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올드뉴스] 91년형 포드 토러스 SHO 2019-02-01
91년형 포드 토러스 SHO 남모르게 즐기는 나만의 스피드 페라리는 천천히 달려도 경찰의 시선을 끈다. 화려한 모양새가 제한속도를 지키며 달릴 차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빨리 달려도 보이지 않는 차가 있다. 강력한 엔진을 얹은 평범한 4도어 세단이 그렇다. 이 차들은 겉으로는 얌전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바람이 났다. 이런 고성능차로 남모르게 즐기는 스피드는 색다른 매력이다. 이런 차를 `양의 탈을 쓴 늑대` 또는 속어로 `슬리퍼`(SLEEPER)라고 한다. V6 3.0ℓ DOHC 엔진 220마력 내 고급차 만들기 위해 애쓴 흔적 많아 포드 토러스는 미국에서 가장 평범한 차 중 하나다. 자가용은 물론 렌트카, 택시로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85년 데뷔 이래 현재까지 400만 대 이상이 팔렸고, 86년 `올해의 차`로 뽑혔으며, 92∼96년 승용차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켰다. SHO는 이런 평범한 보디 안에 강력한 엔진을 얹었다. 겉에서는 전혀 알아볼 수 없지만 내면에는 운전자만이 알 수 있는 고성능이 넘친다. 토러스 전체의 이미지를 높이고, 소수의 젊은 수요에 응하기 위해서 태어난 SHO가 처음 선보인 것은 88년 말이다. 일반 토러스가 140마력인데 SHO는 220마력 엔진을 얹어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시승차는 1세대의 마지막 해인 91년형이다. 공기저항계수 0.33의 충격적인 유선형 보디로 데뷔하자마자 인기를 끈 모델이다. 프론트 그릴을 포드 마크로 처리해 패밀리 세단으로는 대담한 모습을 보여주고, 사이드 스커트도 독특한 개성을 살려 멋지다. 2개의 머플러는 범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SHO가 일반 토러스와 구분되는 것은 뒷범퍼에 음각으로 새겨진 `SUPER HIGH OUTPUT`의 약자 SHO라는 글자뿐이다. SHO의 핵심은 V6 3.0ℓ 엔진에 있다. 모터사이클 메이커인 야마하(야마하는 MR2 같은 차의 엔진을 도요다에 제공해 왔다)가 F1 엔진을 기초로 디자인한 것으로 DOHC 4밸브로 이루어낸 220마력의 고출력이 앞바퀴를 굴린다. 이때만 해도 미국차에는 4밸브가 흔치 않았다. 원래 포드는 V6 벌칸 엔진의 4밸브 개발을 야마하에 의뢰했으나 이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야마하는 토러스 스페셜 모델을 위한 V6 3.0ℓ를 제안하게 된다. 터보도 아닌 차에 l당 73.3마력은 대단한 수치다. 실린더마다 2개의 인테이크로 공기를 공급하게 한 시스템으로, 저속을 위한 긴 것과 고속용의 짧은 것으로 구성된 인테이크 러너가 4천rpm 아래서는 긴 것만 열리고 고속에서는 2개 모두 열려 중저속에서 충분한 토크를 이루어낸다. 레드존이 7천300rpm에 이르는 엔진은 흔치 않다. 보네트를 열면 꿈틀거리는 가로배치 엔진의 위용이 볼 만하다. 포드가 설계하고 마쓰다에서 만든 수동 5단 트랜스미션 역시 미국 세단에서는 흔치 않은 것이다. 시승차의 실내는 넉넉하다. 대시보드는 부드럽고 안정된 모습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질감 좋은 검은색 플라스틱은 스포티하다. 운전석 에어백만 갖추었고, 자동 에어컨은 미국차답게 강력하다. 코인트레이와 컵홀더가 편리하고, 두 겹의 선바이저와 화장거울은 재치가 넘친다. 각종 스위치마다 이름이 새겨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사물함을 갖춘 센터콘솔은 쓸모가 크지만 미국차 특유의 엉성함도 느껴진다. 토러스는 평범한 차지만 SHO에는 많은 장비를 써서 고급차로 만들려고 애쓴 흔적이 많다. 시속 140마일까지 표시된 속도계, 8천rpm으로 표시된 타코미터가 일반 토러스와 다른 점이다. 레이스카 떠올리는 통쾌한 엔진음 시트가 스포티한 드라이빙 부추겨 220마력은 요즘 기준으로 대단한 수치는 아닐지 모르지만 수동기어와 함께 강력한 힘을 낸다. 0-시속 96km 가속이 6.6초, 당기는 기어마다 내뻗는 재미가 넘친다. 시프트 레버는 운동거리가 조금 길고 건들거리지만 미국차의 터프함으로 봐줄 만하다. 클러치 페달은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들지만 SHO는 손에 익을수록 속도를 더한다. 액셀 페달의 반응이 힘차고, 중저속에서의 토크가 만족할 만한 힘이다. 최고출력이 6천200rpm에 표시된 차를 즐기기 위해 고회전으로 달려보지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5천rpm을 넘는 순간 엔진음이 레이스카를 떠올리는 통쾌함으로 바뀌지만 너무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닐까 망설여진다. 필요할 때 큰 힘을 내는 차는 저속에서 여유가 있고 배기음은 평범하게 느껴진다. 연비는 140마력인 일반 토러스와 같다고 했다. 속도를 올려 보았다. 조금 덜렁이는 느낌이 과속을 자제하게 한다. 바람소리가 크고 꽉 짜인 맛이 덜하지만 대중차를 손본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값에 어울리는 성능은 된다. 만족스러운 핸들링은 운동성능이 좋아진 90년대의 미국차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SHO는 표준형 토러스의 서스펜션에서 부싱과 엔진 마운트를 바꾸고 스프링을 단단한 것으로 바꾸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스티어링 휠의 민감한 정도가 요즘 스포츠 세단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달리기에 쏠쏠한 재미를 준다. 선더버드 SC에서 가져온 운전석 시트는 미국차에 드문 인체공학형으로 편하다. 전동식으로 움직이는 럼버 서포트와 사이드 볼스터가 몸을 꼭 잡아준다.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부추기는 자세가 나만이 즐길 수 있는 SHO의 또다른 면이다. SHO는 많은 전문가의 극찬을 받았지만 판매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92년 말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이 추가되었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늘어나지 않았다. 카 매니어가 좋아하는 차와 많이 팔리는 차는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SHO는 3세대인 오늘에 이르러 엔진이 V8 3.4ℓ로 바뀌고(야마하 엔진이 아니다) 자동기어만 나오지만 판매량은 계속 적다. 최신형 SHO는 AT 때문인지 발진가속이 느리고 움직임이 둔해 진정한 SHO의 매력은 오히려 오늘 시승한 1세대 모델이 더 크다. 야마하 엔진의 덕이 컸던 것이다. SHO가 토러스 4세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소식이다. 토러스가 흔치 않은 서울 거리에서 SHO는 평범한 차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형제차인 세이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차가 이렇게 달릴 줄 생각도 못할 것이다. 일본 야마하 엔진으로 미국 머슬카를 즐기는 나만의 시간이 좋았다. 
Car Life with MGB(4), 정식 번호판을 .. 2019-02-01
Car Life with MGB(4)정식 번호판을 위해임시 번호판 유효 기간 20일이 모두 끝날 무렵, MGB 전기 계통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나라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망가져 있던 비상등과 다른 전기적인 부분 점검은 예상보다 복잡했다. 얼키설키 얽혀 있는 배선을 보고 있자니 깊은 한숨이 나왔지만, 능숙한 정비사 손을 만나니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수입차가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려면 인증을 통과해 정식 번호판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올드카를 포함해 다양한 차종을 보기 힘든 이유가 이 복잡한 과정 때문이다. 서류 준비는 둘째 치더라도 까다로운(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배기가스 규제까지 맞추려면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귀 들어가기만큼이나 어렵다. 현재 국내 법률상 자동차 수입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복잡한 과정은 물론 무턱대고 수입해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려보내거나 그대로 폐차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생각보다 빈번하게)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삿짐으로 들여오면 조금은 탄력적인데 MGB를 이렇게 들여왔다. 그러나 이삿짐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인증 과정이 쉽지는 않다. 기본적인 자동차 종합검사와 배출가스 검사까지 마치려면 빨라야 2주, 길면 몇 개월이 걸릴지도 모른다. 도로를 주행하기 위한 기본 장치가 제대로 달려 있는지 확인하는 종합검사는 그렇다 쳐도, 배출 가스 기준을 맞추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1960년대든 1950년대든 생산 연도에 상관없이 등록 기준 연도의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는 게 손쉬울 리 없고, 이것저것 손봐 어렵사리 인증을 통과해도 제 성능을 낼지 의문이다. 그나마 1980년대에 만들어진 MGB는 좀 나은 편이다. 그 이전에 만들어진 차에게 지금의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라는 법규는 그야말로 ‘사형선고’에 다름없다. 일본의 경우 이런 모순을 막기 위해 일정 연식이 지나면 자동차 세금이 할증 된다. 미국이나 유럽 역시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규제는 하되 누구나 타당하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정책은 갖추고 있다. 도로를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차가 오래됐다고 ‘무조건 금지, 내지는 불가능’을 깔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나름의 합리적인 타협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골치 아픈 전기 계통 원인을 찾다 인증을 받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비상등 수리였다. 방향지시등과 비상등 연결이 따로 되어 있어 배선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가장 먼저 확인한 곳은 자동차의 전기를 배분하는 퓨즈 박스. 퓨즈 박스 역시 찾기가 어려웠는데 의외로 간단한 구성 때문에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동반석 방향 보닛 안쪽에 자리 잡은 퓨즈 박스는 작은 크기에 덜렁 4개의 퓨즈와 2개의 예비 퓨즈만 품고 있었다. 게다가 전선도 요즘 차와 달리 얇고, 색깔도 일정치 않아 퓨즈 박스를 찾는 일이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일단 찾은 뒤로는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너무 작아서 지나치기를 몇 번. 요즘 차에 있는 퓨즈 박스의 6분의 1도 크기도 되지 않는 퓨즈 박스   소닉모터스포트에 처음 작업을 의뢰했을 때 그쪽에서는 배선도를 먼저 찾아 놓았다. 인터넷에 있는 정비 매뉴얼 중 전기 부분을 따로 출력했는데 담당 정비사는 “생각보다 복잡해서 배선도로 찾기보다 검사기로 찾는 게 훨씬 빠를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했다. 자동차에서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이 바로 배선과 하네스다. 요즘 차들은 배선 뭉치만 해도 만만치가 않다. 예전 차들이 간략하다고는 하지만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 오히려 더 복잡하다. 더군다나 영국차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전기계통은 메두사의 머리만큼이나 난잡했다. 오래된 배선은 연결 부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통전 테스트에만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 덕에 다른 작업에 필요한 배선들도 찾아 표시해 둘 수 있었다. 다행인 점은 출고 때와 거의 변함없는 비교적 온전한 배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변에 오래된 차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자면 엉망인 배선 때문에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래 배선을 찾는 대신 작업자 편의대로 여기저기 배선을 연결했다가 나중에 전기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다. 대부분은 자연광 헤드램프나 오디오 같은 장치를 달면서 전기를 아무렇게 연결하는 게 원인이다. MGB는 배선을 찾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복잡하지 않은 곳에 릴레이가 있어 비상등과 방향지시등을 수리할 수 있었다. 고장 원인은 낡은 배선과 크고 작은 합선, 과전류로 인한 릴레이 손상이었다. 릴레이는 국내 부품 중에 맞는 것을 찾아 교체했다. 크기와 용량이 비슷하면 굳이 오리지날 부품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배선 상태가 좋지 못한 곳은 알맞게 보수했다주로 릴레이 연결 부위, 배선과 배선이 연결되는 부위의 노후가 심하다  다행히 릴레이는 구하기 어렵지 않았다. 기존 릴레이는 대부분 접합 부위가 녹거나 손상되어 제 역할을 못했다자동차 종합 검사에 필요한 전기 등화 장치가 모두 정상 작동하는 걸 확인한 후 전면 유리 균열을 수리하고 인증 전문 업체로 차를 옮겼다. 20일 동안 사용했던 임시 번호판은 구청에 반납하고 임시로 가입한 책임 보험도 끝냈다. 종합검사와 인증은 전문 업체에 의뢰했다. 개인이 직접 신청하기 번거롭고, 혹시나 불합격할 경우 정비나 후처리, 재인증 신청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여름을 함께 시작했던 MGB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잠시 떠나보냈다. 이제 인증 통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올림픽대로를 달리던 중 화물차에서 떨어진 돌에 맞아 균열이 생긴 유리도 고쳤다  글, 사진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취재 협조 라라클래식, 소닉모터스포트
