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진짜 시티카란 이런 것! SMART FORTWO vs .. 2016-01-07
경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저 주머니 사정 때문에 경차를 찾던 시대가 점점 저물고 있다. 소형차보다 더 많은 ‘옵션’을 달고, 몸값도 더 비싼 경차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국내에도 작은 차의 매력을 이해하는 성숙한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오늘 우리는 두 대의 특별한 시티카를 만났다. 작은 차 문화가 일찍이 자리잡은 유럽에서 높은 완성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모델들이다. 독일 태생인 스마트 포투와 이탈리아 출신인 피아트 500이 바로 그 주인공. 두 대 모두 차체가 국내 경차 규격보다 넓기 때문에 ‘경차 혜택’은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길이와 높이는 국내 경차들보다 작은 까닭에 작은 차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만큼은 훨씬 더 농후하다.  재미있는 건 시승을 하는 며칠간 두 대 모두 고속도로에서 경차 할인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달 경량 스포츠카인 로터스 엑시지 S를 탈 때도 같은 혜택을 받았다. 톨게이트 직원이 경차의 경이 어이없게도 가벼울 경(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어쨌든, 오늘은 경차 혜택에 대한 이야기 따위는 집어치우자. 사실 경차라는 물건은 윤택한 도심 생활을 위한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볼 때 스마트 포투와 피아트 500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국내 법규가 이들을 경차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갑자기 이들의 성격이 바뀌거나 몸집이 커지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작아도 잘 만든 물건을 원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이 유러피언 시티카들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LED로 치장한 헤드램프와 육각형을 새겨 넣은 그릴 등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한결 당당해진 포투와 여전히 매력적인 500드디어 신형 포투가 한국 땅을 밟았다. 포투는 1998년 시티 쿠페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2007년 2세대로, 2014년 3세대로 진화해왔다. 이번 세대교체와 함께 2007년 단종된 포포도 부활했다. 르노와의 공동개발로 인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었기 때문. 신형 포투와 포포는 이제 르노 트윙고와 DNA를 나눈다.최근 자동차 회사들의 협업 대부분이 그렇듯, 포투/포포와 트윙고 사이에서 닮은 구석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신 포투와 포포의 관계가 달라졌다. 이전 포투와 포포는 서로 연관성이 없는 별개 모델이었다. 디자인, 차체 레이아웃, 엔진 모두 딴판이었다. 그러나 이제 둘은 디자인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로 거듭났다. 포투는 2도어/2인승의 숏 버전, 포포는 5도어/4인승의 롱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조금 식상해지긴 했지만, 이탈리아 감성은 아직도 유효하다현행 500은 2세대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만큼은 포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찬란하다. 500은 지난 1957년 데뷔해 23년간 약 390만 대가 팔려나가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국민차로 자리잡았다. 영국의 미니, 독일의 폭스바겐 비틀과 비슷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500이 2세대로 거듭난 건 단종 32년 만인 2007년. 1세대가 데뷔한 지 정확히 50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1세대 500은 길이 3m를 밑도는 초소형차였다. 그러나 2세대로 진화하며 길이와 너비를 각각 60cm, 30cm 가량 늘였다. 현대 아반떼가 에쿠스만큼 커졌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은 여전히 아담하다. 길이와 휠베이스 모두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보다 짧다. 너비만 45mm 넓을 뿐이다.짧은 회전반경의 비밀. 스티어링 휠을 일정 수준 이상 돌리면 캠버와 토 값이 변하면서 바퀴가 안쪽으로 더 파고든다 외모는 포투와 500 모두 귀엽다. 작은 차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사실 포투는 신형으로 거듭나며 신분 변화를 꾀했다. 차체 형상을 1박스에서 1.5박스로 변형시킨 후, 앞뒤 휠 트레드를 100mm씩 늘여 이전의 장난감 같은 이미지를 상당부분 지워냈다. 또한 LED로 치장한 헤드램프, 육각 무늬를 새겨 넣은 그릴 등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강조했다. 하지만 크기에서 비롯된 고유 분위기가 어디 가겠는가? 길이 2,720mm에 불과한 차체는 여전히 깜찍하다. 주차 칸 하나에 두 대를 세울 수 있을 정도. 실제로 포투가 등장한 이후, 유럽 대도시에서 포투 두 대가 주차 칸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건 흔한 장면이 되었다. 엔진을 꽁무니에 단 까닭에 운전석 뒤 펜더에는 미드십 스포츠카 마냥 공기흡입구가 있다. 또한 뒤 범퍼 방열구 사이로 엔진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일반 경차들과 구별되는 특징이다.예전의 매시 타입보다 지금의 핀 타입 휠이 더 잘 어울린다 500은 이제 조금 식상하다. 데뷔한 지 시간이 꽤 흐른 까닭이다. 포투만큼 개성이 넘치지도 않는다. 얼핏 국산 경차 정도로 오해당할 법도 하다. 하지만 네 개의 원으로 나눈 램프와 콧구멍을 틀어막은 범퍼, 군데군데 붙인 크롬 패널들로 낸 이탈리안 감성은 아직도 유효하다. 굳이 모닝, 스파크 등과 비교하자면 국산 토종 스쿠터와 이탈리아산 베스파처럼 미묘한 차이랄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소 껑충한 뒷모습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500은 도로교통법 최저지상고 규정(120mm 이상) 때문에 뒤쪽에 남미용 서스펜션을 끼웠다. 유럽과 북미용 500의 최저 지상고는 104mm, 국내 500은 이보다 24mm 높다. 옆모습은 포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늘씬(?)하다. 나란히 세워두면 500이 왜건으로 보일 정도다. 포투는 2인승이지만, 500은 뒷좌석을 갖춘 4인승이다.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실내. 스티어링 휠 디자인이나 구성이 마치 수퍼 스포츠카 같다 고급스러운 포투, 넉넉하고 발랄한 500하지만 포투의 실내는 생각보다 여유롭다. 오직 두 명만 타는 컨셉트를 확실하게 지켰기 때문이다. 커다란 도어, 바짝 선 A필러, 납작한 대시보드 등으로 넉넉한 분위기를 냈다. 스티어링 칼럼이 작아 운전석 무릎공간도 널찍하다. 열리지는 않지만, 하늘을 훤히 볼 수 있는 글라스 루프도 이런 느낌에 한몫한다. 실내 분위기도 화려하다. 다소 거칠었던 이전 모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전 모델이 기차 우등석 수준이었다면, 신형은 항공기 일등석 수준이다. 특히 입체적으로 빚은 후 천으로 감싼 대시보드가 꼭 비싼 소재로만 고급스러운 느낌을 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구석구석에는 포투의 뿌리를 암시하는 단서들이 적지 않다. 가령 계기판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이전 C클래스를 닮았다. 안쪽의 디스플레이 메뉴의 디자인과 구성 역시 벤츠 스타일이다. 또한 르노(와 르노삼성)와 공유하는 버튼들도 발견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메뉴도 르노 모델의 그것과 비슷하다.포투가 패션 감각이 뛰어난 세련된 아가씨라면, 500은 뽀송뽀송한 솜털을 드러낸 건강한 아가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완성도는 전혀 다르다. 버튼을 둘러싼 하우징 등을 벤츠가 다듬었기 때문이다. 특히 작동법이 독특하고 마무리가 뛰어난 공조장치가 눈에 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블루투스 연결 및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지원한다. 연결이 빠르고 쓰기도 편하다. JBL 오디오 시스템의 사운드도 짐작을 뛰어넘는 수준. 이 작은 차에 서브우퍼까지 구겨 넣었다. 짐공간은 딱 장바구니 3~4개 정도에 최적화되어 있다. 조수석 시트의 등받이를 앞으로 완전히 접어 스노보드나 골프 투어백을 실을 수도 있지만,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어디까지나 비상용이기 때문. 해치도어는 좁은 공간에서도 편히 열 수 있게 위아래로 나누었다. 여러모로 포투는 도시에서 거주하는 2인 가족의 삶을 빠듯하게 소화하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단출한 트렁크. 비상시에는 조수석 시트 등받이를 접어 커다란 짐을 실을 수 있다 트렁크 바닥에는 엔진이 숨어 있다. 서브우퍼와 바닥 패널을 뜯어내면 얼굴을 드러낸다. 참고로 앞 후드 안쪽에는 냉각수 보조 탱크, 워셔 탱크, 브레이크 오일 주입구, 배터리 등이 있다. 그런데 도어를 잠가도 후드는 열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반면, 500의 실내는 아주 발랄한 분위기다. 포투만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게 최고라고 믿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만든 차답게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앙증맞은 대시보드와 이를 뒤덮은 보디컬러 플라스틱 패널, 스포츠 버튼을 눌렀을 때 폰트가 이탤릭체로 바뀌는 전자식 계기판 등이 좋은 예다. 특히 센터페시아 중앙의 정성스럽게 만든 세 개의 버튼은 슬쩍 떼어가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만든다.500의 트렁크가 넉넉하다는 표현은 오직 포투와 비교했을 때만 쓸 수 있다 선루프와는 별개로 움직이는, 통풍과 채광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반투명 햇빛가리개도 이런 느낌을 부추긴다. 볕이 좋은 날 선루프를 열고 햇빛가리개를 닫은 후, 은은하게 스미는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달릴 때의 상쾌한 기분은 500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실용성은 포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500의 짐공간은 장바구니 6~7개 정도는 꿀꺽 삼킨다. 리어 시트를 접으면 웬만한 중형 세단 트렁크보다도 큰 공간이 생긴다. 테트리스를 잘 한다면 2명이 타고 2개의 스노보드나 골프백을 싣고 먼 길을 떠날 수도 있다. 물론 유사시엔 뒷좌석에 사람 두 명을 태울 수도 있다. 또한 직물 시트가 기본인 포투와는 달리, 500은 가죽 시트가 기본이다.직물로 감싼 시트. 착좌감이 나쁘지 않다 예상을 벗어난 운전 감각 둘의 성격 차이는 운전 감각에서 두드러진다. 포투는 차분하고, 500은 경쾌하다. 차체 크기로 보면 반대일 것 같은데 굉장히 의외다. 엔진도 포투가 더 정숙하다. 시동을 걸 때만 진동이 조금 두드러지는 편이다. 물론 회전수를 올리면 3기통 특유의 사운드가 마치 포르쉐 911을 탄 것 마냥 차체 뒤편에서 들려온다. 포투는 실내도 조용하다. 시속 110km 이하까진 웬만한 고급 소형차보다도 더 안락한 수준이다. 그 이상이 되면 바람 소리가 커지는데, 어차피 이 정도가 조종안정성이 확보되는 마지노선이다. 시속 110km를 넘기면 차선 변경마저도 부담스러워진다. 이런 사실과는 별개로, 속도는 속도계에 표시된 숫자의 80%선까지 붙일 수 있긴 하다. 쭉 뻗은 도로를 오로지 직진으로만 달린다면 그 속도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그다지 권할 만한 일은 아니다.500은 가죽 시트가 기본이다 가속 성능은 딱 필요충분조건을 만족한다. 최고출력 71마력, 최대토크 9.3kg•m라는 수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도 성능보단 효율에 초점을 맞췄다. 포투의 가장 큰 장점은 연비. 복합연비 24.4km/L로 500의 11.8km/L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하지만 가속 성능은 500이 훨씬 더 시원하다. 최고출력(102마력)과 최대토크(12.8kg•m)가 압도적(?)으로 높으니 당연한 결과다. 포투를 타고 500을 따라가고 있으면, ‘500이 저렇게 빠른 차였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참고로 포투의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14.9초, 500은 10.5초다. 6,500rpm까지 시원하게 돌아가는 4기통 엔진도 500의 매력 포인트다. 사운드와 회전 질감이 꽤 자극적인 데다, 어차피 실내도 포투에 비해 시끄러운 편이라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면 고회전을 즐기게 된다. 6단 자동변속기의 완성도도 꽤 뛰어난 편. 전통적인 유압식이긴 하지만, 변속 속도나 직결감 등 딱히 흠잡을 곳이 없다.트렁크의 서브우퍼와 바닥 패널을 뜯어내면 엔진이 얼굴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500은 몸놀림이 짜릿하다. 롤이 큰 반면 하중 이동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운전이 즐겁다. FF 방식이라 RR 방식인 포투보다 움직임을 예측하기도 더 쉽다. 탄력 넘치는 서스펜션은 코너에서 운전자의 등을 떠민다. 와인딩 로드는 엄두도 못 내는 포투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또한 고속 안정성도 포투에 비해 뛰어나다. 시속 120km 이상에서도 든든하다. 500을 타보면 아바스라는 고성능 버전의 존재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신 포투는 도심에서 즐겁다. 짧은 휠베이스와 오버행을 무기 삼아 복잡한 골목길도 사정없이 헤집는다. 특히 극단적으로 짧은 회전반경이 주는 희열은 중독성이 짙다. 주차장만 빠져나와 봐도 마치 네 바퀴 모두가 돌아가는 듯한 독특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일정 수준 이상 돌리면, 바퀴를 안쪽으로 더 비틀기 때문에 2차선 안쪽에서 유턴을 할 수도 있다. 조향을 담당하는 앞바퀴가 구동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스마트는 신형 포투를 공개하며 연석 기준 6.95m, 벽 기준 7.3m의 짧은 회전반경을 자랑스레 내세운 바 있다.6,500rpm까지 힘차게 회전하는 500의 멀티에어 엔진 각자의 개성에 집중한 결과물들포투는 3세대로 거듭나며 컨셉트를 바꿨다. 작은 차체와 RR 구조의 한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저 화려한 실내와 고급스러운 승차감, 그리고 도심 기동성 등에만 주력했다. 그 결과 고급 시티카라는 장르에서만큼은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500은 정공법을 택했다. 작은 차만이 가질 수 있는 발랄한 매력을 강조했다. 데뷔 8년이 지났건만, 아직까지 500만큼 경쾌한 시티카는 등장하지 않았다. 포투가 패션 감각이 뛰어난 세련된 아가씨라면, 500은 뽀송뽀송한 솜털을 드러낸 건강한 아가씨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지는 의미는 단순하다. 바로 장르의 다양화다. 시티카라는 장르에 대한 이들의 접근 방식은 작지만 넓고 비싸 보이는 데만 집중한 국내 경차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각자가 가진 개성에 집중했다. 물론 기자도 알고 있다. 시장이 아무리 변하고 있다지만, 이 차들이 갑자기 국내에서 대박을 칠 일은 없다는 걸. 하지만 적어도 미동이라도 일으켰으면 좋겠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좀 더 다양해지길 바라기 때문에.  SMART FORTWO보디형식, 승차정원 3도어 해치백, 2명길이×너비×높이(mm) 2720×1660×1560휠베이스(mm) 1870트레드 앞/뒤(mm) 1468/1430무게(kg) 920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드 디온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디스크/드럼타이어 앞 165/65 R15, 뒤 185/60 R15, 미쉐린 에너지세이버엔진형식 직렬 3기통밸브구성 DOHC 12밸브배기량(cc) 999최고출력(마력/rpm) 71/6000최대토크(kg•m/rpm) 9.3/2850구동계 배치 뒤 엔진 뒷바퀴굴림변속기 형식 6단 자동(듀얼 클러치)0→시속 100km 가속(초) 14.9최고시속(km) -연비(km/L) 24.4(도심 20.4, 고속 27.0)CO₂ 배출량(g/km) 93(1등급)기본/시승차 2,790만원/2,990만원  FIAT 500보디형식, 승차정원 3도어 해치백, 4명길이×너비×높이(mm) 3550×1640×1555휠베이스(mm) 2300트레드 앞/뒤(mm) 1410/1410무게(kg) 1110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 빔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식)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타이어 앞 195/45 R16, 뒤 195/45 R16, 피렐리 신투라토 P7엔진형식 직렬 4기통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cc) 1368최고출력(마력/rpm) 102/6500최대토크(kg•m/rpm) 12.8/4000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6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초) 10.5최고시속(km) 182연비(km/L) 11.8(도심 10.8, 고속 13.3)CO₂ 배출량(g/km) 148(3등급)기본/시승차 2,090만원/2,390만원글 류민 기자사진 최진호
VOLVO CROSS COUNTRY vs S60, 스칸.. 2016-01-16
