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스타일 가다듬은 K시리즈 준중형차, KIA K3 2016-02-19
요즘 준중형차를 보면 굳이 중형차가 필요 없을 정도로 차가 커지고 중형차에나 들어갈 법한 다양한 장비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엔진의 배기량이 중형차보다 작지만 현대나 기아차의 경우 직분사 엔진을 얹고 상대적으로 가벼워 평범한 2.0L급 중형차 정도의 성능은 충분히 낸다. 뒷좌석에 어르신을 주로 모실 게 아니라면 준중형차를 패밀리카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굳이 많은 이들이 중형차를 타는 이유는 차 자체의 상품성이나 거주성의 확연한 우위 때문이라기보다는 남들이 다 타는 무난한 차급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장의 차가 대부분 중형차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레 준중형차는 보다 젊은 사람들이 타는 차가 되었고, 그 덕분에 요즘 준중형차는 상당히 젊은 분위기를 머금고 있다.  최신 패밀리룩 적용하고 뒷모습 가다듬어현대 아반떼의 대항마인 기아 K3가 출시 3년이 지나면서 페이스리프트되었다. 얼굴은 좀 더 최근의 기아차스러워졌다. 신형 K5나 카니발처럼 헤드램프가 그릴까지 연장되었고 앞 범퍼를 다듬으면서 좌우에 공기흡입구를 더했다. 뒷모습에서는 다소 큰 느낌을 주었던 리어램프를 슬림하게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즉, LED 가이드의 두께를 줄이고 후진등을 아래로 길게 깔아 램프의 크기가 주는 부담을 줄였다. 뒤 범퍼 하단부 역시 앞 범퍼처럼 좀 더 차분한 느낌으로 다듬었다. 전반적으로 전작의 급진적인 톤을 낮추면서 세련미를 높였는데, 아반떼의 진화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여전히 젊은 분위기의 실내. D컷 스티어링 휠을 기본으로 달고 카본 무늬 패턴과 세부적인 스위치류를 개선했다 실내에서는 큰 변화 없이 버튼류 등을 소소하게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D컷 모양의 스티어링 휠을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했는데, 사실 이러한 휠은 보기에는 좋지만 평범한 준중형차에서는 기능적인 메리트가 크지 않다. 시승차는 1.6 가솔린 노블레스(2,095만원)에 내비게이션과 주차조향보조 시스템 등을 적용한 2,315만원짜리 풀옵션이다. 덕분에 웬만한 장비는 모두 갖추고 있어 중형차가 전혀 부럽지 않다. 국산차에서는 인색한 뒷좌석 등받이 6:4 분할은 물론 뒷좌석 히팅, 센터 암레스트 등을 갖췄지만 가격표를 살펴보니 2,095만원짜리 노블레스 트림에만 달린다. 분할시트나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 정도는 그 이하 등급에도 넣는 게 낫지 않을까? 차급으로는 당연하지만 실내의 플라스틱 비중은 높은 편이다. A필러나 도어트림 등 실내 곳곳에 플라스틱이 많이 노출되어 있는데 품질감이 나쁘지 않다. 수납공간은 넉넉한 편이긴 하나 운전석 뒷좌석에는 포켓이 없다. 데뷔 때부터 동급 최초로 운전석 이지 억세스 기능(승하차시 시트가 뒤로 밀리는 기능)을 갖췄지만 스티어링 휠까지 지원하진 않아 반쪽짜리 기능일 뿐이다. 그밖에 통풍시트, 측후방경보 시스템 등 편의 및 안전장비는 차고 넘친다.3개의 헤드레스트와 3점식 벨트, 별도의 송풍구와 2단 열선 시트를 갖춘 뒷좌석 뒷좌석 거주성은 패밀리카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무릎공간이 넉넉하고 바닥도 거의 평평하지만 스타일 때문인지 헤드룸은 상대적으로 인색하다. 센터 암레스트는 스키스루를 지원하지 않는 대신 2단 열선과 뒷좌석 전용 송풍구까지 갖췄다(물론 노블레스만의 장비). 트렁크공간은 동급 대비 넉넉한 편으로, 열리는 부분이 넓고 바닥이 낮아 활용성이 좋다. 신형 아반떼처럼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뒷부분에 머무르면 트렁크가 열리는 기능을 지원하는데 활용도가 그리 큰 장비는 아니다.1.6L 가솔린 직분사 132마력 엔진. K3를 끄는 데 부족함이 없다 심장은 신형 아반떼와 같은 1.6L 가솔린 직분사 132마력 엔진. 제원상 구형보다 마력과 토크가 약간 줄고 연비는 아주 조금 좋아졌으나 별다른 의미 없는 수치놀음일 뿐이다. 급가속시 레드존인 6,500rpm에 가까운 시점까지 팽팽 돌아가는 엔진은 평범한 준중형차의 그것으로는 만족스러울 만큼 활기차다. 엔진음 자체는 무미건조하지만 진동을 잘 걸러낸다. 배기량의 한계로 토크는 옅지만 회전수를 높이면 힘 부족은 느껴지지 않으며, 운전자만 탔을 때 시속 200km 정도까지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 빔의 평범한 구성으로 예전의 국산차처럼 흐느적거리는 느낌이 전혀 없다. 요철을 지났을 때의 2차 울렁임이 거의 없으며 웬만한 코너에서도 거동이 불안해지지 않는다. 215/45 R17 사이즈의 한국 옵티모 H426는 OE 타이어임에도 겨울철 나쁘지 않은 그립을 보여주었다.뒷좌석 6:4 폴딩은 최상급인 노블레스 트림에서만 가능하다 단 AT는 변속이 매끈하며 수동으로 기어를 바꿀 때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다만 다운시프트 때 약간의 움찔거림은 어쩔 수 없는 모양. 노말, 에코, 스포츠의 세 가지 주행모드 역시 각 모드별 차이가 예전보다 선명해졌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확실하게 변속 타이밍을 늦게 잡으며 활기차게 움직이고 에코 모드에서는 그 반대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연비는 고속도로 정속주행시 20km/L를 내기도 하고 시내에서 가감속을 일삼을 경우 10km/L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시승 기간 400km를 달린 평균연비는 표시연비보다 높은 15.8km/L를 기록했다.트렁크는 개구부가 넓고 짐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K3는 기아를 대표하는 준중형차다. SUV를 제외한 승용차 라인에서 경차인 모닝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볼륨 모델이다. 예전 쎄라토나 포르테 시절에는 아반떼와의 격차가 제법 컸으나 지금은 그야말로 도토리 키 재기다. 지난해 하반기에 나온 신형 아반떼는 K3보다 최신 모델이고 2.0L 엔진이나 일부 고급 장비도 더 얹고 있지만 그건 아주 고급 모델에서나 선택 가능한 옵션일 뿐, 일반적인 중간 등급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특히 K3는 개인적으로 좀 부담스러웠던 뒷모습이 개선되어 매우 반갑고 앞모습도 꽤 그럴싸해졌다. 그레이드 및 가격을 평범하게 분류한 아반떼와 달리 K3는 장비를 달리 한 같은 값의 트렌디 3개 모델을 운영하는 등 가격 및 장비 구성 면에서 좀 더 세분화되어 있다. 결국 취향의 문제일 뿐 아반떼나 K3 어느 쪽을 선택하든 비슷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KIA K3 1.6 GASOLINE NOBLESSE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길이×너비×높이 4560×1780×1435mm휠베이스 2700mm트레드 앞/뒤 1560/1570mm무게 1270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 빔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타이어 215/45 R17 한국 옵티모 H426엔진형식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1591cc최고출력 132마력/6300rpm최대토크 16.4kg•m/485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자동 6단연비 13.2km/L(도심 11.8, 고속 15.4)에너지소비효율 3등급CO₂ 배출량 131g/km기본/시승차 2,095만/2,315만원글 박지훈 편집장사진 최진호
PORSCHE 911 CARRERA S, 화려하게 열어.. 2016-02-15
 독일 뮌헨을 이륙한 비행기가 남서쪽으로 비행한 지 4시간 여. 기수를 낮춘 비행기는 대서양에 떠 있는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 섬에 착륙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스페인령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북아프리카 모로코 해안에 인접한 이곳은 매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인기 휴양지. 하지만 우리는 그 멋진 자연경관이나 사시사철 따뜻하다는 날씨, 유럽에서 신대륙 아메리카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서의 역사적 흔적보다는 잠시 후 만나게 될 차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다. 이 차는 터보 엔진을 얹은 911이면서도 911 터보가 아닌 그냥 911 카레라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자연흡기 대신 소배기량 터보 엔진으로 심장을 갈아치운 신형 911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달라지지 않은 듯 많이 달라진 911비행기는 아직 바다 위를 날고 있지만 사실 이 차에 대한 브리핑은 이미 끝난 터였다. 이륙 후 1시간 동안의 식사가 끝나고 나니 승무원들이 아이패드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여기에는 신차에 대한 각종 기술자료와 동영상 등이 담겨 있었다. 일반적인 시승행사라면 비행기 착륙 후 환영 이벤트와 신차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기 마련. 그런데 이번 시승 행사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별다른 설명도 없이 곧바로 시승차가 제공되었다. 바로 출발하는 게 맞는 건지 머뭇거리며 묻자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긴 말 필요 없으니 일단 타보라는 뜻인가? 하지만 첫날 일정은 공항에서 호텔까지의 비교적 짧은 코스, 게다가 오후 느지막한 시간이라 교통량까지 많아 액셀 페달 한번 제대로 밟아보기 힘든 상황이어서 맛보기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그날 저녁 환영파티를 겸하는 디너에서도 공식적인 프레젠테이션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시승 위주다. 여기에 얹은 기술들이 이미 공개된 것들이니 시시콜콜한 설명보다는 직접 몰아보고 확인하라는 자신감인 모양이다. 이튿날 테이다 산 주변 도로를 달리는 본격적인 시승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준비된 911은 모두 뒷바퀴굴림 카레라와 카레라 S의 쿠페와 카브리올레 버전 네 가지. 한국 기자들에게 배정된 것은 420마력의 카레라 S 쿠페와 카브리올레로 PDK와 리어 스티어링을 갖춘 최고급 트림이었다. 보통 새차를 시승할 때에는 디자인 변화부터 살피게 되지만 사실 이 차는 2011년 풀 모델 체인지된 현행 코드네임 991의 마이너체인지 버전이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페이스리프트나 마이나체인지로 분류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얼굴을 보면 범퍼 부분에 변화가 집중되어 있다. 흡기구의 형태가 약간 달라지고 그 둘레 굴곡에도 변화가 있었다. LED 주간주행등은 이전보다 훨씬 얇아졌다. 양쪽 흡기구에 설치된 루버는 이제 가동식으로 바뀌어 마치 상어 아가미를 보는 듯하다. 상황에 따라 여닫히는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기술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991의 페이스리프트는 헤드램프 디자인을 손대지 않은 것만으로도 성공이라 생각한다. 996에서 실험적 디자인으로 흑역사를 썼던 911의 얼굴은 997을 거쳐 지금의 991에서 옛 미모를 되찾았다. 고전적인 특징을 잘 담아냈으면서도 충분히 현대적이고 아름답다. 그런데 엉덩이는 크게 달라졌다. 엔진 교환에 따른 변화다.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을 담다911은 엔진을 뒤에 얹는 만큼 리어 윈도 아래에 공기구멍이 달린다. 그 형태는 시리즈마다 혹은 엔진 트림에 따라 달랐는데, 991 초기형에는 가로로 3개의 슬릿을 넣은 디자인으로 공기배출구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356이나 550, 초기형 911을 연상시키는 세로핀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이는 보다 많은 공기를 필요로 하는 터보 엔진을 위함이다. 그리고 범퍼 양쪽 아래에는 인터쿨러를 식힌 공기를 뽑아내기 위한 배출구가 새로 뚫렸다.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형태를 거의 그대로 두면서 중간을 옴폭하게 만들어 입체감을 살렸다. 자동차들은 공기를 가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경제형 차라면 단순히 저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포르쉐의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은 공력특성과 열관리, 그리고 달리기 성능까지도 아우른다. 수퍼카 918을 통해 새로운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실험했던 포르쉐는 이제 그 기술적 성과들을 여러 모델에 투입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액티브 에어 플랩은 양산형 포르쉐로는 최초. 정차시에는 자동으로 열려 냉각성능을 높이고 시속 15km부터 조금씩 닫혀 시속 160km를 넘기면 다시 몇 단계에 걸쳐 열리는 방식이다. 플랩 제어는 컨버터블의 소프트톱이나 선루프 개방 유무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프론트 루버가 닫히면 공기흐름이 달라져 앞쪽 양력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것은 곧 공력 밸런스의 변화를 뜻하기 때문에 플랩 각도에 따라 가동식 리어 스포일러 각도를 연계해 최적의 밸런스를 유지한다. 리어 스포일러는 리어 다운포스를 늘리는 역할을 하지만 이제는 터보 엔진을 위한 공기 유입량 조절이라는 새로운 임무도 부여받았다. 기본적으로는 시속 60km에서 솟아오르지만 앞쪽 플랩에 따라서도 각도가 조절되고, 버튼을 눌러 수동 조작도 가능하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계기판과 대시보드 형태, 조작 스위치의 배치나 형태도 그대로 가져왔다. 하지만 뭔가 달라 보이는 듯 하다면 그건 바로 GT 스포츠 스티어링 덕분이다. 스위치 개수는 약간 줄었지만 금속 스포크에 나사를 노출시킨 디자인은 918 스파이더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림 직경도 기본형의 375mm에서 360mm로 줄어들어 더욱 스포티하다. 특히나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선택할 경우 4시 방향에 스위치가 달리는데, 회전링을 돌려 노멀/스포츠/스포츠+/인디비주얼의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중앙의 버튼은 20초간 추가적인 가속성능을 제공하는 일종의 부스트 버튼으로 PDK 버전에만 제공된다. 이제는 카레라도 터보 엔진이다이번 변화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엔진이다. 911은 그 이름과 복서 엔진, 리어 엔진 레이아웃, 그리고 부치 포르쉐가 그렸던 디자인의 정수를 유지하면서 50년간 진화를 거듭했다. 그 중에는 공랭식 엔진에서 수랭식 엔진으로의 교체나 4WD 시스템, 자동변속기의 도입 등 큰 변화가 있었는데, 이번 터보 엔진 도입 역시 그에 못지 않은 대격변이다. 911 팬들을 분노시켰던 공랭식 엔진 폐기 때도 그랬지만 여기에는 배출가스 규제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다. 991 등장 당시 얹었던 수평대향 6기통 3.5L(카레라)와 3.8L(카레라 S)는 최고출력 350마력과 380마력으로 자연흡기이면서도 L당 1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발휘하는 실력가였다. 직분사와 가변 흡기, 가변 밸브 등 적용 가능한 기술을 총동원해서 뽑아낸 성능이기 때문에 출력과 환경성능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나 터보로 전환하는 수밖에 없었다. 르망 경주차 919와 수퍼카 918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것과 달리 911은 비교적 전통적 수법인 배기량 축소 + 터보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다음 세대 911(992)은 PHEV로 바뀐다는 소문이다. 그런데 사실 포르쉐는 그 어떤 메이커보다도 터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왔다. '반응이 리니어한(평탄한) 자연흡기 엔진이야말로 스포츠카다!'라는 주장도 물론 틀리지 않다. 역대 911은 자연흡기 복서 엔진으로 그 주장에 힘을 실어온 존재다. 하지만 비교적 빠른 시기에 터보를 도입해 과급 엔진 스포츠카의 아이콘이 된 것 역시 911이다. 1975년 처음 등장했던 911 터보는 3.0L 배기량으로 260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자랑했으며 독특한 리어 윙 디자인을 더해 도로와 서킷에서 맹활약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진화를 거듭하며 오늘날에는 580마력에 네바퀴를 굴리고, 최고시속 330km가 가능한 괴물이 되었다. 1975년 이후 오늘날까지 가장 강력한 911은 언제나 터보였던 셈이다. 