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레스토모드의 반대, 레인지로버 벨라 2019-05-31
레스토모드의 반대레인지로버 벨라벨라는 2017년 미드 사이즈 SUV로 데뷔했다. 당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호평이 잇따랐다. 컨셉트카가 도로에 뛰쳐나온 것 같은 존재감은 뭇사람들에게 레인지로버의 미래 로드맵을 각인시켰다.레인지로버 최고의 디자인벨라의 디자인은 전통과 미래가 공존한다. 벨라는 2017년 등장해 랜드로버 라인업 가운데서 역사가 가장 짧다. 랜드로버는 몇 년 전부터 라인업을 세분화해 프리미엄 시장에 초점을 맞춘 레인지로버 계열을 만들었다. 작지만 고급스러운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성공을 거두자 벨라 프로젝트도 더욱 힘을 얻었다. 이렇게 해서 현재 이보크와 벨라, 레인지로버 스포츠, 레인지로버가 레인지로버 엠블럼을 달고 팔린다.레인지로버 중 가장 예쁜 벨라. 무채색인데도 존재감을 뿜어낸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태어난 벨라는 랜드로버의 DNA를 유지하면서도 공력적으로 그 어떤 랜드로버보다 뛰어난 보디라인을 지녔다. EV라 해도 어울릴만한 디자인에 이제는 희소한 수퍼차저를 장착한 레인지로버 벨라 P380 R-다이내믹은 마치 레스토모드(restomod)의 반대 개념 같다. 옛날 차체에 최신 기술을 담아내는 것이 레스토모드라면 이 차는 최신 기술을 옛 랜드로버의 특징으로 마무리했으니 말이다.최근 레인지로버 디자인은 여성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앙증맞은 미니나 비틀처럼 여성들이 직접 운전하고 싶어하는 차다. 게다가 보기에도 예쁘고 멋진 벨라를 여성이 몰면 더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비싼 가격 탓에 쉽게 접근하기는 힘들지만 잘생긴 외모와 훌륭한 서스펜션을 경험하면 꼭 갖고 싶다는 목표가 생긴다. 시승차는 무채색 도색에 검은 무광 휠이었는데도 주변 시선을 끌어 모았다. 역시 좋은 디자인은 컬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수입차를 탄다고 힐끔거리던 시절은 지났지만 사람의 눈은 역시 비슷한가보다.공도에서 만나는 모든 노면을 최고의 에어 서스펜션이 잘 걸러준다 실내 역시 예쁘다.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베이지 계열 가죽이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은 역시 이탈리아와 영국이 최고가 아닐까.디스커버리보다도 나아 보일 정도다. 벨라를 사게 되면 꼭 베이지 컬러의 가죽 옵션을 넣어야 할 것 같다. 시트는 통풍 기능이 들어가 엉덩이와 등받이 쪽에 구멍들이 송송 뚫려있지만 디자인 포인트를 넣어 고급스럽다. 나름 영국 차라고 유니언잭을 표현했는데, 미니 테일램프처럼 노골적으로 티내지는 않아 거슬리지는 않다. 군데군데 흰색 스티치를 넣어 베이지 컬러와 조화를 살렸다.뒷좌석 역시 고급스럽다. 알려진 것과 달리 레그룸이 좁지 않아 패밀리카로도 적합하다. 2열 시트 포지션은 높은 편이 아니라 SUV 특유의 껑충한 느낌은 없다.고속으로 달릴 때 탑승객들이 불안하지 않는 것도 시트 포지션이 어느 정도 차지한다고 본다. 2열 역시 노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충격을 댐퍼와 차체가 잘받아주어 장시간 차에 있어도 피로하지 않아 몸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강력한 V6 수퍼차저 엔진벨라에는 다양한 가솔린과 디젤 엔진이 있다. 시승차는 가솔린 모델 중 최상급 모델인 P380 R-다이내믹. V6 3.0L 엔진은 수퍼차저가 달려 자연흡기와 같은 반응성에 터보 레그 없이 쾌적하다. 아이들링 시에 약간의 진동은 있지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에코 모드에서도 날 선 강력한 배기음이 일품이다.기본형 벨라와 디자인은 같지만 사운드는 확실히 다르며, 꽤 거친 음색이 매력이다. 회전수를 상승시키면 스포츠카 느낌이 난다.최고 트림이라는 걸 확인할수 있는 유일한 레터링SUV 외모를 제외하면 이 차의 성향은 고급스러운 스포츠카에 가깝다. 6500rpm에서 최고출력 380마력을 발휘하며, 패들 시프터로 엔진 회전수를 레드존 부근까지 끌어올리는 재미가 상당하다. 일반 도로에서 ZF 변속기의 반응속도는 SUV 특성을 고려했을 때 준수하다. 최대토크는 4500rpm에서 뿜어져 나와 수동 조작 시 고회전으로 계속 운전하게 된다. 스포츠 모드로 오토 주행 때는 최대토크 부근을 유지해 고토크 디젤차 느낌도 난다.플러시 도어 캐치 채용으로 미래의 이미지를 담았다4기통 엔진이 기존 V6를 대체하게 되면서 V6 가솔린 엔진은 고가의 모델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가격 면에서 부담스럽지만 회전 질감은 직렬 4기통과 확연히 달라 빠져들게 된다. 더욱이 이 차는 수퍼차저가 달려있어서 점잖게 운전하기가 힘들다. 퍼포먼스와 재미, 가격의 밸런스를 잡아 SVA와 아직 공개되지 않은 SVR의 한 단계 아래 차를 만든 셈이다.사양만 보더라도 이 차를 선택하는 고객은 반골 기질이 다분하다. 과격하지는 않지만 기존 차에서 보기 힘든, 정직한 선으로 이루어진 외모와 랜드로버 상위 등급에만 존재하는 수퍼차저를 품었기 때문이다. 기존 엔트리 모델은 다소 아쉬운 서스펜션과 심심했던 성능으로 패셔니카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외모는 예쁘지만 어중간한 사이즈와 성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차는 다르다. 에어 댐퍼가 노면 충격을 잘 걸러주어 승객 모두를 편하게 해준다. 기본 세팅은 언더스티어 성향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차체의 균형을 유지한다. 코너에서 높은 속도로 스티어링을 무리하게 잡아 돌려도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경우가 없다. 어댑티브 다이내믹스(adaptive dynamics) 시스템이 운전자의 조향, 스로틀 개폐, 브레이크 페달 등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분석한 후 구동계와 전자식 댐퍼를 정교하게 제어하는 덕분이다.대시보드 레이아웃은 모든 메이커 인테리어 통틀어 최고의 디자인 2019년형에 탑재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은 거의 모든 속도에서 작동하지만 차선유지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아 손을 떼기는 어렵다. 직선 구간에서는 앞차를 잘 따라가 편하지만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에서는 브레이크 개입이 매끄럽지 않아 울컥거린다. 업데이트를 통해 매끄러운 제어가 요구된다. 제동성능은 기본기가 뛰어나 큰 덩치를 잘 멈춰 세운다. 게다가 시속 160km 미만에서는 사고가 예상될 경우 자동으로 차를 세운다. 상당히 강력한 사고 예방 기능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기능인만큼 운전자의 전방주시와 적절한 운전이 우선되어야 한다.다루기 쉬운 고성능 SUV이 차는 겉으로는 담백해 보인다. 테일게이트에 붙어있는 ‘P380’ 레터링을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최고출력 380마력에 달하는 차라는 게 티가 나지 않아 고귀한 신분을 감추는 것 같아 더욱 매력 있다. 차체와 휠, 그릴까지 모두 무채색으로 오묘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밤에는 또렷한 매트릭스 LED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폭발적인 가속을 할 때면 마치 먹이를 노리는 아마존의 검은 재규어 같다. 최고시속 250km는 어디까지나 안전을 위해 리미터가 작동하기 때문. 이속도까지 올라서는데 한 치도 망설임이 없다. 웬만한 고성능차를 발 아래에 두는 성능이다.후석 레그룸은 딱 미드 SUV 사이즈. 패밀리카로도 적합하다 수퍼차저 과급되는 V6 엔진은 어떤 상황에서도 강력한 토크를 제공한다. 그위력은 중고속 가속구간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고속도로에서 어지간한 차들은 고양이가 쥐를 갖고 노는 격이다. 이 정도면 ‘공도 사냥꾼’이라는 수식을 달아야할 것 같다. 보통 고성능 SUV가 달리는 모습은 멧돼지를 연상시키지만 이 차는 정글을 헤집고 다니는 재규어처럼 멋지고 편안하면서도 매서운 질주가 가능하다.승차감 덕분에 운전자가 느끼는 것보다 빠르면서도 체감 속도는 낮다. 운전은 쉬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재미를 잃지는 않았다. 여기에 수퍼차저 특유의 배기 사운드와 자연흡기와 같은 리니어한 회전 질감이 액셀러레이터를 더 깊게 누르게 만든다. 디스커버리보다 더 나은 가죽이 들어갔다 만듦새는 훌륭하나레인지로버의 대시보드 레이아웃은 모든 메이커 인테리어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물리 버튼을 대거 빼고 센터페시아에 듀얼 터치스크린을 장착해 정갈하다. 두 개의 디스플레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상단 내비게이션과 하단 미디어 및 공조기 제어다. 디자인만큼은 훌륭하나 문제는 터치 반응이 굼뜨다는 점이다. 시승차만의 문제였으면 좋겠다. 간헐적으로 인식률도 떨어진다. 하단 차량 화면에서 다이얼을 조작하면 드라이브 모드가 바뀌는데, 운전 중에 습관적으로 온도 설정 다이얼을 조작할 때 운행 모드가 바뀌어 곤혹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실내 온도를 누르고 다이얼을 조작해야 한다. 3일간 타면서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아 불편했다. 공조기 제어만큼은 전용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 미니멀리즘 컨셉과 디자인을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불편하다는 게 문제다. 스티어링 양쪽에 달린 버튼도 인식률이 좋은 편이 아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 정확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레인지로버 상위 트림에만 탑재되는 수퍼차저 엔진고성능 차로 주유소를 가는 게 귀찮다면고사양 가솔린 엔진에서 연비를 논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약 800km를 다양한 방식으로 달려보았는데도 연비가 7km/L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생각보다 좋은 연비다. 고속도로에서는 1차로 추월 차로에서 시속 160~180km 로 달리다가 바로 2차로로 복귀하는 걸 반복하는 가혹한 조건에서 L당 7km 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속도를 유지하니 곧바로 9km/L 대로 올라간다. 운전 상황에 따라 연비 낙차가 크지 않다는 점은 이 차의 장점이다. 공인 연비는 높지만 실제 달려보면 여기에 크게 못 미치는 경우를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벨라가 더더욱 믿음직스러워졌다.세상에는 잘 달리고, 잘 서는 차들은 많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선택은 갈리겠지만 고급스럽고 빠르면서 납득할만한 연비에 최대 5명까지 탈 수 있는, 누구나 인정하는 예쁜 디자인의 SUV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바로 벨라 P380 R-다이내믹이다. 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SUV, 독특함이 전부가 아니.. 2019-05-29
CITROEN C5 AIRCROSS SUV독특함이 전부가 아니다처음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잠깐의 어색함을 이겨낸다면 그 이후로는 이 차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이 차의 남다름은 단순히 차명에 그치지 않는다. 안팎에 그득한 시트로엥 고유 디테일은 패션 아이템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으며, 프랑스 차 특유의 차진 주행성능은 평범한 SUV들과 완벽히 선을 긋는다. 각자 남다름을 내세우는 수많은 SUV가 양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트로엥 뉴 C5 에어크로스 SUV는 남들과는 다른 독특함이 결코 틀린 게 아님을 증명한다.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아진 게 몸으로 와 닿지만, 마무리가 허술하게 느껴지는 점도 적진 않다. 프랑스 차답다.정말이지 심오한 생김새처음엔 잠깐의 일탈 정도로만 여겼다. 시트로엥은 2010년을 기점으로 디자인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를 거듭해 왔다. 만약 이런 시도가 단순히 한두 차례에 그쳤다면, 시트로엥 디자인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두 단어로 디자인을 쉽게 설명하는 게 불가능한 몇 안 되는 자동차 메이커다. 그렇다 보니 시트로엥의 디자인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과 노력을 모두 요구한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 역시 크게 갈리는 편이다. 뉴 C5 에어크로스 SUV도 매한가지다. 평범한 모습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 그나마 색상 조합이 평범해 보인다. 주를 이루는 외장 색상, 부를 이루는 검정 플라스틱이 다목적성을 충족시키는 보통 SUV의 모습을 따른다. 다만 남다름을 내세우는 시트로엥 차답게 눈에 띄는 디테일이 정말 많다. 먼저 전면부의 핵심인 크롬 라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롬 라인은 LED 주간주행등을 감싸고 있으며 시트로엥의 상징인 더블 쉐브론 엠블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정말 어렵게 생겼다.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전폭이 좁은 차는 아니지만, 크롬 라인을 일직선으로 더하면서 시각적으로 넓어 보인다. 유려하게 다듬은 사각형을 곳곳에 더한 점도 눈에 띈다. LED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하단부 포인트, 뒷유리와 트렁크 리드, 주유구, 머플러 팁 등에 이 디자인을 녹여 냈다. 그에 반해 전반적인 차체 형상은 볼륨감이 한껏 강조된 형태이다 보니 각진 디테일이 더욱 돋보인다. 최신 시트로엥임을 증명하는 에어 범퍼 역시 도어 하단부에 자리 잡고 있다. 앞 범퍼 하단부와 에어 범퍼, 루프랙에 더해진 포인트 컬러는 흰색과 빨강 두 가지로 나뉘며 디자인에 활력을 더한다. 현대 투싼과 크기가 대동소이하지만, 시각적으로는 한 체급 위인 싼타페에 버금가는 위용이다.범퍼 상당수를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한 건 이해하기 힘들다 사각형을 강조한 디테일이 실내 곳곳에 녹아 들었다 그러나 옥에 티가 있다. 리어 범퍼가 그렇다. 언뜻 봐서는 리어 범퍼 전체가 검정 플라스틱인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검정 플라스틱은 범퍼 테두리에만 할애했고, 상당수를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했다. 표면 처리 방식 차이에 따른 이질감이 크게 느껴진다. 선크림을 바른 직후 또는 화장이 들뜬 것 마냥 후면부에서 유독 이 부분만 눈에 들어온다. 유독, 이 디테일이 거슬리는 이유는 순정 사양이 아닌 어설픈 튜닝을 한 것처럼 보인다는 데 있다. 만약 앞 범퍼 하단부를 똑같이 마감했다면 통일성을 살릴 수 있다는 취지로 어느 정도 이해할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전면부에는 이런 디테일이 빠져 있다. 혼란스럽다.‘빛 좋은 개살구’실내는 눈으로 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쁘고 고급스러우며 무엇보다 화려하다. 소재도 적당히 조화를 이룬다. 확실히 동급 차종에서 볼 수 없는 섬세한 디테일이 실내 곳곳을 휘감는다. 그간 프랑스 차 실내는 늘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한 디자인과 구성을 통해 미니멀리즘과 실용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평범했고 무난했다. 실내는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이 공존한다특히 사용되는 소재는 전혀 고급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뉴 C5 에어크로스 SUV의 실내는 그런 과거 인식을 뒤바꾸기에 충분하다. 나파 가죽과 블랙 하이그로시, 크롬, 플라스틱 소재를 센스 있게 배치했다. 단, 마감 솜씨가 좋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의 마감 차이가 크다. 일부는 손이 베일 정도로 날카로운 곳도 있다. 이런 유별남마저 프랑스 차답지만.