볼보 크로스 컨트리(이하 CC)를 사진으로 처음 봤을 때, 저게 뭔가 싶었다. 생김새는 매끈하고 날렵한 기존 S60이 분명한데 키만 껑충했다. 누가 보면 서스펜션 튜닝으로 차고를 높인 튜닝버전인 줄 착각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기자 앞에 도착한 차를 보니, 사진보다 실물이 나았다. 아니, 오히려 매력적이고 예뻐 보였다. 껑충 높인 차고와 더불어 휠 디자인과 타이어 사이즈를 키워 든든한 하체를 만들었다. 앞뒤 펜더에 플라스틱 몰딩을 두르고(볼보는 무광 검정 휠아치 익스텐션이라고 부른다) 앞뒤와 사이드 스커트에도 플라스틱 몰딩을 덧댔다. 그러면서도 S60의 스포티함은 그대로 간직해 꽤나 유니크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높은 지상고에 세단 같은 운전자세실물을 본 첫 느낌은 스냅백을 쓰고 온 후배기자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했다. 시골 촌부가 씀직한 스타일의 꼿꼿하게 펴진 챙 넓은 모자를 후줄근하게 쓰고 온 후배의 첫인상은 별로였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자연스럽고 은근한 멋이 배어나왔다. 언뜻 보면 어색한데 자꾸 보면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운 매력을 느끼는 것은 스냅백과 볼보 CC의 공통점이었다. S60을 기본으로 만든 CC의 라인업 합류로 볼보 코리아는 크로스 컨트리 라인업을 완성했다. 해치백 V40과 왜건 V60에 이어 이번에 세단인 S60에 CC가 추가되며 방점을 찍은 것이다. CC는 볼보가 자사 인기 모델을 기반으로 지상고를 높이고 SUV의 다부진 주행성능을 더해 만든 볼보만의 새로운 장르다. 이 같은 크로스오버 장르가 완전히 생소하거나 다른 메이커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단을 기반으로 한 CC만큼 독특한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한국에서는…….세단 베이스이면서도 지상고를 201mm로 높였다 CC의 가장 큰 특징은 S60보다 65mm 높아진 지상고에 있다. 덕분에 최저지상고는 201mm에 달한다. 하지만 차고는 S60 대비 55mm 높아진 1,540mm. 이러한 높이 덕분에 그 어떤 세단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쾌적한 운전시야를 만들어 더 쉽고 편안한 운전이 가능하다. 이 부분을 실제로 경험하면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도심형 SUV가 넘쳐나지만, 그들은 지상고가 높아 시야는 좋으나 운전자세가 세단과 미묘하게 다르다. 바닥에 안정감 있게 앉아 다리를 뻗어 조작한다기보다 걸상에 앉아 책상 위 스티어링을 만지는 자세에 가깝다. 하지만 CC는 세단과 완벽히 똑같다. 그러면서 시야는 SUV와 같다. 정차 중 옆 차선에 선 SUV 운전자와 눈이 마주치고 앞에 가는 세단의 지붕이 내려다보인다.S60의 단순하며 기능적인 인테리어기본적으로는 같은 디자인이지만 CC는 브라운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실내에도 CC의 상징성이 도드라진다. 브라운 컬러로 곳곳에 포인트를 줘 감각적이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기본 테마인 엘레강스 모드에 S60과 달리 브라운 색을 넣었다. 또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한 가죽시트에도 같은 색 스티치로 포인트를 줬다. 시트는 장거리 운전에도 피로가 적기로 유명한 볼보 특유의 시트에 측면 지지력을 강화했다. 이는 오프로드에서도 안정적인 운전 자세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인간공학적인 볼보의 시트는 예전부터 편안하고 안정적이기로 유명한데, CC는 이보다 한 수 더 위다. 내 몸에 딱 맞춰 만든 듯 편안하고 정확하며 안정적으로 몸을 받아낸다. 마치 견고한 바구니에 엉덩이를 들이밀고 감싸 안긴 듯 안락하다.190마력 D4 엔진은 초반 가속이 경쾌하다 세단과 SUV의 장점 모은 장르 선구자CC는 2.0L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파워트레인으로 선택했다. D4라는 이름의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 디젤 엔진은 190마력의 최고출력과 40.8kg•m의 최대토크를 내며 L당 15.3km(복합)의 연비를 선사한다. 디젤 특유의 진동은 어쩔 수 없지만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을 억제해 공회전시에도 정숙성이 좋다. 가볍게 반응하는 가속 페달 덕분에 가솔린차처럼 초반 가속이 가볍고 명랑하다. 두툼한 토크로 가뿐하게 움직이는 CC는 키가 커졌지만 단단하고 다부지게 움직이고 반응한다. 함께 나온 S60과 비교해도 크게 아쉽지 않다. SUV와 세단 중 세단에 훨씬 더 가까운 하체감각과 핸들링을 품었다. 높이 앉아 더 넓은 시야로 편안하게 운전하는 맛에 세단의 벼리고 다부진 움직임이 더해져 차를 몰수록 점점 더 좋아지고 사랑스러워진다.235/50 R18 타이어 CC는 차급 이상의 편의장비로 무장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로 장거리 운전을 더 편안하게 돕고 보행자와 자전거를 감지해 충돌을 예방한다. 또한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로 더 넓고 선명한 밤길 운전을 돕는다. 물론 시티 세이프티와 사각지대정보 시스템도 기본으로 갖췄다. 볼보는 세단형 CC를 선보이며 크로스 컨트리의 풀 라인업을 완성했다.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진화를 의미하는 셈이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요즘 사람들은 틈만 나면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그들은 일상의 대부분을 도심에서 생활한다. 이 같은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기 위해 도심형 SUV와 크로스오버 장르 모델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CC처럼 독특한 모델은 아직까지 없었다. 세단과 SUV의 장점을 완벽히 모아 만든 CC는 높아진 지상고로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더 쉽고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세단인 셈이다.디스플레이에도 브라운색을 넣었다 독특한 와일드 세단의 매력에 스칸디나비안 감각을 더한 CC. 한참을 고민해도 국내에 라이벌이 없다. 아마도 CC의 시장 성공 여부에 따라 라이벌들이 등장하고 또 하나의 독특한 장르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영역을 닦은 자신만의 스냅백처럼 볼보 CC도 고유의 색깔로 요즘 사람들의 일상에 자리잡을 수 있을까? CROSS COUNTRY D4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길이×너비×높이 4635×1865×1540mm휠베이스 2775mm트레드 앞/뒤 1619/1577mm무게 1735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코일 스프링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타이어 235/50 R18 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터보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1969cc최고출력 190마력/4250rpm최대토크 40.8kg•m/1750~25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8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7.7초최고시속 210km연비 15.3km/L(도심 14.0, 고속 17.2)에너지소비효율 2등급CO₂ 배출량 153g/km값 4,970만원  S60 D4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길이×너비×높이 4635×1865×1480mm휠베이스 2775mm트레드 앞/뒤 1550/1540mm무게 1645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타이어 235/40 R18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터보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1969cc최고출력 190마력/4250rpm최대토크 40.8kg•m/1750~25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8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7.6초최고시속 230km연비 16.3km/L(도심 14.3, 고속 19.5)에너지소비효율 1등급CO₂ 배출량 120g/km값 4,770만원글 이병진사진 민성필
LAND ROVER RANGE ROVER EVOQUE .. 2015-12-22
우선 이 차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부터가 고민이었다. 느닷없이 기함 레인지로버의 이름을 붙인 소형 SUV가 등장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풀네임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라는 말인데, 서양의 미들네임처럼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는 이름이다. 영국 윌리엄 왕세자가 사실 윌리엄 아서 필립 루이스임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물론 이렇게 길고 복잡한 이름을 붙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랜드로버는 자꾸 온로드 도심 취향으로 바뀌어 가는 시장의 변화 속에서 변화를 모색했지만 기존의 오프로드 이미지를 쉽사리 버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모델 라인업을 두 종류로 나누어 시장의 변화와 고객들의 상반된 요구를 만족시키기로 했다. 도심형의 고급스러운 모델에는 기함인 ‘레인지로버’의 이름을 붙이고, 사막과 밀림을 누비던 전통적 고객층을 위해서는 ‘디스커버리’ 라인을 준비한 것. 따라서 여기에 붙은 레인지로버는 일종의 서브 브랜드 개념이다. 이 방법은 완전히 별도 브랜드를 운용하는 것보다 부담을 덜면서도 랜드로버를 아우르는 이미지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출력이 조금 아쉬운 신형 인제니움 엔진 2011년 처음 등장한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사이즈나 가로배치 엔진 레이아웃으로만 보면 엔트리 랜드로버였던 프리랜더의 뒤를 잇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플랫폼도 2세대 프리랜더의 포드 EUCD 기반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른 차였다. 값도 덩치가 더 큰 디스커버리 스포츠보다 비쌀 뿐 아니라 고급스러운 도심형 SUV를 목표로 했다. 세로배치 구동계, 트랜스퍼 케이스가 달린 전통적인 4WD 시스템이 사라지고 작은 차체에 쿠페의 특징을 녹여 넣었다. 전통을 어느 정도 포기하며 개발한 신모델은 랜드로버로서도 큰 모험이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도박은 성공을 거두어 첫해에만 9만 대 가까이 팔려나갔다. 현재까지 누적판매대수 39만 대를 돌파한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2013년 겨울에 마이너체인지형 모델을 공개했다. 주간주행등이 포함된 어댑티브 LED 램프와 범퍼 흡기구 등을 세부적으로 다듬으면서 전체적인 스타일이 매끈하게 바뀌었고 스포일러와 LED 브레이크램프 등도 새롭게 손보았다. 인테리어는 조절식 무드 라이트와 화질이 개선된 신형 터치 모니터 등 디자인을 거의 건드리지 않으면서 내실을 기했다. 실내 감성품질은 매우 높지만 2,660mm의 휠베이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뒷좌석은 레그룸이 좁은 편. 국내형의 경우 영국을 대표하는 하이파이 브랜드 메리디안의 11스피커 380W 오디오 시스템이 전 트림에 기본으로 달린다.인제니엄 직분사 디젤 180마력형 엔진이 차는 디자인부터 인테리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이르는 다양한 변화와 개량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변화는 단연 엔진이다. 재규어/랜드로버는 포드의 품을 떠나면서 기존 엔진들을 대체할 새로운 엔진 개발에 힘을 쏟았다. 그 중에서도 쓰임새가 많은 4기통 엔진이 최우선이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인제니움’이라 불리는 신형 2.0L 직분사 디젤 TD4는 포드 듀라토크 2.2 190마력형에 비해 출력은 약간 줄고 토크는 늘어났다. 알루미늄 블록으로 경량화했을 뿐 아니라 EGR 시스템, 배기가스 후처리 기술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6%, 연비는 약 21% 개선했다.HSE에는 19인치 타이어가 달린다 최고 출력은 180마력으로 줄었지만 최대토크는 43.9kg•m로 늘어났고, 보다 촘촘해진 기어비 덕분에 초반 가속은 꽤 경쾌한 편. 반면 고속구간에서는 출력부족이 느껴진다. 시속 140km만 넘어서도 공기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속도계의 움직임이 확연히 굼떠진다. 이 차가 엔트리 모델(eD4, 150마력)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 진입각 25°, 탈출각 33°에 500mm의 도하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도로에서의 달리기는 ‘오프로더’라는 인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날렵한 쿠페 스타일에 어울리게 스티어링에 대한 반응은 무척이나 안정적이고 솔직하다. 덕분에 상당히 높은 히프 포인트임에도 운전 감각은 승용차에 가깝다.인테리어는 디자인을 뜯어고치지는 않았지만 고화질 모니터 등 내실을 기했다변속기는 아이신 6단에서 ZF의 9단 AT로 업그레이드되었는데, 최적 기어비를 통한 연비개선뿐 아니라 1, 2단의 높은 감속비를 활용해 오프로드 주파성과 등판능력에서도 이득이 있다. AT 변속레버는 재규어와 같은 팝업 로터리식으로 스티어링 휠에는 수동 변속을 할 수 있는 플리퍼가 함께 달렸다. S 모드에서 플리퍼를 건드리면 수동 모드로 들어가는데, 자동해제가 되지 않아 조금 불편하다.스포티한 하체에 맞추어 운전석은 홀드성이 좋은 편뒷좌석은 레그룸이 여유롭지 못하다 가로배치 구동계에 할덱스 커플러를 사용한 앞바퀴굴림(FF) 기반 4WD의 전형적인 형식을 따르면서도 랜드로버의 오랜 노하우가 녹아 있는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을 활용해 오프로드 능력을 다듬었다. 버튼을 눌러 모드를 선택하면 4WD와 주행안정장치, 롤 스태빌리티 컨트롤, 트랙션 컨트롤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자갈, 잔디, 진창이나 눈밭 등 극단적인 노면 상황에서도 최적의 구동력을 발휘한다. 다른 랜드로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동급 최고의 오프로드 능력을 갖추고 있음은 이미 다양한 행사를 통해 체험한 바 있다.575L의 화물칸은 뒷좌석을 접으면 1,445L로 늘어난다 전통을 버리고 얻은 새로운 매력 국내에서 이보크는 이민정, 제시카/크리스탈 자매와 산다라박 등 유독 여자 연예인들의 사랑을 받는 차로 알려져 있다. 사막과 험지를 누비던 남성적 이미지를 벗어나 개성적이면서도 고급스럽고, 게다가 여성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디자인과 화려함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전통의 골수팬들보다는 라이트 유저를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과 신선함을 갖춘 모델임에 분명하다. 이것이 랜드로버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에 대한 평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의 인기로 볼 때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LAND ROVER RANGE ROVER EVOQUE TD4 HSE보디형식, 승차정원 5도어 SUV, 5명길이×너비×높이 4370×1900×1635mm휠베이스 2660mm 트레드 앞/뒤 1620/1630mm 무게 1920kg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파워)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타이어 235/55 R19 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직분사 터보 밸브구성 DOHC 16밸브 배기량 1920cc최고출력 180마력/4000rpm최대토크 43.9kg•m/175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네바퀴굴림 변속기 형식 9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9.0초 최고시속 195km 연비 13.8km/L(도심 12.1, 고속 16.7) 에너지소비효율 2등급 CO₂ 배출량 143g/km값 7,420만원글 이수진 편집위원사진 민성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FERRARI 488 SPIDE.. 2015-12-28
“페롸아아뤼~” 볼로냐 인근 읍내에서 마주친 노인이 손을 번쩍 들며 외친다. ‘페라리 앓이’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페라리와 눈이 맞은 학생들은 건널목에 진을 친 채 ‘폰카’ 찍느라 정신없다. 신호 대기 때 자전거 타고 지나가던 젊은이는 고개가 부엉이처럼 꺾이도록 페라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꼬맹이들은 헐레벌떡 달려 페라리 꽁무니를 뒤쫓았다. 흔히 포르쉐 바이러스란 표현을 쓴다. 한번 몰아보면 그 매력에서 헤어나기 어렵단 뜻이다. 한데, 페라리 바이러스는 한층 더 강력하다. 그저 쳐다만 봐도 곧바로 전염된다. 그리고 즉시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난다. 눈 마주친 모든 이들이 행복해 하니 기자 또한 기뻤다. 누구나 알아보고 좋아해주는 스타라도 된 것처럼 뿌듯했다. 이 맛에 페라리를 타는구나 싶었다. 쿠페 성능 기반으로 감성 부각시켜 488 GTB를 시승한 지 넉 달 만에 이탈리아 볼로냐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도 488이다. 그런데 이름 뒤에 GTB 대신 스파이더가 붙는다. 컨버터블이란 뜻이다. 이번 행사는 488 GTB 시승회와 많이 달랐다. 당시엔 공장 취재도 곁들였다. 하지만 이번엔 오롯이 시승뿐이다. 페라리 전용 놀이터, 피오라노 트랙도 가지 않는다. 테스트 드라이버의 훈수도 없다. 시승은 경치 좋은 국도를 따라 유유자적 달리는 코스에서 치러졌다. 초청한 언론도 라이프스타일 매체 위주다. 영국에서 온 중년 여기자는 “태어나서 페라리를 처음 타게 되었다”며 소녀처럼 기뻐했다. 페라리 홍보담당이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이번 시승의 테마가 빤히 들여다보였다. 바로 여유와 낭만이다. 눈과 어깨의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즐기는 행사였다. 지난 10월 19일, 볼로냐 공항에 내려섰다. 애꿎은 기자의 짐 가방은 박살이 나서 나왔지만, 날씨 하난 기가 막혔다. 이번 시승회는 숙소 또한 특별했다. 오랜 전통의 와이너리에 짐을 풀었다. 포도밭으로 에워싸인 능선에 건물 몇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득히 먼 저편에서 볼로냐가 아른거렸다. 숙소 앞 벤치에 앉아 나른한 오후의 여유를 즐겼다. 이날 저녁, 페라리는 공식 만찬을 준비했다. 식사에 앞서 488 스파이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아담한 홀에서 세련된 ‘블루 코르사’ 컬러로 단장한 488 스파이더 한 대가 우리를 맞았다. 페라리는 488 스파이더의 핵심을 강조했다. ① 오픈 에어 드라이빙의 즐거움, ② 오픈했을 때의 엔진 사운드, ③ 최고의 성능, ④ 편안하고 실용적인 실내 등 네 가지다. 페라리가 꼽은 ‘엑기스’의 절반이 결국 감성인 셈이다. 페라리 스파이더의 원조는 1977년 내놓은 308 GTS였다. 정확히는 타르가톱이었다. 1989~1993년 나온 348 스파이더부터 비로소 완전히 차체 위쪽을 오려냈다. 이후 1995년 F355 스파이더, 2000년 360 스파이더, 2005년 F430 스파이더, 2011년 458 스파이더를 거쳐 488 스파이더가 나왔다. 488 스파이더의 주요 시장도 소개했다. 5대 시장은 영국과 미국, 독일, 일본, 중국이다. 33%에 머문 중국을 빼면 전체 페라리 판매 가운데 스파이더 비율이 절반 이상인 나라들이다. 영국은 54%나 된다. 타깃 고객과 관련된 흥미로운 통계도 소개했다. 60%는 이미 페라리를 가진 오너다. 가망 고객의 90%는 기존에 스파이더(컨버터블)를 산 경험이 있다. 페라리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조사도 마쳤다. 가령 이들은 스포티하되 공격적이지 않은 운전을 선호한다. 