신형 911 카레라의 배기량은 3.0L. 여기에 터보차저 2개를 달아 최고출력을 370마력(카레라)과 420마력(카레라 S)으로 끌어올렸다. 출력향상은 20마력에 불과하지만 토크에서는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최대토크가 각각 45.9, 51.0kg•m로 높아졌을 뿐 아니라 불과 1,700rpm에서 피크치에 도달해 5,000rpm까지 평탄하게 유지된다. 자연흡기로는 불가능한 넓은 토크밴드는 어떤 상황에서도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뱅크당 하나씩 연료펌프와 실린더 중앙에 배치된 직분사 인젝터가 250바의 압력으로 연료를 직접 연소실에 분사하고, 바리오캠 플러스가 밸브 타이밍과 리프트량을 제어한다. 80년대 말 959에서 사용했던 시퀀셜 터보나 가솔린차 최초로 911 터보가 도입했던 가변 지오메트리 터보는 모두 터보의 고질적인 반응지연(터보랙)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신형 엔진은 터보임에도 1,700rpm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할 만큼 응답성이 뛰어나지만 실제 액셀 페달을 밟아보면 아주 약간이나마 터보랙이 느껴진다. 포르쉐는 PDK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이 남은 2%의 아쉬움을 해결했다. 재빠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듀얼 클러치식 변속기 PDK는 크루징 상태에서 액셀 페달을 살짝 밟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단수를 낮추어 엔진회전수를 최소한 3,000rpm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따라서 드라이버는 언제라도 엔진을 최대토크 상태로 유지시킬 수 있게 되었다. 자연흡기의 리니어함과는 다르지만 액셀 페달을 살짝 밟으면 언제나 묵직한 토크가 차체를 순식간에 가속시킨다. 리어 스티어링으로 더욱 날렵한 코너링이번 시승에 앞서 터보 엔진만큼이나 신경 쓰였던 것이 리어 스티어링이었다. 뒷바퀴 각도를 움직이는 4WS는 중저속에서 회전반경을 줄여 타이트 코너 공략에 유리한 반면 핸들링 감각에 이질적인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있다. 하지만 포르쉐가 퓨어 스포츠인 911 GT3에 사용할 정도라면 이미 숙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  이번 시승행사가 열린 테네리페 섬은 제주도 같은 화산섬으로 중앙에 우뚝 솟은 테이다 산 주변의 도로를 활용해 시승 코스가 구성되었다. 초반에는 관광객과 자전거족 때문에 조심해야 했지만 점심식사 후 화산암 지대를 벗어나자 북쪽 항구를 향해 내려가는 기다란 와인딩 구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액티브 서스펜션을 달면서 지상고를 10mm 낮추고 4WS까지 조합한 911의 새로운 하체를 시험해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이곳에서 확인해본 신형 911의 핸들링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저 쓸데없는 걱정이었을 뿐이었다. 동작 패턴이 단순했던 예전 4WS와 달리 이질감이 거의 없었다. 특히 시속 80~150km의 속도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타이트 코너를 공략할 때 그 능력이 두드러졌다. 어떤 상황에서도 뒤가 끌려가는 느낌이 없으면서 차체는 요잉을 쉽게 만들어냈다. 액셀 페달을 적극적으로 밟아도 뒷바퀴가 미끄러지기는커녕 강력한 그립으로 코너 출구에서 힘차게 엉덩이를 밀어붙인다. 여기에는 이전보다 넓어진 타이어(카레라S의 경우)도 한몫 거들었다.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기억 때문인지 코너 아펙스 부근에서의 움직임이 예상과는 살짝 다르다고 느껴지지만 예전 닛산/인피니티 HICAS처럼 엉덩이가 빙글 돌아가는 감각은 아니다. 딱히 오버스티어는 아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차는 이미 코너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 시스템은 낮은 속도에서 뒷바퀴를 앞쪽과 반대로 꺾어 코너를 타이트하게 돌 수 있는 반면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덜 민감하게 만들어준다. 이것은 911의 고속 안정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덕분에 발군의 와인딩 능력과는 반대로 고속도로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안락함을 제공한다. 엔진과 변속기 제어뿐 아니라 가변식 댐퍼(PASM)와 가변식 엔진 마운트가 어우러진 덕분이다. 또 스태빌라이저를 비틀어 롤링을 줄이기 때문에 댐퍼를 지나치게 단단하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 PASM은 이제 카레라부터 기본으로 달린다. 911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스포츠카이자 그랜드 투어러(GT)로서의 본분을 잊은 적이 없으며 이런 기술적 진보는 911을 더욱 완벽하고도 강력한 GT카로 진화시켰다. 부스트 버튼이 제공하는 20초의 마법PDK는 스포츠와 스포츠+ 모드에서 한 박자 빠른 반응과 함께 엔진회전수를 높게 유지한다. 그러다가도 액셀과 스티어링 조작이 약간 느긋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단수를 높여 엔진회전수를 끌어내린다. 여기에 멈출 때마다 시동을 꺼버리는 스타트/스톱 기능까지 추가한 덕분에 연료를 절약하고(구형보다 100km당 0.8L를 덜 쓴다) 소음도 줄일 수 있겠지만 계속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드라이버라면 조금 귀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이 차는 드라이버의 의도를 누구보다도 재빠르게 알아차려 돌격 모드로 전환하니 말이다. 만약 옆에서 알짱거리는 차를 만나게 된다면 그저 지긋이 액셀 페달을 밟으면 된다. 상대가 비슷하게 따라온다면? 또 하나의 비밀병기가 있다. 바로 스티어링 휠 4시 방향에 있는, 드라이브 모드 휠 중앙에 마련된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 마치 르망 하이브리드 머신의 부스트 버튼처럼 이걸 누르면 20초간 추가적인 가속력을 제공한다. 론치 컨트롤의 추월 가속 버전인 셈인데, 등판을 때릴 만큼의 엄청난 추가가속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제법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꽤 많이 떠들었음에도 아직 이 차에 대해 다 설명한 것은 아니다.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과 사고예방 브레이크, 차선경고장치 같은 안전 및 편의장비가 추가되었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스마트폰 확장성을 개선하는 한편 실시간 교통상황이 적용되는 온라인 내비게이션을 더해 편의성을 높였다. 포르쉐 커넥트 앱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소나 캘린더 정보를 연동할 수도 있다. 이번 911은 마이너체인지임이 분명하지만 마이너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신형 구동계는 터보의 단점이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자연흡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아울러 조절식 댐퍼와 가변식 마운트,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카레라 S에 옵션으로 마련된 리어 스티어링이 어우러져 와인딩에서는 더욱 날카롭고, 고속도로에서는 더욱 쾌적하면서도 빨라졌다. 911은 원래부터 스포츠카와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 그 변화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시승을 마치고 나자 일행들과 어제 나누었던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터보 엔진이라 반응이 리니어하지는 않겠지? 4WS 감각도 조금은 이상할 테고", "그런데 포르쉐잖아. 단점을 그대로 내놓았을 리는 없지. 지금 이렇게 헐뜯어도 결국 내일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을 걸?". 장난처럼 말했던 어제의 대화는 결국 예언이 되었다. 자칭 자연흡기 신봉자들조차 수긍하게 만들 만큼 신형 911은 강력한 힘과 뛰어난 달리기 성능, 아울러 장거리 여행마저도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안락함까지 아우르고 있었다. 매번 완벽해 보이는 차임에도 새로운 여지를 찾아 어김없이 진화시킨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미 50년의 역사를 넘긴 이 차는 '노익장'이나 '장수' 같은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존재였다. 깊은 매력과 자기개발로 항상 시대를 선도해온 스포츠카의 아이콘. 이번 시승도 그 당연한 사실을 재차, 삼차 확인하는 자리였을 뿐이다. 911 CARRERA S COUPE 보디형식, 승차정원 2도어 쿠페, 2+2명길이×너비×높이 4499×1808×1302mm휠베이스 2450mm트레드 앞/뒤 1543/1518mm무게 1440kg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앞 245/35 R20뒤 305/30 R20, 피렐리 P제로엔진형식 수평대형 6기통 직분사 터보밸브구성 DOHC 24밸브배기량 2981cc최고출력 420마력/6500rpm최대토크 51.0kg•m/1700~5000rpm구동계 배치 뒤 엔진 뒷바퀴굴림변속기 형식 7단 자동(PDK)0→시속 100km 가속 3.9초최고시속 306km연비(유럽 기준) 13.0km/L(도심 9.9, 고속 15.4)CO₂ 배출량(유럽 기준) 174g/km값 미정  911 CARRERA S CABRIOLET보디형식, 승차정원 2도어 컨버터블, 2+2명길이×너비×높이 4499×1808×1298mm 휠베이스 2450mm트레드 앞/뒤 1543/1518mm무게 1530kg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앞 245/35 R20뒤 305/30 R20, 피렐리 P제로엔진형식 수평대형 6기통 직분사 터보밸브구성 DOHC 24밸브배기량 2981cc최고출력 420마력/6500rpm최대토크 51.0kg•m/1700~5000rpm구동계 배치 뒤 엔진 뒷바퀴굴림변속기 형식 7단 자동(PDK)0→시속 100km 가속 4.3초최고시속 304km연비(유럽 기준) 12.8km/L(도심 9.8, 고속 15.4)CO₂ 배출량(유럽 기준) 178g값 미정글 이수진 편집위원사진 포르쉐
SUV 최강의 스포츠카를 꿈꾼다, PORSCHE MAC.. 2016-02-05
SUV에 과연 스포츠카 같은 고성능이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포르쉐가 다듬어낸 마칸 GTS는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대답을 들려줄 것임에 틀림없다.  "선도차와는 차 세 대 분 거리를 벌리세요." "제 라인을 잘 보고 카피하란 말입니다!" 앞서 달리는 인스트럭터가 무전으로 지시를 쏟아낸다. 이곳은 호텔에서 10여 분 달려 도착한 한적한 동네 오르막길. 인적 드문 이 도로는 얕은 뒷산을 오르는 짧은 와인딩로드인데, 진행 요원들이 입구를 막아놓은 걸 보니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길인 듯하다. 설명을 듣자하니 인근 스피드 마니아들이 모여 가끔 힐클라임 경기를 벌이는 장소라고. SUV로 달리기에는 아깝지만 마칸 GTS라면 조금 이야기가 다르지 않을까? 포르쉐가 만든 이 콤팩트 SUV는 360마력 엔진과 PDK, 그리고 스포츠 액티브 서스펜션을 조합해 SUV 최고의 스포츠카를 노리는 야심가이니 말이다. 마칸 터보 다음가는 고성능GTS는 터보 다음가는, 그러니까 마칸 라인업 중 성능 2인자다. 마칸은 3.6L 340마력의 마칸 S와 4.0L 400마력의 마칸 터보, 그리고 마칸 S 디젤(258마력) 세 가지가 있다. 그리고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지만 유럽에서 판매되는 4기통 2.0L 터보 252마력의 기본형까지 포함하면 모두 네 가지다. 여기에 최근 360마력의 마칸 GTS가 추가된 것. GTS라는 이름을 가진 포르쉐로는 10번째 모델이자 마칸으로는 5번째 엔진 라인업이다. GTS라는 명칭의 역사는 1963년 904 GTS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카이엔과 911, 복스터 등을 통해 부활되었다. GTS에 자연흡기 최강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은 911 GTS가 911 터보와 카레라 S 사이를 메우는 모델이었기 때문. 그런데 터보 엔진 사용이 늘어나면서 자연흡기라는 타이틀은 이제 거두어야 한다. 마칸의 경우만 보아도 전 라인업이 터보다. 그냥 포르쉐는 기본형→S→GTS→터보 순으로 성능이 높아진다고 기억하면 쉽다. 스포츠 디자인 패키지가 기본으로 달리는 마칸 GTS는 범퍼 디자인으로 다른 마칸과 구별할 수 있다. 프론트 그릴 양 옆 흡기구가 터보만큼 크지만 수평 루버 중 하나가 범퍼에서 튀어나오듯 디자인된 것이 다르다. 따라서 위쪽은 검은색이지만 아래쪽은 보디 색상을 따른다. 시승차에는 없었지만 LED 헤드램프를 옵션으로 마련했고 20인치 휠은 매트블랙의 스파이더 디자인. 시트 중앙과 도어 트림, 필러 안쪽 마감은 알칸타라를 사용했다. 마칸 GTS는 V6 3.6L의 마칸 S 엔진을 기반으로 출력을 20마력 높였다. 51.0kg•m로 강화된 최대토크는 1,450~4,000rpm의 넓은 영역에서 뿜어낸다. 이 엔진은 보어 96.0mm, 스트로크 69.0mm의 숏스트로크형으로 스포츠카에 더 어울려 보인다. 마칸이 오프로드가 아니라 온로드를 빨리 달리기 위해 태어났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변속기는 PDK가 기본. 오르막 와인딩에 선행차는 911이지만 마칸 GTS는 쫓아가는 데 전혀 허덕이거나 미적거리지 않는다. 1.9톤에 육박하는 가볍지 않은 몸으로 타이트 코너에서 노즈를 밀어 넣는 움직임이 여느 스포츠카 부럽지 않다. 상황에 따라 감쇠력을 바꾸는 액티브 서스펜션이 하체를 단단하게 받치는 사이 360마력 엔진과 PDK는 어느새 코너 탈출에 맞추어 재가속을 준비한다. 이 차의 네바퀴굴림은 프로펠러샤프트에서 다판 클러치를 이용해 전륜용 토크를 뽑아내는 방식이라 기본적인 특성은 뒷바퀴굴림(FR)에 가깝다. 게다가 마칸 S보다 지상고가 15mm 낮고 액티브 서스펜션(PASM)까지 장비했다. 에어 서스펜션은 옵션. 차체 무게는 꽤 나가지만 급제동이나 롤링으로 인한 하중이동이 적고 항상 드라이버의 제어 아래에 있다는 믿음을 준다. 'SUV 순혈 스포츠카'라는 그들의 주장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었다. 포르쉐가 최초의 SUV 카이엔을 공개했을 때의 거부감은 이제 처음만큼 강하지 않다. 게다가 덩치가 작은 마칸은 카이엔에 비해 더욱 포르쉐 색채가 짙은 SUV가 되었다. SUV에 과연 스포츠카 수준의 달리기가 필요한가에 대해 속 시원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굳이 스포츠카처럼 달리는 SUV를 찾는다면 가장 이상형에 가까운 해답은 아마도 마칸일 것이다.  PORSCHE MACAN GTS보디형식, 승차정원 5도어 SUV, 5명길이×너비×높이 4692×1926×1609mm휠베이스 2807mm트레드 앞/뒤 1650/1658mm무게 1895kg서스펜션 앞/뒤 5링크/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앞 265/45 R20, 뒤 295/40 R20 미쉐린 래티튜드 스포트3엔진형식 V6 가솔린 직분사밸브구성 DOHC배기량 2997cc최고출력 360마력/6000rpm최대토크 51.0kg•m구동계 배치 앞 엔진 네바퀴굴림변속기형식 7단 자동(PDK)0→시속 100km 가속 5.0초최고시속 256km연비(유럽 기준) 11.4km/L(도심 8.8, 고속 13.5)CO₂ 배출량(유럽 기준) 207g/km값 미정글 이수진 편집위원사진 포르쉐
압도적인 최고급 SUV, BENTLEY BENTAYGA 2016-02-02
