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길, MGB(3) 2018-12-20
전 시리즈 보기순수함으로 돌아가는 길Car Life with MGB(3)자동차를 처음 알게 된 시절부터 최근까지 돌아보면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기술이 더 좋아지고 그만큼 편해졌지만 모든 걸 직접 조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오는 즐거움도 함께 잃어버렸다. MGB가 처음 오던 날은 모든 게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하나하나 원점에 다가갈수록 잊고 살아온 것들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고, 어린 시절 그렇게 집착했던 운전의 즐거움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거라고는 오작동 심한 오토초크 외에 없는 MGB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릴 듯했다. 어떤 때는 의도하는 대로 정확하게 움직이고 어떤 때는 투정을 부리기도 하는 것에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차에 시동을 걸 때 그날그날 컨디션에(MGB의 컨디션) 따라 잘 움직이기도 하고 앙탈을 부리기도 한다. 혹자는 그런 얘기를 한다. 번거롭고 귀찮고 불편한 차를 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해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MG는 이 차를 1960년대부터 만들어 1980년대 초까지 생산했다. 그 당시 우리의 자동차 시장은 어떠했나? 에어컨이 있지도 않았고 전자제어나 파워 스티어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불과 몇 십 년 전인데 말이다. 뻑뻑한 클러치와 지름이 큰 논파워 스티어링 휠, 한참 전에 밟아야 말을 듣는 브레이크 등 MGB의 구성은 요즘 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편함 투성이다. 그런데 이 차에는 특별함이 있다. 요즘 차와는 다른 드라이빙의 본질에 대한 순수함이 가득하다. 간단한 조작으로 톱이 열리는 장점도 있고 기분 좋은 진동이 살아 있는 직결식 변속기는 짧은 스트로크의 오도독오도독 손맛이 그만이다. 여기에 OHV 엔진 특유의 매끄러운 털털거림까지 생각하면 번거로움과 불편함은 한순간 사라진다. 마치 어린 시절 ‘차는 이래야 해’라고 여겼던 모든 요소가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면 눈앞에 나타난다.  대부분 시간은 톱을 열고 다녔다. 폭염이 가득했던 여름에는 잠시 닫고 다녔지만 차 내로 들어오는 지열과 열기는 어쩔 수 없었다. 땀범벅이 돼도 마냥 즐거웠다. MGB를 타고 다니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에어컨 있어요?’인데 당연히 없다. 공조 장치가 있긴 하지만 히터와 송풍만 가능하다. 이차의 유일한 최신 장비 카오디오 아래 공조장치 버튼이 붙었다. 가을이 오니 자연스럽게 머리는 차가워지고 하체는 뜨거워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톱의 뒷부분은 지퍼로 열 수 있었고 운전석 아래에는 앞쪽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조절할 수 있는 바가 있었다. 나름 운전자를 고려한 장치가 있음에도 뜨거운 여름에는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허탈했지만. 내년에는 꼭 써먹어야겠다는(사실 제대로 된 기능을 할지에 대한 의심이 있긴 하다) 결심을 했다. 무더웠던 여름 끝자락에서야 알게 된 톱의 기능. 열고 달리면 생각보다 시원할 것 같다 운전석 아래 정체불명 막대기는 주행 시 앞쪽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조절하는 장치였다 4단+오버드라이브, 엔진 브레이크, rpm 보정 해가 짧아지고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MBG를 운전하는 즐거움은 배가 됐다. 차창 너머로 살살 불어오는 바람은 늘 기분 좋게 만들어 주고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의 시선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앞쪽 유리창은 요즘 로드스터와 비교하면 폭이 좁고 바짝 서 있는 편이다. 그래서 와이퍼도 3개. 개방감은 요즘 차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와 내가 일체가 되는 느낌도 좋고 힘들긴 했지만 논파워 스티어링의 묵직함도 익숙해졌다. MGB를 타다 요즘 차를 타면 확실히 편하고 빠르다. 그런데 그 안에는 자동차와 운전자가 함께 하는 무엇인가가 부족하다. 맛을 안 봤다면 상관없겠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예전의 감성을 찾아간다는 행위 자체가 운전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요즘 차에 비해 작은 유리창 덕분에 와이퍼가 세 개다. 아래 공기흡입구는 실내에서 열고 닫을 수 있다MGB 출력은 고작 70마력 정도다. 요즘 경차보다도 낮지만, 동력 손실을 최소화한 설계 덕에 체감 출력은 기대 이상이다. 변속기는 4단+오버드라이브다. 4단까지는 일반적인 조작과 같지만 정속 크루징이 필요할 때는 기어노브 위의 스위치를 넣으면 오버드라이브가 작동하면서 회전수가 500rpm 정도 떨어진다. 오버드라이브를 잘 활용하면 고속도로에서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4단+오버드라이브. 오버드라이브 기능은 전자식으로 작동한다 처음에 가장 어렵고 적응이 오래 걸린 부분은 멈춰 설 때다. 브레이크의 감이 요즘 차와는 전혀 다른데다 브레이크 성능 자체가 그다지 좋지 못해 정지할 때는 항상 여유를 둬야 한다. 그런데 서울은 교통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급정지할 상황이 생각보다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MGB를 재미있고 능숙하게 몰려면 엔진 브레이크를 잘 활용해야 한다. 여기에 울컥거림을 방지하려면 rpm까지 적당히 맞춰줘야 하는데,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기술인 힐 앤 토를 사용하면 편하다. 엔진 브레이크와 힐 앤 토.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익숙해지기 힘든 아주 기본적인 운전 기술이다. MGB는 원초적인 부분도 많지만 스포츠카와 로드스터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갖추고 있다. 과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많으며, 누구라도 쉽게 즐길 수 있다. 가을 끝자락으로 갈수록 운행 가능한 날이 줄어들 테니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겨야겠다.MGB를 타면 일상이 아름답다 글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황욱익, 류장헌 취재 협조 라라클래식
메르세데스벤츠 CLS 400 d 4매틱, 여전히 굳건한.. 2018-12-19
MERCEDES-BENZ CLS 400 d 4MATIC여전히 굳건한 프리미엄 디젤 메르세데스 벤츠가 신형 CLS 400 d 4매틱을 출시했다. 새로운 직렬 6기통 3.0L 디젤 OM656을 탑재한 3세대 CLS는 더 강력하고 부드러우며 보다 깨끗하다. 신형 C클래스 발표에 앞서 신형 CLS 400 d 4매틱 시승 행사가 열렸다. CLS는 4도어 쿠페의 효시로 지난 2003년 1세대 모델을 통해 우아함과 역동성, 세단의 안락함과 실용성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많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았다. 신형 CLS는 일단 국내에 400 d 4매틱이 먼저 출시됐다.이 우아한 4도어 디젤 쿠페의 심장은 직렬 6기통 3.0L 트윈터보인 OM656. 이미 S 400 d를 통해 국내에 먼저 소개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신 엔진이다. 성능과 효율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이 모듈러 엔진은 기통당 배기량을 500cc 내외로 맞추고 실린더 간격을 90mm로 통일해 생산성을 높였다. 아울러 실제 도로주행상황에 가까운 새로운 연비측정방식(WLTP)과 유로6 RDE(Real Driving Emission)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신기술을 더했다. 기통당 배기량을 500cc 내외로 맞추고 실린더 간격을 90mm로 통일해 생산성을 높인 직렬 6기통 디젤 OM656  똑똑하고 강력한 신형 디젤 OM656최고출력 340마력과 최대토크 71.4kg·m를 내뿜는다. 디젤로는 이례적으로 알루미늄 블록에 주철 피스톤을 사용한 점이 큰 특징. 알루미늄의 열간 팽창이 더 큰 점을 이용하여 피스톤 마찰이 40~50% 감소했고 피스톤 보울(피스톤 윗면 형상)형상을 계단식으로 빚어 연소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PM배출량을 줄였다. 또한 촉매가 제 역할을 하는 온도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도록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를 엔진에 가깝게 위치했다. 이외에도 나노슬라이드 엔진코팅과 개선된 촉매코팅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더한 덕분에 이전 V6 디젤(OM642)보다 출력은 크게 증가했음에도 연료 소비는 최대 6%가 감소했다. 실제 주행에서의 경험은 퍽 놀랍다. 시종일관 부드럽고 매끄럽게 상승하는 엔진 회전은 잘 만든 가솔린 엔진이라 생각될 만큼 인상적이다. 기대했던 직렬 6기통의 특유의 회전질감 역시 예상을 뛰어넘는다. 아울러 출력이 상승함에 따라 발생하는 디젤 특유의 진동도 찾아 볼 수 없다. 엔진 마운트가 개선된 덕분이다. 사실 디젤 엔진은 고속영역에 이를수록 눈에 띄게 가속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400 d는 고회전에 이르러서도 숨고르기 한번 없이 꾸준히 가속을 이어간다. 터보 지연현상 없이 즉각적으로 출력을 쏟아내는 덕분에 무게 2t 차체를 단숨에 몰아붙인다. 힘과 효율 그리고 성능과 친환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CLS 400 d는 디젤에 대한 규제가 점차 까다로워지는 상황에서도 넘치는 실력을 자랑한다. 수입차 시장은 여전히 디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아발론의 도전 2018-12-19
TOYOTA AVALON HYBRID아발론의 도전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낮은 가격표로 경쟁력을 높였다. 신형 아발론은 국내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까?아발론은 한국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1995년 국내에 데뷔한 1세대 아발론은 당시 수입선다변화 정책에 의해 일본산 자동차 수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판매되던 일본 브랜드 세단. 병행수입업체가 들여온 까닭에 정확한 판매기록은 찾기 어렵지만, 과거에는 적지 않은 아발론이 한국 도로를 누볐고 길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토요타는 병행수입 아발론을 통해 자신들의 한국 진출 시기를 가늠했고, 이후 2001년 렉서스 브랜드로 한국 땅을 정식으로 밟는다.1세대 아발론은 한국에 처음 상륙한 일본 브랜드 차였다. 수입차가 아직 많지 않던 당시에도 적지 않은 차가 도로를 누볐다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세단아발론이 일본차 해금 이전 국내에 진출할 수 있던 배경은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됐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설계 모두 미국 토요타 법인에서 맡았으며, 차의 구성도 당시 미국산 대형 세단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칼럼시프트 변속기와 1열 3인승 벤치 시트가 옵션이었고, 실내 재질과 편의장비 구성은 형제차인 중형세단 캠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꾸몄다. 즉, 어디까지나 미국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었다. 경쟁차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닛산 맥시마와 포드 토러스를 비롯한 동급 대형차. 북미 시장 외에 성격이 비슷한 호주에서도 인기였으나, 한국에서는 IMF를 계기로 사실상 수입이 중단된다. 국내에 아발론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 건 2009년에 이르러서다. 