쿠페 오너보다 더 자주 운전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지붕을 접은 채 보낸다. 주로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고, 주말이 아니더라도 각종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석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지붕을 벗겼을 때 더 크고 선명해지는 사운드에 열광한다. 터보로 돌아서며 극적으로 효율 개선488 스파이더의 디자인은 많은 부분을 GTB와 공유한다. 페라리는 ‘지붕을 열건 닫건 공기역학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GTB와 달리 엔진룸은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하드톱 커버가 덮는 면적 때문이다. 그래서 458 스파이더처럼 불투명한 패널을 씌웠다. 각 좌석 뒤엔 롤 바를 숨겼다. 이 때문에 굵은 돌기 두 개가 솟았다. 근데 이게 볼수록 멋지다. 엔진 커버엔 두 개의 구멍을 뚫었다. 엔진 때문에 후끈 달아오른 공기를 빨리 빼내기 위해서다. GTB와 마찬가지로 도어 뒤엔 커다란 흡기구를 뚫었다. 엔진으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기 위한 통로다. 도어 손잡이도 GTB와 같다. 그 자체로 에어로 핀 역할을 한다. 나머지 디자인은 양산 페라리 가운데 최고의 공력성능을 뽐내는 GTB와 판박이다. 심장도 488 GTB와 같다. V8 3,902㏄ 가솔린 직분사 트윈 스크롤 터보다. 458 스파이더보다 배기량을 595㏄ 줄이고도 670마력을 뿜는다. 최고출력은 8,000rpm에서 나온다. 하지만 고회전 엔진이라고 보기 어렵다. 최대토크 77.5㎏•m를 3,000rpm에서 토해내는 까닭이다. 458 스파이더의 경우 최고출력은 9,000rpm, 최대토크는 6,000rpm에서 나왔다. 페라리는 터보로 ‘변심’한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누구나 안다. 나날이 엄격해지는 배기가스 규제 때문임을. 페라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역대 모델별로 소개했다. F430 스파이더가 345g/km, 458 스파이더가 275g/km였다. 반면 488 스파이더는 이 수치를 260g/km까지 확 끌어내렸다. 100마력이나 올라간 최고출력을 감안하면 드라마틱한 변화다. 단지 효율만 높인 게 아니다. 반응도 더 빨라졌다. 터빈은 티타늄-알루미늄으로 만들고, 특수 코팅으로 밀폐성을 높인 덕분이다. 그 결과 압축효율과 마찰저항, 내열성이 동시에 치솟았다. 페라리의 자료에 따르면 488의 페달 조작에 따른 반응 시간은 0.06초에 불과하다. 각 기어 단수별 가속 또한 25%씩 빨라졌다고 한다. 이 정도면 명분은 충분한 셈이다. 14초 만에 여닫는 전동식 하트톱 다음날 새벽의 정적 깨는 엔진 소리에 눈을 떴다. 창밖 너머 분주히 움직이는 페라리 스태프들이 보였다. 준비를 마치고 나섰을 땐 색깔별 488 스파이더가 칼 같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차마다 유효기간 하루짜리 ‘임시 오너’의 이름을 쓴 종이가 놓여 있었다. 기자에게 허락된 ‘오늘의 페라리’는 강렬한 핏빛으로 물들인 488 스파이더였다. 역시 페라리는 레드가 ‘진리’다. 우리는 간단한 브리핑을 들은 뒤 각자의 차로 뿔뿔이 흩어졌다. 산등성이여서 그런지 제법 쌀쌀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뚜껑부터 열어 젖혔다. 지붕은 458 스파이더처럼 알루미늄으로 짰다. 당시 세계 최초의 MR(미드십, 리어 엔진) 하드톱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은 이 차는 지붕을 두 조각으로 나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여닫을 수 있다. 톱의 무게는 45kg, 접어 포갰을 때 부피는 100L에 불과하다. 페라리 측은 ‘우산처럼 뼈대(살)에 직물을 씌운 소프트톱보다 25kg 무거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드톱은 스위치를 눌러 유압으로 14초 만에 열거나 닫을 수 있다. 시속 45km까진 달리면서도 작동할 수 있다. 좌석 뒤 롤 바 돌기 사이엔 전동식 윈도를 달았다. 봉두난발을 만들 뒷바람을 막기 위한 방패다. 그런데 스위치를 당겨 닫아보니 절반 정도 올라오다 멈춘다. 기자를 지켜보고 있던 페라리 홍보담당이 빙긋 웃더니 “엔진 사운드를 최대한 즐기기 위한 절충점”이라고 귀띔한다.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 이상 실내는 488 GTB와 같다. 계기판 한복판엔 타코미터를 커다랗게 심었다. 속도는 오른편에 디지털로 띄운다. 메뉴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띄울 수 있다. 볼로냐에 올 때마다 느끼지만 사방팔방이 맛깔스러운 드라이빙 코스다. 그저 작은 마을 사이의 길일 뿐인데, 어쩌면 그렇게 WRC 코스처럼 격렬하게 휘고 오르내리는지. 멋진 사진을 망칠 전봇대도 없다. 시승 또한 마음의 준비를 할 짬도 없이 곧장 휘몰이 장단으로 시작된다. 와이너리를 벗어나자마자 488 스파이더들이 우렁찬 포효와 함께 굽잇길로 핑핑 빨려 들어갔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670마력넉 달 만에 다시 겪는 폭풍 가속. 지붕이 없으니 느낌은 한층 더 생생하다. 488 스파이더는 쿠페보다 155kg 무겁다. 전동식 하드톱 시스템의 무게인 셈이다. 이 때문에 무게배분도 40:60에서 41.5:58.5로 달라졌다. 하지만 시속 0→100km 가속 시간은 3.0초로 488 GTB와 고스란히 겹친다. 다만 시속 200km 가속은 8.7초로 488 GTB보다 0.4초 늘어진다. 따라서 배배 꼬인 국도에선 488 GTB와 가속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힘을 풀어내는 과정은 당연히 488 GTB와 같다. 자연흡기 방식의 458처럼 점진적으로 무르익어가며 뾰족하게 날카로워지는 쾌감은 없다. 터보랙이 끼어들 틈 없이, 로켓을 쏘아올리듯 수직상승한다. 기승전결 없이 곧장 토크의 정점을 찌른다. 그래서 더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런 특성을 페라리는 ‘쉬운 운전’(effortless driving)이라고 정의한다. 요즘 수퍼카 브랜드들이 입 모아 강조하는 특징이다. 운전경험이 많지 않은 신흥 부자를 유혹하기 위한 묘안이다. 그래서 페라리는 새로운 세대로 진화할 때마다 힘과 연비를 높이되 전자장비도 한층 정교하게 마무리한다. 그만큼 조작과 반응 사이는 갈수록 아득하고 오묘해지고 있다. 좌우 방향의 움직임이 좋은 예다. 자기유체 서스펜션으로 롤을 다독이고, 전자제어식 디퍼렌셜로 요를 날카롭게 다듬는다. 페라리는 지난번 488 GTB를 선보이며 깨알같이 수치를 공개했다. 458 이탈리아보다 코너에서 최대한 버틸 수 있는 횡가속력은 6% 높고, 좌우로 기우는 각도는 13% 적다. 이 같은 장비가 운전의 수준을 높여주고, 또 수고를 덜어준다.결과는 환상적이다. 해박한 지식과 농익은 실력 없이도 488 스파이더를 매일 타던 차처럼 쉽게 휘두를 수 있다. 게다가 스파이더는 좀 더 자극적이다. 488 GTB는 터빈의 금속성 회전음, 차체를 휘감는 바람결 소리가 도드라졌다. 반면 488 스파이더는 지붕을 여는 순간, 낯선 소리가 자취를 감춘다. 대신 엔진과 배기 사운드를 뭉친 바리톤 음색이 와락 들이친다. 특히 기어를 낮출 때마다 절묘하게 꺾이는 음색이 예술이다.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다운시프트에 탐닉하게 된다. 오르내릴 기어의 범위가 넓지 않은 저속 코너에선 마이너스 3단까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다. 코너에 들어서며 낮은 기어로 엔진을 달달 볶다 클리핑 포인트를 지나 펑펑 튀어나가는 과정은 아무리 반복해도 물리지 않는다. 중독성이 대단하다. 땅거미가 질 무렵, 488 스파이더가 하나둘씩 와이너리로 모여 들었다. 도착하고 나니 피로가 몰려왔다. 바람 샤워로 하루를 보낸 대가였다. 그러나 시야의 제한 없이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바람의 결을 온몸으로 읽는 즐거움과 맞바꿀 만큼은 아니었다. 누군가 페라리 488을 사겠다면 기자는 스파이더를 무조건 ‘강추’하겠다. 488 GTB의 성능을 유지하되 낭만까지 챙긴 걸작이니까.   FERRARI 488 SPIDER보디형식, 승차정원 2도어 컨버터블, 2명길이×너비×높이 4568×1952×1211mm휠베이스 2650mm트레드 앞/뒤 1679/1647mm무게 1525kg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앞 245/35 R20, 뒤 305/30 R20엔진형식 V8 가솔린 직분사 터보밸브구성 DOHC 32밸브배기량 3902cc최고출력 670마력/8000rpm최대토크 77.5kg•m/3000rpm구동계 배치 미드십 뒷바퀴굴림(MR)변속기 형식 7단 자동(F1 듀얼 클러치)0→시속 100km 가속 3.0초최고시속 325km연비, 에너지소비효율 8.77km/L(유럽 복합 기준)CO₂ 배출량 260g/km(유럽 기준)기본/시승차 미정글 김기범(로드테스트 편집장)사진 페라리
사치놀이의 결정판, BMW 7 SERIES 2015-12-11
 없어서 못하는 것과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은 천지차이다. 자동차의 세계는 못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을 기준으로 대중차와 고급차를 가른다. 대중차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넣을 수 있으면서도 넣지 않는다. 고급차는 가격이 비싼 만큼 그만한 값어치를 하기 위해 이런 저런 기능을 집어넣는다. 그 중에서도 럭셔리 대형 세단은 풍요와 과잉의 상징이다. 온갖 경험을 다 안겨주기 위해 첨단기술과 각종 안전•편의장비를 꽉꽉 눌러 담는다. 그러한 것들이 100% 꼭 필요하지는 않다. 단 1%만 사용하더라도 일단 다 채워 넣는다. 이러한 ‘낭비적 여유’와 ‘과시적 풍요’는 고급차의 격을 구분짓는 요소 중 하나다. 아꼈다는 쩨쩨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그래서 메이커들은 럭셔리 대형 세단이 나올 때마다 고객들에게 온갖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기 위해 사운을 건다. 최소한 ‘앞서 나왔던 경쟁사 모델에는 없는 장비가 이 차에는 있다’는 평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 써 보기도 힘든 장비들7시리즈가 새로 나왔다. 가장 큰 관심사는 대부분 비슷하다. “S클래스보다 좋아?” 답은 “응” 또는 “아니”로 간단하다. 어떤 답을 내뱉느냐에 따라 7시리즈가 잘 나왔느냐 아니냐의 판단이 바로 끝나 버린다. 일단 판단은 유보다. 새 차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경험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7시리즈에 워낙 새로운 기술을 많이 담다보니 하나하나 체험해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7시리즈의 겉모습은 파격이나 급격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대형 세단이라서 중후하고 점잖은 멋을 어느 정도는 살려야 한다. 앞모습은 이전보다는 좀 더 가늘어 보인다.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앞뒤로 잡아 늘임으로써 상하 폭이 줄어 얇아진 느낌이다. 뒷바퀴굴림 특유의 차체 비율도 좋고 BMW의 아이덴티티도 잘 살렸다. 하지만 헤드램프는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이름하여 ‘앞트임’이라고 하는, BMW가 최근 밀고 있는 디자인 트렌드가 그것으로 중형 정도까지는 괜찮은데 7시리즈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차체 사방 곳곳에 크롬도 많이 들어갔다. 도어 하단부에는 앞뒤로 하키스틱 형태의 크롬 장식을 덧댔다. 7시리즈뿐만 아니라 고급차라고 불리는 것들의 공통점이다. 중국 시장이 커지면서 고급차 디자인이 그들 취향에 맞춰지는 듯하다.실내는 고급스러움의 새로운 한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실내는 고급스럽기 그지없다. 시승차는 밝은 베이지톤이라 더 화사해 보인다. 7시리즈 급의 차들은 매 세대마다 더 이상 고급스러워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다음 세대가 나오면 고급화에 한계가 없다는 사실만 확인하게 된다. 가죽, 나무, 금속, 플라스틱, 유리 등 질감과 색상이 제각각인 소재를 복잡하고 어색하지 않게 잘 조합했다. 실내 전체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첨단’과 ‘풍부함’이다. 풀 LCD 계기판, 터치로 조절하는 공조장치 컨트롤러, 100단위를 넘어가는 기능과 설명이 담겨 있는 i드라이브, 뒷좌석 모니터, 뒷좌석에서 다양한 기능을 조절할 수 있게 하는 태블릿 등 수많은 기능과 장비들이 담겨 있다.실내 전체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첨단과 풍부함이다 압권은 뒷좌석 태블릿(터치 커맨드)이다. 삼성전자가 만든 7인치 갤럭시탭인데 에어컨, 시트, 조명, 선블라인드 등 각종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얼마나 상세하고 세분화되어 있는지 일일이 다 작동해 보려면 몇 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런데 불편한 점도 없지 않다. 버튼 하나면 될 것도 태블릿 메뉴로 들어가 일일이 찾아내 조작해야 한다. 터치 커맨드는 떼어내서 일반 태블릿처럼 써도 된다. 제스처 컨트롤도 신기한 기능이다. 센터페시아 상단 허공에 손가락으로 특정 동작을 취해 차의 여러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손가락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볼륨이 커지고, 반대로 돌리면 작아지는 식이다. 신기하기는 한데 작동의 정밀도는 떨어진다. 제대로 조작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뒷좌석에 마련된 터치 커맨드의 실체는 갤럭시탭 호기심을 자극하는 첨단기능보다 이런 차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 공간 그 자체다. 특히 뒷좌석은 VIP를 모시기에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7시리즈의 뒷좌석, 특히 우측 상석은 앞좌석을 최대한 밀고 발 받침대를 올리면 매우 넓고 안락한 공간이 된다. 시승차는 5인승이라 뒷자석의 독립성이 약간 떨어지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 세분화된 드라이브 모드엔진은 3.0L 디젤로 최고출력은 265마력, 최대토크는 63.3kg•m다. 차체 무게가 2톤에 이르지만 충분히 여유를 불어 넣는 수치다. 게다가 7시리즈는 카본을 사용해 무게를 대폭 줄여 체감 성능 향상은 수치보다 더 크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디젤 엔진이지만 시동을 거는 순간만 존재를 알릴 뿐 금세 조용해진다. 돈을 쓰는 만큼 조용해진다는 사실은 변함없는 진리인 듯하다. 페달을 지그시 밟으니 미끈하게 아스팔트 위로 미끄러져 나간다. 부드럽고 나긋나긋하다. 고급 대형 세단 본연의 주행 감성에 충실하다. 그러다가 페달을 힘주어 밟으면 불끈거리며 튀어나간다. 그 역시 과격하다기보다는 힘차다. 7시리즈는 대형 세단이지만 BMW의 원초적 특성을 살려 역동성이 강한 차였다. 하지만 그 성질이 점차 무뎌져 앞좌석에 앉고 싶은 차에서 뒷좌석에 타는 게 더 좋은 차로 변신 중이다. 많이 팔기 위해서는 당연한 변화다. 이미 BMW는 보편화를 위해 전 라인업에 걸쳐 기존의 역동적 달리기 특성을 순화시키는 작업을 상당히 진행시켜왔으며 7시리즈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신 운전 모드의 다양화로 유연함과 강력함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데 특히 7시리즈는 이를 더욱 세분화했다. 스포츠는 스탠더드와 인디비주얼, 컴포트는 스탠더드와 플러스, 에코프로는 스탠더드와 인디비주얼로 나뉜다. 에코프로는 살짝 절제하는 느낌이 들고, 컴포트는 딱히 특성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컴포트 플러스는 설명에 ‘익스트림 컴포트’라고 적혀 있는데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어댑티브 모드는 운전자의 성향과 주행상황을 반영해 예측 주행하는 모드다. 예를 들어 좀 밟고 싶으면 스포츠 모드로, 얌전하게 효율성을 높이는 운전을 하고자 하면 에코 모드로 달리는 식이다. 그런데 그러한 변화가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좀 더 오랜 시간 타봐야 패턴을 체감할 수 있을 것 같다.모드에 따라 달라지는 계기판 이와 달리 스포츠는 차이가 비교적 크다. 댐핑, 스티어링, 엔진, 변속기가 보다 예민하고 단단해진다. 가속할 때의 짜릿함은 물론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쾌감도 커진다. 시승차는 네바퀴굴림인 x드라이브 모델이다. 뒷바퀴굴림의 특성이 살짝 무뎌지긴 했지만 그 차이는 체감할 정도로 크지 않다. 오히려 무겁고 큰 차체가 더욱 안정감 있게 움직인다. 하지만 크기에 따른 불리함은 어쩔 수 없다. 차체가 길어진 만큼 곡률이 큰 코너에서는 기우뚱거리고, 앞뒤가 신속하게 일체형으로 따라붙어가는 민첩함도 기대치를 밑돈다. 물론 격렬한 움직임이 아니라면 그런 모습을 느낄 일은 잘 없다. 스티어링 및 차선 제어도 꽤 진보한 기능이다. 버튼을 누르면 스티어링이 도로의 진행방향을 파악해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알아서 방향을 조절한다. 크루즈 컨트롤과 결합하면 아예 발도 움직일 필요가 없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바로 전 단계라고 해도 될 정도로 혁신적인 모습이다. 100% 신뢰할 정도는 아니지만(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가 뜬다) 자율주행 시대가 눈앞에 다가서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세련되게 다듬은 L자형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시승기를 쓰면서 고민을 좀 했다. 소개하고 싶은 기능이나 장비가 너무 많다보니 조금씩 언급해도 마치 카탈로그 내용을 그대로 옮긴 듯 여겨질 터. 그 때문에 디스플레이가 달린 리모컨 키나 레이저 헤드램프 등 아직 소개하지 못한 기술이 수두룩하다. 이 수많은 기능을 전부 쓸 일은 없다. 이틀 동안 차를 타고나니 주로 쓰는 기능과 그렇지 않은 기능이 확연히 나눠졌다. 불필요해 보이는 기능도 꽤 된다. 하지만 없어서 못 쓰는 것과 있어도 안 쓰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요즘 인기 있는 유머 중에 ‘사치놀이’가 있다. 값 비싼 뷔페에 가서 샐러드 한 접시만 먹고 나온다든가, 요플레 뚜껑에 묻은 내용물만 핥아 먹고 나머지는 버린다든가, 초특급 호텔 스위트룸을 잡아 놓고 화장실만 한 번 이용하고 나온다든가 하는 행태를 꼬집는 유머다. 여기에 ‘7시리즈 사놓고 아무 기능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추가하면 어떨까? 그런데 일부러는 아니라고 해도 7시리즈에는 제대로 써보기 힘들 만큼 너무나 많은 기술과 장비가 담겨 있다. 굳이 자발적이지 않더라도 사치놀이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차다. 한마디로 흘러넘칠 만큼 가득 담아야 하는 럭셔리 대형 세단의 공식을 아주 잘 따른 차다.   BMW 730Ld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길이×너비×높이 5098×1902×1467mm휠베이스 3070mm트레드 앞/뒤 1618/1646mm 무게 1945kg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앞245/45R 19, 뒤275/40R 19 브리지스톤 포텐자 S001 엔진형식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밸브구성 DOHC 16밸브 배기량 2993cc최고출력 265마력/4000rpm 최대토크 63.3kg•m/2000~2500rpm 구동계 배치 앞 엔진 네바퀴굴림변속기 형식 8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5.9초 최고시속 250km(제한) 연비 12.2km/L(도심 10.7, 고속 14.8) 에너지소비효율 3등급 CO₂ 배출량 157g/km값 1억4,160만원글 현성현(자동차 칼럼니스트)사진 최진호
