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91년형 포드 토러스 SHO 남모르게 즐기는 나만의 스.. 1999-09-29
페라리는 천천히 달려도 경찰의 시선을 끈다. 화려한 모양새가 제한속도를 지키며 달릴 차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빨리 달려도 보이지 않는 차가 있다. 강력한 엔진을 얹은 평범한 4도어 세단이 그렇다. 이 차들은 겉으로는 얌전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바람이 났다. 이런 고성능차로 남모르게 즐기는 스피드는 색다른 매력이다. 이런 차를 `양의 탈을 쓴 늑대` 또는 속어로 `슬리퍼`(SLEEPER)라고 한다. V6 3.0ℓ DOHC 엔진 220마력 내 고급차 만들기 위해 애쓴 흔적 많아 포드 토러스는 미국에서 가장 평범한 차 중 하나다. 자가용은 물론 렌트카, 택시로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85년 데뷔 이래 현재까지 400만 대 이상이 팔렸고, 86년 `올해의 차`로 뽑혔으며, 92∼96년 승용차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켰다. SHO는 이런 평범한 보디 안에 강력한 엔진을 얹었다. 겉에서는 전혀 알아볼 수 없지만 내면에는 운전자만이 알 수 있는 고성능이 넘친다. 토러스 전체의 이미지를 높이고, 소수의 젊은 수요에 응하기 위해서 태어난 SHO가 처음 선보인 것은 88년 말이다. 일반 토러스가 140마력인데 SHO는 220마력 엔진을 얹어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시승차는 1세대의 마지막 해인 91년형이다. 공기저항계수 0.33의 충격적인 유선형 보디로 데뷔하자마자 인기를 끈 모델이다. 프론트 그릴을 포드 마크로 처리해 패밀리 세단으로는 대담한 모습을 보여주고, 사이드 스커트도 독특한 개성을 살려 멋지다. 2개의 머플러는 범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SHO가 일반 토러스와 구분되는 것은 뒷범퍼에 음각으로 새겨진 `SUPER HIGH OUTPUT`의 약자 SHO라는 글자뿐이다. SHO의 핵심은 V6 3.0ℓ 엔진에 있다. 모터사이클 메이커인 야마하(야마하는 MR2 같은 차의 엔진을 도요다에 제공해 왔다)가 F1 엔진을 기초로 디자인한 것으로 DOHC 4밸브로 이루어낸 220마력의 고출력이 앞바퀴를 굴린다. 이때만 해도 미국차에는 4밸브가 흔치 않았다. 원래 포드는 V6 벌칸 엔진의 4밸브 개발을 야마하에 의뢰했으나 이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야마하는 토러스 스페셜 모델을 위한 V6 3.0ℓ를 제안하게 된다. 터보도 아닌 차에 l당 73.3마력은 대단한 수치다. 실린더마다 2개의 인테이크로 공기를 공급하게 한 시스템으로, 저속을 위한 긴 것과 고속용의 짧은 것으로 구성된 인테이크 러너가 4천rpm 아래서는 긴 것만 열리고 고속에서는 2개 모두 열려 중저속에서 충분한 토크를 이루어낸다. 레드존이 7천300rpm에 이르는 엔진은 흔치 않다. 보네트를 열면 꿈틀거리는 가로배치 엔진의 위용이 볼 만하다. 포드가 설계하고 마쓰다에서 만든 수동 5단 트랜스미션 역시 미국 세단에서는 흔치 않은 것이다. 시승차의 실내는 넉넉하다. 대시보드는 부드럽고 안정된 모습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질감 좋은 검은색 플라스틱은 스포티하다. 운전석 에어백만 갖추었고, 자동 에어컨은 미국차답게 강력하다. 코인트레이와 컵홀더가 편리하고, 두 겹의 선바이저와 화장거울은 재치가 넘친다. 각종 스위치마다 이름이 새겨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사물함을 갖춘 센터콘솔은 쓸모가 크지만 미국차 특유의 엉성함도 느껴진다. 토러스는 평범한 차지만 SHO에는 많은 장비를 써서 고급차로 만들려고 애쓴 흔적이 많다. 시속 140마일까지 표시된 속도계, 8천rpm으로 표시된 타코미터가 일반 토러스와 다른 점이다. 레이스카 떠올리는 통쾌한 엔진음 시트가 스포티한 드라이빙 부추겨 220마력은 요즘 기준으로 대단한 수치는 아닐지 모르지만 수동기어와 함께 강력한 힘을 낸다. 0-시속 96km 가속이 6.6초, 당기는 기어마다 내뻗는 재미가 넘친다. 시프트 레버는 운동거리가 조금 길고 건들거리지만 미국차의 터프함으로 봐줄 만하다. 클러치 페달은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들지만 SHO는 손에 익을수록 속도를 더한다. 액셀 페달의 반응이 힘차고, 중저속에서의 토크가 만족할 만한 힘이다. 최고출력이 6천200rpm에 표시된 차를 즐기기 위해 고회전으로 달려보지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5천rpm을 넘는 순간 엔진음이 레이스카를 떠올리는 통쾌함으로 바뀌지만 너무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닐까 망설여진다. 필요할 때 큰 힘을 내는 차는 저속에서 여유가 있고 배기음은 평범하게 느껴진다. 연비는 140마력인 일반 토러스와 같다고 했다. 속도를 올려 보았다. 조금 덜렁이는 느낌이 과속을 자제하게 한다. 바람소리가 크고 꽉 짜인 맛이 덜하지만 대중차를 손본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값에 어울리는 성능은 된다. 만족스러운 핸들링은 운동성능이 좋아진 90년대의 미국차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SHO는 표준형 토러스의 서스펜션에서 부싱과 엔진 마운트를 바꾸고 스프링을 단단한 것으로 바꾸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스티어링 휠의 민감한 정도가 요즘 스포츠 세단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달리기에 쏠쏠한 재미를 준다. 선더버드 SC에서 가져온 운전석 시트는 미국차에 드문 인체공학형으로 편하다. 전동식으로 움직이는 럼버 서포트와 사이드 볼스터가 몸을 꼭 잡아준다.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부추기는 자세가 나만이 즐길 수 있는 SHO의 또다른 면이다. SHO는 많은 전문가의 극찬을 받았지만 판매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92년 말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이 추가되었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늘어나지 않았다. 카 매니어가 좋아하는 차와 많이 팔리는 차는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SHO는 3세대인 오늘에 이르러 엔진이 V8 3.4ℓ로 바뀌고(야마하 엔진이 아니다) 자동기어만 나오지만 판매량은 계속 적다. 최신형 SHO는 AT 때문인지 발진가속이 느리고 움직임이 둔해 진정한 SHO의 매력은 오히려 오늘 시승한 1세대 모델이 더 크다. 야마하 엔진의 덕이 컸던 것이다. SHO가 토러스 4세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소식이다. 토러스가 흔치 않은 서울 거리에서 SHO는 평범한 차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형제차인 세이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차가 이렇게 달릴 줄 생각도 못할 것이다. 일본 야마하 엔진으로 미국 머슬카를 즐기는 나만의 시간이 좋았다. 시승차 협조 : 안영순 ☎ 011-357-8121
88년형 포르쉐944 터보 창업자 일가의 숨결이 느껴지.. 1999-09-29
포르쉐사―정식이름은 명예박사 F. 포르쉐 주식회사(Dr. Ing.hc. F. Porsche AG)다―의 창설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교수는 1875년 9월 3일, 아연판을 가공하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 안톤 포르쉐의 셋째 아들로 체코의 알트 하르츠돌프에서 태어났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정식교육을 받지는 못했으나 어릴 때부터 전기기기에 관심이 많고 이것저것 만지는 것을 좋아해 야간기술학교에 다녔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로 가 베라 엑가재단의 실습생이 되었다. 이때 그의 나이 18세. 베라 엑가제단은 전기기구와 큰 규모의 전기기계를 만들고 있었는데 페르디난트는 이곳에서 6년간 철저하게 교육받았다. 25세 때, 그는 자신이 설계한 `로나 포르쉐`라는 이름의 전기자동차를 직접 몰고 속도기록에 도전했다. 이 차는 당시로는 혁신적인 전기자동차였고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도 출품되어 큰 관심을 끌었다. 또 1906년 31세 때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 메이커인 아우스트로 다임러사에 기술부장으로 초빙되었다. 여기서 1.1ℓ의 소형차 삿샤, 5.7ℓ급의 프린츠 하인리히 트라이알 등을 설계했고 이것들을 몰고 직접 자동차경주에 출전했다. 다임러사 등에서 차 설계하다 30년에 독립 히틀러 요청으로 국민차 만들어 감금되기도 그후 그는 독일로 가서 다임러사에 입사한다. 이 회사는 1926년 벤츠사와 합병해 다임러-벤츠사가 되었는데,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여기서도 여러 가지 작품을 남겼고 비엔나대학은 그의 공을 인정해 명예박사 학위를 주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한 페르디난트에게 이것은 일생동안 잊을 수 없는 큰 영예였다. 다시 슈타이아사로 이적한 그는 여기서 아주 색다른 구조의 차들을 설계하다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싶어 1930년 12월 1일 독립하기로 결심하고 슈투트가르트에 자신의 설계사무소를 연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포르쉐사의 전신으로 당시 직원 중에는 아우스트로 다임러사 때부터 같이 일했던 칼 라베, 차체 디자이너 엘빈 코멘더가 있었고, 젊어서부터 자동차 설계에 재능을 보였던 그의 21살짜리 아들 페르디난트 안톤 에른스트 포르쉐―애칭을 페리라고 불렀다―도 있었다. 이들은 2차대전 후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포르쉐의 원동력이 되었던 사람들이다. 1933년 1월, 나치 독일의 총통이란 권좌에 앉아 있던 아돌프 히틀러는 `1천 마르크 이하로 살 수 있는 국민차`를 개발해 달라고 포르쉐에 의뢰했다. 포르쉐는 기꺼이 이 요청에 응했고 이렇게 해서 개발된 차가 훗날 폴크스바겐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의 생산차다. 그러나 이것이 그에게는 화근이 되었다. 독일이 패하자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국민차 개발이란 명목으로 히틀러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전범으로 몰려 감금당했다. 그의 보석금을 마련하고자 아들인 페리가 이태리의 치시탈리아사를 위해 그랑프리 경주차를 설계해준 일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다. 수평대향 12기통 1.5ℓ 엔진을 얹은 이 머신은 치시탈리아의 재정난 때문에 성공은 하지 못했지만 혁신적인 설계의 그랑프리카로 잘 알려져 있다. 부친을 보석으로 빼낸 아들은 점차 아버지를 대신해 포르쉐사를 경영하게 된다. 아버지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은 페리는 1948년,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인 그뮌트에서 최초로 자신이 설계한 차 포르쉐356을 탄생시켰다. 이 차는 2차대전 때 썼던 군용 폴크스바겐의 부품으로 만든 프로토타입인데 엔진을 차체 중심에 달았다. 폴크스바겐과 계약을 맺은 페리는 차가 한 대 팔릴 때마다 특허값을 받는 대신 다른 회사를 위해 이같은 대중차의 설계를 일체 하지 않기로 약정했다. 페리는 이 차의 부품을 써서 스포츠카도 만들었다. 차체 뒤쪽에 엔진을 얹는 356 스포츠카는 1948년 겨울에 양산되었는데, 알루미늄 차체를 가진 50대가 만들어져 판매되자마자 엄청난 반응을 얻었다. 포르쉐는 1950년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로 공장을 옮겨 1952년 1월 30일 356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76세의 생애를 마감했다. 그가 죽기 직전에 포르쉐사는 356으로 처음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출전해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356의 외형은 오늘날까지 거의 40년간이나 이어지고 있다. 55년 10월 이후 대폭 개량되어 356A가 되었고 다시 59년부터 356B로 진화했다. 엔진은 배기량 1천600cc 한 가지에 최대출력 60, 75, 90마력이 나오는 세 종류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많은 레플리카가 만들어지고 있다. 포르쉐 집안의 전통과 사상 3대째 이어지고 911과 928, 944를 중심으로 라인업 갖춰 페리의 장남인 알렉산더―애칭은 부치―도 우수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가 되어 포르쉐904, 911, 914 등의 차체를 디자인했고 지금은 포르쉐 디자인사를 창설해 독립된 디자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창업자의 외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현재 폴크스바겐/아우디 그룹 회장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포르쉐 일가는 직접적인 경영에는 손을 떼고 이사회에만 이름을 남기고 있지만 3대에 이르는 집안의 전통과 사상은 충실하게 계승되어 왔다. 포르쉐의 라인업은 911계와 928 및 944의 흐름을 가진 세 기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기함인 911은 초기모델부터 최신형까지 외형은 물론 공냉식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뒤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을 악착같이 고수하고 있다. 실내도 앞 스크린의 각도와 크기, 대시보드의 조형, 각종 계기의 레이아웃에 이르기까지 911의 특징이 오늘날까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는 911을 10년 전에 타보고 지난해에도 탔는데 드라이빙 느낌, 특히 가속 때의 인상이 똑같았다. 가속판을 밟으면 `팍`하며 가속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야생동물이 다른 동물을 덮치는 순간처럼 축적했던 힘을 한꺼번에 해방시키는 기분으로 가속한다. 