 “세상에서 가장 빠른 트럭이구만.” 에토레 부가티는 1930년 프랑스 그랑프리에서 자신의 경주차를 이긴 벤틀리를 이렇게 조롱하며 애써 위안 삼았다. 그로부터 85년이 지난 2015년, 부가티의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벤틀리 최초의 SUV 그 주인공은 바로 벤테이가. 창업자 월터 오웬 벤틀리가 꼿꼿이 지켰던 신념처럼, 벤테이가는 세상의 모든 SUV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제일 빠르다.  지난 11월 19일, 스페인 남녘 끝에 자리한 휴양도시 마르벨라에서 세계 최초로 벤틀리 벤테이가를 시승했다. 이번 행사 내내 벤틀리 CEO 볼프강 뒤르하이머가 함께 했다. 그는 “전세계에서 딱 40명의 자동차 저널리스트만 초청한 아주 특별한 기회”라고 거듭 강조했다. 18일 저녁, 기자는 일본, 중국, 미국 등과 함께 두 번째 그룹으로 마르벨라를 찾았다. 돌이켜 보니 뒤르하이머의 말엔 과장이 없었다. 일정의 모든 순간이 특별했다. 스페인 말라가 공항에 내려 입국장으로 들어서자 스태프가 벤틀리 푯말을 들고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 청사 밖으로 나서니 영국에서 공수해온 오른쪽 운전석의 플라잉스퍼가 전용 기사와 함께 대기 중이었다. 뒷좌석에 몸을 싣기가 무섭게 플라잉스퍼는 땅 위를 살짝 떠서 날아가듯 내달렸다. 숙소는 호화 리조트 ‘델마’. 문을 열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방이 으리으리하다. 드레스룸 벽에 표시된 숙박료를 보니 하룻밤에 1,800유로(약 234만 원). 저녁 식사는 리조트 내 미슐랭 별 두 개짜리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그날 밤, 홀가분한 마음으로 발코니로 나섰다. 의자 깊숙이 앉아 파도 소리에 귀 기울였다. 벤테이가 오너의 삶이 이러려니 싶었다. SUV 비율로 재해석한 벤틀리 디자인19일 아침이 밝았다. 프레젠테이션이 예정된 해변의 특설 부스 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아침 햇살을 등지고 벤테이가 10대가 코끝을 맞춰 늘어섰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우린 각자의 차로 흩어졌다. 이번 여정의 파트너는 일본 대표로 온 프리랜서 자동차 저널리스트 가네코 히로히사. 희끗한 반백발과 섬세한 주름에 연륜이 뚝뚝 묻어나는 멋쟁이 신사다. “왜 일본에서 당신 한 명밖에 안 왔느냐”고 묻자 그는 “한국이 일본보다 벤틀리를 더 많이 판다”며 멋쩍게 웃는다. 이번뿐 아니라 최근 다녀온 벤틀리 행사에서 한국팀은 줄곧 VIP 대접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시장 가운데 하나인 까닭이다. 심지어 볼프강 뒤르하이머도 이날 모인 각 나라 기자 앞에서 한국 시장의 실적을 언급했을 정도다. 벤테이가는 사진보다 실물이 나았다. 잘 생기진 않았지만, 웅장하고 격조 높은 외모다. 얼굴은 그 어떤 벤틀리보다 크다. 반짝이는 격자무늬 그릴 역시 화끈하게 큼직하다. 그래서 존재감이 굉장하다. 실제로 덩치도 크다. 길이는 5m가 넘고, 너비는 2m를 꽉 채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표준형과 롱 휠베이스 버전의 중간에 걸쳤다. 키는 10cm 정도 작다. 여느 벤틀리처럼 벤테이가도 그릴 양쪽으로 네눈박이 LED 조명을 심었다. 안쪽 두 개는 헤드램프다. 바깥쪽 두 개는 주간주행등인데, 테두리에서만 빛을 뿜는다. 가운데 동그란 부위엔 헤드램프 워셔를 숨겼다. 작동시킬 때만 튀어나온다. 앞바퀴를 감싼 펜더는 알루미늄 패널을 500℃의 공기로 달궈 ‘쾅’ 찍은 뒤 급속 냉각시키는 ‘수퍼 포밍’ 기법으로 만들었다. 옆면엔 벤틀리 컨티넨탈 시리즈 고유의 라인이 흐른다. 자동차용으로 프레스한 알루미늄 패널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크다. 이 크기의 패널을 찍을 프레스기는 전세계에 딱 두 대뿐인데, 그 중 하나를 벤틀리가 쓴다. 테일램프엔 벤틀리를 상징하는 ‘B’ 모양의 LED 그래픽을 넣었다. 옵션으로 앞뒤 범퍼 밑에 카본으로 만든 립 스포일러와 디퓨저도 달 수 있다.  뒷모습은 껑충한 키를 빼면 플라잉스퍼와 비슷한 분위기다. 머플러도 다른 벤틀리처럼 좌우로 길고 넓적한 늘린 타원형 팁으로 감쌌다. 비율만 SUV일뿐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요소요소의 디테일은 영락없는 벤틀리다. ‘SUV의 제왕’이란 상징성을 감안해 좀 더 화려하게 꾸밀 법도 한데, 벤틀리 디자인팀은 지나친 장식을 자제하고 정갈하게 빚었다.해변에 도열한 10대의 벤테이가가 장관을 이뤘다. 벤테이가를 실제로 보면 존재감이 굉장하다 차체는 알루미늄 모노코크로 짰다. 향후 포르쉐 카이엔, 폭스바겐 투아렉 등과 나눌 뼈대다. 언더보디 일부와 외부 패널은 알루미늄, 나머지는 다양한 강도의 고장력강으로 구성했다. 이처럼 소재를 다양화한 덕분에 스틸로 만들 때보다 무게를 236kg이나 줄였다. 물론 그래도 벤테이가의 공차 중량은 2.4톤을 넘는다. ‘엑스라지’ 몸집과 W12 엔진 때문이다. 눈부시게 호화롭고 기능적인 실내 도어는 그 크기에서 연상할 수 있듯 묵직하게 여닫힌다. 실내는 기대보다 광활하진 않다. 덩치도 크지만 시트, 대시보드 등 구성요소 역시 큼직한 탓이다. 기존 벤틀리의 실내를 1.2배율의 확대경으로 보는 기분이다. 고급스러운 감각 역시 한층 두드러진다. 벤틀리의 고집대로 실제 가죽과 진짜 원목, 리얼 금속을 짝지어 꾸몄다. 그야말로 호화 응접실 같다.계기판 서체, ‘황소 눈알’이란 애칭의 송풍구, 아날로그 시계 등 벤틀리 고유의 아이템을 빠짐없이 챙겼다 벤테이가의 실내는 시트 구성과 옵션에 따라 최대 15개의 원목 패널을 쓴다. 벤틀리는 크루 공장에 58명의 목공 장인을 투입했다. 이들은 오직 벤테이가에만 쓸 원목을 가공한다. 벤틀리가 벤테이가에 기울이는 정성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이처럼 수작업 공정이 많아 벤테이가 한 대를 만드는 덴 130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당장 주문해도 몇 개월 대기는 기본이다. 그런데 벤테이가의 감성품질이 수작업만으로 완성된 건 아니다. 첨단 설계와 조립 기술도 뒷받침되었다. 벤틀리에 따르면, 벤테이가 실내 트림의 조립 허용오차는 0.1mm 이하다. 앞과 옆창은 이중유리 사이에 어쿠스틱 유리를 끼워 넣었다. 앞 유리엔 투명 금속 레이어를 심었다. 자외선 및 적외선을 막아주고 열선 역할도 한다. 그러나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계기판 서체, ‘황소 눈알’이란 애칭의 송풍구, 아날로그 시계 등 벤틀리 고유의 아이템도 빠짐없이 챙겼다. 시계는 브라이틀링의 것으로, ‘뮬리너 투르비용’을 옵션으로 고를 수 있다. 8개의 다이아몬드와 금으로 꾸민 이 시계는 주기적으로 빙글빙글 돌며 스스로에게 ‘밥’을 준다. 시계의 값이 벤테이가보다 비싼 만큼 차에서 내릴 땐 뗄 수도 있다. 천장엔 파노라마 선루프를 씌웠다. 유리로 덮은 면적이 1.35㎡로 전체 천장의 60%를 차지한다. 유리는 두 조각으로 나눴다. 앞쪽 절반을 틸팅해 숨통을 뻥긋 틔우거나 뒤쪽 유리 위로 슬라이딩시켜 열 수 있다. 벤틀리는 “시속 300km로 달리면서도 작동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자식 롤러블라인드로 커버를 씌워 햇빛을 가릴 수도 있다. 좌석은 넉넉하고 포근하다. 결이 고운 가죽 위에 벤틀리 고유의 다이아몬드 모양 퀼팅 박음질로 마감했다. 앞좌석은 사양에 따라 16방향 또는 22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은 독립식 혹은 벤치식 가운데 고를 수 있다. 독립식의 경우 18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고 마사지 기능이 기본이다. 벤치식 뒷좌석은 등받이를 포개 짐공간을 확장시킬 수 있다. 섬뜩한 정적 속의 폭풍 질주 드디어 출발할 시간. 10대의 벤테이가가 순서대로 해변을 빠져 나갔다. 볼프강 뒤르하이머가 구경꾼을 제지해 우리가 나갈 길을 차례차례 터줬다. 덩치가 만만치 않아 좁은 길을 빠져나갈 땐 퍽 조심스럽다. 좌우 미러를 살피고 때론 차 주위 360° 풍경을 비추는 ‘톱 뷰’를 들여다보며 리조트 사이의 미로 같은 골목을 빠져 나와 큰 도로에 들어섰다.  시내를 벗어나 곧장 고속도로를 탔다. 엉금엉금 육중하게 움직이던 벤테이가들이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가속 특성은 전형적인 벤틀리다. 무려 91.7kg•m나 되는 토크를 1,350~4,500rpm에 단단히 뭉쳐놨다. 그래서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고 잠시 기다렸다가 속도를 높이는 상황은 경험할 수 없다. 발가락만 꼼지락거려도 거구가 발작하듯 벌컥벌컥 뛰쳐나간다. 벤테이가의 엔진은 W12 6.0L 트윈 터보로 608마력을 낸다. 전 폭스바겐 회장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개발을 주도한 유닛이다. 하나의 블록에 실린더를 엇갈리게 판 협각 V6 두 개를 붙인 형태다. 그래서 V12보다 길이가 24% 짧다. 벤테이가에 얹기 위해 재설계해 효율을 11.9% 높였다. 가령 직분사(200바)와 간접분사(6바)를 짝짓고 가변실린더 기능을 넣었다. 가속 성능은 세계 최강의 SUV답다. 벤틀리가 밝힌 벤테이가의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1초. 그런데 비슷한 성능의 늘씬한 스포츠카나 단정한 세단으로 경험한 가속과 느낌이 완전 딴판이다. 2.4톤의 거대한 덩치로 보이지 않는 공기의 벽을 박살내며 몰아치는 가속은 박력 그 자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이처럼 살벌한 가속을 섬뜩한 정적 속에서 해치운다. 벤테이가는 성능만큼 정숙성 역시 동급 최고다. 악착같이 틀어막았다. 책 한 권만 한 사이드미러가 자리한 A필러 부위마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을 지킨다. 이 때문에 벤테이가를 몰다 보면 속도감이 흐릿해진다. 그런데 벤틀리는 노이즈와 함께 사운드까지 몽땅 지웠다. 같은 엔진을 얹은 컨티넨탈 GT의 북소리처럼 웅장한 음색을 즐길 수 없는 점은 아쉬웠다.실내는 기대보다 광활하진 않다. 시트, 대시보드 등 구성요소 역시 큼직한 탓이다 ‘차단’과 ‘분리’는 벤테이가의 핵심이다. 가령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은 조향감각이 매끈하고 부드러운 반면 노면 정보를 전하는 덴 관심이 없다. 전자식 액티브 롤링 제어 기술이 스민 서스펜션은 기울임을 엄격히 억제하되 나긋한 승차감을 포기하는 법이 없다. 컨트롤 유닛 사이의 초고속 통신망인 ‘플렉스 레이’와 벤틀리 최초의 48V 전장 시스템으로 완성한 마법이다. 활동범위를 극적으로 넓힌 벤틀리 그러나 벤테이가엔 첨단기술로도 감출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무게와 덩치에 발목 잡힌 몸놀림이다. 시승 중 만난 굽잇길, 토크를 잔뜩 실어 뛰어들었다. 신통방통한 서스펜션 덕분에 기울임은 거의 없었지만, 의도한 궤적을 따르면서 속도를 높이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욕심이 지나칠 땐 언더스티어가 고개를 들었고, 즉각 주행안정장치에 제압당했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같은 포르쉐 카이엔 터보 S와 결정적인 차이도 여기에 있다. 카이엔 터보 S에서 성능은 실존적 가치다. 100% 긁어 욕심껏 휘두를 수 있다. 또, 그럴 때 의미를 갖는다. 반면 벤테이가에서 성능은 상징적인 가치다. 아득히 높은 잠재력은 자신감과 우월감을 북돋우는 장치다. 성능의 정점을 찌르기보단 긴장을 풀고 조금 느슨한 템포로 다룰 때 가장 즐겁다. 벤테이가는 가장 효율에 신경 쓴 벤틀리이기도 하다. 가령 3~8단, 엔진회전수는 3,000rpm 이하, 토크 30.6kg•m 이하에선 엔진의 절반을 쉬며 6기통으로 달린다. 벤틀리는 ‘가변 배기량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5~8단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과 연결을 끊어 관성으로 달린다. 스타트 스톱 시스템은 차가 ‘거의’ 멈출 때쯤 미리 엔진의 숨을 끊는다. 벤테이가는 총 여덟 가지의 운전 모드를 갖췄다. 현존하는 SUV 중 제일 많다. 다이얼만 돌려 간단히 넘나든다. 온로드 모드는 스포츠와 컴포트, 벤틀리, 커스텀 등 네 가지다. 스포츠와 컴포트에서 파워트레인의 반응은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승차감 차이는 크지 않다. 벤틀리는 섀시 엔지니어가 ‘강추’하는 세팅을 블렌딩한 모범 답안이다. 실제로도 가장 만족스러웠다.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608마력을 내는 W12 6.0L 트윈 터보 엔진이 깨어난다 오프로드 모드도 눈 & 풀밭, 흙길 & 자갈길, 진흙 & 다져진 길, 모래 등 네 가지를 마련했다. 벤틀리는 오프로드 주행 세션을 특설 코스에서 진행했다. 운전 모드를 오프로드로 바꾸면 모니터는 상황판으로 바뀐다. 지상고와 가로 및 세로 경사, 각 휠의 서스펜션 트래블(위아래 움직임 거리), 앞바퀴 조향 각도, 해발고도, 방위 등의 정보를 깨알같이 띄운다. 벤테이가 서스펜션의 최대 트래블은 225mm. 에어 서스펜션을 늘려 키를 최대한 키우면 최저지상고가 245mm까지 치솟는다. 이 상태에선 50cm 깊이의 물길도 헤쳐갈 수 있다. 벤테이가는 꿀렁꿀렁 험로를 잘도 누볐다. 바퀴 하나가 공중에 떠도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고 있으면 알아서 나머지 바퀴로 구동력을 옮겼다. 신경 쓸 건 오로지 차에 날지도 모를 상처뿐이었다.뒷자석에 안드로이드 기반의 탈착형 태블릿을 달았다 벤테이가는 ‘정상의 SUV’답게 장비도 풍성하다. ACC는 내비게이션의 데이터와 센서, 카메라를 이용해 다가오는 코너나 속도 제한을 예상해 차의 속도를 알아서 조절한다. 평행과 직각 주차를 돕는 파크 어시스트도 옵션으로 마련했다. 오디오는 최상급을 고를 경우 스피커 20개와 출력 1,950W의 앰프를 짝지은 나임 시스템이 들어간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있다. 벤테이가는 눈부시게 고급스럽고, 가슴 철렁하게 빠르며, 기대 이상으로 편안하고, 놀라울 만큼 안정적이다. 상징성 짙은 최고속도처럼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고, ‘과잉’으로 넘쳐난다. 최대 22인치의 휠과 245mm의 최저지상고로 벤틀리의 활동범위를 극적으로 넓혔다. 그러나 풍성한 토크, 황홀한 승차감 등 벤틀리 고유의 가치는 고스란히 지켰다.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에토레 부가티가 벤테이가를 본다면 어떤 독설을 내뱉을까? BENTLEY BENTAYGA보디형식, 승차정원 5도어 SUV, 5명(옵션 4명)길이×너비×높이 5140×1998×1742mm휠베이스 2650mm트레드 앞/뒤 1679/1647mm무게 2440kg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 링크 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285/45 ZR21엔진형식 W12 가솔린 트윈 터보밸브구성 DOHC 48밸브배기량 5998cc최고출력 608마력/5000~6000rpm최대토크 91.7kg•m/1350~45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뒷바퀴굴림변속기 형식 8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4.1초최고시속 301km연비 7.6km/L(유럽 복합)CO₂ 배출량 296g/km(유럽)값 22만9,100유로(약 2억9,888만원) 이상글 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사진 벤틀리
MERCEDES-BENZ GLC 220d 4MATIC,.. 2016-02-11
메르세데스 벤츠에는 SUV가 많다. 무려 6종이나 된다. 데뷔 초읽기에 들어간 GLC 쿠페가 나오면 7종으로 늘어난다. SUV 전문가라는 랜드로버와 지프도 각각 6종에 불과하다. 벤츠의 전세계 판매량 중 SUV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 한국에서는 약 7%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올해 이를 14%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이런 계획의 신호탄이 GLC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GLC는 GLK의 뒤를 잇는 모델이다. 하지만 완전한 새차로 봐도 무방하다. 길이 120mm, 너비 50mm를 키워 콤팩트 SUV에서 미드사이즈 SUV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늘인 길이는 고스란히 앞 차축과 뒤 차축 사이에 담았다. 대략 BMW 1세대 X5와 비슷한 크기인데, 휠베이스는 그보다 약 54mm 길다.  새 이름과 체급 변화는 무관하다. 이는 벤츠의 새 네이밍 정책에 따른 결과다. 이제 G클래스를 제외한 모든 벤츠 SUV의 이름은 ‘GL’로 시작한다. G는 독일어로 오프로더(Gelandewagen)를 뜻하며 L은 C, E, S 등으로 구분되는 벤츠 고유의 차급과 G 사이를 잇는다. GLC는 벤츠 SUV 라인업의 C클래스로 해석된다. 참고로 로드스터는 이제 ‘SL’로 정리된다. 얼마 전 공개된 SLC도 사실은 SLK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벤츠가 모델명을 차급으로 정리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차종 다양화에 혈안이 돼 있다. 전체 판매량은 늘리되 각 차종의 희소성은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이다. 그런데 기존 작명법은 이 전략에 어울리지 않는다. 많은 차종을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새 명명체계는 디자인 공유 전략에도 필요하다. 벤츠는 차급간의 디자인을 차별화하고 있다. 안팎 디자인을 모든 라인업에 걸쳐 무분별하게 나눠 쓰면 소비자의 피로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령 콤팩트 세단을 타다가 같은 브랜드의 미드사이즈 세단으로 갈아타려는데, 생김새가 비슷하면 구매욕구가 줄어든다. 특히 실내 디자인이 그렇다. 최근 BMW가 이런 부작용을 겪고 있다. 벤츠는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A/B, C, E, S 등 라인업을 크게 네 개로 분류해 같은 차급끼리만 동일한 분위기를 가져간다. 같은 급으로 차를 바꾸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꿰뚫고 있는 전략이다.보닛 안쪽으로 말려들어간 헤드램프. 주간주행등을 켜면 한층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더 크고 더 아름답고 더 고급스럽게 따라서 GLC는 C클래스의 스타일링을 따른다. 매끈하게 다듬은 차체로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각진 스타일로 G클래스 분위기를 냈던 GLK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차체도 훨씬 더 늘씬하다. 