[올드뉴스] 64년형 벤츠 220S 시승기 2019-01-31
올드뉴스 추억의 자동차 - 64년형 벤츠 220s ​64년형 벤츠 220S 화려한 클래식카의 추억 1959년은 자동차의 황금기였다. 이때는 내가 좋아하는 차가 많았다. 영국에서는 군침 흐르는 재규어 Mk II가 거리를 누볐다. 59년은 미니가 발표된 해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는 우주선 같은 시트로엥 DS19가 미래를 알렸다. 미국에서는 캐딜락 엘도라도가 하늘 높이 꽁지날개를 폈다. 오늘의 시승차 벤츠 220S는 그때 독일의 자존심을 알린 차였다. 독일차만의 품질로 최고급차의 위치를 다지던 때다. 2차대전이 끝난 후 독일은 빠른 경제회복을 이루고 있었다. 벤츠는 마샬 플랜의 주요한 수혜자였다. 50년대 말에는 구매력이 살아나 자동차에 수요가 커졌다. 테일핀 스타일의 벤츠로 유명해 직렬 6기통 124마력 엔진 얹어 품질 좋은 차 벤츠는 독일의 신흥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100명이 사면 95명이 다음에도 벤츠를 골랐다. 어떤 이는 벤츠를 산 뒤 아우토반을 60마일 달린 후에야 아내를 태우지 않고 온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벤츠의 인기를 알리는 상징적인 농담이다. 2차대전이 끝난 후 세계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는 얼마간 전쟁 전의 모델을 만들었다. 벤츠도 예외가 아니어서 전쟁 후 금형이 남아 있던 170시리즈를 만들었다. 그후 여유를 갖게 되자 처음 만든 모델이 모노코크 보디의 180시리즈다. 59년 180시리즈의 둥근 보디에서 탈피해 각진 보디로 새로운 시대를 알린 것이 W111 보디의 오늘 시승차 220S이다. 어째 표현이 요즘 듣는 얘기와 별로 다르지 않다. 220S는 완전히 새로운 보디로 펜더가 둥근 30~40년대 스타일과 차별되는 밋밋한 측면을 내세웠다. 50년대 미국 자동차 디자인을 휩쓴 테일핀을 가진 벤츠로 유명했다. 오늘의 S시리즈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모델이다. 220은 같은 보디로 나중에 4기통의 190시리즈가 만들어지고, 크롬치장이 화려한 300 모델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엔진과 러닝기어는 구형 220시리즈에 쓰던 것을 손질했다. 220S는 트윈 카뷰레터를 써서 124마력을 내고, 220 SE는 연료분사장치를 얹어 약 135마력을 낸다. S는 "수퍼"를, E는 연료분사를 뜻한다. 이때 벤츠의 모델 넘버는 앞의 숫자가 배기량을 뜻하고 뒤의 영어 이니셜은 뜻이 여러 가지다. 연도별 모델이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 벤츠 부품을 청구할 때는 섀시 넘버를 쓰게 했다. 62년형부터 앞바퀴에 디스크 브레이크를 달았다. 59년부터 65년까지 생산된 220S 중 오늘 시승한 차는 64년형이다. 시승차의 밝은 살색은 미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컬러다. 우리 나라에서는 한때 르망이 이 색을 칠했지만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 차는 몇 년 전 국내에 머물던 미국인의 것을 인수받았다. 우리 나라에서 버텨온 차가 아니라 미국에서 들여온 클래식카다. 어릴 적 본 듯한 이 차는 오래된 차라는 감각에 혼동이 생기게 한다. 35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70년대의 벤츠와 크게 차이나지 않아 언제나 벤츠는 그 모습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동그란 헤드램프가 위아래로 달린 것은 미국 수출형이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법은 동그란 헤드램프만을 허용했다. 원래 독일차는 전체를 한 장의 타원형 유리로 덮는 개성적인 모습이었다. 벤츠만의 그릴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자랑이다. 요즘 벤츠에 비교하면 훨씬 위아래로 크고 긴 모양이 공기저항을 염려하기보다는 권위를 내세웠다. 프론트 그릴이 보네트에 달린 차는 당시의 벤츠밖에 없을 것이다. 악어 입이라 불리던 보네트는 그후 세계의 모든 고급차들이 베꼈다. 그 결과 요즘은 소형차도 보네트에 그릴을 달고 있다. 라디에이터 캡 모양 위의 세 꼭지 별 벤츠 마크가 화려하다. 자랑스러운 세 꼭지 별은 휠 커버를 비롯해 얼른 눈에 띄는 것만도 8개나 된다. 보네트를 열면 정비가 쉬워 보이는 엔진룸이 반갑게 나타난다. 듀얼 카뷰레터는 6기통 엔진의 파워를 예감하게 한다. 보네트의 굴곡은 보네트와 펜더가 합쳐지는 모양으로 40년대 형태와의 이별을 고한다. 옆면이 밋밋한 차는 새로운 스타일이었다. 철판이 유난히 두터워 보이는 것도 벤츠만의 숨은 비결이다. 어릴 적 기억에 유난히 단단해 보이던 벤츠는 잔잔한 충격이었다. 두 겹의 범퍼가 단단한 감각을 더한다. 펜더 끝이 아니라 중간에 달린 백미러는 현실적이다. 앞창 모서리가 굴곡진 덕분에 가능한 위치였다. 옆창이 각진 것은 전체적인 인상을 날카롭게 한다. 넘치지 않지만 적지도 않은 크롬장식이 화려하다. 벤츠에 날개가 달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래서인지 220S는 "핀테일"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미국차를 닮았다는 사실이 독일차의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W111(W110과 W112 포함)의 수명은 길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의 시승차는 더욱 귀한 존재다. 바퀴구멍의 곡선도 50년대 미국차의 라인을 따른다. 앞뒤 유리가 랩어라운드인 것이나, 뒤 번호판 뒤로 숨어 있는 연료주입구도 미국풍이다. 도어의 여닫힘이 벤츠 아니면 안될 감각이다. 어쩌면 요즘 벤츠보다 이 시절 차의 감각이 더 뚜렷했는지 모른다. 도어핸들의 자물쇠 뭉치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오차를 허용할 수 없는 설계다. 자동 4단의 칼럼식 기어 달아 조금 무겁지만 여유롭게 달려 220S의 실내는 낯설지만 곧 익숙해진다. 향수를 달래는 분위기에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저 멀리 나간 앞유리가 시원하다. 앞 유리창을 휘감는 나무장식은 통나무로 만들었다. 검은색 대시보드 비닐과 어울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이룬다. 당시에는 대시보드를 덮은 비닐조차 사치였다. 손으로 빙빙 돌리는 삼각창에는 낭만이 가득하다. 수직으로 선 속도계가 낯설다. 커다란 흰색 스티어링 휠은 안으로 크롬 링을 달아 옛 향기가 넘친다. 가는 림의 감촉이 너무 좋다. 벤츠는 스티어링 휠 지름이 큰 것으로 유명했다. 왜 그런가 하는 질문에 단순히 계기판을 보기 쉽도록 했다는 대답이었다. 2개의 링 사이로 계기판을 보면 그 말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롬, 크롬, 크롬이 넘친다. 번쩍이는 장식이 화려한 클래식카다. 글로브 박스 위 크롬선이 50년대 다이너스 식당 테이블 장식을 떠올리게 한다. 헤드램프를 비롯해 와이퍼, 초크, 라이터가 모두 같은 모양의 스위치로 되었다. 네모난 아날로그 시계가 잘 어울린다. 워셔액과 상·하향등 조절은 바닥의 버튼으로 한다. 주차 브레이크는 케이블식이다. 클래식카에 복고풍은 당연하다. 비상등이 없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도어의 삼각창이나 윈도는 모두 수동식이다. 이 차에 전자식 편의장비는 아무 것도 없다. 그저 달리는 데 필요한 기본장비만 있어 마음이 편하다. 전자장비가 아닌 기계적인 구성만으로 좋은 차를 만들던 시대였다. 가볍게 움직이는 수동식 윈도의 부드러움에서 벤츠의 저력이 느껴진다. 시트쿠션 아래에는 스프링을 달아 푸근한 기분이 그만이다. 배만 잠그는 시트벨트도 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벤츠는 오래 전부터 안전에 남달랐다. 이미 51년에 충돌 때 엔진이 밑으로 밀려나게 해 승객의 부상을 막고 53년에는 크럼플 존을 만들었다. 59년 안전벨트를 최초로 단 차도 벤츠다. 뒷자리는 시트쿠션이 높아 앉는 자세가 편하다. 헤드 레스트가 없는 앞자리 너머로 시야가 탁 트였다. 헤드룸과 무릎공간도 고급차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쏘나타에 견줄 만하다. 시동을 거는 손에 가벼운 전율이 느껴진다. 99년에 몰아보는 64년 차가 흥분을 일으킨다. 이래서 클래식카를 즐길 것이다. 엔진은 금방 걸리고, 에어컨은 상당히 센 바람을 불어댄다. 가운데로 모인 와이퍼는 요즘 미니밴에서 볼 수 있는 모양이다.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굴곡진 보네트의 개성과 세 꼭지별의 위풍이 당당하다.  트랜스미션은 자동 4단이다. 당시 미국차에는 자동 2단 기어가 많았으니 역시 벤츠는 그때도 남달랐다. 칼럼식 시프트 레버는 게이트식으로 움직여 처음에는 조작이 쉽지 않다. 레버를 당기고 밀며 굴곡진 길을 따라 오르내려야 한다. 조금 무거운 듯 하지만 220S는 여유롭게 달린다. 차는 손에 익을수록 속도를 더한다. 상아를 닮은 하얗고 커다란 스티어링 휠은 아주 매력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220S에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당시 모노코크 보디나 독립식 서스펜션은 흔치 않았다. 어릴 적에는 튼튼한 벤츠가 프레임도 없는 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었다. 이 차는 덩치가 크지만 한때 유럽과 아프리카 랠리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다. 62년 유러피언 랠리 챔피언이다. 랠리에서 얻은 노하우로 리어 액슬(스윙 액슬) 가운데에 수평으로 스프링을 달아 코너링 성능을 좋게 했다.  문득 본지에 몇 해 전 벤츠 시승기를 썼던 가수 김창완씨의 추억이 생각난다. 어릴 때 벤츠를 얻어 탄 그는 승차감의 극치를 느껴보기 위해 목의 힘을 완전히 빼고 머리를 덜렁이던 경험을 얘기했다. 벤츠가 출발하고 정지할 때 얼마나 목이 흔들리나 실험해 본 것이다. 그와 나의 나이가 같다면 그때 그 차는 220S임에 틀림없다. 59년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련한 분위기가 좋았던 드라마 "은실이"의 장낙도 사장 차도 이 차였다. 시승차와 달리 헤드램프가 한 개였으니 아마 190이나 200 모델이었을 것이다. 벤츠를 시승하면서 은실이를 생각하는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 파이오니어 S 4WD, 가장 현.. 2019-01-30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 파이오니어 S 4WD가장 현실적인 가장의 드림카쌍용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이자 국내 유일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가 1년 만에 새로운 트림 ‘칸’을 추가해 돌아왔다. 렉스턴 스포츠가 스타일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각광받았다면, 렉스턴 스포츠 칸은 적재성과 실용성을 더욱 강조한 알짜배기 모델이다. 용도에 따라 후륜 서스펜션이 2가지로 구성되며, 그 중에서 파워 리프 스프링이 장착된 차를 시승했다.렉스턴 스포츠도 크기만 놓고 봐서는 어디 가서 작다는 소리를 들을 차가 아니지만, 렉스턴 스포츠 칸은 아예 거기서 벌크업을 해버렸다. 이제 덩치는 명실공히 미국제 풀사이즈 픽업에 버금갈 정도다. 렉스턴 스포츠에 비해 전장 310mm, 휠베이스 110mm, 전고 45mm가 늘어났다. 특히 핵심인 적재함의 크기가 300mm 늘어나 길이 1,610mm, 너비 1,570mm가 됐다. 휠베이스가 늘어남에 따라 실내 공간이 더 넓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칸은 실용성에 초점을 맞춰 짐칸 확장에만 철저히 할애했다. 적재함 크기만 놓고 봤을 때는 미국 중형 픽업트럭에 가까운 구성이다.칸의 진가는 적재함을 열었을 때 드러난다. 렉스턴 스포츠 대비 24.8% 더 커졌다첫 인상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국산차 중 손에 꼽힐 정도로 큰 덩치 때문이다. 시승에 앞서 제원을 확인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실물을 접하자 우람한 풍채에 바로 압도당한다. 특히 5,405mm에 달하는 전장이 압권이다. 국산차 중 가장 전장이 긴 제네시스 EQ900L 리무진(5,495mm)보다 조금 짧은 정도다. 폭은 1,950mm에 높이는 1,885mm(샤크핀 안테나 장착 기준)나 된다. 