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다양한 테마를 통해 정보를 직관적으로 제공한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통상 같은 그룹 내 동일 사양에서 레이아웃과 그래픽이 동일한 경우가 많지만, 푸조와 시트로엥은 다르다. 푸조는 텍스트 기반 정보를 깔끔하게 보여주고, 시트로엥은 그래픽을 강조한다. 8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통해서는 오디오, 공조 장치,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등 다양한 기능이 제공되며, 수입차에서 중요한 한글화도 어색한 점이 없었다. 다만 터치스크린 반응이 살짝 늦다. 초기 스마트폰과 요즘 스마트폰 사이 정도의 반응 속도라 가끔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8인치 터치스크린은 반응이 살짝 느려 아쉽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에도 사각형이 두루 적용됐다. 스티어링 휠의 각스포크와 시트에 각인된 패턴, 에어 벤트, 보기 좋게 마무리된 센터 터널, 큼지막한 버튼 등은 철저히 사각형 디자인이다. 특이하거나 돋보이는 장점도 있다. 2가지를 꼽자면 우선 최고 트림인 2.0 샤인에는 주차 센서를 포함한 전후방 카메라가 달렸다. 시승차인 2.0 샤인에는 19인치 ARIT 휠이 장착된다 비록 화질은 아쉽지만, 기능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후방카메라 작동 시 물체가 가까워지자 탑뷰 기능을 바로 지원하는 게인상적이다. 그렇게 큰 차는 아니어도 이런 소소한 배려 덕분에 주차가 쉬웠다. 그리고 일반적인 SUV와 달리 뒷좌석 시트 배열이 3분할된 점도 눈에 띈다. 덕분에 실내 공간 활용성 역시 좋을 수밖에 없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80L이며, 2열 폴딩 시에는 1,630L까지 활용이 가능하다. 참고로, 현대 투싼은 기본 513L, 최대 1,530L이니 충분한 비교가 될 것이다.차량 크기 대비 넉넉한 적재 공간을 갖췄다시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있다. 시트로엥이 핵심 사양으로 내세우는 어드밴스드 컴포트 시트는 탄성과 압축성이 뛰어난 고밀도 폼을 시트 중앙 및표면에 적용해 노면으로부터 전달되는 진동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시트의 편안함에 대해 시트로엥은 ‘마치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대치가 높아지게 되는 건 당연지사. 실제로 경험해 보니 편한 건 맞다. 동급 차 시트에 비해서는 신경 쓴 티도 많이 나고 몸에 가해지는 부담도 적다. 그러나 특출 나고 빼어나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다. 화려한 시트 형상 대비 그리 뛰어난 편안한 수준은 아니다. 거실 소파에 대한 필자와 시트로엥의 생각이 조금은 다른가 보다. 또한 뒷좌석은 리클라이닝 각도가 거의 없다시피 해 불편함과 답답함이 크다.뒷좌석이 제법 서 있다. 성인 남성은 불편할 수 있겠다 편의사양 구성도 아쉽다. 가격을 생각했을 때 더 그렇다. 기본형(3,943만원)의 경우 편의장비가 빈약하다. 시승차는 나파 가죽 시트와 운전석 메모리 시트, 앞좌석 마사지 기능을 포함한 200만원 옵션이 추가로 달렸다. 결국 시승차는 가격이 4,934만원으로 5,000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조수석은 수동으로 일일이 돌려 조작해야 하고 여름용 통풍 시트나 겨울을 위한 뒷좌석 열선 시트는 아예 없다. 이는 사실 푸조와 시트로엥 전체의 문제이자 아쉬운 부분이다.빼어나게 잘 달린다국내에 출시된 뉴 C5 에어크로스 SUV의 파워트레인은 디젤 2가지다. 직렬 4기통 1.5L 터보와 4기통 2.0L 터보로, 변속기로는 아이신제 8단 자동변속기가 준비됐다. PSA에서 핵심 파워트레인이라 친숙하게 느껴진다. 제원상 성능은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로, 1.7톤의 힘을 다루기에는 충분한 힘이다. 아이신 자동변속기에 대해서는 무미건조하다는 평이 주를 이뤘지만, 시승차를 경험해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별도의 수동 모드가 달렸지만 자동 모드에서 반응이 빠르고 기민하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이라도 메이커의 세팅 기술과 매칭 역량에 따라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진다. 푸조와 시트로엥은 이런 면에서 특출한 메이커다.더 이상 부드러운 변속감이 전부가 아니다. 기민한 8단 아이신 자동변속기 이제는 친숙하게 느껴지는 2.0L 디젤 엔진. 충분한 힘을 갖췄다오래전부터 PSA의 디젤 엔진은 ‘존재감’이 뚜렷했다. 정지 상태에서 느껴지는 소음과 진동 때문이다. 간혹 화물차를 비교 상대로 언급할 때도 있다. 이 차 역시 그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동이 걸린 직후나 저속 주행 시에는 소음과 진동이 크다. 그러나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엔진 소리는 잦아들고, 타이어와 풍절음 등 각종 소음이 커져 자연스레 잊힌다. 엔진의 회전 질감이 워낙 매끄러워 고속 주행 시에는 엔진의 존재 자체를 느끼기 힘들 정도다. 전면 이중 유리 역시 소음 차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오랜 기간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활동하며 확보한 기술과 노하우도 무시할 수없다. 기술적으로 그리 특별히 돋보이거나 차별화가 없는 것 같은데도 정작 운전하며 느껴지는 주행성능 및 특색이 분명하고 매력적이라 충격을 받을 때가 많다.패들 시프트 사용이 가능하지만, 자동 모드에서 훨씬 기민하게 반응한다   C5 에어크로스 SUV의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빔으로 지극히 평범하다. 그런데도 시승하는 내내 서스펜션 구성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수없었다. 지상고가 꽤 껑충한 SUV임에도 약간의 휘청거림만 허용할 뿐 과격한 조작에도 어지간해서는 노면을 놓지 않는다. 일반 도로를 달릴 때도 충분히 즐겁지만, 주행 속도가 높아지거나 코너가 반복되는 곳을 달릴 때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SUV를 타면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프로그램이 바로 그 증거다.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이라는 신기술을 적용했는데, 눌리는 정도에 따라 감쇠력을 조절하는 방식이라 효과적으로 노면 진동을 흡수하면서도 핸들링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시트로엥에서는 ‘마법의 양탄자를 탄 듯한 편안한 승차감’이라고 표현한다. 다만 필자가 생각하는 마법의 양탄자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다.토션빔 리어 서스펜션이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하기에 그다지 유리한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노면 요철을 깔끔하게 처리한다. 또한 일부 프랑스 차의 노면을 일시적으로 놓는 듯한 현상도 느낄 수 없었다. 시트로엥의 남다른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자칫 잘못하면 주행 성능과 승차감 둘 다 잃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사이에서 기막히게 잘 조율해냈다.아낌없이 더한 주행 관련 사양이 차는 다양한 주행 관련 편의장비도 갖췄다. 능동형 차선이탈 방지, 사각지대 모니터링,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에 이르는 능동형 안전 사양은 물론 키리스 엔트리 및 스타트,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내리막길 주행 보조가 더해진 그립 컨트롤, 주차 보조 및 360° 비전, 운전자 휴식 및 주의 경고에 이르는 다양한 편의 사양을 전 트림에 기본으로 갖췄다. 개수로만 따져도 15가지에 달한다. 그 외 하위 트림인 1.5 디젤과의 사양 차이는 차선중앙유지 기능을 갖춘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 출발과 정지를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오토 하이빔 어시스트, 교통신호 인식 기능뿐이다. 정말 손색없는 구성이다.능동형 안전 사양의 작동은 원활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와의 거리를 섬세하게 조절하고 차선 중앙을 곧잘 유지한다.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미세한 조향을 거듭하기 때문에 매 순간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다만 가끔 우측으로 쏠려 주행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정확히 어떤 시점에서 해당 증상이 발견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는 운전 패턴에 따라 작동을 달리하는데,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줄 안다.능동형 안전 사양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낸다 좋지만 아쉽다뉴 C5 에어크로스 SUV는 다양한 매력을 갖춘 유명한 지역 특산품처럼 느껴졌다. 특색 있게 생겼고, 감성적으로 동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패키징에서도 돋보이는 부분이 있다. 파워트레인 궁합은 정말 훌륭하고, 빼어난 주행 성능은 이차가 프랑스 태생임을 짐작케 만든다. 그런데 문득 합당한 가격을 지녔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격이 조금 높다는 느낌이다. 비슷한 값으로 선택할 수 있는 SUV가 너무 많다. 시승하며 느꼈던 만족과 흥분을 잠시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뉴 C5 에어크로스 SUV는 전반적인 완성도는 높지만, 전 분야를 통틀어서 최고 수준의 완성도를 갖췄다고 보기엔 아직 무리가 있었다. 어디까지나 평균 이상이라는 것이지 최상은 아니란 소리다. 분명 좋은 차지만 그래서 아쉬웠다. 글 최하림(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최진호
BMW Z4, 굳이 실키 식스가 아니어도 좋아 2019-05-24
BMW Z4굳이 실키 식스가 아니어도 좋아풀체인지된 BMW Z4를 만났다. 클래스에 어울리지 않은 멋진 외관은 가히 충격적이다. 롱노즈 숏데크에 소프트톱을 얹은 모습은 모던 클래식 느낌도 난다. 새로운 CLAR 플랫폼은 기존보다 50kg 가벼우면서 높아진 강성으로 스포츠 주행을 극대화한다. BMW를 상징하는 존재라면 키드니 그릴과 더불어 직렬 6기통 엔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BMW 마니아에게 있어서 직렬 6기통은 성배와도 같다. 전설적인 M1에 탑재된 M88 엔진을 시작으로 직렬 6기통의 강력한 성능과 매끄러운 회전 질감은 스포츠 주행을 지향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B당’에 빠져들게 만들었다.이제 세월은 흘러 4기통 터보 엔진이 기존 6기통의 역할을 도맡게 되었고, 6기통은 고급 라인을 담당하고 있다. 처음에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BMW는 4기통 엔진 역시 잘 만든다. 역사적으로는 M88의 실린더 두 개를 제거한 4기통 S14 엔진을 E30 M3에 얹어 그룹A 레이스에서 명성을 날렸다. 물론 S14 엔진은 너무 오래전 엔진이라 이번에 시승한 Z4 20i의 B48 엔진과 직접적 연관은 없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BMW는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4기통 엔진을 만들어 왔다. 4기통 고성능 엔진에서도 BMW가 최고 마스터가 아닐 리 없다.공력에도 신경을 쓴 덕트. 검은 휠은 이 차에 잘 어울린다 기대와 불안 속에서 만난 신형 Z4극렬한 마니아층과 BMW 엠블럼만 원하는 라이트 고객 사이에는 큰 갭이 있다. 요즘 BMW에는 이 폭넓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개발진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과거 스포츠 성향의 모델이라면 딱딱한 서스펜션과 기민한 조향감이 특징이었고, BMW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오래전 독일에서 지인의 BMW를 탔을 때 적당히 단단하면서 타이어가 도로를 끈적하게 붙잡는 느낌을 받았다. 차가 마치 노면에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듯했다. 물론 독일의 노면 상태가 좋았던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좋지 않은 노면 때문에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미국 차의 출렁임보다야 낫지만 허리가 은근히 아팠다. 당시 BMW를 처음 접하는 이들은 서스펜션이 고장난 거 아니냐는 소리를 할 정도였다. 스포츠 세팅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신형 그릴의 패턴과 입체감은 보는 즉시 몰입하게 만든다 그런데 프리미엄 시장이 커지고 보다 다양한 시장에서 팔게 되면서 BMW의 서스펜션 세팅이 이전보다 물러졌다. 골수 마니아 중에는 놀람을 넘어 실망감을 내비치는 이도 적지 않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특징이 서로 희석되는 느낌이랄까. 마치 안드로이드와 iOS가 닮아가듯 말이다. 확실히 최근 BMW는 부드럽고 편해졌다. 공도에서 유유자적 탈 때 과연 BMW가 맞는지 혼동될 정도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달릴 때는 영락없이 BMW다. 후륜 기반 플랫폼 특유의 움직임은 여전하고, 엔진 회전수를 올리면 과거 아우토반에서 느꼈던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직 주행거리 20km에 불과한 신형 Z4를 만났다. 사실 이 차를 시승하기로 했을 때 앞서 이야기했던 사실들이 마음에 걸렸다. Z4라면 BMW를 대표하는 스포츠 모델로서 당연히 성능이 향상되었겠지만, 최근의 변화를 어떻게 수용했을지 불안했다. 시동을 걸기 전까지 신차에 대한 기대감과 막연한 불안감이 마음 속에서 격렬히 교차했다.휠베이스가 짧아진 신형 플랫폼지하 7층 주차장에 잠자고 있는 Z4의 외모는 역대 BMW 로드스터 중 Z8, 507 다음으로 잘생겼다. 구형이 뱀을 닮았다면 신형은 야무진 용의 얼굴이다. 레드 컬러의 외장이 상당히 튀지만 이 차와 잘 어울린다. 기자는 검은색 휠을 지독히 싫어한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의 휠이라도 스포크의 디테일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차와는 제법 조화를 이룬다. 시승차는 M 스포츠 패키지 모델로 최고출력이 197마력이다. 과하지 않은 출력은 가벼운 차체와 잘 맞아 운동성능이 좋다. 아울러 최상급 모델 40i보다 130kg 가벼워 거동이 경쾌할 뿐 아니라 대형 엔진 롱노즈 숏데크 특유의 프론트 헤비 성향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잘 만든 4기통 엔진이 6기통 부럽지 않은 이유다. 가벼운 차체와 효율이 좋은 엔진은 경량 로드스터 특유의 민첩성을 제공한다. 토요타와 공동 개발한 플랫폼(사실상 플랫폼과 엔진까지 토요타가 가져다 쓰는 것이다)는 단단하고 유연하여 롤 제어가 뛰어나다. 이전보다 커진 차체지만 휠베이스는 오히려 25mm 줄어 코너에서 몸놀림이 재빨라졌다. 여전히 운전자 중심의 실내. 역시 BMW답다 아울러 구형에서는 기대할 수 없던 넓은 트렁크 용량도 갖추게 되어 비교적 많은 짐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톱은 소프트톱 방식이다. Z3와 초대 Z4(E85)는 소프트톱이었지만 E89부터 접이식 하드톱으로 바뀌었다. 이 방식은 완벽한 쿠페 형태로 변신이 가능하고 방수나 방음, 공력 면에서 유리하다. 반면에 무게중심이 높아지고 무게가 늘어나며, 트렁크 공간을 많이 잡아먹는 단점이 있다. 기존 단점이 많이 개선된 요즘은 무게와 트렁크 확보에서 유리한 소프트톱이 좋은 선택이다. 기어 노브 주변은 메탈 느낌을 잘살렸다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들어간 대시보드 실루엣은 세련미가 넘친다. M 스포츠 스티어링은 손에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HUD가 기본 달리는데, 시인성이 뛰어나다. 고급 장비로 인식되는 HUD는 사실 시야를 분산시킬 필요가 없어 스포츠카에도 유용한 장비다.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은 반응이 빨라 운전 중에도 조작이 쉽다. 