앞바퀴와 앞문 사이가 널찍하고 지붕이 낮아 굉장히 길어 보인다. 실제로도 커졌지만, 체감 차이는 두 배 이상이다. 유심히 살펴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하다. 사진상으로는 앞모습이 GLA와 비슷하게 보였다. 그러나 실물은 훨씬 더 입체적이다. 특히 보닛 안쪽으로 말려들어간 헤드램프가 인상적이다. 주간주행등을 켜면 각도에 따라 헤드램프의 형상이 달라보인다. 분위기도 GLA보다 더 당당하다. 코끝이 높고, 각 구성 요소들이 한층 더 큼직하다. 사실 GLA는 SUV가 아닌 크로스오버 느낌이 강하다.최신 벤츠 쿠페들처럼 납작한 테일램프를 달았다 뒷모습은 스포티하다. 벤츠의 최신 쿠페들처럼 납작하게 누른 테일램프를 붙여 긴장감을 높였다. SUV답게 차체 아래쪽에 검정 플라스틱을 둘렀지만 투박한 느낌은 없다. 앞뒤 범퍼의 크롬 스키드 플레이트가 시선을 완전히 뺏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휠 디자인은 조금 별로다. 19인치씩이나 되면서 지나치게 단순한 모양이다. BMW처럼 근사한 휠을 달아주면 더 좋겠다. 실내에 들어서면 입이 떡 벌어진다. 화려하다 못해 사치스러운 C클래스의 실내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좌우로 쭉 뻗은 대시보드, 태블릿 PC 스타일의 디스플레이, 알루미늄을 두른 원형 송풍구, 매끈하게 떨어지는 센터페시아 등이 고스란히 겹친다. 대시보드 상단 모서리와 글러브박스 등 일부 디테일이 다를 뿐이다. 시승차는 프리미엄 사양이라 흔히 볼 수 있는 C클래스보다 더 고급스럽다. 대시보드를 촉촉한 가죽으로 감싸고, 구석구석 나뭇결을 드러낸 우드 패널로 치장하고 있다. 앉았을 때도 C클래스와 별반 다를 게 없다. SUV가 아닌 세단에 오른 듯한 착각이 든다. 낮게 깔린 시트와 높고 넓은 센터터널, 그리고 반듯하게 선 대시보드가 이런 느낌을 주도한다. 벤츠답게 스티어링 칼럼과 시트는 모두 전동식이다. 시동을 끄고 문을 열면 타고 내리기 편하게 스르륵 움직이는 이지 엑세스 기능도 갖췄다. 미안하지만, GLC를 타보니 GLK와 BMW X3가 마치 상용차처럼 보인다.인테리어는 화려하다 못해 사치스러운 C클래스와 판박이다 라이벌 중 휠베이스가 가장 긴 만큼 실내공간도 제일 넉넉하다. 전후좌우는 물론 머리 위 공간도 여유롭다. GLK에 비해서는 정말이지 광활하다. 이쯤 되니 정중한 느낌을 내는 아날로그시계와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이 아쉽다. 물론 과욕인 건 안다. 하지만 뒤 시트 리클라이닝 기능이 없다는 건 확실히 옥에 티다. 현재 GLC는 220d 4매틱 한 가지만 수입된다. 옵션에 따라 기본형과 프리미엄으로 나뉠 뿐이다. 엔진은 C 220d, GLK 220d와 같다. 최고 170마력, 40.8kg•m의 힘을 내는 2.2L 디젤 터보다. 하지만 변속기가 자동 7단에서 자동 9단으로 달라졌다. 덕분에 0→시속 100km 가속을 GLK보다 0.5초 빠른 8.3초 만에 끊는다. 몸집과 무게 차이를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수치다.앞좌석은 10방향으로 움직이는 전동식이다 엔진은 아주 정숙하다. 꽤나 차분한 편이었던 GLK 220d 이상이다. C클래스와도 별 차이가 없다. 공회전시 디젤 고유의 소음이 스며들긴 하지만 톤이 일정해 거슬리지 않는다. 진동도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 플로어에서는 미약하고 스티어링 휠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다. 9단 변속기의 반응은 놀랍도록 빠릿빠릿하다. 예전의 ‘일반’ 벤츠의 변속기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기어를 내리면 회전계 바늘을 먼저 띄워 스포티한 느낌까지 강조한다. 변속 시점은 4,700rpm 부근. 회전한계 안쪽이라면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시프트다운도 적극적으로 해낸다. 넉넉한 가속 감각은 여전하다. 최대토크가 1,400rpm부터 나오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건들기만 해도 힘을 풍성하게 쏟아낸다. 하지만 날을 바짝 세운 느낌은 아니다. 모서리를 적당히 둥글린, 한껏 응축된 힘이 차체를 사뿐하게 밀어내는 감각이다. 이런 특성은 거동과 핸들링에서도 나타난다. 짜릿하진 않지만 편안하고 든든하다.넉넉한 뒷좌석. 하지만 리클라이닝 기능은 빠졌다 스티어링의 반발력은 가벼운 편이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조금 무거워지긴 하나 그 차이가 크지 않다. 전체적으로 C클래스와 비슷한 운전 감각이지만 높직한 시야 덕분에 운전이 더 쉽다. 물론, 사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을 기본으로 갖추기 때문에 날씨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럭셔리 SUV메르세데스 벤츠가 GLK에 붙인 키워드는 존재감과 개성이었다. 하지만 GLC는 모던 럭셔리다. 이전과 다른 노선을 택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GLC는 더 크고 고급스러워졌다. ‘신분상승’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눈부시게 진화했다. 마초 느낌을 내며 고객층을 스스로 한정짓던 GLK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SUV 판매를 두 배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자신감을 납득할 수 있었다.트렁크도 여유롭다. 6:4로 나뉜 뒷좌석 등받이는 버튼을 눌러 접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변화는 GLA라는 발랄한 동생 덕분에 가능했다. 막내 자리를 물려준 GLC는 콤팩트와 미드사이즈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마음 놓고 몸집을 키우고 고급스럽게 치장할 수 있었다. GLK는 비교의 대상이었지 비교의 기준이었던 적은 없다. 하지만 GLC는 다르다. 세그먼트 정상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  MERCEDES-BENZ GLC 220d 4MATIC보디형식, 승차정원 5도어 SUV, 4명길이×너비×높이 4660×1890×1640mm휠베이스 2875mm트레드 1615/1615mm무게 1985kg서스펜션 앞/뒤 모두 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235/55 R19, 콘티넨탈 크로스콘텍트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터보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2143cc최고출력 170마력/3000~4200rpm최대토크 40.8kg•m/1400~28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네바퀴굴림변속기 형식 9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8.3초최고시속 210km연비 12.9km/L(도심 11.6, 고속 15.1)에너지소비효율 3등급CO₂ 배출량 148g/km기본/시승차 6,470만/6,800만원(프리미엄)글 류민 기자사진 민성필
MERCEDES-AMG GT S EDITION 1 - .. 2016-02-12
 GT는 메르세데스 AMG(이하 AMG)가 개발한 두 번째 스포츠카다. SLS AMG의 뒤를 이어 등장했다. 그러나 AMG는 두 모델 사이에 선을 명확하게 그었다. 수퍼 스포츠카인 SLS AMG와는 달리,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스포츠카라는 설명이다. 이전에 비해 길이(90mm)와 휠베이스(50mm)를 줄인 것도, 걸윙도어가 아닌 스윙도어를 단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GT의 성격도 이런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GT는 본격적인 스포츠카와 GT카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들고 있다. 빈틈없이 맞물린 V8 엔진과 알루미늄 섀시GT의 핵심은 V8 4.0L 바이터보 M178 엔진이다. GT를 위해 설계된 특제 엔진이지만, 백지에서부터 개발된 건 아니다. 신형 C63의 M177 엔진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모듈화 시대에 엔진을 모델에 맞게 다시 다듬거나 핵심 부품을 공유하는 건 흔한 일. 사실 M177도 45 AMG에 쓰고 있는 직렬 4기통 M133의 블록 두 개를 90도로 붙여 완성한 엔진이다. 따라서 보어와 스트로크는 같고 배기량은 정확히 두 배 크다. M177과 M178에는 AMG의 최신기술이 모두 녹아 있다. 두 개의 터보차저를 블록 사이에 끼워 넣은 핫 인사이드 V 설계가 대표적이다. 구조가 복잡하지만 엔진 전체 부피가 작고 리스폰스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C63과 달리 GT에서는 냉각도 문제가 된다. 엔진을 깊숙이 밀어 넣은 까닭에 터보차저의 열이 실내로 전달될 수 있는 것. 게다가 GT의 섀시는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된다. AMG는 이를 보닛 안쪽에 공기 유도관을 붙여 해결하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과한 공기를 터보차저로 직접 공급해 열기를 아래쪽으로 밀어내는 방식이다. 참고로 터보차저를 거친 배기가스의 온도는 최고 1,000℃를 넘나든다. M177과 M178의 결정적인 차이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윤활 방식이다. 웨트섬프 방식의 C63과는 달리 GT는 드라이섬프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무게중심이 55mm 더 낮고 내구성도 더 뛰어나다. GT의 드라이섬프는 1분당 최대 250L의 오일을 엔진의 핵심 부품에 공급한다. 두 번째는 흡입 공기 냉각 방식이다. C63과 GT는 터보랙을 최소화한 수랭식 인터쿨러가 기본이다. 하지만 GT에는 공랭식 쿨러도 추가된다. 엔진에 붙어 있는 수랭식 인터쿨러를 식히기 위한 냉각기가 범퍼 아래쪽에 하나 더 있는 설계다. AMG는 이를 다이렉트 에어/워터 인터쿨링이라고 부른다.소름 돋는 사운드와 가속 감각을 선사하는 V8 바이터보 엔진. 보닛 안쪽에는 터보차저의 열기를 밀어내기 위한 공기 유도관을 붙였다 의외로 최고출력은 차이가 없다. 시승차인 GT S의 경우 C63 S와 같은 510마력을 낸다. 엔진 부스트도 1.2바로 같다. 최대토크의 경우 66.3kg•m로 오히려 더 낮다. 대신 힘을 내는 범위가 1,750~4,750rpm으로 더 넓다. 높은 수치보다는 반응에 중점을 둔 세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누구보다 ‘플랫토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 GT가 스포츠카임에도 롱 스트로크 엔진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런 고집 때문이다. 물론 이런 설정에는 터보 엔진이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는 사실도 한몫하고 있다. 터보를 붙이면 엔진회전을 높여봤자 별 이득이 없기에 롱 스트로크 설정으로 초중반에서의 토크를 살리는 게 유리하다. 그래도 M178은 터보치고는 상당히 고회전 엔진에 속한다. 최고출력을 내는 시점이 6,250rpm이며 회전한계도 7,200rpm이나 된다.실린더 헤드 사이에 두 개의 터보차저를 심은 핫 인사이드 V 설계. 인테이크가 짧아 리스폰스가 빠르다 GT의 앞뒤 무게배분은 47:53이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SLS AMG처럼 차체 뒤쪽에 붙여 얻어낸 결과다. 엔진과 변속기는 원피스 토크 튜브 안에 넣은 탄소섬유 드라이브 샤프트로 연결했다. 견고하되 가볍고, 빠른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 AMG의 설명이다. LSD는 GT와 GT S 모두 기본으로 갖춘다. 다만 GT는 기계식, GT S는 전자 제어식이다. 이 급의 스포츠카 대부분이 그렇듯, 섀시는 파워트레인에 맞춘 구성이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은 앞 차축과 캐빈룸 사이에 엔진을, 뒤 차축 가운데에 변속기를 품는다. 물론 파워트레인이 섀시에 맞췄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논하는 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GT의 섀시와 파워트레인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있다.엔진과 변속기를 연결하는 토크 튜브와 GT 고유의 배기 시스템 한계 역시 마찬가지다. 섀시가 파워트레인을 찍어 누르지도, 파워트레인이 섀시를 압도하지도 않는다. 서로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둘은 무게마저도 비슷하다. 섀시는 231kg, 엔진은 209kg이다. 둘 모두 동급에서 가장 가벼운 축에 속한다. 참고로 스티어링은 가변식이며 서스펜션 구조는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이다. 앞은 SLS의 것을 활용했고, 뒤는 처음부터 새로 설계했다. 앞 브레이크의 디스크 직경은 GT 360mm, GT S 390mm이며 시승차인 GT S 에디션 1은 402mm의 카본 세라믹 옵션을 달고 있다. 캘리퍼는 모두 6피스톤이다.웬만한 수퍼 스포츠카보다도 이목을 끄는 극단적인 비율 주위를 압도하는 극단적인 비율GT의 외모는 한마디로 정의된다. 비율 깡패. ‘롱노즈 숏데크’라고 부르는 전통적인 뒷바퀴굴림(FR) 스포츠카의 모양새를 띠고 있는데, 보닛의 길이가 굉장히 길고 캐빈룸이 완전히 뒤쪽으로 밀려 있다. 지금까지 이런 양산차가 있었나 싶을 만큼 극단적인 비율이다. 비현실적으로 머리가 작고 다리가 긴 패션모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길이 4.5m가 넘는 2인승 FR 쿠페/컨버터블이 워낙 희귀하고 우월한 종자이긴 하지만, GT는 그 중에서도 별종이다.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 메르세데스 벤츠 SL클래스 등 같은 장르에서 길이가 더 긴 모델들보다도 한참 더 늘씬하게 보인다. 한 끝 차이가 미녀와 추녀를 결정한다는 말은 자동차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펜더의 에어 벤트, 파팅 라인을 앞쪽으로 잡아당긴 도어, 완만하게 떨어지는 C필러 등이 균형을 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괴물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의 GT는 더 없이 섹시하다.시승차는 프론트 립 스포일러와 리어 스포일러를 갖춘 GT S 에디션 1이다. 일반형에 비해 다소 흉흉한 분위기이지만, 시속 120km의 속도에서 자동으로 올라오는 전동식 스포일러는 제외된다 사실 이런 비율은 매끈한 면 덕분에 더욱 부각된다. GT에는 쓸데없는 장식이 거의 없다. 그 흔한 캐릭터 라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여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벤츠의 디자인총괄 부사장 고든 바그너(Gorden Wagener)는 GT를 벤츠의 디자인 언어인 ‘감각적 순수미’ (Sensual Purity)의 결정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모서리를 정교하게 다듬고 선을 줄이는 게 좋은 디자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람의 눈은 빛의 반사를 통해 사물의 형태를 인식한다. 감각적 순수미는 바로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 디자인 철학이다. 선을 긋거나 철판을 접어 억지로 형태를 표현하기보단, 면의 굴곡을 이용해 빛을 반사시켜 의도를 전달한다는 게 핵심이다. 물론 GT의 파격적인 비율과 벤츠의 이런 디자인 철학은 하루아침에 뚝딱 완성된 게 아니다. 1950년대의 1세대 SL과 300 SLR이 그 생생한 증거다.바짝 선 A필러, 작은 대시보드, 넓적한 센터터널 등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실내 역시 스포티한 분위기다. 바짝 선 A필러와 작은 대시보드, 그리고 넓적한 센터터널이 이런 느낌을 주도한다. 화려한 디자인 때문에 복잡해 보이는 센터페시아는 의외로 직관적이다. 시동, 드라이브 모드, ESP, 댐핑 설정 등 주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버튼들은 운전석 쪽에, 급한 조작이 필요 없는 버튼은 반대편으로 몰아 놓았다. 센터페시아 가운데에는 커맨드 컨트롤러가 자리한다. 그 앞쪽에는 광활하다고 할 수 있는 두 개의 컵홀더가 있다. 수동변속기를 고려하지 않았기에, 전자식(와이어리스) 변속레버를 사용했기에 가능한 구성이다. 변속레버는 센터터널 아래쪽에 자리한다. 어차피 후진할 때가 아니면 사용할 일이 없으니 이 편이 더 낫다. 조작할 때의 자세도 꽤 특별하다. 그러나 비상등과 시트 히터 등의 일부 버튼을 굳이 머리 위에 붙인 건 이해할 수 없다. 비행기 콕핏에 오른 기분을 내지만, 사용이 영 불편하다.빠른 스티어링과 탄탄한 서스펜션으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할 버킷시트 실내에 드나드는 과정은 여느 2도어 쿠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구부가 넓고 문턱도 낮다. 공간 크기도 본격적인 2인승 스포츠카치고는 넉넉하다. 트렁크는 체적(350L)도 크지만 형상이 넓적해 굉장히 실용적이다. 골프백 두 개를 눕혀서 넣을 수 있을 정도. 여러모로 이전 모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친절한 패키징이다. 