미니인 듯 미니 같지 않은 MINI CLUBMAN 2015-12-28
"정말 미니 맞아?"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레 이 말이 나왔다. 기자뿐만 아니라 이날 운전대를 쥔 기자 대부분이 뭔가에 홀린 듯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일본의 프리랜서 자동차 저널리스트 시마시타 야스히사의 의견 또한 비슷했다. "굉장히 편안하고 부드러워요. 실은 그래서 혼란스럽네요. 눈으로 보기엔 100% 미니인데, 손발의 느낌으론 미니의 그것을 찾기 어렵거든요." 지난 10월 1일, 미니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신형 클럽맨 국제시승회를 열었다. 시승 전엔 미니가 굳이 쌀쌀한 스웨덴까지 날아와 행사를 치르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러나 시승이 시작되면서 호기심은 단숨에 미니로 쏠렸다. 미니가 주최한 프레젠테이션에서 홍보 총괄 안드레아스 람프카가 내린 정의는 실마리를 풀 열쇠였다. "클럽맨은 미니의 기함이에요."  그의 '준비된' 설명은 계속되었다. "클럽맨은 미니의 스타일을 유지하되 기능성과 활용성, 장거리 편의성을 극대화시켰어요. 고카트 필링과 편안한 승차감을 미니 역사상 최대로 조화시켰고요." 이날 기자는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을 출발해 고속도로와 국도를 누볐다. 차에 탑승한 채 페리도 두 번이나 탔다. 스톡홀름이 14개의 섬과 76개의 교량으로 이어진 탓이다.  미니 고유의 특징 살린 디자인이번 클럽맨의 디자인은 미니의 전형적인 유전자를 고스란히 품었다. 가령 동그란 눈망울은 반짝이는 크롬 장식으로 감쌌다. 라디에디터 그릴은 육각형으로 다듬었다. 엔진 후드(보닛)는 볼록한 파워 돔을 머금었다. 그러나 실질적 기능은 없다. 흡기구도 막혀 있다. 보닛을 열어보면 엔진도 충분히 납작하다. 곧이어 나올 클럽맨 JCW(존 쿠퍼 웍스)를 위한 배려다. 프론트 그릴은 모델에 따라 차별을 뒀다. 미니 원 클럽맨은 검정색 바탕으로 채웠다. 쿠퍼 클럽맨은 번호판 위쪽에 크롬을 씌운 가로 줄을 세 가닥 그었다. 쿠퍼 S 클럽맨은 크롬 줄을 한 가닥만 긋고 그 위에 빨강색 'S' 로고를 붙였다. 앞뒤 범퍼도 조금씩 다르다. 원과 쿠퍼 클럽맨은 크롬 띠로 차별화했다. 쿠퍼 S 클럽맨은 흡기구가 좀 더 입체적이다.  이번 클럽맨은 프론트 에이프런에 차폭등의 기능을 지닌 주간주행등을 달았다. 헤드램프는 위쪽의 LED 라이트 링과 그 아래의 방향지시등으로 기능을 나눴다. 옵션에 따라 LED 헤드램프는 코너링 램프 역할도 한다. 앞쪽 휠아치엔 BMW에선 '브리더'(Breeder)라고 부르는 흡기구를 팠다. 이 홈을 지난 공기는 휠 앞에서 커튼처럼 펼쳐지며 소용돌이를 줄인다. 테일램프는 시원하게 키웠다. 좌우 바깥쪽에 원을 그려 넣고, 그 옆에 반원 세 개를 더했다. 그런데 브레이크 램프가 아니다. 방향지시등과 후진등만 들어온다. 정작 브레이크 램프는 범퍼에 따로 들어온다. 꽁무니 도어는 이전처럼 양쪽으로 연다. 일명 '스플릿'(Split) 도어다. 이전 세대는 동반석 뒤의 쪽문까지 도어가 총 5개였는데, 이젠 6개다. '스플릿' 도어는 오른쪽과 왼쪽 문을 차례로 연다. 닫을 땐 반대다. 실수할 걱정은 없다. 오른쪽 문을 먼저 닫으면 걸쇠에 맞물리지 않는다. '스플릿' 도어는 리모컨으로 하나씩 열 수 있다. 또한, BMW 일부 모델의 트렁크 도어처럼 뒤 범퍼 아래쪽을 향해 '발차기' 시늉을 하면 오른쪽과 왼쪽 문이 차례로 열린다. 양문 아래쪽엔 조명을 달았다. 신형 클럽맨의 덩치는 과연 미니의 기함답다. 미니의 형제들 가운데 가장 크다. 신형 클럽맨의 차체 길이는 이전 세대보다 293mm 늘어난 4,253mm. 너비와 높이 또한 각각 115, 16mm 늘어난 1,800mm와 1,441mm다. 미니 5도어와 비교하면 길이 270mm, 너비 90mm, 휠베이스는 100mm 더 넉넉하다. 높이만 빼면 미니 컨트리맨보다 크다. 역사상 가장 크고 넓은 미니미니 최대의 크기. 그건 미니 가운데 가장 넓은 실내를 뜻하기도 한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피부에 와 닿는다. 체감 공간이 굉장하다. 좌우로 쭉 뻗은 대시보드와 깊숙이 파 넣은 도어 트림 덕분이다. 뒷좌석에서 느끼는 공간감 역시 마찬가지. 거짓말 조금 보태 중형 세단에 앉은 듯 여유롭다. 그러나 뒷좌석 등받이가 다소 곧추서 있고 센터 암레스트도 없다. 허벅지 받침도 꽤 단단한 편이다. 신형 클럽맨은 총 5개의 좌석을 품었다. 미니는 '제대로 된 크기'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5명이 앉기에 충분하다. 앞좌석엔 전동식 조절장치를 준비했다. 미니 브랜드로서는 최초다. 시트 높이와 앞뒤 거리, 등받이 각도, 허리 받침 등을 스위치로 매만질 수 있다. 메모리 기능도 품었다. 시트는 취향에 따라 가죽이나 직물, 또는 두 가지 소재를 섞어 씌울 수 있다. 클럽맨의 트렁크는 모든 좌석에 사람이 앉았을 때 기준으로 350L. 그러나 뒷좌석을 60:40(40:20:40은 옵션)으로 나눠 접어 짐공간을 필요에 맞게 확장해 쓸 수 있다. 뒷좌석을 모두 접을 경우 최대 1,250L까지 늘어난다. 게다가 '스플릿' 도어가 화끈하게 열려 짐을 싣기가 편하다. 그러나 트렁크 입구와 바닥 사이 단차는 큰 편이다. 클럽맨은 각종 정보를 대시보드 한복판에 띄운다. 동그란 중앙 계기판 가운덴 옵션에 따라 2.7인치 투톤 또는 6.5나 8.8인치 풀 컬러 모니터를 품는다.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인포테인먼트, 전화,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과 연계해 미션 컨트롤, 다이내믹 뮤직, 드라이빙 익사이먼트 등 미니 특유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클럽맨 프로젝트를 이끈 에른스트 프리케 박사는 "앱을 통해 스마트폰과 차를 연결할 수 있다. 그 결과 미니 커넥티드를 이용해 실시간 교통정보는 물론 영국에서 독일 라디오도 들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모양과 조작법 모두 BMW의 최신 i드라이브와 판박이인 미니 컨트롤러도 달았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주요 기능을 이 다이얼과 버튼으로 소화한다.  시동은 심장이 두근거리듯 불을 밝히는 토글버튼을 눌러 건다. 속도계와 타코미터는 운전대 위 계기판에 마련했다. 실내 곳곳엔 은은하게 빛나는 간접조명을 심었다. 운전석 문을 여닫을 땐 사이드미러에서 바닥으로 20초 동안 미니 로고를 비춘다. 천장엔 길이 120cm의 전동식 파노라마 선루프를 씌웠다. 쿠퍼 S 클럽맨엔 미니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준비했다. 미니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 얹어신형 클럽맨의 파워트레인은 총 6가지다. 가솔린은 원(One)과 쿠퍼, 쿠퍼 S, 디젤은 쿠퍼 원 D와 쿠퍼 D, 쿠퍼 SD로 나뉜다. 원은 직렬 3기통 1.5L 가솔린 터보로 102마력, 원 D는 같은 형식의 디젤 터보로 116마력을 낸다. 쿠퍼는 원과 같되 출력이 34마력 더 높은 136마력이다. 쿠퍼 D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터보로 150마력, SD는 190마력을 낸다.  현재 클럽맨의 꼭짓점은 쿠퍼 S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고 192마력을 낸다. 변속기는 3기통엔 6단 자동, 4기통엔 미니 최초로 8단 자동을 물렸다. 굴림방식은 앞바퀴굴림 한 가지다. 사륜구동(미니 '올4') 추가 계획을 물었다. 미니 개발 엔지니어 파리스 게룸은 "지금 말할 순 없지만, 부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결국 나온다는 이야기.그의 말을 듣고 뒷좌석 바닥을 보니 센터터널이 불룩 솟았다. "그렇게 되면 컨트리맨과 너무 겹치는 건 아닌지" 물었다. 그는 "플랫폼뿐 아니라 운전석 높이나 공간활용성이 달라 충분히 차별된다"고 밝혔다. 클럽맨은 미니 중 유일하게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와 같은 뼈대(UKL2)를 쓴다. 그래서 액티브 투어러와 휠베이스가 같다. 다만 서스펜션은 미니 해치와 같다. 폭스바겐의 '디젤 스캔들'을 의식한 탓인지 시승차는 쿠퍼 S 한 가지. 변속기만 6단 수동과 8단 자동 가운데 고를 수 있다. 기자는 8단 자동을 단 쿠퍼 S를 먼저 몰았다. "미니답지 않다"는 평가의 시작은 '정숙성'이었다. 특히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꽁꽁 틀어막았다. 신형 클럽맨에서 귀에 거슬리는 소음은 아이들링 때 차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엔진 소리 정도다.  클럽맨은 기본과 그린, 스포츠 등 세 가지 운전모드를 마련했다. 모드에 따라 차의 성격이 바뀐다. 가속 페달을 같은 깊이로 밟은 채 모드만 바꿔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린, 기본, 스포츠의 순서로 엔진회전수가 치솟는다. 그린 모드에서는 냉난방 장치까지 개입해 연료를 최대한 아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운전대가 좀 더 묵직해진다. 큰 차이는 아니다.  8단 자동변속기 모델은 '글라이딩' 기능도 담았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과 변속기의 연결을 끊는다. 엔진 브레이크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관성을 최대한 이용해 달릴 수 있다. 기본 또는 그린 모드에서 시속 50~160km로 달릴 때 작동한다. 스타트-스톱, 제동에너지 회수, 액티브 플랩(고속에서 그릴 틈새를 막아 공기저항을 줄이는 장치)도 기본이다. 불편함 지우고 재미만 오롯이 살려클럽맨 쿠퍼 S의 가속은 예상대로 시원시원했다. 그러나 한껏 부풀린 덩치 때문에 같은 심장을 얹은 미니 해치백의 경쾌한 발걸음과는 차이가 있다. 클럽맨 쿠퍼 S의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자동 기준 7.1초. 수동이 오히려 0.1초 더 느리다. 변속기는 은밀하게 각 기어를 오르내렸다. 기함의 품위 때문인지 스티어링 휠에 패들시프트가 없는 점은 아쉬웠다.  승차감은 낯설다. 미니란 사실을 믿기 어려울 만큼 부드럽다. 스티어링의 감각 마찬가지. 한때 미니의 상징이던 '뻣뻣함'은 세대를 거듭나며 조금씩 누그러졌다. 급기야 클럽맨에선 자취를 감췄다. 굽잇길에서는 덩치와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코너를 얼싸안는 움직임이 좀 더 크다. 앞뒤 서스펜션이 차례로 수축되며 무게중심을 옮기는 과정도 한층 점진적이다. 그렇다면 미니가 클럽맨에서조차 '고카트 필링'을 주장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독특한 서스펜션 구조 덕분에 바짝 낮춘 무게중심과 정교한 섀시 제어기술에 있다. 가령 회전할 땐 코너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고(코너링 브레이크 컨트롤: CBC), 주행안정장치(DSC)를 끌 경우 앞 차축의 전자제어식 차동제한장치(EDLC)가 구동력을 좌우로 쓸어 옮긴다. 과거 미니의 '고카트 필링'은 적응이 필요할 만큼 민첩하고, 부담스러울 만큼 거친 느낌을 뜻했다. 주행에 꼭 필요한 것만 갖춘 탈것의 원초적 감각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신형 클럽맨과 더불어 미니의 '고카트 필링'은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했다. 불편함을 낱낱이 발라내고, 드라이버가 의도한 대로 차가 움직이는 즐거움만 오롯이 남겼다.  이날 종일 클럽맨과 함께 했다. 이전의 클럽맨이나 다른 미니였다면 녹초가 될 법도 했다. 그러나 피곤하지 않았다. 클럽맨은 넉넉한 스케일만큼 운전감각과 승차감 모두 여유로웠다. 미니의 개성과 디자인을 선망하되 불편해서 망설였다면 마침내 기회가 왔다. 미니인 듯 미니 같지 않은 클럽맨이 답이다. 미니 또한 이 점을 노렸다. 이런 게 바로 '신의 한 수'다.   CLUBMAN보디형식, 승차정원 6도어 왜건, 5명길이×너비×높이 4253×1800×1441mm휠베이스 2670mm트레드 앞/뒤 1564/1565mm무게 1395kg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타이어 205/55 R16엔진형식 직렬 3기통 가솔린 터보밸브구성 DOHC 12밸브배기량 1499cc최고출력 136마력/4400rpm최대토크 23.4kg•m/125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6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9.1초최고시속 205km(제한)연비(EU 복합 기준) 18.8~19.6km/L1CO₂ 배출량 118~123g/km값 미정 COOPER S CLUBMAN보디형식, 승차정원 6도어 왜건, 5명길이×너비×높이 4253×1800×1441mm휠베이스 2670mm트레드 앞/뒤 1560/1561mm무게 1465kg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타이어 225/45 R17엔진형식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1998cc최고출력 192마력/5000rpm최대토크 30.6kg•m/125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8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7.1초최고시속 228km(제한)연비(EU 복합 기준) 16.9~17.2km/LCO₂ 배출량 134~137g/km값 미정 COOPER D CLUBMAN보디형식, 승차정원 6도어 왜건, 5명길이×너비×높이 4253×1800×1441mm휠베이스 2670mm트레드 앞/뒤 1564/1565mm무게 1435kg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타이어 205/55 R16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터보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1995cc최고출력 150마력/4000rpm최대토크 33.6kg•m/175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8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8.5초최고시속 212km(제한)연비(EU 복합 기준) 22.7~24.3km/LCO₂ 배출량 109~115g/km값 미정글 김기범(로드테스트 편집장)사진 MINI
2세대 제네시스를 향한 라이벌들의 가르침 2014-02-11
현대가 작정하고 만든 프리미엄 세단, 2세대 제네시스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제네시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쟁쟁한 프리미엄 세단 여섯 대가 등장해 서로 맞붙을 준비를 마쳤다. 현대 제네시스여, 긴장하시라! 제네시스. 현대차의 기술력이 총 망라된 프리미엄 뒷바퀴굴림 세단. 2008년 태어난 1세대 제네시스는 그동안의 현대차와 비교해 제품의 완성도가 돋보이는 차였다. 현대가 실수로 잘 만든 차라는 이유로 ‘제네실수’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고, 실제 오너들의 평가도 제법 괜찮았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세단과 수평적인 비교를 거치고 나니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고속주행 안정성은 기대를 밑돌았고,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섀시가 쉽게 헐렁해졌으며, 신기술의 부재도 지적됐다. 디자인도 라이벌과 비교해 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현대차와 소비자 모두가 이를 알고 있었지만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겨우 1세대 모델이기에 앞으로 서서히 커나가면 될 일이라며……. 이러한 기대 속에서 태어난 2세대 제네시스는 예상대로 1세대의 모나고 아쉬웠던 부분을 세심하게 갈고 다듬었다. 5년 동안 현대가 새로 쌓은 기술을 모두 녹였고 디자인에 성숙미를 더했다. 실수로 잘 만든 차에서 이제는 제대로 잘 만든 차가 되고자 한 것. 현대는 2세대 제네시스가 BMW 5시리즈나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같은 전통의 강자와 대결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물론 BMW나 메르세데스는 ‘풉’ 하고 콧방귀를 뀌겠지만.   제네시스, 6대의 라이벌과 맞붙다현대의 바람대로 <카라이프>가 제네시스와 직간접적으로 경쟁하는 프리미엄 세단을 긁어모았다. 엔진은 2.0L 디젤부터 3.8L 가솔린까지(심지어 하이브리드도 출전했다), 변속기도 6~8단 자동, CVT까지 다양하지만 모두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비슷한 사이즈의 세단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우리가 사랑해마지 않는 쟁쟁한 출전 선수 명단은 스타일리시한 아우디 A6, 최고 효율의 BMW 5시리즈, 머슬카 유전자를 품은 크라이슬러 300C, 세심하고 다정다감한 인피니티 Q70,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렉서스 GS, 마지막으로 럭셔리의 표준처럼 통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다.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쟁쟁한 프리미엄 세단 여섯 대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제네시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주었다. 무섭게 노려보는 라이벌 앞에서 갓 태어난 제네시스는 내심 바짝 긴장한 눈치였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티도 내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현대의 창세기 2장, 과연 햇빛 쨍쨍한 봄날일까?    Rival 1 : BMW 520d xDrive - 효율 높은 프리미엄 세단  Rival 2 : CHRYSLER 300C AWD - 머슬카의 원조다운 차   Rival 3 : MERCEDES-BENZ E350 4MATIC - 당대 중형 세단의 표준을 말하다  Rival 4 : LEXUS GS450h -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세단   Rival 5 : INFINITI Q70 3.0d - 인피니티 자부심의 핵   Rival 6 : AUDI A6 3.0 TFSI QUATTRO - 스타일리시 프리미엄의 기준   HYUNDAI GENESIS G380 HTRAC - 계속 도전해야 한다!   EPILOGUE프리미엄 세단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성능을 뽐내며 서로의 실력을 과시했다. 제네시스가 두려워마지 않는 독일과 일본의 세단들은 세대를 거듭하며 축적된 기술이 대단해서 아직까지 현대가 넘지 못한 벽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BMW와 메르세데스는 당연한 결과라는 듯 비웃었지만 인피니티와 크라이슬러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Sports Car Giant Test - Part 2 2014-04-08