바로 이 점이 이 차의 매력이다. 엔진도 이른바 `포르쉐 사운드(노트)`라는 특유의 금속성 소리를 내는데, 포르쉐 매니아들은 그 소리에 영원히 사로잡히는 것 같다. 928은 911계의 후계차로서 77년에 등장한 새 세대 포르쉐다. 조정성, 안전성과 승차감의 세 요소를 철저히 조사해 만든 모델로 V형 수냉식 8기통 엔진을 앞에 놓고 뒷바퀴를 굴린다(FR). 결과적으로는 재규어 XJ-S, 애스턴마틴 V8, 벤츠 500SEC 등 라이벌과 엇비슷한 그랜드 투어링카 같이 되고 말아 포르쉐의 순수한 맛을 좋아하는 팬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연약해진 차라 해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생산을 마쳤다. 차체 모양도 `순종 포르쉐`답지 않은 것이 탈이었다. 1964년에 등장한 911과 그 발전형은 변함없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1억 원이 넘는 차라 보통사람들의 손은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이른바 `포르쉐 입문차`로 만들어진, 911의 절반도 안되는 값에 팔릴 모델이 등장했는데 바로 81년에 나온 944다. FR인 포르쉐944는 `반값의 순종 포르쉐`를 표방하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데뷔한 뒤 1992년 968이라는 후계모델이 나올 때까지 10년간 생산된 차다. 나는 포르쉐 모델 중 이 944만은 타보지 못했다. 독일 포르쉐연구소에 갔을 때나 국내에서나 최신모델만 타게 되니 81∼91년에 만들어진 944를 탈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동차생활사에서 전화가 왔다. 안양에 있는 한 중고차시장에 88년형 944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두 말 않고 안양으로 달려가 보기로 했다. 확실히 944는 그곳에 있었다. 겉모양은 거의 새차다. 미국서 페인트를 수입해 보디를 새로 칠했다고 하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크림슨 레이크(crimson lake) 색으로 칠한 944는 수냉식 직렬 4기통 OHC 엔진을 얹은 터보형 모델이었다. 2천479cc 배기량에 최고출력 220마력, 최대토크 33.6kg·m를 내고 새차인 경우 0→시속 100km 가속을 6.3초에 끝낸다고 한다. 무게가 1천350kg으로 이런 종류의 스포츠카로는 무거운 편에 속하지만 강력한 토크 덕분에 다른 차가 감히 못 쫓아오는 힘을 갖고 최고시속이 245km까지 나온다. 911에 비하면 상대가 안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스포츠카로서의 면모는 갖춘 셈이다. 더구나 이 차의 크기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총알같이 달리는 차임에 틀림없다. 여름 햇살을 맞은 944의 실내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내장이 모두 검은색이어서 분위기도 어두웠다. 그러나 944를 한국에서 보았다는 감격 때문에 나는 서슴치 않고 더운 실내로 들어가 앉았다. 스티어링 휠이 포르쉐의 독특한 모습 그대로이고 10년 이상 된 모델이지만 내부도 제법 깨끗했다. 나는 944를 안양에서 인천 쪽으로 끌고 갔다. 경인고속도로는 평일에도 제법 차가 많은 편이지만 기동성과 가속성능을 시험해 보기에는 알맞은 코스다. 운전석에 앉아 가속판을 밟아보니 역시 새차를 몰 때와는 기분이 다르다. 우선 rpm이 올라가는 데 따르는 가속감에서 힘부족이 느껴진다. 가속판을 밟은 뒤의 반응이 조금 더디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그래도 포르쉐인지라 시간차만 약간 길 뿐 출력은 `액면 그대로` 나왔다. 중고차라 가속감 더디지만 출력은 충분해 시속 120km에서 터보 터지며 빠르게 가속 이 944도 포르쉐 특유의 금속소리를 울린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앞차들을 이리저리 추월해 보았다. 추월할 때 가속판을 힘껏 밟은 발바닥에 느껴지는 반응과 손으로 전해지는 스티어링 휠 감각의 일치감은 역시 포르쉐다웠다. 타이어도 땅을 꽉 붙잡고 놓지 않는다. 직진성은 최고다. 터보 엔진을 단 시승차는 시속 120km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가속판을 깊게 밟으면 약간의 시차 끝에 `붕∼` 하니 터보가 터지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고는 시속 140, 160, 180km가 그야말로 직선적으로 가속된다. 바로 이 맛 때문에 포르쉐에 한 번 미치면 일생 동안 떠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회전기능은 아직도 새차 그대로다. 인천 송도 로터리에서 다른 차들을 제끼면서 여러 번 커브를 돌아 봤는데 서스펜션의 안정감은 새차와 다름이 없었고 운전자의 중심을 잘 유지시켜 주었다. 좌석도 여유 있고 편안하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냉방장치다. 냉방장치가 어떻게 세팅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속도가 늘어남에 따라 실내온도도 비례해서 높아진다. 시속 180km에 이르면 거의 냉방기능을 상실할 정도다. 하기야 고속으로 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장치일지 모른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브레이크다. 이 정도의 작은 차라면 브레이크를 밟는 데 많은 힘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터인데, 이 944는 한 번 멈추려면 발에 힘을 잔뜩 주어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가 마모된 것 같은 인상이다. 왜냐면 힘껏 밟아도 미끄러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여튼 나는 이렇게 10년 노장인 포르쉐944를 타보았다. 이 차는 약간 정비만 하면 한국의 유일한 944로 오랫동안 포르쉐의 진면목을 만끽시켜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시승차 협조:중앙자동차 ☎ 011-228-5295 *
세대 피아트 푼토 유럽시장 영구집권 노리는 100주년 .. 1999-09-29
지난날 이태리 왕국의 수도였던 토리노는 지난달 또 다른 왕국의 창립 100년 축제로 들떴다. 1861년 이태리 수도로서의 지위는 머지 않아 피렌체, 뒤이어 로마에 빼앗기고 말았다. 한편 1899년 7월 11일 조바니 아넬리를 비롯한 이 고장 명사들이 `파브리카 이타리아노 디 아우토모빌리 토리노`(Fabbrica Italiano di Automobili Torino), 줄여서 `피아트`(FIAT)를 세우기로 뜻을 모으고 서명했다. 그 뒤 토리노는 이태리, 나아가 유럽의 `자동차 도시`로 이름을 날렸다. 토리노의 20세기는 피아트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때문에 토리노 중심가에는 수많은 깃발이 나부꼈다. 주요한 광장에서는 갖가지 행사가 벌어졌고, 가게 진열장과 유리문에도 기념 포스터가 붙었다. 이 화려한 축제에 빛을 더한 것이 새로운 2세대 푼토였다. 낯익은 스타일이지만 80%가 새 부품 새 푼토, 표준 1.2ℓ엔진의 경쾌함 지금 피아트 그룹은 알파로메오, 란치아, 나아가 페라리, 마세라티까지 거느리고 있다. 한때 80%를 넘는 독과점 상태였지만 최근 다임러-크라이슬러 또는 포드와의 합병설이 나돌면서 위기감이 나타나고 있다. 피아트가 헛소문이라고 강력히 부인했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100주년 기념축전을 앞두고 피아트 경영진은 일본 미쓰비시 수뇌부와 토리노에서 만나 GDI 엔진 제공, SUV 공동개발을 논의했다.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라고 외치던 피아트 제국이 새로운 세기를 살아남기 위한 전략 짜기에 골몰하고 있는 중이다. 피아트 푼토는 93년 데뷔한 뒤 지금까지 6년간 판매량 300만 대를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에도 33만 대의 판매기록을 올린 히트작이다. 이 같은 푼토를 서둘러 모델 체인지한 것도 피아트의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의 명장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이끄는 이탈디자인의 작품인 초대 푼토는 아직도 매력을 잃지 않았다. 더구나 새차를 처음 보았을 때 구형과 큰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링고토의 본사 앞마당에 늘어선 2세대 푼토를 보는 순간 얼핏 마이너 체인지를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누오보 푼토는 완전히 새로운 차. 부품의 일부는 그대로 넘겨받아 쓰고 있지만, 전체의 80%는 새로운 부품이다. 닮아 보이는 것은 크기와 휠베이스의 기본 규격이 구형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신형의 길이x너비x높이는 3천800(5도어는 3천835)x1천660x1천480mm이고 휠베이스는 2천460mm이다. 구형은 3천770x1천625x1천450mm에 2천450mm로 별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하면 푼토의 디자인 특징인 옆으로 긴 헤드램프와 세로가 긴 뒤 컴비네이션 램프, 톨보이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형과의 차이가 드러난다. 1세대 푼토는 매끄러운 선을 이루는 해치백이라는 인상이 짙다. 하지만 신형 보디에는 곳곳에 에지가 들어간 선이 쓰이고 있다. 더구나 3도어와 5도어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스타일링을 맡은 피아트 첸트로 스틸레의 피터 파스펜더는 `3도어는 세로선을 강조해 역동적인 효과를 노렸다. 그와 달리 5도어는 수평적인 바탕에 안정감과 우아함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푼토는 유럽의 소형차시장에서 피아트를 대표한다. 라이벌은 푸조 206, 르노 클리오, 그리고 도요다 야리스. 시장의 왕좌를 노리는 만큼 구형보다 더 많은 버전을 마련했다. 보디는 3도어와 5도어 2가지. 엔진은 5종, 기어박스 4종, 거기에다 트림 레벨이 6개(기본/SX/ELX/HLX/스포팅/HGT)로 나누어진다. 통틀어 23개 버전이다. 엔진부터 설명하면 출력이 낮은 순으로 휘발유 1.2ℓ SOHC(60마력, 10.4kg·m), 1.2ℓ DOHC 16밸브(80마력, 11.6kg·m), 그리고 1.6ℓ DOHC 16밸브(130마력,16.7kg·m)의 3가지. 디젤 엔진은 1.9ℓ(60마력, 12.0kg·m )와 JTD라는 커먼레일형 1.9ℓ직분사 터보 디젤(80마력, 20.0kg· m) 2종이 있다. 어느 것이나 4기통이다. 지금까지 란치아 Y, 바르케타와 알파로메오 156에 얹혀 성능을 인정받은 제품을 더욱 향상시킨 것이다. 트랜스미션은 수동 5단과 6단(1.2ℓ 16밸브 스포팅에만 달렸다)에다 새로운 토크 컨버터가 달린 무단변속기(CVT)도 마련했다. `스피드기어(Speedgear)`라 불리는 CVT에는 앞뒤로 레버를 움직여 정해진 포지션을 고를 수 있는 게이트를 갖추고 있다. 스피드기어는 6단(1.2ℓ 16밸브 ELX용)과 7단(1.2ℓ 16밸브 스포팅용)의 2종이 있다. 1.2ℓ16밸브 엔진은 4종류의 변속기와 모두 짝을 짓는다는 뜻이다. 1.8ℓ를 얹는 HGT는 3도어뿐이다. 누오보의 정상, 소형의 럭셔리 HGT 7단 CVT를 쓰는 스포팅 스피드기어 지금 피아트 본부와 전시장으로 쓰이는 링고토는 1923년에 완성되었다. 옥상에 테스트 코스까지 만들어 놓은 가히 혁명적인 공장이었다. 100년 축전을 맞아 링고토 앞마당에는 온갖 색깔의 푼토가 줄지어 서 있었다. 앞서 말한 대로 23개에 이르는 버전을 하루에 시승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먼저 푼토의 평균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1.2ℓ 16밸브 80마력 엔진에 수동 5단 기어를 얹은 EXL을 몰고 교외로 달려나갔다. 이 엔진은 란치아 Y에 얹힌 것과 같다. 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민첩하고 발랄했다. 그러나 제대로 힘이 나는 것은 3천500rpm부터다. 조금 시끄럽지만 건강한 엔진음을 즐기는 사이에 한계영역인 7천rpm에 도달했다. 이태리 소형차다운 경쾌한 엔진이다. 그와 달리 7단 CVT를 쓰는 스포팅 스피드기어는 인상이 싹 달랐다. 같은 엔진을 얹었지 만 단단한 하체와 CVT 때문에 훨씬 듬직한 느낌을 주었다. CVT는 종전의 전자 클러치식보다 쓰기 쉬웠다. 토크 컨버터가 달려 있어 그립도 있고, 복잡한 거리에서 정지와 출발할 때도 매끈했다. D 레인지의 가속감도 그만하면 괜찮았다. 그러나 이 모델을 시가지에 알맞은 실용 AT라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최신형 CVT라고는 하지만 수동식에 비해 반응이 둔했다. 게다가 시퀀셜 모드에서 셀렉터의 조작이 무겁고 둔해 산뜻한 맛이 없다. ELX의 타이어가 165/70R 14인데 비해 185/60R 14로 광폭인 때문이기도 하다. 바르케타와 같이 1.8ℓ 엔진을 얹은 HGT는 한마디로 어른스러운 차다. 힘과 토크를 갖추고 있는 데다 무게도 1천40kg으로 1톤을 넘는다. 이 모델에만 트랙션 컨트롤이 달리고 장비도 풍부해 2세대 푼토의 럭셔리 버전인 셈이다. HGT는 하체가 스포팅보다 단단하고 타이어도 185/55R 15로 커진다. 코너링도 안정감이 높고 롤링이 적다. HGT와 스포팅은 인테리어도 약간 호사스럽다. 기어 레버와 핸들에 가죽을 감았고, 센터 콘솔에 알루미늄과 같은 광택처리를 해 하위 버전의 값싼 플라스틱 질감과는 차이가 있다. 격에 맞지 않게 멋을 부리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두 호화 버전을 고르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유럽시장에서 압도적인 다수는 1.2ℓ 표준형이거나 디젤 버전을 고른다. 실내는 구형과 마찬가지로 공간이 넓고 쓸모가 있었다. 알찬 앞자리 공간도 변함이 없고, 운전석 주위에는 작은 물건을 넣을 수납공간이 많다. 뒷좌석도 어른 2명이 타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꼿꼿이 앉게 되어 등받이가 높은 데도 머리공간이 별로 넉넉하지 않은 점은 불만이다. 특히 3도어는 기울기 때문에 뒷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다. 새 푼토는 9월부터 시판에 들어간다. 이태리에서 최고급 버전 1.8ℓ HGT가 2천500만 리라(약1천675만원), 1.2ℓ스포팅 스피드기어가 2천130만 리라(약1천427만원)로 값은 녹녹치 않다. 피아트의 대중적인 야심작 2세대 푼토가 어느 길을 달려갈 지 주목된다.