소름 돋는 V8 사운드와 생생한 핸들링낮게 깔린 시트에 몸을 포개면 다소 황당해진다.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길게 뻗어나간 차체가 운전자를 압도하고 있다. 윈드실드 너머 너울진 보닛의 굴곡을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 하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이런 부담은 즐거움으로 바뀐다. 뒤 차축에 걸터앉아 차체를 휘두르는 재미가 GT만큼 좋은 차도 없기 때문이다. 적응도 생각보다 쉬운 편. 스티어링의 반응이 빠르고 회전반경이 짧아 손에 착착 붙는다.완벽한 프런트 미드십을 구현한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이런 즐거움에는 과격한 사운드도 한몫한다. AMG의 V8 사운드야 이미 정평이 나 있지만, GT는 조금 더 특별하다. 세계 최고의 V8 사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머플러 설정을 스포츠+로 바꿔서 플랩을 열면 각 뱅크에서 빠져나온 배기가스의 일부가 소음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방출되는데, 이 때의 사운드는 비교 대상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생동감이 넘친다. 엔진 사운드를 무기로 삼는 페라리나 포르쉐가 최근 배기음을 ‘오버’에 가깝게 강조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전수를 올리면 사운드는 더욱 거칠어진다. 대부분의 최신 터보 스포츠카가 그렇듯, 회전 상승에 따른 톤 변화는 적다. 볼륨이 커지고 파열음이 더해질 뿐이다. 특히 GT처럼 배기음을 강조한 케이스는 더욱 심하다. 회전수에 개의치 않는 톤처럼, 가속 감각도 시종일관 폭력적이다. 터보랙과 고회전에서의 출력 하락이 최대한 억제돼 저회전부터 고회전까지 차체를 쉬지 않고 밀어낸다. 물론 여기에는 1,750rpm부터 쏟아져 나오는 최대토크를 빈틈없이 뒷바퀴로 전달하는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공이 적지 않다. 참고로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3.8초로 배기량과 출력이 한참 큰 SLS AMG 기본형과 같다.직경 402mm의 카본 세라믹 디스크와 6피스톤 브레이크. 차가운 노면 탓에 그 성능은 확인할 수 없었다 움직임은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진다. 엔진, 변속기, 댐퍼 등의 반응이 큰 폭으로 바뀐다. 느슨하게 풀면 GT카에, 빡빡하게 조이면 퓨어 스포츠카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다이내믹 마운트를 선택할 경우 그 차이는 한층 더 커진다. 엔진/변속기의 마운트가 입력에 따라 강도를 바꿔 컴포트 모드에서는 매끈한 주행감을, 레이스 모드에서는 빠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다이내믹 마운트는 전용 계기판, 스포츠 서스펜션 등과 함께 다이내믹 플러스 패키지(382만원)에 포함된다. 섀시는 새 파워트레인의 한계를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탄탄하게 버틴다. 앞머리와 꽁무니의 움직임도 흠잡을 곳이 없다. 스티어링을 비틀면 차체 앞뒤가 거의 동시에 움직인다. 특히 레이스 모드에서의 반응은 동급 어떤 스포츠카보다도 생생하다. 대부분의 포르쉐 911보다도 스포티한 세팅. 스포츠 서스펜션 옵션이 빠져 있음에도 GT3와 같이 트랙을 염두에 둔 911과 비교해도 좋을 수준이다. ESP는 온, 스포츠, 오프 등 세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온에서는 타이어의 슬립을 거의 허용하지 않으며, 스포츠에서는 적당한 스릴을 맛볼 수 있게 한다. 트렁크는 형상이 넓적해 굉장히 실용적이다. 골프백 두 개를 눕혀서 넣을 수 있을 정도 실력 입증이 우선GT는 스포츠카 시장에서 벤츠의 입지를 넓힐 주인공이다. 맡은 임무가 막중한 만큼 완성도도 높다. 가장 큰 매력은 달라진 성격. SLR 멕라렌, SLS AMG 등과는 달리 매일 편하게 탈 수 있는 친절한 스포츠카로 거듭났다. 게다가 이전보다 문턱도 낮췄다. 이제는 동급 어떤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좋을 만큼 합리적인 가격표를 달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높게 사는 부분이 따로 있다. 벤츠, 그리고 AMG가 정공법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다소 느슨한 섀시와 사륜구동의 조합이라는 유혹을 외면하고 다시 한번 탄탄한 섀시와 후륜구동 방식을 선택했다. GT가 속한 시장에선 실력을 증명하는 게 우선이다. 부자들의 취향에 맞춘 가지치기 모델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선택은 옳았고 결과물은 훌륭하다. 곧 사륜구동 GT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MERCEDES-AMG GT S EDITION 1보디형식, 승차정원 2도어 쿠페, 2명길이×너비×높이 4560×1940×1300mm휠베이스 2630mm트레드 앞/뒤 1680/1680mm무게 1665kg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카본 세라믹)타이어 앞 265/35 R19, 뒤 295/30 R20, 컨티넨탈 컨티스포트컨텍 5P엔진형식 V8 가솔린 직분사 트윈 터보 밸브구성 DOHC 32밸브배기량 3982cc최고출력 510마력/6250rpm최대토크 66.3kg•m/1750~475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뒷바퀴굴림변속기 형식 7단 자동(듀얼 클러치)0→시속 100km 가속 3.8초최고시속 310km연비 7.3km/L(도심 6.5, 고속 8.8) 에너지소비효율 5등급CO₂ 배출량 240g/km값 2억1,620만원글 류민 기자사진 민성필
HYUNDAI GRANDEUR vs CHEVROLET .. 2016-01-25
지난 가을, 한국GM이 쉐보레 임팔라를 투입했다. 한국 땅을 밟은 임팔라는 2013년 데뷔한 10세대. 한국GM이 ‘북미 시장 동급 베스트셀러’라고 자랑에 여념이 없는 모델이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미국에서의 실적이 있다. 임팔라는 2014년 14만280대가 팔려나가며 동급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국내 시장의 강자 현대 그랜저(수출명 아제라)는 같은 해 미국에서 7,232대 판매에 그쳤다. 2014년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2006년 9세대 이후 임팔라는 북미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누적 판매수가 동급 1위다. 한국GM은 이런 성적들을 내세우며 임팔라가 국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간 한국GM의 플래그십 모델이 연달아 실패했기 때문에 기대는 더욱 큰 상황. 게다가 임팔라는 쉐보레 브랜드로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준대형 세단이다.그런데 미국에서의 성공이 한국에서의 안착을 보장할까? 두 나라의 소비자는 분명 취향이 다를 텐데 말이다. 임팔라의 전임자라고 할 수 있는 알페온의 사례가 좋은 예다. 알페온(현지명 뷰익 라크로스) 역시 북미에서는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둔 모델이지만, 국내에서는 그랜저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GM은 당시에도 미국 이야기를 내세웠다. 그랜저 출시 때는 알페온 광고에 ‘그랜저의 다섯 번째 변신을 축하합니다. 북미 판매 1위 알페온으로부터’라는 자신만만한 카피까지 붙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국GM은 임팔라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국내 시장에 맞게 구성을 다듬고 가격도 공격적으로 책정했다. 임팔라의 값은 3,409만~4,191만원. 전량 미국에서 들여오는 사실상의 수입차이지만, 미국보다 한국 가격이 더 싸다는 게 한국GM의 설명이다. 파워트레인과 편의 및 안전장비 등을 따져보면 그랜저와도 큰 차이 없는 수준. 현재 임팔라의 초반 흥행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그랜저와 제대로 붙어볼 수 있는 판을 마련한 건 확실해 보인다. 섬세한 챔피언과 당당한 도전자 현행 임팔라와 그랜저는 각각 2013년과 2011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자동차 디자인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임팔라가 조금 유리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두 살 많은 그랜저가 더 젊다. 현행 그랜저는 현대차의 파격적인 디자인 시도가 한창일 때의 결과물. 또한 데뷔 이후 지속적으로 화장을 고쳐왔다. 특히 그랜저는 디테일이 뛰어나다. 차체 구석구석에 선을 긋고 면을 비틀어 긴장감을 강조했다. 현대차의 철판 가공 기술은 여느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해도 좋을 정도로 물이 오른 상태다. 세밀하게 다듬은 라디에이터 그릴, LED를 촘촘히 심은 안개등과 테일램프 등도 이런 멀끔한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그랜저는 이제 지겨울 정도로 흔하다. 반면 임팔라는 신선하다. 국내에서는 갓 데뷔한 신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과는 별개로, 임팔라는 그랜저에 비해 다소 보수적인 이미지다.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졌지만, 여전히 아기자기한 분위기보다는 당당한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납작한 헤드램프와 사각형을 그어넣은 보닛으로 카마로와 비슷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임팔라의 키워드는 남성미다. 특히 납작 누른 헤드램프, V자 라디에이터 그릴, 두 개의 사각형을 새겨 넣은 보닛 등으로 연출한 앞모습은 카마로가 떠오를 정도로 스포티하다. 차체 길이도 5,110mm로, 그랜저보다 무려 190mm나 길다. 하지만 휠베이스와 너비가 비슷한 까닭에 실내공간 크기는 큰 차이가 없다. 대신 임팔라는 골프백 네 개가 세로로 들어가는 광활한 트렁크를 갖췄다. 국내 준대형 세단 주 고객층의 성향을 생각해 보면 대단한 장점이다.랩어라운드 스타일의 대시보드, 노란색 스티치 장식, 두툼한 가죽 등으로 강렬한 느낌을 전하는 임팔라 외모의 차이는 실내로도 이어진다. 그랜저는 여성적이다. 또한 개성보단 균형을 택했다. 어디 하나 튀는 구석은 없지만, 허투루 만든 부분도 없다. 심지어 윈도 스위치도 정교하다. 도어트림 손잡이 안쪽에는 스펀지를 덧대는 세심함도 발휘했다. 가공과 조립 완성도도 눈부시다. 가죽, 우레탄, 플라스틱 등 각종 소재들을 곱게 다듬고 각 패널들을 빈틈없이 맞물렸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높은 완성도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 기능이나 그래픽이 화려하진 않지만, 편의성만큼은 따라올 경쟁자가 없다. 임팔라는 선이 굵다. 랩어라운드 스타일의 대시보드, 속도계와 회전계가 강조된 계기판, 구석구석을 장식한 노란색 스티치, 두툼한 가죽, 큼직한 로터리 스위치 등으로 강렬한 느낌을 냈다. 그러나 세밀한 마무리가 아쉽다. 특히 플라스틱과 우레탄 패널의 까끌까끌한 표면과 각 부품 간의 불규칙한 단차가 눈에 밟힌다.사륜구동 시스템까지 소화하는 플랫폼인 까닭에 바닥 중앙이 솟아 있지만, 머리 위 공간이 넉넉해 아주 쾌적하다 알페온과 달리 편의장비는 풍성하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한국형 내비게이션, 하이패스 룸미러, 리어 오디오 컨트롤 패널, 리어 시트 히터, 220V 다기능 콘센트 등의 장비를 트림에 따라 차등으로 갖췄다. 대부분 한국GM이 국내 실정을 고려해 추가한 국내 전용 장비로, 한국GM의 자세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참고로 10개의 에어백, 차선이탈경고, 전방추돌경고, 사각지대경고 등의 안전장비는 모든 트림이 기본으로 갖춘다. 공간 크기는 두 모델 모두 넉넉하다. 성인 4명이 앉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뒷좌석은 임팔라가 조금 더 편하다.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고려한 플랫폼인 까닭에 바닥 중간이 솟아 있고 헤드레스트도 두 개뿐이지만, 머리 위 공간이 조금 더 넓어 여유롭다. 앞좌석 역시 마찬가지. 시트 바닥이 그랜저보다 낮게 깔려 있어 운전자세를 한층 더 스포티하게 설정할 수 있다. 그랜저는 쏘나타(LF)와 달리 아직 구형 플랫폼이라 시트포지션이 높은 편이다.골프백 네 개를 세로로 집어넣을 수 있는 임팔라. 주 고객층을 생각해보면 굉장한 장점이다 판이하게 다른 주행 성격시승차는 그랜저 HG240(2.4L, 190마력, 24.6kg•m)와 임팔라 2.5 LT(2.5L, 199마력, 26.0kg•m)다. 모두 직렬 4기통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얹은 기본형으로, 각 모델의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 그랜저의 장점은 V6 못지않게 매끈한 회전감각. 힘은 딱 예상한 수준에 머물지만, 변속기의 반응이 빠릿빠릿해 가속 감각이 꽤 쾌적하다. 임팔라는 정반대다. 회전과 가속 감각 모두 묵직하다. 그랜저에 비해 차체가 무겁고 엔진도 더 고회전에서 힘을 내기 때문이다. 복합연비가 그랜저(11.3km/L)에 비해 0.8km/L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회전수를 올리면 굉장히 경쾌해진다. 특히 4,500rpm 이상에서는 출력에 대한 아쉬움이 사라진다. 하지만 패밀리 세단이라는 성격에 맞게 토크 밴드를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변속기의 반응 역시 비교적 더딘 편이다. 수동 모드에서는 연료가 끊기는 6,800rpm에서도 물고 늘어질 정도로 스포티해지지만, 변속레버 머리에 붙은 토글식 수동 변속 스위치가 굉장히 불편해 사용이 꺼려진다. 그랜저는 일정 속도를 넘기면 안정감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접지가 희미해지지는 않지만, 하체가 급격한 무게 이동을 감당하지 못한다. 굽이진 길에서도 마찬가지다. 앞머리는 자세회복이 더디고, 꽁무니는 어쩔 줄을 몰라 허둥댄다. 사실 이는 그랜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전 세대 현대 플랫폼의 공통점이다. 현재 아반떼, 쏘나타, 투싼, 제네시스 등 현대차 핵심 모델의 대부분은 개선을 거친 신형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정교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각종 램프들. 현대만큼 디 테일에 강한 브랜드도 드물다 반면 임팔라는 어느 상황에서도 든든하다. 점진적으로 무게가 늘어나는 스티어링과 단호하게 움직이는 서스펜션 덕분에 고속 안정성도 뛰어나다. 특히 댐퍼가 이완될 때의 반응이 세련됐다. 일정 수준 이상 수축되면 거칠게 튀어오르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매끈하게 움직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접지 한계가 지나치게 낮은 타이어 정도. 또한 그랜저에 비해 실내도 굉장히 정숙하다. 엔진이 조용하고 이중접합차음유리, 노이즈 캔슬러 등 소음에 대한 대비책들이 확실하기 때문이다.균형이 잘 잡힌 그랜저의 실내. 소재 가공 실력과 조립 완성도가 비교적 뛰어나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임팔라는 지난 9월 판매 시작 이후 3달간 4,000여 대가 팔려나갔다. 대기 수요자는 약 1만 명이다. 같은 기간 1만9,000여 대 판매된 그랜저에는 못 미치지만, 이 정도면 꽤 긍정적인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임팔라는 경쟁력이 있다. 현재로선 그랜저와는 다른 성격의 선택지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다. 값과 구성 모두 크게 흠 잡을 곳이 없다.무릎공간은 넉넉하나 머리 위 공간이 조금 빠듯한 그랜저의 뒷좌석 그러나 이제부터가 문제다. 신차 효과는 수명이 짧다. 따라서 한국GM은 임팔라의 가치를 알리는 방법에 대해 지금보다 한층 더 진지하고 입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랜저는 ‘북미 시장 판매 1위’라는 것만 내세워서 뛰어넘을 수 있는 벽이 아니다. 국내에서 지난 30년간 꾸준히 명성을 쌓아온 모델이다. 한때는 현대차 라인업의 꼭짓점, 즉 국산차의 꼭짓점에 올라 있던 모델이기도 하다. 공급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도 시급하다. 당장 기아 K7이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기 수요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 또한 현행 그랜저도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신형의 등장이 머지않았다. 임팔라 역시 개선을 거치겠지만, 시장에 우선 안착해야 다음도 있다. 따라서 데뷔 초기인 지금이 중요하다. 신차 효과 바람을 타고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져야 한다.데뷔 초기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던 뒤 펜더도 이젠 자연스러워 보인다 물론 현대차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예전처럼 ‘만들면 팔리겠거니’하는 자세는 곤란하다. 그랜저가 다음 세대에서도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적지 않은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기본기가 문제다. 점점 높아지는 수입차 점유율과 함께 국내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중시하는 운전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랜저’라는 이름만으로 호소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HYUNDAI GRANDEUR HG 240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길이×너비×높이 4920×1860×1470mm휠베이스 2845mm트레드 앞/뒤 1613/1614mm무게 1575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타이어 245/45 R18, 한국 벤투스 S1 노블2 엔진형식 직렬 4기통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2359cc최고출력 190마력/6000rpm최대토크 24.6kg•m/40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6단 자동연비(km/L) 11.3(도심 9.8, 고속 13.7)CO₂ 배출량(g/km) 156(4등급)기본/시승차 2,933만원/3,340만원 CHEVROLET IMPALA 2.5 LT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길이×너비×높이 5110×1855×1495mm휠베이스 2835mm트레드 앞/뒤 1583/1574mm무게 1675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타이어 235/50 R18, 파이어스톤 파이어호크 GT엔진형식 직렬 4기통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2457cc최고출력 199마력/6300rpm최대토크 26.0kg•m/44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6단 자동연비(km/L) 10.5(도심 9.3, 고속 12.5)CO₂ 배출량(g/km) 163(4등급)기본/시승차 3,363만원글 류민 기자사진 최진호