메가 딜러를 꿈꾸던 SK네트웍스가 메르세데스 벤츠, BMW, 토요타의 여러 모델과 함께 3세대 아발론을 판매했다. 수입경로는 본사가 아닌 미국 딜러로부터 공급받는 구조이므로, 처음부터 정식수입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SK네트웍스는 당시 한국토요타가 팔지 않던 아발론 3.5L 최고급 사양을 들여오되, 한국토요타가 정식 수입하는 렉서스 ES350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경쟁 구도를 만들고자 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신통치 않았다. 국내 소비자에게 아발론은 역시 생소한 이름이었고, 덩치 큰 6,000만원짜리 캠리로 인식했다. 아발론이 정식으로 한국 땅을 밟은 건 2013년 4세대 모델이 처음이다. 가격은 4,730만원. SK네트웍스가 수입한 3세대보다 훨씬 저렴한 값이었다. 하지만 디젤 중심으로 돌아가던 분위기 속에서 대중브랜드 3.5L 가솔린 대형세단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는 극히 적었다. 한 달 판매량이 10대 미만에 머무를 때가 많았고, 수년간 팔았어도 아발론을 아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았다.하이브리드와 낮은 가격표로 경쟁력 키운 신형 아발론아쉬운 과거를 뒤로 한 채 신형 아발론은 다시금 한국 시장에 도전한다. 아발론은 캠리와 ES350 사이를 메우는 동시에 토요타와 렉서스를 잇는 모델이다. 즉 한국토요타의 모델 라인업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이번 5세대 아발론은 매력적인 파워트레인으로 존재감을 높였다. 최근 수입차 시장은 디젤과 관련한 여러 문제로 인해 하이브리드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신형 아발론은 이러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2.5L 하이브리드 단일 트림으로 등장했다. 그러면서도 찻값은 구형 3.5L보다 100만원이상 저렴해졌다. 5세대 아발론은 젊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입혔다. 미국 시장에서 평균 고객 연령은 2008년에 64세, 올해는 65세로 여전히 많은 편이다   공격적인 라디에이터 그릴은 내수용 대형 세단 크라운과 글로벌 렉서스와 궤를 같이한다  차체는 길이 4,975mm, 너비 1,850mm, 휠베이스 2,870mm에 이른다. 동급 기아 K7과 비교하면,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5mm, 25mm 여유가 있고 너비만 20mm 좁다. 넓은 실내 공간과 도어 포켓을 비롯한 다양한 수납공간도 미국 시장을 반영한 흔적들. 최신 토요타차 답게 대시보드 높이를 깎아 전방 시야를 넓혔고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로 대각선 사각지대를 줄였다. 시야가 쾌적해진 덕분에 운전이 더 편하다.입체적으로 빚은 후면부는 아발론의 매력 포인트  9인치 센터모니터로 첨단 분위기를 더했다. 낮은 대시보드가 더 쾌적한 시야를 만든다  또렷하게 좋아진 주행 품질은 저중심 설계의 모듈러 플랫폼 TNGA 덕분이다. 깔끔하고 직관적인 조향 감각도 평균 이상이다. 아울러 여유로우면서도 절제된 승차감이 차에 대한 만족감을 높인다. 파워트레인은 캠리 하이브리드와 같은 178마력 밀러사이클 엔진과 120마력 전기 모터 조합. 둘을 합친 시스템 출력은 218마력이다. 차 무게가 캠리 하이브리드와 비교했을때15kg 차이에 불과하다. 따라서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연비 성능과 가속성능 모두 캠리 하이브리드와 대동소이하다. 아발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연비성능이다. 기자는 서울 잠실에서 출발해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에코빌리지를 돌아오는 시승코스에서 1리터당 평균 18km 내외의 연비를 기록했다(트립컴퓨터 기준). 성인 남자 셋이 탑승한 채로 스트레스 없이 주행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1리터당 20km를 쉽게 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안전장비는 운전석/조수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총 10개의 에어백, 그리고 후측방 경고, 차선이탈 경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긴급 제동 보조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서울 잠실과 강원도 영월을 왕복하는 시승코스에서 1L당 평균 18km 내외의 연비를 기록했다아발론은 지역색이 강한 탓에 몇 가지 단점이 두드러진다. 고객입장에서 가장 큰 불만은 부족한 편의장비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급 사양인 리미티드 대신 XLE를 들여왔다. 이 때문에 대형세단에 필수 덕목인 오토센싱 와이퍼, 운전석 메모리 기능, 1열 시트 통풍, 2열 시트 열선이 빠져있다. 아울러 내장재와 실내 분위기도 렉서스 ES보다는 캠리에 가깝다. 물론 그랜저와 비교해도 부족한 수준이다. 큰 차일수록 고급하다는 국내 소비자의 인식과 거리가 느껴진다. 이러한 몇 가지 특징에서 역시 미국 중심의 차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신형 아발론은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번 기회를 통해 존재감을 높이려 하지만 국내 소비자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충족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매력적인 파워트레인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나머지는 한국토요타가 소비자를 설득하는 능력에 달렸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한국토요타
2 SUV & 2 MPV, 1열-2열-3열 '따로따로'.. 2018-12-18
2 SUV & 2 MPV1열-2열-3열 '따로따로' 시승기나만 편하면 장땡이 아닌 함께 타는 차들. 1열뿐만 아니라 2열과 3열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HONDA Odyssey1열세단인가? ‘세단처럼 편합니다’ 온갖 RV가 내세워온 광고 문구지만 실제로 그런 차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빤한 문구를 오딧세이를 위해 다시 꺼내야 할 듯하다. 이 차는 정말 세단 같다. 좌석 높이가 세단 못지않게 낮고, 서스펜션은 유연하게 잔진동을 거른다. 더욱이 V6 3.5L 엔진의 잔잔한 고동이 더해져 그냥 세단도 아닌 고급 세단처럼 느껴진다. 단언컨대 이날 모인 네 대의 RV 중 승차감만큼은 독보적이었다. 건담 얼굴 같은 실내는 거부감이 들지만.센터콘솔이 여유로워 수납 공간 부족할 일은 없겠다2열넓지만, 빈약한 시트공간만 놓고 보면 오딧세이가 가장 여유롭다. 낮은 플로어 덕분이다. 그러나 여유로운 공간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활용 능력은 별개의 일. 좁고 얇은 시트는 착좌감이 떨어진다. 팔걸이도 폭이 좁고 지지력이 약한 탓에 제 역할을 못 한다. 성인보다는 아이에게 적합해 보인다. 시트를 옆으로 슬라이드 하는 기능은 퍽 재미있다. 오늘 나온 차중에 유일하게 2열 시트 열선이 없는 것도 지적할 만하다. 플로어 매트는 바닥을 가득 메운다. 덕분에 실내를 청결하게 유지하기에 좋다.아이들에게 유익한 뒷좌석 AV시스템3열기준이 되다미니밴 태생에 낮은 플로어 덕분인지 레그룸, 헤드룸 모두 넉넉하다. 이러한 여유는 공간에서 그치지 않는다. 편의사양도 넉넉하다. 양쪽에 컵홀더 4개와 송풍구 2개 그리고 전원 시가잭도 갖췄다. 양쪽으로 헤드셋 잭이 2개나 마련돼 오딧세이가 자랑해 마지않는 엔터테인먼트를 모조리 즐길 수 있다. 승차감이 좋아 이날 탄 RV 중 가장 일반 승용차에 가까웠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곧바로 깔끔하게 뒤를 잡아주기에 울렁거리지도 않았다.방해받지 않고 AV를 즐길 수 있다KIA Carnival 1열보기에 좋은 떡카니발에 올라타면 기분이 좋다. 정갈하게 꾸민 실내, 가득한 편의장치, 편리한 내비게이션까지 그냥 승합차가 아닌 고급 승합차에 오른 기분이다. 직렬 4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도 썩 자연스럽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조금만 움직여보면 허술한 주행감이 운전자 얼굴의 미소를 지운다. 운전대와 브레이크 조작감이 어색하고 뒤쪽 서스펜션은 댐퍼란 게 없는 듯 통통 튄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엔 좋지 않았다.허접한 수입차 내비게이션 사이에서 카니발 내비게이션은 발군이다.2열편하고 안락하다. 서 있을 때만독립식 캡틴 시트는 크고 안락하다. 등받이, 방석, 팔걸이 모두 신체를 편하게 지지한다. 오늘 만난 차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좌석이다. 수많은 연예인과 정치인들이 카니발을 고집하는 이유인가보다. 단 이러한 만족은 차가 움직이면서 급격히 저하된다. 과민 반응하는 서스펜션 때문에 승차감이 떨어지는 탓이다. 어쨌든 공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플로어 매트는 바닥 레일 틈 사이를 꼼꼼하게 덮고 있다. 덕분에 실내를 청결하게 유지하기 좋다. 뒷좌석 열선, 소지품 보관함, 220V 파워 아웃렛3열반전 매력내심 기대가 많았던 카니발에는 단독조명과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USB 포트가 마련된다. 시트는 대한민국 표준 체형인 기자가 느끼기에 가장 안락했다. 등받이는 180°까지 젖힐 수 있어 장거리 운행 시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개방감은 패스파인더 못지않다. 반전은 도로 위에서 시작된다. 알고 싶지 않은 작은 돌멩이 하나까지의 정보가 읽힌다. 진동이 두개골까지 올라오는 바람에 조금이라도 빠른 속도로 과속방지턱을 넘으면 안 좋은 걸 넘어 불쾌한 수준이다. 나쁘지 않은 개방감 그리고 단독 조명NISSAN Pathfinder1열거대한 보트처럼큰 차에 앉은 기분이 좋다. 거대한 보닛을 앞에 두고 부드러운 서스펜션으로 달리는 기분은 마치 큼직한 보트를 운전하는 듯하다. 263마력을 내는 V6 VQ 엔진의 정숙성 역시 만족스럽다. 다만 실내도 보트처럼 무심하다. 4세대 출시 후 어느덧 6년이나 지나버린 세월을 대변하듯 스타일이 고리타분하다. 당당히 플라스틱 질감을 드러내는 나무 무늬와 은색 장식이 안타까울 따름. 그러니 시선은 든든한 보닛 건너 밖으로 고정하자.10년 전에 찍은 사진이 아니다.2열세대교체가 시급함실내가 가장 낡아 보였다. 실제로도 출시한 지 가장 오래된 모델이기도 하고. 2열 벤치 시트는 보기와 달리 딱딱하고 편안함을 전달하지 못한다. 앞/뒤 슬라이드와 등받이 각도 조절을 지원한다. 2열 플로어 매트는 바닥과 딱 맞지 않는다. 3열 승객이 밟고 실내로 드나들 수 있도록 2열 도어 스탭 플레이트가 실내에 넓게 자리한다. 하지만 오염에 취약한 소재이며 상처도 쉽게 난다.오염에 취약한 스탭 플라이트3열탁 트인 시야선루프와 큼직한 측면 차창 구성이 수준급의 개방감을 제공한다. 2명이 탈 수 있는 시트 구성인데 휠하우스 공간이 상당한 부피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레그룸은 넉넉하지만 시트가 거의 바닥에 붙어있다시피 해 쪼그려 앉는 기분이다. 편의 장비는 컵홀더와 공조기가 전부다. 헤드레스트는 쓸데없이 인사성이 밝다. 직각으로 앞으로 꺾인다. 3열을 접어서 보관할 때에는 좋지만 탑승자를 위한 기능은 아니다. 주행 시 잔 진동을 잘 걸러주는 대신 잡소리가 크게 들린다.개방감에 힘을 보태는 선루프와 측면 차창CADILLAC Escalade1열도로 위에 군림하다에스컬레이드에 앉는 순간 다른 차는 시시해져 버렸다. 모두를 내려다보는 높은 시야, 거대한 센터터널, 광활한 보닛까지 마치 다른 세상 차 같달까. 이런 풍요로움 가득한 분위기에 승차감도 마냥 편할 줄 알았건만 웬걸, 노면 반응은 트럭처럼 뻣뻣하다. 잔진동에 털털대며 반응하고 요철은 꿀렁이며 넘는다. 아무리 커도 사다리꼴 프레임 골격 섀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도로 위를 지배하는 듯한 기분이 모든 걸 용서한다.  감성과 성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V8 6.2L OHV 엔진2열덩치는 풀사이즈, 알맹이는 스몰사이즈문을 열자마자 고급스러운 내장재가 눈에 띈다. 시트와 도어트림을 비롯한 곳곳을 가죽으로 감쌌다. 높은 포지션을 자랑하는 2열 캡틴 시트는 앉았을 때 내려다보는 맛이 일품. 등받이 각도조절이 안 되는 점은 무척 아쉽다. 차 덩치는 무지막지하게 크지만 공간 활용도는 준중형 SUV 수준. 플로어 매트는 2열 승객 신발이 겨우 올라설 만큼 좁다. 3열 승객이 드나드는 2열 중간은 플로어 카펫이 그대로 노출되어있다. 내 차는 아니지만 청소할 일이 걱정이다. 레더 프레임에서 비롯된 질 낮은 승차감도 실망스럽다. 방지턱을 넘으면 바퀴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큰 충격을 전달한다. 무거운 차체를 버티려는 서스펜션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SUV에도 AV시스템이 빠지지 않는다3열속 빈 강정외모 깡패에 걸맞은 3열 공간을 기대하게 만든 에스컬레이드. 그런데 패스파인더보다 더 심하게 아래에 놓인 시트 바닥이 완전히 쪼그려 앉은 자세를 유도한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취하는 하이키킹 자세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다. 신발 뒤축이 궁둥이에 닿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카니발보단 낫지만 사람이 곧 짐짝 신세로 전락하는 공간이다. 승차감은 어땠냐고? 글쎄. 뭔가를 느껴보기도 전에 발에 쥐가 나는 바람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짐과 사람을 실을 때 유용한 컨트롤 버튼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롱텀 시승기 9회] 역사적인 하우스 파티 2018-12-17