현대 에쿠스 JS300 대중화를 향한 고급차의 경쾌한 .. 1999-11-28
 현대 에쿠스 JS300 대중화를 향한 고급차의 경쾌한 달리기  ​ ​​에쿠스에 3.0 모델이 추가되었다. 고급형은 어느 정도 수요가 찼다는 뜻일까? 보급형이 마련된 것이다. 관심은 오로지 힘의 여유에 모아진다. 대형 보디를 이끌 3.0 엔진은 고급차로서 제 구실을 할 수 있을까? 과거의 예가 그랬듯 에쿠스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할 모델이기에 관심이 더욱 크다. ​액셀 페달을 처음 밟는 순간 긴장감이 흐른다. 제대로 된 차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행히 차는 미끄러지듯 흐른다. 생각보다 부드럽고 넉넉한 힘이다. 급가속에 차는 통쾌하게 내뻗는다. 매끄럽고 경쾌한 달리기에서 대형 고급차로 손색없는 힘을 보게 된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과거 아카디아에 대응하기 위한 차로 그랜저 3.5가 처음 나왔을 때 3.0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3.5라는 수치는 단순히 최고의 자리를 위한 배기량 늘리기로 생각되었다. 에쿠스 4.5와 3.5를 시승했을 때도 3.5의 성능에 만족할 수 있었다. 넘치는 힘은 아니지만 아쉬움도 없었다. 반면에 지난달 시승한 그랜저 XG 2.0은 힘부족이 아쉬웠다. 그런 만큼 에쿠스 3.0에 대한 호기심도 가득했다. 대형보디에 3.0이 충분할까? ​ 고급 대형차다운 승차감에 층실 시속 210km에서도 안정감 느껴져 에쿠스 3.0은 누구에게나 권할 만하다. 같은 시그마 엔진이지만 튜닝을 달리해 그랜저 XG 3.0의 최고출력 196마력/최대토크 27.2kg.m보다 조금 높은 203마력/27.6kg.m을 낸다. 부드럽고 조용한 엔진은 5단 H매틱 트랜스미션과 어울려 주행성능이 매끄럽다. 조용히 떠가듯 미끄러지는 승차감이 고급차 에쿠스에 기대되는 그대로다. 몇 달 전에 타본 에쿠스 3.5와 오늘 시승차를 비교하기는 힘들다. 기억이 헷갈린다. 그만큼 3.0에 만족한다는 뜻이다.​​​​​오늘따라 유난히 단단하게 느껴지는 차체가 인상적이다. 잔잔한 가운데 응어리진 차체가 좋은 핸들링을 약속하는 듯 싶다. 단단한 듯 부드러운 승차감은 노면의 사정을 알릴 뿐 피로를 모르게 한다. 소음이 억제된 가운데 빵빵한 시트의 쿠션조차 승차감을 돕는다. 스카이 훅(Sky Hook) 이론의 4.5는 하늘을 떠가는 듯 했지만 인위적인 감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히려 에쿠스 3.5의 자연스러운 감각이 좋았던 기억이다. 3.0은 모자람 없이 고급차다운 승차감에 충실하다. ​​​​최고속은 210km를 달렸다. 가속이 수월하고, 안정감 역시 뛰어나다. 더 큰 엔진을 견딜 수 있는 섀시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어느 순간에도 힘부족을 느낄 수 없는 에쿠스 3.0의 주행성능에 만족한다. 구불거리는 시골길을 내달렸다. 코너마다 이어지는 가속과 제동성능이 대형차에 대한 기대 이상이다. 나무랄 데 없는 핸들링은 큰 차가 작게 느껴지게 한다. 컴팩트하게 느껴지는 보디가 운전을 쉽게 만든다. 적절히 균형 잡힌 보디 롤링이 안정과 승차감을 함께 추구한다. H매틱 기어를 위아래로 까딱거리며 달리는 활기찬 주행이 스포츠카 못지 않다. 내게는 아직 전자제어 서스펜션 ECS의 스포츠 & 노멀 모드 구별이 힘들다. ​​​​ 대중화를 향한 또 하나의 고급세단 평범한 가운데 개성적인 보디라인 86년 그랜저가 처음 나왔을 때의 기억이다. 유행과 달리 각진 차체와 수직형 그릴, 거기에다 오페라 윈도까지 갖춘 차를 보는 순간 리무진 못지 않은 분위기에 주눅이 들었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차를 누가 탈까? 재벌총수와 장관이 아니면 탈 수 있을까? 위엄으로 가득한 차를 얼마나 팔 수 있을까? 걱정까지 했다. 그런 그랜저가 누구나 타는 차가 되었다. 최고급 세단의 대중화였다.  에쿠스를 보는 순간 또 한번 고급차의 대중화를 생각한다. 높은 벨트라인과 상대적으로 작은 옆창은 장갑차를 보는 듯 했다. 함부로 가까이 할 수 없는 위엄이 두려웠다. 도요다 크라운보다 덩치가 큰 차는 윗급인 렉서스 LS400에나 견줄 만하다. 외국에서는 흔한 클래스가 아니다. 그러나 3.0의 데뷔로 에쿠스의 대중화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에쿠스 디자인의 장점은 평범한 가운데 개성적인 것이다. 편하게 다가오는 인상이 오랜 친구 같다. 3.0의 할로겐 헤드램프는 윗급의 HID 램프와 구별이 안 된다. 3.0의 격자형 그릴도 개성을 달리할 뿐 윗급보다 가련한 모양이 아니다. 날갯짓하는 엠블럼이 오늘따라 멋지다. 3차원의 엠블럼은 에쿠스의 디자인 실력을 가늠하게 한다. ​​​ ​​​범퍼에 그어진 한 줄 크롬테는 옛날의 크롬 범퍼를 상징적으로 대신한다. 보네트부터 시작되어 벨트라인을 따라 달리고 다시 트렁크에서 두드러진 어깨선(숄더라인)은 에쿠스의 강한 개성으로 어느덧 현대자동차의 독특한 라인이 되었다. 3.5보다 한 사이즈 작아진 15인치 휠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자면 너무 보수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다. 미쓰비시 데보네어로 발표될 에쿠스의 모습에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미쓰비시의 요구도 적지 않게 반영되었을 테지만 최근 발표되는 도요다 크라운이나 닛산 세드릭은 좀더 자극적인 모양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모습이 고급차의 단점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위로한다. ​​ 필요한 것만 달아도 호화로운 실내 앞자리, 뒷자리 모두에 흡족할 차 또 한 가지 염려는 보디 옆면과 트렁크 리드에서 철판이 쿨렁이는 기분이다. 너무 넓은 면적 때문인지 팽팽한 감각이 부족하다. 3.0은 뒷자리 쿨박스가 없어진 덕분에 트렁크는 훨씬 넓어졌다. 쿨러가 중요할까 골프채 많이 싣는 것이 중요할까? ​​ ​​​실내로 들어선 순간 굽이치는 대시보드 윗면이 멋지다. 실내를 둘러친 우드 그레인에서 피아트 쿠페의 보디컬러 대시보드와 재규어 XJ6 분위기가 겹친다. 그 앞으로 우드 그레인 치장의 스티어링 휠이 잘 어울리고 있다. 플라스틱 재질이나 시트의 바느질 솜씨에서 요즘 현대가 주장하는 감성품질을 엿보게 된다. 에쿠스는 내후년 미국에도 수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정도라면 경쟁력을 기대할 만하다. ​​​​​4.5에 모니터가 있던 자리는 커다란 사발시계가 대신했다. 많은 네비게이션 버튼으로 어지럽던 그 아래 수평면에는 작은 사물함이 마련되었다. 심플한 처리가 마음에 든다. 무슨 버튼일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에쿠스 3.0의 심플한 장비가 몇 해 전의 그랜저를 떠올린다. 필요한 것만 갖춘, 눈에 익숙한 고급차다. AV시스템이나 내비게이션 같이 골치 아픈 장비는 필요없다. 나는 단순한 차에 끌린다. ​그래도 앞시트는 전동식 럼버 서포트(요추조절장치)에 2가지 자세를 메모리할 수 있고, 차가 서면 시트가 저절로 물러나는 이지 엑세스 기능까지 갖추었다. 좌우는 물론 뒷좌석까지 나누는 3분할식 온도조절장치에 천장에는 많은 램프가 휘황찬란하다. 덩치가 큰 차에 백워닝 시스템은 기본이다. 누가 이 차를 아랫급 모델이라 하겠는가. 4천만 원짜리 고급차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시승차 JS300은 GS300에 뒷자리 편의장비를 더한 모델이다. 옆창과 뒤창의 커튼, 전동식으로 조절되는 열선내장 시트, 화장거울, 뒷좌석 콘솔 리모컨 등 완벽한 장비는 뒷자리 중심차로 손색이 없다. 뒷자리는 유난히 높은 쿠션이 편한 자세를 만든다. 몇 달 전 시승한 벤츠 220S의 뒷시트가 이렇게 높아 좋았다. 조수석은 리렉스 시트로 발을 뻗을 수 있게 했다. 회장님의 시야를 돕기 위해 조수석 헤드레스트 역시 앞쪽으로 꺾인다.​​ ​​밤길을 달리는 에쿠스의 사발시계 조명이 은은하다. 조이지 않는 시트벨트가 마음에 들고 눈부심을 방지하는 ECM 룸미러가 유난히 깨끗하다. 사소하지만 고급차임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에쿠스 JS300은 앞자리, 뒷자리 모두에 흡족할 차로 보인다. 3.0ℓ의 파워에 만족하며 어차피 많이 팔릴 차에 대한 안도감이 생긴 시승이었다. JS300은 제값을 한다.    