덕분에 어느 곳에 주차하더라도 앞으로 튀어 나와 있거나 위로 돌출된 모습이다 보니 눈에 안 띄게 주차하는 게 불가능하다. 시승하기 전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장점이다.외관에 집중된 칸 전용 디테일1114렉스턴 스포츠 칸을 위한 디자인 차별화는 외관에 집중됐다. 적재함이 길어지면서 밸런스가 무너질까 걱정했지만, 비율은 훨씬 좋아졌다. 렉스턴 스포츠도 작지 않았지만, 이쪽은 실내 공간을 유지하면서 적재함을 맞춘 까닭에 차의 실제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반면 렉스턴 스포츠 칸은 늘어난 적재함 덕분에 더 늘씬해졌으며, 시각적으로도 더욱 안정감이 느껴진다.  모름지기 픽업트럭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이상적인 비율에 가깝다.실내는 렉스턴 스포츠와 같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 그래픽, 블랙 헤드라이닝만 다를 뿐렉스턴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적재함 좌측 편에는 파워 아울렛이 위치해 있다그 외에 디자인 차별화는 소소한 편이다. 자동차의 인상을 결정짓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새로워졌다. 가로 형태의 크롬 그릴이 심플한 앞모습을 만들던 렉스턴 스포츠에 비해 크롬 테두리를 하나 더 두르고 폭포가 떨어지는 형상의 수직형 디테일로 더 화려해졌다. 파르테논 그릴이라고 부르는데, 대주주 마힌드라 그룹의 자동차를 떠올리게 하는 새 모습은 적응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후면부에 더해진 ‘KHAN’ 엠블럼과 최대 적재량을 나타내는 700kg 스티커 또한 칸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칸 전용 엠블럼과 최대 적재량 스티커실내는 렉스턴 스포츠 그대로다. 3D 어라운드 뷰 모니터 그래픽이 바뀐 점, 옵션으로 제공되던 블랙 헤드라이닝이 기본 적용된 게 변화의 전부다. G4 렉스턴에서 시작된 수평 레이아웃은 넓은 차폭만큼이나 실내를 커보이게 만들고, 9.2인치 HD 스마트 미러링 네비게이션과 버튼이 큼지막해서 운전 중에 다루기 쉽다. 대시보드 하단부에 더해진 스티치는 트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식이다. 플래그십 SUV인 G4 렉스턴에 비해서 실내의 품질감이 떨어지는 것은 맞지만, 픽업트럭이라는 차급을 생각하면 딱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단, 이런 풍채를 자랑하는 차에 전방 센서의 부재는 이해하기 힘들다. 좁은 골목을 가지 않더라도 오래된 건물이나 지하주차장에서는 곤혹스럽다. 앞범퍼 끝을 가늠할 수가 없는 차의 형태 때문이다. 3D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은 이 큰 차를 다루기 위해서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 게다가 전후방 센서도 필수적이다. 렉스턴 스포츠의 최상위 트림에는 이미 전방 센서가 적용 중이다. 렉스턴 스포츠 칸에도 옵션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옵션 사양인 3D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전방 센서를 달 수 없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소비자를 생각한 다양한 선택지트림 라인업을 4가지로 구성했다. 승차감을 중시하는 프로페셔널은 후륜 서스펜션에 다이나믹 5링크 서스펜션이 장착되고, 적재성을 우성한 파이오니어에는 파워 리프 서스펜션이 달린다. 최대 적재량은 프로페셔널이 최대 500kg, 파이오니어는 최대 700kg이 가능하다.후륜 리프 스프링이 달렸지만 승차감이 꽤 편하다. 바다 위를 순항하는 요트 느낌이 난다렉스턴 스포츠의 트림이 4개였던 것을 생각하면 트림이 간소화된 건 맞다. 그러나 기본 사양 구성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고, 옵션에 따라 개인 취향에 딱 맞는 선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렉스턴 스포츠 칸의 X 트림은 렉스턴 스포츠의 트림인 어드밴처, S 트림은 프레스티지와 엇비슷한 구성이다. 기본 트림 기준 렉스턴 스포츠 칸과 렉스턴 스포츠와의 가격 차이는 다이나믹 5링크 서스펜션 기준 232만원-322만원으로 의외로 차이가 크지 않다. 픽업트럭 자체의 이점과 스타일에 집중한다면 렉스턴 스포츠를 고르는 게 맞겠지만, 조금이라도 물건을 적재할 일이 있다면 렉스턴 스포츠 칸을 고르지 않을 이유도 없다.파워트레인 자체는 렉스턴 스포츠와 동일하다. 직렬 4기통 2.2L 디젤 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기본 구성되며, 6단 수동변속기는 없다. 티볼리를 제외한 쌍용차 전 라인업에 쓰이는 주력엔진으로 배기량 대비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 물론 차급과 체급을 생각해볼 때 수치상 성능은 분명히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렉스턴 스포츠 대비 공차중량이 85kg 늘어났기 때문에 성능에 대한 갈증이 크지 않을까 염려됐던 것 또한 사실이다.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는 티내지 않으면서 엔진을 최대한 서포트 해준다충분하진 않지만 부족함 없이 달리게 해주는 2.2L 디젤 엔진그런데 실제로 운전해보면, 의외로 속도를 꾸준히 올려 나간다. 출발에 이은 가속은 무거움과 답답함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가속이 수월하게 이루어진다.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기보다는 최대 토크 구간에 머무르는 편이 덜 답답하다. 엔진 성능이 더 여유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변속기는 그리 비범해보이진 않지만 엔진의 성능을 원활히 뽑아낼 수 있도록 매순간 티 나지 않게 제 역할을 수행한다. 시승차는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리프 스프링이 달린 파이오니어 S. 편안한 승차감과는 거리가 있을 법한 구성이지만, 의외로 승차감이 편하다. 무거운 차체와 17인치 휠 타이어의 조합은 승차감에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요트처럼 둥둥 떠다니면서 다니는 주행질감은 탑승자 입장에서는 편안하다. 다만 노면이 형편없는 도로에서는 프레임 바디 특유의 불편한 승차감을 감내해야 한다. 요란하게 튀는 가운데서도 타이어의 트랙션은 유지된다. 서스펜션이 무른 것 같지만, 제 기능을 잘 해낸다는 소리다. 리프 스프링으로 이렇게까지 승차감이 편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더 비싼데 적재 용량까지 적은 프로페셔널을 살 이유가 없어 보였다. 속도감응형 스티어링 휠은 100km/h를 넘어서면서 갑작스럽게 무거워지는데, 저속에서 느껴지는 가벼움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다 보니 아예 다른 차를 타는 것 같다. 구동 방식을 설정하는 다이얼은 있지만 별도의 주행 모드는 없다. 브레이크는 2.2톤의 무게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고, 지치는 기색 없이 큰 덩치를 다스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런 부드러운 주행 특성과 큰 차체에 적응된 뒤부터는 그다지 큰 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크기를 다시금 실감하게 되는 것은 차에서 내리고 난 뒤의 이야기다.17인치 휠 & 타이어가 기본이며 옵션으로 20인치도 가능하다지극히 실용적, 더욱이 착한 가격렉스턴 스포츠 칸은 오랫동안 쌍용이 쌓아온 노하우가 잘 녹아든 차다. 자동차의 기본기, 픽업트럭의 본질은 유지하면서도 완성도에 딱히 흠잡을 구석이 없다. 가격마저 착하다. 가격표를 보며 고민하게 만든 것 또한 신선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쌍용차 두고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차는 구매자 입장에서 이런 저런 옵션을 넣고 빼며 생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만큼 상품성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쌍용차의 계획은 렉스턴 스포츠 칸에 머무르지 않는다. 칸의 플랫폼을 활용해 현행 G4 렉스턴보다 더 큰 플래그십 SUV를 만들 계획이다. 거듭 나오는 상품성 높은 차를 경험하다 보니 후속 플래그십 SUV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지나 이렇게까지 훌륭한 차를 만들 수 있게 된 쌍용차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다.글 최하림 사진 최진호
[올드뉴스] 토요다 시에나 시승기 2019-01-29
올드뉴스 추억의 자동차 - 토요타 시에나토요타 시에나 수수하지만 강한 힘이 넘친다도요다가 만든 본격 미니밴 시에나는 크라이슬러가 독점(크라이슬러 캐러밴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GM과 포드가 그 나머지를 양분하고 있다)하다시피 한 미국 미니밴시장에서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인기모델이다. 미니밴시장에서 시에나의 인기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지난 97년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프로토타입으로 선을 보인 시에나는 세단을 베이스 한 캡포워드 형태의 보디, 7인승에 앞바퀴굴림, 운전석쪽 뒷문의 슬라이딩 도어 등 정통 미니밴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갖췄다. 83년 등장한 크라이슬러 캐러밴이 제시한, 미니밴의 공식과도 같은 요소들이다. 겉모습은 크라이슬러 캐러밴 닮아 슬라이딩 도어 트랙 눈에 거슬려 도요다는 91년 데뷔한 뒷바퀴굴림 원박스카인 프레비아(일본명 에스티마) 대신 중형 세단 캠리의 섀시를 이용해 시에나를 만들었다. 제작과정에서 정통 미니밴의 기준에 따라 캐러밴의 스타일과 장점을 도입했다. 포드가 에어로스타를 버리고 캐러밴을 닮은 윈드스타를 내놓은 것과 같은 경로다. 캐러밴을 참조하다 보니 개성이 없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시에나는 97년에 7만5천 대가 팔렸다. 독주하는 크라이슬러(같은 해 57만여 대 판매)에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도요다가 미니밴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기에는 충분한 반응이었다. 이후 캐러밴 군단(타운 앤드 컨트리, 다지 캐러밴, 플리머드 보이저), 포드 윈드스타와 경쟁하는 모델로 자리잡게 된다. 시승차는 미국에서 개인이 들여온 시에나 LE다. 시에나는 기본형 CE와 최고급형 XLE가 있고, LE는 그 중간급이다. 7인승에 V6 3.0ℓ 엔진과 메커니즘이 같고 편의장비에 따라 차급이 구분된다. CE는 운전석 뒤쪽에 슬라이딩 도어를 갖춘 4도어고 LE는 2개의 슬라이딩 도어, XLE는 슬라이딩 도어가 전동식이란 점이 다르다. 시에나는 미국 켄터키주 조지아스톤 캠리 라인에서 만든다. 여기서 캠리의 형제차인 렉서스 ES300과 아발론, 그리고 왜건형 렉서스 RX300이 생산된다. 이 라인에서 나오는 차들은 V6 3.0ℓ DOHC 휘발유 엔진을 같이 쓰고, 4개의 캠샤프트에 24밸브인 V6는 흡배기 모양에 따라 출력이 조금씩 다르다. 시에나는 194마력으로 캠리보다 4마력 높고, 렉서스보다는 19∼29마력 낮다. 경쟁차인 캐러밴이나 윈드스타보다는 45마력 높다. 시에나는 캠리의 섀시를 248mm 늘려 길이×너비×높이가 4천910×1천860×1천710mm로 그랜드 캐러밴보다 길이 160mm, 휠베이스 130mm가 짧지만 엔진성능이 뛰어나 미국에서는 그랜드 캐러밴과 같은 급으로 친다. 전체적인 모습도 캐러밴과 비슷하다. 프론트 그릴에 도요다 엠블럼이 없다면 캐러밴으로 착각할 정도로 닮았다. 군더더기 없는 말끔한 유선형 보디는 묵직한 느낌을 준다. B필러 뒤쪽으로 기둥이 보이지 않게 두 장의 유리를 이어 붙인 옆모습도 깨끗하다. 그러나 슬라이딩 도어의 트랙홈이 현대 스타렉스나 포드 윈드스타처럼 보디 옆면으로 노출되어 눈에 거슬린다. 기아 카니발이나 캐러밴이 유리창과 보디 틈에 교묘히 트랙을 숨겨놓은 것과 비교된다. 전체적으로는 매끈한 선이 살아 있고, 차체가 낮아 포드 윈드스타처럼 부풀어 보이지 않고 수수하면서 단단해 보인다. 앞방향 시계 좋고 실내는 아늑해 뗄 수 있는 2, 3열 시트 활용성 커 앞바퀴굴림의 시에나는 차체가 낮아 올라타기 편한 차라는 생각이 든다. 차에 오를 때 승용차처럼 허리를 숙이거나 원박스카처럼 다리를 들 필요도 없이 가볍게 의자에 앉을 수 있다. 구동축이 하체 아래로 지나가는 뒷바퀴굴림차에서는 생각치도 못할 일이다. 대시보드 위에 넓은 공간을 두는 캠포워드 스타일 때문에 운전석은 낮지만 전방 시야가 넓다. 대시보드의 폭이 줄면 앞유리창이 운전석쪽으로 밀려 들어오고 시야도 좁아진다. 실내는 플라스틱으로 감싸 부드러운 분위기다. 은은한 실내등은 아늑함을 더한다. 대시보드는 운전자가 보기 좋게 얼굴쪽으로 향해 있어 스위치를 조작하기가 쉽다. 천장에는 오버헤드 콘솔함이 있어 선글라스를 넣을 수 있다. 수동기어차가 없는 시에나는 기아 카렌스처럼 칼럼식 기어를 쓴다. 카렌스의 것보다 세련된 모양이고, 윈도 브러시 레버가 스티어링 휠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혼동할 염려도 없다. 스티어링 휠에는 오디오 조절 스위치와 크루즈 컨트롤러가 달려 이어 쓰기 편하다. 칼럼식 기어를 써 앞좌석의 레그룸이 넓어졌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상당히 넓은 공간이 생겼다. 서류가방이나 쇼핑백을 두기에 적당할 듯하다. 운전석 시트 옆면에는 작은 그물망 수납함이 있어 작은 물건을 보관하기 편하다. 