롱텀 시승기 8회 다시보기역사적인 하우스 파티영화 ‘아이언맨 3’에서 토니 스타크는 악당과의 결전을 위해 자신의 아이언맨 수트를 원격으로 총출동시키는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이라는 필살기를 선보인다. 비록 내게는 인공지능 비서도, 최첨단 수트도 없지만 여러 대의 애마는 있다. 자동차생활 편집부와 동료들의 힘을 빌려, 역사적인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을 발동시켰다.한국에서는 한 집에 차 여러 대가 있는 게 흔치 않다. 최근에야 용도에 따라 세컨드카를 들이거나 가족 구성원이 각자 자가용을 한 대씩 운행하는 집들이 늘어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집과 더불어 하나뿐인 가족의 소중한 재산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특히 필자처럼 세 식구가 차 다섯 대를 보유 하는 경우는 정말 보기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도 “어쩌다 이렇게 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차와 함께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일관성이라곤 요만큼도 찾아보기 어려운 조합이니!“그렇게 차가 많으면 힘들지 않아?”라는  질문도 종종 듣는다. 맞다. 힘들다. 1만km 또는 1년 중 선도래 시기에 엔진오일을 교체하는데, 1년에 적어도 오일 교환만 대여섯 번을 받아야 하고, 오래된 차들은 2년마다 정기검사도 돌아온다. 자동차보험도 다섯 번 갱신해야 하고 말이다.무엇보다 어려운 건 주차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주차대수가 제한적인 까닭에 3대만 댈 수 있다. 나머지 2대는 멀리 떨어진 다른 주차장에 귀양살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 5대의 차가 한 자리에 모이는 광경을 여지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명색이 가족인데, 한 자리에 모이지도 못한다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그래서 해가 넘어가기 전에 가족사진을 찍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사람이 아닌 자동차 가족사진 말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둘 뿐인지라 자동차생활 편집부와 친구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여기저기 흩어진 차들을 가지러 열심히 떠돈 끝에, ‘드래곤볼’을 모으듯 다섯 대를 가까스로 한 데 모았다.특별한 선물을 준 자동차생활 편집부와 포토그래퍼에게 감사 인사를 올린다가족의 역사가 담긴 쏘나타와 제네시스 쿠페이번에 모인 차는 1998 현대 EF쏘나타, 2008 현대 제네시스 쿠페, 1998 BMW 540i, 2001 푸조 206, 2018 푸조 208이다. 해치백 둘, 세단 둘, 쿠페 하나다. 이 중 쏘나타와 제네시스 쿠페, 208은 집 주차장에, 나머지 2대는 다른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 그러니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게 결코 녹록치 않았다.그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고 정이 많이 든 건 EF쏘나타다. 98년식이지만 우리 집에 온 건 2001년쯤으로 기억한다. 반짝이는 화이트 펄 컬러에, 당시에는 제법 있었지만 지금은 찾기 힘든 수동변속기가 달려 있다. 거기다 오랫동안 함께 하며 최적화된 세팅으로 제법 운전이 재미있는 패밀리 세단이다.쏘나타가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건 가족의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텨낸 전우(戰友)이자, 내게는 생애 첫 차라는 기억 때문이다. IMF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시기, 쏘나타는 오랫동안 우리 가족의 발이 돼줬다. 유년기에는 뒷좌석에, 학생 때는 동승석에, 그리고 성인이 돼서는 차를 물려받아 운전석에 타면서 많은 정을 붙였다. 첫 차로서 운전과 차량관리의 즐거움을 알려줬다. 내게는 삶의 영역과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었기에 여전히 고마운 차다.이제는 너무 정이 많이 든 쏘나타. 한때 폐차도 고려했지만 차마 보낼 엄두가 안 난다그런 쏘나타를 물려받을 수 있었던 건 아버지가 제네시스 쿠페를 구입했기 때문이었다. 왕년에 카 레이서였던 아버지가 “인생은 짧다”는 광고 문구에 홀려 큰 맘 먹고 바꾼 차였다. 아버지가 제네시스 쿠페를 사겠다며 내무부장관(?)인 어머니에게 한참 차의 필요성을 피력할 때, 저 차를 사면 쏘나타는 자연스럽게 내 차가 되리라는 생각에 나도 아버지 편이 돼서 어머니를 설득했던 기억이 난다.중년에 접어든 아버지는 여전히 300마력짜리 스포츠 쿠페를 즐겁게 타고 다닌다이 둘은 발 빠르고 운전이 재미있는 스프린터들이다. 쏘나타는 최고출력이 140마력에 불과하지만 서스펜션과 차체보강, 엔진 헤드포팅과 밸런싱 등 튜닝을 거쳐 다듬었다. 에다가 변속기 기어비를 조정하고 종감속기어도 교체해 여느 스포츠 카 못지않은 짧은 기어비를 갖췄다. 비록 몸집이 있지만 날 것 느낌의 거동은 제법 즐겁다. 제네시스 쿠페 역시 3.8L 자연흡기 엔진이 얹혀 당대 국산차 최강의 성능을 냈던 만큼, 여전히 우렁찬 배기음을 내며 번개처럼 달린다. 이 둘은 각각 우리 집에서 17년간 가족과 함께 걸어온 소중한 식구들이다.황금빛 고속도로의 제왕, BMW 540i나의 ‘콜렉션’ 중에서도 가장 자부심을 갖는 차를 꼽자면 단연 540i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영입하게 된 540i는 2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황금빛의 자태를 뽐낸다. 게다가 다운사이징 시대를 역행하는 자연흡기 V8 엔진이 얹혀 있어 가치를 더한다.집안의 얼굴마담이자 희소가치 높은 콜렉션, E39 540i이 540i는 미국에서 넘어왔다. 아버지의 지인이 미국에서부터 타던 차를 한국에 이삿짐으로 들여왔는데, 다시 외국으로 이주하면서 차를 아껴줄 새 주인을 구하셨고, 그렇게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이 차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보다 멋스러운 외모다. 국내에서는 정식 판매되지 않아 극히 드문 샴페인 골드 톤의 캐시미어 베이지 컬러, 그리고 베이지 인테리어가 적용돼 있다. 지극히 미국적인 컬러 조합이다. 튀지 않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특별한 컬러 덕에 어디서나 빛이 난다. BMW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E39답게 현대적인 BMW의 디자인 아이덴티티―호프마이스터 킥, 엔젤 아이, 후방 LED 포지셔닝 램프 등―를 정립한, 간결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모습은 세월이 무색하게 세련됐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게다가 285마력을 내는 V8 4.4L 엔진은 더욱 특별하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은 이미 멸종위기종이다. BMW의 장기는 직렬 6기통이라지만, 그럼에도 당대 5시리즈 최상위 모델이었던 540i는 분명 6기통과는 다른 묵직한 감각을 뽐낸다. 고속 크루징에서 긴 차체와 넉넉한 토크로 엄청난 안정감과 쾌적함을 선사하는데, 끔찍한 연비만 아니라면 장거리 주행은 항상 이 차로 하고 싶을 정도다. 내게는 고속도로 운전의 즐거움을 알려준 차이기도 하다.쏘나타를 통해 자동차를 직접 손보고 가꾸는 재미를 처음 배웠다면, 540i는 더 나아가 복원의 가치를 일깨워줬다. 몇 가지 소소한 튜닝이 돼있지만 순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0년 전 아우토반에서 담금질한 비즈니스 세단을 그 시절 그 느낌 그대로 되살리는 건 운전자에게도 특별한 경험이다. 또 이 차를 통해 한국에서 올드카를 타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필자에게는 카 라이프의 큰 전환점이 됐다.일상을 함께하는 푸조의 가치와 헤리티지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일상을 가장 많이 공유하는 차는 푸조 208이다. 어느덧 차를 구입한지 11개월이 지났고, 누적 주행거리는 2만4,000km를 돌파했다. 여전히 1리터당 20km 이상의 뛰어난 연비와 경쾌한 주행감각으로 데일리 카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또 롱텀 3회에서 다뤘던 206 역시 차를 보관해주고 있는 친구의 데일리 카로 부지런히 운행되고 있다.206은 자주 타지 않지만 친구의 관리로 팔팔하게 돌아다닌다일견 용도나 컨셉트가 겹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차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208은 필자의 연비 좋은 데일리 카로, 제네시스 쿠페는 아버지의 데일리 카로 쓰인다. 쏘나타는 넉넉한 공간의 장점을 살려 아버지의 짐차로 쓰이고, 가끔 수동이 그리울 때나 서킷 주행을 할 때 함께한다. 540i는 소장을 위해 끊임없이 복원 작업을 진행 중인데,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는 물론 올드카 모임에 참석해 드라이브를 떠날 때 가끔씩 주행한다. 굳이 애매한 녀석을 꼽자면 206이지만, 귀여운 외모와 더불어 ‘국내 1호차’의 가치를 지닌 만큼, 조금씩 손보며 재미있게 탈 생각이다.특히 206과 208은 한 핏줄을 계승하는 형제라는 데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번 촬영에서 처음으로 두 대의 차가 함께 달리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다.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하는 일상 속에서 변함없이 작고 실용적인 차를 추구하는 208과 206의 헤리티지가 새삼 뜻 깊게 와 닿는다. 가장 자주 타는 건 역시 208이다. 작은 차체지만 경제성과 실용성 모두 발군!3인 가족이 5대의 차를 운용하는 걸 이해하기란 쉽지 않음을 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고정비용이 나가는 게 자동차인데, 아깝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나름의 가치를 지닌 근사한 애마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자동차 마니아로선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특별한 가족 모임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각각의 차들에 대한 애정이 더욱 샘솟았다. 앞으로도 이들과 함께 카 라이프를 쭉 이어나갈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이다. 글 사진 이재욱
[롱텀 시승기 4회] 트랙에 모인 70대의 벨로스터 N.. 2018-12-17