그랜저 XG 2.0 화려하고 안전하면서 값도 싼 1999-10-25
한국에서 대형차의 대명사라면 누구나 현대 그랜저를 꼽을 것이다. 지난 1986년 데뷔한 이래로 꾸준히 그 모습과 출력을 개선, 향상시켜 오늘날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다. 그러고 보니 현대는 소형차에서 대형차에 이르기까지 가장 장수하고 있는 브랜드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만큼 현대는 이 차에 대해 애착심을 갖고 계속 개량해서 뉴 그랜저 시대를 거쳐 이제는 제3세대의 차인 그랜저 XG로까지 끌고 왔다. 87년, 1세대 그랜저 시승기로 현대와 마찰 150회 맞은 시승날 XG 타는 감회가 새로워 나의 시승기도 이번으로 150회가 된다. `150회`라면 이달까지 150개월에 걸쳐 150대의 차를 시승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나는 만 12년 6개월 동안 꼬박꼬박 여러 가지 차를 타봤는데, 그러는 동안 내 나름대로 차에 얽힌 추억도 많이 생겼다. 자동차생활사는 창간 2년 뒤부터 나에게 시승기를 써달라고 해 오늘날에 이르렀지만, 내가 어떻게 시승기 원고를 쓰건간에 일체 간섭하지 않고 그대로 실어주었다. 이 때문에 나의 시승기가 화근이 되어 그 차를 제공해준 회사가 에 실릴 광고를 취소한다든가, 잡지구매를 거절한다든가 하는 등, 그 당시로서는 잡지사 운영에 큰 재정적인 충격을 준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그래도 김사장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어려운 시절들을 이겨냈다. 이 내 시승기로 인해 첫 번째 봉변을 당한 것은 나의 두 번째 글인 현대 그랜저 시승기가 실렸을 때다. 때는 1987년 1월 10일. 나더러 현대가 만든 제1세대 그랜저를 마음껏 시승해 보라고 해서, 그것을 끌고 서울에서 공주로, 공주에서 다시 부여를 거쳐 호남과 경부고속도로를 마음껏 누벼보았다. 시승차는 흰색의 늘씬하고도 멋들어진 겉모양이며 실내 디자인이며, 모든 부분이 당시로서는 최고로 호화차였다. 엔진과 서스펜션, 브레이크도 당시 국산차로서는 최고의 수준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나는 이 차가 시속 157km에만 도달하면 차 전체가 마치 공중분해라도 될 것 같이 와들와들 떨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몇 번이고 속도를 낮추었다가 다시 시속 157km까지 끌어올려 보았지만 틀림없이 이 차는 진동했다. 나는 이 사실을 87년 2월호 시승기에 썼고, 그 내용을 그대로 실은 은 현대의 눈총을 받아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이 사실을 알린 덕분에 현대는 그 문제가 다른 그랜저들한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결함임을 알고 곧바로 시정했다는 얘기를 훗날 전해 들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현대는 에 감사해야 할 텐데, 바로 눈앞에 보이는 자동차의 판매실적에 영향을 받는다는 이유로 분풀이만 했던 것이다. 그 이후 오랫동안 나는 현대차를 시승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92년 9월 뉴 그랜저가 나왔다. 이른바 제2세대 그랜저다. 얼마쯤 시간이 지난 93년 봄, 현대는 나한테 다시 이 차를 시승할 기회를 주었다. 이번에는 별 문제 없이 시승기를 썼다(93년 3월호에 제71탄으로 실림). 그리고 이번의 150회 시승기에 제3세대 그랜저인 그랜저 XG 2.0에 관해 쓰게 된 것이다. 제2탄부터 시작해 꼭 149개월만의 일이다. 이렇게 그랜저는 나의 시승기 역사를 열었고 또한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다. 배기량 줄여 값 내렸지만 생김새는 그대로 뉴 그랜저 2천cc 모델보다 가볍고 힘 좋아 그랜저 XG라는 제3세대의 이 시리즈는 2천500cc 델타 엔진과 3천cc 시그마 엔진을 얹은 두 개의 잘 달리는 모델이 지난해 이미 시장에 등장해 대인기를 끌어왔다. 따라서 재빨리 이들의 시승기도 소개되었고 그 성능의 우수함과 디자인의 참신함도 거론했으며, XG란 이름은 엑스트라 글로리(Extra Glory), 즉 `최고의 영광`이란 뜻을 담고 있다는 것도 전해 들었다. 그런데 현대는 다시 이 그랜저 XG에다가 2천cc짜리 엔진을 얹어 값을 내림으로써(자동은 2천50만 원, 수동은 1천890만 원), 중형차 고객을 끌어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새로 나온 그랜저 XG 2.0은 2천500cc나 3천cc 엔진을 얹은 모델과 똑같은 외형과 내부를 지녔고 다만 힘이 약간 떨어질 뿐이다. 하기야 우리 나라의 도로사정을 감안할 때 어디서 시속 190∼200km로 달릴 수 있을 것인가.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를 추월할 필요가 있을 때도 시속 175km 정도면 족할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 볼 때, 그랜저 XG 2000는 최근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젊은 고소득 자영업자나 전문직을 가진 사람, 또는 유복한 가정집의 부인용 차로 아주 적합해 보인다. 내 눈앞에 나타난 그랜저 XG 2.0은 흰색 페인트를 칠한 멋들어진 모델이었다. 사실이지 나는 이렇게 외모가 균형잡힌 현대식 차는 다른 우리 국산차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본다. 특히 테일램프 디자인이 양쪽으로 툭 튀어나온 차들이 많은 가운데서, 이 차만은 아주 예쁘고 보기 좋게 만들어진 점을 나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새 그랜저는 미국 매스컴으로부터도 디자인과 성능에 대해 절찬을 받은 차다. 이전의 뉴 그랜저보다 길이를 11.5cm나 짧게 한 반면 폭은 오히려 2.5cm나 늘렸고 높이도 1.5cm 낮게 했다. 그 특징은 차 안에 들어가 앉아보면 실감난다. 특히 운전석에 앉아 옆을 살펴보면 그 널찍한 분위기에다 장미목으로 장식된 콘솔이며 창문 밑 도어트림의 고급감에 잠시 할 말을 잊게 된다. 모든 것이 확실하게 차세대의 차임을 인식시켜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스크린, 국내 최초로 이용된 이른바 H-매틱 4단 자동변속기의 촉감은 나로 하여금 `으와, 대단하군!` 하는 환호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뉴 그랜저에도 2천cc 모델이 있었다. 이 차는 무게가 1천577kg에다 최고출력 139마력을 냈는데, 무게에 비해 힘이 딸려 고속도로 1차로에서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 XG 2.0은 그보다 122kg 가볍고 출력도 9마력이나 늘어났다. 그래서 아마도 여유있는 운행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며 시동을 걸었다. 큰 차체에 V6 엔진 얹고도 11.3km/ℓ 자랑 가속력 부족하지만 고속에서는 안정되게 달려 시승코스는 역시 자동차생활사가 있는 여의도에서 88올림픽도로를 거쳐 자유로로 빠지는 길을 택했다. 그래야 기동성과 서스펜션, 최고속의 능력을 다양하게 시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승차는 미끈하게 달려나갔다. 핸들에서 느껴지는 접지감도 좋았다. 오랜만에 타보는 국산차지만 옛차에 비해 정말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국산차가 이렇게도 좋아졌나?` 하는 말이 무의식중에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이 차의 2천cc 엔진은 쏘나타에 얹었던 것을 개량한 델타 엔진으로 XG 2.5 델타 엔진의 보어×스트로크가 84.0×75.0mm인 것에 비해 75.2×75.0mm로 줄인 것이다. 그러나 V6 DOHC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엔진회전이 아주 매끄럽다. 그런데도 제원표에 따르면 연비가 ℓ당 11.3km나 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내가 타는 티코의 실제연비가 ℓ당 15km 정도밖에 안되는데, 대형차인데다 기통수도 두 배나 되는 V6 엔진으로 그러한 값이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 그랜저 XG의 죄석에는 니크롬선이 들어 있어 겨울에 스위치만 넣으면 따뜻하게 가열된다. 따라서 웬만한 날씨에는 히터를 돌리지 않아도 된다. 좌석의 조절장치가 전동식이 아니라 수동식인 것에도 호감이 갔다. 이러한 장치는 쓸데없이 비용을 들여 전동식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가속이 붙으니까 `찰칵`하고 자동식 도어록 장치가 작동된다. 나는 이것도 필요없는 장치라고 생각하는데, 하여튼 달려 있으니까 요긴하게 쓰일 때도 있으리라. 아직도 바깥날씨가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다. 반자동 푸시버튼 형식의 온도조절장치가 전자동식보다 마음에 든다. 이런 장비들이 바로 그랜저 XG 2.0의 가격인하에 도움을 주었을 텐데, 값도 값이지만 오히려 고장도 덜 나고 실용적이라고 생각된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역시 원하는 힘을 내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순발력이 아무래도 부족하다. 나같이 성미가 급하고, 유럽이나 미국 고급차와 스포츠카에 물들은 이들은 약간의 불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차의 엔진이 2천cc 임을 감안할 때 역시 가속능력보다는 순항능력을 따져야 하지 않을까. 직진성은 우수했다. 방음장치도 좋았다. 다만 가속할 때 힘껏 페달을 밟으면 반응이 약간 느린 데다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낸다. 그러나 시속 100∼140km로 올라간 다음에는 순항속도로 달리면 차에 진동이 없고, 더욱이 안정된 서스펜션이 그야말로 쾌적한 드라이브를 즐기게 해준다. 다시 말해 한 번 가속이 붙은 다음에는 모든 것이 이상적인 상태가 되어 편안한 드라이브를 맛볼 수 있다는 말이다. 현대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델타 엔진은 2천500cc를 얹은 2.5 모델의 경우 0→시속 100km 가속을 9.3초에 끝낸다고 하는데, 배기량 2천cc인 2.0은 약 12.0초가 걸리는 것으로 체감되었다. 이만하면 2천cc 중대형차로서는 평균수준이라 할 수 있다.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 링크 서스펜션 달아 충돌안전도 높이고 다양한 편의시설 준비해 이 차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서스펜션에 있다. 앞바퀴에는 고급 대형차에만 쓰이는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달아 조종안정성이 뛰어나고 아울러 기분좋은 승차감을 만들어 준다. 뒷바퀴는 여러 가지 운전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멀티 링크 서스펜션이 달려 있다. 게다가 앞바퀴가 지면으로부터 받은 충격을 흡수하는 스프링이 달려 있는 서스펜션 축의 캐스트각이 뒤로 3.15° 경사를 이루어 핸들의 복원력이 좋음은 물론 직진안정성도 높다. 이것은 직접 운전해 보면 다른 차와는 핸들의 감각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XG 2.0의 액티브 ECS(Electronic Control System)는 급한 커브길을 돌 때 차체의 기울기를 최소화시키고, 험한 길을 달릴 때 작고 연속적인 충격을 흡수해 주고, 급가속과 급제동 때 차가 앞뒤로 기우는 것을 최대한 막아준다. 이것은 내가 급커브를 몇 번이고 돌면서 직접 체험해 봤는데, 확실히 다른 차와는 다른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도로의 크고 작은 요철을 통과할 때도 다른 차와 달리 대범하게 넘어갔다. 브레이크 감각도 우수하다. 앞바퀴는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뒷바퀴는 디스크로 되어 있는데 제동을 걸기 위해 발바닥이 페달을 밟을 때의 기분이 지나치게 연하지도, 힘이 들어가지도 않고 적절한 수준이었다. 이 차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안전대책이다. 미국의 교통관리기관(NHTSA)이 정한 충돌안전도의 측정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최고점수인 별 5개(☆☆☆☆☆) 수준의 충돌안전도를 확보하고 있다. 고강성 차체와 충격흡수 차체구조, 완벽한 에어백 시스템에다가 사이드 에어백까지 있고, 시트벨트도 프리텐셔너를 채용하고, ABS 장치로 안전도를 높였다. 특히 전방위 안전구조는 정면과 측면 및 후면충돌로부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승객보호능력을 갖췄다. 앞쪽 운전석과 조수석의 에어백은 큼직하고 믿음직하게 생겼고 사이드 에어백도 다른 고급차에 비해 아주 큰 것이 특징이다. 자랑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이 차는 국내 최초로, 이른바 HID(High Intensity Discharge) 헤드램프를 썼다. 라이트를 켜지 않은 상태에서도 시원하고 강력해 보이는 이 램프는 조사거리와 폭이 다른 할로겐 램프(각각 80m, 12m)보다 긴 90m와 20m이며, 밝기도 두 배 이상이나 되어 밤길을 달릴 때 안심하고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이밖에 차 안 여기저기에 달려 있는 편의시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트렁크의 용량도 굉장히 크다. 모두가 훌륭했다. 단 한 가지 옥의 티 같이 보이는, 꼭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 앞 뒤 도어의 창문 위를 지나가는 고무 라이닝이 차체에 잘 밀착되어 있지 않고 넓게 벌어져 있어서 빗물이 안으로 스며든다는 것이다. 이를 그냥 놔두면 차체에 녹이 슬 것이고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으니 조속히 개량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이 차에 대한 나의 종합평가점수는 95점이라고 해둔다. *
2000년형 시보레 임팔라 루미나의 뒤를 이어 다시 부.. 1999-10-25