HONDA ACCORD, 세월과 대중이 인정한 패밀리 .. 2016-01-13
자동차산업에서 한 모델이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중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야만 다음 세대를 출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세상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를 맞이한 혼다 어코드는 그런 기회를 아홉 번이나 부여받아 벌써 9세대에 이른다. 40년간 화려하진 않지만 탄탄한 기본기로 묵묵히 세계의 가족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줬던 어코드가 2016년형으로 페이스리프트되었다. 낯선 얼굴, 익숙한 느낌11월 17일부터 3일간 양평에서 열린 기자 시승회에서 신형 어코드를 만났다. 행사장에 정렬되어 있던 어코드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풀 LED 라이트 시스템을 탑재한 헤드램프다. 스모키 화장을 한 이영애에 맞먹을 만큼의 파격적인 변신이지만 새로운 크롬 그릴과 잘 어우러지면서 세련된 얼굴을 완성했다. 뒷모습에서도 LED 리어램프와 전작보다 많은 크롬 장식을 덧댔다.  보닛 안에는 이전과 같은 4기통 2.4L와 6기통 3.5L 엔진을 얹으며 각각 무단변속기(CVT)와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기자는 이 중 3.5L 모델을 시승했다. 터보를 달아 배기량을 줄이는 엔진 다운사이징과 미션 다단화 추세에 따르지 않은 전통적인 파워트레인이지만 배기량 대비 준수한 10.5km/L의 복합연비를 가졌다. 동시에 6기통 모델임에도 제3종 저공해 자동차 인증을 획득, 친환경적인 성능을 인정받아 통행료 및 주차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조용하며 부드러운 회전질감에서 완숙한 혼다 V6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최고출력 282마력, 최대토크 34.8kg•m의 적지 않은 출력을 6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부드럽게 도로에 전달한다. 얌전한 것 같지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시속 210km(제한)까지 주저함 없이 가뿐하게 도달한다. 서스펜션은 딱딱하지도 물렁하지도 않은 절충지점을 잘 조율한 느낌이다. 엄마가 타면 편하게, 아빠가 타면 스포티하게 느껴지는 세팅이다. 그 덕에 패밀리 세단임에도 꽤나 다이내믹한 코너링이 가능했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고속주행 안정감이다. 시승 코스에 포함된 고속도로에 올라섰을 때,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독일산 자동차 못지않았다.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면 화면에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레인 와치 시스템은 추월할 때 편리했다. 실내는 호화롭진 않지만 조립마감 완성도가 높다. 특히 한글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디스플레이 오디오와 애플 카플레이, 새로운 아틀란 3D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무선충전장치를 더해 편의성을 높였다. 캐디백이 4개 들어가는 트렁크는 주말 골퍼들이 반길 부분이다. 어코드는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가족들과 함께 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V6 모델은 때때로 경쾌하게 달리고 싶을 때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줄 것이다. 눈에 띄는 장점보다 눈에 띄는 단점이 없는 것, 이것이 바로 어코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 게다가 내구성과 안전성은 이미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검증받았다. 파격적인 변화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하며 달려온 40년 역사. 불혹의 나이를 맞이해 전례 없을 정도로 얼굴을 강하게 뜯어고친 혼다 어코드와의 멋진 만남이었다.HONDA ACCORD 3.5 V6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 길이×너비×높이 4890×1850×1465mm 휠베이스 2775mm 트레드 앞/뒤 1585/1595mm 무게 1625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파워)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235/45 R18엔진형식 V6 가솔린 밸브구성 SOHC 24밸브 배기량 3471cc 최고출력 282마력/6200rpm 최대토크 34.8kg•m/4900rpm 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 변속기 형식 6단 자동 0→시속 100km 가속 - 최고시속 210km(제한) 연비 10.5km/L(도심 8.8, 고속 13.8) 에너지소비효율 4등급 CO₂ 배출량 167g/km 값 4,190만원글 안진욱 기자사진 김종휘
PEUGEOT 508 1.6 BlueHDi, 유로6를 .. 2016-01-30
프렌치 프리미엄 세단. 푸조의 수입원 한불모터스는 508을 이렇게 부른다. 프랑스 차이니 프렌치는 그렇다고 해도, 프리미엄이라는 말은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 꽤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508을 경험해보면 그들의 주장을 조금은 납득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보던 북미형 세단들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기 때문. 일부 구성은 과연 프리미엄이라고 할 만하다.   국내에는 ‘준 프리미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럽 세단들이 거의 없기에, 이런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나마 현대차가 한때 고급 상품군(PYL, Premium Youth Lab)으로 구분했던 i40 세단이 508과 가장 비슷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프리미엄을 강조하던 PYL은 어느새 젊음(Youth)에 힘을 싣고 젊은 고객층을 공략하는 커뮤니케이션 툴로 전락했다.현대 쏘나타보다 25mm 짧고 35mm 좁지만, 휠베이스가 10mm 길다 한결 차분한 분위기외모는 데뷔 당시보다 한층 더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길이를 40mm 늘려 차체가 더 늘씬하게 보이게 했지만, 눈길이 가는 건 역시 새 얼굴이다. 보닛, 헤드램프, 범퍼, 라디에이터 그릴 등 눈에 띄는 대부분을 바꿔 이전보다 더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뾰족했던 헤드램프는 뭉툭하게 다듬은 뒤 안쪽에 LED를 촘촘히 심었다. 참고로 신형의 헤드램프는 모든 빛을 LED로 밝히는 ‘풀 LED 헤드램프’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기를 줄였다. 그릴을 키워 박력을 강조하는 게 최근 추세라 너무 얌전해진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보닛에 있던 엠블럼을 그릴 안쪽으로 옮기고 테두리를 두툼하게 처리해 존재감은 유지했다. 뒷모습 역시 이전보다 단순해진 분위기. 테일램프 안쪽을 면 발광 LED로 꾸미고 트렁크를 가로지르던 크롬 띠를 깔끔하게 떼어냈다. 참고로 이런 외모의 변화는 푸조•시트로엥 그룹(PSA)의 전략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최근 이들은 시트로엥을 저가 브랜드, 푸조를 중급 브랜드, DS를 고급 브랜드로 재편하고 있다. 따라서 푸조는 이전보다 한층 더 대중적인 색채를 띠게 될 예정이다. 한불모터스가 주장하는 프리미엄에 대한 근거는 실내에서 찾을 수 있다. 마감 소재, 각종 장비 등이 꽤 화려하다. 특히 아우디처럼 야들야들한 가죽을 씌운 스티어링 휠과 구석구석의 금속성 패널 등이 눈에 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좌석 독립 공조 장치 등 대중차 브랜드의 동급 모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장비들도 갖췄다.고급 소재와 다양한 편의장비가 돋보이는 실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제 신형을 단다. 내비게이션과 미디어 재생만 지원했던 이전과 달리 차에 관한 각종 설정이 가능한 제어 시스템이 포함된다. 이제 주행정보도 계기판이 아닌 7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띄운다.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스티어링 휠의 SRC 버튼을 꾹 누르면 작동된다.실내공간은 생각보다 넉넉하다. 한 브랜드를 대표하는 기함이라 하기에는 다소 아쉽지만, 중형 세단으로서는 부족함이 없다. 짐 공간도 545L로 넉넉한 편. 또한 개구부가 넓고 안쪽 공간이 널찍해 큰 물건을 비교적 쉽게 실을 수 있다. 아울러 바닥에는 신발과 잡다한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뒷좌석은 넉넉한 편.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전과는 꽤 다른 주행감각부분변경을 거치며 508 2.2 GT는 수입이 중단됐다. 45.9kg•m에 이르는 최대토크, 더블 위시본 구조의 프런트 서스펜션 등 탄탄한 주행 성능을 맛볼 수 있는 모델이었지만, 차급 대비 가격이 다소 높아 수요가 적었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에는 유로6를 만족하는 1.6 블루HDi와 2.0 블루HDi만 준비된다. 모델명에 블루(Blue)를 붙인 건 유로6 엔진이기 때문이다. 푸조의 블루HDi 엔진은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ystem, 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에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디젤 입자 필터)를 조합해 질소산화물(NOx) 배출은 90%까지 줄였고 미세 입자 제거율은 99.9%까지 높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블루HDi의 SCR 시스템은 조건을 따지지 않고 작동한다.1.6 블루HDi는 유로6 기준을 만족하면서 이전보다 더 높은 출력을 낸다 시승차는 1.6 블루HDi. 최고 120마력, 30.6kg•m의 힘을 내는 1.6L 디젤 엔진을 얹었다. 이전보다 최고출력은 8마력, 최대토크 3.1kg•m가 개선됐다. 하지만 508 1.6 블루HDi의 핵심은 엔진이 아닌 변속기라고 할 수 있다. 기존 1.6 e-HDi의 6단 MCP 대신 일반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한 것. 때문에 연비는 조금 줄었지만 가속 감각이 굉장히 매끈해졌다. 푸조 디젤 엔진의 정숙한 감각은 여전하다. 소음, 진동 뭐 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BMW, 벤츠 등 웬만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형 디젤 엔진보다도 부드럽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도 꽤 뛰어난 편. 가속 페달을 다독일 때는 물론, 짓밟아도 매끈한 가속을 이어간다. 물론 푸조의 최대 매력인 쫀득한 몸놀림도 그대로다. 고속에서는 한 급 위의 차를 타는 것처럼 든든하고 코너에서는 한 급 아래의 차처럼 날렵하게 움직인다.여유로운 트렁크. 넓은 개구부가 특징이다 508은 국내 시장에서 꽤 독특한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이 북미형 파사트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유럽 대중차 브랜드의 중형 세단으로는 거의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조금 애매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특별하다고도 할 수 있다. 부분변경과 파워트레인 교체. 이 두 변화가 508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이전과의 차이는 꽤 크다. 이전 508에 망설였던 사람이라도 다시 한번 눈길을 줄 만하다. PEUGEOT 508 1.6 BlueHDi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길이×너비×높이 4830×1830×1455mm휠베이스 2815mm트레드 앞/뒤 1575mm/1545mm무게 1610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타이어 215/55 R17, 미쉐린 프라이머시 HP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터보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1560cc최고출력 120마력/3500rpm최대토크 30.6kg•m/175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6단 자동연비 14.2km/L(도심 13.3, 고속 15.5)에너지소비효율 2등급CO₂ 배출량 138g/km기본/시승차 3,960만원/4,290만원글 류민 기자사진 최진호
NISSAN 370Z - Z 전환기의 끝에서… 2016-01-17