많은 차가 공조장치까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내장하는 추세지만 이 차는 버튼식으로 따로 빼놓았다. 운전하면서도 간단히 조작할 수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BMW답다. 공조장치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내장하는 게 추세지만 이 차는 버튼식으로 따로 빼서 조작이 매우 편하다 M 스포츠 스티어링의 림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시속 50km 미만으로 달리며 톱을 10초 만에 트렁크에 넣었다. 요즘처럼 따듯한 날씨에서 오픈 에어링을 즐기는 건 환상적인 일이다. 기본 상태로도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탈착식 디플렉터를 롤바 사이에 끼우면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이 확연히 줄어든다. 사랑스러운 아내나 여자 친구의 품위를 지켜주고 싶다면 미리미리 끼워둘 필요가 있다.세단처럼 편안함, 하지만 달릴 때는스포츠카에는 불편이라는 딱지가 꼭 따라붙는다. 그나마 독일 메이커는 스포츠카라도 비교적 덜 불편하게 만드는 편이다. 지상고가 비교적 높아 요철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승하차도 편하다. 원래 스포츠카는 낮은 무게중심과 공력 설계 때문에 편의성에서 제약이 많다. 답답한 그린 하우스와 단단한 서스펜션은 운전자의 어깨와 허리를 옥죈다. 스포츠 주행과 멋진 외관은 멋스럽고 매력적이지만 솔직히 편안함과는 동떨어진 게 사실이다. 시트의 용적은 충분하면서 스포츠 주행 시 몸을 잘 잡아준다. 승하차가 편한 것도 장점 하지만 Z4 로드스터는 불편함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롱노즈 숏데크의 전형을 담으면서도 극단적으로 길지 않은 후드는 돌출형 엠블럼 없이도 최전방을 가늠할수 있었다. 오래된 지하주차장의 협소한 공간에서 노즈가 긴 차를 감으로만 운전하다가 벽이나 블록에 긁을 위험이 있다. 그런데 이 차는 시트를 최대한 낮춰도 차체 끝단이 어디 있는지 눈과 몸의 감각으로 쉽게 확인이 되어 굳이 어라운드 뷰에 의존하지 않게 된다. 후방 시야도 좋다. FR은 그나마 미드십 보다 괜찮다고 하지만 후방 시야가 쾌적한 것은 아니다. Z4는 시트 포지션이 낮으면서도 뒤 펜더가 과도하게 부풀지 않아 후방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노면으로부터 그대로 올라오는 충격은 스포츠카의 전유물이었다. 롤과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운전자 조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려면 승차감은 다소 손해 볼 수밖에 없다. 고성능이면서 부드럽고 롤 제어가 뛰어난 차는 사실 드물다. 부드러움은 민첩성과 대척점을 이루는 만큼 메이커에게도 늘 둘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점을 찾는데 고심한다. 그나마 근래에 와서 저중심 설계 섀시와 서스펜션 기술 진화로 굳이 가변식 댐퍼를 쓰지 않더라도 부드러운 승차감과 스포츠 주행을 양립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상아색 가죽이 최고의 선택. 알맞은 클리너와 왁스만 잘 발라줘도 관리가 쉽다 이렇듯 전천후 성능을 담은 Z4에 대해 예전의 BMW가 아니라고 비판하는 골수 마니아도 있다. 하지만 최근 BMW를 타보면 이만큼 편한 걸 왜 이제 알았을까 탄식이 나오게 된다. 과거 날것 그대로의 매력도 나름대로 가치 있지만 그렇다고 BMW만의 DNA가 없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차는 여전히 BMW다. 옛날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노면의 질감, 진동, 소음이 그대로 유입되는 짜릿한 감각 때문일 터인데 그렇다고 그쪽이 더 빠른 것은 아니다. 속도감은 상대적이다. 고카트가 실제 속도보다 엄청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스포츠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접어두어도 좋다.마성의 후륜 로드스터예전 BMW가 정교하면서 날것 그대로를 표방했다면 지금은 부드러운 정교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승차감을 위해 주행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운전에 필요한 소음이나 진동을 적당히 유지하면서도 스포츠카로서의 흥분과 긴장감은 고스란히 담아냈다. 차체가 버텨줄까 하는 과격한 지점에서도 그 이상의 곡예운전이 가능할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비가 내려 적당히 젖은 노면에서는 손쉽게 뒤가 흐르는 연출도 가능했다. 과격하지 않은 출력은 정교하면서도 컨트롤에 전혀 부담이 없다. 요즘에는 전자 장비가 과도하게 개입해 차를 쉽게 날릴 수가 없는데, 이런 주행 질감을 오랜만에 맛보는 것이라 참 기쁜 일이다. 타면 탈수록 후륜 구동의 마성에 빠져들어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직렬 4기통 2.0L 터보 197마력은 스포츠카로 다소 빈약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타보면 전혀 부족함이 없다. N20을 대체하는 B48 엔진은 3기통과 4기통 그리고 가솔린과 디젤을 아우르는 최신 모듈러 유닛이다. 알루미늄 블록과 헤드, 직분사 시스템과 가변식 밸브 리프트(Valvetronic), 밸브 타이밍(VANOS)을 얹었고, 트윈스크롤 방식의 싱글 터보로 180마력 대부터 300마력 이상의 다양한 출력 영역을 커버한다. 197마력이라면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1.5t이 안되는 경량 차체, FR 레이아웃과 짧은 휠베이스는 이 차에 강렬한 달리기 성능을 제공한다. 짧은 휠베이스의 경량 차체는 엔진의 능력을 잘 끌어낸다 풀 디지털 클러스터를 채용했지만, 여전히 rpm 타코미터만 눈에 들어와 액셀 페달을 누르게 된다똑똑한 섀시와 심장은 시종일관 운전자에게 감동을 준다. 엔진은 지침이 없이 돌고, 섀시는 유연하고 복원력이 좋아 운전자에게 편안함을 준다. 고회전을 돌리면 직렬 4기통이라는 사실을 가끔 잊게 된다. 시속 220km까지 아주 쉽게 도달하는 데 놀랐다.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차체의 떨림이나 불필요한 진동이 없어 고속 크루징에서도 편하다. 제동 역시 흐트러짐 없고 즉각적이다. 끝까지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보지는 않았지만 시속 230km 이상까지 무리 없이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문득 서킷에서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킷 주행은 매우 가혹한 조건이기에 차의 한계를 금방 알아볼 수 있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Z4라면 안심이다. 대게의 BMW 고성능 모델이 그렇듯이 Z4 역시 서킷에서 더욱 신나게 달릴 것임에 틀림없다. 삶의 변화 주기가 필요하다면 알다시피 이 차는 2명만 탈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극복할 수 없는 단점일 것이다. 이것만큼은 독일의 정교한 설계로도, 최신 전자제어 기술로도 극복할수 없는 퓨어 스포츠카의 숙명이다. 만약 자동차 마니아를 자처한다면 2인승 후륜 로드스터를 한 번쯤은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물론 누가 굳이 추천해서가 아니라도 오픈 에어링이 가능한 고성능 로드스터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 Z4를 탄다면 하루하루가 삶의 선물일 것이다. BMW, 후륜, 로드스터 이 세 가지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6천만원대에 이 정도 감성과 성능을 지닌 차는, 단언컨대 존재하지 않는다. 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미국식 풍요로움에 대하여,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2019-05-17
미국식 풍요로움에 대하여하이브리드, EV 등 자동차 동력원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저배기량에 과급기를 달아 출력과 효율을 높인 엔진도 많아졌다. 하지만 주행 질감에서는 여전히 대배기량 다기통 엔진에 못 미친다. V8 자연흡기 엔진의 매력을 경험하게 되면 멋과 풍요로움이 있는 삶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깨닫게 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범인(凡人)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파문을 던지는, 바로 그런 존재다.현행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2013년에 출시되었다. 6년여 동안 연식변경으로 초기 모델의 단점이나 효율을 조금씩 다듬었다. 이번에 시승한 2019년형 에스컬레이드 플레티넘 트림은 18년형과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아울러 전동 사이드 스텝이 추가 되어 승하차도 편해졌다. 그릴은 기존보다 크롬이 추가되어서 그릴 사이사이 간격이 좁아진 덕분에 플래티넘이라는 트림명에 어울리는 웅장하고 단단한 용모를 갖췄다.그릴 사이사이 크롬이 추가되어 단단하면서 고급스럽다 에스컬레이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롱휠베이스 모델인 ESV(Escalade Stretch Vehicle)를 선호한다. 하지만 기자는 숏 보디의 균형미에 눈길이 간다. 만약 산다면 숏 보디를 선택할 것이다. 기본형 에스컬레이드 자체도 워낙 육중한데 ESV는 전장이 더 길어 흡사 미니버스 덩치와 맞먹는다. 검은색 ESV라면 거짓말 조금 보태 운구차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아직 ESV는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아 도로에서 보이는 ESV는 직수입 업체에서 가져온 것이다.여전한 미국식 마감의 아쉬움에스컬레이드 플레티넘의 실내 소재는 요즘 나오는 영국 메이커보다 오히려 나은 수준이다. 천장과 필러까지 감싸는 알칸타라, 최상급의 가죽, 우드그레인, 하이글로시, 메탈 감각의 버튼 등 많은 부분에서 고급차로서의 위상을 다지기 위해 공들인 게 티가 났다. 디자인도 흠잡을 데가 없다. 불만인 건 미국차 특유의 단차와 햅틱(haptic) 버튼의 조작감 정도다. 차라리 물리버튼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눈에 들어오는 대부분이 알칸타라, 가죽, 우드로 마감되어 있다 제일 거슬렸던 부분은 인테리어 단차와 투박한 고무 몰딩이다. 칼럼식 기어 디자인은 매우 훌륭하나 작동 질감은 고급스럽지 않다. 칼럼식 체인지 레버에 구리스를 발라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을 정도다. P에서 D로 내려가는 과정이 전혀 매끄럽지 않다. 3일간 시승하면서 한 번도 P에서 D로 단번에 움직인 적이 없고 아래에 있는 L1(로 기어)으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각이 둔한 사람이라면 L1인줄 모르고 액셀 페달을 밟으면서 “차가 왜 이렇게 안나가?”할 수도 있으니 클러스터에서 꼭 D인지 확인해야 한다. 롤스로이스나 메르세데스 벤츠 등 고급차에서 드문 방식이 아닌 칼럼식 시프트는 이게 엄청난 기술을 요하는 게 아닐 터. 그냥 미국식 러프함으로 받아들이면 될 거 같다. 에스컬레이드의 경우 오른쪽으로 많이 돌출되어서 센터페시아 터치 스크린을 만질 때 레버에 팔이 닿는다. 달리면서 레버를 움직일 정도는 아니지만 왠지 불안하다.남자의 가슴과 귀를 후벼 파는 박력의 V8OHV 방식의 V8 엔진은 현존하는 가장 안정적이고 탈 없는 엔진이 아닐 수 없다. 구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복잡한 장치가 들어가지 않아 엔진 블록을 작게 만들수 있고 가볍다. 아울러 엔진 상단에 캠샤프트 같은 장치가 없어 저중심 설계가 가능하다. 더욱이 에스컬레이드는 블록과 실린더 헤드 까지 모두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여 무게는 줄이고 내구성은 높였다.리어뷰 카메라 미러는 야간에 유용하지 않다. 저녁이 되면 꺼두게 된다 OHV 엔진은 전성기가 이미 지나간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 메이커 한정으로 꾸준한 개량을 거쳐 기술적으로 더 이상 건드릴 곳이 없을 만큼 완성된 엔진이기도 하다. 내연기관이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한 미국인의 OHV 엔진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이 방식은 고회전이 어렵고 부조로 인한 간헐적인 진동 문제도 있지만 예찬론자에게는 이 또한 매력이다.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의 OHV 엔진 특유의 불규칙한 진동을 선호하는 마니아들과 비슷한 이유다. 고회전이 힘들다지만 서킷에서의 실적도 화려하다. 나스카(NASCAR) 레이스용 V8 OHV 엔진은 10,000rpm에서 800마력이 넘는 출력을 뿜어낸다.에스컬레이드의 V8 엔진은 배기량 6.2L에 최신 기술을 더해 DOHC 엔진 못지않은 효율까지 손에 넣었다. 상황에 따라 밸브 타이밍을 바꾸고 직분사 시스템과 실린더 휴지 기능(Active Fuel Management)이 효율적인 연소를 돕는다. 넉넉한 토크로 저속에서만 강점이 있는 OHV는 이제 옛말이다. 아울러 우렁찬 배기음과 진동이 시동 걸 때마다 맹수를 깨우는 듯한 감각으로 심장을 뛰게 만든다.롤스로이스에도 사용된 하이드라매틱GM 산하에 있는 캐딜락은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고급 브랜드다. 미국 대통령 의전차라는 상징성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영감을 받은 테일 핀 디자인의 전성기는 미국식 풍요로움 그 자체였다. 지금의 미국 할아버지 세대는 2차 대전 이후~오일쇼크 이전 시대를 여전히 그리워한다. 자동 변속기는 이런 풍요로운 시대에 발전된 기술 중 하나였다.플레티넘 트림에는 전동식 사이드 스텝이 장착되어 승하차가 편하다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고출력, 고토크에 대응하는 다단 자동 변속기가 그리 흔치 않았다. 21세기 초반까지 롤스로이스-벤틀리같은 최고급차라도 3단, 4단 AT가 주류였다. 1955년부터 2002년 롤스로이스 코니시 5세대까지(BMW 엔진이 들어간 실버세라프는 ZF제 5단 AT로 바뀌었다) 근 반세기동안 롤스로이스-벤틀리에 자동 변속기를 공급한 회사가 바로 GM이었다(이후 2006년까지 벤틀리 아르나지에 공급). 이 하이드라매틱(hydramatic) 변속기는 미국식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하이드라매틱이라는 이름은 오늘날에도 계속 사용되고 있다.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GM제 하이드라매틱 10단 자동변속기가(10L80) 탑재 되었으니 꾸준한 개량으로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꽉 찬 자연흡기개봉역 1번 출구에서 정차되어 있는 에스컬레이드는 한눈에 띄었다. 엄청난 덩치, 각이 살아있는 보디라인, 정직한 선으로 그려진 그릴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익스테리어 캐릭터 라인은 기교가 없는 시원한 라인으로 마초 감각을 뿜어내고 있었다. 도어를 여니 덩치에 맞는 묵직함이 손끝으로 느껴진다. 껑충 높은 차체지만 자동으로 펴지는 전동식 사이드 스텝 덕분에 올라타기 힘들지 않다. 시트 포지션도 보기보다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기자의 몸에 맞게 시트를 세팅했다. 거구의 차체임에도 페달 높이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딱 맞는 운전 자세를 잡을 수 있다. 시동을 걸면서 OHV 특유의 진동을 예상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떨림은 없었다. 배기는 아주 밀도 있는 꽉 찬 사운드를 뿜어냈다. 독일산 V8과는 중저음 톤이 비슷하나 에스컬레이드 쪽이 자연스러운 날것 그대로의 사운드다. 여기에 수퍼차저나 터보차저를 달게 되면 배기통로가 막히면서 소리가 달라진다. 자연흡기 사운드를 선호하는 기자로서는 에스컬레이드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실내에 들어간 소재는 웬만한 영국 메이커보다 나은 수준이다온로드에서 빛나는복잡한 서울 도심을 관통해 적막한 국도에 올랐다.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노면에서도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agnetic ride control)은 제 기능을 했다. 