올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새 모습으로 등장한 시보레 임팔라(Impala)가 `2000년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드디어 미국시장에 나왔다. 중형세단 루미나를 대체하며 새롭게 부활한 임팔라는 일찍이 1958년에 데뷔해 40년간 1천300만 대가 팔린 장수모델이다. 58년에 나온 1세대 임팔라는 뒷모습이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듯 날렵하고 긴 풀사이즈 세단으로, 데뷔 첫 해에 8가지 모델을 40만7천200대나 생산했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이후 65년에 발표된 2세대 모델은 보디의 돌출부분을 없애 미끈하게 다듬은 모습으로 100만 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72년에 등장한 3세대 모델은 앞이 넓고 뒤가 좁은 형태의 직선 디자인으로 시리즈 판매량 1천만 대를 돌파하면서 포드의 갤럭시를 제압하는 `미국 최대판매 풀사이즈 세단`으로 명성을 더했다. 80년대 이후 임팔라는 몇 번의 디자인 변화를 더 거쳤지만 인기가 점점 시들해졌다. 94년에 유선형 모델이 나와 새롭게 부활하는 듯했지만 모델 수집가들이 관심을 갖는 외에는 별다른 판매실적 없이 96년에 슬그머니 단종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이번에 2000년형 모델로 다시 컴백한 것이다. 미드 사이즈로 분류되었던 루미나와 달리 풀 사이즈 세단인 신형 임팔라는 원형 테일램프와 그릴 중앙을 가르는 크롬바, 예리한 보디 라인 등이 65년형 모델의 디자인 특징을 이었다는 평을 받는다. 스포티함과 중후함을 겸비한 유선형 차체 넓은 6인승 실내에 칼럼식 자동기어 달아 새 임팔라는 97년 신형 코베트를 디자인했던 잔 카펠로의 작품이다. 스포츠카를 다듬었던 손길이 닿아서인지 2000년형 임팔라를 얼핏 보면 스포츠카의 박진감이 느껴진다. 앞 뒤 보디의 굴곡이 인상적이고, 특히 4개의 원형 램프를 박아넣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와 그 위에 긴 브레이크등을 달아 스포츠 세단 같은 느낌을 준다. 넓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 디자인은 60년대의 첨단차들이 즐겨 쓰면서 한때 유행했던 것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차가 양쪽 코너에 컴비네이션 램프를 분리해 달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임팔라의 대형 테일램프는 오히려 `역유행`을 이끌어내는 개성으로 보이기도 한다. 임팔라는 날렵하고 기민한 스포츠카의 이미지 외에 세단의 중후함과 어느 모델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개성 강한 유선형 보디를 지닌 것도 특징이다. 경쟁모델로는 포드 토러스와 다지 인트레피드, 도요다 캠리 XLE 등과 한 급 위의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 머큐리 마키스 등이 꼽힌다. 시승은 LA에 있는 대형 딜러 `버만트 시보레`의 김용승 부사장의 협조로 이루어졌다. 버만트 시보레는 현대자동차의 독점딜러인 `LA시티 현대`와 기아자동차 독점딜러인 `기아 하우스`를 산하에 거느리고 있을 정도로 미국의 한인 자동차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 곳이다. 시승차는 자주색 일반형으로, 고급형인 LS 모델도 있지만 은회색 보디라 사진이 잘 안 나올까봐 일반형을 택했다. 임팔라 일반형은 V6 3.4ℓ 180마력, LS는 V6 3.8ℓ 200마력 엔진을 얹어 동력성능이 다르고 외관상으로는 LS모델이 리어 스포일러 등으로 더 스포티하게 치장했다. 요즘 미국의 여러 주에서 경찰순찰차로 쓰는 2000년형 임팔라는 모두 3천800cc 엔진을 얹은 LS 모델로 0→시속 60마일(약 96km)을 8.5초에 끊고 최고시속 200km를 낸다. 운전석 도어를 열었다. 실내가 무척 넓고 시원스런 인상을 준다. 제원을 살펴보니 차체크기가 길이×너비×높이 5천80×1천854×1천461mm로 토러스, 인트레피드, 캠리 등의 경쟁차보다 크고 실내도 헤드룸과 레그룸, 숄더룸 등이 훨씬 여유있다. 트렁크도 동급차 가운데 가장 넓어 골프채 5세트를 넣고도 공간이 남아돌 정도다. 임팔라는 앞에 60:40 분리형의 3인승 벤치타입 시트를 얹은 6인승과 독립식 좌석을 단 5인승 모델 두 가지가 있는데, 시승모델은 6인승 시트를 얹은 것이었다. 6인승은 스티어링 휠에 칼럼식 시프트 레버를 달아 가운데 앉는 승객의 레그룸을 확보했고, FF방식의 구동계를 써 플로어 중앙 공간이 더욱 유용하다. 한편 앞좌석 중앙시트는 둘이 탈 경우 암레스트 겸 콘솔박스―컵홀더가 2개 달림―로 활용할 수 있다. 계기판은 중앙에 커다란 원형 속도계를 배치하고 그 아래 시프트 레버의 위치를 알려주는 디지털식 오도미터를 달았으며 왼쪽에 연료 게이지, 오른쪽에 엔진 온도계를 둔 모양새다. 계기를 모두 커다란 원형으로 만들어 운전할 때 눈에 잘 들어오고, 오른쪽 온도계 밑의 디지털 계기에서는 그때 그때 운전에 필요한 정보들이 뜬다. 편의장비로는 on/off가 간편해진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10만 마일 무보수 냉매를 넣은 에어컨, 실내 곳곳에서 전원을 유용하게 끌어 쓸 수 있는 파워 아울렛, 틸트 기능이 있는 스티어링 칼럼, 듀얼 에어백 등이 있다. 기본형인 V6 3.4ℓ 엔진으로 180마력 내 부드럽게 달리지만 거친 매력도 엿보여 시승코스는 딜러가 있는 버만트 애버뉴에서 동쪽의 윌셔 블러바드 방향으로 달려 다운타운 쪽에 있는 유서깊은 매카더 공원에서 촬영까지 마치는 것으로 잡았다. 한여름이 지나서인지 하늘 높이 솟아오르던 매카더 공원의 수중분수는 멈춰 있었지만, 백조들이 두둥실 노닐고 있는 호수 위로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사진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가까이 뻗어 있는 101번 프리웨이와 굴곡진 도로 등에서 다양한 주행 테스트를 한 번 더 해볼 수 있었다. V6 3.4ℓ 180마력 엔진을 얹은 시승차는 시동을 건 순간부터 무척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출발할 때의 느낌도 아주 부드럽고 시속 40마일(약 64km) 안팎으로 달리는 동안에는 엔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프리웨이에 올라타 급가속을 해보니, 처음에는 약간 거친 반응을 보이다가 시속 60마일(약 96km)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쾌적한 주행상태를 유지했다. 급가속할 때의 약간 터프한 맛이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는 젊은층한테는 오히려 매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네 바퀴 모두에 독립식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을 적용한 임팔라는 승차감이 매우 안락했다. 또한 앞 뒤 모두 디스크 타입으로 네 바퀴 ABS를 단 브레이크는 급제동 때 우수한 제동력을 보이지만 중속에서의 감속효과는 오히려 떨어지는 편이다. 고속도로에서 브레이크가 약간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 불안하기도 했다. 스티어링 휠은 저속에서 매우 부드럽게 움직이지만 순간 가감속을 할 때 갑자기 무뎌지는 반응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2000년형 임팔라의 특성을 요약하면 순한 양이나 사슴 같은 느낌보다는 역시 야성적인 매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충만해 있는 독특한 유선형의 차체도 그렇지만, 부드럽고 조용한 달리기 속에 순간순간 터프함을 내비치는 운동성능이 그런 느낌을 준다. 현재 GM에서는 시보레 임팔라의 주요 타깃을 연간 5만∼5만5천 달러를 버는 소득층으로 보고 판매전술을 세우고 있다. 한국에 수입될 경우에는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장년층에게 인기를 얻지 않을까 생각된다. *
90년형 다임러 4.0 너무나 사랑스럽고 우아한 영국차 1999-11-28
다임러는 롤즈로이스와 함께 영국 왕실의 차로 오래 쓰여졌다. 합병과 분리로 얼룩진 영국의 자동차 역사에서 다임러는 1960년 재규어의 식구가 된 이후 420G를 베이스로 한 자체 모델을 마지막으로 생산했다. 다임러라는 이름은 이제 재규어의 모델라인에서 고급형을 의미할 뿐이다. 모터사이클용 사이드카 제작으로 역사를 시작한 재규어는 30년대 비교적 싼값에 시속 160km를 낸 2인승 스포츠카 SS100을 내놓았고, 50년대에는 르망에서 얻은 4번의 우승으로 클래식한 보디에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다졌다. 윌리엄 라이온즈경의 손길로 다듬어진 XK120, 마크 II, XK-E 등 주옥같은 차들은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었다. 재규어 XJ6은 68년 선보인 이후 재규어의 주력 모델이었다. 우아한 4도어 세단은 영국차만의 전통적인 모습에 스포티한 매력을 더함으로써 벤츠와 BMW에 맞서는 영국의 자존심이 되었다. 영국신사는 양복에 넥타이를 즐겨 매지만 한편으로 럭비를 즐기는 등 스포츠에도 열심이다. 재규어는 이런 영국신사를 닮아 클래식한 보디에 터질 것 같은 타이어와 듀얼 머플러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재규어의 매력은 영국적인 멋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낮게 드리운 우아한 차체의 2세대 모델 효율적인 패키지보다 멋을 우선으로 해 XJ6은 시리즈 1, 2, 3로 이어지는 1세대가 86년까지 18년 동안 생산되었다. 시승차는 86년에 데뷔한 2세대(코드네임 XJ40)로 90년형이다. XJ6은 94년 다시 코드네임 X300의 신형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XJ40형 XJ6은 기본형 위로 소브린과 다임러의 고급형이 나왔다. 다임러는 XJ6의 최상급 모델로 윗면이 주름진 다임러 그릴과 리어 가니시를 달고, 뒷시트도 3인승이 아닌 2인승으로 최상의 품위를 내세운다. 롤즈로이스보다 컴팩트한 보디는 실용성이 강한 영국의 고급차로 자리매김되었다. 1세대 XJ6의 보디라인을 따르는 XJ40의 보디는 앞선 모델과 같이 납작하고 늘씬한 몸매가 기능보다는 멋을 내세운 기분이다. XJ6은 항상 고급차로서 실내가 비좁지만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몸매가 자랑이었다. 각형의 헤드램프, 1개뿐인 와이퍼, 트렁크 끝으로 살짝 치켜올린 립스포일러는 재규어의 새로운 흐름을 알렸고, 낮게 드리운 차체가 우아하다. 운전석에 올라타는 자세가 편한 것만은 아니다. 문턱이 높고 천장이 낮아 조심스럽다. 재규어만의 운전공간은 남과의 비교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다. 쿠션이 탄탄한 시트는 인체공학보다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정성이 자랑이다. 약간 비좁은 듯한 운전공간과 낮은 천장 그리고 천연가죽과 천연 나무장식으로 그윽한 실내분위기는 언제나 재규어의 상징이었다. 1세대 XJ6의 분위기를 잇는 XJ40의 실내는 거의 그대로 X300으로 이어진다. 커다란 스티어링 휠 지름 안으로 늘어선 계기가 클래식한 무드 속에 명쾌하다. 에어백이 없는 차에서 자동차 10년 세월을 느낄 만하다. 이때만 해도 전자장비가 요즘 차 같지 않았다. 트립 컴퓨터를 갖추고, ABS를 달았지만 TCS나 차체 안정화 장치는 아직 없었다. 크루즈 컨트롤을 달았지만 CD 플레이어는 없었다. J게이트라 불리는 기어레버는 XJ40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이제는 전 모델에 쓰이는 재규어만의 또 하나의 개성이다. AT를 수동으로 조작할 때 오동작을 막는 배려가 돋보인다. 모서리마다 바느질 자국이 멋진 가죽트림이 고급스럽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아늑한 공간이다. 스티어링 휠 가운데로 자리한 다임러 엠블럼 디자인은 고전적인 분위기가 넘실거린다. 요즘은 경차도 우드 그레인을 달게 되어 다임러는 억울하다. 다임러의 우드 그레인은 플라스틱이 아닌 진짜 나무다. 장인들이 정성들여 나무를 다듬는 모습이 상상되고, 영국차만의 향기는 짙어간다. 시트마다 공간을 키우기 위해 천장을 파고든 모양에서 지붕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보게 된다. 천장이 낮은 차에 선루프는 더욱 불리하지만 멋쟁이 차에 안 달 수 없었다. 다임러는 효율적인 패키지보다 멋을 우선으로 했다. 2명만 앉게 한 뒷자리는 영국차만이 내보일 수 있는 우아함을 갖추었다.(물론 급한 경우에는 3명도 앉을 수 있게 2단의 센터 암레스트를 접을 수 있다.) 앞시트 뒤로 달린 접이식 테이블은 롤즈로이스나 재규어가 아니면 안 될 모습이다. TV에서 볼 때 다이애너비나 대처수상이 앉았던 자리가 바로 여기다. 다임러라는 이름 앞에 숙연해지는 순간이다. 다임러 모델의 엔진은 당시 최고급형인 직렬 6기통 DOHC 4.0ℓ이다. 원래 3.6ℓ이던 엔진 배기량을 4.0ℓ로 늘리고 ABS를 단 것은 오늘 시승차인 90년형부터였다. 최고출력 223마력은 2톤이 넘는 차를 부드럽게 내몬다. 상당한 무게를 느끼는 부드러움에서 다임러의 고급스러움이 이해된다. 페달 끝에서 전해오는 감각이 넘치는 힘은 아니다. 그러나 고급차를 만들기에 충분한 부드러움과 4단 자동기어는 귀한 분을 모시기에 부족함을 모를 성능이다. 조금 튀는 듯한 서스펜션 안정감 있어 깔끔한 핸들링과 뛰어난 브레이크 성능 시동을 걸면 엉덩이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은 리어 서스펜션의 셀프 레벨링 시스템이 작동시작을 알리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소음이나 승차감 역시 고급차에 기대할 만큼이다. 바람소리도 잔잔하게 묵직한 감각이 좋다. 재규어만의 마무리가 10년이라는 나이를 잊게 한다. 재규어는 항상 클래식했다. 어느 정도 튀는 듯한 서스펜션은 미니의 원뿔 서스펜션 감각을 닮아 `이것이 영국적인 것인가` 생각하게 한다. 시트 포지션이 낮아서인지 가속감이 크다. 시속 120km에서 이미 시속 150km를 달리는 기분이다. 최고속은 시속 200km 가까이 달렸다. 안정감은 좋은 편이지만 요철에 심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굴곡진 도로에서 다임러의 핸들링은 깔끔했다. 어느 정도 몸이 무거운 차의 한계는 품위를 중요시하는 차의 특성으로 이해된다. 조금 묵직하게 느껴지는 핸들이 의외다. 항상 미국시장을 염두에 둔 재규어는 미국차를 닮아 가벼운 핸들감각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성능 또한 무거운 차를 멈추는 데 손색이 없다. 다임러는 그렇게 묵직한 주행감각이 고급차로 손색없는 프레스티지 세단이었다. XJ40은 구형보다 보디패널을 136개 줄이고(전체의 25%) 조립을 단순히 하는 공정으로 바꾸면서 그 동안 재규어의 고질병이던 불량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XJ40의 인기가 기대보다 덜했던 것은 디자인 때문이다. 시리즈 1, 2, 3의 구형 재규어 XJ6은 자동차 역사에 남을 명작이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우아한 차는 손대기가 힘든 걸작이었다. 자동차 디자인의 대가 쥬지아로가 좋아하는 차로 꼽았던 차였다. XJ40은 과거의 영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차가 되었다. 고객은 각진 헤드램프를 가진 차는 진정한 재규어가 아니라고 했다. 각진 테일램프도 어색하다고 했다. 전체적인 불량률도 나아지지 않았다. XJ40은 결국 8년만에 새차 X300으로 바뀐다. X300은 과거의 1세대 XJ6의 영광을 닮은 차로 만들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X300 역시 1세대 XJ6을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라는 생각이다. 마음을 흔드는 디자인은 과거의 차를 흉내내기보다 영감을 통해 재현되어야 한다.