2009년은 370Z가 데뷔한 해다. 데뷔 후 만 6년이 지난 셈이지만 여전히 강렬한 스타일링 덕분에 그닥 나이들어 보이는 차는 아니다. 하지만 구석구석 차를 훑어보면 묘하게 나이 들어 보이는 부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계기판의 디지털 정보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같은 것들 말이다. 단색 매트릭스 LCD는 2000년대 초반의 차에서 주로 보이던 것들이다. 근원을 따지자면 이 차의 실제 데뷔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빛나는 스포츠카로 채운 회사가 닛산이지만 알고 보면 상당수가 사골국 같은 존재인 경우가 좀 있다. 아직도 각종 드리프트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실비아는 3세대가 같은 차대와 엔진을 공유해서 만들어진 모델이고, 6세대에 이른 페어레이디 Z도 2세대와 3세대를 거치는 11년을 겉모습만 손보면서 버텼다. 만약 1세대가 당시 강화된 충돌규정을 통과했다면, 그리고 4세대가 버블경기를 타지 않았다면 Z의 생명연장 프로젝트는 더 늘어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스포츠카를 바라보는 상황이 훨씬 팍팍해진 2000년대에 와서도 이런 상황은 계속된다. 현재의 6세대 Z, 코드명 Z34가 과거 5세대 Z33을 다듬은 사실상의 빅 마이너 체인지판인 것은 공공연한 비밀 아니던가.처음엔 과하다 싶던 쐐기형 라이트는 이제 꽤 눈에 익었다 하지만 변명해주고 싶은 차그렇다고 이 차를 껍데기만 바꾼 구닥다리로 단정지으면 곤란하다. 실비아도 Z도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당연히 그 시대의 경쟁자 중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며 Z33의 것을 많이 가져왔지만 그만큼 많은 부분을 바꾸었다. 시간의 격차를 메울 정도의 업데이트는 이루어졌다는 말. 간만에 다시 타본 370Z의 성향은 생각 이상으로 편안하다. 외모에서 느껴지는 단단함만큼이나 돌덩어리 같은 서스펜션을 넣은 차는 아니면서도 입력한 만큼 정확하게 반응하는 날선 핸들링이 그대로 살아 있다. 스티어링 휠을 통해 풍성하게 전해지는 노면정보도 머릿속에서 기억하는 Z와 전혀 다를 바 없다.최신 스포츠카에서 기대할 만한 특별한 가젯은 없지만, 기본은 충실하다 다만 최신 스포츠 모델의 기준에서 보면 하체의 무거움도 느껴진다. 두터운 타이어의 관성 모멘트에 댐퍼가 완벽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특히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는 댐퍼의 진동이 차체의 움직임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유럽의 고성능 모델처럼 댐퍼를 단단하게 만들어버렸으면 될 일이지만, 그러면 승차감이 망가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토요타 86은 말끔하게 댐퍼의 움직임만으로 처리하고 있다. 370Z라면 좀 더 단단한 댐퍼를 써도 될 것이다. 나이가 들며 좀처럼 차에 손을 대지 않는 쪽으로 성향이 바뀌었지만 기자가 오너라면 코일오버 서스펜션을 바꾸어 달 것 같다. 순정으로 장착된 요코하마 어드반 스포츠 타이어는 그립만 놓고 보면 보다 윗급인 네오바보다 낮지만 절대 성능은 대단히 높은 타이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낮은 온도에서의 반응으로 영하의 와인딩에서도 시종일관 좋은 그립을 보여줬다.그다지 스포티해보이지 않지만 시트의 홀드감은 스포츠카의 그것이다 다운사이징과 터보가 없으면 말도 못 꺼내는 시대에 7,500rpm까지 돌려야 최고출력이 나오는 자연흡기 V6 3.7L는 앞으로는 거의 만날 기회가 없는 근사한 엔진이다. 333마력이라는 출력은 요즘 같은 출력 인플레이션이 심한 세상에서 그리 특출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반도로에서 이렇게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무심코 달리다 계기판의 속도계를 보고 체감속도와 한참 다른 숫자에 깜짝 놀라게 될 정도다. 가속을 할 때마다 VQ같지 않은 엔진 사운드는 역시 스피커를 통해 만들어내는 사운드 제네레이터 키트로 2016년형부터 새로 투입된 장비다. 튜닝한 V6에서 날 법한 날이 선 고음은 꽤 그럴싸해서 운전의 흥을 상당히 돋우어주는 효과가 있다.18인치 휠은 색상이 블랙으로 바뀌었다. 앞 4포트, 뒤 2포트 캘리퍼가 보인다 이렇게 멋진 엔진과 섀시를 깎아 먹는 유일한 흠은 자동변속기. 토크컨버터 방식임을 의심하게 될 정도로 칼 같은 변속을 보여주는 최신 자동변속기의 틈바구니에서 370Z가 쓰는 자트코의 7단 토크컨버터 변속기는 차가 가진 잠재력과 갭이 크다. 회전수 매칭 기능을 갖춘 6단 수동변속기라면 지금보다 훨씬 즐겁게 달릴 수 있을 듯하다. 최신의 터보와 듀얼 클러치로 무장한 고성능 수퍼스포츠 모델이 판치는 세상에서 370Z가 고수하는 방법과 스타일이 조금 오래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숙성을 거듭한 끝에 정점에 다다른 차의 달리기에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토크 컨버터식 7단 자동변속기는 성능 업데이트가 절실하다 스포츠카조차 환경과 효율을 강요받는 세상이다. 넉넉한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으로 뒷바퀴를 굴리는 스포츠 쿠페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는 초고가의 수퍼스포츠 브랜드에서나 명맥을 이어갈 것이다. 이 와중에서도 예전의 좋았던 스포츠카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370Z는 진짜로 잘 달리는 스포츠카에 목마른 사람들에게는 보배 같은 존재다. 엔화의 하락에 힘입어 값도 큰 폭으로 낮아졌다. 정말로 달리지 않으면 이 차의 진면목이 보이지 않겠지만, 실제 타보면 당신의 진심에 호소하는 이 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는, 그 중에서 스포츠카는 달리기로 말하는 차가 아니던가.명기 V6 3.7L 엔진이 들어간 Z는 아마도 이 세대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370Z는 말한다. 나의 목소리를 들어보라고­…닛산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Z를 내던진 것이었다. 수년간 후계 모델조차 안 나왔던 적도 있었으니 지금처럼 명맥이라도 잇는 것이 어딘가 싶지만, Z34가 등장한 이후의 상황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매년 착실하게 업데이트를 거듭하는 GT-R 같은 존재를 생각하면 370Z는 거의 방치 상태나 다름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도 멀지 않은 장래에 Z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 한다. 가능하다면 현재의 패키징을 그대로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이런 스포츠카를 유지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닛산은 판매대수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이미지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NISSAN 370Z보디형식, 승차정원 2도어 쿠페, 2명길이×너비×높이 4250×1845×1315mm휠베이스 2550mm트레드 1550/1595mm무게 1545kg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앞 225/50 R18, 뒤 245/45 R18, 요코하마 어드반 스포츠 V-103F엔진형식 V6 가솔린밸브구성 DOHC 24밸브 배기량 3696cc최고출력 333마력/7000rpm최대토크 37kg•m/52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뒷바퀴굴림변속기 형식 7단 자동 최고시속 250km(제한)연비, 연료효율 9.0km/L(도심 7.7, 고속 11.1)180g/kmCO₂ 배출량 243g/km값 5,190만원글 변성용 객원기자사진 민성필
유학 제대로 다녀온 FORD KUGA DIESEL 2016-01-04
포드에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 풀사이즈 SUV 익스플로러. 그 동생 격인 이스케이프가 독일 유학을 마치고 쿠가로 돌아왔다. 이스케이프가 북미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라면 쿠가는 유럽 시장용이다. 뉘르부르크링에서 서스펜션을 세팅한 만큼 예전 미국차 특유의 물침대 같은 느낌 대신 탄탄한 운동성능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특히 국내에서 수입 콤팩트 SUV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쿠가의 실력이 궁금했다.  12월 8일 인천 영종도에 자리한 네스트 호텔에서 포드 쿠가 시승회가 열렸다. 외관상 이스케이프와 큰 차이점은 없다. 전형적인 미국형 SUV의 투박함 대신 유려하게 빠진 도심형 스타일로 완성했다. 차체는 동급 대비 조금 큰 편이다. 내부는 화려하진 않지만 센터페시아 구성이 잘 정돈되어 있어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스티어링 휠은 사이즈가 다소 큰 편이지만 부드러운 가죽에 적당한 쿠션감을 지녀 고급스러운 느낌을 손에 전달한다. 뒷좌석은 성인이 편하게 탈 만큼 공간적인 여유가 있고 앞좌석 등받이에 테이블을 마련해 편의성을 높였다. 뒷심 있는 성능과 반전의 서스펜션시승이 시작된다는 무전을 받고 시동을 켜자 디젤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제법 잘 걸러져 전달된다. 곧바로 가속 페달을 밟으니 경쾌하게 출발한다. 쿠가는 2.0L 듀라토크 TDCi 디젤 엔진과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매칭되어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낸다. 낮은 rpm에서부터 풍부한 토크가 나오는 만큼 시내주행에서는 모자람이 없다. 일반적으로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토크밴드가 초반에 몰려 있어 고속도로에서는 뒷심 부족에 시달릴 때가 많다. 하지만 쿠가는 달랐다.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빠른 변속과 후반 가속까지 책임지는 유연한 기어비로 인해 고속도로에서도 지치지 않는 주행능력을 보여줬다. 쿠가의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서스펜션이다.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세팅을 마친 이 서스펜션은 정말 물건이다. 요철은 물론 과속방지턱을 넘은 후 발생하는 충격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고속주행에서는 독일차 못지않은 안정감을 운전자에게 선사한다. 시트포지션이 높고 시야가 트여 있어 좌석에 앉았을 땐 불안할 것 같았지만 4륜구동 시스템과 잘 조율된 서스펜션 덕에 고속주행에서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이것은 기자가 꼽은 쿠가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편의장비도 알차게 구성했다. 소니 오디오 시스템은 묵직한 사운드가 돋보였고 차선이탈경고 기능과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 감지 센서 등은 안전하고 여유 있는 주행에 도움을 줬다. 센서가 도로를 미리 스캔해 저속주행 상황에서 충돌 위험을 감지하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을 경우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충돌을 피하거나 최소화시켜주는 액티브 시티 컨트롤까지 달렸다. 게다가 양손 가득 장을 본 후 발의 움직임만으로 트렁크를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까지……. 이러한 풍부한 편의장비들과 안정감 있는 고속주행, 그리고 효율 좋은 디젤 엔진(복합 연비 13.0km/L)과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차와는 거리가 멀었다. 쿠가는 편견을 깰 준비가 되어 있었다. 친구들과 놀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공부 열심히 하며 유학생활을 보낸 모양이다.   FORD KUGA DIESEL보디형식, 승차정원 5도어 SUV, 5명 길이×너비×높이 4525×1840×1690mm 휠베이스 2690mm 트레드 앞/뒤 1572/1565mm 무게 1860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235/50 R18 콘티넨탈 콘티스포트콘택트5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TDCi) 밸브구성 DOHC 16밸브 배기량 1997cc 최고출력 180마력/3500rpm 최대토크 40.8kg•m/2000rpm 구동계 배치 앞 엔진 네바퀴굴림 변속기 형식 6단 자동 연비 13.0km/L(도심 12.0, 고속 14.6) 에너지소비효율 3등급 CO₂ 배출량 146g/km 값 트렌드 3,940만원, 티타늄 4,410만원글 안진욱 기자사진 포드코리아
눈부신 진화, JAGUAR XF 2016-01-18
코스는 단순했다. 짧은 직선로와 코너 몇 개. 코스는 단순했다. 짧은 직선로와 코너 몇 개. 코스 아웃을 해도 잔디밭이었다. 그런데 촘촘하게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온통 물바다를 만들었다. ‘거 참 미끄럽겠네.’ 이런 생각을 떠올릴 무렵, 조수석의 인스트럭터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요컨대, 풀 스로틀과 풀 브레이킹을 한 후 코너를 있는 힘껏 찌르라는 이야기였다. ‘아니, 여보세요. 네바퀴굴림이긴 하지만, 이 차는 무려 380마력을 내는 재규어 XF S AWD라고요.’ 하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옆에 탄 이 양반을 믿는 수밖에.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예상대로 차는 거침없이 튀어나갔다. 계기판에서는 작은 불빛 하나가 쉴 새 없이 깜빡였다. 트랙션 컨트롤 경고등이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사륜구동이니까. 사실 별 흔들림도 없었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무책임하게 들이닥치고 있는 헤어핀을 어떻게 좀 해결해야 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브레이크 페달을 짓이기는 것 정도. 기자는 실행에 옮겼고, 역시 속도는 줄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잔디밭 ‘입성’은 시간 문제였다. 이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차와 씨름하고 있는 기자에게 인스트럭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풀 파워!” 그가 아까부터 재가속의 의미로 사용하던 바로 그 말이었다. 별안간 튀어나온 괴성에 깜짝 놀라 가속 페달을 팍 밟았다. 그러자 XF의 자세가 언더에서 오버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제야 기자는 재규어의 의도를 이해했다. 사륜구동 시스템의 구동력 배분과 토크 벡터링의 체험. 그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었다. 역시 스포츠성을 중시하는 재규어다웠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첫 경험만 어려웠고 그 다음은 즐거웠다. 이후 기자는 마치 약이라도 먹은 듯, 실실 웃으며 모든 코너에서 썰매를 탔다. 네 바퀴 모두를 미끄러뜨리며 들어가 뒷바퀴를 바깥쪽으로 밀어내며 빠져나왔다.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던 어느 날, 기자는 스페인 나바라 서킷 한구석에서 그렇게 XF의 스티어링 휠을 미친 듯이 돌리고 있었다. 열정적인 스페인과 재규어의 만남지난 2015년 어느 날, 재규어에서 초청장이 날아왔다. 내용은 신형 XF의 글로벌 시승회였다. 그런데 출발일이 하필 마감일. 며칠간의 고된 작업을 마치자마자 떠나야 하는 피곤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신형 재규어를 한발 앞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수는 없지. 게다가 XF는 재규어의 핵심 모델이 아닌가? F-타입과 XE를 통해 보여준 재규어의 최근 변화가 꽤 흥미로웠기에 기대가 적지 않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XF는 재규어에게 특별하다. 2007년 타타 시대의 시작을 알린 주인공이었다. 당시 XF의 어깨는 무거웠다. 자동차 업계의 초짜인 타타가 재규어를 인수한 직후였던 까닭에 우려 섞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XF는 이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8년간 약 28만 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재규어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재규어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만 집착하던 포드 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타타는 지난 5년간 재규어와 랜드로버에 100억파운드(약 17조6,762억원)를 더 쏟아부었다. 그 투자의 결과물이 바로 F-타입과 XE, 그리고 신형 XF다. 얼마 전 공개된 재규어 최초의 SUV F-페이스도 여기에 해당된다. 출장 스케줄은 정말 살인적이었다. 3박 4일간 비행기를 무려 여섯 번이나 타야했다. 목적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틀, 팜플로나에서 하루를 묵는 일정이었다. 피레네 산맥 서쪽 팜플로나는 재규어의 단골 시승회장이다. 최근 주요 시승회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치렀다. 재규어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후와 지리적 조건 모두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건조한 공기와 청명한 하늘, 그리고 강렬한 햇살 등 시승회를 열기에 최적의 날씨인데다, 영국에서 배로 차를 보내기에도 편리한 위치다. 그런데 재규어가 이곳을 사랑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2010년에 문을 연 FIA T1 & 그레이드2 등급의 나바라 서킷이 있기 때문이다. 전체 길이 3.933km, 직선로 800m, 코너 15개의 구성으로 스포츠성을 강조하는 재규어가 성능을 뽐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인근에는 한적한 중고속 와인딩 로드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 바르셀로나에는 파리를 경유해 늦은 밤에 도착했다. 