오일에 섞인 자성물질과 전자석을 활용해 댐핑 특성을 실시간 조절하는 기술이다. 1/1000 초 단위로 반응하여 최적의 드라이빙을 선사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름만 다를 뿐 페라리, 아우디의 댐퍼도 비슷한 원리다. 움푹 파인 맨홀과 적당히 솟은 요철을 넘어가는데 아무리 예민한 사람이어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모노코크인지 프레임 보디인지 알아채기가 힘들다. 공도에서는 아주 훌륭한 댐퍼다. 다만 시골 골목에서 불법 설치된 요철을 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경우 프레임 보디라는 걸 체감할 수 있다. 덩치에 맞는 22인치 휠. 플레티넘 트림은 휠사이사이 크롬이 입혀져 고급스럽다 지상고가 높은 차로 착각해서 비포장길을 마구 달리면 프런트 립과 범퍼가 훼손될 수 있다. 풀사이즈 SUV치고 전면은 지상고가 그리 높지 않다. 후륜구동 기반의 구동계에 프레임 보디라 해서 오프로더인 것은 아니다. 특히나 휠베이스가 긴 ESV라면 더더욱 오프로드 주행을 추천하지 않는다. 사실 에스컬레이드는 온로드에 있을 때 가장 빛나는 차다.의외의 연비이 차의 공인 연비는 6.8km/L. 국내 기준으로는 사악한 연비지만 미국산 풀사이즈 SUV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덩치와 무게, 막강한 제원, 가격을 고려했을 때충분히 납득할만한 수준이다. 출-퇴근 시간대 강변북로는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다. 강변 북로를 1시간 타면서 5km/L의 연비가 나왔다. 주행보조 장치를 키지 않고 얻은 수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키고도 비슷한 수치였다. 차들이 뜸해지는 밤 11시에 고속도로에 올랐다. 보통 시승을 하면 일상적으로 차의 한계치를 실험해 본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는 딱 2번 정도 풀 스로틀 했을 뿐이후에는 하지 않았다. 기름이 아까워서도 차가 불안해서도 아니다. 120km 미만 항속에서도 충분히 운전이 즐겁기 때문이다. “OHV 특성상 저속에서 큰 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고속은 재미가 없어. 고속은 독일산 DOHC가 최고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에스컬레이드는 회전 상승이 빠를 뿐 아니라 고속에도 매우 안정적이다. 기술의 발전은 OHV마저도 이 수준으로 진화시켰다.이 각도에서 봤을때가 가장 멋지다. 마치 살아있는 로봇 같다후륜 구동에 크루즈 컨트롤로 속도를 120km에 고정했다. 이 상태로 180km 가량 달리니 9km/L의 연비가 나온다. 도심지에서는 자비 없는 덩치에서 오는 불편함, 극악의 연비가 발목을 잡지만 이곳에서는 더 이상 쾌적할 수가 없다. 도심이 아닌, 한적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에스컬레이드의 매력이 배가될 것 같다. 아울러 정속 상황에서는 중간중간 실린더 4개의 연료공급을 끊어 연료 소모를 줄인다. 미국 메이커들은 대배기량 엔진의 연료소모를 줄이기 위해 가변 실린더 기술을 비교적 일찍 도입했다. 하이드라매틱 10단 자동변속기는 각 단마다 록업 클러치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예전에는 일부 기어에서만 록업 클러치가 걸리거나 운전자의 발재간으로 해결해야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이제는 똑똑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연료 소비를 줄인다. 토크 컨버터의 직결감도 흠잡을 데 없다.어딜 가도 시선 집중정체되어 있는 도로에 올랐다. 전폭이 넓어서 백미러를 볼 때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도로가 좁은 구도심의 경우 차선을 밟는 경우가 많아 몸이 절로 긴장된다. 이런 큰 차는 감으로 운전하는 것이 아닌 동공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작은 차를 유유자적 편하게 타던 입장에서 보면 에스컬레이드의 큰 덩치는 분명 핸디캡이다. 그런데 영등포역 앞에서 신호에 걸려 정차하고 있으니 많은 인파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일제히 에스컬레이드에 집중한다. 옆 차선에 있는 택시나 버스의 창문을 열고 차가 크고 너무 멋지다면서 칭찬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자의 착각일 수 있겠지만 고급 스포츠카를 탈 때는 양보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에스컬레이드에게는 양보를 잘 해주는 듯했다. 도로에서의 존재감은 단연 으뜸이다.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척이나 흐뭇할 일이다. 획일화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개성을 드러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모듈러 엔진과 공통 플랫폼으로 개성적인 자동차는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에스컬레이드는 남다른 개성으로 가득하다. 한때 자동차 시장의 주류였던 OHV는 효율 등의 문제로 이제 희소한 엔진이 되어버렸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꾸준한 개량을 통해 과거의 문제들을 지워나가고 있다. 이제는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많은 팬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V 시대가 되고, 법적으로 내연기관이 금지되지 않는 한 OHV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 아울러 이런 멋진 심장을 품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한번 경험해 보면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존재임을 누구라도 깨닫게 될 것이다. 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미니 JCW 컨버터블의 봄 2019-05-16
미니 JCW 컨버터블의 봄귀여운 외모에 반전의 성능까지 갖춘 JCW(john cooper works). 여기에 오픈 에어링까지 더했다. 공도에서의 재미만큼은 따라올 차가 드물다. 미니 JCW 컨버터블은 결코 패션카가 아니었다. 초대 맥북에어와 같았던 미니약 10년 전 대학생 시절 2세대(R56) 미니 S를 잠깐 운용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좋은 추억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철딱서니 없던 때라 남들의 이목을 늘 신경 썼던 대학시절. 미니 S는 나에게 소중한 재미를 안겨줬다. 경쾌한 운동성능은 물론이고 어딜 가도 시선집중이었다. 당시 여성들이 이차를 보면 그렇게 좋아했었다. 그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귀여운 외모에 고카트 같은 승차감의 반전은 동승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지금도 10년 전 기억 중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08년 출시되었을 당시 맥북에어를 들고 다니면 주목받았던 것처럼 미니 역시 어딜 가도 주변 시선을 끄는 존재였다.개방되었을 때 정말 아름답다 호불호의 무거운 조향감과 고질병BMW 그룹에 들어간 미니는 신형 1세대(R50)에 BMW의 기술을 투입했다는 기대감에 출시 당시 호평을 받았었다. 그러나 귀여운 외모와 달리 서스펜션이 의외로 단단하다는 반전이 있었다. 아울러 묵직한 조향감은 여성 오너들의 불편을 자아냈다. 결국 중고차로 내놓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그래서 낮은 마일리지의 민트급 매물들이 쏟아지는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기자처럼 미니의 성격을 아는 사람은 고카트 승차감을 사랑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그저 딱딱한 차체와 무거운 스티어링을 갖춘 애물단지에 불과했을 것이다. 심하게는 미니를 ‘예쁜 쓰레기’라 칭하는 사람도 여럿 봤다. 직물루프에 유니온잭을 담았다 성능은 신형이 당연히 좋겠지만 운전의 즐거움과 질감은 날것 그대로의 1세대(R53)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디자인은 여전히 멋지다. 특히 1세대 미니 S는 요즘 미니에서 볼 수 없는 수퍼차저가 달려 배기음이 독특했다. 몇 가지 고질병은 있지만 특히 1세대 미니 JCW(john cooper works 이하 JCW) 수동 모델은 꼭 손에 넣고 싶은 차다. 범퍼 하단 안개등이 삭제되어 헤드램프가 더 또렷해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가져왔다 2세대 미니(R56)는 1세대 대비 스티어링이 약간 가벼워졌지만 그래도 묵직한 편이다. 스포츠 주행에는 딱 알맞은 스티어링이다. 서스펜션은 약간 말랑해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딱딱한 편이다. 미니 S는 당시 고속도로에서는 6기통, 8기통 국산 차들을 앞질렀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났다. 여기에 미니 특유의 쫀득한 조향감이 질주 본능을 부채질했었다. 아무리 빠른 수퍼카라도 왕복 6차선 공도에서는 차선을 휘젓기에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미니의 짧은 휠베이스는 장점이 되었다. 컴팩트한 차체는 주차도 아주 편했다. 미니는 장단점이 무척이나 분명한 차다. 2세대 부분 변경을 2.5세대라고도 불리는데 고질병이 개선된 연식을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2.5세대에서 12년 5월 이후 생산된 미니는 고압연료 펌프, 써모스탯 개선품 적용으로 내구성이 나아졌다.곳곳에 JCW 레터링이 들어갔다 벚꽃 에디션3세대(F56) 미니가 시장에 나온 것은 2014년. 해치백 버전의 최초 런칭이 2013년이니 벌써 5년 전 일이다. 이 차의 디자인을 좋아하진 않지만 JCW 컨버터블만은 예외다. 전면 하단 안개등이 삭제되어 동그란 헤드램프가 더 눈에 들어와 앙증맞다. 나름 미니 최고의 고성능 모델답게 진짜 에어 인테이크가 보인다. 후방 머플러는 포르쉐 911 GT3처럼 가운데에 위치한다. 3세대 기본형보다는 분명 나아진 외관이지만 애석하게도 10년 전 미니 S를 탔을 때와는 다르게 그다지 시선을 끌지 못한다. 심지어 JCW 컨버터블인데도 말이다. 이제는 다들 미니 디자인에 익숙해진 것일까? 신형 아이폰과 비슷한 신세가 된 것 같아 서글프다.플라스틱 주유 커버지만 메탈 느낌을 잘 살렸다 벚꽃 만개한 날 여의도에 갔다. 따뜻해진 날씨에 소프트톱을 열었다. 벚꽃 축제가 한창이라 서울의 연인들은 모두 여의도에 온 것 같았다. 그동안 미세먼지에 갇혀 제대로 된 하늘을 보지 못했었는데, 이날만큼은 하늘이 유독 푸르렀다. 벚꽃과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KBS 홀 앞을 유유자적 JCW 컨버터블의 배기사운드를 듣기 위해 스포츠 모드로 통과하는데 예상치 못한 순간의 바람에 벚꽃 잎이 우수수 떨어져 실내와 전면 유리를 가득 채웠다. 그 순간 일제히 사람들의 시선이 기자 쪽으로 향했다. 오픈 에어링에 벚꽃을 맞는 그 순간을 사람들은 부러워했던 것일까. 녹색을 입은 차체와 벚꽃, 파란색 하늘의 조화가 멋졌는지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과거 영국의 만행을 생각했을 때 유니온잭을 그대로 옮겨놓은 테일램프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JCW의 전투력과 식성서울을 떠나 한달음에 국도로 달려갔다. 미니에게는 고속도로 보다 국도가더 재밌기 때문이다. 특히 한산한 도로에서는 무조건 스포츠 모드다. JCW 컨버터블은 그린, 미드, 스포츠 3가지 주행 모드가 있다. 공도에서의 스포츠 주행 때는 정말 한 성깔 한다. 고저차가 심한 코너도 액셀러레이터만으로 탈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 더 높은 속도도 충분히 공략이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을 계속 안겨준다. 반면 공도에서는 한계 예측이 안 되어서 더 위험한 차다.스포츠 모드라고해서 만능은 아니다. 높은 안정감과 뛰어난 롤 제어는 반대로 운전자의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초보운전자에게 쉽게 추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뛰어난 기량의 운전이라면 이보다 더 재밌는 차가 있을까 싶다. 문뜩 수동변속기의 아쉬움이 계속 스친다. 지금보다 더 극적인 운전은 수동변속기가 달린 JCW가 필요하다.묵직한 조향감은 스포츠 주행에서는 알맞다 아날로그 클러스터, 토글스위치는 미니의 시그니처 여태까지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된 수동변속기 미니는 없다. BMW 코리아에서 수동 모델 수입을 재고했으면 좋겠다. 물론 수익 보장이 없으니 그런 수고로움을 감수할 리가 없다. 그래도 오랜 미니 마니아들을 위해 JCW 수동을 몇 대만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동변속기만이 가능한 직결감과 쾌감은 자동 변속기로는 불가능하다.수동변속기가 달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차는 가장 강력한 미니 컨버터블로 시속 190km까지는 무리 없이 도달하지만그 이상은 더디게 올라간다. 시속 200km 이상 쏘는 차는 아니다. 중저속에서 충분히 재밌기 때문에 큰 핸디캡은 아니다. 기름이 꽉 차있을 때 주행 가능 거리가 500km 이상 찍히지만 스포츠 모드로 250km를 달리니 금색 연료 부족이라고 뜬다. 단 하나의 주행 모드를 선택하려면 스포츠 모드지만 식성 탓에 지갑이 얇아질 수 있다. 대신 에코 주행이 가능한 그린 모드에서는 메이커가 표기한 공인 연비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알칸타라 소재의 시트는 스포츠 주행에서 몸을 잘 잡아준다편의장비의 부재미니는 편의 장비가 거의 없다. 그걸 염두에 두는 사람은 이 차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몇몇 사람들은 5,000만원이 훌쩍 넘는 차에 카플레이가 없다며 구매가 꺼려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 차는 펀카이자 스포츠카다. 편의 장비가 주는 안락함보다 운전이라는 본질에서 주는 쾌감이 훨씬 중요하다. 쓸데없이 무게를 늘리는 장비들은 JCW 컨버터블에게 사치일 뿐이다. 오히려 JCW가 주는 의미만 퇴색될 뿐. 아직도 아날로그 클러스터, 토글스위치, 딱딱한 승차감, 여전히 두께감 있는 스티어링 림과 묵직함을 주는 미니의 고집이 너무 좋다. 편의 장비가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선택지가 많다. 그런 건 대중차에서 이미 널렸으니까. 자동차의 개성을 드러내기 힘든 요즘 같은 시대에, 미니가 주는 감성은 무채색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에 색을 입힌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미니의 정통과 아날로그적 멋을 잃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악마의 유혹, NEW 3시리즈 BMW 330i xDri.. 2019-05-15