  그룹 테스트 둘째 날눈부시게 맑은 새벽이 동터올 무렵 알람이 울렸다. 우리는 서둘러 아침식사를 뱃속에 우겨넣고 다시 출발했다. 나는 R8에 올랐다. 세상에 나온 지 상당한 세월이 흘러 존재감이 희미해질 법도 한데, 최근 개선된 이 차는 여전히 뛰어났다. 그 중에도 V10 플러스는 이 시리즈의 최상급 모델로 기본형보다 1만2,000파운드(약 2,100만원) 비싸다. 출력을 518마력에서 542마력으로 올리고, 스프링과 댐퍼를 개선했으며, 세라믹 브레이크와 버킷시트를 추가했다. 또한 새로 장착한 카본파이버 트림만으로 무게를 50kg 가량 덜어냈다. 옵션인 신형 S-트로닉 듀얼 클러치 기어박스는 기어변속이 빨라졌고 덜컥거리던 구형 R-트로닉 싱글 클러치보다 훨씬 깨끗하다. 이대로도 좋지만 가능하다면 페라리의 청량감마저 느껴지는 기계식 기어박스에서 좀 배우는 것도 좋을 것이다. R8도 맥라렌에게 가르칠 것이 두 가지 정도 있다. R8과 F12는 쓰임새가 넓은 전방위 수퍼카를 목표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값이 7만파운드(약 1억2,200만원)나 싼 R8이 맥라렌에게 가르칠 것이 있을까? 사실 어제 잠깐 몰아본 바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동의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나는 메모를 꺼내 적어놓았던 생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아우디는 아주 특별한 차다. 골프처럼 시내를 돌아다니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나직하게 소리를 내는 V10으로 뒤쪽에 특별한 메커니즘이 있음을 은근히 드러낼 수도 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즉시 흡기관 깊은 곳에서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가속이 더해갈수록 나직한 주절거림 같던 엔진 사운드는 마치 하이테크 전기톱의 그것처럼 변해간다. 동력전달에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고 회전수는 손에서 놓친 헬륨풍선처럼 빠른 속도로 솟아올랐다. 주저 없이 맥라렌보다 상급으로 올릴 수 있는 엔진이다. 브레이크 역시 카본 세라믹 느낌이 여실했다. 포르쉐 카이맨 S가 아우디 R8 V10 플러스와 골프 GTI 퍼포먼스를 앞섰다.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라이벌 트리오 그러나 이른 아침의 장거리 드라이브를 통해 역시 다른 사람들이 옳았다는 게 입증됐다. 맥라렌의 회두성과 스티어링 반응은 R8을 간단하게 눌러버렸다. “거기에 비하면 R8의 스티어링은 죽은 느낌이 들지.” 벤 올리버의 말. 맥라렌 12C가 전체적으로 더 가볍고 일체감이 높았고, 도로를 대하는 것이 훨씬 분석적이었다. 여기에 비한다면 아우디는 약간 투박했다.하지만 아우디는 여전히 드라이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초보자의 비위를 맞추면서도 베테랑에게 스릴을 안길 수 있는 차였다. “낯선 도로를 달려야 한다면 다른 어떤 차보다도 R8이 좋을 것이다.” 데이미언 스마이의 평. 이유를 알기는 어렵지 않았다. R8은 잘 달렸고 네바퀴굴림이 아주 믿음직하면서도 명쾌하게 움직여주었다.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맥라렌보다 훨씬 느긋하게 그립과 슬립의 경계선을 넘나들 수 있었다. 같은 이유로 람보르기니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이탈리아의 수퍼카 메이커 람보르기니는 폭스바겐 그룹의 황제 페르디난트 피에히의 지시로 독일 수퍼카 R8의 기초를 닦은 적도 있다. 하지만 아벤타도르에서 가야르도 정도를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아벤타도르의 운전석에 내려앉는 것은 수퍼히어로 복장으로 사람들 앞을 휘젓고 다니는 거나 비슷한 기분이 드는 일이다. 모든 게 황당한 데다 지나치게 파격적이다. 벤 올리버의 말을 빌리면 ‘공작을 타고 가는 듯’했다. 흰색 911 GT3는 포르쉐 카이맨보다 값이 2배 높다. 그러면 재미도 2배일까? 천만에! 제트전투기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빨간 커버를 열고 엔진 시동버튼을 눌렀다. 계기판 속 아날로그 다이얼에 디지털 데이터가 떠오른다. 마치 게임기 패널과 같은 화면이다. 돈을 집어넣고 높은 스코어에 도전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 그러나 다시 버튼을 누르면 진짜로 V12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스로틀을 슬쩍슬쩍 건드릴 때마다 등 뒤에서 성난 큰곰이 울부짖는 것만 같았다.아벤타도르는 수퍼카로서는 올드스쿨의 면모를 가진 차다. 타협을 모르고 마초적인 데다 시시때때로 협박을 해댄다. 네바퀴굴림과 거대한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접지력은 꼭 도로에 담요를 뒤집어 씌워 놓은 것 같은 안심감을 준다. 고난도 코스에서 빨리 달리기에는 쉬운 차가 아니었다. 승차감은 딱딱했고, 스티어링은 단단했다. 페라리 F12나 맥라렌 12C를 잘 달랠 수 있었던 곳에서도 람보르기니와는 격투를 벌여야 했다. 격렬한 진동을 견디며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가속을 하면 직선에서도 요동치는 차를 다음 커브를 앞두고 사력을 다해 다잡아야 한다. 고속으로 몰 때에는 약간 숨이 막히고 겁이 날 정도라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야 했다.가장 극단적인 코르사(Corsa) 모드에 들어가자 케빈 피터슨(영국 크리켓 대표)의 배트에 얻어맞는 크리켓 공이 된 기분이었다. 스포트(Sport) 모드마저 현기증이 났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과 반응, 사운드, 난폭함들이 아벤타도르의 드라이버를 매료시켰다. 메르세데스 벤츠 A45 AMG에 투표할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더니…… 모이기로 한 장소로 돌아갔을 때 벤 풀만이 가장 나중에 도착한 GT3를 몰고 들어왔다. 펄펄 끓는 물에 발을 막 담궜던 사람처럼 차 밖으로 나왔다. 눈썹은 하늘로 치솟고, 뺨은 부풀대로 부풀었다. “좋았어?” 내가 물었다. “아, 그럼.” 그가 씽긋 웃었다. “엔진도 아주 그만이야. 997만큼 사운드가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았어!”911에 정통한 사람들은 2013년은 GT3의 일대 전환점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 신형 수평대향 6기통 3.8L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메츠거 엔진을 대체했다. 유압 스티어링 대신 전동 스티어링이 들어왔다. PDK 듀얼 클러치가 수동식 기어박스를 밀어냈다. 이제 뒷바퀴도 조향기능이 들어간다. 이런 저런 변화가 있었지만 GT3의 목표는 한결같다. 도로에서 경주차의 스릴을 안겨주는 911 말이다.알아봐야 할 대상이 너무 많아 모두 세밀하게 분석하기로 했다. 그래서 무엇보다 앞서 저속에서 점검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스티어링. 엄청난 노면진동이 랙을 타고 올라와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여기에 비하면 카이맨, 복스터와 911은 벙어리나 다름없는 차다. 드디어 포르쉐가 만족할 만한 촉감을 가진 전동 스티어링을 만들어냈다. 전동이 아닌 구형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좋아 불평할 이유가 없었다. 정속주행을 할 때는 기어변속에서 특별한 느낌을 받기 힘들었다. 물론 빠르고 말을 잘 듣는다. 뒷바퀴 조향은 솔직히 미리 알지 않았다면 움직임을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다.신형 수평대향 6기통은 상당히 특별한 느낌을 줬다. 공회전은 빠르면서도 촉촉한 느낌이다. 출발하자 나직한 기계음이 점차 날선 금속성 사운드로 바뀌었다. 5,500rpm에서 파워가 성큼 올라가는 것이 전해진다. 구형의 경우는 4,000rpm. 사운드가 바뀌면서 회전대는 아찔하게 빨리 치솟았다. 보통 7,000rpm대에서 기어변환이 일어났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아직 2,000rpm이 더 남아 있었다. 무려 2,000rpm! 레드존을 다 쓰며 달리는 일은 솔직히 말해 자주 있는 편이 못될 것이다. 이 엔진은 마치 끝이 없는 깊은 동굴처럼 출력이 솟아나온다. 나는 딱 한 번 레드라인을 때렸다. 분명히 어딘가에 끝은 있을 거라 되뇌이면서……. 레드존을 치는 것은 마치 이글거리는 숯불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911 GT3는 도로 위의 911 경주차에 제일 가까운 차이지만 쇼핑을 다니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 쇼핑에서 산 달걀을 깨트리지 않으려면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GT3는 무서운 차가 아니다. 그저 끝 모를 스릴을 안겨줄 뿐이었다. 트랙션은 막강했고, 엔진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접지력과 스피드는 엄청났다. GT3를 코너에 몰아넣자 롤도 없이 앞머리가 알아서 돌아갔다. 이 경이적인 911은 지시하는 대로 어디든 달려갔다. 흐트러짐 없이 명쾌하게 코너를 치고 나가는 능력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가속 포인트를 당겨보아도 미쉐린 컵 타이어가 노면을 파고들며 마지막 한 방울의 파워도 낭비하지 않았다.뒷바퀴가 살짝 슬라이딩하면서 겨우 뒷바퀴 조향기능을 느낄 수 있었다. 뒤에서 미는 힘이 초자연적일 정도로 민첩하게 GT3를 코너에 몰아넣었다.고속에서 PDK를 스포트(Sport)에 놓자 기어변환도 한층 적극적이었다. 변속의 사이 아주 짧은 순간을 빼고는 끊임없이 엔진의 출력을 퍼날랐다. 구식 축음기에서 바늘이 레코드 라인을 살짝 건너뛰는 것 같이 변속 타임은 짧았다. 길가에 서 있던 맷 태런트는 ‘뉘르부르크링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GT3는 마치 레이스카 같은 사운드 트랙과 함께 변속했다.여기 나온 차 가운데 GT3보다 출력이 떨어지는 모델은 4대 뿐이다. 그런데도 GT3는 최고속 랩타임 그룹에 들어간다. 본질적으로 번호판을 단 경주차임에도 불구하고 잡다한 일상사를 처리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다. 승차감이 좋고, 주차하기 쉽고, 좌석은 편안하다. 다만 저 타이어는 빗길에서 제 구실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다른 타이어도 고를 수는 있다).한편 F-타입은 스피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결했다. 첫인상은 페라리와 마찬가지로 트랙션 컨트롤을 절대 꺼서는 안 될 차로 보였다. 정지 상태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뒤 타이어를 태워버릴 수 있는 차는 엉덩이 역시 잘 흔들어댔다. 그렇지만 적어도 마른 도로에서는 고속에서도 빈틈없이 말을 잘 들었다. 스티어링을 빠르게 조작하면 뒤 타이어가 흐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했다. 이 차를 어떻게 타느냐는 순전히 드라이버에게 달린 문제다. 911, 12C, 라거(맥주), F12, 코르마 카레……. 투표가 엉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V6 S가 최고의 F-타입이라고 했다. 밸런스가 더 뛰어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나는 의견이 달랐다. V8이야말로 F-타입의 절정에 이른 차다. V6가 지나치게 침착하고 거동이 억제되어 있다면 V8은 섀시를 가지고 놀기에 충분한 파워를 갖췄다.F-타입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차다. 발랄한 핸들링과 엔진, 힘찬 변속, 정교한 승차감, 당당한 스타일이 멋진 차다. 하지만 시승팀 모두가 찬가를 부르지는 않았다. 데이미언 스마이는 ‘부드럽고 물렁하다’는 표현으로 문제점을 깔끔하게 간추렸다. 하드코어 노선을 표방하는 차에게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뛰어난 스티어링 속에서 묘하게도 붕 뜬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노면을 파고들기보다는 그 위에 떠 있는 느낌. 그게 F-타입이 해결해야 할 난제였다.그날 저녁 맥주를 곁들인 식사가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투표지를 돌렸다. 그 중 몇 장에는 GT3, F12, 카이맨, R8, 12C가 적혀 있었다. 어떤 쪽지에는 카레나 스테이크 또는 맥주라 적혀 있었다. 밤이 길어질 조짐이 뚜렷했다. 술을 입에 대지 않는 벤 풀만에게 판정을 맡기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톱3를 결정하자!  전날 밤 우리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며 대략적인 1차 투표에 들어갔다. 톱3를 뽑는 일은 아침식사를 배불리 먹고 진한 커피를 마시는 자리에서였다. 물론 어제 빠진 내용이 없었는지도 꼼꼼히 챙겼다. 모두가 뱅퀴시는 지금까지 나온 애스턴마틴 중 최고라는 데 동의했지만, 그게 다 좋은 뜻인 것은 아니었다. 페라리가 애스턴마틴을 찍어 눌렀다. 페라리 F12는 GT로서도 수퍼카로서도 영국제 애스턴마틴으로는 넘볼 수 없는 위치로 올라가버렸다. F12는 람보르기니에도 어퍼컷을 날렸다. 아벤타도르는 진정 수퍼카다운 스타일과 사운드, 그리고 가속력을 갖춘 차였지만 앞 엔진의 페라리 쪽이 수퍼카로서의 완성도에서 한 수 위였다. 잘 만든 이탈리아 수퍼카 한 대가 좋은 차 두 대를 단번에 순위 밑바닥으로 밀어내 버렸다.그리고 911 GT3와 12C 스파이더가 2대의 미드십 걸작을 협공했다. 결국 R8과 카이맨이 톱3에서 밀려났다. 가장 마지막에 테스트에 끼어든 아우디는 벤 배리와 나의 리스트에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차였다. 그러나 맥라렌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교한 밸런스를 내세운 카이맨(개빈 그린은 세계에서 가성비 최고의 수퍼카라 선언하고 1위에 올렸다)은 안타깝게도 스티어링이 무뎠던 탓에 911 GT3에게 밀렸다. 의 비교시승팀은 이들 트리오를 최고의 스포츠카로 뽑았다. 그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WINNER OF SPORTS CAR GIANT TESTPORSCHE 911 GT3 - 고성능차 중의 최정상 모델 GT3라구? 이제는 수동기어는 사라졌고, 레이스용 엔진도 빠졌고, 전동 파워스티어링을 달고 나왔다는 하드코어 911? 그래, 그 차 말이다. 처음 잠깐 몰아본 뒤 바로 이 차가 승자라고 써버린 그 911. 벤 배리, 벤 올리버, 스티브 무디, 데이미언 스마이, 벤 풀만……. 시승팀 거의 모두 GT3를 승자로 꼽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벤 배리가 GT3에 탔다. 이 조합을 앞지르려면 이보다 더 빠른 차를 대령하든지 아니면 그냥 먹을 걸로 꼬시는 수밖에 없다 스티어링은 구형 GT3만큼 생생하게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신 911 카레라에서 걸러내 버린 것들은 포르쉐 모터스포츠 R&D 팀이 다시 되살렸다. 얇은 알칸타라 트림의 스티어링 휠을 통해 네바퀴의 피드백이 생생하게 전달됐고, 우리는 그 즐거움에 흠뻑 빠져들었다. 신형 수평대향 6기통 3.8L은 획기적이었다. 아이들링은 구형의 메츠거 엔진을 얹은 GT3처럼 여전히 툴툴거렸지만 응답력은 거의 과민반응 수준으로 올라가 버렸다. 구형만큼 으르렁거리지는 않을지 몰라도 무시무시한 9,000rpm의 레드라인을 쓰는 것은 정말로 배짱이 필요한 일이었다. 이 차는 구형과는 전혀 다른 개성을 가진 차가 되었다. 2단과 3단(그럴 만한 길이 있다면 4단까지도)의 파워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PDK 기어박스의 변속은 경탄을 금할 수 없었고 스트로크가 짧은 패들시프터의 변속감도 최고였다. 수동기어의 클러치 페달에 더 이상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GT3는 어떤 도로를 달리더라도 사이즈가 부담스럽지 않았다. 새로운 뒷바퀴 조향기능은 운전감각을 망치지 않으면서도 차를 훨씬 민첩하고 민감하게 움직였다. 한층 포용력을 갖춘 섀시도 반가웠다. 구형이었다면 달리기가 고통스러웠을 곳에서도 신형은 침착하게 움직였다. 신경 쓰이는가? GT3의 듀얼 클러치 박스(PDK)는 운전재미를 조금도 덜어내지 않았다 구형 911 GT3보다 좋은가? ‘절대로 그렇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우리는 여전히 997 GT3의 반항하는 기어박스, 전설적인 엔진, 감각이 넘쳐나는 스티어링을 사랑한다. 하지만 신형 GT3에 와서는 접근 방식이 달라진 것 같다. 좀 더 여유가 생겼지만 GT3가 갖추어야 할 성질만큼은 조금도 희생하지 않았다. 전보다 운전성능이 더 특별하지는 않겠지만, 절대 뒤지지도 않는다. 능력의 폭이 더욱 넓어져서 완성도가 거의 환상적인 경지에 이르렀다. 맥라렌의 스티어링이 더 좋고, 페라리의 듀얼 클러치 기어박스가 더 예리하지만 한 대로 국한시킬 때 911 GT3를 넘어설 라이벌은 없었다. 우리 심사위원의 판정결과는 거의 만장일치였다. 이건 카이맨에 1위를 준 개빈 그린도 시인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나온 최고의 911이다.”마지막으로 벤 올리버에게 이 시대 최고의 스포츠카 11대의 비교시승에서 우승을 거머쥔 GT3에 대해 한마디 부탁했다. “포르쉐는 신형 GT3를 통해 탄생한 지 50년이 된 911을 완벽의 경지에 올려놓았다.”글 Ben Olvier, Ben Barry, Ben Pulman사진 Charlie Magee, Richard Pardon
Sports Car Giant Test - Part 1 2014-04-04
천국에 온 걸 환영해! 도로를 달리는 다른 차에 영향을 줄까봐 계속 신경이 쓰였다. 한 시간에 두어 번 평범한 미니밴이나 해치백이 지나가는 시골길. 다른 때라면 썰렁하기까지 할 희뿌연 웨일스 산길 옆에 갑자기 나타난 원색의 차량 11대는 시골 사람들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마치 모터쇼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휘황찬란한 머신들. 넋을 잃고 차를 바라보다 중앙선을 넘은 어느 아빠의 차 뒷자리에는 얼굴이 튀어나올 기세로 옆창에 코를 박은 꼬마가 앉아 있다. 안다 꼬마야, 우리도 너처럼 흥분하고 있거든.우리 가운데 한 사람(개빈 그린)은 바로 이 매거진에 30년 동안 수퍼카 기사를 써왔다(이 사람은 12살부터 잡지에 글을 기고했다). 하지만 그 스릴은 조금도 시들지 않았다. 스티브 무디는 크런치바를 들고 있는 손으로 주위에 있는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14살 때 꿈꿨던 바로 그 장면이야!”  솔직히 우리는 이들 11대를 무슨 과학적 기준에 따라 고르지는 않았다. 그저 최근에 나온 고성능차 중에서 다시 몰아보고 싶은 모델을 모아서 똑같은 길에서 달려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차를 뽑기로 한 것이다. 모든 고성능차 카테고리의 대표를 불러야 할 의무 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수퍼럭셔리 세단이나 고성능 왜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면 대결해야 할 라이벌도 별로 없었다. 오히려 성격이 서로 다른 차를 비교할 때 얻는 바가 더 클 수 있다는 생각도 깔려 있었다. 맥라렌 12C는 아우디 R8 V10 플러스와 거의 레이아웃이 비슷하다. 그러나 기통수가 2개 더 많다고 해서 7만파운드(약 1억2,180만원)의 웃돈을 납득해야 하는 걸까? 메르세데스 A45 AMG는 골프 GTI 퍼포먼스보다 출력이 128마력 높다. 그렇다고 네바퀴굴림과 143kg의 무게증가가 1만파운드(약 1,740만원)의 가치를 지닌 것인지는 비교해 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세계 최고의 고성능차들이 영국 웨일스 최고의 도로를 만났다. 이런 게 천국이지! 포드 피에스타 ST는 일반형 피에스타의 가격을 생각하면 아주 비싼 1만7,995파운드(약 3,471만원)나 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흥분을 불러낼 수 있는 차의 값으로는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과연 이에 맞설 라이벌이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값보다 가치에 중심을 두었다. 1만8,000파운드짜리 피에스타 ST가 값이 2배 가량 되는 차보다도 운전성능이 뛰어난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순간만큼은 천재가 된 느낌이 들 것이다. 30만파운드(약 5억2,200만원)짜리 수퍼카는 당연히 시각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엄청난 흥분을 주는 차이겠지만, 스피드 경쟁에서 10만파운드(약 1억7,400만원)짜리에 져버린다면 바보가 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비교시승에서 피에스타가 페라리에 맞서는 황당한 상황이 생기게 된 것이다. 