롱텀 시승기 3회 보러가기HYUNDAI VELOSTER N트랙에 모인 70대의 벨로스터 N, 그리고 첫 사고....단돈 오만원으로 즐기는 트랙데이매달 차 타는 시간이 줄고 있다. 처음 출고 받은 9월엔 3,000km 가까운 거리를 달렸지만, 지금은 1,000km도 채 타지 않는다. 30%가량 운행 거리가 줄어든 셈이다. 이유는 주말에 개인적인 스케줄이 몰려 놀러 다닐 틈이 없어서다. 옆구리 시린 크리스마스이브 전까지도 살인적인 일정은 계속 이어진다.이런 와중에 11월 10일, N 클럽 코리아 트랙데이가 열렸다. 트랙데이를 주관하는 N 클럽 코리아(N Club Korea, 이하 NCK)는 쉽게 말해 여느 차종 오너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동차 동호회 일종이다. 현재 벨로스터 N은 동호회 3곳이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중인데, NCK도 그중 하나다. 보통 동호회에서 개최하는 트랙데이는 주행권을 구매해 다른 참가자와 함께 주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NCK 트랙데이는 인제스피디움을 통째로 빌렸다. 이날 70여 대의 벨로스터 N이 경주장을 가득 메우고 달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마 인제스피디움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 동호회 역사를 통틀어 이렇게 많은 단일 차종이 한자리에, 그것도 서킷에 모인 건 아마 최초가 아닐까. NCK는 아반떼 스포츠컵 대회 운영을 담당하는 KMSA(Korea Motor Sport Association)가 운영을 도맡는다. 이날 참가자들은 모터스포츠 전문 기업의 역량을 유감없이 맛볼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 일반적인 모임의 범주를 넘어섰다. 아반떼 스포츠컵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프로 드라이버들을 초청해, 선수 한 명이 약 7명으로 구성된 팀을 전담했다. 덕분에 짜릿하면서도 안전하게 트랙을 달릴 수 있었다. 이날 한 차례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피트엔 기술팀이 상주해 타이어 공기압 체크 및 교환 같은 경정비와 차량 점검을 지원했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먹거리와 나눔 물품을 가져와 공유하기도 했다. 해가 떨어진 저녁엔 기념 촬영 후 경품 이벤트가 열렸다. 이 모든 행사를 즐기는데 필요한 참가비는 단돈 5만원. NCK 트랙데이는 이른 오전에 시작해 저녁 만찬을 함께 한 뒤에야 종료했다. 참가비 소식을 접한 참가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그러나 필자는 트랙데이에 참가하지 못했다. 앞서 말한 대로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이다. 다양한 벨로스터 N 소식을 전하기 위해 NCK 트랙데이 소식을 빼놓을 수 없었다. 진짜 하고 싶은 내용은 이제부터다. 교통사고를 내다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니, 과실이 내가 더 많으니 사고를 냈다. 그런데 좀 억울하다. 받힌 건 난데 가해자가 됐다. 구차한 변명을 할 생각은 없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먼저 교차로 통행법에 대한 설명부터. 교차로에서는 차선이 그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진입한 차선 그대로 달려야 한다. 즉, 사거리를 건넌 후 실선을 만나야 비로소 차선 변경이 가능하다. 지난 9월부터 법규가 강화됐다. 필자가 사고를 낸 도로는 편도 2차선. 사거리를 지나 바로 우측 건물 주차장에 진입해야 했다. 그런데 미처 차선을 바꾸지 못했다.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선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녹색불이 켜지고 차를 움직였다. 2차로는 우회전을 기다리는 차들로 잠시 진행이 멈췄다. 사이드미러로 상황을 확인하고 차선을 바꾸는 순간, ‘쾅’ 소리와 함께 블랙박스가 요란하게 울렸다.↳ 사고나는 바람에 얼룩덜룩해졌다. 지인들은 은근히 잘 어울린다고그렇게 사고가 났다. 충격으로 사이드 스커트가 떨어졌고, 래핑이 벗겨진 자리엔 원래 피부색인 검은색이 드러났다. 상대방은 택시다. 택시는 손상이 별로 없었다. 연마제로 열심히 문지르면 지워질 정도의 흠집이 났다. 이내 보험사가 출동해 사태를 확인했고, 나는 차를 공업사에 입고 후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생애 두 번째 사고지만 어안이 벙벙했다. 내 생각엔 택시가 직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받혔기 때문이다. 며칠 뒤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다. 교차로에서 차선을 바꿨으니 내가 불리하다며 상대방 수리비 전액을 물어주고 마무리 짓자고 권했다. 통상 수리비가 200만원이 넘지 않으면 다음 해 보험료 인상은 없다. 내 차와 상대방 차 수리비를 모두 합해서다. 만약 과실 0:100으로 처리할 경우 나는 자기부담금 20만원만 내고 차를 수리하면 된다. 자기부담금 20만원을 내면 100만원까지 수리비 청구가 가능하다. 그만큼 피해는 가벼웠다. 몇 초간 머리를 굴린 뒤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그런데 몇 시간 뒤 같은 번호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피해자가 몸이 아프니 병원에 가야겠다고 한 것이다. 나는 일단 알았으니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고 직후 먼저 나에게 다가와 보험 접수를 요청하고, 보험사가 현장에 도착할 동안 밖에서 사진도 찍고 ‘멘탈’이 나간 나를 구경하던 사람이 갑자기 아프다니, 선뜻 마음이 가질 않았다. 결국 나는 대인 접수를 하지 않았다. 병원에 갈 만큼 큰 사고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상대방은 경찰서에 사고를 접수하게 된다. 각자 담당 경찰서에 출두 후 진술을 하면 담당관이 결과를 종합해 진단을 내린다. 가해자는 벌금과 범칙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피해자 병원 진단서를 받고 대인 접수를 명령할 수도 있다.경찰서에 출두 후, 마디모 프로그램을 신청할 생각이었다. 마디모 프로그램이란 사고 상황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3D 가상현실로 재현하는 프로그램이다. 구현된 상황을 재분석해 어느 정도 피해가 있을지 계산한다. 캐나다에서 처음 만든 시뮬레이션으로 ‘보험사기’를 막는 데 적극 이용하고 있다. 신청자가 워낙 많은 탓에 결과가 나오기까지 3달 정도 걸린다고.진술 결과 경찰은 병원 입원을 인정하지 않았다. 각자 과실을 따진 후 대물 처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과실 비율은 9:1. 상대방은 직진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교차로에서 차선을 바꾼 내 잘못이 더 컸다. 아직 래핑은 벗겨진 상태다. 수리비 견적서의 10% 비용만 상대 보험사에 청구하면 이번 사고는 종결된다.자칫 보험사가 시키는 대로 휘둘릴 뻔했다. 100% 과실에 병원비까지 물어주면 내년 보험료는 20만~30만원 가까이 인상된다. 피해자는 많으면 150만~180만원 합의금을 받는다. 다시 먼 거리를 달려 래핑을 하고, 수리비가 나가는 걸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어찌 됐든 다시는 교차로에서 차선 변경을 안 하겠노라 다짐했다.  글 사진 이병주
JCW 컨트리맨 ALL4 2018-12-13
JCW COUNTRYMAN ALL4존쿠퍼웍스(John Cooper Works, 이하 JCW)의 손길은 SUV도 내버려 두지 않는다. 미니 쿠퍼의 역사가 미니에서 시작된 걸 생각한다면, 이건 오랜만에 본색을 드러낼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바탕이 된 컨트리맨은 미니 중 가장 크고 무겁기까지 하다. 과연 JCW의 마법은 SUV에서도 통용될 수 있을까?미니의 아버지 알렉 이시고니스는 자신의 창조물로 레이스를 벌일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미니로 레이스를 하겠다고 달려든 것은 그의 친구였다. F1과 인디애나폴리스를 모두 석권한 당대 최고의 레이싱 컨스트럭터 존 쿠퍼는 이 작고 귀여운 초대 미니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철저하게 경량화를 거친 차체 설계, 단순하고 신뢰성 높은 메커니즘, 공간 확보를 위해 바퀴를 최대한 바깥으로 밀어낸 레이아웃은 오로지 단가와 생산성을 고려한 국민차 설계가 낳은 결과였지만, 다르게 보면 레이스카로서의 이상에도 부합하는 구성이었다.JCW는 그냥 멋내기 브랜드가 아니다이시고니스는 처음엔 맹렬히 반대했지만 나중엔 열정에 설득 당해 작업을 거들었다. 이렇게 완성한 미니로 랠리에 출사표를 던진다. 길이 3m에 배기량 997cc 엔진. 서민의 발로서 소박하기 짝이 없는 이 차는 이후 수년간 랠리계를 석권한다. 여세를 몰아 더욱 성능을 끌어올린 쿠퍼 S가 개발되었다. 엔트리 넘버 37을 달고서 몬테카를로 랠리를 4년 연속 우승해버릴 즈음, 쿠퍼라는 이름은 고성능 미니의 확고한 상징이 되었다. 이후 40년 뒤에 미니를 인수한 BMW가 2008년 쿠퍼 가문으로부터 JCW의 사업권까지 사들일 정도로 미니에 새겨진 JCW의 각인은 강렬했다.BMW 시대의 JCW 미니는 쿠퍼와 쿠퍼 S 위에 군림하는 새로운 플래그십 브랜드가 되었다. 이제는 미니의 성능을 극단으로 끌어올린 궁극의 미니로서 전세계 매니아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라인업이 늘어나면서 전에 없던 JCW 버전도 나오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왜건이나 SUV같은 차 말이다.   JCW 컨트리맨은 ‘최초의 JCW’ 타이틀 몇 가지를 새로 썼다. 일단 길이 4,315mm에 무게 1,650kg이 넘는 차를 JCW 미니라고 불러야 할지 살짝 망설여질 지경. 가장 크고 가장 무거우며 가장 비싼 JCW이자, 최초의 SUV JCW, 그리고 최초의 4륜구동 JCW 모델이다. 특별한 차인 만큼 외장도 새롭게 꾸몄다. 전통의 붉은색 악센트에 새로운 LED 헤드라이트,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와 전용 스포츠 시트 등 이 차가 특별하다는 힌트는 넘쳐난다. JCW 전용 스포츠 시트. 가죽과 스웨이드의 배합으로 완성한 품질감은 뛰어나다  대시보드는 기능과 질감 모두 다른 컨트리맨과 비슷하다미니는 추가한 외장 파츠 덕분에 공력성능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전면 투영면적이 넓은 SUV의 특성상 파츠 몇 개로 해결될 문제는 아닐 테다. 4기통 2.0L 터보 엔진은 1,450~4,500rpm 사이에서 35.7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피크 회전수를 줄이는 대신 3도어 모델보다 토크를 3kg·m 키운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수치상으로는 수준급의 토크임에도 불구하고 힘의 여유를 느끼기는 어렵다. 1,655kg로 늘어난 무게가 이 모든 출력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몸뚱이를 짊어진 채 차는 앞으로 달려간다. 그나마 부지런히 일을 하는 것은 8단 자동 변속기 정도.도어트림 일부에도 스웨이드를 적용했다  자잘한 디테일이 들어간 범퍼와 붉은색 액센트가 차별화 포인트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는 6.5초가 걸린다. 다른 JCW 형제들과 비교하면 아주 조금 느린 정도지만, 그 가속감은 국산 2.0L 터보 세단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바락바락 악을 쓰며 튀어나가는 3도어 해치백 특유의 경쾌함이 조금은 담겨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거 없다. 비록 연출된 것이라 해도 JCW 특유의 레이시한 감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를 켜면 제법 변화가 느껴지긴 하지만, 그냥 조금 경쾌하려다가 마는 정도에 머무른다.  전륜에는 브렘포 4피스톤 캘리퍼가 들어간다231마력에 35.7kg·m의 토크지만 무게 1.6t 차체가 상쇄하고 만다JCW라는 이름의 타협하체도 JCW와는 거리가 멀다. 보통의 소형 SUV에 약간의 스포츠 감성을 더한 정도다. 마냥 단단하게만 만드는 대신 완급을 조절한 하체는 거친 도로에서도 좋은 승차감을 제공한다. 포장도로의 코너링은 소형 SUV로서는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소형 SUV’로서 말이다. 천하의 JCW도 물리법칙을 상대로 마법을 부리지는 못한다. 댐퍼 스트로크가 긴 차는 코너의 끝자락에서 좌우로 몸을 흔들기 일쑤고, 타이어를 통해 올라오는 노면 정보는 미처 스티어링 휠까지 오기도 전에 흐릿해진다. 코너를 돌면 돌수록 3도어 해치백의 날 서고 또렷한 핸들링이 그리워질 뿐이다. 혹시나 끌고 들어간 오프로드에서도 일반 컨트리맨과 특별히 다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비포장에서는 4륜 트랙션이 도움을 주지만 본격 랠리머신의 기분을 느낄 여지는 없다. 하체가 낮다 보니 조금만 길이 거칠어도 바닥이 닿을까 노심초사하며 달려야 한다. “JCW인데...” 싶어 스포츠 모드로 줄창 달렸더니, 연료계가 빠르게 떨어진다. 얌전히 기름 아끼라고 에코모드도 마련해 놓았건만 이걸 켜면 출력과 움직임은 컨트리맨 쿠퍼와 다를 바 없다. 우리가 이러려고 JCW를 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미니쿠퍼의 역사는 랠리에서 시작한다. 모처럼 나온 SUV로 산과 들에서 질주하는데 초점을 맞춘 본격 4륜구동의 길을 갔다면 정말 근사했겠다. 그러나 JCW 컨트리맨이 그 대신 택한 것은 도심을 벗어나지 않는 보편적인 성격이다. 현재까지 나온 어떠한 JCW보다도 넓은 공간을 자랑하나, 공간 보고 JCW를 사는 건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몸무게가 크게 불어나는 걸 감수하고 달아 놓은 4륜구동은 주무대인 온로드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표출하지 않는다. 오프로드 달리기 능력은 쿠퍼와 다를 바가 없다. 이 차의 정체성은 참으로 애매모호하다. 오해는 하지 말기 바란다. ‘장난기 넘치는 세련미’를 과감히 현실화했다는 점만으로도 미니 컨트리맨은 정말 멋진 차다. JCW 3도어 해치백를 타고 서킷을 달린 경험은 아직도 잊지 못할 즐거움이다. 하지만 여기의 JCW 컨트리맨이라는 건, 그냥 제일 비싼 미니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나 통할 공식이다. JCW가 플래그십 브랜드로 자리한 이상 이 차의 출현은 예정된 것이었다. 이왕 JCW 버전을 만들거면 좀 더 오프로드에 가까운 차로 만드는 게 나았을 터. 반면 머리를 굴린 마케팅 부서는 더 많이 팔 수 있는 쪽을 택했다. JCW는 항상 스토리가 꽉 차다 못해 넘쳐나는 차였다. 하지만 가장 커다란 JCW의 속만큼은 의외로 휑했다. 글 김현준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메르세데스 벤츠 E400 카브리올레, 여유를 품다 2018-12-13