악마의 유혹, NEW 3 SERIES BMW 330i xDrive LuxuryLine첫 느낌이 중요하다. 전면부의 풀 LED 헤드램프는 운전자를 반기는 듯한 강렬한 인상이다. 뒤태는 정중앙의 브랜드 로고를 중심으로 슬림한 라인이 양쪽으로 퍼지며 꼬리가 살짝 올라간 귀여운 모습. 운전석에 앉으면 연인의 품에 안기듯 나를 감싸고, 기어노브는 한 손에 쏙 들어온다. 악마의 유혹에 빠져들기 시작했다.세상 모든 소리를 감싸다스타트 버튼을 누르니 아주 미세한 진동만 느낄 뿐 소음은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들리지 않았다. 센터페시아 유닛의 화면이 켜짐과 함께 달릴 준비가 됐음을 알린다. 안전벨트를 고정하니 미세하게 조정된다. 성인과 아이 등 탑승자마다 다른 체격에 최적화된 조임으로 답답함 없이 편하게 운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뉴3시리즈를 탔던 그 첫 느낌은 디자인에 문외한인 기자도 외관의 ‘정밀함’과 실내의 ‘시적임’을 느끼는 데 그다지 큰 무리가 없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속도를 점점 높이니 속도에 상관없이 안정성을 유지하며 질주한다.운전자를 사로잡는 내부 포커스BMW에서 수차례 이야기했던 운전자 중심 인테리어는 확실하게 뉴3시리즈와 내가 한 몸이 된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전장 4,709mm, 전폭 1,827mm, 전고 1,435mm의 시원한 외모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이중 접합 유리를 사용한 윈드 스크린은 외부 소음을 차단해 운전에 집중하게 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환한 대낮에도 뚜렷했고 시야를 방해하지 않았다.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오른쪽 부분은 미세하게 기울여 운전자를 감싸는 느낌이다. 터치식으로 바뀐 센터페시아는 디자인 측면에서 깔끔했다.BMW 뉴3시리즈는 운전석부터 보조석까지 세련된 라인으로 이어졌다 내비게이션은 대시보드 중앙의 10.3인치 모니터에 표시되지만 계기판 모니터 중앙에도 간단하게 라인만으로 표시돼 굳이 고개를 돌릴 필요가 없다. 중앙 모니터 베젤의 왼쪽 끝부분은 약간 곡면으로 처리해 계기판과 부드럽게 연결시켰다. 그밖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음성인식을 통해 대부분 기능을 작동할 수 있었다. 터치감도 좋고, 사운드 시스템도 잡음 없이 깨끗하게 들려 나무랄 데 없다.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확인했다.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의 전체 노선이 지도상에 녹색으로 표시되고 그 바탕에 현재 운전자의 위치가 더해진다.프론트범퍼는 날렵한 형태를 띈다처음에는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어디로 가야할지 헷갈리기 쉬웠다. 실제 이번 시승에 사용된 50여 ㎞ 코스는 초행길이어서 내비게이션을 100% 의지했는데, 길을 잘못 드는 실수를 세 번이나 경험했다. 스티어링 칼럼 오른쪽에 있던 엔진 스타트/스톱 버튼은 기어노브 쪽으로 자리를 옮겨 i드라이브 컨트롤러와 옆에 자리했다. 시동과 변속, 출발 그리고 다시 시동을 끌 때까지의 기본적인 동작을 오른손 하나로 손쉽게 해결할 수있도록 한데 모았다. 신형 기어노브는 길이가 확 줄어들고 변속 조작에 묵직함이 느껴졌다.‘3시리즈’ 이름의 새로워진 7세대로 안착승차감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노면이 깔끔하지 못한 길을 지나는데도 큰 흔들림 없이 안전성을 유지했다. 평균 시속 100~120km를 유지하면서 커브를 돌 때도 운전자 쏠림 현상이 없이 직선 주행을 하듯 방향전환이 가능했다.반자율주행은 기본에 충실했다. 먼저 차선유지보조시스템을 확인하기 위해 방향지시등 없이 차로의 중앙을 벗어나 차선을 밟으니 즉각 스티어링 휠이 짧고 강하게 진동하면서 운전자에게 무언의 압력을 준다. 하지만 곧바로 방향지시등이 없이 다시 한 번 차선을 밟았을 때는 첫 시도에서 보여줬던 진동이 없었다. 실수가 아닌 운전자의 의도된 조작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인 듯하다. 주위에 자전거나 사람이 일정 거리 이상 가까이 지날 때는 곧바로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또 하나 인상적인 것이 후진 어시스턴트였다. 전진했던 길의 최근 스티어링 조작을 기억했다가 그대로 후진하는 기술이다. 아쉬운 건 적용 거리가 50m 뿐이라 너무 짧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너무 길면 사고의 가능성이 높겠다는 생각이 드니 사람의 마음이란 참 미묘하다. 익숙해지기까지는 조마조마해서 운전대를 놓기도 쉽지 않았다.균형잡히고 안정적인 외관은 주행 성격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찬란한 옥석에 묻은 작은 티BMW 3시리즈라면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자 프리미엄 컴팩트 시장의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다. 다른 어떤 차종보다도 BMW 이름을 빛내왔으며, 많은 공을 들여 개발했을 핵심 모델이더. 그런데 이런 멋진 작품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본 사람이라면 열에 아홉은 룸미러라고 답하지 않았을까? 한눈에 봐서도 너무 어두웠다. 처음에는 ‘시동을 켜면 밝아지려나. 신기한데?’라는 생각으로 시동을 켜고 나갈 준비를 했는데, 마음만 앞섰다.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지 룸미러 둘레나 뒷부분에서 그리고 스티어링 휠에서 밝기 조절 버튼을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안타깝다. BMW 로고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퍼진 리어램프의 꺽인 형태에서 힘이 느껴진다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얼핏 보기에 조금은 답답했다. 신형 3시리즈는 휠베이스 2,851mm로 구형 6세대(F30)에 비해 4cm 가량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좌석이 그리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유는 외부에 있었다. 세단 시장은 오래 전부터 SUV와 그 밖의 크로스오버 차종에게 지속적으로 시장을 빼앗겨왔다. 보다 높은 지붕, 넓은 실내공간에 익숙해진 고객의 눈에 세단의 실내는 점점 옹색해 보일 수밖에 없다. BMW 내부적으로 보아도 3시리즈 GT 휠베이스가 2,920mm나 되어 신형 3시리즈보다 11cm가 길다. 성인 3명이 탈 수있는 공간이라고 하는데, 사람 체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좌우 간격은 몰라도 앞뒤 간격이 조금 힘들어 보인다. 뒷좌석에 정자세로 앉아보니, 무릎 사이로 주먹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나왔다. 시승 중에 촉촉한 봄비가 3시리즈를 반겼다. 몇몇 사소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과 탁월한 가동력은 충분히 매력을 느낄만하고, 소유욕이 강하게 느껴졌다. 짧지만 스릴 넘쳤던 7세대 3시리즈와의 시간은 이 차가 왜시장의 리더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제 드라이빙 마니아들의 선택이 남았을 뿐이다.김누리, BMW 본사 디자인팀.3시리즈 인테리어 디자인 총괄 1984년생.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졸업. 독일 포르츠하임 대학원 운송기기 디자인학과 졸업. 2012년 BMW 본사 입사. 2014년부터 7세대 3시리즈 디자인 개발 시작.7세대 3시리즈 총괄 디자이너로 뽑힌 이유는.핵심은 ‘BMW의 DNA’를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을 발전시켜나간 게 유효했다. 제시한 디자인이 BMW의 처지에서 봤을 때 미래지향적이면서 앞으로의 BMW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선택됐다고 생각한다.7세대 3시리즈 디자인의 핵심을 요약한다면.한마디로 ‘정밀함과 시적임’인데 약간 추상적이기는 하다.정밀함이라는 건 보이는 것처럼 외부의 BMW 고유 캐릭터 라인이 굉장히 샤프하게 들어간 것을 볼 수 있고, 인테리어에서는 디테일 파트가 잘 디자인됐다. 큰 부분에서 심플한 볼륨, 조각처럼 샤프한 라인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두 가지 상반된 디자인 감각이 하나의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끌어냈다. 이번 3시리즈 인테리어 디자인팀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자 첫 아시아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인테리어팀은 다른 여러 부서와 끊임없이 협업해야 하는 팀으로 소통이 중요하다.센터페시아 디자인에서 크게 변화된 점이 있다면.여러 가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을 하나의 아일랜드로, 기능적 유닛으로 만들면서 버튼식 스위치를 터치식으로 바꾸었다.인터그레이션이라고 해서 표면에 묻혀 있는 듯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따로 떨어져 복잡해 보이지 않고, 하나의 면으로 보이는 듯한 느낌을 주려 노력했다. 내비게이션이나 계기판의 높이는 시각적으로 같은 높이로 배치했다. 중요한 건 이 차를 운전하는 고객에게 편한 방향으로 진화해 나간다는 사실이다. 스크린을 대시보드에 빌트인하면서 슬림해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살렸다.6세대와 7세대의 특징적인 차이는.3시리즈는 BMW의 직계라인으로 샤프한 라인 밑에 언더컷이 들어가는 게 BMW의 캐릭터다. 하지만 7세대 디자인에서는 언더컷이 없다. 전통적인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6세대와 7세대 모두 트윈 키드니 그릴이 있만, 전작은 크롬 그릴에서 떨어져서 구성됐고, 7세대는 크롬에 붙어서 연결된 형태다. 6세대는 헤드램프가 닫힌 모습이라면, 7세대는 이걸 바탕으로 라운드 형태로 디자인을 끌어냈다.실내 디자인의 구체적인 특징을 몇 가지 들어 달라.운전석에서 봤을 때, 양쪽에서 스티어링 휠 뒤쪽 계기판 부분으로 말린 모양은 인테리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콘 오브 비전(cone of vision)을 보여준다. 콘 오브 비전은 운전자 중심을 강조하는 디자인 형상으로, BMW의 다른 차종은 평평한 형태이지만 3시리즈만이 유일하게 운전자를 향해 경사져 있다. 7세대 3시리즈는 모든 디테일이 새로 디자인됐다. 공조기, 에어벤트가 따로, 컨트롤 버튼, 오디오 버튼 등 분리돼 있던 스위치는 하나의 유닛 안에 구성돼 조작성과 시인성이 개선되었고, 오디오 버튼도 하나의 아일랜드로 구성했다. 콘솔에서도 기어노브, i드라이브 컨트롤러와 스타트 버튼이 내려와 하나의 기능적인 아일랜드를 만든다. 이처럼 새로운 디자인은 유닛의 디테일 파트가 모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간결하고 통일된 디자인을 보여준다.글·사진 김영명 기자
800마력 후륜 페라리로 경험한 웨트 트랙 2019-05-14
800마력 후륜 페라리로 경험한 웨트 트랙V12형 자연흡기 6496cc 800마력 후륜의 향락(享樂)V12 페라리가 갖는 의미페라리를 상징하는 엔진은 당연히 자연흡기 12기통 엔진이다. 스페셜 모델 중에는 288GTO, F40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념비적 모델이 12기통이다. 현재의 엔트리급 페라리의 전신인 디노 206(dino 206)은 V6 엔진이라는 이유만으로 페라리가 만들었음에도 페라리 엠블럼을 달지 못했다. 엔초 페라리의 아들인 디노(알프레도 페라리)는 사망하기 1년 전 아버지 엔초에게 V6 1.5L 엔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결국 디노의 영감과 헝가리 출신 엔지니어 비토리오 야노의 주도로 페라리 V6 엔진이 완성될 수 있었다. 디노 사망 후 10년이 지나 1966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그의 염원처럼 V6 엔진을 미드십에 얹은 스포츠카 디노 206이 등장하였다. 극진하게 아꼈던 아들의 염원이 담긴 차였음에도 페라리 엠블럼은 달지 못했다. 나중에 WRC의 전설이 된 란치아 스트라토스에 탑재되어 1974년~81년 사이 18번의 승리를 차지했을 정도로 뛰어난 심장이었음에도 말이다.후륜 조향 지원으로 큰 차체의 느낌을 지워준다 페라리의 특이한 작명법206, 246, 250, 275, 288, 300, 308, 348, 355 456, 512, 550, 575 등 페라리는 숫자로 짓는 이름을 오랫동안 선호해 왔다. 숫자 뒤에 붙이는 글자에도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 250 GTO나 512BB 이런 식으로 말이다. 250 GTO에서 250은 V12 3.0L 엔진의 기통 당 용적(250cc)을 뜻한다. 페라리 초창기에는 이런 형식의 이름이 많았지만 점차 엔진의 기통 수와 배기량, 출력 및 지역 명 등을 표기할 때도 생겼다. 812 수퍼패스트는 800마력-12기통을 뜻한다. GTO는 Gran Truismo Omologata(영어로는 homologated grand tourer)의 약자다. FIA가 주관하는 레이스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차라는 의미다. 공도로 뛰쳐나온 레이스카라서 강제 한정판일 수밖에 없다. 말이 호몰로게이션 자동차지 실제로는 레이스카다. 레이스카를 공도에서 타는 것이 불가능한 요즘에는 컬렉터들이 환장할 최고의 수집품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페라리 레이스카라면 더더욱 그렇다.812 수퍼패스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레터링이 조수석 대시보드에 있다 저배기량 과급기가 넘쳐나는 시대 속 페라리는 V12형 6.5L 800마력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된다 정통의 레이스 DNA페라리는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역사적인 모델이 많지만 그중 기자가 좋아하는 페라리는 단연 250 GTO다. 당시 페라리 최고의 디자이너 세르지오 스칼리예티, 천재 엔지니어로 불리는 마우로 포르기에리, 지아토 비자리니의 협업으로 개발되었다. 지금도 250 GTO는 여전히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소더비 경매에 나올 때마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다. 2013년 10월 미국 코네티컷 주의 컬렉터가 익명의 개인에게 5,200만 달러(약 600억원)에 팔았다. 250 GTO의 심장은 콜롬보(colombo)엔진으로 알루미늄 블록과 헤드를 갖춘 OHC 엔진이다. 정확한 배기량은 2,953cc(3.0L), 실린더 보어 사이즈는 73mm, 피스톤 스토르크는 콜롬보 엔진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58.8mm. 이 엔진은 뱅크각 60° V12형에 매우 짧은 스트로크를 채용하여 박진감 있는 날 것 그대로의 레이시한 엔진이다. 특유의 페라리 V12의 끝내주는 하이피치 톤의 배기 사운드를 뿜어내어 자동차 마니아라면 잊을 수 없는 전율을 선사한다.가짜 덕트 따위는 페라리에 없다. 오로지 공력을 위한 덕트와 스플리터만이 존재한다 초창기 페라리는 레이싱카 부품을 활용해 만든 양산차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런 영향 덕분에 ‘V12가 아닌 페라리는 페라리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다양한 레이아웃의 엔진이 쓰이고 있는 오늘날에도 이런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599와 F12 그리고 최근의 812 등 12기통 엔진을 고집하고 있는 GT 라인업은 페라리의 중요한 혈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사진으로는 제대로 전할 수 없는 매력트랙에서 기자를 맞이한 페라리 812 수퍼패스트는 실제로 보았을 때 큰 덩치와 미려한 선들이 오묘하게 어우러져 보는 이를 압도한다. V12 엔진을 앞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다 보니 롱 노즈 숏 데크는 어느덧 페라리의 상징이 되었다. 뭇사람들이 페라리의 상징을 미드십이라고 생각하지만 페라리는 60년대 250LM에서 잠깐 맛보기를 보인 후 디노 206GT(1968)과 70년대 중반 BB 시리즈에서 본격적으로 미드십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4년 그룹B 규정에 초점을 맞춘 288 GTO에서 화룡정점을 찍게 된다. 이후 F40, F50, 엔초 페라리, 라페라리까지 수퍼카 라인업은 모두 미드십이었다.기존 스티어링 방향지시기 버튼보다 더 튀어나와 조작이 편하다그렇다고 FR 페라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길고 거대한 400과 412를 거쳐 456과 599, F12 베를리네타 등 12기통 엔진을 얹은 고급스러운 GT 페라리의 혈통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리고 그 최신형이 바로 812 수퍼패스트다. 812 수퍼패스트의 디자인은 많은 부분에서 250 GTO 디자인을 채용했다. 여전히롱 노즈 숏 데크 실루엣을 갖췄기 때문에 전설의 페라리 플래그쉽의 계보를 잇는다. 보행자 충돌 안전 기준이 강화되어 디자인에 제약을 받지 않을까 했지만 기우였다. 익스테리어는 너무나 아름답고 섹시하다. 항상 드는 생각이 페라리 프런트 미드십 차들은 사진으로 그 매력을 제대로 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려한 선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카메라에 담지 못한다. 최근 V12 페라리 모델은 출시될 때마다 디자인에 대한 반응에 얼마간 호불호가 있었다. 550 마라넬로, 599GTB, F12베를리네타 때에도 그랬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아름다움에 그저 탄복하게 된다. 여태까지 많은 페라리를 접했지만 V12 페라리가 최고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눈길을 더 사로잡는 건 리틀 페라리일 수 있으나 V12 페라리의 회전 질감과 사운드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V12 페라리가 진짜 페라리’라는 의견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단, 운전 자체를 즐기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이다.