그물망 옆의 팝업식 컵홀더를 접으면 뒤쪽으로 이동하는데 불편이 없다. 시트는 편안하고 푹신하다. 앞좌석과 3열은 쿠션이 달린 캡틴형이고, 3명이 앉는 2열은 벤치형이다. 벤치시트는 앞으로 접으면 테이블이 된다. 승객석은 성인이 타도 레그룸과 헤드룸에 여유가 있어 넉넉하다. 2열 천장과 3열 양 옆에도 에어컨 송풍구를 달아 어느 자리에 앉아도 덥지 않게 했고, 3열 창문 아래에는 12V 파워잭이 있어 핸드폰 잭을 꽂거나 전자게임을 즐길 수 있다. 컵홀더와 병 수납함도 16개나 되어 뒷좌석 승객에 대한 꼼꼼한 배려가 돋보인다. 3열 뒤칸에도 골프백 2개 정도가 들어가는 화물공간이 있어 짐을 넣기도 넉넉하다. 시에나는 풀플랫이 안된다. 짐을 실을 때 시트를 접기보다는 아예 떼어내 버리는 미국인들의 습관에 맞춘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낯설다. 3열을 떼면 5인승 밴이 되고, 2인승 화물밴으로 만들려면 2열 벤치시트까지 몽땅 들어내면 된다. 2열 벤치시트를 3열과 바꾸거나 옵션으로 캡틴형 시트를 달 수도 있다. 시트에 바퀴가 달려 자리를 옮기기는 어렵지 않지만 벤치형은 무게 13.5kg에 부피도 커 두 명이 힘을 합해야 한다. 직진 주행성과 가속성이 뛰어나고 코너에서 언더스티어와 롤링 일어나 도로에서 시에나는 부드러운 달리기 성능을 보였다. V6 엔진은 800~5천900rpm 사이를 매끈하게 오르내린다. 힘에 여유가 있고 부드러운 주행감각이 조금 과장하면 대형 세단에 버금간다. 미니밴이지만 세단을 타는 느낌이다. 부드러운 주행성능은 실키 V6 엔진에서 나온다. 정숙성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도요다의 엔진은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돌아가고, 같은 배기량의 미니밴 중 최고의 성능을 보인다. 최고속도는 시속 180km로 캐러밴(170km)을 훌쩍 따돌리고 윈드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0→시속 100km 가속은 10초로 경쟁차보다 2∼3.5초 앞선다. 초기 가속은 좀 더디지만 3천500∼4천500rpm에 이르면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서스펜션은 안티 롤바로 보강한 스트럿형과 토션바가 달린 트레일링암형이다. 하체가 단단해 직진주행 때 불안감이 없다. 또한 노면의 잔진동을 모두 잡아내 안락한 승차감까지 보장한다. 그러나 코너링에서는 차체 앞부분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언더스티어와 차체가 흔들리는 롤링이 일어난다. 앞바퀴굴림 미니밴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반응이고, 과속으로 코너를 도는 차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 시에나는 충격을 흡수하는 크럼플 존이 길고, 차체 측면에 사이드 임팩트 바를 달아 안전성에 합격점수를 줄 만하다. 국제도로교통안전협의회(NHTSA)에서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 도 최고점수인 별 다섯을 받았다. 여기에 ABS 센서와 함께 타이어 공기압 변화에 따른 휠 속도를 측정, 계기판에 알려주는 공기압 경고 시스템이 작은 불안감까지 없앤다. 시에나와의 한나절 열애는 끝났다. 매끄러운 모습에 반하고, 안락한 승차감에 빠진 시간이었다. 평소에는 편안하고 안락하다가 가속할 때는 본성을 드러내며 운전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는, 친구 같고 애인 같은 모습이 세단 같은 정통 미니밴 시에나의 성공비결인 듯하다.
폭스바겐 아테온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2019-01-28
VOLKSWAGEN ARTEON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페이톤이 사라진 상황에서 폭스바겐은 CC 후속을 더욱 크고 고급스럽게 만들면서 이름까지 바꾸었다. 아테온은 과연 왕관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까?CC가 아테온이 되었다. 그냥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다. 커진 차체는 새로운 패밀리룩 디자인을 도입하고 고급스러워졌다. 페이톤이 사라진 공백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아테온이 페이톤을 대체하는 모델은 아니다. 그렇다고 CC의 단순진화형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폭스바겐의 새로운 라인업 정책을 짐작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이 아테온이다. 페이톤 단종으로 달라지 입장CC가 개발되던 때만 하더라도 파사트 가지치기 모델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6세대 파사트와 동일한 휠베이스에 약간 길고 낮고 넓었으며 사다리꼴의 그릴 디자인, 사각형과 원을 조합한 헤드램프 형태 등 디자인에서 유사점도 많았다. 한국에서는 그냥 CC였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파사트 CC로 불렸다. 메르세데스 벤츠 CLS가 유행시킨, 쿠페형 세단 보디를 아래 차급에 도입했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당시 폭스바겐은 페르디난트 피에히 회장의 주도 아래 브랜드 고급화에 힘쓰던 시기. 대중차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아우디 A8과 경쟁하는 최고급 세단 페이톤을 런칭했다. 따라서 기존 소형차 라인업 사이에는 큰 갭이 존재했다. 폭스바겐은 이 허전해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파사트를 서둘러 고급화하는 한편, 새로운 성격의 CC를 투입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폭스바겐의 이 원대한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그룹 내에 아우디, 벤틀리, 부가티 등 고급 브랜드가 즐비한 상황에서 이름 자체가 ‘국민차’인 폭스바겐의 무리한 고급화는 시장에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었다. 페이톤은 2002년 태어나 페이스리프트만을 거치며 2016년까지 연명했는데, 드레스덴에 건설했던 초호화 유리 공장에서 14년간 고작 8만4천여 대가 제작되었다. 드레스덴 공장은 이제 골프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 기함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원래 니치카였던 CC 후속은 브랜드 기함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도입함은 물론 이름도 아테온으로 개명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차가 되었다. 물론 가격으로는 투아렉이 더 비싸지만 랜드로버라면 모를까, SUV를 기함이라 칭하기에는 뭔가 꺼림칙하다. 아테온은 새로운 기함이라는 의미 외에도 디젤 게이트 이후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하는 폭스바겐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더 커진 차체에 새로운 디자인 페이톤은 조금 보수적이기는 해도 고급스럽고, 잘 만들어진 차였다. 다만 폭스바겐 엠블럼을 단 고급차를 원하는 고객이 많지 않았을 뿐. 브랜드 이미지 바꾸기는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아테온은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가격에 CC보다는 고급스러우면서도 폭스바겐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아테온을 실제로 보면 낮고 넓은 덩치에 우선 놀라게 된다. 동급 차종에 비해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CC나 파사트에 비해서는 상당히 커졌다. 길이, 너비, 높이 4860×1870×1450mm에 휠베이스 2840mm. 파사트보다 확실히 커져 휠베이스의 경우 페이튼과 비교해도 4cm(SWB 기준)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시장에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한계까지 아슬아슬하게 키웠다는 느낌이다. 넓고 낮아졌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앞모습디자인은 2015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등장한 스포츠 쿠페 컨셉트 GTE를 거의 그대로 살렸다. 헤드램프와 그릴을 일체화하면서 그릴 가로바와 주간주행등을 연결한 새로운 얼굴이 포인트. 신형 티구안이나 파사트가 새 디자인 요소를 비교적 보수적으로 받아들인 데 비해 아테온은 컨셉트카의 과감한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도입했다. 대형 그릴과 5각형의 흡기구가 조합된 앞모습은 카리스마와 속도감이 넘친다. 보디라인은 쿠페보다는 세단과 패스트백의 중간정도로 보인다. 이런 종류의 자동차는 매끈하고 스포티한 루프라인과 뒷좌석의 헤드룸 공간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겉보기만 아름답게 만들다가는 뒷좌석 승객의 희생을 강요하게 되니 말이다. 아테온은 C필러를 최대한 뒤로 연장해 트렁크 끝단에 연결하고, 커다란 해치 게이트를 달았다. 비율로만 보자면 아우디 A7과 비슷하지만 세단 느낌이 조금 더 강하다. 18인치 알메어 블랙 휠은 쿠페형 보디와 잘 어우러진다페이톤보다 화려함을 덜하지만 폭스바겐다운 고급스러움을 잘 보여주는 인테리어고급스러워진 인테리어와 장비들인테리어 역시 컨셉트카 디자인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왔다. 요즘 고급차에 유행하는 모니터식 계기판은 폭스바겐에서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라 부르는데, 깔끔한 디자인과 높은 시인성을 제공한다. 좌우 에어벤트를 이어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장식선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3개의 로터리식 공조장치 스위치 디자인과 시프트 레버는 폭스바겐에서 매우 익숙한 모습. 센터패시아의 8인치 모니터는 좌우에 터치식 스위치로 깔끔함을 살렸다. 다만 터치식의 특성상 조작감은 좋지 않다. 최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Discover Media Infortainment System)은 음성인식 내비게이션과 TPEG 교통정보는 물론 앱 추가나 스마트폰 미러링을 통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모니터식 계기판을 도입했다프레스티지 트림에는 다인오디오 스피커가 달린다인포테인먼트 모니터에서 조절식 댐퍼의 강도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차폭이 충분한 만큼 거주공간은 넉넉하다. 시트는 타이트하게 조이지는 않고 적당히 안락하게 운전자를 감싼다. 뒷좌석은 레그룸이 넉넉해 175cm인 기자가 충분히 다리를 뻗어 앉아도 될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옆이나 앞뒤로는 충분한 반면 헤드룸은 여유롭지 못한 편. 뒷좌석의 경우 등을 꼿꼿이 새우면 정수리가 천장에 살짝 닿는다. 쿠페형 루프라인을 추구하는 거의 대부분의 모델이 가진 문제점이다. 해치 게이트는 화물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전동식을 여닫을 수 있게 만들었다. 발로 차는 듯한 동작으로 열 수 있다. 화물공간은 기본 563L에 시트를 접으면 1,557L까지 늘어난다. 디젤 엔진 하나뿐인 아쉬움엔진은 직렬 4기통 2.0L 직분사 터보 디젤 한 가지. 190마력의 최고출력과 40.8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둥글고 휠하우스까지 덮는 보닛은 열었을 때 엔진룸을 온전히 드러낸다. 요즘 디젤 엔진에 대한 이미지가 예전 같지 않은데, 가솔린 선택권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론적으로 아테온의 덩치를 움직이기에는 충분한 힘을 내 7.7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고 239km/h가 가능하다. 다만 초반의 굼뜬 반응은 날렵한 외관에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꽤 답답하다. 2.0 TSI 엔진 버전을 꼭 한번 타보고 싶어졌다. 190마력을 내는 디젤 엔진은 좋은 연비와 충분한 성능을 내지만 초반 반응이 조금 아쉽다구동계는 듀얼 클러치식 7단 DSG와 앞바퀴굴림 단일 구성. FF에 롱 휠베이스라면 운동성능의 한계가 분명하다. 다만 전자식 디퍼렌셜록(EDL)과 XDS(Cross Differential System)이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해 준다. 스티어링 각도와 차체 움직임을 실시간 감시해 좌우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XDS는 액티브 디퍼렌셜의 FF 버전. 코너 곡률과 진입 속도를 보고 ‘이 정도면 언더스티어가 나겠구나’하는 상황에서도 마치 레일 위를 달리는 것처럼 앞머리를 코너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코너 안쪽 브레이크만 잡아 인위적으로 요잉을 만들어내는 덕분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서스펜션이었다. 충격 흡수 능력이 최고급 세단에 필적할 만큼 나긋나긋하면서도 물렁거리거나 휘청거리는 느낌은 아니다. 특히 속도 방지턱을 넘을 때는 어지간한 고급차들도 ‘턱’ 걸리는 느낌이 나기 마련이지만 아테온은 신기하리만큼 이런 느낌을 잘 억눌러 버린다. 