MERCEDES-BENZ E 400 CABRIOLET여유를 품다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는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내 중형 세단의 기틀 속에서 오픈카에도 여유로운 감성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준다. 제대로 된 벤츠 오픈 에어링의 시작, E400 카브리올레를 탔다.E400 카브리올레는 올 5월 국내에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로 계속 입맛을 다시던 모델이다. 한여름보다는 선선한 가을에 시승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시승차를 받고 촬영하려던 날은 가을 치고 이례적으로 상당한 양의 비가 내렸다. 빗물을 피해 찍을 만한 곳을 찾아다녔지만 모두 허사. 예정된 일정을 취소해야만 했고 다음 날 비가 그치기만을 바라며 아쉬운 마음으로 주차장에 차를 고이 모셔둬야 했다. 예상치 못한 장대비에 소프트톱의 방수 성능을 확인한 게 뜻밖의 소득이라면 소득. 다행히 다음날은 청량한 공기와 함께 화창한 햇살이 땅을 비추며 촬영을 부추기라도 하는 듯한 대기 컨디션을 보였다. 그리고 그제야 제대로 된 영롱한 색깔과 차체의 비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릴이 낮게 자리잡고 있으며 정갈한 에어 인테이크가 이를 떠받치고 있다과하지 않은 스타일링E400 카브리올레 시승차의 도장 컬러 명칭은 에메랄드 그린. 비를 뿌리기 시작한 오전에만 해도 컬러 명칭에 ‘그린’이 들어갈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누가 봐도 그냥 검은색이었기 때문이다. 이 반전 사실을 깨달은 건 험난한 빗길을 뚫고 겨우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서였다. 형광등 아래에서 시승차는 그제야 쑥떡에 가까운 짙은 초록을 어필하고 있었다. 다음날 날이 개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에메랄드 그린은 제대로 빛을 발했다. E클래스라는 출신 성분에서 오는 무게와 여유로움을 품는 컬러가 아닐 수 없었다.후진 시 엠블럼이 젖혀지며 카메라가 후방 시야를 확보해준다E클래스를 베이스로 한 만큼 얼굴 윤곽은 세단과 8할이 같은 모양새다. 다만 라디에이터 그릴을 2단으로 나누고 좀 더 화려한 장식이 들어간 점, 그리고 좀 더 낮은 차체 정도가 카브리올레임을 분간할 수 있는 힌트가 된다. E400의 옆모습은 벤츠답게 기품 있지만 스포티한 캐릭터 라인도 들어간다. 대개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전하는 하드톱 모델과 달리 소프트톱은 열었을 때나 닫았을 때나 날렵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뒷모습은 기존 S클래스 카브리올레에서 볼 수 있던 좌우로 길쭉한 테일램프가 눈에 들어온다. AMG 라인이 적용되어 AMG 전용 휠이 끼워진다품위를 살리는 공간실내는 얼핏 보면 세단과 다른 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12.3인치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큼직하게 자리하며 벤츠 중형 세단 티가 역력한 내장재와 퀄리티 좋은 마감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신형 CLS에도 쓰이는, 터빈을 형상화한 에어 벤트 정도가 기존 E클래스와 다른 점. 운전석에 앉으면 카브리올레 특성상 뒤로 밀려나 있는 안전띠를 어서 매라며 앞쪽으로 길게 뻗어주는 기특한 모습을 보인다.어느새 눈에 익은 인테리어. 송풍구에 변화가 왔다승하차 편의성은 물론, 공간 역시 넓어졌다. 뒷자리에 타기 위해 앞자리 사이드 볼스터 상단 레버를 당기면 등받이가 앞으로 누우면서 좌석이 자동으로 당겨진다. 이제는 뒷자리도 넉넉하다뒷자리에 오르기 위해 거쳐야 할 번거로운 과정이 단번에 생략된다. 앞좌석이 아니라고 성낼 일이 없어진 거다. 공간감 역시 이전 세대와는 확 달라졌다. 차체가 커진 만큼 무릎 공간이 4cm 이상 늘어난 결과다. 성인 남성 평균 키를 웃도는 기자가 탔을 때 이 정도면 뒷자리도 탈 만하다고 느껴졌다. 뒷자리에서 측면 유리창을 컨트롤할 수 있어 보다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 프런트 윈드실드 상단에 윈드 디플렉터(AIRCAP)를 전개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뒷자리에도 팝업식 윈드 디플렉터가 달려 있어 어느 자리에서나 품위 유지가 가능하다. 즐거운 오픈에어링을 위한 윈드디플렉터와 에어스카프스포츠 쿠페 또는 안락한 오픈카촬영 중간에 주행감을 느끼기 위해 잠깐씩 도로로 나섰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 모드를 바꿔본다. V6 3.0L 엔진이 내는 333마력의 출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느끼기 위함이다. 스포츠 모드로 두면 6기통 엔진의 호쾌한 출력을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즐길 수 있다. 도로가 좀 더 원활한 교통 흐름을 보이기 시작하자 자연스레 손은 주행 모드 버튼이 달린 센터패시아 하단으로 향했다. 스포츠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니 성격이 극적으로 달라진다. 살짝만 페달을 밟아도 울컥거리며 튀어나가려 해 운전자를 긴장하게 만든다. 엔진 어딘가에 숨겨두었던 실린더 두 개를 갑자기 작동시키는 기분이다. 다소 질감은 다르지만 이달에 탄 V8 6.2L 쉐보레 카마로와 언뜻 비슷한 분위기를 냈다.3.0L V6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간다앞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E400에는 에어 바디 컨트롤이란 이름의 에어 서스펜션이 달렸다. 벤츠다운 긴 스트로크 감각이 요철과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스포츠카보다는 안락한 세단의 움직임을 보인다. 물론 어디까지나 컴포트 모드에서 해당되는 이야기다. 스포츠 그리고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하체가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게의 스포츠 쿠페들이 그러하듯 과속방지턱에서는 좀 더 일찌감치 속도를 줄이는 게 허리 건강에 이롭다. 이번에는 컴포트 모드로 두고 가속 페달을 밟아본다. 엔진 회전수 1,600rpm부터 일찌감치 최대토크를 뽐내며 부드러운 가속이 이루어진다. 시프트업 시에도 회전수를 높게 쓰지 않고 기민하게 고단으로 변속한다. 가속 중에도 안락함이 절로 느껴진다. 날씨 때문에 전날 열어보지 못했던 소프트톱을 열어젖혀 맑은 가을 날씨를 만끽해 보았다. 여유로움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컴포트 모드로 맞춰 둔 채로. 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BMW X2, 변덕스러운 그녀 2018-12-12
BMW X2변덕스러운 그녀소형크로스오버 틈새 모델 X2. 소수의 취향마저 저격하는 BMW의 최신작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장차 소형 SUV 시장이 성장할 거란 믿음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꽤 견고해 보인다. 아직은 시장이 무르익었다고 볼 만큼 볼륨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앞다투어 차를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BMW는 최신작 X2로 이러한 행렬에 마침표를 찍는다. X시리즈에 1부터 7까지 숫자를 빼곡히 채워 넣었으니, 앞으로 ‘X0’가 나오지 않는 한 BMW에 소형 SUV가 추가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CS 쿠페에 대한 오마주, C필러 엠블럼알다시피 BMW 짝수 라인업은 숫자가 하나 작은 홀수 모델에 스포츠 성격을 더한 차다. 실내 공간을 손해 보더라도 외관 스타일과 성능을 강조한다. 최신 크로스오버 X2도 이러한 공식을 따른다. X‘2’는 쿠페를 지향하는 틈새 모델. 이름만 보아도 X1을 밑 재료로 깔고 날 선 디자인을 양념으로 더했으리라는 걸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트윈 테일파이프가 빚은 공격적인 뒤태핫해치 분위기의 측면 프로포션독일 레겐스부르크 공장에서 X1과 함께 생산되며, 같은 앞바퀴굴림 플랫폼 UKL2에 기반한다. 이로써 한지붕아래 같은 플랫폼을 쓰는 차가 미니 클럽맨, 1시리즈 세단, 2시리즈 투어러(F45, F46), X1 등 5개로 늘었다. 외관은 두툼한 C필러가 빚은 저돌적인 해치백 스타일이다. 평평한 보닛 상단은 오버 펜더와 하나를 이루면서 더 넓어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거둔다. 휠베이스는 X1과 같고 리어 오버행만 80mm 더 짧다. 군살을 덜어낸 엉덩이 덕분에 날렵하고 공격적인 스탠스를 자랑한다. 급격히 상승하는 호프마이스터킥와 문짝 아래 파팅라인이 C필러에 부착된 엠블럼을 향한다. 1970년대 CS시리즈에 대한 오마주이자 전설적인 3.0 CSL 쿠페를 떠오르는 요소다.멧돼지를 닮은 험상궂은 얼굴 BMW는 스포츠 지향 모델에 측면 엠블럼을 부착한다  실내는 X1 판박이지만 완전히 같지만 않다. M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사이드볼스터가 두툼한 시트가 드라이버 감성을 돋우는 한편, 대시보드 윗면과 앞면 그리고 변속기 주변 내장재에 바느질 장식을 더했다. M스포츠 스티어링 휠, 대시보드를 비롯한 내장재 바느질 처리를 추가해 X1과 소소한 차이를 두었다  이런저런 소소한 차이를 두어 고객에게 높은 찻값을 납득시키려는 것이다. X1보다 작은 차체는 실내 공간에도 영향을 미쳤다. 차체 높이가 72mm 낮은 까닭에 1열 헤드룸이 53mm, 2열 헤드룸이 58mm 줄었다. 시트 높이도 20mm 낮다. 레그룸은 X1과 동일하고 2열 공간 좌우 너비가 33mm 좁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성인 남성이 앉기에 충분한 뒷좌석이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470L, 2열 시트를 접으면 1,355L까지 늘어난다. 역시 낮고 짧은 엉덩이로 인해 트렁크 용량이 줄었으나 동급에선 가장 넓은 편이다.트렁크 공간은 기본 470L, 2열 시트를 접으면 1355L까지 늘어난다활기찬 파워트레인과 날 선 주행 질감해외에서는 1.5L 터보와 2.0L 터보 가솔린, 그리고 가지 2.0L 디젤을 출력에 따라 세팅한 여섯 가지 엔진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한 가지 엔진 단일 트림으로 구성한 20d xDrive M스포트만 있다. 단순한 상품구성으로 차 성격을 또렷이 하고, 라인업 관리도 효율적으로 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참고로 M스포트는 10mm 낮은 차고, 직경 90mm 트윈 테일파이프, 20인치 대구경 휠을 포함한다.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어본다. 같은 엔진인 다른 BMW보다 엔진 진동이 더 적게 느껴진다. 이전에는 ISG로 시동이 다시 걸릴 때 둔탁한 충격을 전달했지만, 지금은 같은 상황에서도 위화감이 적다. 원래 BMW B47 디젤은 회전 저항이 적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주행거리 100km를 갓 넘긴 시승차는 아직 길이 들지 않은 까닭에 질감이 거칠 법도 하건만, 회전수를 높일수록 부드러움만 감돈다. 