헤드램프와 덕트를 감싸는 선은 550 마라넬로의 느낌도 난다유려한 선을 다루는 데는 페라리가 단연 최고다. 다만 극적인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엔초 페라리 때부터 이미 완성된 엔진2002년에 등장한 수퍼카 엔초 페라리는 뱅크각 65°의 V12 F140B 엔진을 얹고 있었다. 812 수퍼패스트의 F140GA 엔진의 전신이니까 17년 동안 사용 중인 셈이다. 페라리는 F140 엔진을 내연기관 종말이 오기 전까지지 계속 개량하며 사용할 것이다. 최초 6.0L였던 배기량은 812 수퍼패스트에서 6.5L까지 키웠다.실린더 보어가 2mm, 스트로크 역시 2.8mm 늘어나 자연흡기임에도 800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건식 시퀀셜 6단에서 듀얼 클러치 7단으로 진화했다. 페라리는 599 GTB 이후부터 듀얼 클러치를 채용했다. F140은 워낙 완성도와 잠재성이 대단한 엔진이기 때문에 개량을 거치면서 더욱 정교해졌다. 데뷔한지 17년이 지난 엔진이지만 늘 기술을 뛰어넘는 감성으로 신형이 출시될 때마다 기대하게 만든다.웨트 상황의 후륜 800마력 수퍼카멋진 V12 페라리와 서킷은 완벽했지만 문제는 날씨였다. 운이 없게도 쌀쌀한 온도에 많은 비가 내렸다. 트랙 주행이 취소될 수도 있었다. 후륜에만 800마력을 쏟아내는 차로 달리기에는 다소 위험한 환경이다. 피트에서 시동을 걸었다.엄청난 배기량의 V12 6.5L 엔진 사운드는 4일 굶은 시베리아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했다. 트랙에서 열심히 돌고 있는 4기통 터보 차들의 아우성을 아이들링만으로 간단히 집어삼킨다. 맹수 한 마리의 포효에 겁을 먹었는지 트랙을 돌던 차들이 일제히 피트로 들어왔다. 오토 버튼을 눌러 해제하고 주행 모드는 스포츠로 고정, 오른쪽 패들 시프터를 당겨 출발한다. 피트를 나가자마자 액셀러레이터를 부드럽게 밟아준다. 노면이 젖어있고 타이어 온도 역시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아 4000rpm 아래에서 변속을 했다. 한 바퀴를 돌고 나니 탈만하다는 오만한 마음이 생긴다. 드라이브 모드를 레이스로 바꾸었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극적인데 레이스 모드에서는 그 느낌이 배가 된다. 사운드와 댐퍼가 극단적으로 앙칼지면서 맹렬한 상태로 돌변한다. 액셀러레이터를 2/3 정도 밟으니 곧장 튀어나간다. 페라리 특유의 숏 스트로크 질감을 느끼면서 3000rpm에서 한달음에 레드라인인 8900rpm까지 도달한다. 최대 토크가 나오는 7000rpm 이상부터는 그야말로 맹수의 광포한 울부짖음이다. 늙어서 힘 빠진 호랑이가 아닌, 가장 전성기의 성체 호랑이 포효다. 아울러 엄청난 토크와 배기음, 진동이 맹수의 등에 올라탄 것 같은 떨림으로 전해진다. 800마력에 뒷바퀴 굴림, 게다가 젖은 노면이지만 슬립 컨트롤이 스릴 있어서 아주 재밌다. 그렇다고 해도 젖어 있는 트랙의 연석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마찰이 적은 연석에서의 슬립도 문제지만 연석 바로 옆 배수로에 있는 철망은 마찰력이 극도로 낮기 때문이다. 더욱이 젖은 트랙에서 랩타임 도전은 나와 타인 모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웨트에서 슬립이 발생해도 약간의 카운터만으로 이내 자세를 잡는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사운드게트락제 7단 DCT의 반응과 직결감은 흠잡을 게 하나도 없었다. 습식 클러치 특성상 변속 충격을 느끼기 힘들지만 812 수퍼패스트의 레이스 모드는 과거 건식 시절의 ‘쿵’ 때리는 듯한 충격이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역시나 영락없는 페라리다.고단에서의 rpm 상승 역시 저단처럼 날카롭다. 높은 단수에서도 회전수 상승이 빠르기 때문에 스티어링 림 상단의 LED 인디케이터에 집중해야 한다. 이 차는 속도계를 보는 차가 아니다. 시속 몇 km로 코너를 돌았느니 하는 건 의미가 없다.페라리의 고정식 패들 시프터는 코너에서 변속하는 것보다 액셀러레이터를더 새게 밟아보지 않겠냐고 끊임없이 재촉하는 듯하다. 코너를 탈출하며 변속할 타이밍에도 발끝이 액셀러레이터로 향한다. 뒤가 흐르면서 꽁무니가 요동을 치지만 약간의 카운터만으로도 이내 자세를 잡는다. 게다가 귀와 두개골, 가슴까지 울리는 엔진 사운드가 사람을 아주 미치게 만든다. 바보같이 들리겠지만 실제로 그렇다.레이스 모드로 트랙에서 달릴 때는 GT카가 아니다. 세상 어떤 메이커도 812 수퍼패스트처럼 극적이고 퓨어한 느낌의 주행 질감을 줄 수 없다저단, 고단할 것 없이 리니어한 회전 질감, 주변의 소음을 집어삼키는 흉포한 사운드, 레이스 모드에서의 빠른 변속 타이밍으로 인한 시퀸셜 시프터와 같은 변속 충격의 느낌. 아울러 페라리 최초로 달린 전자식 스티어링(EPS)은 기존 유압식과 이질감이 없으면서 조종성은 더욱 정교해졌다. 2,720mm의 긴휠베이스임에도 후륜 조향 덕분에 고속으로 코너를 파고들 때 휠베이스가 짧은 차처럼 적극적인 공략이 가능하다. 아울러 세라믹 브레이크는 트랙에서의 과격한 사용에도 페이드 현상이 없을 뿐 아니라 브레이크 포인트를 지나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인다. 분진이 나오지 않아 관리가 편하고, 일정 온도만 올라가면 시종일관 리니어한 제동력으로 감동과 신뢰를 준다.달콤한 인생812 수퍼패스트는 여기에서 더 나아질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해졌다. 한참 개발 중인 하드코어 버전은 지금의 차이를 어떻게 벌릴 수 있을까? 개발자들의 고뇌가 어떨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812 수퍼패스트 운전석에서 경험한 일들은 호접지몽(胡蝶之夢)일까? 행사를 마치고 나니 조금 전까지 느꼈던 흥분과 감동이 마치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얼마후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이베이에 그리스 셀러가 내놓은, 전손 된 라페라리의 키를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담아보았다. 그리고는 영동대로 스타벅스 주문대에서 커피 나오기를 기다리며 페라리 리모트 키를 또각 눌러 근처 어딘가에서 웅크리고 있을 새빨간 맹수를 깨우는 상상을 해보았다. 비가 내리던 그 날, 서킷에서 느꼈던 페라리와의 짜릿한 추억이 다시금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글 맹범수 기자 사진 페라리
테슬라 모델 X 100D 2019-05-13
Tesla Model X 100D테슬라의 SUV 모델X가 드디어 시판되었다. 2015년 미국 시판 이후 3년이 넘어서야 이루어진 한국 발매다. 모델S가 런칭 후 제법 시간이 경과한 덕분에 한국 내 테슬라에 대한 신비감은 많이 희석된 상태다. 전통 프리미엄 제조사들이 속속 고급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이 때, 이 차가 한국의 환경에서 타협 없이 제대로 기능하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허락된 시간은 겨우 반나절. 자체 급속 충전 네트워크 ‘수퍼차저’ 외에 한국의 충전 환경이 이 차를 얼마나 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말 바삐 움직여야 했다. 1억 원대인데 보조금은 왜 못 받지?우리가 받은 모델X는 풀 옵션 사양의 푸른색 100D였다. 모델X의 제품군에서 중간급 모델로 아랫급 75D의 경우 실 구매가격은 1억원을 조금 넘는다. 100D의 기본 가격은 1억1,736만원이지만, 프리미엄 패키지와 오토파일럿, 완전자율주행 등의 옵션을 모두 선택할 경우 가격은 1억4천만원 근처로 올라간다. 재고는 있지만 선택의 폭이 넓지 않으므로 자신의 조합을 고집할 경우 차를 받는 데까지는 4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20인치 휠에는 전륜265 후륜275사이즈의 타이어가 들어간다 아쉽게도 모델X는 한국의 전기차 보조금 대상이 아니다. 테슬라가 본사 방침에 따라 보조금 신청을 아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델X가 고가의 차량이기는 하지만 1천만원 중반대의 보조금은 소비자 입장에서 적잖은 돈이다. 이전 모델S는 보조금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테슬라의 조치는 다소 의아하다. 정확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외부에서 짐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다. 현재의 전기차 보조금은 배터리에 주어지는 것으로, 폐차 시에는 보조금을 지급한 지자체로 배터리가 귀속되는 구조다. 가정용 에너지 저장장치 같이 배터리 재활용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테슬라로서는 이들이 제 3자의 손으로 넘어가는 경우를 가능한 배제하고 싶었을 것이다.75? 100? D?모델X는 배터리 용량을 그레이드로 사용한다. 용량에 따라 75, 100으로 나뉘며이 숫자는 탑재 배터리의 용량을 KWh로 나타낸 것이다. 한 개의 모터로 한개의 차축을 구동하며, 양쪽 바퀴로의 동력 전달은 일반적인 디퍼런셜 방식에 기반한다. 앞바퀴 축에 별도의 모터를 더해 풀타임 4륜구동을 만든다. 모델명 뒤에 D가 붙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며, 앞의 P는 고성능 모터와 배터리를 쓴모델을 뜻한다. 현재 국내 시판했거나 예약중인 모델은 75D와 100D, 그리고 P100D 세 가지다. 75D는 단종을 앞두고 있으며, 100D와 P100D는 각각 롱레인지와 퍼포먼스로 이름이 변경되었다.배터리 용량에 따라 75D와 100D, 고성능의 P100D로 구분된다 걸윙 도어 아니고 팰컨 도어고성능 전기 세단으로 이미 세상을 놀라게 한 회사가 내놓는 두 번째 SUV는 아무래도 처음만큼의 충격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굳이 만들어 붙인 것이 독수리 문, 이른바 팰컨 도어다. 중간에 힌지를 넣은 뒷도어에는 펠컨 도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걸윙 도어라는 일반적인 명칭을 놔두고서 굳이 따로 이름을 붙인 것은 지붕과 창 경계에 힌지가 달렸기 때문이다. 어깨뿐만 아니라 팔꿈치도 움직이는 식이다. 개폐 시 좌우 넓이가 충분하지 않으면 문을 열수 없는 걸윙 도어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필수였다. 자동차와 벽사이에 약 30cm정도 여유만 있으면 문을 열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해 보면 좁은 곳에서 여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도어 주변에는 3개의 초음파 센서가 붙어있는데 이것이 예민한 탓인지 열리기 전에 자꾸 멈춰 버린다. 셀프 프리젠팅 도어랍시고 멋대로 열리는 앞문, 터치를 감지 못하는 손잡이까지 가세하면 타고 내리는 일이 여간 번잡스럽잖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탑승영역이 넓고 타기 쉬우며 햇볕이나 비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공간만 충분하다면 열고 닫는 과정도 빠르게 진행된다.에어 서스펜션은 승차감의 이점은 물론이고 높낮이 조절까지 가능하다 개방감 뛰어난 실내탑승하면 처음 느끼게 되는 것은 엄청난 개방감이다. 운전자의 머리를 넘어 선루프 구간까지 이어지는 윈드실드는 단 한 장의 유리로 만들어졌다. 다만 이런 개방감이 늘 즐길 만한 것은 아니다. 시판 승용차중 가장 대형인 파노라믹 윈드실드는 개방감이 탁월하다 직사광은 효과적으로 차단해 주지만, 훤히 트여 있는 머리 공간을 막고 싶어도 달리 방법이 없어 아쉽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두개의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계기판을 한 장의 디스플레이로 처리하는 것은 이제 대중모델도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 되었지만, 17인치나 되는 모니터는 아직도 이질적이다. 대형 컬러 모니터를 사용한 계기판 단촐하지만 고급스러운 실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17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 처음 보는 것도 아니건만 그거대함에는 여전히 압도당하게 된다. 물리버튼은 비상등 스위치와 글로브박스 오픈 버튼 달랑 2개뿐, 나머지는 모두 터치스크린 안에 들어가 있다. 적어도 쓰기 나쁜 물건은 아니다. iOS를 연상하게 하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는 특별히 매뉴얼을 보지 않아도 차량의 전 기능을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다. 미디어, 카메라, 지도, 전화 같은 전통적인 기능 외에도 인터넷 브라우징, 배터리 제어, 차량 설정 같은 모든 기능을 간단하게 터치스크린으로 제어할 수있다. 상하를 분할해서 위아래의 기능을 따로 넣는 것도 가능하다. 드래그&드롭, 프레스 앤 홀드 같이 타블렛을 사용하는 방식 그대로 다루면 의도한 대로 움직이고 바뀐다. 아직도 간간히 수입차 계기판에서 보이는 어색한 한글번역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LTE 기반의 데이터 모뎀을 기본 탑재하였으며 사용료는 구입 후 8년간 무료. 이것을 통해 모든 업데이트를 무선으로 처리한다.호주의 시트전문회사 퓨처러스(Futuris)가 공급하는 시트는 착좌감이 단단하다. 부담스러운 순백색의 인테리어 옵션은 의외로 때가 잘 안타는 방염처리가 되어 있다고. 시승차는 6인승 배열로 2열에는 1열과 동일한 좌석이 부착되어 있다 뒤 트렁크는 물론이고 앞 트렁크도 있다! 엔진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구성. 테슬라는 이것을 프렁크(Frunk)라고 부르는 모양이다트윈 모터의 강력한 파워조용하고 쾌적한 것은 여느 전기차와 다를 바 없다. 회생제동 시의 반응도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 모델X는 매우 무거운 차다. 듀얼 모터와 540kg에 이르는 배터리를 탑재한 100D의 무게는 2,550kg에 달한다. 하지만 모터 합계 518마력/66.3kg.m의 힘은 이런 무게조차 부담 없이 밀어부친다. 가속을 시작하자마자 막대한 토크감이 휘몰아친다. 모터의 특성 상 회전의 시작과 동시에 최대 토크가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0→100km/h 가속은 4.9초 만에 해치우고, 최고속도는 250km/h에 달한다. 발매중인 어떤 고성능 SUV와도 겨루어볼 수 있는 성능이다. 이게 모자란 사람을 위해 더 높은 출력의 퍼포먼스 모델도 준비되어 있다.전기차로서도 고급 SUV로서도 이 차의 달리기에서 흠잡을 곳을 찾기가 힘들다 압도적인 성능 덕분에 무게를 느낄 겨를이 없다. 다만 승차감만큼은 숨길 수없을 정도로 묵직하다. 2.5톤이 넘는 무게 덕분에 어지간한 하체 움직임은 그냥 찍어 눌러버린다. 감쇄력이 변하는 에어 서스펜션은 지상고 조절 외에도 부드러우면서도 큰 충격을 바운싱 없이 잘 차단하며, 기복이 심한 도로의 진동도 효과적으로 걸러낸다. 엔진이나 변속기 같은 중량물이 한데 몰려 있지 않기 때문에 회전관성의 영향을 적게 받는데다가, 무거운 배터리가 모두 바닥에 깔려 있다 보니 무게 중심은 극단적으로 낮다. 이것이 대형 SUV이라 생각하기 어려운 뛰어난 핸들링 성능을 만들어낸다. 배터리 모듈은 그 자체로서 하부 플로어로서 기능해 차량 강성을 높이는데도 기여하며, 충돌 시에는 운전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배터리와 주행거리 모델X는 18650이라 불리는 범용규격의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가격과 생산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100D의 경우 이것을 444개씩 묶은 모듈 16개를 병렬로 연결한다. 무려 7,104개의 배터리셀을 차량 1대에 사용하는 셈. 가장 무거운 부품이기 때문에 모듈 14개는 바닥에 깔고 2개는 앞 트렁크 뒤쪽에 수직으로 장착된다. 충전포트가 유럽형 J1772 type2 7핀 충전포트 대신 북미형 02커넥터로 변경되었다. 테슬라 충전소를 가더라도 당분간의 혼선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18650 규격의 배터리 셀이 무려 7천개 이상 들어가 있다모듈이 하나 덜 들어가는 75의 경우 트렁크 공간이 조금 큰 이유다. 100kwh의 배터리를 탑재한 100 모델의 경우 국내기준 468km를 달린다고 명시되어 있다. 전기차식 연비, 즉 전비로 따진다면 kWh당 4.1km를 달리는 셈이다. 시판 전기차 중 7km/kWh를 넘기는 차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있음을 생각하면 그다지 좋지는 않은 편. 무거운 차를 잘 달리게 하려면 효율은 별수 없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충전은 어떻게 하나?- 완속 충전한국의 일반 220V 전원으로 1시간을 충전할 경우 달릴 수 있는 거리는 고작 9km 남짓. 2.2kWh의 가정용 콘센트로는 100D의 빈 배터리를 가득 채우려면 50시간이 넘게 걸린다. 