럼 나온 SUV로 산과 들에서 질주하는데 초점을 맞춘 본격 4륜구동의 길을 갔다면 정말 근사했겠다. 그러나 JCW 컨트리맨이 그 대신 택한 것은 도심을 벗어나지 않는 보편적인 성격이다. 현재까지 나온 어떠한 JCW보다도 넓은 공간을 자랑하나, 공간 보고 JCW를 사는 건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몸무게가 크게 불어나는 걸 감수하고 달아 놓은 4륜구동은 주무대인 온로드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표출하지 않는다. 오프로드 달리기 능력은 쿠퍼와 다를 바가 없다. 이 차의 정체성은 참으로 애매모호하다. 오해는 하지 말기 바란다. ‘장난기 넘치는 세련미’를 과감히 현실화했다는 점만으로도 미니 컨트리맨은 정말 멋진 차다. JCW 3도어 해치백를 타고 서킷을 달린 경험은 아직도 잊지 못할 즐거움이다. 하지만 여기의 JCW 컨트리맨이라는 건, 그냥 제일 비싼 미니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나 통할 공식이다. JCW가 플래그십 브랜드로 자리한 이상 이 차의 출현은 예정된 것이었다. 이왕 JCW 버전을 만들거면 좀 더 오프로드에 가까운 차로 만드는 게 나았을 터. 반면 머리를 굴린 마케팅 부서는 더 많이 팔 수 있는 쪽을 택했다. JCW는 항상 스토리가 꽉 차다 못해 넘쳐나는 차였다. 하지만 가장 커다란 JCW의 속만큼은 의외로 휑했다. 글 김현준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메르세데스 벤츠 E400 카브리올레, 여유를 품다 2018-12-13
MERCEDES-BENZ E 400 CABRIOLET여유를 품다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는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내 중형 세단의 기틀 속에서 오픈카에도 여유로운 감성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준다. 제대로 된 벤츠 오픈 에어링의 시작, E400 카브리올레를 탔다.E400 카브리올레는 올 5월 국내에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로 계속 입맛을 다시던 모델이다. 한여름보다는 선선한 가을에 시승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시승차를 받고 촬영하려던 날은 가을 치고 이례적으로 상당한 양의 비가 내렸다. 빗물을 피해 찍을 만한 곳을 찾아다녔지만 모두 허사. 예정된 일정을 취소해야만 했고 다음 날 비가 그치기만을 바라며 아쉬운 마음으로 주차장에 차를 고이 모셔둬야 했다. 예상치 못한 장대비에 소프트톱의 방수 성능을 확인한 게 뜻밖의 소득이라면 소득. 다행히 다음날은 청량한 공기와 함께 화창한 햇살이 땅을 비추며 촬영을 부추기라도 하는 듯한 대기 컨디션을 보였다. 그리고 그제야 제대로 된 영롱한 색깔과 차체의 비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릴이 낮게 자리잡고 있으며 정갈한 에어 인테이크가 이를 떠받치고 있다과하지 않은 스타일링E400 카브리올레 시승차의 도장 컬러 명칭은 에메랄드 그린. 비를 뿌리기 시작한 오전에만 해도 컬러 명칭에 ‘그린’이 들어갈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누가 봐도 그냥 검은색이었기 때문이다. 이 반전 사실을 깨달은 건 험난한 빗길을 뚫고 겨우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서였다. 형광등 아래에서 시승차는 그제야 쑥떡에 가까운 짙은 초록을 어필하고 있었다. 다음날 날이 개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에메랄드 그린은 제대로 빛을 발했다. E클래스라는 출신 성분에서 오는 무게와 여유로움을 품는 컬러가 아닐 수 없었다.후진 시 엠블럼이 젖혀지며 카메라가 후방 시야를 확보해준다E클래스를 베이스로 한 만큼 얼굴 윤곽은 세단과 8할이 같은 모양새다. 다만 라디에이터 그릴을 2단으로 나누고 좀 더 화려한 장식이 들어간 점, 그리고 좀 더 낮은 차체 정도가 카브리올레임을 분간할 수 있는 힌트가 된다. E400의 옆모습은 벤츠답게 기품 있지만 스포티한 캐릭터 라인도 들어간다. 대개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전하는 하드톱 모델과 달리 소프트톱은 열었을 때나 닫았을 때나 날렵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뒷모습은 기존 S클래스 카브리올레에서 볼 수 있던 좌우로 길쭉한 테일램프가 눈에 들어온다. AMG 라인이 적용되어 AMG 전용 휠이 끼워진다품위를 살리는 공간실내는 얼핏 보면 세단과 다른 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12.3인치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큼직하게 자리하며 벤츠 중형 세단 티가 역력한 내장재와 퀄리티 좋은 마감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신형 CLS에도 쓰이는, 터빈을 형상화한 에어 벤트 정도가 기존 E클래스와 다른 점. 운전석에 앉으면 카브리올레 특성상 뒤로 밀려나 있는 안전띠를 어서 매라며 앞쪽으로 길게 뻗어주는 기특한 모습을 보인다.어느새 눈에 익은 인테리어. 송풍구에 변화가 왔다승하차 편의성은 물론, 공간 역시 넓어졌다. 