드라이브 모드에서 기본 제공되는 에코, 컴포트, 노멀, 스포츠 모드 외에 댐퍼와 조향, 구동계, ACC와 코너링 라이트까지 커스텀 설정도 가능한데, 이때 댐퍼(DCC)는 슬라이드바 방식으로 감쇄력을 미세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최고 수치로 설정해도 롤링이 약간 줄고 노면 정보다 조금 더 세심하게 전할 뿐 스포츠 모델 수준으로 단단해지지는 않는다. 서스펜션 세팅은 전반적으로 고급차 느낌에 주력했다.   사각지대를 감시하는 사이드 어시스트 플러스는 사이드 미러 안팎에 경고용 LED를 달았다. 단순히 불을 키는데 그치지 않고 충돌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더 강하게 깜빡거려 운전자에게 확실하게 경고한다. 이밖에도 시속 30~160km 속도 영역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장치인 레인 어시스트 등 다양한 주행보조장비를 갖추었다. 폭스바겐의 새로운 고급차 실험실제로 타보기 전까지는 단순히 CC의 후속 모델로 짐작했지만 의외로 다른 차였다. 다소 무리했던 페이톤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 새롭게 정의한 폭스바겐 고급차다. 그렇기에 덩치를 무리하게 키우지 않고, 근엄한 대형 세단보다는 세련되고 날렵한 쿠페형 이미지를 씌웠다. CC의 차급을 키우는 형태가 되었지만 굳이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도 이해가 된다. 니치 모델이었던 CC와는 입장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차는 새로운 폭스바겐 패밀리룩과 뛰어난 승차감을 갖춘 완전히 새로운 폭스바겐 고급차로 완성되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5천만원 대 중반에 너무나 강력한 라이벌이 즐비하다는 사실. BMW 3시리즈를 위시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표 모델들은 덩치는 작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졌다. 반면 더 큰 차체에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은 토요타 아발론은 가격이 천만원 가까이 싸다. 폭스바겐의 고급차 실험, 혹은 도전이 이번에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최진호
JAGUAR I-PACE 재규어, EV 시대로의 질주 2019-01-24
JAGUAR I-PACE 재규어, EV 시대로의 질주재규어의 첫 EV 전용 모델 I-패이스가 한국 땅을 밟았다. 새로운 디자인과 플랫폼, 강력한 성능에 최첨단 안전기술로 무장한 미래형 재규어다. 400마력의 시스템 출력으로 막강한 성능을 뽐내면서도 90kWh 배터리팩으로 333km를 달린다. 요즘 자동차 시장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EV다. 최고의 화제성을 가졌지만 아직 보급까지 많은 문제가 남아있는 자율운전 자동차와 달리 제법 오랫동안 미래 자동차 동력원으로 주목받아 온 EV는 이제 완전히 현실의 세계로 내려왔다. 사진 속 컨셉트카가 아니라 직접 구입을 고민해야 하는 수준으로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메이커들의 발걸음 또한 빨라졌다. BMW는 친환경차를 위한 브랜드 i를 이미 운용중이며, 벤츠도 별도 브랜드 EQ의 첫 양산차가 될 EQC를 최근 공개했다. 얼마 전까지 EV는 엔진을 제거하고 트렁크에 배터리팩를 얹는 수준이었지만 요즘은 플랫폼 개발 단계부터 모터와 배터리 탑제를 고려해 설계된다. 이제 국내에서도 완전 EV 모델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온전히 EV로 태어난 첫 번째 재규어얼마 전 국내에서 런칭한 재규어 I-패이스는 프리미엄 EV 시장의 뜨거운 격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하이브리드 도입에 소극적이던 재규어는 전기차를 조기에 도입하는 쪽으로 노선을 잡았다. 엔진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랜드로버에는 하이브리드가 있지만 재규어는 아예 이 과정을 건너 뛰어 EV 전용 모델을 개발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I-패이스. 기존 모델의 EV화가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전기차로 개발된 완전 신형 재규어다. 심장부터 남다른 I-패이스는 브랜드의 전통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그 결과 개성 넘치는 재규어가 탄생했다. 이 차는 EV이기에 엔진과 변속기 위치, 프로펠러 샤프트 자리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일단 엔진을 위한 넓은 공간이 필요가 없어 극단적인 캡포워드 디자인이 가능해졌다. 노즈에서 앞창까지 거의 일직선을 이루어 얼핏 원박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뒷부분은 더 특이하다. 거의 스포츠카라고 해도 될 만큼 뒤창을 눕히는 한편 끝부분을 높은 위치에서 수직으로 꺾어 내렸다. 극단적으로 짧은 앞뒤 오버행, 바짝 올라붙은 엉덩이 등 특징적인 측면 실루엣은 재규어 75주년을 기념해 선보였던 하이브리드 수퍼카 컨셉트 C-X75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이브리드 수퍼카 컨셉트와 전기 SUV는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지만 펜더라인과 대구경 휠, 엉덩이 라인에서 유사점을 찾아낼 수 있다.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럽고, 직관적인 인테리어2016년 등장했던 I-패이스 컨셉트 디자인은 거의 변화가 없다I-패이스의 덩치는 결코 작지 않아 길이 4,700mm에 너비 1,895mm이고 휠베이스는 2,990mm. 그런데 1,560mm에 불과한 높이는 이 차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만든다. E-패이스보다도 무려 9cm가 낮아 전통적인 SUV 프로포션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면서도 J자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과 E타입에서 물려받은 그릴 디자인, F-타입을 빼어 닮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현행 재규어의 디자인 특징을 철저하게 따른다. 공기역학적으로 많은 공을 들어 0.29의 뛰어난 공기저항계수를 손에 넣었다. 낮은 지붕과 날렵한 루프라인이 한몫 거들었으며 타고 내릴 때만 튀어나왔다가 달릴 때 보디에 착 달라붙는 도어핸들로 돌출물을 최소화했다. 그릴 안에 여닫히는 액티브 베인은 필요에 따라 완전히 닫을 수도, 열어서 흡입된 공기를 보닛 후방을 통해 앞창 쪽으로 흘려보낼 수도 있다. 액티브 베인은 앞에서 유입된 공기를 앞창 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급스럽고 미래적인 인테리어SUV치고 낮은 차체는 승하차시에 이점이 된다. 일부 대형 SUV처럼 기어오른다는 느낌이 아니라 딱 적당한 위치에 시트가 있다. 실내는 3m에 육박하는 휠베이스와 넓은 폭 덕분에 넉넉한 거주성을 자랑한다. 캡포워드 디자인으로 보닛이 거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며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기본으로 달려 개방감이 좋다. 3m에 근접하는 휠베이스가 여유로운 뒷좌석을 제공한다계기판은 완전 모니터식. 대시보드 중앙 인포테인먼트 모니터 외에 그 아래쪽에 별도로 또 하나의 터치식 모니터를 마련했다. 시승차의 경우 중앙에 원형 미터를 두고 좌우에 운전관련 보조 시스템과 내비게이션 맵을 설정해 놓았는데, 인포테인먼트용 모니터에 맵을 띄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넉넉한 사이즈였다. 좌우에 원형 미터를 갖춘 전통적인 레이아웃도 가능하다.   센터 페시아는 볼보의 센터스택 디자인처럼 뒷부분이 비어있는 구조. 시프트 레버가 필요 없는 전기차의 이점을 살려 컨트롤 패널 뒤쪽으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공조 스위치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조작이 간편하다. 회전식 노브는 중앙에 LCD 모니터가 달려 직관적이다. 이 노브를 누르거나 당겨 올리면 가운데 있는 모니터가 설정 온도/팬/통풍과 히팅 시트 메뉴를 순차적으로 띄우는 방식. 주요 조작은 이것만으로도 가능하며 바람 방향이나 히터 위치(등받이, 쿠션) 등 더 세부적인 세팅은 두 개의 노브 사이에 있는 터치식 모니터를 사용한다. 간결함과 직관성의 밸런스를 잘 잡아냈을 뿐 아니라 노브 둘레에 재규어 특유의 로젠지 패턴을 넣어 디테일까지 신경 썼다. 터치식 모니터에서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시프트 레버가 사라진 자리에 수납공간이 생겼다HSE 트림에 제공되는 윈저 가죽 시트는 로젠지 패턴을 레이저 커팅했으며 등받이는 문스톤 알칸타라로 제작했다. 날렵한 루프라인에도 불구하고 뒷좌석 헤드룸은 여유가 있다. 또한 날카로운 각도로 깍인 뒤창에도 불구하고 트렁크 공간 656L를 확보했는데, 바짝 올라붙은 엉덩이 덕분이다.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453L까지 늘어난다. 엔진과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달리기 때문에 보닛 아래에도 27L의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좌우 앞좌석 사이에 마련된 10.5L 공간은 컵홀더와 작은 선반을 조립식으로 짜 맞추어 용도에 따라 활용이 가능하다.  400마력을 내는 트윈 모터 구동계이 차에 쓰인 D7e 플랫폼은 재규어 XE와 F-패이스, 랜드로버 밸러 등과 공통부분이 있지만 전기차 버전이기에 뒤에 e가 붙는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LG 리튬이온 배터리 셀 432개는 36개의 모듈로 묶어 바닥에 평평하게 깔았다. 대부분의 EV 전용 모델이 이 레이아웃을 선호하는 것은 실내 공간 확보가 쉽고 무게중심을 낮출 수 있기 때문. 동력은 개당 200마력을 내는 영구자석 동기식 모터 2개를 앞뒤 중앙에 배치해 네바퀴를 굴린다. 시스템 출력 400마력에 시스템 토크는 71kg·m. 이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2,285kg에 달하는 차체를 4.8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로 가속시킨다. 강력한 모터 구동 시스템은 독자 개발했는데, 재규어는 포뮬러 E의 세 번째 시즌(2016-17)부터 워크스팀으로 참전하며 다양한 EV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모듈화시켜 바닥에 깔고 세심하게 관리한다2개의 모터로 400마력을 발휘하는 I-패이스는 강력한 달리기 성능을 자랑한다400마력+4WD라는 단일 구동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차는 고성능 SUV를 표방한다. 재빠른 응답성의 알루미늄제 앞 더블 위시본, 뒤 일테그랄 링크 서스펜션은 물론 높낮이와 감쇄력을 조절하는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HSE)이 승차감과 고성능의 균형을 잡는다. 재규어 드라이브 컨트롤은 에코, 노말, 다이내믹 모드를 제공하며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액셀 조작에 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아울러 코너링 때 좌우 바퀴 브레이크를 독립 제어하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기본으로 달렸다. 액셀 페달을 떼었을 때 회생제동 강도는 2단계로 조절이 가능해 거의 원 페달처럼 운전이 가능하다. 모터가 발전기로 바뀌며 엔진 브레이크처럼 작동하게 되는데, 이쪽을 많이 사용할수록 에너지 효율면에서 유리하다. 기계식 브레이크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덤. 전기차를 처음 운전하는 사람은 오른발 움직임에 따라 울컥거리는 감각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모두가 익숙해져야 하는 EV의 특성 중 하나다.이밖에 눈길이나 진흙, 풀밭, 얼음 등 미끄러운 노면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전지형 프로그래스 컨트롤(ASPC)과 EV400 퍼스트 에디션에 달리는 어댑티브 지형반응(AdSR)은 그립이 불안정하거나 극도로 낮은 환경에서도 안정성과 트랙션을 제공한다. 처음 봤을 때는 온로드 전용 고성능 SUV라는 인상이었지만 50cm의 도하능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다재다능함에 놀라게 된다.   철저하게 관리되는 90kWh 대용량 배터리충전은 I-패이스를 운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재규어는 이 차를 구매할 오너들이 전기차를 처음 소유할 것으로 판단해 운용상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이렇게 선택된 90kWh의 대용량 배터리는 금속 케이스로 철저하게 봉인한 후 액체 냉각 시스템으로 온도를 관리한다. 히터가 배터리를 혹사시키지 않도록 히트펌프를 사용해 외부에서 열에너지를 끌어 모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에너지 과소비를 줄였다. WLTP 기준으로는 1회 충전 주행거리 470km인데 어째서인지 국내 기준으로는 333km로 많이 줄었다. 그래도 여전히 넉넉한 용량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I-패이스는 일반 가정용 전원으로 충전할 경우 1시간 충전해 11km 정도를 달린다. 밤새 충전하면 평균 통근거리 60km는 커버할 수준. 