벽 콘센트를 이용한 충전은 현실적인 방법이라 보기 어렵다.1. 집에서 전용 충전기로 차량 구입 시 무료로 선택할 수 있는 월 커넥터는 교류 21kW까지 공급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모델X의 차량 내에 탑재된 OBC(내부 충전기)는 11kW가 허용한계. 실제로는 전부 완속충전인 7kW(220V-32A)급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충전할 경우 완충에 약 16시간이 소요된다. 잔량이 있을 경우 밤새 가득 채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설치비는 따로 지원되지 않으므로 자가 부담이다.2. 데스티네이션 차져집에 설치되는 월 커넥터를 시중에 장착해 놓은 것이다. 현지의 전력상황에 따라 7~21kW까지 다양하다. 다만 충전기가 21kW라도 차가 11kW밖에못 받아들이는 것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19년 4월 기준 전국 160개소 260대가 가동 중.3. 기타 상용 완속 충전기처음 보급된 모델S가 Type2 7핀 방식의 커넥터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모델X는 북미에서 사용하는 02커넥터로 변경되었다. 마트 등지에 보이는 J1772 type1 5핀 방식 완속 충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어댑터를 챙겨 다녀야 한다. 모델X가 들어옴에 따라 테슬라는 전국에 보급된 데스티네이션 차저의 커넥터 변경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판매된 차도 커넥터 변경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급속 충전현재로서는 환경부 등이 보급 중인 급속충전기는 테슬라에 사용이 가능한 것도 불가능한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다. 120kW의 전용 급속 충전 수퍼차저는 현재 전국 19곳이 오픈했지만, 여기도 커넥터 변경작업이 진행 중이다. 당분간은 북미형 커넥터와 Type2 커넥터가 혼재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1. 차데모 충전 시 2017년 이전 발매된 현대 기아차나 일본 모델이 쓰는 충전 포트로 50kW 직류 충전을 지원한다. 테슬라는 차데모 충전기에 한하여 이를 사용할수 있게 하는 어댑터를 발매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현행 규정 상 사용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충전 어댑터 허용은 완속충전에 한정된 것으로 차데모 어댑터의 허용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물론 고속도로 충전을 위해서라도 어댑터의 사용은 꼭 필요하다. 추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40분 충전으로 100D 배터리의 1/3가량을 채울 수 있게 된다.2. 수퍼차저 스테이션120kW라는 대전류로 충전하기 때문에 100D는 30분이면 배터리의 60%를 채운다. 400kWh를 사용한 뒤부터는 비용을 내는 유료서비스긴 한데 아직 과금 시스템이 안 들어와 일단은 무료. 급속충전으로 인한 배터리 무리를 막기 위해 수퍼차저 스테이션의 충전은 85%까지만으로 제한된다. 그래도 장거리 여행을 위해 100% 충전을 원한다면 강제 100% 충전을 수동으로 설정할 수있다. 플러그를 가까이 가져가는 것만으로 차량의 충전포트 커버가 알아서 열린다. 충전기를 차에 꽂으면 커넥터에 녹색불이 들어오고 끝. 매우 간편하다.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국내 EV 시장을 향한 선전포고, 닛산 리프 2019-05-10
국내 EV 시장을 향한 선전포고NISSAN LEAF전기차 분야에서 월드 베스트셀러 리프가 2세대로 거듭났다. 얼굴에서 EV의 흔적이 옅어진 대신 알맹이는 더욱 알차게 진화했다. 대용량 배터리로 주행거리가 늘어났으며, e-페달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운전이 가능하다. 1세대에 비해 가격까지 낮추어 국내 EV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IT 부문 신제품 가운데 가장 뜨거웠던 폴더블 폰. 등장과 동시에 화제의 중심이 되었지만 동시에 결함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기존에 없던 신기술이 등장할 경우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렇다 보니 ‘비싼 돈 내고 베타테스터가 되느니 조금 나중에 구입하자’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얼리 어덥터라는 족속이라면 이성보다 호기심이 앞서겠지만 말이다.150마력 모터는 적당한 힘에 섬세한 토크 컨트롤로 스로틀 필링이 부드럽다전기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996년 GM이 EV1을 선보였을 때 사실 배터리의 혁신은 없었다. 19세기 후반 개발된 납축전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환경론자와 얼리 어덥터들은 한겨울에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도 전기차를 굴렸고, 이후의 EV 발전 속도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대부분의 신형 전기차들이 리튬 계열의 고성능 배터리를 사용하게 되면서 성능도 일취월장했다. 중량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아 보다 먼 거리를 달리고, 고성능 모터를 자유자재로 구동할 수 있게 되었다. 신기술이 더해지면서 전기차 특유의 단점도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 바야흐로 EV 황금기가 시작된 것이다. 215 폭의 에너지 세이버 타이어는 토탈 그립이 그리 높지 않아 코너링에 한계가 있다 2세대로 진화하면서 배터리 용량 늘려닛산이 리프를 처음 선보인 것은 2009년. 아직 시장에는 대량생산 전기차가 없었고 대부분 리스 판매 형태였다. 하지만 2010년 리프를 시작으로 전기차 상용화가 자동차 시장의 큰 흐름이 되었다. 2014년 누적판매 10만대를 돌파한 리프는 2015년에 20만대, 올 3월에는 40만대를 돌파하며 전기차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리프는 기존 자동차의 개량형이 아닌 EV 전용 모델이었다. LEAF는 ‘Leading Environmentally-friendly Affordable Family car’의 약자인 동시에 나뭇잎으로도 읽을 수 있는데, 너무 뻔한 EV나 일렉트릭, 그린이 아니면서도 더 푸른 느낌을 주었다. 전기차에 더 이상 찰떡인 이름이 또있을까 싶다.LG U+드라이브를 통해 국내 도로에서의 연결성을 확보했다 1세대 리프는 24kWh 용량으로 일본 JC08 모드에서 224km, 미국 EPA 기준으로는 117km를 달렸다. 당시에는 이 정도 배터리 용량이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넉넉하지 않았고, 리프 후기형은 30kWh로 개선되었다. 그리고 신형에서는 다시 40kWh로 늘어났다. 덕분에 JC08 기준 400km, EPA에서 243km이고, 국내 기준으로는 231km 주행이 가능해졌다.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사람을 위해 64kWh의 옵션 배터리를 준비했다.국내 기준으로는 231km를 달린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주행거리를 꼽겠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은 개인이 해결하기는 힘들다. 배터리 용량만 넉넉하다면 장거리 이동이 편해지고, 충전기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도 여유가 생긴다. 한번 정도는 충전을 깜빡해도 된다. 신형은 배터리 용량이 76% 늘어난 데다 그 사이 국내 충전설비도 늘었으니 구형에 비해 운용 편의성은 월등히 개선된 셈이다.충전 커넥터는 안정성이 높은 차데모 방식이다 국내에 완벽 적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외모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기차라는 점을 부각시켜 그릴을 없앴던 구형과 반대로 2세대는 일반적인 얼굴로 바꾸었다. V모션 그릴이 두드러진 얼굴은 현행 닛산 라인업에 완벽하게 녹아든다. 보디는 여전히 해치백이지만 뒷 창 각도를더 눕혀 공기 흐름을 부드럽게 유도한다. 리어 필러를 검게 처리해 지붕과 차체 라인이 분리되어 보이게 함으로서 날렵한 이미지를 유도하는 플로팅 루프 디자인은 맥시마에서도 사용된 수법. 뒤로 갈수로 낮아지는 루프라인도 여기에 한몫 거든다. 이런 노력의 결과 공기저항계수 0.28의 날렵한 스타일을 얻었지만 대신 뒷좌석 헤드룸에는 다소 손해가 되었다.간결하면서 기능적인 인테리어. 필요 최소한의 버튼으로 조작이 쉽다  운전석은 상체 부분의 홀드성이 살짝 아쉽다 글라이딩 윙이라는 디자인 언어를 사용한 인테리어는 공간감과 개방감에 중점을 두었다. 계기판은 오른쪽에 속도계만 아날로그고 왼쪽은 대형 컬러 모니터가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대시보드의 대형 터치식 모니터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덕분에 스위치를 최소화했지만 공조장치, 열선 시트 등은 따로 물리 스위치를 달아 사용 편의성을 챙겼다.수입차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현지화와 국내에서의 연결성 확보가 국산차에 비해 뒤처지기 쉽다. 닛산은 LG U+드라이브로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했다. 안드로이드 기반이며, 내비게이션 외에 최신 프로야구나 날씨, 뉴스, 동영상 등을 제공한다. 음성인식으로 제어도 가능하기 때문에 운전하면서 조작이 쉬워졌다.대형 모니터로 다양한 정보를 전하는 계기판 운전이 간편해지는 e-페달신형 리프에서 가장 관심 갔던 부분이 e-페달이다. 일반 차는 액셀 페달을 밟아 가속,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시키지만 회생제동 능력이 강한 전기차의 경우 페달 하나로 가감속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회생제동을 많이 활용할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아질 뿐 아니라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비중이 줄어 운전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최신형 EV라면 대게 비슷한 방식의 운전이 가능한데, 결국 얼마나 매끄럽게 운전이 가능한지가 중요할 터. 리프의 경우 최대 0.2G의 감속이 가능하고 차가 멈추면 자동으로 유압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최대 30% 정도의 경사길에서 멈춰있을 수 있다.부메랑 스타일의 브레이크 램프 원 페달 운전은 익숙해지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페달을 급하게 떼면 엔진 브레이크처럼 울컥거리기 때문에 동승자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오른발을 좌우로 움직일 필요가 없어 무척이나 편하다. 제동력에 한계가 있어 앞차와 거리를 두고 미리 페달을 부드럽게 뗄 필요가 있다. 급하게 세울 때는 브레이크 페달을 사용한다. 반대로 e-페달 기능을 끄면 회생제동이 줄고 울컥거림은 사라진다. 스로틀 감각은 부드럽다. 110kW(150마력)는 현대 코나의 204마력에 비해 빈약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초기 반응이 부드러울 뿐가속은 충분히 강력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9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폭 215의 저마찰 타이어(미쉐린 세이버)를 생각하면 더 이상의 힘은 낭비다. 부드러우면서도 순발력이 뛰어나며, 코너링 한계가 분명함에도 운전재미가 있다딱딱하지 않은 서스펜션과 편평비 50 타이어 덕분에 승차감은 부드럽다. 무게 1.6t을 넘지 않아 적당한 수준인데다 무거운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움직임이 안정적이다. 여기에 섬세한 토크 조절로 출렁거림을 상쇄하는 인텔리전트 라이드 컨트롤이 안정감을 더한다. 타이어 그립 한계로 코너링은 그리 날카롭지 않지만 스티어링 조작에 대한 반응이 솔직하고, EV 특유의 저속 순발력 덕분에 달리기가 의외로 즐겁다.기본 435L로 늘어난 트렁크 공간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매력 늘어국내에 판매하는 리프는 S와 SL 두 가지. 일본에서는 대용량 옵션 배터리(64kWh)도 있지만 일단 국내에서는 40kWh 뿐이다.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대신 더 무겁고 가격도 일본 기준 500만원정도 비싸다. 신형 리프는 기본 상태에서도 주행거리가 늘어났기 때문에 기본 배터리 쪽이 가격 경쟁력이 좋다. S의 국내 판매가는 4,190만원. LED 주간주행등과 17인치 휠/타이어, 가죽 인테리어, ECM 룸미러, 9인치 디스플레이, 고급 오디오가 들어가는 SL은 4,830만원으로 1세대에 비해 상당히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다. 28kWh 배터리를 쓰는 현대 아이코닉보다 살짝 높으니 사실상 거의 비슷한 가격인 셈. 전기차 구입을 염두에 두었던 사람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베스트셀러 전기차로서 성능과 품질은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으며, 국내 전기차 보조금은 앞으로 점점 줄어들 일만 남았으니 말이다.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스튜디오 굿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19-05-10 13:40:02 카라이프 - 기획에서 이동 됨]
[올드뉴스] 르노삼성 SM5 2019-04-26
르노삼성 SM5 깔끔한 마무리, 뛰어난 내구성 나와 SM5의 인연은 2년 전 매형이 차를 사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차를 바꿀 때가 되자 매형은 내게 SM5를 사려고 하는데 어떨지 조언을 구해 왔다. 물론 나는 적극 추천했고, 내 의견이 반영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곧 매형은 SM520V를 계약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꼭 써보고 싶다던 매형은 200만 원이 넘는 AV패키지3까지 옵션으로 선택했다. 멀티 AV시스템과 CD 체인저가 들어 있는 최고급 옵션이다. 아직 운전면허가 없어 직접 몰아보지는 못했지만, 매형을 졸라 몇 번 얻어 타본 SM5는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동급의 다른 중형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안락한 승차감, 다리를 쭉 펴도 불편하지 않은 긴 휠베이스와 차체, 일본차 특유의 정숙성 등 모든 면에서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SM5의 베이스 모델이라고 하는 닛산 맥시마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SM5가 데뷔한 지도 오래 되어 초기 모델은 이제 구형이 되어버렸지만 아직까지도 국산 중형차 중에 SM5보다 확실히 낫다는 느낌을 주는 차는 아직 없다. 현대나 기아의 기술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십 년도 더 된 일본차에 뒤지는 형편이니 아직 자만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데뷔 때부터 SM5의 위치는 매우 어정쩡했다. 처음 나왔을 때는 고급스런 중형차급이었는데, 뒤이어 1.8X 엔진을 얹은 SM518이 등장해 준중형차 시장까지 넘보고 있고, 요즘 들어서는 그랜저 XG 등 준대형 차와 어깨를 나란히 한 듯한 모습이다. 다양한 라인업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어느 클래스에 놓느냐에 따라 그 차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살아나기도 하고 어색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SM518을 내놓은 것은 조금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 들어서는 별로 인기도 없고 앞으로 나오게 될 준중형차에 대한 기대를 반감시키기까지 하는 것 같다. 매형의 SM5는 최근까지 3만km를 달렸다. 그리 긴 주행거리는 아니지만 아직까지 잔고장 한번 없이 잘 달려주었다. 주위의 다른 SM5 운전자들에게 얘기를 들어봐도 이 차가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 깔끔한 마무리만큼이나 뛰어난 내구성도 SM5의 큰 장점으로 꼽고 싶다. 