매그너스, 개성과 가치를 말하다 2.0 DOHC 디럭스.. 1999-12-30
`A Calmly Gliding Eagle in a Crystalline Sky`. `수정 같은 하늘 위를 조용히 활강하는 독수리`란 뜻의 매그너스 개발 슬로건이다. 여기에 정숙성(Calmly), 승차감(Gliding), 스타일(Eagle), 환경(Crystalline), 세계지향(Sky)이라는 제품 컨셉트를 모두 담았다. 매그너스는 힘든 상황에 놓인 대우자동차의 살 길를 찾기 위해 태어났다. 새차가 나오자마자 다음해 연식이 되어버리는 불리한 상황인 연말에 내놓은 것은 그만큼 새로운 바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형차시장은 특히 수익성이 높은 분야여서 대우가 매그너스에 거는 기대는 크고 절박하다. 12월 2일 일반공개를 앞두고 부평공장에서 열린 보도발표회를 통해 대우의 야심작 매그너스를 만났다.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외모 개성적 형 최대의 실내는 고급감 넘쳐 매그너스는 애초 레간자 후속모델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아직 1.8 엔진이 없기 때문에 레간자는 1.8 모델만으로 계속 생산하고, 지금 르노와 개발중인 1.8, 엔진이 양산되면 매그너스에 얹을 계획이다. 그리고 대우가 독자개발중인 직렬 6기통 2.5 엔진(모델명 XS6)은 2001년부터 매그너스에 얹혀 북미시장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따라서 매그너스는 XS6가 나올 때까지 내수시장에 주력하며 레간자와 함께 중형차시장 점유율 55%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매그너스는 국내시장을 위해 차체 크기와 성능, 편의장비 등 모든 면에서 중형차급 최고로 개발했고, 해외시장을 고려해 도요다 캠리, 혼다 어코드,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을 벤치마킹했다. 한편 내년 하반기에는 EF 쏘나타 플랫폼을 쓴 크레도스 후속모델에 대비해 7월쯤 스포츠팩 모델을 추가한다는 전략이다. 매그너스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개발해 레간자와 뿌리가 다르다. 레간자가 중형이라면 매그너스는 준대형에 가깝다. 과거 준대형을 기치로 나왔던 마르샤가 실패했던 원인은 쏘나타를 베이스로 해 중형차와의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그너스는 결국 중형차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중형차급 차체가 다소 커지고 있어 흐름에 맞추는 한편 한 급 위의 품질력으로 고객층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커진 차체는 고장력 강판을 많이 썼으면서도 무게가 가볍다. 디자인은 쥬지아로 최초의 에지 디자인으로 보인다. 최근의 부가티까지 쥬지아로의 디자인은 둥글둥글했다. 대우의 트레이드 마크인 프론트 그릴은 비로소 완숙된 느낌이다. 독수리 눈을 형상화한 헤드램프는 단면과 단면의 연결이 절묘하다. 앞모습은 그야말로 개성이 뭉쳐 있다. C필러에서 뒤로 이어지는 라인은 시원스럽게 뻗었다. 미쓰비시 디아망떼를 닮은 모습이다. 디아망떼는 일본차 중 가장 개성이 강한 차로 꼽힌다. 16인치 타이어를 감싼 두툼한 휠 아치는 단단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사이드 캐릭터나 몰딩 등은 EF 쏘나타와 너무 흡사하다. 또 개성이 강한 스타일에 비해 휠 디자인이 밋밋하다.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로 이어지는 대우차들은 키가 크다. 매그너스 또한 예외가 아닌데 키 큰 차는 공간이 크다는 것이 쥬지아로의 디자인 철학이다. 키 큰 차는 타고 내리기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성능 세단 이미지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튼 실내크기는 중형급에서 최고다. 널찍한 실내에서 더욱 돋보이는 것은 인테리어다. 인테리어는 대우의 디자인 포럼에서 맡았는데 디자인이 겉모습과 잘 어울린다. 대시 패널은 검정과 베이지색의 투톤 컬러로 아카디아에서 시작된 고급차의 맥을 잇는다. 도어까지 연결된 패널은 주름이 깊어 고급스럽다. 옵션인 가죽시트는 바느질이나 마무리가 만족스러워 흠잡을 데가 없다. 3개의 구멍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페라리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개성이 강하고 스포티하다. 단순화시킨 스위치류도 돋보인다. 정확한 핸들링과 절제된 움직임 2.0ℓ 엔진에 스텝게이트식 기어 1차 시승장소는 대우 부평공장 내 간이 주행시험장이었다. 출고를 위한 마무리 테스트장으로 직선길이 1km 정도에 양쪽 끝에 선회로가 마련되어 있다. 폭이 좁고 규모도 작아 제한된 시승이 될 수밖에 없었으므로 직진가속과 제동, 선회성능 정도를 체크했다. 출발은 가볍고, 꾸준하게 가속이 이루어진다.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감각은 토크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속 100km에 도달하면 바로 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연속적인 감각을 알기는 힘들었다. 헤어핀에 가까운 선회로에서는 탄탄한 접지력을 보여준다. 세차게 감아 나가도 몸의 쏠림이 거의 없다. 레간자와 마찬가지로 로터스가 손본 서스펜션은 하체를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다. 국내 기준으로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승차감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특히 돋보이는 부분은 브레이킹 감각이다. 묵직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안정적이어서 매그너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일반도로를 달려보기 위해 송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승차는 2.0 DOHC 디럭스로 매그너스의 주력모델이다. 레간자용을 손본 엔진은 최고출력 148마력/5천400rpm, 최대토크 19.6kgm/4천rpm으로 경쟁차인 EF 쏘나타(147마력/6천rpm, 19.4kgm/4천500rpm)보다 수치에서 약간 앞선다. 예전에 닛산이 자사의 특징처럼 사용하던 진주색 펄 컬러는 매그너스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대표색상이다. 도로로 올라서자 공장에서보다 훨씬 조용한 느낌이 전해진다. 용량을 키운 머플러는 3중 구조(보통 2중 구조) 시스템을 써 배기소음을 한 단계 더 걸러낸다. 배기음 또한 깊은 울림이 있다. 가볍게 움직이는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차를 다루기 쉽게 하고 신뢰감도 준다. 스티어링 휠을 위 아래로 이동시키는 틸트 폭이 상당히 커 운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도어쪽 윈도 라인이 높아 듬직하고 보호받는 느낌을 준다. 도로에는 차들이 많았다. 문득 가다서다를 반복할 때는 외기(공기흡입구)를 자동으로 차단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매연이 많은 대도시에서는 운전자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될 것이다. 선바이저의 수납식 익스텐션은 햇볕 차단공간을 늘려 주는 것으로 국산차에는 처음 쓰였다. 2단 암레스트, 컵과 카드 홀더, 핸드폰 수납공간 등 편의장비가 많이 눈에 띈다. 신호대기를 위해 차를 멈췄는데 옆 차선에 선 미니밴 오너가 창문을 내려달라고 손짓한다. 길을 물으려나 했는데 대뜸 `그 차 얼마요?`하며 말을 툭 던진다. 한국사람다운 용건이다. 값을 말하자 별로 비싸지 않다며 `차가 멋있다`고 한다. 그 사람 외에도 힐끔거리는 시선을 많이 받았는데, 최근 시승차를 몰고 나가 이렇게 관심을 끌기는 처음이다. 달리는 차들 사이를 헤쳐가는 추월가속은 가볍게 이루어진다. 동작이 큰 추월 다음에 자세를 바로잡는 움직임이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로터스 손길이 닿은 핸들링은 유럽차 감각의 정확성으로 운전재미를 더한다. 벤츠의 특허였던 스텝게이트식 자동기어는 이제 여러 차종에서 만날 수 있는데 매그너스 역시 체어맨에 썼던 ZF제 트랜스미션을 얹었다. 차이는 체어맨이 자동 5단이고, 매그너스는 4단이라는 점이다. 파워와 홀드 모드, TCS 버튼을 갖춘 기어박스는 조작감이나 품질감이 나무랄 데 없다. 스텝게이트 기어는 급발진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를 보강하기 위해 시프트 록 장치를 달고, 오조작을 막기 위해 페달 간격을 넓혔다. 실제 페달 간격의 넓이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적당해 보인다. 단단한 하체, 풀가속에는 아쉬움 중형차시장 다시 불붙을 전망 매그너스의 최대토크는 4천rpm에서 나와 중속에서부터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차들의 흐름이 뜸한 틈을 타 속도를 높여 본다. rpm 바늘이 4천을 넘어 5천에서 비틀거린다. 계기판 바늘이 시속 150, 160km를 가리키는 순간, 비명을 지르는 배기음에 날카로움은 없다. 차체의 흔들림은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지 않고, 타이어는 노면에 저항을 일으키지 않는다. 바람소리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철봉대에 목을 올려 놓고 넘어서기 아슬아슬한 순간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화살표를 그리면 수직상승 중간에 잠깐 머무르는, 그런 폭발력이 부족한 아쉬움이다. 아무래도 엔진의 한계로 보이는데. 2.5 엔진이라면 기막힐 것 같다는 생각이다. 매그너스는 여유있게 즐기는 차다. 개성으로 뭉친 디자인과 고급스런 실내, 정확한 핸들링까지 운전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다. 매그너스 오너층을 40대로 잡은 대우는 타겟 집단의 라이프 스타일과 제품 속성을 연계하는 `제너레이션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40대가 갖고 있는 불안감을 매그너스라는 상품으로 해소하는 감성적 마케팅`이란 설명이다. 매그너스의 차값은 중형 경쟁차보다 30~50만 원 정도 비싸다. 그러나 준대형에 속한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싼 편이라 할 수 있다. 레간자가 걱정될 정도로(레간자는 지난 서울 모터쇼에 선보였던 스포츠 모델로 경쟁한다는 계획이다) 매그너스의 가치는 커 보인다. 국내 중형차시장은 96~97년 30여만 대 규모에서 98년 이후 10여만 대로 줄었다. 2000년 예상규모가 17만 대라 해도 예전의 수요에는 미치지 못해 자동차 메이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어쨌거나 고객의 입장에서 품질력 높은 새 모델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과연 매그너스는 불안한 40대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을까?
대우 매그너스 레간자와 체어맨 사이를 잇는 준대형 고급.. 1999-12-30