우리가 앞다투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에게 만점을 던져댔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이다. 시승 평가자들이 결정한 순위는 놀랍도록 비슷했고, 우리가 결정한 최종순위는 가격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지금부터 고성능차의 비교시승이 시작된다. 11대 중 5대는 과급(터보나 수퍼차저) 방식이며, 이따금 멍 때리는 경향이 있는 스티어링 어시스트와 흥분을 자아내는 배기 사운드가 있는 차였다. 모든 차에는 확실한 변화와 공통점이 있었고 그들 중 어떤 것은 좋아할 수가 없는 것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일부는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 모인 11대의 차들은 최근 몰아본 그 어떤 스포츠카보다도 우리의 마음을 끌었던 것은 확실하다. 지면을 통해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차를 찾아내는 짜릿한 감동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자, 그룹 테스트 시작! F-타입이 조용한 대피선에 멈췄다. V8 수퍼차저 엔진을 끄자 달아오른 브레이크의 ‘틱틱’거리는 소리만이 고요를 깨트렸다. 식어가는 브레이크 패드의 좋지 않은 냄새가 주위를 맴돌았다. 늦은 시간이라 배가 고팠고, 햇볕에 그을리고 지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도 느껴진다. 그래도 한 바퀴 더 돌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재규어의 천둥 같은 V8이 주변의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도 다시 한번 듣고 싶었고, 코너를 따라 호를 그리는 테일의 감각도 그리웠다. 최근의 스포츠카 중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F-타입이 이번 테스트에서 그래도 중위권엔 들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시동을 걸고 트랙션을 해제한 뒤, 패들을 수동으로 바꿨다. 3일 전 나는 웨일스를 향해 피터버러를 떠났다. 디자이너 맷 태런트가 내가 탄 포르쉐 카이맨 S의 동반석을 차지했다. 조금 더 본격적인 차들이 속속 합류했다. 페라리 F12, 911 GT3,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로드스터, 맥라렌 12C 스파이더가 기다리고 있었다. 카이맨 S는 훨씬 경제적인(?) 스포츠카로 이 차들을 타기 전에 판단의 잣대가 되어줄 좋은 시료 정도의 위치였다. 진짜 재미를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만파운드(약 3억4,800만원)는 필요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참이었다. 하지만 시골 뒷길을 몇 킬로미터 달리고 나니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나 분명해졌다. 4만9,000파운드(약 8,530만원)짜리 카이맨 S가 그보다 훨씬 부티 나는 수퍼카에 굴욕을 안겼다. 람보르기니보다 먼저 해치백들을 세차장에 몰아넣었다. 직원들이 먼저 해치백부터 신경 좀 써 달라고 그런 거다 카이맨 S는 너무나 뛰어난 차다. 수평대향 6기통은 반응이 상쾌할 뿐 아니라, 마치 끝이 없는 기세로 회전수가 올라갔다. 변속감과 페달 답력은 끈끈했다. 도로에서는 911 카레라보다 더 분주하게 하체가 움직였고, 그래서 그립이 더 좋았다. 한계가 어찌나 편안하게 오는지, 타이어를 조지지 않아도 모든 접지력을 손쉽게 뽑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너무나 깔끔하게 밸런스가 잡힌 차라 한계를 넘나드는 것조차 별로 겁이 나지 않았다. 아무리 거세게 밀어붙여도 잘 조율된 하체 덕분에 트랙션 컨트롤이 끼어드는 경우가 드물었다. 저속으로 돌아다녀도 이런 핸들링의 여운은 느낄 수 있다.한층 힘차게 내리밟았다. 모든 부분에서 감각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하지만 왜 그런지 스티어링만큼은 바싹 말라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그래도 이 값으로 이 차의 핸들링에 접근할 수 있는 차는 단 한 대, 포르쉐 복스터밖에 없다. 카이맨 대신 복스터라니,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인가.  이때만 해도 포르쉐가 이번 비교시승의 우승 후보라는 확신에 차 있었지만 아직 몰아봐야 할 차는 10대나 남아 있었다. 셔츠를 깔끔하게 다려 입은 벤 휘트워스는 영불해협을 건너올 신형 911 GT3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로서는 자지러지고도 남을 만남이었다. 과연 우리가 값이 2배인 GT3를 버리고 카이맨을 고를까? 그리고 휘트워스는 서로 다른 차에 깔맞춤할 셔츠를 따로 챙겨왔을까?웨일스 경계에 다다라 BP 주유소에 들렀다. 97 휘발유(고급유)를 넣을 마지막 장소다. 이제부터는 신호도 안 잡히는 핸드폰을 잡고 매드맥스마냥 주유소를 찾아 헤매야 할 것이다. 손세차장 일꾼들이 금방 우리 차를 에워쌌다. 다른 차들이 아직 오지 않은 게 분명했다. 걸레를 훔치며 세차원들이 멋진 차라며 추켜세운다. 그때 멀리서 우레 같은 배기음 소리가 들려왔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그쪽을 바라봤다. F-타입이 우리 뒤에 바싹 다가와 멈췄다. 뒤이어 페라리, 애스턴마틴, 람보르기니가 들이닥쳤다. 주유소는 금방 난장판이 됐다. 차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스마트폰이 찰칵거렸다. 낯선 사람들이 끊임없이 스펙을 알려달라고 졸랐다. 우리 13명은 계획을 짜야 했다. 카이맨은 아직 세차를 반도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슬라이딩에 들어간 F-타입. 이미 알려진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때부터 사람들의 눈에 덜 띄는 차를 골라잡아야 했다. 나는 얼른 피에스타 ST의 키를 낚아채고 도로를 익히기 위해 출발했다. 스티브 무디는 구경 나온 건설업자들과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피에스타 ST를 구색맞추기용으로 끼워 넣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인종차별 논란을 피하느라 넣긴 했는데 금방 죽어 없어지는 할리우드 영화의 흑인 배우 같은 역할. 분명히 말하겠는데 피에스타 ST는 그런 게 아니다. 굳이 흑인 배우로 이야기해야겠다면 이 차는 윌 스미스쯤 되는 녀석이다.카이맨 S를 타본 직후에 타는 피에스타 ST의 느낌이 좋을 리가 없었다. 시트 포지션은 꼿꼿이 일어서고 대시보드는 싸구려로 보였다. 차 전체에서 허술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피에스타 ST는 걷잡을 수 없이 재미있었다. 탁 트인 도로를 달릴 때에도 가속이나 제동력이 모자란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스티브 무디가 페라리 F12의 도어로 다가간다 아주 가끔, 원래의 소박한 혈통을 뛰어넘는 엄청난 차가 나올 때가 있다. 피에스타 ST는 원래 자신의 형이었던 포커스 ST를 뛰어넘는 잠재력을 감춘 차다. 엔진은 발랄했고, 브레이크는 강력했으며, 스티어링에는 절묘하게 밸런스가 실려 있었다. 앞머리는 노면을 힘차게 잡고, 엉덩이를 멋지게 흔들었다. 경제적이면서도 최고의 차들에게만 허락된 스릴을 경험하고 싶다면 피에스타 ST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 세계의 관문이라 할 수 있다.시승 코스 중 가장 좋은 도로에 도달했다. 눈부신 태양이 거침없이 흐르는 텅 빈 아스팔트를 내려쬐고 있었다. 시상대 정상에 오를 후보를 가릴 구간이었다. 수퍼카가 실력을 발휘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이지만 일단은 핫해치에 무대를 맡겨두기로 했다. 누군가 아벤타도르의 엔진 커버를 열었고 우리 모두 환호성을 질러대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이제 GTI 차례였다. 지난 몇 세대와 마찬가지로 7세대 골프 GTI는 여전히 2.0L 앞바퀴굴림. 하지만 토크는 6세대의 28.4kgㆍm에서 35.6kgㆍm로 크게 올랐다. 아울러 폭스바겐은 처음으로 GTI 전용의 추가 업그레이드 옵션을 내놨다. 기계식 LSD와 강화 브레이크, 10마력의 출력 향상에 980파운드(약 170만원)가 더해졌다. 시승차가 바로 그 모델이었다. 늘 이런 식이다. 영국 웨일스까지 가서 최고의 도로를 찾았는데, 어기적대는 차 한 대가 전체를 가로막는다. 뭐야, 저 차! 어, GT3네? 피에스타 ST에 이어 등장한 골프는 처음에는 밋밋하게 다가왔다. 인상적인 부분도 없고 촉감도 썩 좋은 부분이 없었다. 스티어링은 생동감이 부족했고, 성능은 충분했지만 꽉 찼다고 하기에는 미흡했다. 코너를 돌아갈 때 롤링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조금 더 본격적으로 몰아붙이니 아직 끌어낼 재미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4기통 터보는 유연했고, 펀치력이 있을 뿐 아니라 명령하면 즉각 파워를 뽑아냈다. 섀시는 유연했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페달에서 힘차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느낄 수 있었다. DSG는 작고 경쾌한 느낌과 함께 찰칵 잘 들어간다. LSD가 바로 차이를 드러냈고,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언더스티어 대신 차는 깔끔하게 코너를 돌아나갔다. 더욱 거세게 차를 몰아붙여 봤다. 웅크린 채 노면을 파고드는 앞 타이어, 따라 흐르는 뒤 타이어, 그리고 바앙-바앙-바앙 하며 변속.GTI는 0.01초 만에 변속이 가능했다. 해치백들 가운데에서도 이 차야말로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모델이었다. 승차감은 아주 좋았고, 시가지의 기어변속은 매끄러웠으며, 좌석은 편안했고, 더 이상 세련될 수가 없었다. 한 대 사서 일상을 함께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훌륭한 차이지만, 독자들에게 이 차만을 권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훨씬 저렴하지만 더 재미있는 피에스타 ST가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카 자이언트 테스트로 발생한 비용의 일부. 이런 거 많이 있어요, 사장님 메르세데스 벤츠의 사상 첫 핫해치가 두 세계의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아름답기조차 한 레카로시트에 앉아 키를 돌리자 A45 AMG의 2.0L 터보(355마력!) 엔진이 걸쭉한 소리를 내며 공회전으로 내려앉는다.놀라운 엔진이다. 엄청난 파워만큼이나 엄청난 유연성을 가졌다. 스로틀 반응은 맥라렌을 부끄럽게 만들 지경이었다. 미처 깨닫기도 전에 도로를 박차며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마치 돌바닥에 책을 떨어뜨린 것 같은 육중한 변속감이다. A45 AMG 백미러에 담긴 골프와 피에스타가 자꾸만 작아져간다. 4WD를 갖췄기에 비가 온다면 그 간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속도를 유지하고 섀시에 몸을 맡기자 앞머리 반응이 얼마나 충실한가를 알 수 있었다. 커브를 완벽하게 돌아나갈 때마다, 미세한 롤링이 남을 뿐이었다. 더 빠른 코너에서는 네바퀴굴림이 위력을 발휘했다. 뒷바퀴로 쏠린 파워가 커브에서 차를 깔끔하게 밀어냈다. 브레이크 감각은 안정되고 믿음직했다. 브레이크의 위력은 절대적이었다. 오늘 하루만 해도 12마리가 넘는 양의 목숨을 살렸다. 솔직히 말해서 이 도로 일부 구간에서는 아벤타도르와 피에스타 ST가 막상막하로 달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A45 AMG에 장점만큼이나 단점이 많다는 것이다. 값은 전혀 핫해치답지 않은 3만8,000파운드(약 6,600만원). 스티어링 감각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고, 기어박스는 가끔씩 느기적거릴 때가 있었다. 승차감은 투박했고, 심지어 골프와 피에스타는 아무 문제없이 달리는 길에서도 퉁퉁 튀었다.최근 몇 년 동안 근사한 AMG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이 차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니, 기대가 산산이 부서져 버린 셈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예상이 빗나가 버린 것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 이 도로에서 맥라렌 MP4-12C가 페라리 458와 맞붙은 적이 있다. 맥라렌은 완승을 거두리라 예상했고, 우리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거꾸로 페라리가 맥라렌을 눌러버렸다. 맥라렌은 즉시 쿠페를 다시 조율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 시승 이후 처음으로 몰아볼 맥라렌 12C 스파이더가 이 자리에 나왔다. 스파이더의 V8 트윈 터보는 쿠페와 동일한 616마력을 낸다(초기 버전의 592마력에서 출력이 올랐다). 스파이더이지만 카본 ‘모노셀’(Mono Cell)을 사용하는 것으로 접는 하드톱은 강성을 전혀 해치지 않으면서 무게증가를 40kg으로 억제했다. 카본제 맥라렌 12C는 스파이더 버전이 추가되었다. 무게는 40kg 늘었지만 강성은 그대로다 문을 열기 위해서는 숨겨진 버튼을 누르면 된다. 더 이상 문 여는 곳을 찾기 위해 보디를 두들기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버튼을 누르자 스윙 도어가 활짝 열리면서 카본 속살을 드러냈다. 여배우의 이브닝 드레스 사이로 허벅지가 슬쩍 드러날 때 같은 느낌. 발판에 다리를 뻗으니 호화로운 좌석이 몸을 감싼다.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센터콘솔과 팔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제트엔진을 연상시키는 송풍구, 물결무늬의 깜빡이 손잡이, 연료 및 온도계에는 점잖은 회색 하이라이트가 들어가 있다. 모든 것이 힘과 가벼움과 진지함과 미래를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척 예거(최초로 음속을 돌파한 미공군 조종사)가 기록 비행 전 신중하게 장비를 점검하는 기분마저 들었다.중앙 시동 버튼을 누르자 옵션인 스포츠 배기관의 깊고 무거운 엔진 사운드가 실내를 울렸다. 패들시프터를 당겨 기어를 1단에 넣자 엔진이 자신의 태생을 증명하듯 거칠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한다. 변속할 때마다 요란하게 거친 숨을 내쉬고, 7,000rpm을 치고 올라가자 변비로 성난 로봇처럼 고함을 질렀다. 미처 반마일도 달리기 전에 나는 이 차가 얼마나 단단하고 견고한 차인지 알게 된다. 등과 손발을 통해 이 차를 모조리 느낄 수 있다. 차체를 통해 사정없이 전달되는 노면의 감각에 몸을 떤다. 12C의 스티어링은 페라리 F12보다 촉감이 좋고 자연스러웠다. 아주 약간 느리긴 하지만 여전히 빠르고 정확하며 꼭 로터스 같은 감각이 전해온다. 차가 이끄는 대로 감당 가능한 최고속도로 커브에 뛰어들었다. 코너 중간의 예상치 못한 요철을 밟고 넘으니 충격이 차체를 강타한다. 다른 차라면 오버스티어에 들어갈 정도의 반동이었지만 맥라렌은 거뜬히 흡수했고, 내 두 손은 차분히 그 자리를 지켰다. 땀 한 방울의 노력도 필요 없이 코너를 빠져나온다. 페라리의 기술책임자는 F12가 730마력을 몽땅 노면에 쏟아 부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사실이다. 출발과 동시에 브레이크를 내리밟지만 않는다면…… 문제는 사실 이런 것들이 12C 쿠페부터 원래잘하던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12C 쿠페가 잘못하는 것 또한 그대로 남아 있다. 물론 일부 결함은 해결됐다. 도대체 왜 넣었는지 모를 변속 예상 시스템을 없앤 것이 대표적이다(패들을 살짝 당기면 필요할지조차 모를 기어가 일제히 떴다). 패들시프터도 지금은 훨씬 가볍고 덜 거치적거린다. 부스트가 작동할 때 가속을 멈추면 급작스럽게 파워가 죽는 현상도 해결했다. 이 모두가 차량을 섬세하게 조율하는 것이 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줬다. 차를 모는 데 더욱 집중하다 보면 일부 저속 코너에서는 언더스티어 경향을 보일 때도 있다. 페라리 458처럼 화려하게 뒤를 날리려는 경향은 없으며, 파워의 전달이 훨씬 깔끔하다. 일부러 슬라이드를 유도할 경우의 움직임은 내가 기억했던 것보다 훨씬 유순하게 이루어진다.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옵션인 카본세라믹 브레이크의 페달 감각이 아직 어정쩡했고, 스로틀 반응은 좀 더 예리할 필요가 있었다. 3,500rpm까지는 스피드가 나지 않았다가 터보가 가세해야 경이적인 가속으로 치고 나갔다. 물론 이 때에는 동반석 승객이 비명을 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가속이다.반면 기어박스는 페라리의 상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아쉬움을 남겼다. 가속 때의 변속 속도도 문제였지만, 감속시의 변속기는 아예 혼수상태로 빠져버린다. 패들을 두 번 클릭해 6단에서 4단으로 내려가려고 하면 기어는 잽싸게 5단에 들어간 후 4단으로 변속은 안하고 멍 때리고 있기 일쑤다. 여기에 터보랙이 가세하면? 가속도 해보기 전에 추월을 포기해야 하는 수퍼카의 탄생이다.마지막 불만!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하는 데 10초나 더듬거려야 했다. 그마저 섀시가 트랙(Track) 모드로 들어가 있을 때만 가능했다. 트랙션을 그대로 걸어두면 지나치게 간섭하고, 해제하면 승차감이 너무 덜컹거렸다. 지난번 시승에서 맥라렌 12C는 이탈리아 라이벌과 맞붙어 참패했다. 하지만 람보르기니와는 그런 문제가 없었다 페라리 F12는 더 나은 방법을 제시했다. 단 1초 만에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하고 가장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과도 조합될 수 있게 한 것이다. 차가 미친 듯이 날뛰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이건 안 하는 게 좋다. 사실 F12는 항상 트랙션 컨트롤을 걸어둬야 하는 차다. 스티어링은 너무나 황당하게 빨라 고속 코너에서 엉덩이를 뒤집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티어링이 그렇게 하지 않을 때는 12기통 엔진이 덤벼들 기세였다. 730마력의 광포한 힘은 언제든 두껍고 질긴 뒤 타이어를 찢어발길 수 있다.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자신이 붙기 시작했다. 스티어링에 붙은 마네티노를 돌려서 각 단계를 지나쳤다. 마침내 오른쪽 엄지가 마네티노를 오른쪽 끝까지 돌린 순간, 작고 거친 삐익 소리가 울렸다. 드라이버가 주역이 되는 순간이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바늘이 순식간에 8,000rpm을 향해 치솟아 오르며 V12가 F1 머신의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드라이버의 등이 등받이에 철썩 달라붙고, 스티어링 위에 달린 변속 램프가 집요하게 깜빡거린다. 그때 기어 시프트패들을 당기자 상쾌한 변속감이 전해진다. 변속을 할 때마다 충격적인 전과정이 계속 반복된다. 카본 브레이크, 기어 시프트, 엔진 등 모든 핵심 요소의 반응이 맥라렌을 압도했다.하지만 이 차의 가장 특별한 점은 코너링이었다. F12는 마치 내 무릎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같이 움직였다. 