정밀한 부품가공과 정교한 엔진제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B47 2.0L 디젤은 회전 질감 좋기로 정평이 났다190마력의 최고출력은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네 바퀴에 전달된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이 좋아 시프트다운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고회전에서도 변속기가 버거워하는 일이 없다. 상시 네바퀴굴림 시스템 xDrive는 이미 컨트리맨과 X1을 통해 뛰어난 온로드, 오프로드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날렵한 외모만큼이나 주행 질감도 날이 서 있다. 일단 출고용 타이어인 피렐리 P제로가 차 성격을 대변한다. 적당히 단단한 서스펜션과 날카로운 핸들링 덕분에 크로스오버란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 따라서 도심 주행에서는 꽤 즐겁게 다룰 수 있다. 그렇다면 X2는 크로스오버계의 골프 GTI 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분위기에 취해 속도를 높이자 차의 거동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불안정했다. 특히 하중 이동 변화가 큰 까닭에 과격한 주행에선 차가 허둥댄다. 이때 차체를 다잡아 주어야 할 서스펜션은 용량이 작은 탓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빨리 지친다. 아울러 드레스업 포인트인 20인치 휠이 도로에서 입력되는 큰 충격을 그대로 전한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남아도는 엔진출력은 더 달리고 싶다 말한다. 이러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힘들면 소리 없이 토라지는 변덕스러운 아가씨에 비유하면 적당할까? 물론 크로스오버라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만 않은 주행품질이다. 그러나 X1보다 근사한 외모를 가졌을 뿐더러, 찻값마저 비싸지 않던가. BMW 엠블럼이 달려있기에 기자의 기대감이 컸나보다. X2는 다양한 사람들이 즐겨 찾을 차는 아니다. 멋과 특별함을 원하는 소수의 고객만을 상대한다. 그래서 기본형 5시리즈에 근접한 가격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 일단 크로스오버 패션카로 바라본다면 X2는 생각보다 괜찮은 연애 상대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애스터마틴 밴티지, 탈 아날로그 2018-12-12
ASTON MARTIN VANTAGE탈 아날로그무진장 빠른 클래식카 같던 밴티지가 미래를 담고 돌아왔다.‘규모의 한계인가?’ 여과 없이 얘기하자면, 이전 밴티지 첫인상이 이랬다. 꾸준한 개선으로 성능만큼은 대단했지만, 그 바탕은 2005년에 나온 오래된 차였으니까. 그런 밴티지를 다시 만난 지난 10월 말. 신형 밴티지는 깊이 웅크릴수록 멀리 뛰 듯 한 번에 13년 세월을 도약했다.행복한 주차시승차를 받고는 ‘뭐, 멋있네’ 생각하며 차를 둘러보다가 뒤편에서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어 윙처럼 얇디얇은 테일램프와 그 아래 바짝 끌어올린 범퍼, 그리고 거대한 디퓨저가 꽉꽉 들어차, 숨 막힐 듯 긴장이 서려서다. 특히 맨 아래 공기흐름을 썰어낼 칼날 같은 디퓨저를 밝게 칠해 시각적 무게중심마저 아래로 끌어당긴다. 시승하는 내내 주차장에 전방 주차 해놓고 몇 걸음 떨어져서는 여러 번 되돌아본 이유다. 20인치 휠 뒤에 400mm 직경 주철 디스크 브레이크와 6 피스톤 캘리퍼가 들어있다 얇은 테일램프가 미래적인 분위기다옹골찬 뒤태를 맛본 후 다른 부분은 시시해져 버렸다. 역동적인 프론트 미드십 비율과 말끔한 앞 인상도 기대에는 못 미친다. 뒤만 보면 더 미래적인 스타일이 기대되는데 말이다. 전체적으로 파격을 더하되 이전 세대와의 연결성을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진짜 파격은 실내다. 이전 밴티지, 심지어 최신 DB11까지도 ‘애스턴마틴 실내는 굉장히 보수적이구나’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신형 밴티지는 다르다. 'ㅅ'자로 배치한 변속기 버튼을 중심으로 위쪽 토글 방식 공조장치 버튼 뭉치까지 빤한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센터터널 위 터치패드마저 주변 때문에 괜히 새롭다.애스턴마틴답지 않은 신선한 스타일의 실내 ‛ㅅ’자로 배치된 변속 버튼은 금세 적응할 수 있다  센터터널과 높은 문짝 사이 폭 파묻히는 시트는 본격 스포츠카 다운 모습. 메모리 기능이 달린 시트와 통풍 및 열선, 그리고 고급 가죽 범벅 실내는 그랜드 투어러 명가 애스턴마틴답다. 시트 뒤로는 2층 구조 선반이 마련돼 2인승 주제에 수납공간이 부족하지 않고, 시트를 살짝 눕혀 잠깐의 휴식도 가능하다. 350L 용량 트렁크 역시 깊이는 얕지만 넓어서 GT로 쓰기에 손색없다.스포츠카 치고는 꽤 넉넉한 350L 용량 트렁크 첨단으로 달리다변속 버튼 꼭대기의 투명 시동 버튼을 누르면 V8 엔진이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깨어난다. 깊은 파이프를 타고 울려지는 고동은 메르세데스 AMG 계열 엔진답지만, 음색이 요란스럽지 않아 한결 차분하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스포츠+, 트랙 세 가지. 애스턴마틴 중 가장 역동적인 막내답게 컴포트 모드 따윈 준비해놓지도 않았다.그래서 일상에서도 섀시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하체는 노면 정보를 빠짐없이 전달하고, 운전대는 묵직하다. 시야 아래를 가득 채운 보닛을 앞에 두고 달리는 운전 자세 역시 마찬가지다. 공도 위를 경주차로 달리는 기분이랄까. 여기에 V8 고동이 더해져, 어서 밟아보라며 운전자를 채찍질한다. 달아오른 밴티지 쭉 뻗은 도로에 도착해 주행모드를 트랙으로 바꾸어 고삐를 풀었다. 서스펜션은 더 단단하게, 변속기는 저단으로 내려가고, 배기는 뻥 뚫린 듯 가감 없는 소리를 내뱉는다. 이때 페달을 살짝만 건드리면 기다렸다는 듯 스로틀을 ‘훅’ 열어젖혀 울컥거릴 만큼 극도로 민감해진다. 반응만큼은 독립스로틀 엔진인 연상될 정도다.AMG 냄새가 물씬 나는 V8 4.0L 엔진. 서스펜션 마운트보다 뒤쪽에 자리 잡았다마침내 페달을 밟자 거대한 보닛을 슬쩍 들어 올리고 매섭게 돌진한다. 2,000rpm부터 5,000rpm까지 들이붓는 69.9kg·m의 최대토크가 1,530kg에 불과한 차체에 과할 지경. 7,000rpm 부근 변속 충격과 소리가 여기에 강렬한 맛을 더한다.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6초. 510마력 넘치는 출력은 속도계 바늘을 250까지 쉴 틈 없이 쏘아붙인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시속 314km다.이토록 고속으로 달리는 와중에 낮은 무게 중심과 시야, 그리고 뒤쪽에 붙은 운전석 위치가 불안함을 던다. 물론 최대로 조여진 댐퍼 역시 요철을 지나자마자 순식간에 자세를 추슬러, 허둥대는 순간은 매우 짧다. 그만큼 운전자 엉덩이는 불편한 게 사실이지만 자신감은 고속에서도 여전하다.고속주행 후 고갯길에 접어들어 프론트 미드십 매력을 만끽했다. 뒷차축에 가까이 붙어 운전대를 돌리니 뒷바퀴 움직임이 또렷이 느껴지는 건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가 남아있다. 회전축 위에 자리 잡고 열심히 방향을 바꾸는 보닛을 관망하는 기분이랄까.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차를 한계까지 내몬다. 피렐리 P 제로 타이어가 미끄러지기 시작할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면, 언더스티어로 시작해 탈출 때는 뉴트럴스티어로 돌아나간다. 하중이 뒤로 실리는 상황에서 예상외로 바닥을 매우 끈끈히 붙든다. 물론 이 상태에서 페달을 짓이기면 여지없이 오버스티어다. 애스턴마틴은 앞뒤 50:50으로 무게를 맞췄다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뒤쪽이 조금 더 무거운 듯하다. 무거운 기자가 앉았기 때문일까?한계치로 달리는 코너링 속도는 높다. 프론트 미드십, 뒤 295mm 고성능 타이어 등 빠르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감안해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이는 첨단 전자 장비 덕분으로 선회 시 안쪽 바퀴에 제동을, 바깥쪽엔 힘을 몰아주는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과 주행 상황을 파악해 반응하는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Diff)가 똑똑한 주행을 돕는다. 단순 기계장치만으론 도달하기 힘든 한계를 전자 장비의 도움으로 뛰어넘었다.퓨어 스포츠그러나 GT로 쓰기엔 조금 더 나긋할 필요가 있다. 잔진동이 적잖게 유입되고, 노면 소음도 꽤나 큰 편이다. 라인업 막내로서 GT 역할은 형님들에게 맡기고 성능에 집중한 모습. 애스턴마틴이 밴티지를 두고 ‘퓨어 스포츠를 계승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연비는 9시간 동안 306km를 주행하면서 L당 5.5km를 기록했다. 4.0L 트윈터보 엔진을 틈날 때마다 혹사시킨 결과다. 전체 연비는 이렇게 나왔지만, 차분히 달린 시내 주행 연비는 L당 7~8km로 썩 괜찮은 효율을 보이기도 했다.밴티지는 겉만 번지르르하지 않았다. 파격적인 스타일 아래엔 미래적인 성능을 담았다. 첨단 전자 장비는 물론, DB11과 함께 쓰는 알루미늄 섀시의 70%를 밴티지만을 위해 다시 설계할 정도로 공을 들인 결과다. 무뎌졌던 포르쉐를 겨눈 창끝이 다시 서슬 퍼렇게 빛난다. 가격은 시작가 기준 1억9,800만원. 과연 13년을 도약한 밴티지는 911에 대항할 수 있을까? 조만간 비교 무대를 준비해야겠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911 & 카마로 & 랭글러, 시간을 비껴가다 2018-12-11
911 & CAMARO & WRANGLER시간을 비껴가다 신차가 나와도 이전 세대가 여전히 매력적인 차가 있다. 그런 ‘구형’이 있기에 신형이 더더욱 빛나는 자동차들. 시간의 흐름 앞에 당당한 이유를 파헤쳤다.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JEEP WRANGLER‘지프’SUV 대명사 ‘지프’라는 이름의 진짜 주인, 랭글러다.상상해보자. 최신 랭글러의 20년 뒤는 어떨까? 보통 차라면 가치를 잃어버릴 긴 시간이다. 그러나 상상 속 랭글러의 미래는 사뭇 다르다. 매끈한 SF 영화 속 차들 사이에서 여전히 독보적인 스타일로 서 있을 듯하다. 20년 전 랭글러가 지금도 매력적인 것처럼 말이다. 유행 따위 아랑곳없는 랭글러는 시간의 흐름 앞에 한결 자유롭다.아이콘이 되다새빨간 최신 랭글러 앞에 섰다. 이 차는 누가 봐도 지프다. 심지어 2차 세계 대전 당시 최초의 지프, 윌리스 MB(1941)를 타고 전장을 누볐던 군인이 봐도 단번에 그 후예임을 알아볼 테다. 7개 세로줄이 그어진 그릴, 동그란 램프, 두툼히 튀어나온 펜더까지 원초적인 그 모습 그대로니까. 77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토록 자연스레 녹아드는 과거의 특징이 놀라울 따름이다.운전병 시절 ‘육공트럭’ 보닛을 이렇게 열었는데..  그럼에도 랭글러는 현대적이다. LED 헤드램프나 복잡한 범퍼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그릴과 보닛 등을 부풀려 마냥 뻣뻣해 보이지 않게 꾸몄다. 캐릭터라인이나 펜더 뒤편에 빛이 부드럽게 맺히는 부드러운 굴곡을 더한 것도 요즘 차답다.클래식한 구성이지만, 바퀴 안쪽 후방카메라, LED가 가득한 테일램프 등은 최신 차답다실내 역시 그렇다. 평면처럼 배치된 T자형 대시보드는 과거의 흔적이지만, 8.4인치 거대한 모니터나 디지털 계기판은 현대의 산물이다. 이처럼 과거를 계승하면서도 꾸준히 발전해온 게 바로 랭글러의 매력. 무려 30여 년 이상 큰 변화 없이 판매됐던 랜드로버 디펜더와 메르세데스 벤츠 G바겐과 달리 항상 역사의 중심에서 전후 승리와 평화의 대명사로, 이후 SUV와 정통 오프로더를 대표하는 차로 자리매김해왔던 이유다.진짜배기겉만 번지르르하다면 남자의 로망이 될 수 없다. 랭글러는 거친 외모 아래 깊은 내공을 품은 진짜배기다. 구조부터 남다르다. 튼튼한 사다리꼴 프레임 골격 아래 앞뒤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을 붙였고, 스티어링 기구는 리서큘레이팅 볼 방식이다. 모두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구성으로, 도심화된 요즘 SUV 사이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든 설계다.그래서 도로 위에선 불편하다. 록-투-록 3.2회전의 느슨한 운전대는 민첩한 거동이 힘들고, 프레임 골격 위에 고무 부시로 얹은 차체, 그리고 좌우가 하나로 연결된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은 노면 진동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키는 듯하다. 이전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개선되긴 했어도 말이다. 그 불편함은 험로에선 끈끈한 신뢰로 바뀐다. 