물론 단점도 있다. 나온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전자동 에어컨과 전동식 시트 등 중요한 편의장비가 옵션으로 되어 있다는 점과 출력이 동급차종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출퇴근용으로 쓰기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지만, 한적한 고속도로에 오르면 약간 답답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처음 차를 받았을 때는 비교적 정확했지만, 2년쯤 지나니 도로가 많이 생기고 신호체계가 바뀐 곳이 많아 요즘에는 거의 쓰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루 빨리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이다. ‘택시’로도 빛나는 차 1995년 삼성자동차가 설립되고 3년만인 1998년 3월 IMF 한파가 매섭게 몰아친 그때 SM5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SM5의 첫 인상은 그저 심플한 디자인의 로버600이나 인피니티Q45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조금씩 SM5를 뜯어보자 로버의 이미지를 뛰어넘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한 중형세단임을 알 수 있었다. 네모반듯한 차체 디자인에 어울리는 사각형 헤드램프와 그릴은 적재적소에 알맞게 배치된 크롬장식과 함께 단정하면서 개성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삼성자동차는 SM5를 내놓기 오래 전부터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며 대대적인 선전을 했다. 차가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도 ‘자동차를 처음 만든 회사의 작품이라고 믿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물론 SM5는 삼성의 기술제휴선인 닛산의 중형세단 세피로(수출명 맥시마)를 기본으로 앞뒤 모습을 바꿔 내놓은 차여서 그다지 긍정적인 평은 얻지 못했지만, 빠른 시간 안에 높은 품질을 이뤄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내가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는 말을 가장 먼저 실감한 것은 차의 성능 부분이 아니라 메이커의 성의 있는 자세였다. 차를 사고 한 달 안에 파워 트레인 등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면 새 차로 바꿔준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충격이었다. 아무리 큰 결함이 발견되더라도 힘없는 소비자가 늘 당하기만 하던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고 본다. 지금까지 과연 몇 명의 사람이 교환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그런 자신감만으로도 SM5는 충분히 믿을만한 차라 평가할 수 있다. 이런 마케팅 전략과 더불어 뛰어난 성능과 품질을 앞세운 SM5는 IMF라는 불황 속에서도 98년 당시 전 차종 판매 4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99년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 신청을 하게 되자 생산 및 판매가 뚝 떨어져 길고 긴 고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삼성자동차의 도산으로 SM5의 품질마저 평가절하 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다행히도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는지 여기저기서 SM5 살리기 운동이 일어났고 그런 사람들로 인해 SM5의 판매는 조금씩 회복되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던 중 지난해 르노와 합병이 성사되자 SM5는 긴 고난의 세월을 마감하고 수요의 수직상승을 체험하며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내가 볼 때 SM5의 진정한 가치는 승용 모델뿐 아니라 택시에서 더욱 빛나는 것 같다. 현재 SM5 택시는 주문이 밀려 6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가끔 택시를 탈 때마다 일부러 SM5가 어떤지 물어보고는 하는데, SM5를 몰고 있는 기사들은 대단히 만족하며 칭찬했고, 다른 차를 모는 기사들도 대부분 “SM5가 좋다더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택시기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교환이 필요 없는 체인벨트와 오랜 시간 운전해도 피곤하지 않는 승차감인 듯하다. 분명히 이런 택시기사들의 ‘입 선전’도 SM5가 지금처럼 인기를 누리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 아쉬운 점은 베이스모델인 닛산 세피로가 너무 오래된 차라 그런지, 요즘처럼 파격적인 디자인이 쏟아지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너무 심심한 외모다. 조금 더 세련미를 갖추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램이다. 새로 나올 삼성의 자동차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는 디자인과 뛰어난 편의장비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휩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면 한다.  좀 더 개성 있게 바뀌었으면 자동차 매니아라고 널리 알려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다. 그것도 일본 내수 2위인 메이커 닛산과 합작을 해서 벌인 일이다. 자동차 메이커의 총수가 자동차 매니아라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정말 새로운 차’를 기대하지 않을까. 닛산은 또 어떤 회사인가? ‘스포츠카는 왜 2도어 쿠페여야만 하는가’라고 처음 반문한 메이커가 아닌가. 누구나 인정하는 성능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 최고주의 회사가 바로 닛산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로 소문난 삼성이 일본 2위 닛산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을 것이다. 삼성은 3년의 준비 끝에 첫 주자로 국내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형차를 만들어 냈다. 닛산의 기술력과 삼성의 마케팅 능력을 집중시킨 SM5는 어떤 난공불락의 요새라도 뚫을 듯한 모습으로 데뷔했다. 가장 큰 시장인 중형차 시장만 제패한다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IMF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과 연이은 삼성자동차의 부도로 SM5는 제대로 날아보기도 전에 날개를 접어야 했다. 기대에 보답하지 못하고 사라질 뻔한 SM5가 요즘 들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이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SM5에 대해 그 동안 마음속에 담고 있던 몇 가지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다. 승차감과 성능 면에서 SM5는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요인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디자인이다. 삼성은 깔끔한 신사의 이미지, 품격 높은 분위기를 끌어내려 고심한 것 같지만, 헤드램프와 그릴, 리어램프 등에서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띈다. 차라리 세피로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체적인 모습은 깔끔하고 단정해 보일지 몰라도 지금 세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낡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제까지 국내 고객들의 취향은 얌전하고 조용한 차보다는 어딘가 실험정신이 느껴지는 차 쪽으로 기울어져 왔다는 사실을 삼성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무슨 일을 하든 1위가 아니면 안 된다는 삼성 특유의 기업 정신이 자동차 디자인에서도 좀 살아나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곧 SM5도 페이스리프트 될 텐데 조금 더 과감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을 택해서 중형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올드뉴스] 뉴 코란도 CT 밴 대중화를 향한 2WD .. 2019-04-19
뉴 코란도 CT 밴 대중화를 향한 2WD 지프의 경쾌한 달리기80년대를 되돌아보면 우리에게 지프는 그리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다. 주로 정부기관의 공무를 위한 관용차로 쓰였기 때문에 무겁고 어두운 느낌이었다. 그러나 90년대의 지프는 혁신적이었다. 승용차와 맞먹는 승차감과 호화로운 장비를 갖추어 출퇴근은 물론 레저용으로 활용하기에도 손색이 없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코란도 역시 지난 96년 90년대에 걸맞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구형 코란도의 투박한 모습을 버린 혁신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온로드와 오프로드 달리기를 모두 만족시킨 뉴 코란도는 `변하지 않은 것은 이름뿐이다`는 광고로 변신을 강조했다. 겉모습 똑같고 쌍용 엠블럼 다시 달아 도시 자영업자를 위해 태어난 2WD 밴 이후 98년과 99년 2번의 페이스 리프트를 거쳤지만 뉴 코란도의 얼굴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 프론트 그릴과 테일램프를 바꾸고 스티어링 휠 모양을 새롭게 하는데 그쳤다. 4WD차의 모델교환 주기가 일반 승용차보다 훨씬 긴 관례도 있었지만 뉴 코란도의 디자인이 크게 흠잡을 곳 없이 오래 타도 질리지 않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4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2000년형 뉴 코란도 역시 겉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변화라면 98년 페이스 리프트 때 잠시 선보였던 가로형 프론트 그릴을 다시 달았다는 것 정도다. 차체가 높아 보이는 뉴 코란도에 가장 안정감 있게 어울리는 디자인 같아 좋아 보인다. 그밖에 엠블럼이 없던 프론트 그릴에 쌍용 마크를 다시 달고, 앞 범퍼가드에는 대우의 영문 로고 대신 `코란도` 로고를 음각으로 새겨 넣었다. 또 왼쪽 펜더에 어색하게 달려 있던 등화관제등은 없애 버렸다. 하지만 2000년형 뉴 코란도에는 겉모습은 같아도 내용이 크게 달라진 모델이 더해졌다. 바로 2WD 방식을 쓰는 뉴 코란도 CT 밴이다. CT란 이름은 도시(City)에서 따온 것으로, CT 밴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짐작이 되듯 네바퀴굴림(4WD)의 쓰임새가 적은 도시 자영업자들을 위해 태어난 모델이다. 미국의 풀사이즈 밴이나 경트럭에는 2WD 방식을 쓰는 모델이 많다. 높은 지상고와 출력만 갖추면 굳이 4WD가 아니어도 많은 짐을 나르고 험로를 달릴 수 있기 때문에 2WD 모델을 기본으로 4WD 기능을 옵션으로 선택하게 하는 차도 있다. 반면 우리 나라에서는 `지프는 4WD여야 한다`는 공식 아닌 공식이 성립되어 2WD 모델이 나오지 않았었는데, 뉴 코란도 CT 밴이 그 공식을 처음 깼다. 2WD 지프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며 등장한 뉴 코란도 CT 밴을 시승했다. 겉에서 보면 새 모델의 감흥이 거의 없지만 실내로 들어서니 화사하게 바뀐 시트 색깔이 눈길을 끈다. 뉴 코란도의 주고객인 20∼30대를 위해 빨간색을 더해 젊은 분위기를 냈다고 한다. 운전석에는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고, 다른 2000년형 모델에 있는 운전석과 조수석 팔걸이는 달리지 않았다. 허리를 똑바로 펴고 운전하는 지프형 차에는 팔걸이가 편리한 장비인데 없으니 허전하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달려야 할 4WD 변환 시프트 레버가 없는 것을 보고 비로소 2WD 모델임을 실감한다. 운전석 뒤의 적재함은 최대적재량이 500kg으로 4WD 밴과 똑같다. 지프형 밴을 사는 사람들은 많은 짐을 옮기기보다는 안전하게 짐을 옮기기를 원한다. 트럭보다야 못하겠지만 다른 지프형 밴보다 넓고 큰 적재함은 커다란 여행가방 대여섯 개가 들어갈 만하다.무게 줄고 연비 20% 좋아져 2WD에 알맞은 기어비 필요해 CT 밴은 4WD 밴보다 무게가 105kg 가볍다. 1.8톤의 큰 몸집에서 100kg 정도 줄어든 것이 무슨 의미겠는가 할지도 모르지만 같은 무게의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뛰는 것보다 다리에 매달고 뛰는 것이 몇 배 더 힘들다. 4WD차에는 앞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하기 위한 구동샤프트와 허브, 바퀴의 회전수를 조절하는 디퍼렌셜 기어 등이 달려 있다. 하지만 2WD 모델은 이런 장비가 없어 무게가 줄어 연비가 좋아졌다. 공인연비는 수동기어차를 기준으로 14.2km/ℓ다. 4WD 밴보다 20% 정도 좋은 수치다. 몇 달 뒤에 선보일 자동기어차의 연비도 약 12km/ℓ로 좋은 편이다. 메커니즘이 단순해진 덕분에 4WD 밴에 비해 값도 150만 원 싸다. 자유로로 나섰다. 1단을 넣고 액셀 페달을 꾹 밟으면 rpm 게이지가 4천500rpm부터 시작하는 레드존으로 금세 올라간다. 답력이 무거운 액셀 페달은 기어를 1단에 집어넣고 밟으면 밟는 만큼 엔진회전수로 반응한다. 하지만 엔진회전수가 올라가도 속도는 오르지 않는다. 속도계와 상관없이 치고 올라가는 rpm 게이지는 공회전 상태의 느낌과 다른 점이 없다. 디젤차에서 볼 수 있는 1단 기어비의 특징으로 코란도 4WD 모델에서도 느꼈던 점이다. 1단으로 가속하다 변속을 하기 위해 액셀에서 발을 떼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노즈다이브 현상이 심하게 일어난다. 곧바로 2단으로 변속하면 차는 앞쪽이 울컥 들리면서 튀어나간다. 변속 타이밍을 높게 잡으면 차는 앞뒤로 심하게 요동친다. 1톤트럭 같은 기분이 지워지지 않는다. 1단으로 출발하면 힘이 남아 엔진만 빨리 돌고 2단으로 출발하면 가속이 되지 않아 답답하다. 승용차만큼은 아니어도 디젤차의 토크를 이용해 저속에서 꾸준히 가속되는 기어비를 설정하면 좋을 듯하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힘이 남기 때문에 최종감속비를 조금 낮춰도 좋을 것이다. 2WD에 어울리는 기어비 조정이 아쉽다. 시속 70km 이상에서 3단과 4단으로 번갈아 달리다 보면 묵직하게 가속되는 맛이 독특하다. 휘발유차만은 못해도 다른 디젤차는 훨씬 앞선다. 4단으로 시속 60∼120km까지 무리없이 달릴 수 있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디젤차답지 않게 잘 달린다.  시승을 마칠 무렵 누군가 2WD 코란도에 대해 `군인으로 말하자면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방위병 같은 존재 아니냐`고 말하던 우스개 소리가 생각난다. 2WD 지프가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150만 원 줄어든 차값은 고객에게 한 걸음 다가온 매력이다. 밴 모델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CT 밴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 따라 쌍용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자동차문화에 2WD 밴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느냐, 아니면 코란도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느냐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지프형 2WD 뉴 코란도 CT 밴은 이 분야의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내야 하는 숙제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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