앞머리를 집요하게 잡아 돌리며 액셀 페달을 콱 밟자 엉덩이가 휙 돌아가고 회전계는 악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맹렬한 휠스핀과 함께 차는 검은 타이어 자국을 남기며 힘차게 가속했다. 1분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정속주행을 할 때는 메르세데스 벤츠 SL이나 다름이 없었다. F12와 같은 차는 달리 없었다. F12에서 내릴 때 두 가지 불만이 나왔다. 스티어링은 좀 더 많은 감각이 필요했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에 붙여놓은 깜빡이와 와이퍼 버튼은 재앙이었다. 하지만 그거 빼고는 뭐, 어휴휴휴~. 그렇게 링 위에서 F12가 눈을 부라리고 있을 때 영화 ‘로키’의 주제가에 발맞춰 애스턴마틴 뱅퀴시가 등장했다. 영국제 뱅퀴시를 결코 무시하지 말라. 이 차는 다시 한번 DB9을 베이스로 만든 애스턴마틴이다.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무게를 줄이고 강성을 높인 카본 보디다. 덕분에 실내공간이 더 넓어졌다. 게임 끝. 계속하려면 다시 동전을 넣어라. 1990년대의 아케이드 게임 매니아들이 아벤타도르 로드스터에 오르면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 들 것이다 뱅퀴시의 성능은 대단하다. 노면 정보가 스티어링 랙을 통해 선명하게 전달됐다. 스트로크가 긴 스로틀을 깊숙이 밟자 V12의 웅장한 사운드가 울려 퍼졌다. 섀시는 충격을 흡수하고 노면을 파고들며 제동력을 증가시킨다. 코너에서는 딱성냥처럼 언제든 뒤 타이어에 연기를 피울 수 있었다.  “뱅퀴시는 DB9보다 훨씬 좋은 차다.” 편집인 필 맥내마라가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다만 이 차들 속에서는 좀 GT적인 색채가 강한 편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지나치게 부드럽다는 말이다. 패들시프터의 기어변환이 너무 느슨하고 특히 레드라인에 가까워질수록 끔찍하게 버벅거렸다. 마치 두 주정뱅이가 좁은 술집 화장실을 먼저 빠져나가려고 버둥거리는 것 같았다. 좀 더 예리하고 적극적인 변속이 절실하게 필요했다.애스턴마틴을 성능으로 압도한 차는 F12만이 아니었다. 재규어 F-타입도 애스턴마틴을 길가로 밀어내는 데 일조했다. 스타일이 화려하고 더욱 신형의 모습을 한 F-타입의 가격은 뱅퀴시의 절반을 밑돌았다. 애스턴마틴이 작은 뒷좌석 2개와 더 큰 트렁크를 갖추긴 했지만, 과연 이런 특징이 고급차 시장의 반격무기가 될 수 있을까? 웨일스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 중 하나도 우리의 공격을 받았다 해가 산너머로 질 때 나는 뱅퀴시를 몰고 베트위시코에드로 들어갔다. 역시 이 차는 최고의 스포츠카 중 하나이고, 매일 몰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특권을 누리는 느낌이 들 만한 차였다. 그러나 시상대 정상에 오를 후보는 아니었다. 아니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다.이튿날의 일정을 위해 우리는 드래곤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제 꾸물거리지 말고 최종순위를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 다들 휘트워스가 몰고 올 포르쉐 911 GT3를 기다리고 있었다.글 Ben Olvier, Ben Barry, Ben Pulman사진 Charlie Magee, Richard Pardon
미니밴 같은 미국산 SUV, Honda Pilot 2015-12-21
잘 팔리던 차가 풀 모델 체인지를 한 뒤 판매량이 뚝 떨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누가 봐도 명확한 경우가 있으니 그건 차가 못생겨졌을 때다. 뒤늦게 트렌드를 타려는 시도가 되었든, 일대 혁신을 추구한 경우가 되었든 수많은 결정을 거친 차가 객관적으로 못생겨지는 경우는 자동차 업계에 비일비재하며, 그 중 하나가 바로 구형인 2세대 파일럿의 변화였다. 세련되지도, 그렇다고 터프하지도 않은 박스형 SUV는 볼 때마다 그 어정쩡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전성기 때 한해 15만 대가 팔리던 차가 10만 대 아래로 뚝 떨어졌을 때 혼다도 깨달았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겨도 10만 대는 팔려주는 차가 파일럿이라는 이야기도 성립된다. 미국인의 생활습관을 철저히 연구한 공간과 여유로운 장비, 높은 기계적 신뢰도에 동급 최고의 충돌안정성 덕분에 파일럿은 이제 미국 중산층 사커맘을 대변하는 차가 되었다.  2세대의 못생김에서 벗어나다다행히도 새로 나온 3세대 파일럿은 전혀 못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잘생긴 편에 속한다. 혼다 SUV의 익숙한 디자인 패턴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전면만 보았을 때는 조금 커진 CR-V 정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차의 크기를 제대로 인식하게 되는 것은 측면을 보고 나서다. 20인치의 휠 사이즈조차 그다지 커 보이지 않을 정로도 루프라인이 길게 이어져 후부의 커다란 오버행에서 마무리된다. CR-V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큰 차다. 오버행이 커다랗게 튀어나온 것은 역시 3열 시트 때문. 넉넉한 3열 시트를 넣는 것으로 미니밴이나 가능할 8명의 탑승인원을 자랑한다. 3열 시트는 물론 접고 펼 수 있으며 잠깐 앉는 용도의 간이시트가 아닌 본격적인 장거리 여행용으로도 충분하다. 구형에서는 약간 비좁다 싶던 무릎공간도 충분해져 성인 남성이 타고 여행하는 데 별 무리가 없다. 단 이것은 2명이 탈 때로 한정되며, 리어 휠하우스가 좌석공간을 먹고 들어와 성인 3명이 앉기에는 아무래도 비좁은 편이다. 탑승은 의외로 쉬운 편으로, 측면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2열 시트의 한쪽이 앞으로 접히면서 진입에 충분한 공간이 생긴다. 2열은 미니밴 정도의 공간감이 확보되며 넓고 평평해서 성인 3명도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사방에 달린 컵홀더는 물론이고 USB 포트가 곳곳에 배치된 데서 요즘 차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구형과 신형 대시보드의 비교. 신형이 되면서 소재와 품질감이 수직 상승했다 동급 최저 수준의 품질감이 인상적이던 2세대에 비하면 신형의 내장재 질감은 황송할 정도다. 계기판과 대시보드는 현행 어코드와 CR-V의 디자인 테마를 공유한다. 다소 평범한 계기판과 콘솔에 비해 특이한 것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8인치 터치식 디스플레이. 와이파이 테더링까지 마치면 웹 브라우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앱 설치도 가능하지만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막혀 있어서 실제 설치는 제한적이다. 만약 안드로이드폰 화면을 그대로 표시하고 싶다면 센터콘솔 하단의 HDMI 포트를 이용하면 된다. 풍요로운 공간과 장비스티어링은 최근의 차들이 모두 그렇듯이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방식. 전반적으로 가벼운 것을 빼고는 큰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달리다보면 스티어링에 직접 개입하는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인상적이다. 스티어링이 도로의 안쪽 실선이라도 밟게 되면 도로이탈방지 시스템이 가벼운 진동으로 이를 알려주며 심지어 부드럽게 스티어링을 반대로 이끌기까지 한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기본이며, 추돌 상황이라 판단되면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우회전 시그널을 켜면 우측 사각지대를 자동으로 화면에 비추는 레인 와치 기능은 덩치 큰 SUV에서 그 유용함이 배가된다.계기판은 단조로운 편. 모처럼의 컬러 LCD를 좀 더 활용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길이가 5m가량 되는 데다가 댐퍼 스트로크가 긴 SUV답게 느긋한 승차감이 매력이다. 거칠게 몰아붙일 이유가 적은 차이지만, 출력이 필요한 때는 넉넉한 힘으로 화답한다. V6 3.5L 엔진은 전작을 개량한 듯하지만 사실은 직분사 시스템을 넣고 새로 만든 것이다. 출력은 30마력 늘었고, 변속기는 1단이 추가된 6단. 여기에 무게를 140kg 가량 줄이면서 전체적인 운동성능이 높아졌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6.2초로 이전 모델에 비해 2초 가량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종류의 3리터급 SUV에 비해서도 무척 좋은 가속 능력을 가졌다. 여유로운 동력성능은 온로드뿐만 아니라 오프로드 성능까지 끌어올렸다. 오프로드에 던져넣은 차는 8인승 SUV임에도 불구하고 4륜구동 시스템의 위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이런 전륜구동 기반 SUV에는 기대하기 힘들었던 험로 전용 지형반응 시스템까지 갖추었다. 노면 상태에 따라 눈/모래/진흙 모드를 골라서 달릴 수 있는 시스템은 두 배는 비싼 차에서나 손에 넣을 수 있던 기능이다. 딱히 길이랄 것도 없는 마른 하천을 달리며 오랜만에 SUV 본연의 즐거움을 만끽했다.V6 3.5L SOHC 신개발 직분사 엔진. 출력은 30마력 가까이 늘어났다 다운사이징은 어디에직접 경험한 신형 파일럿은 높은 완성도를 갖춘 차다. 구형에서 느꼈던 실망은 깨끗하게 걷어냈다. 구태를 벗어난 디자인에 훌륭한 품질감, 어지간한 미니밴을 대체하기에 충분한 사이즈와 승차감도 갖추었다. 액티브 세이프티 장비도 빠짐없이 다 넣었다. 디젤 엔진이 없는 것조차 큰 단점이 되지 않는다. 휘발유 엔진의 부드러움과 정숙성을 위해 비용을 지불할 소비층이 충분하다는 것은 이미 이 시장의 맹주 익스플로러 판매량에서 증명한 바 있다. 유일한 걸림돌은 파워트레인 정도. 3.5L V6 엔진의 부드러운 파워와 6단 변속기의 성능은 이 차의 성격과 대단히 잘 맞긴 하지만, 이건 북미 시장의 기본 요구사항이며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이미 9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파일럿이 북미 시장에서 시판되고 있으며, 다운사이징용 신형 1.8L 터보 엔진이 혼다의 라인업에 곧 확대 적용될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한국 시장에 어울리는 파워트레인이 어느 쪽일지는 두말하면 잔소리. 좋은 차에 좋은 엔진과 변속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Honda Pilot보디형식, 승차정원 5도어 SUV, 5명길이×너비×높이 4955×1995×1775mm휠베이스 2820mm트레드 앞/뒤 1685/1685mm 무게 1965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타이어 245/50 R20 컨티넨탈 크로스컨택트엔진형식 V6 휘발유 직분사 i-VTEC밸브구성 SOHC 24밸브 배기량 3,471cc 최고출력 284마력/6000rpm 최대토크 36.2kg•m/4700rpm 구동계 배치 앞엔진 네바퀴 굴림변속기 형식 6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6.2초 최고시속 - 연비 8.9km/L(도심 7.8, 고속 10.7)에너지소비효율 5등급 CO₂ 배출량 198g/km값 5,390만원글 변성용 객원기자사진 민성필
내면의 변화에 치중한 AUDI TT 2015-12-14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1994, 1988 등 연도를 달리해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 먼 과거는 아니지만 이미 잊혀져버린 당시의 문화를 보여줘서 희미해진 추억을 끄집어낸다. 100년도 아니고 고작 20여 년 전 과거가 벌써 잊혀져버린 것은 그만큼 세상이 급격하게 변해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약간 촌스러워 보이는 추억 속 이야기에 우리가 다시금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선함 덜한 안정적 변화아우디 TT가 처음 나온 때는 1998년으로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이다. 당시에는 2인승 로드스터가 한창 인기를 끌 때다. 1989년 등장한 마쓰다 미아타가 경량 로드스터 붐의 도화선이 됐다. 이후 BMW Z3, 포르쉐 복스터, 메르세데스 벤츠 SLK 등 독일 브랜드가 가세하면서 2인승 로드스터 전성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TT가 나왔다. 없던 차들이 우르르 쏟아지니 신세계가 열렸다. 충격과 감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로드스터 붐을 주도했던 주인공들은 세대를 바꿔가며 변해갔다. 진화를 거듭하면서 멋과 완성도를 더해갔지만 왠지 처음 나왔을 당시만큼의 감동은 덜하다. 처음이 성공적이었던 차들은 대개 급격한 변화를 자제한다. 이제 겨우 3세대 정도로 아직 차곡차곡 전통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초대 모델의 틀을 유지하며 발전시켜 나가기 때문에 완성도는 높아지지만 새로운 맛은 점차 옅어진다.   신형 TT는 3세대다. TT도 처음 나왔을 때 반응이 대단했다. UFO처럼 앞뒤가 둥근 대칭형 디자인은 파격적인 동시에 독창적이었다. 당시의 밋밋하고 각진 아우디 세단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TT는 아우디 역사에서 디자인 전환점이 됐다. 그리고 2세대는 1세대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세련미를 더했다. 1세대의 가장 큰 특징인 앞뒤 대칭 요소는 조금 완화됐지만 여전히 마음을 설레게 하는 감동을 안겨줬다. 이번에 나온 3세대는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폭스바겐 그룹이 통합 플랫폼으로 밀고 있는 MQB를 새로 적용하면서도 정작 스타일은 2세대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각을 세우고 선을 날카롭게 다듬는 정도에 머물러 페이스리프트처럼 보인다. 요즘 아우디는 다른 모델들도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디테일을 다듬어 세련미와 완성도를 높인다. 이러한 전략은 정체성을 이어가기는 좋은 대신 자칫 지루해지기 쉽다. 마치 왕년의 미스코리아를 보는 듯하다. 수상 당시에는 젊고 풋풋한 매력을 발산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신선함 대신 원숙미를 풍기는 그런 모습이다. 사람들은 해마다 새로운 ‘진’이 누군가에 관심이 있다. 비록 새로운 진은 아니지만, 왕년의 진도 가닥이 있어서 나이가 들어도 미모는 여전하다. TT 역시 초대 모델만큼의 감흥은 덜하지만 스포츠 쿠페의 매력은 계속해서 이어간다.L자형 주간주행등이 달린 램프  헤드램프는 LED다. ‘L’자 두 개를 붙여 놓은 듯한 주간등이 새로운 표정을 만든다. 육각형으로 진화한 싱글 프레임 그릴은 각진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킨다. 뒤는 각을 줬지만 큰 윤곽은 탱탱한 곡면을 살렸다. 1세대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은색 연료주입구 캡도 TT의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이다. 테임램프 역시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LL’ 형태로 빛난다.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겉으로 보이는 형태는 변화를 최소화한 반면 실내는 큰 폭으로 달라졌다. 대시보드 가운데 세 개의 송풍구가 이전 세대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그 외에는 대부분 바뀌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사라졌다. 차의 등급이 낮아서 모니터가 빠졌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대신 계기판이 모니터 역할을 맡는다.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바꾼 계기판은 크기가 12.3인치나 된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MMI의 기능 조작도 담당한다. 아우디는 이를 ‘버추얼 콕핏’이라 부른다. 컴퓨터 모니터와 비슷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래픽도 화려하고 테마도 선택 가능하다.계기판은 완전 전자식으로 바꾸었다  ‘클래식 뷰’는 일반적인 모드로 좌우에 타코미터와 속도계가 자리잡고 가운데 정보창이 뜨는 전통적인 형태다. ‘프로그래시브 뷰’는 타코미터와 속도계 크기가 확 줄어든 채로 좌우 구석으로 이동하고, 정보창의 비율이 커진다. 가장 신기한 부분은 내비게이션. 스크린 전체를 내비게이션이 채우기도 한다. 계기판 메뉴는 스티어링휠 버튼이나 MMI를 사용해 조절한다. 메뉴는 세부 메뉴까지 합치면 그 수가 매우 많고 상당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룬다. 그 중에는 ‘아우디 심장 박동’이라 부르는 사운드 볼륨 조절도 있다. 시동을 끌 때 특유의 짧은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데, 이 소리를 끄거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모니터뿐 아니라 각종 버튼도 확 줄었다. 공조장치 컨트롤러는 송풍구 가운데 작은 표시창이 달린 다이얼에 집어넣었다. 센터페시아에 버튼이 확 줄면서 공간도 넓어 보이고 느낌도 간결하다. 이전 세대에서 모니터 옆에 작게 달려 있던 MMI 컨트롤러는 기어레버 아래 커다랗게 자리잡았다. 사이드 브레이크가 전자식으로 바뀌어서 센터터널 부분이 한결 확 트인 느낌을 준다.멋과 함께 홀드성도 뛰어난 버킷시트  시트는 스포츠 쿠페답게 널찍한 버킷 타입으로 멋을 냈다. 단단하지만 몸을 잘 잡아줘서 편하다. 늘 궁금한 부분인데 이런 차의 뒷좌석은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 2인승 뒷좌석은 어린아이도 앉기 힘들 만큼 좁다. 트렁크에는 트렁크 해치를 닫을 때 뒷좌석에 앉은 사람 머리를 조심하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을 정도다. 안전벨트도 달려 있으니 사람이 앉으라고 만들어 놓은 자리이기는 한데 실제로는 앉을 수 없다. 버린 자리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애초에 이 차를 사는 사람은 뒷좌석에 욕심이 없겠지만). 접어놓으면 꽤 넓은 공간이 나온다. 트렁크 도어는 해치 방식으로 짐을 넣고 빼기가 매우 수월하다. 높이가 있는 짐은 싣기 힘들지만 길이가 긴 짐은 충분히 들어간다.뒷좌석은 사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다이내믹 모드에서 드러나는 본성 꽁무니에는 45 TFSI라고 적혀 있다. 처음에는 바뀐 숫자 해석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감이 좀 잡힌다. 가솔린 터보 2.0L 엔진은 22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35.7kg•m로 1,600~4,400rpm 구간을 커버한다. 변속기는 S-트로닉이라고 부르는 6단 더블 클러치. 아우디의 장기인 네바퀴굴림 콰트로는 당연히 들어가고, 여기에 전자식 디퍼렌셜록도 집어넣었다. 요즘 같은 출력과잉 시대에 220마력은 그리 높은 수치가 아니다. 터보 차가 많아지면서 고출력이 횡횡하다보니 숫자에 대한 감각도 무뎌진다. 하지만 달리면 숫자가 선명해진다. 초반부터 최대 토크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속도계 바늘이 솟구쳐 오른다. 시원스럽게 아스팔트 위를 날아가듯 미끄러진다. 0→100km/h 도달 속도는 5.6초로 아주 빠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달리는 쾌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아울러 S-트로닉 기어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 속도도 빠르고 동력 전달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해낸다.