EF 쏘나타, 그랜저 XG 등 현대자동차가 독주하고 있는 중형차시장 판도를 바꿀 대우의 새차 매그너스가 12월 2일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매그너스는 라틴어로 `위대한(great)`, `귀족적인(noble)`, `강력한(mighty)` 등의 뜻을 지녔고 `성공한 사람을 위한 고품격 중형차`를 목표로 탄생했다. 97년 초 레간자 개발이 끝나면서 곧바로 윗급 모델 개발에 들어간 대우는 24개월간 2천200억 원을 들여 새 중형세단 매그너스를 완성했다. 레간자를 디자인한 이탈디자인과 공동작업을 통해 완성한 매그너스의 개발 컨셉트는 `감출 수 없는 자신감`. 품격과 파워, 안전성, 편의성 등에서 동급 중형차를 넘어선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해외 경쟁모델로는 도요다 캠리, 혼다 어코드,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을 선정해 벤치마킹했다. 부품업체가 초기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협력업체 참여공학과 동시공학을 이용해 개발기간(24개월)과 개발비용(2천2백억 원)을 줄인 것도 특징이다. 개발을 끝낸 뒤에는 영국 마이라에서 주행성과 핸들링, 내구성, 소음 테스트를 했고 밀브룩에서 내구성 테스트, 호주 엘리스 스프링스에서 기후 테스트를 거쳤다. 또한 미국 델파이와 독일 길렛에서 브레이크와 배기 테스트를 하는 등 총 주행거리 200만km의 가혹한 테스트를 통해 품질을 검증했다. 대우는 매그너스를 연간 14만 대 생산하고 매월 6천 대를 판매해 레간자(연산 6만대)와 함께 중형차 내수시장 점유율을 5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스타일 매그너스는 레간자의 다이내믹한 스타일에 품격을 더한 모습이다. 앞모습은 대우 고유의 라디에이터 그릴로 단장했고 독수리 눈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이미지의 헤드램프를 달았다. 넓어진 트렁크 리드에는 직선과 곡선으로 힘과 품격을 잘 조화시켰다. 매그너스의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에지 스타일로, 칼로 자른 듯한 날카로운 선이 인상적이다. 동급 최대의 길이(1천990mm)를 자랑하는 실내는 중대형차 수준으로 고급화했다. 베이지색 시트와 트림, 고급 우드 그레인을 기본으로 적용하고 투톤 컬러 내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계기판은 최근 국산차에서 볼 수 없었던 3개의 원형 미터기를 달아 스포티하다. 메커니즘과 정숙성 엔진은 2.0 SOHC와 DOHC, 두 가지다. 2.0 DOHC 엔진은 최고출력 148마력, 최대토크 19.6kg·m/4천rpm와 최고시속 206km(수동)를 낸다. 신형 엔진(SC-1)에 맞게 새로 개발된 4HP 16 자동변속기는 변속충격을 줄였고, 변속감을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어댑티브 시프트 컨트롤(Adaptive Shift Control) 기능을 적용해 내구성을 크게 높였다. 또한 변속기 오일 교환이 필요 없어 경제적이다. 2001년 상반기부터는 2.5ℓ급 XS6 엔진을 얹어 북미와 서유럽지역에 본격적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매그너스는 맥퍼슨, 멀티링크 타입의 앞뒤 서스펜션과 넓은 휠베이스, 트레드로 설계되어 직진과 코너링 때의 주행안정성이 높다. 또 중대형차에 쓰이는 인터미디어트 드라이브 샤프트를 적용해 직진안정성이 뛰어나다. 정숙성에도 큰 신경을 썼다. 국내 최초로 10중 구조 대시 패널과 7층 구조의 바닥 방음제를 써 소음이 들어오는 것을 최대한 막았고 유압식 엔진 마운팅과 원 벨트 시스템을 적용, 진동과 소음을 크게 줄였다. 안전성 튼튼한 차체구조로 짜여진 매그너스는 152회의 대차(臺車) 충돌실험(Sled test)과 98회의 실차 충돌실험 등 모두 250회의 충돌 테스트를 통과했다. 유로 NCAP 테스트, 북미 NCAP 테스트에서 각각 만점에 해당하는 별 네 개와 다섯 개를 받을 수 있는 든든한 안전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세계 최초로 개발된 타원형 고강도 임팩트빔과 고장력 보강판을 도어에 설치해 측면 충돌 안전성을 높이고 앞좌석 사이드 에어백(2.0D 로얄 선택)을 저압팽창식으로 설계해 노약자와 어린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위험을 줄였다. 운전석 에어백은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달았다. 파우더 슬러시(Powder Slush) 공법을 쓴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재질이 부드러워 충돌사고 때 상해를 입을 확률이 낮다. 2.0D 로얄은 전자식 시트벨트 프리텐셔너를 기본으로 달아 더욱 안전하다. 최근 문제가 되었던 급출발 사고에 대한 예방책으로는 차가 급출발할 때 자동으로 연료공급이 차단되는 퓨얼 컷오프(fuel cut off)와 브레이크를 밟아야 변속이 되는 BTSI(Brake Transfer Shift Interlock)를 적용했다. 그리고 엑셀과 브레이크 페달의 간격을 최대한 넓혀 실수로 인한 사고가능성도 줄였다. 이밖에 전자식 ABS와 TCS(2.0 로얄 기본)도 준비했다. 편의장비와 값 매그너스에는 깨끗하고 쾌적한 운전을 위한 청청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이 시스템은 1단계에서 정차, 서행이 반복되는 도심구간 매연의 실내유입을 막는 자동 외기차단 시스템과 외기온도 표시장치, 전자동 에어컨(2.0D 디럭스 이상 기본)으로 쾌적한 실내공기를 유지하며 2단계에서는 먼지와 매연은 물론 냄새까지 거르는 필터로 공기를 여과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향기를 내는 공기청정기(2.0D 디럭스 이상 기본)로 실내 구석까지 청청공간을 만들어 준다. 선택품목인 AV 시스템은 5.8인치 와이드 화면을 통해 라디오, TV, CD 플레이어 등을 조절할 수 있고 고가도로와 지하차도까지 탐색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핸들 오디오 리모컨도 준비했다. 이밖에 여닫을 때 손이나 물체가 끼면 자동으로 다시 열리는 전동식 선루프와 자외선을 차단하는 솔라 컨트롤 글라스 등을 선택품목으로, 개스식 후드 리프트, 핸드폰 등 전기장치를 이용할 수 있는 파워잭, 오토 도어록 등을 기본으로 갖추었다. 매그너스는 2.0 SOHC, DOHC 기본형과 DOHC 디럭스, 로얄 등 모두 4종류로 나온다. 값은 기본형이 1천285만 원(2.0 SOHC), 1천385만 원(2.0 DOHC)이고 디럭스는 1천445만 원, 로얄은 1천690만 원이다.대우 매그너스의 주요 제원 구분 . 2.0 SOHC 2.O DOHC 크기 길이× 너비× 높이 4770×1815×1440 ← 휠베이스(mm) 2770 ← 트레드 앞/뒤(mm) 2410 ← 무게(kg) 1305 1330 승차정원(명) 5 ← 엔진 형식 직렬4기통 직렬4기통DOHC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 보어×스트로크((mm) 86.0×86.0 ← 배기량(cc) 1998 ← 압축비 9.2 9.6 최고출력(마력/rpm) 115/5200 148/5400 최대토크(kg.m/rpm) 18.1/4000 19.6/40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연료분사 ← 연료탱크 크기(ℓ) 65 ← 트랜스미션 형식 수동5단 자동4단 기어비①/②/③ 3.545/2.048/1.346 1.719/1.487/1.000 ④/⑤/R 0.971/0.763/3.333 0.717/ - /2.529 최종감속비 3.944 3.945 보디와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 스티어링 락 앤드 피니언 ← 서스펜션 앞 스트럿 ← 뒤 멀티링크 ←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드럼 ← 타이어 앞/뒤 195/70R 14 205/60R 15 성능 최고시속(km) 190 194 0->시속100km가속(초) - - 시가지주행연비(km/ℓ) 11.4 ← 값(만원) . 1천285 1천385
93년형 도요다 픽업 엑스트라 캡 번쩍이는 크롬처럼 당.. 1999-08-29
​​ ​도요다의 픽업트럭은 지난 64년 스투(Stout)를 시작으로 힐럭스(Hilux)를 걸쳐 79년부터 95년까지 "도요다 픽업" 이라는 이름을 써왔다. 트럭을 말하는 픽업이 그대로 이름이 된 경우다. 95년부터 도요다 픽업을 잇는 타코마가 나오면서 픽업이라는 이름이 사라졌다. 93년형 도요다 픽업은 5세대 픽업으로 승용차를 닮은 다이내믹한 외관과 인테리어로 나타난 83년형 픽업을 고스란히 잇고 있다. 승객석이 추가된 엑스트라 캡은 83년부터 등장한다. ​ 수수한 실내에 2인용 승객석 갖추고 하드톱 덮고 캠핑 베드 넣을 수 있어 도요다 픽업은 2WD(두바퀴굴림)와 4WD(네바퀴굴림)로 구분된다. 2WD는 휠베이스의 길이로 다시 네 가지로 구분하고, 4WD에는 일반 캡(숏 휠베이스, 롱 휠베이스)과 엑스트라 캡이 있다. 엑스트라 캡은 롱 휠베이스로 4WD 시스템에 실내가 2+2로 구성되어 도요다 픽업에서 최고급형에 속한다. 95년 도요다 타코마가 나올 때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린 모델이 엑스트라 캡이다. 운전석 뒤쪽의 승객석 때문에 엑스트라 캡(수퍼 캡, 크루 캡)이라는 이름이 붙어졌지만 도요다 픽업의 고급 버전을 말할 때 사용된다. 93년형 도요다 픽업 엑스트라 캡은 하드톱을 씌운 상태다. 차체와 하드톱 이음매가 보이지 않는다면 대형 SUV로 착각할 정도다. 특히 하드톱 옆에는 유리창이 달려 있어 멀리서 보면 트럭을 닮은 SUV라고 여길 정도다. 크기는 길이×너비×높이가 4천904×1천689×1천709mm로 소형 픽업에 속한다. ​​​​ 그러나 도요다 픽업의 앞모습은 매우 공격적이다. 대형 크롬형 범퍼가 도요다 4러너와 비슷하며 프론트 그릴까지 크롬으로 덧대 당당한 위용을 자랑한다. 옆모습은 지상고가 높고 뒤 오버행이 길기 때문에 뒤쪽으로 쳐진 느낌이 든다. 그러나 하드톱을 벗기고 화물칸이 보이는 픽업트럭으로 돌아가면 그런 느낌이 없어질 것 같다. ​ 앞좌석 좌우 유리창에 삼각창이 있다. 손잡이로 열리는 삼각창은 각도를 조절해 실내로 바람이 들게 할 수 있다. 삼각창 때문에 사이드 미러가 뒤쪽으로 밀려 운전하기 는 다소 불편하지만 에어컨을 대신할 정도로 쓰임새가 좋다. ​​​ ​​ 도요다 픽업은 지상고가 높아 운전석에 오르기가 힘들다. 그래서 발판을 딛고 올라서야 한다. 불편한 것은 또 있다. 시야가 넓어 시원하다는 느낌도 잠시 승용차처럼 바닥에 붙어 낮게 앉는 운전석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클러치와 브레이크 페달이 깊숙이 있어 시트를 당기면 무릎이 핸들에 닿고, 뒤로 빼면 페달 밟기가 힘들어진다. 미국 경트럭 시장을 겨냥한 도요다 픽업은 다리가 긴 미국인들에게 맞춘 차다.​​ 실내는 소박한 분위기로 한 세대 뒤지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장거리를 달릴 때 필요한 오일 온도계, 오일량 표시기, 배터리 전압상태, 연료계가 있는 계기판 등 갖출 것은 다 있다. 대시보드 아래에 붙어있는 케이블식 주차 브레이크가 이색적이다.​​​​ 운전석 뒤에는 2인용 승객석이 있다. 이런 형태를 도요다에서는 엑스트라 캡이라고 부른다. 승객석은 겨우 엉덩이를 걸칠 수 있을 만큼 폭이 좁고 레그룸이 비좁아 어른이 타기에는 부담스럽다. 승객석 벤치시트는 등받이를 아래로 접으면 화물공간, 좌석부분을 위로 젖히면 다용도 수납함과 공구함이 나온다. 승객석 뒤창은 미닫이식으로 좌우로 열린다. ​​ 시승차는 캠핑 베드까지 달았다. 캠핑 베드는 픽업을 일본에서 수입해 올 때 누군가 개조한 것이지만 화물칸 안에 침대를 넣어 캠핑카로 변신시킨 아이디어가 놀랍다. 캠핑 베드는 분리해서 간단히 꺼낼 수 있다. 하드톱 뒷문은 위로 열리고 화물칸 문은 아래로 열린다. 때문에 하드톱 상태에서도 심을 싣고 내리는데 문제가 없다. ​ ​​ V6 3.0ℓ 150마력 휘발유 엔진 얹고 파트타임 4WD로 오프로드 성능 높아 도요다 픽업은 달리기에서 웬만한 승용차보다 빨랐다. 햇빛에 번쩍이는 크롬형 범퍼에 앞서가던 운전자가 기가 죽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승용차들이 너무 엉금엉금 기어가는 듯하다. ​ 막강한 파워 드라이빙은 엔진에서 나왔다. 도요다 픽업은 4기통 2.2ℓ와 V6 3.0ℓ이 있지만 시승차는 V6 3.0ℓ 150마력 휘발유 엔진을 얹었다. 이 엔진은 88년 도요다 4러너에 처음 얹었고 95년 도요다 타코마의 V6 3.4ℓ가 나오기 전까지 도요다의 주력 엔진이었다. 최대토크는 24.9kg.m/3천400rpm. 픽업의 무게가 1천750kg밖에 안되어 가속감은 시원하다. 시승차는 수동 5단 트랜스미션을 올렸다. ​​ ​​​ 4WD 시스템으로 무장해 오프로드에서도 SUV에 밀리지 않는다. 때문에 농장이나 들판에서 짐차로 쓰기에 알맞고, 오프로드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두바퀴굴림에서도 구동력을 얻은 뒷바퀴가 밀어붙이는 힘이 굉장하다. ​​​4WD 시스템은 트랜스퍼 기어를 4H, L에 넣고도 수동식 로킹 허브이기 때문에 차에서 내려 앞바퀴 휠 허브를 잠가야 한다. 로터리식 스위치로 간단히 해결하는 오토로킹 허브를 단 SUV에 비해 번거롭지만 바쁜 일이 있는 척하고 높은 운전석에서 뛰어내린 다음 조용히 허브를 돌리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 서스펜션은 픽업트럭의 기본이 되는 더블 위시본형과 리프 스프링이다. 차체 앞부분을 떠받치는 더블 위시본형은 크고 단단하다. 화물칸을 지탱하는 리프 스프링은 고강도 판스프링을 겹쳐놓아 무거운 짐을 실을수록 진가가 나온다. 그러나 감쇄력이 떨어져 코너를 돌 때나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뒤가 자꾸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짐을 싣는다면 이런 흔들림은 어느 정도 사라질 것이다.​ 한 나절을 끌고 다닌 도요다 픽업은 덩치 큰 고물덩어리가 아니었다. 화물차이면서 때로는 승용차로 사용할 수 있는 쓰임새에 놀랐고, 일반도로나 거친 오프로드에서 보여준 뛰어난 성능에 감탄했다. 인테리어가 너무 단순하다거나 시트가 불편했다는 생각이 사치스럽게 여겨질 정도였다. 비록 도요다 픽업 엑스트라 캡은 고급스런 픽업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세월을 아우르고 언제 어디서든지 그 가치를 드러내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차다.     