재규어 공인 월 박스를 설치하면 시간당 35km가 가능하다. 2시간 충전으로 70km를 달린다는 말이다. 50kW 급속 충전기에서는 90분 만에, 100kW 급속충전기에서는 40분 만에 배터리 용량 80%를 채울 수 있다. 아직은 인프라가 충분하다고 할 수 없지만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는 만큼 충전소 문제 역시 차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있었던 국내 시승 행사에서는 짧고 평이한 코스 구성이라 I-패이스의 성능을 제대로 맛보기는 힘들었다. 사실 코스가 좋았다고 해도 윈터 타이어(금호 윈터크라프트 WS71) 낀 상태라 제 성능을 끌어내기는 힘든 상황. 다만 지난해 8월 미국 라구나 세카 서킷에서 양산 전기차 최고속 랩타임인 1분 48초 18을 기록한데서 퍼포먼스를 짐작해볼 수는 있다. 1분 47초 62를 기록했던 테슬라 모델S P100D가 브레이크 개조를 받은 것과 달리 이 차는 양산형 그대로였다. 스바루 WRX STi에 근접하고, 포르쉐 911 카레라S(997)에 앞서는 기록이다. 이 강력한 성능을 매끈한 노면이나 서킷에서 뿐 아니라 다양한 노면 환경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I-패이스의 큰 강점이자 매력이다. 재규어는 포뮬러E 활동 외에도 EV 양산차 원메이크인 I-패이스 트로피를 기획중이다  차와 승객을 지키는 다양한 첨단 기능다양한 편의 기능과 첨단 주행보조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어댑티브 크루크 컨트롤과 차선유지 어시스트를 활성화시키면 짧은 시간이지만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달리도 코너를 돈다. 충돌 위험을 감지하면 차를 세우고, 사각지대를 섬세하게 모니터링 한다. 스스로 주차하며, 정차 상태에서 문을 열 때는 오토바이 등의 접근을 알려 승객의 안전을 지킨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와 연동시키면 충전과 플러그 상태 등도 원격으로 확인할 수도 있는데, 인터넷 연결과 앱 설치를 통해 다양한 확장이 가능한 이 차는 별도 심카드를 설치할 경우 무선으로 소프트웨어를 항상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한다. IT 기기 비중이 늘어나는 요즘,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가격은 특소세 인하 미적용 상태에서 기본 SE가 1억1,040만원, HSE가 1억2,470만원이고 퍼스트 에디션은 1억2,800만원이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재규어 코리아
르노 삼성 sm6 프라임, 단짠 세단 2019-01-14
RENAULT SAMSUNG SM6 PRIME단짠 세단달고 짠 음식은 중독성 강한 맛으로 인기가 좋다. SM6 프라임 역시 단내와 짠내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르노삼성 중형 세단 SM6가 어느덧 출시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출시 초기, 중형 세단 부동의 1위 타이틀을 지닌 현대기아차의 아성을 위협하며 주목받았다. 출시 직후인 2016년 3월 판매량을 보면 SM6는 6,751대가 팔려나가며 같은 기간 5,906대를 기록한 쏘나타를 크게 앞질렀지만, 이젠 모두 옛날얘기가 되었다. 현 시점에서 판매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르노삼성이 SM6 프라임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부내나는 외관SM6 프라임을 보고 있자니 르노삼성 전시장을 찾았던 작년이 떠올랐다. 가까운 지인이 중형 세단을 뽑아 만족스럽게 운용하는 모습을 보고 “어디 나도 한 번?”이란 생각에 견적이나 받아볼 요량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 생각했던 트림과 옵션은 온데간데없이 최상위 트림의 풀옵션 견적서를 받아 나왔다. 지금 딱 모든 조건이 맞는 대신 외장 컬러만 타협하면 바로 출고 가능한 재고가 딱 한 대 남아있다는 보충 설명과 함께.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상위 트림으로 갈 수밖에 없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램프 구성이었다. 낮은 트림에서는 버젓이 램프 커버가 자리하고 있음에도 안쪽에 LED가 빠져있어 반쪽짜리 미등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낮은 트림을 구매한 후 애프터마켓을 통해 나머지 반쪽을 완성하는 소비자도 꽤 있었다.LED 라이팅 패키지가 적용됐다  패키지 적용으로 테일램프도 끊김없이 끝까지 발광한다  SM6 프라임은 외관에서 GDe 엔진이 얹힌 상위 버전과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성비 SM6’라는 별명이 붙었기에 램프 구성이 아쉬울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이는 쓸데없는 우려에 지나지 않았다. SM6 프라임은 완전한 뒤태를 완성하는 LED 라이팅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어 외관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확실한 유인책으로 작용한다(SE 트림에서 적용 가능). 굳이 외관에서 드러나는 상위 트림과의 차이점을 꼽자면 다소 저렴해 보이는 휠뿐이다. 이 역시 18인치 투톤 알로이휠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과감히 덜어낸 실내 구성을 그나마 덜 티나게 하는 블랙 인테리어  짠내나는 인테리어‘프라임(PRIME)’은 대체로 ‘최고의, 뛰어난’을 의미한다. 축구에서 우리나라의 K리그1 격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아파트 거래 시 인기 지역 또는 호재 때문에 붙은 웃돈을 일컫는 프리미엄 역시 다 여기서 비롯한 용어다. 갑자기 영어 강의를 하는 건, 실내로 들어서면서 ‘프라임’이란 단어의 용례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의 변화다. 기존 모델은 공조기 조작부를 뺀 거의 모든 부분을 터치스크린 속으로 옮겨 놨었다. 이번 모델은 대시보드 한가운데를 가득 채우던 터치스크린을 빼고 딸깍거리는 버튼과 반 이상 크기를 줄인 LCD 모니터를 넣었다. 베젤 소재 역시 하이글로시 플라스틱에서 저렴해 보이는 무광 플라스틱으로 대체됐다. 여기엔 S-Link 대신 일반 오디오 시스템이 들어간다. 센터 콘솔 상단 구성도 달라졌다. 기어 노브 아래에는 인포테인먼트 메뉴를 조작할 수 있던 원형 다이얼이 사라지고 500원 짜리 동전 두세 개 겨우 들어갈 법한 수납공간으로 대체됐다. 개방감을 중시하는 탓에 바로 지붕을 올려다본다. 썬루프가 보이질 않는다. 파노라마 썬루프는 SM6 프라임에서는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는 고급진 옵션이다.상대적으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GDe 버전 SM6가 아른거리지만, 그렇다고 모든 면에서 뒤처지는 건 아니다. 많은 부분에서 고급감을 덜어냈을 뿐, 꼭 필요한 편의장비는 갖추고 있다. 우선 PE, SE 트림 모두 앞 유리에 열 차단, 차음 기능이 기본이다. R-EPS 방식 프리미엄 스티어링 시스템도 공통 적용 사항. 시승차였던 SE 트림에는 열선 스티어링 휠, 크루즈 컨트롤, 하이패스 기능 내장 전자식 룸미러, 그리고 뒷좌석 열선 시트까지 탑재된다. 그러고 보니 아까 찾아본 영단어 프라임은 ‘주된, 기본적인’이란 뜻도 갖고 있었다.좀체 수납이 어려운 센터 콘솔부. 싼 티는 덤이다  넉넉한 레그룸, 컵홀더 달린 팔걸이, 그리고 열선 시트까지 마련된다 감쪽같은 주행감실내에서 확연한 차이점을 보이지만 진짜 변화는 딴 데 있다. SM6 프라임이 기존보다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던 주요 원인은 편의장비를 덜어낸 데 있지 않다. 완전히 달라진 파워트레인 구성이 주효했다. 기존 SM6 2.0L는 GDe 직분사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조합이었다. 반면 SM6 프라임에는 2.0L CVTC Ⅱ 엔진과 무단변속기(CVT)가 얹힌다. 지난달 출시한 신형 말리부가 CVT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현대기아차 역시 무단변속기가 달린 스마트스트림 파워트레인을 쓰는 것과 같은 기조다. CVTC Ⅱ 엔진은 SM5용 엔진의 개량 버전이다. 이를 통해 기존 SM6의 150마력이던 최고출력은 140마력으로, 20.6kg.m의 최대토크는 19.7kg.m로 살짝 낮아졌다. 엔진 구성도 단출해 보이지만 실력이 모자라진 않다  GDe 엔진이 얹힌 SM6는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괜찮은 궁합을 보이며 효율과 운전 재미를 위한 세팅에 주력했던 기억이 있다. 수동 변속 기반의 자동변속기 적용으로 빠른 업시프트가 가능하며 경쾌한 핸들링은 SM6를 단순한 패밀리 세단으로만 머물지 않게 했다. SM6 프라임은 파워트레인이 바뀐 만큼 주행감 역시 약간의 차이를 둔다. SM6 프라임은 닛산 알티마에도 들어가는 자트코의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를 쓴다. 새로울 거 없는 얘기지만 무단변속기도 이젠 자동 변속기 같은 변속감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낸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7단 기어를 설정해 변속감을 제공하는 것. 기어비가 단수별로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때에 따라 알맞게 기어비를 조절하는 것이 장점이다. 따라서 엔진은 한없이 평범한 2.0L 가솔린 엔진이더라도 변속기가 끊임없이 ‘열일’을 하려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무난한 일상 주행에서는 별 감흥 없이 굴러갔지만, 급가속을 하고자 할 때엔 엔진회전수를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있는 힘을 한껏 끌어낸다. 단단한 느낌의 서스펜션은 잘 조율된 조향감의 스티어링 휠과 조화를 이룬다. 이 때문에 GDe 버전 SM6와의 수치상 차이는 실용 주행 영역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감성은 비슷하되 경제성을 노린 이번 변화 내용을 반길 소비자가 꽤 많을 것 같다. SM6 프라임은 그 이름처럼 기본에 충실하고 흠잡을 데 없는 가성비 세단으로 다시 태어났다.운전대 뒤에 음량 조절 및 음원 선택 기능이 숨어있다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시트로엥 C4 칵투스 시승기 2019-01-10
CITROEN C4 CACTUS 칵투스가 달라졌다. 얼굴을 다듬고 측면 에어 범프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프랑스차 다운 개성이 옅어진 대신 신형 서스펜션과 최신 주행보조장비로 무장했다. 오트쿠튀르 혹은 하이패션으로 분류되는 옷들은 디자이너의 개성이나 철학이 강하게 반영되는 반면 도저히 일반인이 입을 수 없는 물건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기성복은 많은 고객에게 팔기 위해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비교적 평범한 디자인이기 마련. 자동차 역시 기본적으로는 기성품의 범주에 든다. 따라서 대부분의 양산차에서는 지나치게 강한 개성이 약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남다름을 추구해 온 것이 바로 프랑스 메이커, 특히 시트로엥이다. 90년대 이후 시트로엥은 대중성을 추구하게 되지만 80년대 이전만 해도 독특한 차가 많았다. 2014년 등장한 C4 칵투스는 C3 플랫폼을 공유하는 크로스오버 모델로 오랜만에 옛 시트로엥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개성 넘치는 존재였다. 하이드로뉴매틱의 승차감을 재현하라선인장을 뜻하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았다. 눈이라고 생각한 부분은 사실 주간주행등. 헤드램프는 범퍼 양쪽 아래에 자리 잡았다. 게다가 그릴마저 없는 얼굴은 만화 캐릭터를 보는 듯했다. 좌우 도어에는 에어 쿠션이 달렸는데, 부드러운 수지에 공기를 넣어 문콕 테러가 빈번한 곳에서는 무척이나 유용한 장비다. 다만 일반적인 취향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패션으로 치자면 오트쿠튀르처럼 전 세계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외모가 아니었다. 헤드램프와 그릴 디자인을 바꾸어 얼굴이 달라졌다지난해 마이너 체인지를 거친 칵투스는 예상대로 개성을 덜어내고 평범함을 입었다. 헤드램프 아래 범퍼처럼 둘렀던 부분을 제거해 눈매를 부각시키는 한편 프론트 그릴을 새로 만들었다. 도어 측면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에어 범프 역시 면적을 줄여 도어 아래쪽에 조그맣게 남겼다. 나쁘게 말해 옆구리에 방석을 두른 것 같았던 모습이 한결 깔끔해졌다. 개성이 줄었다고 서운해 하는 이도 있겠지만 이제야 일반적인 취향의 고객에게도 어필할 만한 외모가 된 것이다.사이즈를 줄여 도어 아래로 옮겨진 에어 쿠션  계기판 레이아웃은 기본적으로 변함없다   실내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다. 계기판 레이아웃과 대시보드 디자인 그대로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으며, 시트 디자인을 손보았다. 장거리 운전에 대비해 더 단단한 쿠션을 사용했다. 센터 터널이 높게 솟아오르면서 주차 브레이크도 일반적인 레버 형태로 바뀌었다. 덕분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수납공간이 늘었다. 좁은 뒷좌석과 미니밴 3열처럼 빼꼼 열리는 뒷창문은 그대로다. 