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이 모두 빠르고 터보랙도 미약해서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맛이 강렬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가속할 때에는 ‘조금만 더’가 절로 튀어나온다. 4,400rpm까지 절정으로 치달은 후 토크는 급속히 떨어진다. 힘으로 미는 게 아니라 지구력으로 버티는 기분이 든다.시원스런 가속을 제공하는 220마력 엔진  주행모드는 효율•승차감•자동•다이내믹•개별 설정 다섯 가지다. 연료를 절약하는 효율 모드는 불필요한 힘 분출을 억제하기는 하지만, 급격하게 힘이 줄어드는 느낌까지는 아니다. 막 밟지만 않으면 적당히 여유롭고 만족스럽게 탈 수 있다. 승차감과 자동은 차이가 애매하다. 승차감 모드라고 해서 아주 편하지는 않다. 대신 다이내믹 모드로 들어가면 TT의 본성이 드러난다. 엔진•변속기•스티어링•콰트로 시스템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한층 예민해진다. 이때부터 가속 페달을 후려 밟으면 스포츠카를 타는 감성에 휩싸인다. 이런 차는 귀로 듣는 맛도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TT는 얌전한 편이다. 일반적인 달리기 때는 조용하고 가속할 때에는 날카롭지만 잘 정제된 엔진 소리를 내뿜는다. 전반적으로 심장을 벌렁벌렁 뛰게 하는 자극적인 사운드는 아니다. 스티어링이나 페달 감각은 빡빡하고 팽팽하기보다는 유연하면서 긴장이 살아 있는 느낌이다. 스티어링 반응이 정확해서 핸들링은 정교하다. 입력한 값만큼 정확하게 방향을 돌린다. 콰트로는 상황에 맞게 토크를 나눠준다. 자세 잡는 능력이 뛰어나서 원하는 라인을 웬만해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타이어가 소리를 지를 정도로 흐트러졌다가도 빠르게 접지력을 회복하며 원상복귀한다. 코너링 때나 급차선 변경 때 점차 속도를 높여가며 버티는 능력을 테스트해보는 일도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점차 재미를 더한다. 높은 안정성에 기반한 운전의 재미를 안겨준다. 해치 게이트 덕분에 짐 넣기는 수월하다  사실 3세대 TT는 좀 진부한 느낌이 들어서 감흥이 떨어졌다. 초대 TT에 대한 향수가 새삼스럽게 피어올랐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면 현재를 즐겨야 한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재미있다고 정말로 1994년이나 1988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설사 그때 모습을 재연한다고 해도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을 뿐더러 과거는 추억 속이기에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법이다. ‘응답하라!’고 외치지 말고 초대 TT는 과거의 향수로 남겨두자. 지금 이 순간 우리 곁에 있어주는 차는 신형 TT니까.  AUDI TT 45 TFSI보디형식, 승차정원 2도어 쿠페, 4명길이×너비×높이 4200×1966×1355mm휠베이스 2468mm트레드 앞/뒤 1562/1548mm무게 1405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245/40 R18 컨티넨탈 컨티스포트컨택트5엔진형식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1984cc최고출력 220마력/4500~6200rpm최대토크 35.7kg•m/1600~44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네바퀴굴림변속기 형식 6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5.3초최고시속 250km(제한)연비 10.0km/L(도심 9.1, 고속 11.4)에너지소비효율 4등급CO₂ 배출량 176g/km값 5,750만원글 현성현(자동차 칼럼니스트)사진 최진호
LINCOLN MKX 2.7 EcoBoost AWD, .. 2016-01-14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세차게 쏟아졌다. 어쩐지 아까부터 스산하다 싶었다. 라디오에서는 오랜 가뭄을 해소해줄 반가운 손님이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었다. 빗속에서의 시승과 촬영은 여러모로 고단하다. 오늘은 처량하게 휘날리는 낙엽 때문에 마음까지 축축했다. 비가 내리기 전, 표지와 메인 이미지 촬영을 끝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몸은 고달프지만 좋은 점도 있다. 비오는 날 시승은 차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빗속을 달려보면 알 수 있다. 이 차가 고급차인지 아닌지. 고급차는 와이퍼의 움직임도 우아하다. 빗소리도 근사하게 전달한다. 또한 실내 습도 조절과 시야 확보 능력이 뛰어나다. 사실 이것저것 세세하게 따져볼 필요도 없다.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몸이 편하다면 고급차다.  기자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 실제로 럭셔리나 프리미엄 메이커들은 이런 부분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오늘 함께한 신형 MKX는 고급차였다. 물론 링컨이 럭셔리 브랜드니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수준이 예상을 웃돌았다. MKX는 폭우 속을 뚫고 달릴 때도 평화로운 실내를 유지했다.이중웨더스트립, 이중접합유리, 고급 가죽, 인체공학을 고려한 시트, 영리한 공조장치 등이 빛을 발했다. 특히 뛰어난 밀폐감이 인상적이었다. 수많은 빗방울이 차체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지만, 실내에는 링컨이 자랑스레 내세운 레벨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음악이 아름답게 흘렀다. 운전 또한 쉽고 편했다. 가속 페달을 팍팍 밟아도 흔들림이 없었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젖은 노면에서도 V6 터보 엔진의 응축된 힘을 유연하게 풀어냈다.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운이 좋았다고 할까. 신형 MKX는 자신이 링컨의 기대주라는 사실을 짧은 시간 안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과 그 노력의 결정체MKX가 2세대로 거듭났다. 1세대 MKX가 2006년 데뷔했으니 약 9년 만의 세대교체다. MKX는 링컨의 중형 SUV. 하지만 전임자인 에비에이터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프레임 섀시에 각진 보디를 얹었던 에이비에이터와 달리 모노코크 섀시를 밑바탕 삼은 크로스오버다. 이제 아우디 Q5, 렉서스 RX, 메르세데스 벤츠 GLE 등과 경쟁한다. 말뿐인 경쟁이 아니다. 2세대로 진화하며 MKX의 상품성은 수직 상승했다. 성격 변화만 알렸던 1세대 MKX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눈부시다. 사실 최근 링컨의 기세는 예전만 못했다. 1917년 설립돼 약 80년간 아메리칸 럭셔리 브랜드로서 미국 시장을 지배해왔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간의 성공에 도취돼 일본과 유럽 브랜드에게 안방시장을 내어준 게 화근이었다. 모회사 포드의 무리한 사업 확장도 문제였다. 재규어, 랜드로버, 애스턴마틴, 볼보 등을 사들여 세계 최대의 자동차 기업에 도전했던 포드의 야망은 결국 아픔만을 남긴 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링컨은 미국 전용 럭셔리 브랜드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LED를 빼곡하게 채운 헤드램프와 신형 스플릿 윙 그릴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의 태도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포드는 지난 10여 년간 회사 재정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유럽 브랜드들을 되팔고 구조조정에 나섰다. 라인업과 개발과정을 간소화하는 ‘원포드 전략’도 시행했다. 반면 미래에 대한 투자에는 과감했다. 특히 다운사이징 엔진 개발, 섀시 통폐합 및 개량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이 스며든 좋은 예가 바로 익스플로러다. 익스플로러는 전세계 시장을 겨냥한 높은 품질, 효율을 중시한 파워트레인, 포드 특유의 넉넉한 감각 등을 내세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수입 SUV 시장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링컨 역시 이 같은 체질개선에 적극 동참했다. 2012년에는 회사 이름도 바꿨다. 이제 링컨이 아닌 링컨 모터 컴퍼니가 정식 명칭이다. 제품 개발 및 세일즈 팀도 다시 꾸렸다. 또한 전용 디자인 스튜디오도 새로 차렸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신 모델을 하나씩 공개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2세대 MKX를, 2014년에는 MKC를 선보였다. 앞 엠블럼 안에는 전방 카메라가 숨겨져 있다 변화에 대한 시장 반응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2014년 링컨의 미국 판매는 16%가 늘었다. 이는 프리미엄 시장 평균 성장률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링컨은 이제 막 전세계로 발을 디딘 상태. 특히 작년에 진출한 중국 시장에서의 성패가 중요하다. 지난 몇 년 동안 무려 10억달러를 쏟아부으며 인내의 시간을 보냈으니, 한 단계 더 높이 뛰어올라야 한다. 그 도약을 이끌 모델이 바로 2세대 MKX라고 할 수 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완성도사실 이전 MKX는 일본이나 유럽의 라이벌들과 경쟁하기에는 매력이 부족했다. 단지 ‘우리도 크로스오버 SUV가 있다’라는 사실을 알리는 도구에 불과했다. 특히 시대착오적인 안팎 디자인이 문제였다. 2011년, 세대교체에 가까운 대대적인 부분변경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섀시를 그대로 사용한 까닭에 다소 어색한 부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형 MKX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링컨 새 시작의 신호탄이었던 2세대 MKZ와 같은 스타일링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핀 배치를 가로로 바꾼 새 스플릿 그릴, 주간주행등과 전조등 모두를 LED로 밝히는 헤드램프, 보닛과 펜더에 세심하게 새긴 라인 등으로 세련미를 강조했다. 이제 여느 유럽 경쟁자와 비교해도 좋을 정도로 매력이 넘친다. 섀시도 신형인 CD4다. 이전과 가장 큰 차이는 빠듯한 비율이다. 신형 MKX의 자세는 전후좌우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탄력이 넘친다. 특히 커다란 루프 스포일러와 대형 LED 테일램프로 완성한 뒤태는 아우디가 울고 갈 정도로 긴장감이 높다. 자랑할 만한 장비도 여럿 눈에 띈다. 반경 3m 안에 들어서면 도어 앞바닥에 링컨 로고까지 띄우는 웰컴 라이트와 앞 엠블럼 안에 숨어 있는 전동식 카메라가 대표적이다. 견인장치가 기본이라는 사실도 내세울 만한 장점이다. 20인치나 되지만 차체가 워낙 커 존재감이 약하다 차체 크기도 키웠다. 그동안 MKC라는 동생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길이 93mm, 휠베이스 24mm를 늘였다. 그 결과 길이 4,830mm, 너비 1,935mm로 벤츠 GLE와 비슷해졌다. 아우디 Q5나 렉서스 RX보다는 한참 크다. 그런데 체감 크기는 실제를 웃돈다. 특히 바깥쪽에 붙은 램프 덕분에 차체가 굉장히 길고 넓어 보인다. 때문에 5인승이지만 7인승으로 보일 수도 있다. 반 체급 정도 작은 기아 쏘렌토도 7인승 옵션이 있으니 이런 오해가 무리는 아니다. 실내에는 여유가 넘친다. 머리 위와 무릎공간 모두 부족함이 없다. 리어 시트는 리클라이닝도 지원한다. 트렁크 역시 넉넉하다. 7인승만 한 5인승이니 당연한 이야기다. 이 정도 크기면 다소 휑한 느낌이 날 법도 한데, 짜임새가 예상보다 높다. 대시보드 위아래, 도어 트림 등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색을 바꿀 수 있는 간접조명도 심었다. 우아한 곡선이 돋보이는 실내. 단순해 보이지만 필요한 옵션은 빠짐없이 갖췄다 소재 선택도 탁월하다. 까끌까끌한 질감을 살린 나무(우드 패널)와 매끈하게 다듬은 알루미늄, 그리고 야들야들한 고급 가죽 등을 아낌없이 썼다. 심지어 대시보드를 덮은 우레탄의 표면도 섬세하게 다듬었다. 가죽과 우레탄 위를 촘촘하게 수놓은 스티치 장식은 이제 이 급에선 기본이다. 보기는 좋을지언정 사용은 불편했던 센터페시아의 터치식 버튼들은 일반적인 기계식 버튼으로 돌아왔다. 포드 코리아는 신형 MKX를 소개하며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인 레벨과의 첫 협업을 유독 강조했다. 물론 훌륭한 오디오 시스템인 것은 분명하다. 오디오에 문외한인 기자조차도 황홀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디오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오디오 외에도 MKX를 빛내주는 요소들이 적지 않기 때문. 가령 전동시트는 22방향으로 움직이는 고급형이다. 요추와 허벅지 받침 조절은 물론, 통풍과 마사지 기능까지도 지원한다. 옵션가 300만원이 넘는 BMW의 컴포트 시트보다 더 편하고 기능도 많다. 계기판의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다양한 안전장비도 MKX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360도 카메라, 어댑티브 헤드램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브레이크 오토홀드 등 기초적인 장비는 물론, 필요시 제동에도 개입하는 추돌방지 시스템과 차선 안쪽으로 차를 밀어넣는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도 갖춘다. 또한 뒷좌석에서는 사고시 면적을 넓혀 탑승자의 몸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하는 팽창식 벨트(Inflatable Belt)와 같은 흔치 않는 안전장비도 볼 수 있다. 성능, 효율, 정숙성 모두 아우른 에코부스트 엔진엔진은 V6 2.7L 에코부스트다. 이전보다 배기량을 1,032cc나 줄였지만, 터보차처를 달아 최고출력은 31마력(340마력), 최대토크는 14.3kg•m(53kg•m)나 늘렸다. 물론 복합연비는 7.6km/L로 이전 수준(7.7km/L)을 유지했다. 성능, 효율, 정숙성 모두를 만족하는 V6 2.7L 에코부스트 엔진 참고로 에코부스트는 포드가 성능과 효율 모두를 잡았다고 자랑하는 다운사이징 엔진 라인업의 이름으로, 3기통 1.0L부터 V6 3.5L까지 총 7개의 엔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렬 4기통 2.3L 버전은 현재 포드의 아이콘인 머스탱에 쓰이고, 내년 포드의 자존심인 포드 GT를 통해 선보일 2세대 V6 3.5L(550마력) 버전은 닛산 GT-R의 VR38DETT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V6 엔진의 자리에 올라서게 될 예정이다. 신형 MKX에 얹힌 V6 2.7L 버전은 굉장히 정숙하다. 진동과 소음 모두 흠잡을 곳이 없다. 디젤 엔진이 얌전해졌다지만 아직까지는 가솔린 엔진을 따라올 수 없다. 게다가 MKX는 이중차음유리를 달고 엔진룸 테두리에 고무 몰딩까지 둘렀다. 하지만 회전수를 올리면 꽤나 스포티한 소리를 낸다. ‘이게 대체 무슨 컨셉트인가?’라는 의문은 도로를 달려보면 풀린다. 저회전에서의 움직임은 나긋하지만, 고회전에서는 굉장히 자극적으로 변한다. 특히 최대토크를 뿜는 3,000rpm부터는 2톤이 넘는 무게가 무색할 만큼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넉넉한 공간과 리클라이닝 시트, 그리고 사고시 면적을 부풀려 인체를 보호하는 팽창식 벨트. 이 급에서 이만 한 패밀리카가 또 있을까? 변속기의 반응도 상당히 빠르다. 유압식임에도 불구하고 스티어링 휠에 달린 시프트패들에 곧바로 반응한다. 업 시프트는 물론 다운 시프트도 지체 없이 해치운다. 몸놀림 또한 안정적이다. 어느 정도 롤을 허용하지만, 댐퍼가 자세를 즉각적으로 다잡는다. 특히 리바운드 능력이 뛰어나 심리적인 안정감이 높고 승차감도 편하다. 무엇보다 무게중심 이동 과정이 솔직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스티어링 반응은 빠릿빠릿하다. 링컨 최초로 일정 회전을 넘기면 기어비가 변하는 어댑티브 스티어링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스포츠카만큼 날렵하진 않지만, 한 급 아래 모델을 타는 것처럼 운전이 쉽고 즐겁다. 물론 스티어링 휠의 무게도 바꿀 수 있다. 스포츠 변속 모드에서만 무겁게 설정할 수도 있다. 사실 MKX와 같이 덩치 큰 SUV일수록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의 세팅이 더 중요하다. 운동에너지가 큰 만큼, 안전과도 밀접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MKX의 사륜 구동 시스템은 험로가 아닌 빗길이나 눈길을 위해 존재한다. 때문에 지형관리 시스템은 제외됐다. 어차피 오프로드를 즐길 성격의 차도 아니긴 하다. 트렁크는 여유롭다 못해 광활하다. 뒤쪽에선 버튼으로 시트를 접을 수 있다 링컨의 도약을 이끌기에 충분한 상품성최근 포드와 링컨은 빠르게 변화해왔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캐치하고 이를 높은 완성도로 엮어내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 익스플로러가 국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바로 이들의 변화된 자세 덕분이다. MKX 역시 이런 노력으로 점철되어왔다. 이전 세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신형 MKX는 여느 동급 경쟁자와 비교해도 좋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가격대비 가치까지 생각하면 그 매력은 더욱 커진다. 디젤 엔진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다. 물론 MKX가 시장의 판도를 흔들 만한 모델은 아니다. SUV 시장 성장에 주목해 빠르게 라인업을 늘려왔지만 이미 중형 SUV 시장은 포화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설립 100주년을 앞둔 링컨이 한층 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한 도약의 발판으로서 MKX가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LINCOLN MKX 2.7 EcoBoost AWD보디형식, 승차정원 5도어 SUV, 5명길이×너비×높이 4830×1935×1690mm휠베이스 2848mm트레드 앞/뒤 1661/1656mm무게 2195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타이어 245/50 R20 한국 벤투스 S1 노블2엔진형식 V6 직분사 터보밸브구성 DOHC 24밸브배기량 2694cc최고출력 340마력/5750rpm최대토크 53.0kg•m/30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네바퀴굴림변속기 형식 6단 자동연비 7.6km/L(도심 6.6, 고속 9.3)에너지소비효율 5등급CO₂ 배출량 223g/km값 6,300만원글 류민 기자사진 민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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