느슨한 기어비의 리서큘레이팅 볼 방식 운전대는 날카로운 돌길에서의 충격을 부드럽게 둥글릴 뿐 아니라 내구성도 좋다. 프레임 차체와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 역시 내구성 좋기는 마찬가지. 특히 쇠막대기 같은 리지드 액슬은 한쪽 바퀴가 짓눌리면 반대쪽 바퀴를 끌어내려 거친 노면에서 네 바퀴를 온전히 바닥에 붙인다. 여기에 랭글러 전매특허, 스웨이바(스태빌라이저 또는 안티 롤 바) 분리 장치를 켜면 앞바퀴가 자유롭게 해방돼 더더욱 극적인 휠 트레블이 가능하다. 아쉽게도 시승차인 사하라에는 없는 기능이었지만. 참고로 랭글러 험로 주파 성능 제원(4도어)은 진입 각 36도, 램프 각 20.8도, 이탈 각 31.4도며, 최저지상고는 269mm, 수중 도하 깊이 762mm다. 셀렉 트랙 사륜구동 시스템 레버와 변속 레버. 두툼해서 손맛이 좋다  랭글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 윌리스 MB처럼 볼트 몇 개만 풀면 지붕이 통째로 떨어지고, 앞 유리창이 젖혀지며, 심지어 문짝까지 떼어낼 수 있다. 이걸 모두 떼면 마치 맨발로 산책하듯 지면이 생생히 느껴진다. 앞바퀴가 만든 물보라와 흙먼지가 바로 발 옆으로 지나가는 게 훤히 보이니 말이다. 고개만 살짝 내밀면 앞바퀴가 어딜 밟는지 정확히 볼 수 있어 바위를 오르는 락크라울링을 할 때도 요긴하다.진화하는 오프로더 랭글러는 ‘최신’을 더한다. 다운사이징 흐름을 따른 차세대 GME-T4 가솔린 터보 엔진은 2.0L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낸다. 이전 6기통 엔진에 가까운 성능이다. 아울러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 경량 소재를 보닛과 문짝 등 적소에 사용해 무게를 덜어냈다. 이전 V6 모델 대비 연비가 6.5km/L에서 9.0km/L로 훌쩍 뛴 이유다. 실제 서울 도심과 경기도 외곽 등 151km를 달린 연비 역시 L당 8.9km로 준수했다.이 외에도 전동 유압식 조향 장치와 사각지대 감지 장치, 후방 교행 감지 장치, 그리고 오프로드 주행 상황을 8.4인치 모니터로 표시하는 오프로드 전용 메뉴 등 랭글러는 아날로그 감성에 머물러만 있지 않는다.7인치 계기판 모니터를 통해 오프로드 주행 상황을 엿볼 수 있다랭글러는 당당하다. 윌리스 MB로부터 이어온 정통성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최신 기술을 담았다. 뚝심 있게 발전시켜온 오프로드 성능 또한 마찬가지. 모두가 유행에 갈대처럼 휩쓸릴 때 바위처럼 굳건히 지켜낸 랭글러만의 가치가 시간의 흐름에서 자유로운 이유가 아닐까.글 윤지수 기자CHEVROLET CAMARO SSBack to the 1960s카마로는 2000년대 접어들며 점점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 가고 있었다. 1993년에 선보인 4세대를 끝으로 단종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GM은 2006년께 카마로의 부활을 선언했다. 되살리기로 한 이상, 브랜드 내 몇 안 되는 스포츠카로서 시선을 끄는 외모는 필수였다. 카마로 헤리티지를 이어 미국적인 쿠페의 정수를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있었다.카마로의 시작포니카로 시작을 알린 카마로는 포드 머스탱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략 모델이었다. 머스탱은 전후 황금기를 맞았던 시기 차들이 무조건 화려하고 커지기만 하는 상황에 염증을 느끼던 당시 미국인들의 새로운 수요에 주목했다. 고성능은 아니지만 작고 스포티한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보닛은 길고 트렁크 공간은 극도로 짧은, ‘롱노즈 숏데크’ 디자인을 구사한 게 포드 머스탱이었다. 이른바 ‘포니카’의 시작이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니 카마로 역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1세대 카마로는 머스탱과 마찬가지로 2도어 형태에 4개의 시트를 마련한 뒷바퀴 굴림 쿠페로 탄생했다. 당시 카마로와 머스탱을 지금 모델과 비교해 봐도 기본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 대신 카마로에는 뒷바퀴 펜더를 부풀려 놓아 근육이 잔뜩 붙은 말을 보는 듯한 인상이다. 낮고 넓게 깔린 보닛은 카마로의 오랜 디자인 아이덴티티다 독특한 측면 차창 테두리 형상  범블비로서의 카마로요즘 카마로는 영화 <트랜스포머> 속 범블비로 기억된다. 기자 역시 영화를 본 이후로는 이전 세대 카마로의 생김새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GM은 모터쇼에서 부활을 예고했을 뿐, 아직 시장에는 데뷔하지도 않은 컨셉트 단계의 카마로를 영화에 등장시켰다. 오랜만의 부활에 걸맞은 신고식을 제대로 치러 준 셈이다. 알다시피 영화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그 결과로 5세대 카마로는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시장에 나왔다. 영화가 흥행한 덕에 덩달아 카마로 디자인에 주도적 역할을 한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엽 씨가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영화 마케팅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GM은 다시 한 번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카마로를 투입시켰다. 우리나라에선 <트랜스포머> 시리즈 1편만큼의 인기는 끌지 못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서 6세대 카마로 컨셉트카를 등장시켜 다시 한번 신형 카마로를 홍보했다.헤리티지의 구현카마로가 이번 기획에서 클래식을 고수하는 현재진행형 모델에 뽑힌 데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첫째는 디자인이다. 이상엽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5세대 카마로는 1960년대 후반에 탄생했던 1세대 후기형을 모티브로 제작됐으며 그 결과 역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옛 모델의 헤리티지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더한다는, 말은 쉬워도 결코 간단하지 않은 과업을 이루어 낸 거다. ‘V’자 모양으로 꺾인 전면 형상 역시 카마로의 상징이다앞서 말했듯 롱노즈 숏데크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되, 뒷바퀴 펜더를 부풀림으로써 전형적인 앞 엔진 뒷바퀴 굴림의 스포츠카임을 어필한다. 여기에 살짝 ‘V’자 모양으로 꺾이는 얼굴과 동그란 헤드램프는 물론, 대배기량 엔진을 암시하는 후드 돌출부까지(6세대에서는 공기 배출구로 바뀌며 그 색이 다소 옅어졌다). 측면을 가로지르는 일직선 캐릭터 라인과 창문의 테두리 형상까지 닮았다. 헤리티지의 구현은 안에서도 이어진다. ‘아래 하(下)’ 자를 보는 듯 정직한 각도의 3스포크 스티어링 휠 역시 옛모습 그대로. 다만 6세대에서는 최신 모델임을 알리려는 듯 살짝 변형을 줬다. 여기까지 카마로의 소소한 복각 포인트를 발견하고 나면, 이건 디자이너가 아니라 카마로 덕후가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6세대에 와서는 디자인 타협을 이루며 기존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이을 건 잇되 많은 부분에서 현대화를 거친 6세대 카마로의 실내머슬카의 심장, OHV카마로가 모던과 클래식을 조화롭게 이어가고 있다는 증거는 엔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카마로는 최신형 엔진도 있지만 가장 강력한 V8에 한해서는 OHV(Over Head Valve) 방식을 고수한다. 60년대에 대중적으로 쓰이던 방식이라 1세대 카마로 역시 OHV 엔진을 품고 있었다. OHV 엔진은 캠 샤프트가 실린더 헤드 위쪽이 아닌 크랭크 샤프트 가까이 엔진 블록에 자리 잡는다. 따라서 무게 중심을 낮출 수 있고, 같은 이유로 대배기량 엔진임에도 간결한 구조에 소형화 및 경량화가 가능하다. 부가적으로는 우렁찬 배기음까지 얻을 수 있었는데, 독특한 밸브 구조에서 기인한 특성이다. 엔진 회전수는 느려도 저회전 영역부터 강력한 토크와 함께 힘찬 배기음을 들을 수 있다.카마로 역시 불규칙한 엔진 진동이 실내로 강하게 들이치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처음 경험하면 엔진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다. 흔히 미국 머슬카의 불쾌한 진동이 OHV 엔진의 특성이라고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엔진에 들어가는 크랭크샤프트의 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피스톤 운동 시 엔진 진동이 완전히 상쇄되지 못하고 한쪽으로 힘이 실리면서 특유의 진동 특성이 발생한다. 이러한 머슬카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응하면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오히려 펀드라이빙의 강력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카마로는 클래식과 모던 사이에서 아메리칸 머슬의 핏줄을 이어가는 중이다. 글 김민겸 기자 PORSCHE 911부치 포르셰가 남긴 유산지붕선에서 리어범퍼로 이어지는 패스트백 디자인, 그리고 똘망똘망한 눈망울의 원형 헤드램프는 911을 상징하는 아이덴티티다.만약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60년 뒤 미래로 간다고 가정해보자. 그때 우리가 현재 시점에선 태어나지 않은 자식과 그 손자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을 일이다. 조상을 닮은 신체적 특징도 세월에 따라 옅어지기 마련이니까. 이를 자동차에 적용하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수십 년 차이 나는 두 모델을 나란히 놓았을 때, 후속 모델에서 선대 모델의 외형적 특징이 ‘크게’ 도드라지는 경우는 드물다. 당대에 유행하는 디자인 요소를 쫓기 바쁜 와중에 옛 유산까지 신경 쓸 여력은 적기 때문이다. 또한 신형 디자인이 옛날 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신선한 느낌을 전달하기가 어렵다. 당연히 신차는 늘 새로운 형태를 지향할 수밖에.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오리지널리티, RR(Rear Engine, Rear Drive)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2000년대 전후로 등장한 폭스바겐 뉴 비틀, 크라이슬러 PT크루저, 플리머스 프라울러는 과거 1940~1950년대 차를 빼다 박은 외모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레트로 디자인은 하나의 유행으로서 등장한 인위적인 복고 열풍에 불과했다. 시대 흐름에 맞춘 자연스러운 진화가 아닌, 단지 과거의 차처럼 보이기 위해 애써 노력한 흔적만 가득했다. 할아버지와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살을 찌운 김정은 위원장과에 비유하면 적절할까? 억지 유행은 빠르게 식기 마련. 앞서 언급한 차는 변변한 후속 모델 없이 일찌감치 단종했거나 단종할 예정이다. 한편 이러한 인위적인 답습과 대척점에 서 있는 차가 있다. 바로 포르쉐 911이다. 단언컨대 포르쉐 911은 최초 모델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장 잘 간직해온 차다. 5세대 최신형 991.2는 누가 봐도 901의 직계 후손임을 알 수 있을 만큼 특징적인 외관을 지녔다. 지붕선에서 리어범퍼로 이어지는 패스트백 디자인, 그리고 똘망똘망한 눈망울의 원형 헤드램프는 54년 전과 지금이 다를 바 없다. A필러를 정점으로 리어 범퍼까지 부드럽게 떨어지는 고유한 루프라인  이런 외곬 같은 겉모습은 대부분 RR(Rear Engine, Rear Drive) 레이아웃에서 비롯되었다. 차 후미에 폭이 넓은 수평대향 엔진을 배치하면서 필연적으로 뒤쪽 차체가 펑퍼짐해졌고, 이를 아름답게 감싸기 위한 풍만하고 우아한 엉덩이가 탄생했다. 아울러 전방에 라디에이터 그릴을 생략할 수 있던 까닭에 낮은 노즈가 가능했다. 여기에 불숙 솟은 헤드램프가 대조를 이룬 게 현재까지 이어진 911의 얼굴이다. 이를 디자인한 사람은 부치 포르셰다. 페르디난트 포르셰 박사의 손자이자 페리 포르셰의 아들로서, 오늘 날 포르쉐에 가장 위대한 유산을 남긴 장본인인 셈. 와이드 바디 911은 전통적으로 좌우 리어램프를 길게 연결한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낮게 대조를 이룬 노즈한때는 포르쉐도 기존 911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1980년대에는 944를 통해 FR 방식 GT 스포츠카의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911(996)은 일명 ‘계란프라이 헤드램프’를 단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험은 번번이 골수팬들에 의해 외면당했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RR, MR이 아닌 스포츠카는 진정한 포르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팬들의 마음이었다. 