감성품질은 결코 칭찬할 수 없지만 독특한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면 보아줄 만한 수준이다.   차급의 한계가 분명한 뒷좌석  뒷좌석을 접으면 공간 활용성이 늘어난다이번 변화에서 가장 큰 부분은 서스펜션이다. PHC(Progressive Hydraulic Cusion)이라 불리는 신형 댐퍼 말이다. 시트로엥은 한때 하이드로뉴매틱 서스펜션의 선구자였다. 에어 스프링, 유압 실린더와 유압 펌프로 구성된 일종의 에어 서스펜션이다. 이 방식은 높낮이 조절이 쉬울 뿐 아니라 직선 주행에서 ‘마법의 양탄자’라고 할 만큼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는 대신 롤링 제어, 즉 코너링에서 약점이 있었다. 시트로엥은 전자제어 시스템을 도입해 이런 문제점을 차례로 개량했다. 하지만 푸조에 인수되어 PSA의 일원이 된 후 독자 기술을 계속 고집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결국 C5 1세대(2001~2007)의 하이드랙티브를 마지막으로 하이드로뉴매틱 서스펜션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PHC는 일반적인 코일오버식 댐퍼지만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구조와는 조금 다르다. 목표는 예전 하이드로뉴매틱 시절의 부드러운 승차감. 피스톤이 눌림에 따라 오일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차례로 막혀 깊이 눌릴수록 감쇠력이 높아지는 구조다. 따라서 일반적인 크루징 상태에서는 출렁거리듯 부드럽지만 롤링이나 피칭이 커지면 단단하게 차체를 지탱한다. 시승에서도 신형 댐퍼의 실력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스트로크 마지막 단계에서는 꽤 단단해지면서 자세를 쉽게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유럽의 악명 높은 돌바닥 노면에서도 좋은 승차감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신형 댐퍼를 사용해 부드러우면서도 안정적인 달리기를 제공한다 개성 줄었지만 완성도는 높아져구동계는 여전히 1.6L 99마력의 블루HDi와 6단 자동(ETG6) 조합. 싱글 클러치를 사용하는 자동화 수동 변속기는 여전히 적응이 쉽지 않다. 변속 도중 울컥거리는 부분은 변속 타이밍에 맞추어 액셀 페달을 살짝 떼어주면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타코미터가 없다 보니 대부분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99마력의 출력과 25.9kg·m의 토크는 결코 넘치지는 않아도 생각보다 활기차게 달린다. 1,240kg에 불과한 가벼운 무게 덕분이다. 사실 전장 4.2m가 안되는 이 차는 높이를 제외하고는 폭스바겐 골프보다 작다. 변속기의 아쉬움만 제외한다면 조향성이나 승차감, 주행 안정성은 전반적으로 흠잡을 데 없다. 99마력 디젤 엔진에 6단 수동 기반 자동 변속기를 조합했다4WD 옵션이 없어 사실상 키 높은 해치백이지만 문제 될 것은 없다. 이 차를 끌고 오지를 탐험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반대로 주행보조 기능은 충실하게 업그레이드했다. 앞차와의 상대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차를 세우는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부터 차선이탈 경고와 운전자 주의 경고, 운전자 휴식 알림 등을 갖추고 있다. 칵투스의 몰개성화는 아쉽지만 대신 승차감을 개선하고 최신 주행보조장비를 손에 넣는 등 착실하게 진화했다. 마이너체인지를 하면서 이름 뒤에 SUV도 붙였다. 라이벌 메이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옅은 SUV 색체를 조금이나마 부여하고 싶었을 것이다. C4 칵투스의 변화는 지나치게 튀는 취향이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기 힘들다는 현실을 따르고 있다. 그런 시장 논리에 순응해야 하는 프랑스 메이커의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최진호
렉서스 ES300h, ‘보급형 렉서스’ 탈피한 자신만만.. 2019-01-10
LEXUS ES300h‘보급형 렉서스’ 탈피한 자신만만한 진화ES가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기함 LS를 빼 닮은 외모 속에 고급 장비를 심었다. 신형 엔진과 120마력 모터를 조합해 218마력을 내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잘 다듬어진 하체와 어우러진다.  시승차를 받으러 도착한 주차장에서 잠시 망설였다. “이거 진짜 ES가 맞나?” 뒤로 돌아가 보니 ES300h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신형부터 LS 디자인에 더 가까워졌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실물을 보니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패밀리룩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고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변화다. 기함을 닮은 화려한 외모 ES는 렉서스 브랜드가 탄생한 1989년, 기함 LS의 뒤를 쫓아 등장했다. 새로운 브랜드의 이미지 확립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본과 기술을 쏟아부은 LS와 달리 ES는 보다 넓은 고객층을 목표로 삼았다. 윈덤을 베이스로 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옅었지만 판매 대수에서 렉서스를 견인했다. 5세대부터 패밀리룩을 강조하기 시작한 ES는 6세대에 스핀들 그릴을 도입해 더욱 닮아지더니 이번 7세대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스핀들 그릴로 과격함을 추구해 온 렉서스 디자인은 이번 ES를 통해 더욱 완성의 영역에 도달했다. 처음에 다소 난해했던 선들이 비로소 조화를 이룬 느낌. 스핀들 그릴의 크기는 이전과 비슷하지만 수직핀으로 인상이 달라졌고, LS를 닮은 헤드램프는 작살 같은 주간주행등을 조화시켰다. 여기에 화려함을 더하는 크롬 장식이 사이드미러에까지 사용되어 풀메이크업에 화려한 귀걸이로 멋을 부린 모양새다. 역대 ES 가운데 가장 화려한 디자인이다. 스핀들 그릴을 이렇게 보면 송곳니 같다터빈 블레이드를 연상시키는 18인치 휠작살을 연상시키는 헤드램프 디자인층층이 겹쳐 입체감을 살린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인테리어에도 많은 변화가 보인다. 좌우 대칭에 가까웠던 대시보드가 비대칭으로 바뀌어 운전석에 집중했다. 클러스터 커버를 좌우 바짝 조이면서 양쪽 위에 주행안정장치와 드라이브 모드 스위치를 달았다. 스티어링 휠 주변에 운전 관련 스위치를 집중한 것이다. 중앙에 원형 미터가 달린 계기판 레이아웃은 수퍼카 LFA와 쿠페 RC의 유산. 스포츠 모드에서는 빨간색으로 물들어 그런 느낌이 더 강해진다. 스티어링 휠 가까이 배치한 드라이브 모드 스위치스포츠 감성이 느껴지는 계기판스위치류는 배치와 조작감이 좋아 쓰기에 편하다. 다만 렉서스 특유의 터치패드식 인터페이스는 여전히 익숙해지기 힘들다. 모니터를 더럽히지 않고, 운전 중 사용을 고려한다고 해도 터치식 모니터에 익숙한 한국 고객에게는 마이너스 요소다. 실내 거주성과 감성품질은 원래부터 ES의 장점이었던 데다, 신형은 휠베이스가 2870mm로 늘어나 2열 공간이 늘어났다.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뒷좌석 바닥에 깔아 트렁크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했다. 익숙해지기 힘든 터치패드신형 엔진으로 하이브리드 업그레이드엔진은 여전히 4기통 2.5L 밀러 사이클이지만 TNGA 플랫폼에 맞추어 개발된 하이브리드 전용 신형 유닛이다. 코드명 A24A-FXS. 새로운 직분사 인젝터를 달고 가변식 밸브 타이밍 기구도 개선해 출력은 높이면서도 연비와 배출가스를 개선했다. 41%라는 하이브리드 열효율은 거의 디젤 엔진에 육박하는 수치다. 엔진만으로 178마력, 모터는 120마력을 내며 둘이 힘을 합친 시스템 출력은 218마력. 셈이 잘못된 것 같지만 서로 힘을 내는 영역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자의 모자라는 부분을 커버하며 최적의 성능과 효율을 확보하는 것이 바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묘미다. 시승차는 퍼포먼스 댐퍼가 달린 이그제큐티브 사양.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에 두면 감쇠력을 높여 하체를 단단히 조인다. 지나치게 부드럽기만 하던 휘청거리는 승차감에서 벗어나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는 렉서스(토요타)답게 신형 ES는 승차감이 좋으면서도 컨트롤성 또한 우수하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 회전수의 이질감이 줄어든다시스템 출력 218마력을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수동 변속과 EV, 스포츠 모드 등 다양한 기능을 준비해 두었다코너에서는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요잉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ACA(Active Cornering Assist)가 롱휠베이스 앞바퀴 굴림 특유의 언더스티어 문제를 상쇄한다. 액셀 조작과 엔진 회전수가 따로 노는 하이브리드 특유의 느낌은 여전하지만 이마저도 스포츠 모드에서는 거의 사라진다. 그런데 펀투 드라이브를 위해 ES를 고를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사실상 단점이라고 보기 힘들다. 보급형 렉서스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다DRCC(Dynamic Radar Cruise Control) 와 긴급 제동 보조(Pre-Collision Syetem), LTA(Lane Tracing Assist) 첨단 안전 장비도 모든 트림이 기본으로 갖추었다. 카메라로 차선과 앞차의 주행 궤적을 추적하는 LTA는 자연스럽게 차선 중앙을 따라 코너를 돌아나가고, 밤에는 오토매틱 하이빔이 최적의 시야를 확보해 준다. 특이한 위치에 있는 주차 브레이크신형 ES는 기함 LS를 빼 닮은 디자인과 더욱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잘 다듬어진 달리기 성능 등 완성도를 갈고 다듬었다. 이제 ES에게 더 이상 보급형 렉서스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앞바퀴 굴림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라이벌과는 다른 중형 프리미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시스템 출력 218마력을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글 이수진 편집장사진 스튜디오 굿
쉐보레 말리부 2.0T, 만릿길도 말리부 부터 2019-01-09
CHEVROLET MALIBU 2.0 T만릿길도 말리부 부터쉐보레가 신형 말리부를 출시했다. 내홍을 겪는 한국GM은 출시하는 모델마다 회사의 분위기 쇄신이라는 중책을 부여 중이다. 이번 역시 다르지 않다. 신형 말리부 시승 행사는 기존 2.0L 모델과 더불어 새로 선보이는 1.3L 터보 엔진, 1.6L 디젤 엔진을 경험해볼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말리부 2.0 터보를 타고 서울 잠실을 출발, 강원 인제 스피디움까지 달리며 주행감을 느꼈다. 이어 1.3L 터보와 1.6L 디젤을 타며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가능성도 체크해 봤다.진화를 잠시 멈춘 두뇌홍천 철정휴게소까지 달리는 직선 구간에서는 보조석에 앉아 각종 조작 편의성과 주행 시 승차감을 느껴봤다. 가장 먼저 내비게이션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애플 카 플레이에 내장된 구글맵 내비게이션이 현재 기자의 위치를 알리고 있었다. 다만, 올림픽대로 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가로수 건너 아파트단지로 인식해 있어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이 정도 오류는 국산 내비게이션에서도 종종 일어나기에 큰 감점 요소는 되지 않았다. 다만, 주위 풍광을 다채롭게 묘사하는 국산 내비게이션에 익숙했던 탓일까. 너무 휑한 주위 지형 묘사가 안 그래도 추웠던 시승날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신형 말리부에 장비된 주행보조 기능은 이전과 비교해 새롭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첨단을 향해 달리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을 수 있으려면 믿음직한 차로 유지 기능이 우선이다. 차선을 양옆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달리는 것까지 바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신형 말리부는 바퀴가 차선에 다가갈 때까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닿을라치면 그제야 운전대를 움직여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넉넉한 출력, 편안한 하체이윽고 도심 속 혼잡한 상황을 벗어나니 마음 놓고 밟을 수 있는 구간이 나타났다. 6단 자동변속기를 물린 2.0L 엔진은 253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별로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도움닫기를 시작한다. 