뒷자리에 타기 위해 앞자리 사이드 볼스터 상단 레버를 당기면 등받이가 앞으로 누우면서 좌석이 자동으로 당겨진다. 이제는 뒷자리도 넉넉하다뒷자리에 오르기 위해 거쳐야 할 번거로운 과정이 단번에 생략된다. 앞좌석이 아니라고 성낼 일이 없어진 거다. 공간감 역시 이전 세대와는 확 달라졌다. 차체가 커진 만큼 무릎 공간이 4cm 이상 늘어난 결과다. 성인 남성 평균 키를 웃도는 기자가 탔을 때 이 정도면 뒷자리도 탈 만하다고 느껴졌다. 뒷자리에서 측면 유리창을 컨트롤할 수 있어 보다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 프런트 윈드실드 상단에 윈드 디플렉터(AIRCAP)를 전개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뒷자리에도 팝업식 윈드 디플렉터가 달려 있어 어느 자리에서나 품위 유지가 가능하다. 즐거운 오픈에어링을 위한 윈드디플렉터와 에어스카프스포츠 쿠페 또는 안락한 오픈카촬영 중간에 주행감을 느끼기 위해 잠깐씩 도로로 나섰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 모드를 바꿔본다. V6 3.0L 엔진이 내는 333마력의 출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느끼기 위함이다. 스포츠 모드로 두면 6기통 엔진의 호쾌한 출력을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즐길 수 있다. 도로가 좀 더 원활한 교통 흐름을 보이기 시작하자 자연스레 손은 주행 모드 버튼이 달린 센터패시아 하단으로 향했다. 스포츠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니 성격이 극적으로 달라진다. 살짝만 페달을 밟아도 울컥거리며 튀어나가려 해 운전자를 긴장하게 만든다. 엔진 어딘가에 숨겨두었던 실린더 두 개를 갑자기 작동시키는 기분이다. 다소 질감은 다르지만 이달에 탄 V8 6.2L 쉐보레 카마로와 언뜻 비슷한 분위기를 냈다.3.0L V6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간다앞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E400에는 에어 바디 컨트롤이란 이름의 에어 서스펜션이 달렸다. 벤츠다운 긴 스트로크 감각이 요철과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스포츠카보다는 안락한 세단의 움직임을 보인다. 물론 어디까지나 컴포트 모드에서 해당되는 이야기다. 스포츠 그리고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하체가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게의 스포츠 쿠페들이 그러하듯 과속방지턱에서는 좀 더 일찌감치 속도를 줄이는 게 허리 건강에 이롭다. 이번에는 컴포트 모드로 두고 가속 페달을 밟아본다. 엔진 회전수 1,600rpm부터 일찌감치 최대토크를 뽐내며 부드러운 가속이 이루어진다. 시프트업 시에도 회전수를 높게 쓰지 않고 기민하게 고단으로 변속한다. 가속 중에도 안락함이 절로 느껴진다. 날씨 때문에 전날 열어보지 못했던 소프트톱을 열어젖혀 맑은 가을 날씨를 만끽해 보았다. 여유로움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컴포트 모드로 맞춰 둔 채로. 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BMW X2, 변덕스러운 그녀 2018-12-12
BMW X2변덕스러운 그녀소형크로스오버 틈새 모델 X2. 소수의 취향마저 저격하는 BMW의 최신작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장차 소형 SUV 시장이 성장할 거란 믿음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꽤 견고해 보인다. 아직은 시장이 무르익었다고 볼 만큼 볼륨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앞다투어 차를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BMW는 최신작 X2로 이러한 행렬에 마침표를 찍는다. X시리즈에 1부터 7까지 숫자를 빼곡히 채워 넣었으니, 앞으로 ‘X0’가 나오지 않는 한 BMW에 소형 SUV가 추가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CS 쿠페에 대한 오마주, C필러 엠블럼알다시피 BMW 짝수 라인업은 숫자가 하나 작은 홀수 모델에 스포츠 성격을 더한 차다. 실내 공간을 손해 보더라도 외관 스타일과 성능을 강조한다. 최신 크로스오버 X2도 이러한 공식을 따른다. X‘2’는 쿠페를 지향하는 틈새 모델. 이름만 보아도 X1을 밑 재료로 깔고 날 선 디자인을 양념으로 더했으리라는 걸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트윈 테일파이프가 빚은 공격적인 뒤태핫해치 분위기의 측면 프로포션독일 레겐스부르크 공장에서 X1과 함께 생산되며, 같은 앞바퀴굴림 플랫폼 UKL2에 기반한다. 이로써 한지붕아래 같은 플랫폼을 쓰는 차가 미니 클럽맨, 1시리즈 세단, 2시리즈 투어러(F45, F46), X1 등 5개로 늘었다. 외관은 두툼한 C필러가 빚은 저돌적인 해치백 스타일이다. 평평한 보닛 상단은 오버 펜더와 하나를 이루면서 더 넓어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거둔다. 휠베이스는 X1과 같고 리어 오버행만 80mm 더 짧다. 군살을 덜어낸 엉덩이 덕분에 날렵하고 공격적인 스탠스를 자랑한다. 