원형 계기판도 포르쉐의 시그니처다포르쉐가 뛰어난 자동차 제조기술을 자랑하는 것 역시 역설적으로 단점이 많은 RR 방식을 발전시켜온 덕분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예전 911은 무게중심이 뒤에 몰린 탓에 앞바퀴 접지력이 부족했다. 그중에서도 터보를 탑재한 930은 터빈이 스풀업 되는 rpm 구간 이후로 힘이 크게 증가하는 출력 특성으로 인해, 차의 움직임이 언더스티어에서 오버스티어로 순식간에 달라지곤 했다. 이러다보니 실력 있는 드라이버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다루기 어려운 야생마로 치부되었다. 왼쪽에 자리한 이그니션은 과거 경주차의 흔적이다첨단 기술로 진화한 모던 클래식, 911포르쉐는 기술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왔다. 무게중심을 앞쪽으로 옮기기 위해 휠베이스를 연장하고, 차체 설계 전반을 개선하여 뒤쪽에 쏠린 무게 배분을 다듬었다. 또한 기민하고 정확한 조향 성능을 위해 서스펜션과 하체 설계에 노하우를 집중했다. 이처럼 고된 조건 속에서 기술력을 쌓은 결과, 다른 자동차 회사가 인정할 만큼 뛰어난 실력으로 올라서게 된다. 오늘 만난 911역시 모던 클래식한 외관이지만 속살은 최신 기술의 집약체다. 모델명은 ‘카레라 4 GTS’. 즉 카레라보다 고출력이며, 더 넓은 엉덩이를 가진 상시 네바퀴굴림 조합이다. GTS는 원래 터보 아래 위치하는 자연흡기 최강 버전이었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받아들였다. 수평대향 6기통 3.0L 트윈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450마력으로 이전 카레라 S보다 20마력 증가했다. 또한 56.1kg·m에 이르는 최대 토크는 2,150~5,000rpm 사이에서 꾸준히 발생한다. 최고시속은 308km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6초에 불과하다. 이는 구형 911 터보(997)와 맞먹을 빠르기다.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뛰어난 성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연비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할 때 평균연비는 1리터당 12km 내외이며, 강력한 가속을 즐겨도 평균연비가 1리터당 8km 아래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스포츠카지만 이 정도 연비 성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주행은 민첩하고 스포티한 동시에 편안하기 그지없다. 비결은 바로 넓고 길어진 차체. 997대비 휠베이스가 100mm나 길어지면서 직진 안전성이 증가했고 차폭도 더 넓어졌다. 따라서 차의 무게중심도 보다 낮고 차체 가운데로 모아지면서 가속과 감속, 직선과 코너링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중 이동량이 보다 줄었다. 기본 모델대비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10mm 더 짧아졌지만, 승차감은 여전히 좋은 이유도 이와 같다. 덕분에 차의 한계가 크게 증가했고 격한 상황에서도 쉽게 다룰 수 있다. 물론 정확하고 빠른 변속을 자랑하는 7단 PDK와 네바퀴로 트랙션을 끈끈하게 전달하는 다판 클러치 상시네바퀴 굴림과 유압 실린더로 스테빌라이저 탄성을 조절하는 PDCC 등 여러 주행 장비도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데 한 몫 한다. 포르쉐 911은 언제나 역동적이다. 뛰어난 성능과 편안함으로 일상영역에서 서킷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오리지널 911의 정신을 이어받아 모두가 탐내는 아름다운 외모도 탐난다. 부치 포르쉐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유산은 최신형 911에 여전히 녹아있다.  글 이인주 기자 
포르쉐 911 R, 반세기만에 돌아온 순수주의자 2018-12-11
PORSCHE 911 R반세기만에 돌아온 순수주의자911 R(991)은 오리지널 911 R에 대한 오마주다. 이 차가 주는 고순도 드라이빙 전율은 포르쉐파일이 바라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다.1960년대 유럽에서는 랠리 형식 로드레이스가 인기였다. 이러한 대회에서 이탈리아 자동차가 강세였지만, 1969년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에서는 포르쉐 911 R과 911이 눈부신 성적을 거두며 판세를 뒤엎는다. 8일 동안 벌인 니스-비아리츠 경기에서 제라르 라루스와 모리스 젤랑이 운전한 911 R이 우승했고, 그해 10위 안에 총 여섯 대의 911이 랭크되었다. 당시 106대가 참가해 절반에 못 미치는 49대만 완주했으니, 얼마나 혹독한 레이스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비록 포르쉐의 우승은 단 두 차례뿐이지만, 사람들의 뇌리에는 깊이 각인되었다.1969년 투르 드 프랑스 대회의 911 R그 무렵 유럽 전역에서는 로드레이스가 인기였다극단적 경량화와 강력한 엔진이 결합한 승리 공식오리지널 911 R은 ‘레이싱(Racing)’을 뜻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포르쉐가 처음으로 직접 제작한 레이싱 911이다. 레이스카 답게 운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만 남기고 나머지는 철저히 제거했다. 도어, 트렁크, 펜더과 유리창, 도어 핸들을 플라스틱 재질로 교체했고, 경첩은 주조 알루미늄 재질로 경량화했다. 실내 카펫을 비롯한 흡음재, 트림 패널, 커버, 풋레스트도 모조리 걷어냈다. 심지어 조수석 쪽 선바이저마저 떼어냈다. 에어컨과 오디오 등 레이스에 불필요한 편의정비를 걷어냈다아울러 승리를 목표로 한 섬세한 튜닝을 거쳤다. 훅스 광폭 휠을 달고 간섭을 막기 위한 오버 펜더를 달았다. 달라진 무게에 맞추어 연료탱크 위치를 뒷바퀴 앞으로 옮겨와야만 했다. 이밖에 쉬일(Scheel)제 일체형 경량 버킷 시트, 10,000rpm 타코미터, 모모(MOMO) 몬자 스티어링 휠도 놓칠 수 없는 특징이다. 오리지널 911 R에 탑재된 수평대향 6기통 2.0L 엔진은 906 레이스카와 구성이 비슷하다.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과 헤드, 트윈 점화 플러그, 웨버 카뷰레터, 마그네슘 크랭크 케이스를 사용해 8,000rpm에서 약 210마력을 뽑아냈다. 이처럼 당시로써는 강력한 출력과 다이어트를 통해 가벼워진 초경량 차체(830kg)가 결합한 결과, 마력 당 무게비가 약 4.04kg에 불과했다. 포르쉐는 내친김에 911 R FIA 호몰로게이션 모델을 추진했으나, 회사내부에서 조차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다. FIA역시 ‘사기 캐릭’으로 레이스 판을 독식하려는 속셈이라고 보았다. 결국 호몰로게이션이 필요 없는 레이스에 참여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이리하여 오리지널 911 R은 1967년 바이자하 공장에서 만든 3대의 프로토타입과 코치빌더 바우어(Bauer)를 통해 만든 20대의 양산형을 통틀어 전 세계 약 23대뿐인 엄청난 희소모델이 됐다. 911 R은 훗날 911 RS와 RSR의 바탕이 된다.오리지널 911 R의 오마주최신 911 R(991)은 오리지널 911 R에 대한 오마주다. 제작은 포르쉐 모터스포츠의 GT카 개발부가 맡았다. 총 991대 한정 생산했고 2016년 제네바 쇼에서 대중에 공개하기 전에 이미 매진된 걸로도 유명하다. 이 차는 오리지널 911 R의 구성을 철저히 따른다. 타협 없는 경량 설계와 최고의 성능을 지향한 것이다. 범퍼를 제외한 차체 외장 판넬과 도어, 보닛은 전부 카본, 또한 뒤 창문과 쿼터 글라스는 경량 플라스틱, 지붕은 마그네슘 재질이다. 보닛 엠블럼도 스티커가 대신한다. 단 몇 그램이라도 덜기 위해서다. 몇 그램 무게를 덜기 위한 스티커 엠블럼마그네슘 루프 판넬, 경량 플라스틱 소재의 뒷 창문과 쿼터 글라스뿐만 아니다. 흡음재와 뒷좌석도 과감히 걷어냈다. 외관 역시 오리지널 911 R과 비슷한 사이드 데칼과 레드(또는 그린) 스트라이프로 꾸몄다. 아울러 카레라 계열의 데크 스포일러와 간결한 형태의 전용 리어 후드 그릴, 그리고 911 R 레터링을 달았다. 911 카레라 데크 스포일러에 911 R 전용 후드 그릴과 앰블럼을 더했다초록색 조명이 예전 포르쉐를 떠오르게 한다실내도 911R 고유의 분위기가 넘친다. 카본 쉘 버킷 시트는 클래식 포르쉐의 페피타 패턴 직물을 씌웠다. 아울러 대시보드 가죽 덮기, 스티어링 휠과 시트에 더해진 컨트라스트 스티칭, 카본 트림으로 특별한 포인트를 주었다. 심지어 실내 도어핸들도 직물 스트랩이다. 카본 버킷 시트는 911의 헤리티지인 페피타 패브릭을 사용했다일련번호가 새겨진 알루미늄 배지, 초록색 계기판 조명도 남다르다. 한편 911 R(991)은 에어컨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없는 게 기본이지만, 고객이 원할 경우 추가비용 없이 달아준다. 이에 따른 무게증가는 약 20kg이다. 에어컨과 인포테인먼트를 더해도 추가비용을 받지 않는다섀시 전반은 GT3에 기반한다. 4WS을 포함한 조향 시스템과 서스펜션은 가벼워진 차체에 맞춰 다시 조율했다. 토크 벡터링(PTV)을 대신하는 기계식 LSD가 들어간다. 미쉐린 PS 컵 2 타이어와 카본 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PCCB)가 기본이다. GT3/GT3 RS와 마찬가지로 세라믹 브레이크와 20인치 센터 락킹 휠, PS2 컵 타이어차 몸무게는 1,370kg. 도로용 911 중 제일 가벼운 몸무게로 마력당 무게비가 약 2.74kg에 불과하다. 참고로 포르쉐 918 스파이더의 마력당 무게비가 약 2kg 초반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8초, 최고시속은 323km에 이른다.최고출력 500마력의 수평대향 6기통 4.0L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 구성은 다른 스페셜 911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소소한 차이가 난다. 변속기는 포르쉐 모터스포츠에서 911 R 전용으로 다듬었다. 싱글 매스 플라이휠은 빠른 리스폰스를 자랑하며, 스포츠 버튼으로 간단히 레브 매칭을 사용할 수 있다.포르쉐 모터스포츠가 다듬은 6단 수동변속기포르쉐 최신 기술에 클래식 감성을 더하다이 차는 포르쉐 골수팬, 즉 포르쉐파일(Porschephile)을 위한 차라 말할 수 있다. 포르쉐파일이란 ‘포르쉐를 소유하면서 열정적으로 포르쉐를 공부하는 사람’이란 뜻의 영미권 신조어다. 사실 시승에 앞서 엔진과 섀시의 바탕이 된 911 GT3와 주행 질감이 비슷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주행에 임할수록 GT3와 비슷한 느낌을 구태여 찾아야 할 만큼 차이가 컸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스로틀 플랩이 여닫히는 느낌이 생생하게 다가오고 클러치페달은 한결 가볍다. 변속기를 조작할 때 팔이 움직이는 거리도 짧으며, 각 단의 간격도 더욱 명료하다. 한편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거친 엔진 소리와 컬컬한 배기음이 조화를 이룬 포르쉐 노트가 온몸을 관통한다. 신형 포르쉐에서 공랭식 포르쉐 소리를 재현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다. 바퀴가 구르면 다양한 노면 소음이 차 바닥을 때린다. 바깥 소음은 승용차 창문이 살짝 열린 것처럼 크게 들린다. 하체는 GT3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 도로 노면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움직임은 전통적 경량 스페셜 모델답다. 최고출력은 약 8,500rpm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일반 도로에서는 그 절반인 4,000rpm도 사용하기 쉽지 않다. 도로에 나갈 때 떨치기 힘든 심리적 부담도 있다. 911 R(991)은 아직 우리나라에 단 한 대뿐. 금전적 가치만 따져도 기본형 911 카레라 5대를 사고도 남는다. 희소성이 높아 프리미엄이 잔뜩 붙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911 R(991)은 더더욱 드림카로 완벽하다. 차가 주는 즐거움은 또 어떠한가? 뛰어난 승차감과 조종 성능,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순수한 감성까지 완벽하다. 골수 포르쉐 팬과 수동 마니아에게 이만큼 놀라운 종합 선물세트 같은 차는 흔치 않다. 글 심세종(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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