85년형 포르쉐 911 가장 매력적인 포르쉐 1999-10-25
포르쉐 911은 언제나 나의 드림카였다. 저 멀리,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자리한 꿈의 자동차였다. 너무 멋지고, 너무 비싸고, 가까이 하기에 너무 완벽했다. 내가 911을 타보기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의 드림카는 요즘 911이 아니다. 이제는 구형이 된, 공냉식 엔진의 오리지널 911이다. 97년 발표된 신형 911(코드네임 996)은 안전과 환경문제 등 어쩔 수 없는 시대변화에 따르기 위해 포르쉐 본래의 매력을 많이 포기해야 했다. 살찐 보디는 오리지널의 완벽한 균형에 비할 수 없다. 새로운 수냉식 엔진은 공냉식의 터프한 매력이 사라졌다. 64년 데뷔해 35년 동안 지켜온 모습 역대 최고 포르쉐 911은 84년형 모델 포르쉐는 35년 동안 생산한 911을 대신할 차를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78년에 처음 나왔던 928이 911을 대신하는데 실패한 뒤에야 회사 경영진은 포르쉐는 911 모양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도 911을 건드릴 수 없었다. 신형 911은 구형의 모양을 따랐지만 진정한 911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조금의 차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구형의 완벽한 모습은 결코 흐트러뜨릴 수 없다. 911의 헤드램프는 신형 같은 달걀 프라이(?)가 아니라 구형과 같은 동그란 모양이어야 한다는 골수 911 팬들의 냉혹한 지적이다. 911은 1964년 데뷔했다. F. 포르쉐의 주도 아래 356의 진화 모델로 선보인 911은 F. 피에히가 설계한 수평대향 공냉식 6기통 엔진을 얹었다. 보디 디자인은 부치 포르쉐의 손으로 그려졌다. 911은 포르쉐 가족이 만들어낸 걸작이었다. 처음 2.0ℓ 130마력으로 시작된 차는 매년 배기량을 키우며 개선을 거듭해 84년에 이르러 3.2ℓ 200마력 엔진을 얹는다. 바로 오늘 시승한 차가 이 모델이다. 이때의 포르쉐가 역대 911 가운데 제일 좋았다. 다부진 보디는 마치 한 덩어리 무쇠조각 같고, 경쾌한 동력성능은 가장 빠른 스포츠카로 손색이 없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 911은 아무도 닮지 않고, 아무도 닮으려 하지 않는다. 겉모습을 보면 2도어 쿠페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그냥 911이다. 어느 곳 하나 손댈 곳 없는 보디는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한다. 현재 포르쉐 디자인을 이끄는 부치 포르쉐는 911만을 설계해왔다. 911의 스타일이 오랫동안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너무나 완벽한 차를 그린 그가 더 나은 차를 디자인하기 두려워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퀴를 감싼 펜더는 동그란 헤드램프를 담으며 보네트 가장자리로 튀어 올라 차폭을 가늠하게 하고, 드라이버에게 분명한 진행방향을 알린다. 납작한 보네트는 충분한 다운포스를 이끌어낼 듯하다. 곧게 선 앞 유리창은 911만의 큰 매력이다. 수퍼카의 영역을 넘나드는 911은 비교적 키가 큰 편이다. 덕택에 운전자에게 안락한 운전자세를 제공하고, 어느 정도의 스릴을 더해준다. 911만의 고래꼬리 테일핀과 부푼 펜더 왼쪽의 시동키는 르망 통해 얻은 노하우 시승차는 터보가 아니지만 84년부터 911에 제공된 `터보 룩` 옵션으로 치장했다. 또 930 터보에서 시작된 911만의 유명한 고래꼬리 테일핀과 부푼 펜더를 가졌다. 나치 독일군의 휘장을 떠올리게 하는 5스포크 휠은 단단함과 완벽한 디자인을 돕는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포르쉐만의 메시지가 강하다. 눈으로 직접 대하는 시승차의 탄탄한 보디는 감동을 자아낸다. 911은 보기만 해도 좋다. 앞뒤가 다른 타이어 사이즈는 뒤에 엔진이 달린 911의 운동성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다. 911은 이때만 해도 극한 상황에 몰리면 오버스티어 해버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고속도로를 돌아나가는 인터체인지마다 깨진 테일램프 조각은 모두 911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을 정도다. 911은 아무나 타는 차가 아니었다. 911을 타기 위해서는 노련한 운전기술을 갖추어야 했으므로 운전자에게 프라이드를 더해주었다. 실내 역시 겉모습만큼 전설이 되었다. 64년에 디자인된 대시보드는 세월을 잊은 채 97년까지 계속되었다. 신형 911의 대시보드는 구형보다 못하다. 가운데 타코미터를 크게 한 5개의 동그란 계기는 군용처럼 보이는 디자인으로 멋이 넘친다. 속도계는 270km까지 표시되고, 맨 오른쪽에는 커다란 시계가 달렸다. 두 사람이 앉기에 넉넉한 공간은 충분한 헤드룸으로 편한 자세를 찾게 한다. 파워시트는 쿠션만 수동으로 움직인다. 누군가 앉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지닌 뒤쪽 시트는 트렁크가 좁은 911에 보조 화물공간의 의미가 크다. 911은 어린이를 뒤에 태우고 달릴 차는 아니다. 왼손으로 돌리는 시동키는 르망 경기를 통해 얻은 노하우다. 시동키를 돌리는 동시에 1단 기어를 넣어 빨리 출발할 수 있다. 공냉식 엔진의 깡마른 소음이 실내를 가득 채우지만 결코 시끄럽지 않은, 911만의 매력적인 사운드다. 아, 나는 이 정도 큰 소리가 좋다. 신형에서 느낄 수 없는 오리지널 911의 사운드다. 911의 달리기는 많은 독일차들이 그랬듯 단단하고, 강하고, 조금은 조작이 힘겹다. 무쇠덩어리를 움직이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반응은 강하다. 액셀 페달을 밟는 순간 움찔하는 반응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폭발적인 배기음과 함께 뛰쳐나가는 기세가 기대한 그대로다. 자연흡기 200마력 엔진의 911은 0→시속 100km 가속을 5초대에 해낸다. 차 바닥에서 튀어나온 페달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클러치 페달은 상당히 무겁다. 강한 스프링이 밀어내는 듯하다. 기어변속 역시 거친 편이라 조작에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차에 익숙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911만의 특성이다. 힘든 조작은 여성이 모는 911이 그려지지 않게 한다. 그래도 그게 좋다는 911이다. 15살 나이를 생각하면 시승차의 엔진은 쌩쌩하다. 포르쉐는 영원히 존재할 듯 하다. 조작 힘든 클러치와 기어는 911의 특성 시속 220km 넘게 달린 15년된 시승차 포르쉐는 천천히 달려도 과속하는 차로 오해받는다. 911로 천천히 달린다면 그 또한 못할 짓일 것이다. 그래서 911은 언제나 경찰의 표적이었다. 그나마 시승차가 눈에 안 띄는 검은색인 것은 다행이다. 가장 포르쉐다운 컬러이기도 하다. 섹시 포르쉐…. 변속감각을 익히며 가속을 더해 나간다. 아, 나는 911로 달리고 있다. 왠지 모를 감회가 크다. 자유로를 내달린 차는 최고속에 도전했다. 도로사정상 최선의 노력을 못했지만 시속 220km를 넘길 수 있었다. 이 차 15년된 차 맞아? RR차의 특성인지 시속 200km 부근에서 앞머리가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다루는 느낌이 조심스럽다. 바람소리? 소음?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 시끄러울수록 나는 좋다. 포르쉐 사운드에 내 가슴은 터질 듯하다. 구불거리는 시골길로 들어섰다. 조금 밀리는 듯한 브레이크가 마음껏 내몰려는 기세를 꺾어 놓지만 911의 이름만큼 경쾌한 달리기다. 시승차는 파워 스티어링에 문제가 있어 조작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차를 극한까지 내몰지 못해 오버스티어를 느낄 기회는 없었다. 어차피 일반도로에서 모험할 이유는 없다. 코너마다 충분히 밀어주는 힘과 통쾌한 배기음이 스포츠카로 달린다는 궁극적인 희열을 전해준다. 변속하는 순간마다 터질 듯한 배기음 속에 가속을 더하는 박진감은 911로만 느낄 수 있다. 오랫동안 타보고 싶었던 오리지널 911이었다. 나는 이 차를 원한다. 시승차 협조 : 구교천 ☎ 017-251-7895
91년형 포드 토러스 SHO 남모르게 즐기는 나만의 스.. 1999-09-29
페라리는 천천히 달려도 경찰의 시선을 끈다. 화려한 모양새가 제한속도를 지키며 달릴 차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빨리 달려도 보이지 않는 차가 있다. 강력한 엔진을 얹은 평범한 4도어 세단이 그렇다. 이 차들은 겉으로는 얌전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바람이 났다. 이런 고성능차로 남모르게 즐기는 스피드는 색다른 매력이다. 이런 차를 `양의 탈을 쓴 늑대` 또는 속어로 `슬리퍼`(SLEEPER)라고 한다. V6 3.0ℓ DOHC 엔진 220마력 내 고급차 만들기 위해 애쓴 흔적 많아 포드 토러스는 미국에서 가장 평범한 차 중 하나다. 자가용은 물론 렌트카, 택시로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85년 데뷔 이래 현재까지 400만 대 이상이 팔렸고, 86년 `올해의 차`로 뽑혔으며, 92∼96년 승용차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켰다. SHO는 이런 평범한 보디 안에 강력한 엔진을 얹었다. 겉에서는 전혀 알아볼 수 없지만 내면에는 운전자만이 알 수 있는 고성능이 넘친다. 토러스 전체의 이미지를 높이고, 소수의 젊은 수요에 응하기 위해서 태어난 SHO가 처음 선보인 것은 88년 말이다. 일반 토러스가 140마력인데 SHO는 220마력 엔진을 얹어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시승차는 1세대의 마지막 해인 91년형이다. 공기저항계수 0.33의 충격적인 유선형 보디로 데뷔하자마자 인기를 끈 모델이다. 프론트 그릴을 포드 마크로 처리해 패밀리 세단으로는 대담한 모습을 보여주고, 사이드 스커트도 독특한 개성을 살려 멋지다. 2개의 머플러는 범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SHO가 일반 토러스와 구분되는 것은 뒷범퍼에 음각으로 새겨진 `SUPER HIGH OUTPUT`의 약자 SHO라는 글자뿐이다. SHO의 핵심은 V6 3.0ℓ 엔진에 있다. 모터사이클 메이커인 야마하(야마하는 MR2 같은 차의 엔진을 도요다에 제공해 왔다)가 F1 엔진을 기초로 디자인한 것으로 DOHC 4밸브로 이루어낸 220마력의 고출력이 앞바퀴를 굴린다. 이때만 해도 미국차에는 4밸브가 흔치 않았다. 원래 포드는 V6 벌칸 엔진의 4밸브 개발을 야마하에 의뢰했으나 이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야마하는 토러스 스페셜 모델을 위한 V6 3.0ℓ를 제안하게 된다. 터보도 아닌 차에 l당 73.3마력은 대단한 수치다. 실린더마다 2개의 인테이크로 공기를 공급하게 한 시스템으로, 저속을 위한 긴 것과 고속용의 짧은 것으로 구성된 인테이크 러너가 4천rpm 아래서는 긴 것만 열리고 고속에서는 2개 모두 열려 중저속에서 충분한 토크를 이루어낸다. 레드존이 7천300rpm에 이르는 엔진은 흔치 않다. 보네트를 열면 꿈틀거리는 가로배치 엔진의 위용이 볼 만하다. 포드가 설계하고 마쓰다에서 만든 수동 5단 트랜스미션 역시 미국 세단에서는 흔치 않은 것이다. 시승차의 실내는 넉넉하다. 대시보드는 부드럽고 안정된 모습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질감 좋은 검은색 플라스틱은 스포티하다. 운전석 에어백만 갖추었고, 자동 에어컨은 미국차답게 강력하다. 코인트레이와 컵홀더가 편리하고, 두 겹의 선바이저와 화장거울은 재치가 넘친다. 각종 스위치마다 이름이 새겨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사물함을 갖춘 센터콘솔은 쓸모가 크지만 미국차 특유의 엉성함도 느껴진다. 토러스는 평범한 차지만 SHO에는 많은 장비를 써서 고급차로 만들려고 애쓴 흔적이 많다. 시속 140마일까지 표시된 속도계, 8천rpm으로 표시된 타코미터가 일반 토러스와 다른 점이다. 레이스카 떠올리는 통쾌한 엔진음 시트가 스포티한 드라이빙 부추겨 220마력은 요즘 기준으로 대단한 수치는 아닐지 모르지만 수동기어와 함께 강력한 힘을 낸다. 0-시속 96km 가속이 6.6초, 당기는 기어마다 내뻗는 재미가 넘친다. 시프트 레버는 운동거리가 조금 길고 건들거리지만 미국차의 터프함으로 봐줄 만하다. 클러치 페달은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들지만 SHO는 손에 익을수록 속도를 더한다. 액셀 페달의 반응이 힘차고, 중저속에서의 토크가 만족할 만한 힘이다. 최고출력이 6천200rpm에 표시된 차를 즐기기 위해 고회전으로 달려보지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5천rpm을 넘는 순간 엔진음이 레이스카를 떠올리는 통쾌함으로 바뀌지만 너무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닐까 망설여진다. 필요할 때 큰 힘을 내는 차는 저속에서 여유가 있고 배기음은 평범하게 느껴진다. 연비는 140마력인 일반 토러스와 같다고 했다. 속도를 올려 보았다. 조금 덜렁이는 느낌이 과속을 자제하게 한다. 바람소리가 크고 꽉 짜인 맛이 덜하지만 대중차를 손본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값에 어울리는 성능은 된다. 만족스러운 핸들링은 운동성능이 좋아진 90년대의 미국차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SHO는 표준형 토러스의 서스펜션에서 부싱과 엔진 마운트를 바꾸고 스프링을 단단한 것으로 바꾸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스티어링 휠의 민감한 정도가 요즘 스포츠 세단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달리기에 쏠쏠한 재미를 준다. 선더버드 SC에서 가져온 운전석 시트는 미국차에 드문 인체공학형으로 편하다. 전동식으로 움직이는 럼버 서포트와 사이드 볼스터가 몸을 꼭 잡아준다.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부추기는 자세가 나만이 즐길 수 있는 SHO의 또다른 면이다. SHO는 많은 전문가의 극찬을 받았지만 판매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92년 말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이 추가되었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늘어나지 않았다. 카 매니어가 좋아하는 차와 많이 팔리는 차는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SHO는 3세대인 오늘에 이르러 엔진이 V8 3.4ℓ로 바뀌고(야마하 엔진이 아니다) 자동기어만 나오지만 판매량은 계속 적다. 최신형 SHO는 AT 때문인지 발진가속이 느리고 움직임이 둔해 진정한 SHO의 매력은 오히려 오늘 시승한 1세대 모델이 더 크다. 야마하 엔진의 덕이 컸던 것이다. SHO가 토러스 4세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소식이다. 토러스가 흔치 않은 서울 거리에서 SHO는 평범한 차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형제차인 세이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차가 이렇게 달릴 줄 생각도 못할 것이다. 일본 야마하 엔진으로 미국 머슬카를 즐기는 나만의 시간이 좋았다. 시승차 협조 : 안영순 ☎ 011-357-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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