급격히 상승하는 호프마이스터킥와 문짝 아래 파팅라인이 C필러에 부착된 엠블럼을 향한다. 1970년대 CS시리즈에 대한 오마주이자 전설적인 3.0 CSL 쿠페를 떠오르는 요소다.멧돼지를 닮은 험상궂은 얼굴 BMW는 스포츠 지향 모델에 측면 엠블럼을 부착한다  실내는 X1 판박이지만 완전히 같지만 않다. M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사이드볼스터가 두툼한 시트가 드라이버 감성을 돋우는 한편, 대시보드 윗면과 앞면 그리고 변속기 주변 내장재에 바느질 장식을 더했다. M스포츠 스티어링 휠, 대시보드를 비롯한 내장재 바느질 처리를 추가해 X1과 소소한 차이를 두었다  이런저런 소소한 차이를 두어 고객에게 높은 찻값을 납득시키려는 것이다. X1보다 작은 차체는 실내 공간에도 영향을 미쳤다. 차체 높이가 72mm 낮은 까닭에 1열 헤드룸이 53mm, 2열 헤드룸이 58mm 줄었다. 시트 높이도 20mm 낮다. 레그룸은 X1과 동일하고 2열 공간 좌우 너비가 33mm 좁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성인 남성이 앉기에 충분한 뒷좌석이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470L, 2열 시트를 접으면 1,355L까지 늘어난다. 역시 낮고 짧은 엉덩이로 인해 트렁크 용량이 줄었으나 동급에선 가장 넓은 편이다.트렁크 공간은 기본 470L, 2열 시트를 접으면 1355L까지 늘어난다활기찬 파워트레인과 날 선 주행 질감해외에서는 1.5L 터보와 2.0L 터보 가솔린, 그리고 가지 2.0L 디젤을 출력에 따라 세팅한 여섯 가지 엔진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한 가지 엔진 단일 트림으로 구성한 20d xDrive M스포트만 있다. 단순한 상품구성으로 차 성격을 또렷이 하고, 라인업 관리도 효율적으로 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참고로 M스포트는 10mm 낮은 차고, 직경 90mm 트윈 테일파이프, 20인치 대구경 휠을 포함한다.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어본다. 같은 엔진인 다른 BMW보다 엔진 진동이 더 적게 느껴진다. 이전에는 ISG로 시동이 다시 걸릴 때 둔탁한 충격을 전달했지만, 지금은 같은 상황에서도 위화감이 적다. 원래 BMW B47 디젤은 회전 저항이 적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주행거리 100km를 갓 넘긴 시승차는 아직 길이 들지 않은 까닭에 질감이 거칠 법도 하건만, 회전수를 높일수록 부드러움만 감돈다. 정밀한 부품가공과 정교한 엔진제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B47 2.0L 디젤은 회전 질감 좋기로 정평이 났다190마력의 최고출력은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네 바퀴에 전달된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이 좋아 시프트다운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고회전에서도 변속기가 버거워하는 일이 없다. 상시 네바퀴굴림 시스템 xDrive는 이미 컨트리맨과 X1을 통해 뛰어난 온로드, 오프로드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날렵한 외모만큼이나 주행 질감도 날이 서 있다. 일단 출고용 타이어인 피렐리 P제로가 차 성격을 대변한다. 적당히 단단한 서스펜션과 날카로운 핸들링 덕분에 크로스오버란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 따라서 도심 주행에서는 꽤 즐겁게 다룰 수 있다. 그렇다면 X2는 크로스오버계의 골프 GTI 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분위기에 취해 속도를 높이자 차의 거동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불안정했다. 특히 하중 이동 변화가 큰 까닭에 과격한 주행에선 차가 허둥댄다. 이때 차체를 다잡아 주어야 할 서스펜션은 용량이 작은 탓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빨리 지친다. 아울러 드레스업 포인트인 20인치 휠이 도로에서 입력되는 큰 충격을 그대로 전한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남아도는 엔진출력은 더 달리고 싶다 말한다. 이러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힘들면 소리 없이 토라지는 변덕스러운 아가씨에 비유하면 적당할까? 물론 크로스오버라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만 않은 주행품질이다. 그러나 X1보다 근사한 외모를 가졌을 뿐더러, 찻값마저 비싸지 않던가. BMW 엠블럼이 달려있기에 기자의 기대감이 컸나보다. X2는 다양한 사람들이 즐겨 찾을 차는 아니다. 멋과 특별함을 원하는 소수의 고객만을 상대한다. 그래서 기본형 5시리즈에 근접한 가격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 일단 크로스오버 패션카로 바라본다면 X2는 생각보다 괜찮은 연애 상대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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