예술의 도시, 유명 관광 도시답게 이색적인 활기가 가득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친근하기도 했다. 특히 이곳에서 거대한 복도형 아파트를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가로수도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것이었다. 스페인이 피부 깊숙이 와 닿은 건 이튿날 공항 셔틀버스 안에서였다. 그 큰 버스로 서스펜션을 끝까지 눌러가며 활주로 언저리를 신나게 달리는 운전자를 보며, 아 이게 바로 스페인의 열정이구나 싶었다. 팜플로나까지는 재규어 시승회의 명물인 전세기를 타고 이동했다. 재규어는 종종 비행기 하나를 통째로 빌려 하늘 위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 아이패드를 개별 지급해 기자들이 첩보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도 들게 한다. 영국 회사 특유의 위트와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스케일을 강조하는 일종의 이벤트인 셈이다. 작고 한적한 팜플로나 공항은 재규어가 점령하고 있었다. 로비 한편에는 재규어 시승 라운지가, 출구 바로 앞에는 XF 수십 대가 늘어서 있었다. 시승에 앞선 교육은 별 내용이 없었다. 보다 재규어답게, 보다 XF답게 만들었으니 일단 타보라는 말이 전부였다. 드디어 신형 XF와 만날 시간. 기자는 줄지어 있는 XF를 향해 배정받은 차를 찾아 나섰다. 파격보단 높은 완성도에 집중한 디자인신형 XF의 첫인상은 ‘진화’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 이전 XF는 재규어로선 파격적인 모델이었다. 과거 디자인에 기댔던 기존 모델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하지만 이번 XF는 큰 변화 대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게슴츠레한 헤드램프, 반듯한 라디에이터 그릴, 싹둑 잘린 엉덩이 등 XF를 대표하던 디자인 요소들을 가져다가 한층 더 치밀하게 다듬었다. 물론 인상은 달라졌다. 이전보다 한결 과격해졌다. 신형 XF 앞에 서니 구형 XF의 생김새가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특히 앞모습이 그렇다. 재규어 최초의 풀 LED 헤드램프, 날을 바짝 세운 보닛, 정교한 허니컴 패턴의 그릴 등으로 오싹한 분위기를 냈다. 범퍼는 기본형(포트폴리오/프레스티지), R스포츠, S 등 트림에 따라 3종으로 나뉘는데, 하나같이 스포티한 모양새다. 신형 XF는 차세대 섀시를 사용한다. 때문에 S-타입의 섀시를 활용했던 구형 XF보다 디자인 완성도가 높고 비율이 우월하다. 특히 옆모습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씬하다. 길이(6mm)와 앞 오버행(66mm)을 줄이고 휠베이스(51mm)와 뒤 오버행(8mm)을 늘인 덕분이다. C필러에 붙인 쿼터 글라스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창문 라인이 뒤쪽까지 뻗어나간 까닭에 차체가 더욱 길어 보인다. 물론 무작정 창문만 덧붙인 건 아니다. 리어 도어 크기를 줄이고 시트를 뒤쪽으로 밀어넣어 뒷좌석의 분위기도 더 안락하게 만들었다. 뒷모습은 여전히 섹시한 패스트백 느낌이다. 이전처럼 완만하게 떨어뜨린 C필러와 모서리를 쫑긋 세운 트렁크 리드로 날렵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풀 LED 헤드램프는 하향 빔과 메인 빔으로 구성된다. 색 온도는 자연광과 비슷하게 맞췄다. 특징은 높은 효율. 기존 LED 헤드램프와는 달리, 냉각 팬이 필요 없는 설계다. 물론 하이빔 어시스트도 지원한다. 작동은 시속 40km 이상에서 시작하고, 시속 24km 이하에서 멈춘다. 주위 상황은 스테레오 카메라와 조도 센서를 통해 파악한다. 선행차와 대향차, 그리고 도로의 조명 상태 등에 따라 작동 여부와 조사 각도를 결정한다. 실내는 XF 고유 레이아웃에 재규어의 최근 스타일을 덧입혀 완성했다. 이전처럼 커다란 금속/플라스틱 패널을 붙인 대시보드에 XJ의 랩어라운드 스타일과 XE의 차세대 센터페시아를 조합했다. 품질은 최신 재규어답게 근사하다. 촉촉한 가죽과 알루미늄을 아낌없이 사용했고, 각 패널을 단단하게 맞물렸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센터페시아 중앙에 달았다. 디스플레이부와 컨트롤부를 애써 구분하지 않았을 뿐, 사양은 평균을 웃돈다. 가령 12.3인치 TFT 계기판과 10.2인치 인컨트롤 터치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그리고 풀컬러 레이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이 준비된다. 인컨트롤 터치 프로는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엔진 시동을 걸거나 실내온도 등을 설정할 수 있는 커넥티드 기능과 온라인 기반의 앱 서비스 등 대부분의 최신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공간은 넉넉하다. 시트가 낮게 깔려 머리 위 공간도 넓다. 앞좌석의 경우 헬멧을 써도 여유롭다. 뒷좌석 머리 위 공간은 이전보다 27mm, 무릎공간은 24mm가 늘었다. 트렁크 크기 역시 40L 커진 540L. 리어 시트 등받이는 40:20:40의 분할 폴딩을 지원한다.XF S는 가운데를 다이나미카 천으로 마감한 시트를 단다 우월한 스펙의 인제니움 디젤 XF시승은 세 번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공항 앞에 준비된 차는 화제의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얹은 XF 20d였다. 인제니움 디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딥 스커트 알루미늄 블록, 전자제어식 오일/워터펌프, 가변식 오일제트, 롤러 베어링 타입 밸런스 샤프트, 가변식 터보, 1,800바 커먼레일 시스템 등 우월한 스펙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제니움 디젤은 출력에 따라 163마력 버전과 180마력 버전으로 나뉜다. 저출력 버전에 6단 수동변속기를 물린 모델은 동급에서 가장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하이브리드 제외, 104g/km)을 뽐낸다. 국내에는 시장 실정에 맞게 고출력 버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모델이 수입될 예정이다.XF S의 V6 수퍼차저 엔진. 저출력 버전은 340마력을, 고출력 버전은 무려 380마력을 낸다 인제니움 디젤은 정숙성도 뛰어나다. 사운드가 부드럽고 진동이 적다. 공회전 방지장치가 시동을 다시 걸 때 미세한 진동 정도가 거슬릴 뿐이다. 회전질감도 매끄러운 편. 한때(라고 쓰고 디젤 게이트 발발 이전이라고 읽는다)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던 아우디의 동급 디젤 엔진과 비슷한 수준인데, 이보다 반응이 경쾌하다. 8단 자동변속기도 스포티하긴 마찬가지다. 자동 모드에서는 4,100~4,300rpm에서 기어를 갈아타지만 레이스/수동 변속 모드에서는 연료가 차단되는 4,900rpm에서도 변속을 미룬다. 가속 성능은 부족함이 없는 수준. 43.9kg•m의 높은 토크를 바탕으로 활기찬 가속을 이어간다. 참고로 XF 2.0 디젤의 0→시속 100km 가속은 8.1초다. 신형 XF는 구형과 달리 알루미늄 섀시를 밑바탕 삼는다. 나바라 서킷에 XF 플랫폼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절개 모델이 전시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참고로 이제 재규어의 모든 모델은 알루미늄 섀시로 구성된다. 재규어는 알루미늄 섀시 분야에서 15년 이상의 노하우를 가진 회사. 전 라인업의 알루미늄 섀시화를 위해 최근 영국 캐슬 브롬위치 공장에 400만파운드(약 7,078억원)를 투자했다.iQ 플랫폼과 알루미늄 섀시의 구조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던 절개 모델 사실 알루미늄은 아주 까다로운 소재다. 일단 성형이 어렵다. 따라서 압축, 압출, 주조 등 부위에 따라 다른 성형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접합도 까다롭다. 다른 소재와는 물론이고 알루미늄끼리도 용접(스폿)을 할 수 없다. 때문에 리베팅과 본딩 등 기존과는 다른 접합법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울러 값도 비싸다. 스틸보다 원가가 높고 가공에도 돈이 많이 든다. 재규어는 이런 문제를 규모의 경제로 해결하고 있다. 재규어의 신형 플랫폼인 iQ는 모듈형으로 설계됐다. 따라서 재규어와 랜드로버 모델에 두루 쓰이게 된다. 현재 XE가 이 플랫폼을 쓰고 있고, F-페이스도 이를 기반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XE의 서스펜션 구성이 호화로운 이유도 바로 이 모듈형 설계 덕분이다. 알루미늄 섀시의 혜택은 바로 수치로 확인된다. 신형 XF는 구형 XF에 비해 190kg 이상 가볍다. 경쟁 모델들의 최신 버전보다도 평균 80kg 적은 수준이다. 섀시만의 무게는 282kg. 각 필러에서 뒤 펜더로 이어지는 한 조각의 패널(알루미늄 모노사이드)은 6kg에 불과하다. 비틀림 강성은 28% 상승했고, 앞뒤 무게배분은 정확히 50:50이다. 각 필러에서 뒤 펜더로 이어지는 한 조각의 패널은 6kg에 불과하다 서스펜션 구성은 앞 더블 위시본, 뒤 인테그럴 멀티 링크다. 앞은 F-타입과, 뒤는 XE와 같은 설계다. 컨트롤 암과 허브 사이에 수직 플렉서블 링크를 더한 인테그럴 멀티 링크는 수직과 수평에서 오는 모든 충격을 유연하게 분산한다. 그깟 구조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겠지만, 막상 타보면 차이가 적지 않다. 움직임과 승차감이 확실히 고급스럽다. 댐퍼는 두 종류로 나뉜다. 저속주행 승차감을 개선한 주파수 감응형 패시브 댐퍼가 기본, 상황에 따라 압력을 끊임없이 바꾸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댐퍼는 고급 사양이다. XE를 통해 소개된 ASPC도 달린다. 빗길이나 눈길에서 부드러운 출발을 돕는 일종의 트랙션 컨트롤로, 시속 3.6~30km 사이에서 작동한다. 또한 재출발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유지 기능이 포함된 차선이탈경고, 비상시 스스로 제동해 사고를 막거나 피해를 줄이는 자율제동 시스템 등 최신 프리미엄 중형 세단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안전 장비가 담겨있다. 화끈한 XF S AWD와 매끈한 XF 30d나바라 서킷에서는 XF S AWD가 나섰다. V6 3.0L 수퍼차저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네바퀴를 모두 굴려 0→시속 100km 가속을 5.3초 만에 끝내는 모델이다. 참고로 F-타입에서 가져온 이 엔진은 가변식 밸브 타이밍, 가변 흡기 매니폴드, 단조 커넥팅로드 등으로 무장하고 최고 380마력, 45.9kg•m의 힘을 낸다. 서킷 시승은 트랙 주행과 웨트 슬라럼으로 구성됐다. 트랙 주행은 웜업과 쿨다운을 포함한 4랩이 전부였지만 XF S AWD의 성능을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활기찬 가속 성능, 탄탄한 거동 등을 마음껏 즐겼다. 특히 더블 위시본과 인테그럴 멀티 링크가 만드는 세련된 몸놀림이 인상적이었다. 연석을 깊게 타도 자세가 무너지는 법이 없었고, 고속에서도 안정적이었다. 심지어 시속 200km 이상에서 적당한 무게 이동과 함께 들어가야 하는 고속 코너에서도 우직하게 버텼다. 물론 루츠 타입 수퍼차저 엔진의 빠른 반응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었다. 물바다나 다름없던 웨트 슬라럼에서는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넘나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앞뒤 구동력을 상황에 따라 쥐락펴락 하는 사륜구동 시스템과 안쪽 바퀴의 움직임을 때려잡아 궤적을 수정하는 토크 벡터링 덕분에 신나게 놀았다.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인해 스티어링이 엉기는 현상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 시승은 이튿날 오전 XF 30d와 함께였다. 우리는 피레네 산맥 끝자락의 끝도 없이 이어진 굽잇길을 쉴 새 없이 달렸다. XF 30d를 지치지 않고 밀어 내던 엔진은 신형 XF와 함께 데뷔한 차세대 V6 3.0L 디젤 트윈 터보.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71.4kg•m로 이전 3.0D 고출력 버전(AJ-V6D GEN )에 비해 약 25마력, 10.2kg•m의 힘을 더 내며 효율은 약 9% 개선됐다. 인제니움은 XE와, 3.0L 수퍼차저는 F-타입과 공유하지만 이 V6 디젤은 아직 신형 XF에만 얹힌다.엔진을 차체 안쪽으로 최대한 밀어 넣은 XF 30d. 덕분에 앞머리가 가볍게 회전한다 XF 30d의 가장 큰 특징은 예상을 웃도는 가속 감각이었다. 반응이 빠른 세라믹 볼 베어링 터빈이 먼저 돌고, 이후에 다른 터빈이 합류하는 병렬 순차식 터보(Parallel Sequential Turbo) 구조이기에 터보랙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경험상 제원표의 최대토크 발생 시점(2,000rpm)은 무시해도 좋다. 회전감각도 아주 매끄럽고 8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뛰어나다. 가속 성능도 준수한 편.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6.2초다. 거동 역시 빠릿빠릿하다. 특히 차체 앞쪽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엔진임에도 오르막은 물론 내리막에서도 무게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었다. 시종일관 앞머리는 가볍게 돌았고, 꽁무니는 이를 빠르게 따라붙었다. F-타입부터 도입된 전자식 스티어링(EPAS)도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며칠간 이어진 마감, 그것도 마지막 밤샘 작업을 마치고 바로 날아온 스페인이었다. 게다가 일정마저 숨 쉴 틈 없이 빡빡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역시 XF는 기자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서킷을 누빌 때는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갔고, 피레네 산맥의 아름다운 와인딩 로드를 헤집을 땐 정말이지 행복했다. 바로 XF와 함께였기 때문이다. XF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페인의 열정과 절경이 희미해질 정도로. JAGUAR XF 20d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길이×너비×높이(mm) 4954×1880×1457휠베이스(mm) 2960트레드 앞/뒤(mm) 1605/1594무게(kg) 1595서스펜션 앞 더블 위시본뒤 인테그럴 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터보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cc) 1999최고출력(마력/rpm) 180/4000최대토크(kg•rpm) 43.9/1750~2500구동계 배치 앞 엔진 뒷바퀴굴림변속기 형식 8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초) 8.1최고시속(km) 229연비(km/L) 23.3(유럽 복합)CO₂ 배출량(g/km) 114(유럽 복합)값 6,380만~7,180만원 JAGUAR XF 30d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길이×너비×높이(mm) 4954×1880×1457휠베이스(mm) 2960트레드 앞/뒤(mm) 1605/1594무게(kg) 1750서스펜션 앞 더블 위시본뒤 인테그럴 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엔진형식 V6 디젤 터보밸브구성 DOHC 24밸브배기량(cc) 2993최고출력(마력/rpm) 3000/4000최대토크(kg•rpm) 71.4/2000구동계 배치 앞 엔진 뒷바퀴굴림변속기 형식 8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초) 6.2최고시속(km) 250(제한)연비(km/L) 18.2(유럽 복합)CO₂ 배출량(g/km) 144(유럽 복합)값 8,870만원  JAGUAR XF S AWD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길이×너비×높이(mm) 4954×1880×1457휠베이스(mm) 2960트레드 앞/뒤(mm) 1605/1594무게(kg) 1760서스펜션 앞 더블 위시본뒤 인테그럴 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엔진형식 V6 가솔린 터보밸브구성 DOHC 24밸브배기량(cc) 2995최고출력(마력/rpm) 380/6500최대토크(kg•rpm) 45.9/4500구동계 배치 앞 엔진 네바퀴굴림변속기 형식 8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초) 5.3최고시속(km) 250(제한)연비(km/L) 11.6(유럽 복합)CO₂ 배출량(g/km) 204(유럽 복합)값 9,920만원글 류민 기자사진 재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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