기자의 차가 고작 100마력대의 최고출력을 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파워에서 동급 라이벌 중형세단들을 웃도는 게 분명하게 느껴진다. 1차로에서 정속 주행하는 답답한 차를 추월하기가 세상 쉽다. 2.0 터보는 패밀리 세단과 스포츠 세단의 경계를 허문다. 한국GM은 신형 말리부 2.0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데 불과 6.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국산 중형 세단으로는 이례적인 성능이다. 한국GM은 이에 최소 5초는 스킵할 수 있는 동영상 광고에 착안, ‘광고 스킵보다 빠른’이란 문구를 내걸었다. 다소 억지스럽지만 아예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었다.중간 기점인 휴게소에서 운전석으로 옮겨 탔다. 운전석에 앉자 눈에 들어온 건 8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한 계기판. ‘Sport’란 글자가 떡하니 박혀 있기에 드라이빙 모드까지 고를 수 있는 건가 싶었지만, 그저 계기판 모드 중 하나였다. 투어링 모드와 함께 두 가지를 지원한다. 스포츠 모드는 아날로그 미터 형태로, 투어링 모드는 숫자로 주행 관련 정보를 알린다. 인제 스피디움으로 향하는 길은 빠른 길 대신 곡선 구간 위주여서 또 다른 주행감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언덕 구간에서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자 ‘휘리릭’ 하는 소리와 함께 슬립이 날 정도로 힘이 넘쳐났다. 스티어링을 급하게 좌우로 꺾어보니 하체 감각이 조금은 더 부드러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100여 km에 달하는 시승 코스를 재미있게 달리고 난 말리부의 평균 연비는 L당 11km대. 고속 주행 연비 13.2km/L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페이스리프트의 좋은 예출발을 서둘렀던 탓에 신형 말리부를 꼼꼼히 살핀 건 인제 스피디움에 도착하고 나서였다. 쉐보레 모델들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건 크롬 장식이다. 지난 여름 선보인 신형 스파크의 경우는 기존의 간결한 인상에 크롬을 더하자 어딘가 부자연스러워졌다. 이를 두고 메기 수염을 닮았다는 둥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이었다. 신형 말리부는 그럴 걱정이 없다. 담백한 디자인의 기존 듀얼 포트 그릴을 그대로 잇되 LED 주간주행등과 조화롭게 결합해 세련된 인상을 더하기 때문이다. 이전 말리부가 모난 데 없이 정갈한 외모였다면, 이번 말리부는 ‘신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잘 생긴 얼굴이다. 테일램프는 기존의 알파벳 ‘L’자 형상에서 이번엔 화살촉 모양으로 한층 더 스타일을 살렸다. 실내는 계기판과 센터패시아에서 가장 큰 변화를 찾을 수 있다. 8인치 디스플레이를 도입해 계기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센터패시아는 큰 틀은 유지하되 버튼 구성에 변화를 주어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입맛 따라 골라 타는 말리부트랙 출발선에 두 줄로 나란히 선 1.3 터보와 1.6 디젤에 올라탔다. 6단 변속기가 물려있는 1.6 디젤은 ‘위스퍼 디젤’이라 불릴 정도로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세팅된 게 특징이다. 긴가민가한 탓에 rpm 게이지를 봐야 디젤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1.6L 디젤은 이전 말리부가 그랬듯, 탄탄한 하체를 기반으로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강력한 토크를 내뿜으며 남다른 등판력을 선보였다. 엔진 사운드가 두드러졌던 건 오히려 1.3L 터보였다. 3기통이라는 출신 성분 상 어쩔 수 없는 회전 질감도 있었지만,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저배기량에서 억지로 힘을 쏟기 위한 분투가 실내에서도 느껴졌다.이어서 진행된 기존 1.5L와 1.3L 터보의 가속력 비교 테스트. 1.3L 터보가 같은 자리에 놓인 러버콘을 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1.5L가 가속 초반에서 약간 앞서는가 싶다가도 이내 1.3L 터보에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배기량에서는 밀리지만 터보차저가 만들어 내는 강력한 토크와 기어비 세팅이 주효했다. 1.3L 터보의 공식 명칭은 1.35 ‘E’ 터보다. 배기량 뒤에 굳이 효율성(Efficient)과 친환경(Eco)의 E를 갖다 붙인 건 그만큼 존재 이유를 어필하고 싶어서일 테다. 연료 효율성과 친환경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배경에 대해 쉐보레는 “경량 알루미늄 소재를 기반으로 한 엔진 블록과 초정밀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로 불필요한 연료 낭비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앞서 출시된 쉐보레 중형 SUV 이쿼녹스는 부진한 판매량으로 분위기 쇄신에 일조하지 못했다. 안팎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한국GM이 올해 기대를 걸 만한 모델은 사실상 신형 말리부 뿐이었다. 그리고 이날, 신무기를 장착한 신형 말리부의 비장한 각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만릿길을 가야 하는 한국GM의 발걸음이 말리부 덕에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다.글 김민겸 기자사진 한국GM
[롱텀 시승기 10회] 제주에서 즐기는 프렌치 로드트립.. 2019-01-08
롱텀시승기 전 시리즈 다시보기롱텀시승기 제 10회 푸조208 GT LINE제주에서 즐기는 프렌치 로드트립서울의 아침이 썩 을씨년스러워진 지난 11월, 오랜만에 제주에 다녀왔다. 미세먼지에 시달리다가 제주에 사는 지인이 보내준 푸른 하늘 사진에 홀린 까닭이다. 다음 주에 제주도로 떠나리라 마음먹자마자 항공권과 푸조 제주 렌터카를 예약했다. 이 글이 책에 실릴 때면 이미 한겨울이겠지만, 아직 따뜻했던 제주에서의 로드트립을 되짚으며 추운 몸과 마음을 달래보고자 한다.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면서도 유독 제주와는 인연이 없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초등학생 시절 한 번, 그리고 대학생 때 한 번 다녀온 게 전부다. 아무래도 국내 여행은 내 차를 타고 다닐 때가 많은데, 제주에 내 차를 끌고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 매번 “다음에 가지 뭐” 하고 미루기 일쑤였다.그랬던 내가 갑자기 제주 앓이를 한 데에는 날씨 탓이 컸다. 지독한 가을 미세먼지에 (비록 나도 디젤차를 타면서 미세먼지에 일조하고 있지만) 눈물 콧물 쏙 빼며 시달리다 보니 포근한 날씨와 파란 하늘 생각이 났다. 때마침 제주에 사는 지인이 사진을 보내왔는데, 먼지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는 게 아닌가? 당장 남은 연차를 세어보고 3박 4일 제주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나 홀로 제주 여행이 시작됐다.제주에서도 푸조를 타 보자대중교통으로 여행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제주 여행의 대세는 렌터카다. 혼자 여행 가면 그저 저렴한 경차를 빌릴 법도 한데, 기왕 혼자 기분 내러 가는 것, 좀 더 특이한 차를 타고 싶었다. 때마침 제주에서 영업 중인 푸조 렌터카가 떠올랐다. 비록 내 차를 끌고 가진 못하지만, 제주도에서도 안 타본 차를 빌려서 타볼까?푸조 제주 렌터카에서는 푸조, 시트로엥, DS 거의 모든 모델을 빌릴 수 있다. 전 차량이 출고 후 1년 이내, 전 모델 디젤이라 차량 컨디션도 양호하고 연비가 좋아 로드트립에 적합하다. 혼자 다니니 큰 차는 필요 없고, 소형차 중에 무얼 빌릴지 살펴봤다. 내 차와 같은 푸조 208, 소형 SUV 2008과 시트로엥 C4 칵투스, 그리고 DS 소형차 DS3가 있었다. 그중에 마음을 사로잡은 건 DS3 카브리오다. 날씨 좋은 제주에 왔으니 뚜껑 열리는 차를 타고 싶었다. 제대로 된 컨버터블은 아니고 캔버스탑 해치백이지만, 컨버터블 절반 값에 그럭저럭 개방감을 느낄 수 있겠다.유럽에선 이미 DS3 신형이 나온지라, 인테리어는 다소 구식푸조 오너로서 얻는 이점은 또 하나 있다. 바로 보유고객 할인이다. 보유고객에게는 차량 대여료의 20%가 할인된다. 단, 보험료가 아닌 대여요금에 대해서만 할인되기 때문에 큰 폭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용해 볼 만하다. 또 동호회 카페 등지에서 렌터카 사용권과 호텔 숙박권이 결합한 쿠폰도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푸조 렌터카를 써 볼 생각이라면 참고하자.어쨌든 이번 여정의 파트너는 DS3 카브리오로 정했다. 208과는 형제지간이라 조작법 같은 건 익숙하다. 보험료를 포함한 총 대여비용은 메이저 렌터카 회사의 중형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라 기분 내기에 무리한 금액은 아니었다.제주에서 빌린 DS3 카브리오는 208 형제 모델이다. 차체는 물론 동력계까지 같다목적지보다 여정이 즐거운 로드트립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여행도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낯선 곳을 노닐며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쐬는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다. 그저 차를 타고 제주의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나흘 내내 쨍한 햇살에 한낮에 반소매 티셔츠를 입어도 되는 날씨도 좋았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며 제일 먼저 하는 건 DS3 카브리오의 캔버스탑을 열어젖히는 것. 덥건 춥건 여정 내내 차에 타면 무조건 지붕부터 열었다. 매일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일한 삶에 대한 반동심리일까?또 하나 준비물은 음악이다. 제주에 가기 하루 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탓에 머릿속에는 온통 퀸의 노래와 올드 팝송들이 맴돌았다. 그래서 플레이리스트를 그 노래들로 가득 채웠다. 머리숱을 살랑살랑 흔드는 가을바람과 아름다운 제주의 해안도로, 그리고 추억의 명곡들까지. 흥이 절로 나서 노래를 흥얼거렸다.DS3 카브리오는 장단이 뚜렷했다. 맘에 드는 건 역시 캔버스탑. 루프를 통째로 열어젖혀 온갖 시선을 모으는 컨버터블처럼 과하지 않으면서도 선루프만 여는 것보단 훨씬 개방감이 좋다. 이를테면 소심한 컨버터블이라고 할까? 레일을 따라 여닫히는 캔버스탑 구조 덕에 고속 주행 중에도 곧장 루프를 여닫을 수 있는 점도 좋다. DS 브랜드 특유의 전위적인 디자인도 어딜 가나 빛을 발했다. 렌터카로 받은 차가 LED 헤드램프가 달린 풀-옵션이었다면 더 예뻤을 텐데.하지만 이 차를 렌터카가 아닌 데일리카로 타기엔 녹록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뒷유리까지 차곡차곡 접히는 구조 탓에 트렁크 공간은 캐리어와 보스턴 백 하나를 겨우 실을 정도로 좁고, 탑을 열어젖히면 룸미러를 전부 가려서 후방 시야도 나빴다. 끔찍이도 좁은 트렁크. 28인치 캐리어가 아슬아슬하게 들어간다캔버스탑을 열면 차곡차곡 접혀 룸미러를 전부 가린다가운데 팔걸이가 없어 오래 운전하면 불편하고 앉는 자세 역시 몸에 익은 208보단 편하지 않았다.무엇보다 변속기 기어비가 아쉬웠다. 208보다 훨씬 운전 자세가 낮고 단단한 서스펜션을 갖춰 역동적인 주행감각을 기대했지만, 늘어지는 기어비 탓에 가속이 형편없었다. 도로 흐름에 맞추려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야 했고, 결과적으로 연비도 나빴다. 하체 세팅에 맞춰 기어비를 짧게 조율했으면 훨씬 재밌게 탈 수 있었을 텐데 영 아쉽다.제주에 간다면 컨버터블을 타 보자차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제주는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아무 생각도 안 하며 달려본 게 대체 얼마 만인지! 애월에서 출발해 한림, 협재를 지나 신창, 고산, 영락에 이르는 아기자기한 해안도로를 놀멍쉬멍 달렸다. 햇살이 좋은 곳에 잠시 차를 대면 나만의 전용 일광욕장이 됐다.밤에는 또 어떤가, 인공조명 없는 어둠 속에 차를 세워놓고, 지붕을 연 뒤 시트를 젖히면 서울에서 보기 힘든 별들이 쏟아졌다. 추운 가을밤에도 히터를 켜고 차 안에 있노라면 벌벌 떨지 않고 별을 볼 수 있었다. 아아, 이 맛에 컨버터블을 타나 보다. 완전히 열리지 않아도 이렇게 좋다니!모든 단점을 씻어주는 뛰어난 개방감! 이것 때문에 이 차를 빌렸다DS3 카브리오로 맛만 봤지만 한참이나 컨버터블 앓이를 했다. 다음에 제주에 다시 올 때는 좀 더 제대로 된 컨버터블을 타 봐야겠다. 제주를 여행할 일이 있다면 조금 웃돈을 주더라도 컨버터블을 타 보자.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서울에서 뚜껑을 열어봐야 얼굴만 새까매지지만, 한가로운 제주의 도로에서 햇살을 느끼기엔 이만한 게 없구나 싶다. 기왕지사 현실을 벗어나 여행한다면 로망을 제대로 이뤄보자. 물론 통장이 좀 쓰리겠지만 그건 다음 달의 내게 맡기고! 글 사진 이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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